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화성 성곽 주변은 개발이 어렵다. 이격 거리, 고도 제한 등으로 규제된다. 남수동 11-453번지도 그런 곳이다. 정비와 개발이 주민의 숙원이다. 거기 기대 충만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멋진 한옥마을 조성이다. 한옥 12개실, 수변 공간, 카페 등이다. 부지 면적 2천326㎡다. 숙박이 가능한 한옥 체험 마을이다. 수려한 한옥 전경은 실체를 드러낸 지 꽤 됐다. 지역민과 시민들이 개장을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째 공사를 하다 만다. 사업이 시작된 건 2021년 1월이다. 당초 개장 예정일은 2022년 10월이었다. 계산된 공사 기간이 1년9개월이다. 그걸 아직도 짓고 있다. 지금까지 4년6개월 째다. 현 상태 공정은 85% 안팎이다. 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시 관계자가 일정을 설명했다. “연말 완공을 달성해 조속히 개장할 방침이다.” 일단 2025년 연말까지 또 밀린 것 같다. 아파트 사업이 이랬다면 사달이 나지 않았겠나. 입주민이 단체 소송으로 끌고 갔을 일이다. 취재로 확인된 지체 사유를 좀 보자. 2021년 1월 사업 추진이 공개됐다. 사업비는 시비 202억원 포함해 238억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걸림돌이 생겼다. 문화재 조사가 지연됐고, 감리 용역이 두 차례 유찰됐고, 동절기 공사 중지 기간이 겹쳤다. 2023년 4월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개장 목표 2022년 10월을 넘겨 착공한 것이다. 화성 성곽과 지척에 있는 부지다. 문화재 조사가 엄격해질 가능성은 충분했다. 동절기 공사 중지도 뻔했다. 개장 목표 자체가 안이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2023년 말 한옥마을 운영 방식을 바꿨다. 직영에서 민간 위탁으로 변경했다. 여기서 사업자 선정, 설계 변경 등의 절차가 또 늘어났다. 새 민간사업자는 회랑, 갤러리형 카페, 객실 구성 변경 등을 요청했다. 개장 시기는 다시 2025년 4월로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3억여원의 예산도 새로 추가됐다. 민간 위탁으로 바꿨어야 할 큰 이유가 있었나. 직영에 심각한 문제라도 있었던 것인가. 일부러 질질 끌었을 리야 있겠나. 잘 해보려다 이렇게 된 것일 게다. 그렇더라도 지체가 과하다. 행정 신뢰를 중히 본다면 더욱 그렇다. 수원시가 먼저 수원시민에게 내민 약속이다.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장담했다. 개장일을 ‘2022년 10월’이라고 못 박은 것도 수원시다. 그래 놓고 3년을 끌고 있다. 설명도 잘 하지 않는다. 이해한 시민이 거의 없다. 그 사이 ‘수원 한옥마을’은 지체된 행정의 나쁜 예가 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이 또 ‘철수’했다. 당 혁신위원장직을 7일 사퇴했다.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당일이었다. 공식 사퇴의 변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는 설명을 했다. 비대위와의 인사 협의 과정의 문제를 말했다. 혁신위 인선이나 인적 청산에서 불거졌다는 주장이다.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사퇴에 앞서 당 비대위는 혁신위원 6명을 발표했었다. 이게 도화선이 된 듯하다. 안 의원은 ‘합의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게 전부는 아닌듯 하다. 기자와의 문답에서 ‘최소 1명에 대해서는 합의해준 바 없다’고 했다. 인선보다 인적 쇄신이 더 문제였다는 얘기로 들린다. 인적 쇄신안에 비대위가 ‘통과가 힘들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듣다 보면 결론은 ‘권한’으로 모아진다. 그도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선택은 스스로 정할 영역이다. 어줍잖게 평가하고 재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게 있다. 수도권, 특히 경기도에서 나왔던 기대가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버림받고 있다. 큰 선거마다 연패하고 있다. 총선(2024년), 대선(2025년)을 거푸 졌다. 123개 국회의석 가운데 19석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60석 가운데 5석이다. 그런데도 당은 여전히 ‘영남당’이다. 대선 패배 뒤 원내대표 선거를 했는데 영남 원내대표가 뽑혔다. 경기일보가 7일 자로 내년 지방선거를 분석했다. 2022년 구성된 경기도 시장·군수가 있다. 22명이 국민의힘, 9명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28명 이상 배출을 자신했다. 세 곳 빼고 휩쓸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현상유지’에도 조심스럽다. 그만큼 패배의식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이때 등장했던 ‘분당’ 안철수의 혁신위원회였다. 안 의원이 밝힌 구상도 듣기에 좋았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혁신위 예고였다. 그 약속에서 5일 만에 철수했다. 이날 그가 말했다.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 익히 알던 국민의힘의 한계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를 향하는 지적도 있다. ‘혁신위원장’을 덥석 받은 게 그 자신이었다. 인적 청산을 관철 못한 것도 그였다. 그의 책임도 있지 않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보는 질문이 있다. ‘안철수 의원에게 123석 거대 수도권의 희망 자격이 있는가.’ 안 그래도 패배의식에 빠진 경기도 국민의힘인데. 확 바꿔낼 그릇이 될 수 있는가.
