[법률플러스] 지급명령(독촉절차)

지급명령(독촉절차)은 금전 그 밖의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에 대해 채무자가 다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신속, 저렴하게 집행권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지급명령은 대한민국에서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할 수 있다. 채권자의 지급명령 신청이 있을 때, 법원은 ① 신청요건의 흠 ② 관할위반 ③ 신청의 취지로 보아 청구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 명백한 때에는 그 신청을 각하하고, 위와 같은 각하 사유가 없으면 청구가 이유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 없이 지급명령을 발하고 지급명령 결정 정본을 채무자에게 송달한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된다.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민사소송법 제474조), 채권자는 확정된 지급명령을 집행권원으로 해 채무자의 재산(부동산, 동산, 채권 등)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채무자가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때에는 지급명령은 그 범위 안에서 효력을 잃고,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신청했을 때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 통상의 소송절차로 진행된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제472조).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달리 기판력이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하지 않아 지급명령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다툴 수 있다. 대법원 역시 “현행 민사소송법 제474조는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 이유를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과는 달리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은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에 관한 이의의 주장에 관해서는 위 제44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한 지급명령에 있어서도 지급명령 발령 전에 생긴 청구권의 불성립이나 무효 등의 사유를 그 지급명령에 관한 이의의 소에서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 민사소송법뿐만 아니라 현행 민사소송법에 의한 지급명령에도 기판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년 7월9일 선고 2006다73966 판결 참조). 이처럼 지급명령이 확정되더라도 다툴 방법은 있다. 그러나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불복 과정에서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하는 등 그 절차가 번거로워진다. 따라서 채무자 입장에서는 평소 법원에서 송달되는 문서를 잘 확인해 다툴 부분이 있는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기간 내에 이의신청해 바로 대처할 필요가 있겠다.

“DJ와 아버지의 유산, 민통선에서 평화를 농사짓다”… ‘DMZ 평화와인’ 저자 김덕배 [인터뷰]

“50년 전 아버지는 남북 평화의 시대를 내다보며 철원의 유산 속에 근면함과 성실함이라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또 DJ 선생님을 10년간 모시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와 화해, 용서와 통합 정신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두 분의 유산에 땀으로 일궈낸 포도를 와인으로 빚으며 ‘평화’라는 시대의 염원이 잘 숙성되길 희망합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으로 1980년 신군부 상황장교였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옳은 길’에 대한 강한 의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경험했다. 정치적 성공을 경험하다 돌연 자취를 감춘 그는 민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곳이자 태고의 신비를 품은 철원의 비무장지대에서 ‘평화 와인’을 빚는 농부의 삶을 살아간다.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또 장관급인 대한민국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덕배 전 국회의원(71)의 이야기다. 김대중 정권 탄생에 크게 기여하고 ‘성공한 정치인’으로 살던 그가 최근 도서 ‘DMZ 평화와인’을 펴냈다. “지금 시대에 김대중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며 평화를 논할 때라 생각했다”는 그는 최북단 철원 DMZ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빚는 과정 속 민족의 평화와 미래, 시대의 가치 등을 말한다. 철원 비무장지대 월정역 부근 ‘철원사랑농원’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대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강원도 철원에서 포도와 사과를 생산하며 ‘DMZ 평화와인’을 탄생시켰다. DJ로부터 평화정신을 배웠다면, 그의 아버지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일러줬다. 저자는 이 유산을 토대로 직접 재배한 포도에 평화 정신의 가치를 담아 와인을 빚어낸다. 아버지가 남기신 땅이자 그가 농사를 짓는 곳은 DMZ 민통선 라인에서 채 1.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철조망의 상처, 평화의 상징 두루미, 매일 양쪽에서 반복되는 각종 방송과 소음, 눈앞의 양 진영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저서 ‘DMZ 평화와인’엔 ‘성공한 정치인’으로 통했던 저자가 정치를 떠나 철원 DMZ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빚는 이야기,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 시대와 평화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책을 통해 동포의 평화에 대한 염원이 잘 숙성돼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엔 아버지와의 이야기, DJ와의 시간 등을 소회한다. 1장 ‘늦가을 와인의 향기’에선 스무살 저자가 아버지의 특별한 유산을 받고 인생 후반기 60세가 넘어 철원 DMZ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빚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2장은 ROTC 장교로 1공수여단 상황장교로 신군부 주역 이야기를, 3장은 작지만 알차게 성공시킨 개인사업과 저자의 JC(한국청년회의소) 이야기가 옮겨졌다. 4장은 DJ와의 만남과 정치적 여정, 5장은 DJ 퇴임과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하는 저자의 심정, 6장은 저자가 모셨던 DJ 대통령과 김원기 비서실장 등의 이야기가 실렸다. 7장은 저자가 꿈꾸는 미래와 희망이 그려진다. 특히 격변의 대한민국과 저자의 크고 작은 삶의 굴곡이 함께 맞물려 가며 새로운 가치와 이념, 시대 정신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치 대하소설처럼 느껴진다. 독자들과 함께 ‘평화 유산’과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저자는 오는 17일 오후 1시 30분부터 킨텍스 제2전시장 301호에서 ‘DMZ 평화와인’ 출판기념회를 열고 그 뒷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꿈꾸는 이들을 위한 무대... 용인서 ‘제2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 개막

