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에서 경기국제공항은 어려울 듯하다

과거 어느 때보다 공약 비중이 작았던 선거였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모든 게 끝났다. 공약집이 사전 투표 하루 전에야 발표될 정도였다. 많은 지역 공약이 토론도 없이 묻어 갔다. 그중 하나가 ‘중부권 거점 공항’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의 청주지역 공약에 이렇게 돼 있다. ‘민항기 전용 활주로 확보로 증가하는 이용객 수용 및 국제 노선 취항 확대’, ‘청주공항을 중부권 거점 공항이 되도록 지원’. 청주시 지역 공약 9개 가운데 1호 공약이었다. 경기도, 수원·화성시에는 경기국제공항이 있다. 수도권 등 중부권의 항공 물류 거점 구상이다. 수원에 있는 군공항 이전에서 비롯된 청사진이다. 화성시 매향리 일대가 후보 지역으로 얘기된다. 물론 화성시와 화성지역 정치권은 반대하고 있다. 이 지역은 청주공항과 불과 8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첩된 SOC 투자가 예상된다. 선택적 접근이 불가피해졌다. 바로 이 선택에서 이재명 후보가 ‘청주공항’을 고른 것이다. 경기국제공항의 대선 유탄이다. 여기에 경기도의회의 이상 기류도 있다. 경기국제공항 관련 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다. 도의회 민주당 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10일 도의회에서 다뤄질 수 있다. 해당 조례는 김동연 지사의 국제공항 초석이다. 관련 시책 추진,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가 담겨 있다. 물론 조례 폐지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요인이 있다. 수요 예측 변화, 강화된 안전성 확보 등의 변수가 고려됐다. 그렇더라도 ‘김동연표 경기국제공항’이 받을 타격은 크다. 수원지역 정치권의 구상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으로 ‘청주공항 육성’을 선언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알고 있었어야 했다. 알았다면 충분히 토론하고 대응했어야 좋았다. 촉박한 대선에서 그런 모습은 없었다. 그나마 위로를 삼는다면 ‘군공항 이전 지원’ 공약이다. “수원의 군공항 이전 및 이전지의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있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군공항 이전을 선정해줄 희망이 남는다. 새 정부를 끌어가는 틀은 국정 과제다. 국정 과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공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공항 문제를 정리했다. 청주시에는 ‘국제공항 육성’ 지원을, 수원시에는 ‘군공항 이전’ 지원을 약속했다. 현실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이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 정책 전환을 보면서)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희망고문이 아닌 실현 가능성을 볼 때다.

[사설] 또 다른 경선자 김동연의 미래, 연임? 재보궐?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입각설이 나온다. 새 정부의 첫 행정안전부 장관 하마평이다. 김 전 지사는 경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경쟁했다. 균형발전론인 메가시티를 주장했다. 경선 최종 결과는 3위였다. 패배 이후 이재명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약점이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2년간 복역했다.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난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6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여권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친문 핵심 인사다. 어차피 최종 판단은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몫이다. 관심은 그게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또 다른 경선 경쟁자인 김동연 경기지사의 위치다. 당내 경선에서 김 전 지사보다 앞선 2위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상호 방문 등의 교감을 과시했었다. 그런 만큼 새 정부에서의 역할 또는 비중에 관심이 컸다. 현실적으로 김 지사는 현직 경기지사다. 입각할 것도 아니고 부여될 직위도 없다. 그럼에도 김 지사를 향한 눈길은 있다. 새 정부와의 교감을 가늠하려는 셈법이 많다. 어차피 그의 향후 정치는 ‘포스트 이재명’이다. 공언한 바 없지만 부인한 적도 없다. 이를 위한 정치적 가설도 있다. 그중 하나가 경기지사 연임 도전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연임에 도전할 거란 예측이다. 임기 1년짜리 산하기관장을 물색하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 이번 대선으로 경기도지사의 중량감은 극대화됐다. 경기지사 출신 두 명이 기호 1, 2번이었다. 대선의 결과도 1천300만 경기도민이 흔들었다. 경기도 득표율 52%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경기지사’의 정치적 매력이 더욱 커졌다.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셈이다. 3~4명의 정치인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연임 희망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후보 적격’을 묻는 교체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결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아니겠나. 엊그제는 재보궐선거 얘기가 들렸다. “지사 연임을 가장 희망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재보궐선거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김 지사와 우호적 관계인 도내 한 정치인이 소개한 가능성이다. 재보궐선거가 예상되는 곳은 도내 2~3개 지역이다. 상황에 따라 이 지역에 뛰어들 가능성을 점치는 것 같다. 이래저래 궁금해지는 김동연 지사의 정치적 미래다. 경선 3위 김경수 전 지사는 입각설이 나왔는데, 경선 2위 김동연 지사는 여전히 조용하다. 새 정권 옆자리에 서 보려는 정치. 그 유치한 다툼에는 이유가 있다. 유권자가 그걸 권력의 순서로 여겨서다. 김 지사는 어떨까.