2010년 지방 선거 때 무상급식이 있었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공약이었다. 1년 뒤 경기도와 시군 전체 문제로 번졌다. 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 670억원을 세웠다. 같은 액수의 예산 책정을 경기도에 요구했다. 경기도는 무상급식을 공약한 사실이 없다. 강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2010 지방 선거의 이슈로 등장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 후보들이 단체 공약으로 정했다. 결과는 무상급식 찬성,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 역사를 되새기는 것은 과한 설정일까. ‘도-교육청’이 서로 달리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연속 보도하는 생리용품 지원 논란이다. 정확히 보면 논란보다는 예산 분담 이견에 가깝다. 경기도가 먼저 시작한 사업이다. 분담 액의 상당 부분을 시·군에 넘겼다. 일부 시·군이 난항을 표시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 책임론이 등장하고 있다. 생리용품 사용 연령대가 초·중·고교 여학생이다. 교육청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민선 7기 경기도가 시작했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이다. 대상은 11~18세 경기도 여성청소년이다. 지원액은 월 1만4천원, 연 최대 16만8천원이다. 문제는 예산 분담이다. 경기도가 30%를 부담하고 시·군에 70%를 넘겼다. 경기도 사업인데 부담은 시·군이 더 크다. 2025년에 못 하겠다고 손드는 시·군이 나왔다. 수원·용인·고양·성남·부천·남양주·파주시 등 7개 지자체다. 지역 여론이야 뻔하지 않겠나. ‘왜 우리 지역만 안 주냐’는 원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7개 지자체 모두가 재정 규모가 크다. 성남, 용인, 수원은 도내 재정자립도 1, 3, 7위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수원, 용인, 고양은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다. 성남, 부천도 사실상 100만 규모 지자체다. 남양주, 파주도 북부 최대 인구 지역이다. 인구가 많으니 대상도 많고, 들어갈 예산이 엄청나다. 결국 ‘경기도교육청의 사업 참여’로 쏠렸다.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은 교육청의 분담 비율을 찍어 말했다. ‘현행 시·군 70%에서 교육청이 20%를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 566억원 가운데 113억원 정도다. 경기도교육청도 마냥 외면할 일이 아니다. 살폈듯이 초·중·고교 여학생이 대상이다. 수혜층이 학생과 학부모다. 대전·전남·광주·울산광역시교육청은 이미 치고 나갔다. 경기도의회가 ‘9월 조례 발의’로 압박해 오고 있다. 2010년 무상급식과 2026년 생리용품. 뜬금없는 비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상정해 보는 이유는 하나다. 선거에 엮여 들어가는 시점 때문이다. 현금성 복지는 실패 없는 매표 이슈였다. 늘 ‘주겠다’는 쪽이 ‘못 준다’는 쪽을 이겼다. ‘생리용품’도 그렇게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또한 지난 2일 경기도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및 주변 지역 등 발전계획 변경안 공청회’가 관련 시·군 공무원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 개최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경기 북부에선 총 22개소 1억390만㎡의 부지 반환이 완료됐다. 이 가운데 10개소 7천775만㎡의 매각이 완료됐고, 12개소 2천618만㎡는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 경기 북부에는 의정부 캠프 클라우드, 파주 캠프 그리브스, 동두천 캠프 님블 등 미군 공여 부지가 있다.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은 국회가 지난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반환기지 발전 지원을 추진키로 하면서 경기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들 공여지는 한국 측에 반환된 지 10년 이상 됐지만 각종 규제나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 등으로 개발이 지연돼 북부지역 주민의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국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국방부에 지시한 것은 중앙정부가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접경지에 평화경제특구를 조성하고 미군 반환 공여지와 주변 지역도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생태관광협력지구로 개발해 남북 평화교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경기 북부지역 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2일 공청회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개발 계획이 자주 변경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 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일부 계획에는 해당 공여지 명칭 자체가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사례도 지적됐다.