용인특례시가 대한민국 연극의 주인공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제2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가 8일 오후 개막식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9일 시에 따르면 ‘대학연극, 르네상스를 꿈꾸다’를 주제로 전날 개막해 25일까지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용인특례시가 주최하고, 용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체류형 연극 축제이자 대학생 연극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생 연극 축제로 자리잡은 이 축제는 참가를 신청한 79개 대학팀에 대한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12개 팀이 연극제 기간 동안 각자 준비한 무대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대학생 연극인들이 상상력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을 펼치고, 청년들 간의 문화교류를 위해 기획됐다. 지난해 제42회 대한민국 연극제와 함께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대학연극제에는 42개 대학 팀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올해에는 79개 대학 팀이 지원, 대학 연극인들의 관심이 증폭됐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8일 시청 에이스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비롯해 임대일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 이화원 한국평론가협회 회장, 연출가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류근혜 상명대 이사장 등 연극계 인사와 대학생 연극인, 시민 등 약 400명이 참석했다. 개막환영 행사로는 용인문화재단 ‘아트러너’ 프로그램을 비롯해 총 15개의 체험부스와 생활문화동호회 3개 팀의 환영 연주회를 진행해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축하공연으로는 1회 대회에서 Best3에 선정된 단국대학교 팀의 ‘벽을 뚫는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본선에 오른 12개 대학의 창의성과 개성 넘치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개막 전부터 전체 티켓 예매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대학생들의 문화교류를 위해 수상작에 순위를 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쟁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이다. 본선에 진출한 각 팀에게는 시상금 400만원을 지급하며, 이 가운데 우수한 공연을 선보인 3팀을 ‘Best 3’로 선정해 학교 연극 발전 시상금으로 각 1천만원을 수여한다. 연기·연출 및 네트워킹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다섯 팀에게는 총 1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본선에 오른 작품은 ▲Once on This Island(명지대학교) ▲민중의 적(세종대학교) ▲The Social Dilemma : 1984(호원대학교) ▲오델로(동신대학교) ▲HEE(인류, 멸종 그리고 진화)(대진대학교) ▲어펙트론 클래스(서울예술대학교) ▲레드 채플린(경성대학교) ▲종의 기원(단국대학교) ▲태어나 이토록 바란 적(청주대학교) ▲친애하는 멜리에스(중앙대학교) ▲백두;한라(인천대학교) ▲덜미(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열 두개다. 참가 학생들은 오는 13일까지 용인산림교육센터와 용인자연휴양림에 머물면서 교류와 창작 활동을 하는 체류 프로그램 ‘스테이&플레이’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본선 공연은 16일부터 23일까지 ▲용인포은아트홀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 ▲용인문화예술원 마루홀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진행된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용인문화재단 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상일 시장은 축사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지만 인공지능이 흉내내기 어려운 장르 중 하나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연극제에 참가한 여러분들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여러가지 표정과 모습, 감정은 AI로는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므로 여러분의 무대가 매우 궁금하고 여러분들이 어떤 연극을 선보일지 호기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겹눈’의 소유자 서성란, 진실과 대면하는 글쓰기를 보여주다 [경기작가를 해석하다 ①]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예술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 작가의 출간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경기예술지원 1, 2차’ 사업에 선정된 작가 10명에 대한 기획 평론 시리즈 ‘경기 작가를 해석하다’를 연재한다. 5명의 문학평론가가 작가들의 창작 세계를 조명해 지역 예술 담론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서성란은 ‘겹눈’을 가진 작가다. 그는 199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한 이후 30년 동안 사실을 직시하되 쇠락과 노화의 풍경을 깊이 응시하며 공감과 상상 너머 진실과 대면하려는 글쓰기를 여일하게 보여줬다. 악성 치매노인(‘침대 없는 여자’), 죽음 앞의 인간(‘디그니타스로 가는 열차’), 이주여성·이주노동자(‘파프리카’ 및 ‘쓰엉’), 장애인(‘풍년식당 레시피’), 세월호 참사 희생자(‘유채’), 추방 입양인(‘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소설가 지망생(‘마살라’) 등 그가 소설로 형상화한 인물들은 그의 붓질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개인’으로 호명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의 출세작인 ‘파프리카’(2007년) 속 베트남 여성 ‘수연/츄엔’은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파프리카 줄기처럼 낯선 땅에서 자기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주여성을 은유한다. 그리고 ‘파프리카’의 문제의식은 장편소설 ‘쓰엉’(2016년)에서 더욱 심화됐다. 서성란은 ‘쓰엉’의 ‘작가의 말’에서 “‘파프리카’의 츄엔, 그녀는 쓰엉이 되어 내게로 왔다”고 썼다. ‘쓰엉’은 베트남어로도 출간됐다. 이처럼 서성란은 부름에 응답하는 행위야말로 책임감과 연결되는 문학의 윤리라는 점을 예민하게 의식하며 소설을 쓴다. 2022년 경기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소설집 ‘유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려는 글쓰기를 보여줬고 ‘쓰엉’에서는 ‘가일리’라는 공간을 통해 낯선 타자를 좀처럼 사회적 성원(成員)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안의 견고한 무의식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최근작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2024년)에서는 추방 입양인들의 ‘다중 소수자’로서의 존재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했다. 작품 제목 ‘이규호 노먼 테리어’는 ‘이규호’의 복잡한 고유성을 잘 드러내며 ‘당신의 존재는 죄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하지만 서성란의 글쓰기는 당위적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장편소설 ‘풍년식당 레시피’에서 상투적인 글쓰기에서 탈정(脫井)하며 ‘음식’(팥죽)이라는 코드를 통해 조각보가족(patchwork family)의 가능성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서성란이 어느 작품에서 “작가란 타인의 상처에 고통을 느끼고 아파 하는 사람”이라고 한 말은 서성란 글쓰기의 특장(特長)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공감과 상상 너머 ‘진실’과 대면하고자 하는 서성란의 글쓰기가 한국문학의 영토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국민 배우’ 신구·박근형, 인천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마지막 무대 선보인다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인천을 찾아 관객들을 만난다. 9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신구와 박근형은 리모델링을 마친 소공연장 재개관을 기념해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2일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투어의 일환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고 감동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될 예정이다. 특히, 신구와 박근형이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이기에,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장면이 될 전망이다. 이번 공연에는 신구, 박근형을 비롯해 김학철, 조달환, 이시목 등 기존 멤버가 그대로 출연해 오랜 시간 다져온 호흡을 바탕으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R석 6만원, S석 5만원이며, 예술회관은 소공연장의 새출발을 축하하는 마음을 나누고자 인천 시민 20%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인천문화예술회관 누리집, 엔티켓 등에서 예약 가능하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전국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연극에 최적화된 소공연장에서 재개관을 맞아 명작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구, 박근형 두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와 무대 위 존재감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수박 씨

