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쉼, 새로운 창조

일주일 가운데 어느 요일이 가장 좋은가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고 쉬는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라고 대답한다.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을 택할 것이다. 쉬는 날, 쉬는 시간, 쉬는 공간의 쉼은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면서 본능으로 심어주셨다. 하나님도 창조 사역을 마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다. 안식은 창조의 완성이며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복이다. 여섯째 날에 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첫 번째로 주신 복은 ‘쉼’이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님의 안식일인 일요일에 쉬고 일하는 월요일을 맞는 것이 맞다. 그러니까 쉼은 일을 마치고 받는 보상이 아니라 일하기 전에 쉼의 복을 받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주간의 시작은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다. 여름이 됐다.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각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너무나 좋다. 교회에서도 신앙훈련의 목적으로 수련회나 캠프를 진행한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또래들과 특별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어떤 경우는 해외 단기선교를 체험하기도 한다. 해외에 나가 낯선 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시작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잘 도와줘야 하는 주체적인 인생관을 갖는다. 직장인들도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멈추고 잠시 자연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갖는 여름휴가를 갖는다. 사실 우리나라는 참 바쁘게 사는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일을 많이 하는 나라가 멕시코라고 한다. 대한민국도 이에 못지않다. OECD 평균 노동시간 1천742시간보다 130시간이나 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다행히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자기계발과 쉼을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젊은이와 직장인들은 쉼 없이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손주가 대전에 살고 있다. 유치원을 다닐 때도 만나기 힘들었지만 초등학생이 되면서 태권도 학원에서 방과 후 돌봄센터 프로그램까지 오후 5시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시간에 맞춰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면 꽤 지쳐 있는 것 같아 “오늘 많이 피곤하니”라고 물으면 “핵~ 피곤”이라는 이모티콘으로 대답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만 안쓰럽고 애처롭다. 그래서 오늘은 피곤한 손주에게 여름방학이 되면 수원의 할아버지 집에 와서 자전거도 타고 바닷가에도 가 놀자고 희망을 가득 담아 약속을 했다. 굳이 방학이나 휴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시간에서도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쉼의 축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마음을 담아 교회 앞에 빈 의자를 몇 개 준비해 뒀다. 그곳에 앉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종종 간섭받지 않고 빈 의자의 주인공이 돼 여유를 즐기는 분들이 참 보기 좋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조금은 여유롭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하나님은 누구든지 쉬면 충전되고 회복되도록 인간을 만드셨다. 운동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향기 짙은 커피를 마시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와서 쉬라’고 부르신다.

[함께하는 미래]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최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탄소중립 선언식’을 갖고 국회 차원의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 경로를 발표했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 부문 탄소중립 목표를 2045년까지 정했지만 국회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보다 10년 앞당긴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마중물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4대 실행 과제를 밝히며 그중 하나로 국회 내 태양광 패널과 솔라아치 설치 및 시민참여형 햇빛발전 협동조합을 통한 RE100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진심으로 국회 스스로가 2035년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2050 국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마중물 역할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촉진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걷어내기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조기 달성해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부응하며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서약한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이상을 충족하기 위해 시급성·충족성·정의성에 기반한 특단의 대책을 담은 ‘에너지 전환법’을 하루빨리 제정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민 누구나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의 주인이 돼야 함을 기본 방향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이행 경로의 법제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산업과 전력시장의 개편, 이격거리와 인허가 등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적인 과제가 돼야 성공할 수 있음은 모두가 인정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마을공동체 중심의 협동조합을 통한 경기 여주시 구양리 마을과 전남 영광 월평마을 성공 사례를 전국화해 공공자원인 재생에너지 발전 이익을 지역공동체가 공유함으로써 지역소멸과 농촌소멸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국 1천404개 읍·면 가운데 52%가 농촌소멸 위험(499곳)·고위험(227곳) 지역에 해당되기에 주민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이용되는 협동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유럽의 독일, 덴마크 등 주요 기후대응 선진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에너지원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며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0여년 전부터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이 국민 누구나가 재생에너지 생산과 이용의 주인이 되는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활발하게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전국에 수천개의 마을 또는 시·군 단위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설립, 운영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인 지원과 금융 지원 등이 체계가 마련되면 재생에너지 확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지원과 육성에 관한 포괄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정책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제도화하는 한편 햇빛연금·바람연금의 확산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해 농촌과 지역소멸의 위기에 대응하는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국 도시와 농촌지역에서 주민 주도로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과 국민 누구나 재생에너지 생산과 이용에 참여해 2050 탄소중립에 부응하며 지역공동체 복리 증진과 주민소득 증대로 지역과 농촌소멸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천자춘추] 고령사회 해법, 스포츠에 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섰고 203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빠르게 고령화돼 가는 대한민국에서 시니어 스포츠는 복지 차원이 아닌 국가적 대응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체육진흥법’과 ‘제1차 스포츠진흥기본계획(2024~2028년)’을 통해 2028년까지 어르신 생활체육교실과 생활체조교실 지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한체육회는 19개 종목 620개소 규모로 어르신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니어 대상 정책은 보조적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여러 주무 부처가 연관돼 예산 편성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는 프로그램 부족, 지도자 전문성, 공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도 있다. 최근 몇 년간 파크골프가 시니어 스포츠의 대표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이 스포츠는 적은 신체 부담으로도 골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60, 70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 수를 기준으로 2024년에는 약 2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와 함께 전국에 400여개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특히 강원 원주, 전남 순천, 대구 수성구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공공 파크골프장을 확충하며 고령층 건강 증진과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스포츠, 시니어 e스포츠, 스마트워치 기반 운동 프로그램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포츠 활동도 시니어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 자기 효능감 회복, 세대 간 디지털 격차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니어 스포츠는 건강을 넘어 사회적 고립 해소, 의료비 절감, 세대 간 통합과 소통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고령층의 연간 1인당 의료비는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아 시니어 스포츠를 통한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는 필연적이다. 미래 지향적인 시니어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단기 행사가 아니라 체육 전문 기관을 중심으로 중장기 로드맵을 통한 종목 개발, 지도자 양성, 스마트 기술 기반 콘텐츠 보급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민간기업, 스포츠 스타트업 등과 협업해 시니어 스포츠 산업화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지닌 대한민국,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시니어 스포츠 체계를 구축한 나라로 변화를 모색할 때다. 시니어 스포츠는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다. 수요자인 시니어 눈높이에 맞춘 실효성 높은 스포츠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국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스포츠에 있다.