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공청회와 토론회가 개최됐지만, 실제로 가시적인 진척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관계 당국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경기북부는 접경지역으로 경제적, 일상적 피해가 매우 큰 곳이다. 특히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있을 경우, 이들 지역 주민의 삶과 경제는 상당한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경기도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국방부 등 관계 중앙 부서와 긴밀히 협의해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계획을 조속히 성안, 시행에 옮겨 경기 북부지역 발전의 실체를 보여 주기 바란다.
원삼면 죽능리 발전소 공청회가 열렸다. 반도체 산단 내 조성되는 시설이다. 14만7천926㎡ 크기의 LNG열병합발전소다. 발전용량은 1천50MW, 517.3Gcal/h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공장에 공급된다. 한국중부발전㈜와 SK이노베이션㈜가 사업시행자다. 지난 5월22일 1차 공청회가 예정됐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2일 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의 집단 행동이 있었다. 용인 원삼면 9개리 주민들의 반대 표명이었다. 주민들의 주장을 정리해보자. 주민 동의 없는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중단이 있다. 발전소 건립 계획 전면 재검토 요구가 있다. 환경·수질 등 정밀 조사 및 피해 예측 자료 공개 및 대안 마련도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안성 주민 목소리도 있었다. 양성·고삼·보개면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다. 비대위는 고압송전선로 전력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원삼면 발전소는 잉여 전력 생산용이라는 것이다. 이를 판매해 수익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성시민의 반대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발전소 인근 보개면 등의 피해 우려다. 분진과 유해가스 등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또 반도체 폐수, 온배수 방류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안성 고삼호수를 관통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성 주민 의견이 배제됐다는 문제점도 강조했다. 이 부분은 안성시의회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사업시행자 측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협의·조율을 거쳐 ‘최대한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에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것은 없다. 모두 절박하고 필요한 요구 사항일 것이다. 당연히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는 모두가 궁금한 부분도 있다. 이날 비대위가 주장한 ‘잉여 전력’의 진실이다. 안성을 통과하는 고압송전선로가 전력을 공급한다. 이 전력만으로 산단 가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설명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공급량과 수요량을 비교해주면 된다. 사업시행자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일이다. 잉여 전력을 판매할 것이라는 비대위 주장도 그렇다. 산단 가동과 상관 없는 잉여 전력 생산용 발전소인가. 그렇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발전소 건립에 따르는 현실적인 피해는 있다. 이 피해를 강요하려면 그만한 당위성이 필요하다. ‘전력 장사’는 이 범주에 들지 않는다. 사업과 규모 등의 전면 재검토가 논의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산단 가동에 필수적인 시설이라면 어떤가.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이 있어야 산단이 가동된다면 발전소는 건립돼야 한다. 협의와 조율의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원삼 발전소 건립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잉여 전력 주장’의 실체가 설명돼야 한다.