수박 씨 김경옥 엄마 수박 속에 잠자는 아기 수박 살살 꼬여내어 밭에다 놀게 해줬다 푸른 싹 틔워보라고 줄기도 뻗으라고. 싹 트는 아기 수박 과일 가게마다 여름 과일이 풍성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수박이다. 덩치도 클 뿐 아니라 왕성한 초록빛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이 동시는 수박을 소재로 삼되 그 속에 들어있는 ‘씨’를 노래하고 있다. ‘아기 수박’이라고 한 것도 귀엽지만 이를 ‘살살 꼬여냈다’는 표현이 너무도 재미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꼬임의 목적이다. 그냥 놀자고 꼬여낸 게 아니라 스스로 생성의 맛을 느껴보라고 한 것이다. 이쯤 되면 꼬임 그 자체는 결코 지탄받을 일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다. 우린 누구나 어릴 적에 친구를 꼬여냈거나 꼬임을 당한 일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은 꼬임은 대체로 같이 놀자는 것이었을 것. 그게 친구였고, 꼬임을 당한 쪽도 즐겁기 그지없었다. 김경옥 시인은 시조가 전문 분야임에도 간간이 동시조(童時調)를 보여주고 있다. 동심을 한껏 우려낸 이 동시조의 매력은 귀엽고 재미있음에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 동시는 무엇보다도 귀엽고 재미있어야 한다. 간혹 문학성 운운하면서 어렵게 쓴 동시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느끼는 필자의 감정은 억지로 넘기는 알약과 같다. 요즘엔 알약도 넘기기 좋게 코팅을 해 제조한다. 동시도 그래야 한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수원향교