[사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 가치 돼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를 갖고, 한미동맹 강화 및 경제 현안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하며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양국 정상은 앞으로도 한미동맹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특히 통상 현안 중 하나인 관세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조속한 합의 도출을 위해 실무 협상을 독려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라고 강조하며 양국 간 신뢰와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미국 방문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특별한 동맹인 한미관계는 자주 만나 협의할수록 더욱 강해진다”며 긍정적으로 화답을 했다. 따라서 양국 정상은 다자회의나 양자 방문 등의 계기를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직접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은 보훈의 달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나선 군 장병과 젊은이’를 언급하면서 호국의 넋을 위로함과 동시에 이들의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을 약속했다. 사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들의 참다운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과 더불어 6·25전쟁 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된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한미동맹으로 인한 튼튼한 안보 덕분이다. 미국은 6·25전쟁 개전 초기부터 참전했을 뿐만 아니라 유엔군의 주력부대였다. 휴전 이후에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복구하는 데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원조를 해 강력한 국가 재건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등장했으며, 특히 북·중·러 삼각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최근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항공모함을 투입해 군사훈련을 할 정도로 대만해협의 긴장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함에 있어 절대적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예고하고 있음을 이 대통령은 심각하게 인식해 한미동맹 강화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설] 경기도 국민의힘, 개혁 없으면 내년에 절멸한다

대통령선거는 이재명 정부를 남겼다. 경기도 정치에는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다음 선거는 2026년 지방선거다. 도지사, 시장·군수와 도·시의원을 뽑는다. 시민의 관심은 31개 시·군의 단체장선거다. 1년을 앞두고 실시된 21대 대통령선거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경기도 전역에서 크게 졌다. 표 차이가 131만여표다. 전국 표 차이는 289만여표다. 전국 차이의 절반이 경기도에서 난 셈이다. 31개 시·군 중 26곳이나 졌다. 이 표심이 유지된다면 경기도 국민의힘의 1년 뒤도 절망적이다.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 괜한 소리다 싶으면 실상을 더 들여다보자.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윤석열)이 승리했다. 그때도 경기도에서는 민주당(이재명)이 이겼다. 5%포인트 이상의 일방적 차이가 났다. 그게 이번에는 14.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역별 분포도 완전히 기울었다. 그때는 양평·가평·연천 3개 군과 여주·과천·용인·포천·이천 5개 시가 국민의힘이었다. 이 중에 용인·포천·이천이 민주당으로 변했다. 단순 대입해 보면 5~6개 지역만 남는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그랬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53석을 석권했다. 국민의힘은 6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1석은 개혁신당이었다. 최근에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이겼던 선거는 2024년 지방선거다. 31명의 시장 군수 가운데 21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은 10명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선거였다. 속칭 ‘권력 허니문’ 효과를 봤다. 내년에는 이게 민주당 쪽일 수 있다. 어느 하나 유리한 조건이 없다. 그래도 말하는 희망은 있다. ‘교차 선택’ 심리다. 표심은 중앙과 지방을 견제 관계로 본다. 현재 경기도는 중앙권력과 국회권력이 모두 민주당이다. 지방권력을 배려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다. 내년 6월이면 이재명 정부 1년이다. ‘권력 허니문’이 희박해질 수도 있다. 권력 견제가 작동할 수도 있다. 새 정부 신선함도 가실 수 있다.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교차 선택’ 기대다. 이 기대도 받아들일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 그게 뭘까.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당 쇄신이다. 천막 당사나 당명 변경을 넘는 내용의 변화여야 한다. 이런 수준의 개혁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윤·비윤이 싸우고 친한·반한이 대립할 텐데. 건설적 쇄신이 아니라 당권 쟁탈전으로 흐를 텐데. 그 싸움에서 하루가 초조할 건 시장 군수다. 패배의 날을 넋 놓고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시장 군수들이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중앙당을 향해 목청을 높여야 할 것 같다. 이 말고는 수가 없다. 경기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있다. 그들이 말하는 ‘내년 선거’의 조건은 똑같다. ‘당을 해체 수준으로 바꿔라.’