당분간 추가 민생지원금 시행은 없을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보면 그렇다. “일단 추가로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명확히 했다. 그 이유로 녹록지 않은 재정 상황을 들었다. 효과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SOC 예산이 효과가 더 크다는 견해에 대해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다만 민생지원금의 소비진작, 소득지원 효과를 강조했다. 효과 전망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높을 것이다.” 많이 달라진 느낌을 줬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역력했다. 어려운 재정 상황과 연계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의 핵심은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전국민 1인당 15만원 이상 선택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13조여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22대 더불어민주당의 1호 당론이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집권 초기 추경인 만큼 이 약속에 맞춰졌다. 그랬던 과정에 비하면 분명한 변화다. 민생지원금 지급을 할 상황을 안 만드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잘한다면 민생지원금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정의 경험도 소개했다. “(경기도민에게) 10만원을 지급한 경험이 있다”며 “골목상권 등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경기도는 지원금을 지역개발기금에서 차용했다. 경기도는 지금도 연 3천억여원씩 갚고 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통령이다. 선거 정국에서는 긍정적 부분만을 부각했다. 이제는 정권을 책임진 입장이다. ‘재정 부담’을 고백한 배경일 것이다. 이날 마침 주목을 끄는 통계 하나가 공개됐다.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꿔 쓴 차입금 실태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공개했다. 새 정부 첫달인 6월에만 18조원을 빌려 썼다. 세입과 세출의 일시적 시차를 메우는 수단이다. 정부가 쓰는 마이너스통장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도 늘 사용하던 자금이다. 다만 그게 첫달부터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말 빚 55조원을 전부 상환했다. 대선 기간 5월에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 빚은 ‘0원’이었다. 지난달 26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이렇게 강조했다. “경제 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재정 투입을 예고하는 듯한 연설이었다. 일주일 만에 확 달라졌다. 재정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추가 지원금 지급이 없음을 밝혔고, 파급 효과의 다변성도 인정했다. 옳은 판단 아니겠나. 이 판단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국회가 13조원의 민생지원금을 의결했다.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씩 주는 돈이다. 예산은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당초 중앙정부 10조원, 지방정부 3조원으로 배분했었다. 지방정부 부담을 줄이자는 지적에 따라 바뀌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6천억원도 통과시켰다. 두 예산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정책이다. 곧 본회의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달 중순께 전 국민에게 지급될 전망이다. 기대하고 있는 국민이 많다. 옳고 그름을 토론할 계제는 아니다. 하지만 지적해둘 일이 있다. 도저히 이해 못할 국민의힘의 대처다. 이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반대해 왔다. 2024년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때부터 그랬다. 22대 총선의 민주당 공약이었다. 그해 8월2일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현금 살포법’이라며 반대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까지 동원했다. 당일 법안 표결에도 불참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달랐다. 1일 행안위에 참여해 통과시켰다. 작년에는 ‘나랏빚으로 이재명 빛내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 안기는 법’이라고도 했다. 내용은 이번에도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나랏빚’ 늘어나는 일이고, ‘미래세대’에게 부담 주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돌아섰다. 입장이 바뀔 것이라는 조짐도 설명도 없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보는 국민이 의아하다. 내놓는 설명이 궤변이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말했다. “의석수상 저희가 반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합의 처리가 아니라 절차적인 협조를 하는 것이다.” 또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국가채무를 동원한 소비쿠폰 예산은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용상으로 선명한 반대를 남긴다”는 말도 남겼다. 같은 당 이성권 의원의 발언도 있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다... 정부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짐작 못한 건 아니다. 선거 때마다 ‘현금 지원’이 등장했다. 그때마다 국민의힘이 보인 루틴이 있다. 처음에는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찬성으로 바꿨다. 어떤 때는 민주당의 ‘현금 지원’을 베끼기도 했다. 표를 의식한 타협이었다. 이번도 그런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입장 변경에 대한 절차와 설명이다. 보수의 가치와 관련된 문제다. 당론과도 같았던 입장이다. 그걸 바꾸려면 절차와 설명이 있어야 했다. 의석수가 적어서 반대하지 못했다는 해명. 이 논리면 이재명 정부 내내 야당은 없을 것이다. 제2 지원금, 제3 지원금도 계속 견제받지 않을 것이다. 이런 보수·야당이 존재할 이유가 있나. 지금의 107석도 후해 보인다.