교동은 향교가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수원향교 입구엔 홍살문과 하마비가 있는데 이는 충절을 상징한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에 세운 공립교육기관으로 공자와 여러 성현의 제사를 지내고 지방 사람들을 교육하던 곳이다. 수원향교는 대성전을 비롯해 외삼문 동재, 서재, 명륜당, 내삼문 동무, 서무, 대성전 등 향교의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1787년 정조가 친림한 이곳은 대성전 아래로 유생들이 학문을 닦던 명륜당이 있는데 현재 다양한 시민 예절 프로그램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곁에 있는 유림회관의 시민교육 또한 활발하다. 이곳의 명륜대학에서는 유학반, 서예반, 다도반, 한문반, 한시반, 경전반 등의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 중이다. 또 성년이 되는 청소년에게 집체 성년례를 개최해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는 성년의 의미와 전통예절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향교 입구에 마을 공동체와 함께 벽화도 그리고 솟대도 만들어 세웠는데 아직 일부가 그 자리에 있어 흐뭇하다. 한 해의 반환점을 돈 후반부가 시작됐다. 온통 초록 물감을 칠해 놓은 듯 왕성한 풀과 숲은 무표정하게 살모사의 혓바닥 같은 햇살을 받아들이고 있다. 불변의 시간은 뻔뻔히 속도를 내고 욕망의 내재율은 점점 나약해져 인생의 종말이 예술의 상실이라는 만성적 자책감이 재발한다. 한심하지만 조촐한 타협을 하자. 새파란 수평선에 뜬 흰 구름처럼 깨끗하고 한결같이.