[기고] 미사경정공원, 누구를 위한 곳인가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스포츠대회를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한일월드컵은 신화적이고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지긋한 분들에게 물으면 다른 대답을 듣기도 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을 온통 흥분과 열광으로 채웠던 88올림픽과 2년 먼저 열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의 이야기다. 하남시 미사조정경기장은 바로 이 두 대회를 위해 조성됐다. 당시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올림픽의 열기가 사그라들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95년 이곳의 이름을 미사경정공원으로 바꾸고 대규모 정비를 진행한다. 그저 넓기만 했던 대지가 경기 남부 최고의 녹지공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아마 하남시민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명소가 됐을 것이다. 2002년 경정장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경정은 사행산업이다. 굳이 설명하면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관련된 물적 재화,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 즉 일종의 도박이라는 뜻이다. 실정법도 경정을 카지노, 경마 등과 함께 사행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곳이 인구 10만명이 사는 미사 1·2동과 마주해 있으니 주민들의 거부감과 우려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소음과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 야간시간 이용 불가에 대한 불만도 이미 만성적인 민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벌써 40년이 지났다. 이제 하남시민의 것은 하남시민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무턱대고 나가라는 것도 아니다.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36년 하계올림픽 후보지인 전북과 그간 경정장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곡성군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는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최종 개최지 선정에 여념이 없다. 국비 포함 약 10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고 유치에 성공한다면 88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하계올림픽 개최국이 된다. 한편 곡성군은 2022년부터 쇠락하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상레포츠 관광단지 조성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문체부의 경정장 신설 불허로 좌초 위기다. 이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전북은 조정경기장이 꼭 필요하고 곡성군은 경정장이 핵심 사업이라는 데 있다. 하남시 입장에서는 경정장 반환을 주도할 절호의 기회다. 하남시가 경정장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전북의 주도 아래 곡성군이 받기만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문체부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하계올림픽에 필요한 조정경기장 건립을 자연스럽게 추진함과 동시에 하남시와 곡성군의 민원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환된 미사경정공원을 다양한 여가 활동이 가능한 문화, 레저시설로 재탄생시킨다면 이런 성과가 또 어디 있겠나. 미사경정공원이 위치한 미사섬은 하남시민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한강을 품에 안은 너른 녹지에 온갖 풀과 나무들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그런 곳을 시민들의 필요와 다르게 운영하는 것은 시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공간복지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하남시는 말만 있고 결과는 아무것도 없는 K-스타월드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웃집에 뻗은 감나무 가지의 감은 누구의 감입니까.’ 오성과 한음의 설화 가운데 일부다. 오성의 넘치는 기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로 지혜를 가르치기에 손색이 없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공간복지가 어디서부터 그리고 누구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하남시에 이렇게 질문을 바꿔본다. ‘미사경정공원, 누구의 공원입니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관세폭탄 꽃이...