양자통신은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저가 일치할 때만 정보가 공유된다. 양자키 분배(QKD)라는 원리다. 해킹을 통해 암호를 알아낼 수 없다. 양자 노이즈가 해킹 시도 자체를 경고한다. 최고 안전 통신 기술이다. 안전이 생명인 분야의 필수 기술이다. 당장 정부 기관, 금융 기관, 군사 통신, 우주 통신, 데이터센터 등에서 절실하다. 바로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경기도 행정이 뛰어들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SK브로드밴드와 합쳤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될 영역은 자율주행차량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되는 최첨단 교통수단이다. 이미 실생활에 사용 중이거나 적용 단계에 있다. 그런데 여기 난제가 있다. 통신 해킹이다. 해외에서 원격제어권 해킹이 여러 차례 시연됐다.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이다. 이를 보완하려는 실증 프로젝트다. 자율주행차량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는 작업이다. 실증 기관은 판교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실증 차량은 판타G버스다. 이번 사업이 실증하게 될 기술의 내용을 보자. 양자키분배와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동시에 적용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적 시도다. 새 정부 공약에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이 있다. 그 세부 목표로 ‘양자정보통신기술(ICT)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도 있다. 그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업이다. 때마침 과기부 산하 기관의 ‘2025년 수요기반 양자기술 실증 및 컨설팅’ 공모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선정됐다. 양자정보통신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무궁무진한 먹거리를 산출할 수 있다. 경기도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런 산업 토대를 위한 구상까지 포함됐다. 서울~판교~대전 간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와 연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도내 중소기업이 실증기술을 직접 활용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장비 제조사, 통신사, 연구기관, 양자기술 기업 등과의 연계도 밝히고 있다. 양자 산업 생태계를 경기도에 만드는 밑그림이다. 경기도는 첨단 산업·연구 인프라의 보고다. 이 조건을 창조적으로 결합해냈다. AI, 양자통신은 선점이 필요한 미래 산업이다. 이걸 경기도로 끌고 오는 시도다. 정부 공모에 선정돼 18억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구호가 아닌 내용으로 증명한 행정이다. 무엇보다 평가할 부분은 첨단 기술을 교통 행정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도민의 편의·안전·생명에 직결되는 영역을 선택했다. 막연할 수도 있는 ‘AI 시대 행정’이다. 경기도가 그 길을 앞서가고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양자(量子)와 행정(行政)의 결합. 말로만 떠드는 ‘AI’시대 행정이 가져야 할 발상의 전환이다. 경기도민의 아낌 없는 칭찬을 추천한다.