천재 음악가의 숭고함과 유머 엿보는 ‘로시니, 작은 장엄미사’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는 오페라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인물이다. 유려하고 경쾌한 선율과 밝고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음악을 남겼다. 특히 ‘세비야의 이발사’, ‘빌헬름 텔’ 등에서 볼 수 있듯 멜로디 구성에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뛰어난 천재성을 나타냈다. 부천시립합창단이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무대에 제176회 정기연주회 ‘로시니, 작은 장엄미사(Petite Messe Solennelle)’를 올린다. 공연은 김선아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피아노 문진호·이수경, 하모니움 양하영, 부천시립합창단이 함께한다. 장엄함과 유머, 성찰이 공존하는 로시니 말년의 걸작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작은 장엄미사’는 로시니의 말년을 장식하는 걸작으로 은퇴 후인 1863년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작곡됐다. 두 대의 피아노와 하모니움, 12명의 성악가를 위한 실내악 형식으로 쓰여 ‘작은(Petite)’이라는 제목이 붙었는데 구성과 감정의 밀도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로시니는 오페라 무대에서 물러난 뒤,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써온 성악, 실내악, 독주 피아노곡을 ‘노년의 죄(Péchés de vieillesse)’라고 자조적으로 불렀으며 작은 장엄미사는 그 ‘마지막 죄’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자필 악보 마지막 페이지에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숭고함과 유머, 성찰과 인간적 진솔함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 남겨져 있다. ‘오, 주님 (Bon Dieu) 여기 이 가련한 작은 미사가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쓴 것이 과연 성스러운 음악일까요, 아니면 신성모독에 가까운 음악일까요? 저는 오페라 부파를 위해 태어났다는 걸 주님도 잘 아시잖아요. 기교는 별로 없고, 마음만 조금 담았습니다. 저를 축복하시고, 천국에 들게 해주소서.’ 곡은 음악적으로 오페라 특유의 선율미와 라틴 미사의 전통이 조화를 이룬다. 부드러운 아리아와 장엄한 푸가가 교차하는 구조에다 로시니 특유의 멜로디 감각, 대담한 화성, 감성의 진솔함이 어우러져 미사임에도 인간미 넘치는 유머가 깃들었다. 부천시립합창단 관계자는 “로시니의 예술적 완숙기, 유쾌한 감성, 경건한 영적 성찰이 한데 어우러진 말년의 대표작으로, 희소한 편성과 깊이 있는 음악 언어를 지닌 합창 작품으로 음악사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며 “합창단의 이번 공연은 올여름, 특별한 음악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부천아트센터 누리집 등을 확인하면 된다.