[사설] 당당하고, 풍요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희망한다

돌아보자.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등을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의 즉각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국회가 무효를 의결했고 6시간 만에 끝났다. 2024년 12월14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이후 대한민국은 찬탄·반탄으로 쪼개졌다. 서로 미워하고, 비난하고, 혐오했다. 결론은 2025년 4월4일 파면으로 끝났다. 분열은 곧바로 대선으로 이어졌다. 옳고 그름에 대한 소신은 틈이 없었다. 계엄 적법성에 대한 토론도 허락되지 않았고, 탄핵 정당성에 대한 의견도 말하기 어려웠다. 주장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됐다. 12·3 계엄 이후 6·3 대선까지 쭉 그랬다. 역대급으로 높아진 투표율의 씁쓸한 이면이다. 그 기나긴 분열의 시간이 끝난 것 같다. 투표가 만든 결론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여야 할 순간이다. 이제 12·3 계엄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 된 국가로 돌려야 한다. 당장 새 정부 앞의 현안은 트럼프발 무역 위기다. 보복·상호 관세로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계엄-탄핵-대선’이 이 공세를 유예받은 감이 있다. 엊그제부터 미국이 청구서를 만지작거린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등장했다. 전투 여단의 영구 철수 가능성도 나온다. 한미 핵 억제 메커니즘의 약화도 우려된다. 트럼프의 긍극적인 목표는 경제 압박이다. 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과 무역 협상 고지 선점이다. 당당함과 지혜로움이 요구된다. 새 정부의 복지 정책 검토도 주문한다. 기초연금 감액 폐지,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아동수당 대상 18세 연장, 청년 구직 지원금 증액 등 많은 복지 공약이 있었다. 복지의 한계는 경제력의 한계다. 국가 채무가 지난해 말 1천175조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46.1%에 달한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공약이다. 규모에 맞는 재검토와 재설정이 필요하다. 공약 철회의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필요하면 고민해야 한다. 선거 기간 가장 많이 흔들렸던 것이 정의다. 살폈듯이 대선의 시작이 계엄과 탄핵이었다. 법이 지배한 제 21대 대선이었다. 사법부 스스로 논란을 야기한 측면도 있었다. 이제는 모두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상식이 전제돼야 한다. 그 상식은 국민이 보는 눈높이와 일치한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균형을 이루는 게 민주 국가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기본 뿌리다. 새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결단해야 한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재명 후보가 말했다. “당선된다면 경제 상황 점검이 첫 번째 지시가 될 것이다. 개혁보다 민생이 급하다.” 모든 구호 가운데 가장 절절히 와닿는 화두다. 높은 투표율에 투영된 국민의 기대도 이 화두와 정확히 맞닿아 있을 것이다.