묘지를 택하는 방식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눈 녹는 곳이 있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적은 곳이다. 이곳을 어르신들의 묘지로 선택했다. 마을 최고의 길지는 ‘죽은 자’에게 주어졌다. 장례문화의 숭고함이란 게 그랬다. 지금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옛이야기다. 요즘은 매장 묘지 조성 허가 자체가 어렵다. 매장도 크게 줄어 전체 장례의 5% 정도다. 2023년 경기도에서 7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95%인 7만1천명이 화장을 택했다. 언제부턴가 이 화장의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전통적인 장례 절차는 ‘3일장’이다. 이 기간 내에 장례를 마치는 게 점점 빠듯해진다. 경기도민의 3일 차 화장률이라는 게 있다. 2021년 88.1%, 2022년 73.3%, 2023년 71.5%다.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다. 장례가 몰리는 시기에 사정은 더하다. 이를테면 2023년 12월의 3일 차 화장률이 46.8%였다. 절반 넘는 망인이 화장장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 간단한 이유다. 화장장이 부족하다. 경기도의 한 해 평균 사망자는 7만5천명이다. 현재 종합화장시설은 네 곳에만 있다. 수원, 성남, 용인, 화성이다. 서울 이북, 경기 북부에는 한 곳도 없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원정 화장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하다 하다 장례에서까지 차별을 받는가. 그렇게 볼 건 아니고, 관건은 화장장이다. 인접 시·군끼리 설립·사용하는 화장장을 만들면 된다. 화성(함백산추모공원)도 7개 시·군이 함께 만들었다. 북부 7개 시·군의 광역화장장이 양주에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멈춰섰다.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도청에 ‘장사시설 백지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남부에서도 그렇다. 용인에 봉안시설이 추진되다가 무산됐다. 경기도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평택, 안성 등에서의 장사 시설 추진도 힘겹다. 다 주민 반대 때문이다. ‘화장장 오면 집값 떨어진다’며 결사 반대다. 전문가들은 장사시설에 대한 ‘계몽’을 말한다. ‘설명해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씨도 안 먹힐 소리다. 그렇게 풀어냈던 예도 없다. 관건은 입지다. 그리고 그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행정기관이 ‘찍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힘겹더라도 주민과 소통하며 찾아가야 한다. 때마침 화장장 부지를 확정한 이천시립화장장이 그랬다. 2019년 ‘부발읍 수정리’를 찍어 추진했다. 인근 여주 주민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2024년 ‘구시리 화장시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마침내 ‘호법면 단천리’로 확정했다. 이제 이천시가 자랑한다. ‘전국 최초 주민 제안 방식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공무(公務)임을 잘 안다. 인내가 필요한 지난한 사업이다. 말로 다 못할 어려움도 있다. 그렇더라도 ‘원정 화장’을 보고 있을 순 없다. 생애 주기의 마지막 복지다. 처음부터 주민들과 같이 추진하길 권한다. 그런 화장장 추진이 대체로 성공했다.
이구동성으로 ‘초강력 대출 규제’라고 평한다. 그만큼 내용이 강력하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을 넘지 못한다. 소득이나 주택 가격에 상관 없는 한도다. 액수로 정한 대출 규제는 전례가 없다. 또 대출로 집을 사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119% 올랐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이번 대출 규제의 강도를 설명하는 비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규제 28번을 모두 합친 것만큼 강력할 것이다.’ 이번 처방을 부른 것은 주담대의 폭발적 증가다.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이 5천8천억원 증가했다. 월말 증가폭은 6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 증가폭이 9조7천억원이었다. 그 후 10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여기에 정부가 20조2천억원의 추경을 상정했다. 언제든 주택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이다. 이를 감안한 이재명 정부의 선제 조치다. 시장의 반응이 확연하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았다.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하다. 주택 공급 부족 전망도 그대로다. 강력한 대출 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것이 ‘풍선 효과’다. 아파트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의 시장 이동이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이른바 ‘불장’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으로의 소비 이동이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가 주목된다. 여기에 우리 관심 지역인 경기도가 추가된다. 서울보다 낮기는 해도 최근 집값이 꿈틀대는 지역이 여럿이다. 성남 분당구는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서현·수내동이 올랐다. 과천시는 원문·중앙동, 하남시는 창우·학암동, 안양 동안구는 평촌·관양동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6월 4주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수치로 확인된 지역이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이상 조짐’ 지역도 여러 곳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취임 40일 만에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그것은 취임 24일 만에 나왔다. 내용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역설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의 이상 조짐이 그만큼 심각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풍선 효과 우려를 언급했다. “풍선 효과가 혹여 나타나더라도 추가 보완 조치를 할 것이다.” 매주 회의를 통해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 점검의 핵심에 ‘경기도 풍선 효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