“선율에 나눔 더해 지역에 희망 전하다”… ‘비플랫 색소폰 앙상블’ 혁킴 음악감독

오래된 고전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장면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악기가 있다. 감미로우면서도 부드럽고, 동시에 풍부하면서 강렬한 울림을 주는 색소폰은 감성을 전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어떤 악기 못지않게 연주자가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어 많은 이들은 인생에 한 번쯤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도전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색소폰을 매개로 지역에 따뜻함 나눔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6일 성남시 중원구의 한 교회에서는 ‘비플랫 색소폰 앙상블’의 봉사 연주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다양한 영화 음악에 사용된 발랄한 곡 “Can’t Take My Eyes off You”에 맞춰 어느 모자는 박수를 주고 받으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비플랫 색소폰 앙상블은 혁킴(김혁) 음악감독(서경대 교수)이 지난 2023년 창단한 아마추어로 이뤄진 색소폰 합주단이다. 15년 차 색소폰 연주자이자 재즈를 주 장르로 하는 김혁 감독은 성남에서 나고 자란 성남 토박이다. 그는 색소폰과 재즈라는 음악이 대중에게 조금 더 편안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성남아트센터를 주무대로 음악과 해설이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지휘자 겸 첼리스트 장한나가 이끄는 앱솔루트 클래식 오케스트라 색소폰 수석 단원 역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런 그가 자신이 운영하는 색소폰 아카데미의 회원들과 함께 ‘비플랫 색소폰 앙상블’을 창단한 배경은 음악을 통해 사회의 약자나 일상에서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이들에게 연주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지역에 재능 기부와 봉사를 하고자 하는 뜻이 한마음으로 통했다. 대부분이 성남 지역민들로 구성된 앙상블 구성원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성별도 다양하다. 학생부터 대학교수, 경찰 등 하는 일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만은 하나다. ‘비플랫’이란 이름에서부터 김 감독과 단원들의 지향점이 묻어난다. “비플랫(B-flat, Bb)에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음악에서 ‘플랫’이란 표기된 음을 반음 낮게 지시하는 기호입니다. 본래보다 한키 낮다는 의미의 ‘비플랫’에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전달하자는 의미와 함께, 음악적으로 ‘최고 중 최고(best of best)’가 되자는 의미를 함축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비플랫 앙상블은 아마추어 단체이지만 대중에게 들려줄 실력만큼은 프로를 지향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무조건 모임에 모두 참석해 합을 맞춘다. 대학에서 색소폰 전공생들을 가르치는 김 감독의 혹독한 훈련에 단원들은 때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은 오는 10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제4회 정기 공연으로 ‘혁킴&비플랫 색소폰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프로들만 서는 무대잖아요. 여기서 무대를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지역 중심의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단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저희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도 잊지 않을까요.” 약 6개월간 이들의 훈련이 담긴 이번 공연에서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 ‘미션’부터 ‘여인의 향기’ 등 추억의 음악부터 ‘테스형’과 같은 국내 대중가요 등 재치와 유머를 담아 대중이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펼쳐진다. “앞으로도 후학 양성으로 색소폰과 재즈라는 음악 장르가 대중에게 편안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나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또한 앙상블로 가까운 곳의 시민에서부터 지역 사회 나눔을 실천하며 관객뿐만 아니라 저희의 행복도 찾아갈겁니다.”

"무엇을 볼까?" 웃음과 감동 한가득...수원연극주간 8월10일부터 개최

수원문화재단은 다음 달 10일부터 23일까지 ‘2025 수원연극주간’을 개최한다. ‘수원연극주간’은 지역 극단과의 협업을 통해 수원 공연예술의 가치를 조명하고, 시민들의 연극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기획됐다. 올해는 총 5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 중 3편은 공연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2편은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와 협력한 찾아가는 공연으로 펼쳐진다. 수원연극주간의 문을 여는 작품은 8월 10일 빛누리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씨레온’의 현대서커스 ‘우산 아래’다. 관객의 소리와 움직임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관객참여형 퍼포먼스로,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관객의 소리를 수집하고 커다란 천으로 우산을 만들어 함께 감각을 일깨우는 무대를 펼친다. 16일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 마임이스트 옴니버스 공연 ‘움직이는 사람’의 ‘양미숙 마임(MIME) 컬렉션’이 정조테마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네 편의 작품을 통해 관객은 다양한 삶의 조각과 감정을 몸짓으로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무대는 23일 소극장 울림터에서 상연되는 ‘극단 메카네’의 연극 ‘죽음의 집’이다. 죽은 자들의 시선을 통해 존재와 기억, 선택의 의미를 조명하며, 초현실적 서사로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공연으로 인형극 2편이 유아 관객을 난다. ‘극단 애기똥풀’의 ‘호랑이와 도둑놈’은 허세 가득한 호랑이가 숲속 동물들에게 당하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곶감에 놀란 호랑이의 반전과 해학이 돋보인다. ‘극단 달빛’의 ‘호랑이 귀 빠진 날’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던 호랑이가 결국 지혜와 용기로 응징당하고 반성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안전 교육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2025 수원연극주간의 모든 공연은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찾아가는 인형극 2편은 어린이집 대상 공연으로 일반 관람은 불가하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을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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