[사설] 경기도민에 특별했던 대선, 투표 참여가 마무리다

곳곳에서 선거 벽보가 찢겨 나갔다. 상대 후보에 대한 극단적 혐오 표출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범죄는 203건이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접수된 대선 사건이다. 가장 많은 유형이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이다. 179건(185명)으로 전체 88%를 차지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현재 99건을 접수했다. 역시 전체 87.8%인 87건이 벽보·현수막 훼손이다. 선거폭력, 허위사실 공표, 금품수수, 선거운동 기간 위반, 기타 등도 있다. 선거 벽보가 부착된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경기지역 1만7천837개소에 붙었다. 현수막은 지난달 12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게시됐다. 한 남성은 아홉 차례에 걸쳐 벽보를 훼손했다. 커터칼, 손, 지팡이 등으로 벽보를 훼손했다. 특정 후보의 현수막을 라이터로 태운 유권자도 있었다. 벽보 등 훼손은 비교적 가벼운 행위로 여겨진다. 우발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 정치적 양극화 심화가 부추긴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짧지만 격렬했던 선거운동이 끝났다. 오늘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대선이 경기도민에게 주는 의미는 대단히 특별하다. 유력 후보가 모두 경기도와 연을 맺었다.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는 민선 7기 경기지사였다. 성남시장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역임했다. 기호 2번 김문수 후보는 민선 4·5기 경기지사였다. 부천 소사구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 기호 3번 이준석 후보도 경기도 정치인이다. 화성시을(동탄)이 지역구다. 같은 광역지자체의 전직 단체장 간 대선은 처음이다. 두 후보의 도정 실적이 곧 평가의 잣대다. 신개념 복지가 이재명 도정이다. 기업·일자리 유치가 김문수 도정이다. 경기도민이 기억으로 갖고 있는 가까운 모습이다. 다른 지역 유권자는 생각 못할 만큼 생생하다. 그런 만큼 부정적인 도정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다. 이재명 후보의 법카 유용 논란이나 김문수 후보의 소방관 통화 논란이 그런 경우다. 너무 가까운 기억이 네거티브를 부른 역작용이다. 현수막 훼손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있었다. 선거운동 내내 경기도에서 불거진 상호 혐오다. 이제 모든 절차를 끝낼 순간이다. 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의 가장 숭고한 절차가 선거다. 그 정점에서 행해지는 행위가 투표다. 아쉬웠던 경기도민만의 특별한 대선도 이제 마지막 행위만 남겨 놓고 있다. 빠짐 없이 참여해 질서 있는 투표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1천300만 경기도민 민주주의’가 좋게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사설] 유시민·윤석열, 지지자 애먹이는 X맨 됐다

유시민의 ‘말’에 지지를 바꿀 유권자가 있을까. 윤석열의 ‘등장’에 돌아설 지지자가 있을까. 있다면 판세를 바꿀 정도의 비중이 있을까. 돌이켜 보면 돌발변수 없는 선거는 없었다. 많은 경우 그게 ‘말’ 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거판을 바꾼 결과는 예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말’ 또는 ‘행동’은 예민했다. ‘아군 진영’에서 시작된 사달이라 더 그랬다. 지지자들에게는 속타는 내부 총질이었다. 이번에는 ‘유시민 말’, ‘윤석열 등장’이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이랬다. “...설난영씨의 인생에서는 거기 갈 수 없는 거예요. 이 사람이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어요. 이제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죠.” 김 후보를 ‘학출(대학생 출신) 노동자’로, 설씨를 ‘찐(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출신) 노동자’로 구분했다. 여고 졸업 이후 공장 노동자였던 신분을 논리 출발로 삼고 있다. ‘180석’(2020년), ‘60대 썩은 뇌’(2004년)도 그의 과거 설화였다. 노동자 대표 양대 노총이 들고 일어났다. 한국노총은 ‘계급·성차별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여성·노동자 비하’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비난을 넘어 선거 막판 이슈로 몰고 간다. ‘고졸 유권자 분노했으면 투표장으로 가자.’ 수원 등 도심에 등장한 현수막이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에서도 ‘진보 진영 스피커들의 말조심’을 주문했다. 이재명 후보도 “(유 작가가) 사과했으니 국민이 용서할 것”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사흘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오는 6월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셔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시기를 호소드린다.” 직접 밝힌 것은 아니고 대독이었다. 전광훈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에 보낸 메시지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최대 공격 포인트다. ‘김건희 여사 잡음’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다. 민주당이 기다렸다는 듯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입장이 분노에 가깝다.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사실 윤 대통령의 등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1일에는 갑자기 서울의 극장을 찾았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영화였다. 그때도 대선판은 ‘계엄·내란’으로 확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이런 배경을 ‘본인 정치’로 보기도 한다. 내란 재판 등 추후 고된 일정이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한 지지자 규합·유지가 목적이라는 추론이다. 유시민 작가. 선거 때면 도지는 관심일까. 아니면 고도의 화두 몰기일까. 윤석열 전 대통령. 여론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만의 정치셈법일까. 막판에 등장한 ‘X맨’들 ‘활약’에 두 정당이 애를 먹고 있다.

[사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국가 미래 결정한다

6·3 대선이 오늘 자정을 기해 22일간의 열띤 선거운동을 끝내고 내일 대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게 된다.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는 34.74%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대 대선의 36.93%보다 2.19%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번 대선에서의 사전투표율이 종전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관리 부실로 인해 확산된 사전투표 불신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조기 대선이 결정된 원인도 있지만,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에 비해 정책경쟁이 실종된 선거라는 오명은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치열한 정책경쟁은 실종되고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돼 유권자들의 실망은 크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정책경쟁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가는 선거공약집이 사전투표 직전에 발간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사전투표 사흘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하루 전에야 공약집을 내놨다. 공약집 내용도 공약 이행에 따른 재정조달 계획 등 구체성이 떨어진 급조된 공약이 많아 집권 시 이렇게 부실한 공약이 과연 어떻게 실제 정책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 지극히 우려된다. 이번 선거는 내일 투표가 끝나면 개표 종료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당선인 결정을 선포하게 된다. 이후 즉시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정권인수위원회 구성도 없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급조된 공약을 가지고 섣부른 정책 집행을 하게 되면 어려운 민생경제는 물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갖게 될 것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통해 정책경쟁이 아닌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여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실망시켰다. 특히 후보자들에 대한 비호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 상당수 유권자들의 기권이 예상된다. 유권자는 이제라도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최선(最善)의 후보자가 없으면 차선(次善)의 후보자에게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이는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귀중한 주권 행사인 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 대표들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 시 투표에 대한 최종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는 국가 미래가 선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 귀중한 주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사설] 성남시, ‘민원 해결’에 ‘발전 사업’을 반려하다

성남시가 한국남동발전㈜의 사업 계획을 반려했다. 도시계획시설 실시 계획 변경인가 신청이다. 접수된 지 1년3개월 만에 내린 결정이다. 분당복합발전소를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1993년부터 가동된 난방열·전력 공급 시설이다. 내구연한 30년으로 설계됐고 기한이 지났다. 시설이 노후해 작동에 어려움이 크다. 설비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있다. 1조2천억원을 들여 이를 현대화하려 했다. 이 사업 신청이 성남시에서 반려된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가 반려 사유를 설명했다. “발전소와 인접한 단독주택지 완충지역 확충 등 주민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견차가 이어져 왔다. 이런 의견에 대한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어 종합적인 의견을 검토해 반려했다”고 밝혔다. 반려는 제출된 계획을 처리하지 않고 되돌려 줌을 뜻한다. 발전소 현대화 사업의 완전 부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정을 거쳐 잘 진행돼야 한다. 시민 모두의 일이다. 분당복합발전소가 책임지는 지역은 성남 등 일대다. 20만가구이니까 1개 거대 도시 규모다. 청정 연료인 LNG를 사용해 전력과 난방열을 생산한다. 발전사 최초로 발전용 연료전지를 설치했다. 설비 개선으로 친환경 발전소를 유지한다. 석탄·핵을 사용하는 발전시설과는 많이 다르다. 현대화 사업의 궁극적 목적도 친환경 강화다. 대기 배출 물질(NOx) 88%, 온실가스(CO2) 32%를 저감시키겠다는 게 이번 사업이 밝히고 있는 목표다. 물론 지역 민원은 있게 마련이고 중요하다. 완충 지역 확충도 인근 주민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앞서 다른 형태의 민원도 접수된 바 있다. 지난 16일 분당 국회의원 등이 제출한 주민청원서다. 분당동 주민복지관 신규 건립 요구를 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의견을 청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성의 있는 대화로 결실을 맺을 것을 기대한다. 시, 주민, 회사가 풀어 가야 한다. 지적하고 갈 것은 이 사업의 시급성이다. 발전소 내구 연한 30년이 이미 지났다. 효율성은 떨어졌고 설비는 노후했다. 당장 시작해도 2033년 10월에나 끝난다. 시공사까지 지난해 10월 계약된 상태다. 매월 수천만원의 이자 비용이 나간다고 한다. 이 결정을 성남시가 1년3개월을 갖고 있다가 반려했다. 빠른 결정이 아쉽다. 지역사회 초대형 SOC다. 기업이 1조2천억원을 쓰는 사업이다. 지역 안위와 기업 생존이 걸려 있다.

[사설] 여성 호소 외면한 경찰, 그 죽음에 책임 크다

경찰의 책임을 무조건 추궁할 수 없다. 그런 매도를 당하고 있을 경찰도 아니다. 하지만 동탄 납치 살인 사건은 다르다. 비참하게 살해된 피해자는 30대 여성이다. 지난 12일 오전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숨졌다. 범인은 한때 이 여성과 생활하던 30대 남성이다. 남성이 여성의 오피스텔에서 강제로 납치했다. 자신의 아파트로 끌고 가 흉기로 살해했다. 전형적인 교제 후 보복 범죄 유형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접근하면 안 되는 법률적 상태였다. 상습 폭행에 의한 접근 금지 조치였다. 그런데 어떻게 납치와 감금, 살해가 이어졌을까. 여기 이해 못할 경찰 대처가 있다. 여성이 경찰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해 9월9일이다. 112 신고를 통해 남성의 폭행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도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당시 동거 관계였던 둘 사이의 행위였다. 일상적 가정폭력으로 해석하는 게 옳았다. 피해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 교제폭력 정도로 봤다. 현장 종결이라는 경미한 조치로 끝냈다. 경찰이 떠난 뒤 여성이 닥친 상황은 어땠을까. 끔찍한 상황에 내몰렸을 것이다. 올해 2월23일, 여성이 또다시 112로 경찰을 찾았다. 이 두 번의 신고만으로도 사건의 심각성은 설명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현장 종결로 마무리됐다. ‘단순 말다툼이었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고 끝냈다. 경찰이 떠난 뒤 상황이 나중에 알려졌다. 남성의 심각한 가혹행위가 있었다. 112 신고는 이후에도 한 번 더 있었다. 동일한 남성에 의한 폭행을 신고한 동일한 여성의 신고가 세 번이나 됐다. 당연히 범죄 중대성, 재범성을 조사했어야 옳았다. 견디다 못한 여성이 남성을 고소했다. 절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접근이 금지됐다. 하지만 여성은 극도의 불안 속에 생활했다. 폭행 피해 등을 증명하는 600쪽 분량의 고소 보충 이유서를 경찰에 냈다. 이쯤 되면 폭행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한 셈이다. 지난달 28일 경찰 담당 과장이 구속영장 신청 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마저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 형사가 휴직하면서 업무가 누락됐다고 한다. 그 열흘 뒤에 여성이 살해됐다. 경찰이 세 번의 112 신고를 단순 처리했다. 심각한 오판이다. 경찰이 고소 이후 불안 상태를 장기간 방치했다. 중대한 직무유기다. 경찰이 구속 수감의 시기를 업무 차질로 날렸다. 어이없는 업무 오류다.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화성동탄경찰서장이 사과를 했던데. 사과는 지휘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장은 책임을 져야 하고, 담당 경찰들은 징계·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 유족에 대해 국가와 경찰이 져야 할 민형사 책임도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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