[사설] 수원 한옥마을, 지체되는 행정이다

수원의 화성 성곽 주변은 개발이 어렵다. 이격 거리, 고도 제한 등으로 규제된다. 남수동 11-453번지도 그런 곳이다. 정비와 개발이 주민의 숙원이다. 거기 기대 충만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멋진 한옥마을 조성이다. 한옥 12개실, 수변 공간, 카페 등이다. 부지 면적 2천326㎡다. 숙박이 가능한 한옥 체험 마을이다. 수려한 한옥 전경은 실체를 드러낸 지 꽤 됐다. 지역민과 시민들이 개장을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째 공사를 하다 만다. 사업이 시작된 건 2021년 1월이다. 당초 개장 예정일은 2022년 10월이었다. 계산된 공사 기간이 1년9개월이다. 그걸 아직도 짓고 있다. 지금까지 4년6개월 째다. 현 상태 공정은 85% 안팎이다. 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시 관계자가 일정을 설명했다. “연말 완공을 달성해 조속히 개장할 방침이다.” 일단 2025년 연말까지 또 밀린 것 같다. 아파트 사업이 이랬다면 사달이 나지 않았겠나. 입주민이 단체 소송으로 끌고 갔을 일이다. 취재로 확인된 지체 사유를 좀 보자. 2021년 1월 사업 추진이 공개됐다. 사업비는 시비 202억원 포함해 238억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걸림돌이 생겼다. 문화재 조사가 지연됐고, 감리 용역이 두 차례 유찰됐고, 동절기 공사 중지 기간이 겹쳤다. 2023년 4월에야 착공에 들어갔다. 개장 목표 2022년 10월을 넘겨 착공한 것이다. 화성 성곽과 지척에 있는 부지다. 문화재 조사가 엄격해질 가능성은 충분했다. 동절기 공사 중지도 뻔했다. 개장 목표 자체가 안이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2023년 말 한옥마을 운영 방식을 바꿨다. 직영에서 민간 위탁으로 변경했다. 여기서 사업자 선정, 설계 변경 등의 절차가 또 늘어났다. 새 민간사업자는 회랑, 갤러리형 카페, 객실 구성 변경 등을 요청했다. 개장 시기는 다시 2025년 4월로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3억여원의 예산도 새로 추가됐다. 민간 위탁으로 바꿨어야 할 큰 이유가 있었나. 직영에 심각한 문제라도 있었던 것인가. 일부러 질질 끌었을 리야 있겠나. 잘 해보려다 이렇게 된 것일 게다. 그렇더라도 지체가 과하다. 행정 신뢰를 중히 본다면 더욱 그렇다. 수원시가 먼저 수원시민에게 내민 약속이다.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장담했다. 개장일을 ‘2022년 10월’이라고 못 박은 것도 수원시다. 그래 놓고 3년을 끌고 있다. 설명도 잘 하지 않는다. 이해한 시민이 거의 없다. 그 사이 ‘수원 한옥마을’은 지체된 행정의 나쁜 예가 되고 있다.

[사설] 사업중단 위기 인천시 GTX-B... ‘물가특례’ 적용 받아야

GTX-A 노선의 누적 승객이 지난달 24일 1천3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수서~동탄 구간, 12월 운정~서울역 구간이 개통했다. 지하 40~50m 아래서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린다. 꿈의 대심도 고속철도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인천에서 출발하는 GTX-B 노선은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려 있다고 한다. GTX-B 노선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인천대입구역)에서 서울 용산을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82.8㎞ 구간이다. 모두 14개 정거장을 지나며 2030년 개통이 목표다. 이 중 인천 구간은 인천대입구역~인천시청~부평역 18㎞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민간투자(BTO) 방식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착공계 제출 이후 아직 굴착 등 실질 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사실상 공사 중단 상태다. 일부 지점에서 지장물 이전 수준의 선행공사만 시작했다. 본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 급증이다. GTX-B 민자구간 사업비는 2020년 기준 4조2천억원이었다. 5년이 지난 현재 기준으로는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자재·인건비 급등 때문이다. 공사비 초과분을 민간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문제다. GTX-B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물가특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물가특례는 정부가 민간투자 공공공사에도 물가를 반영해 주는 조치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 시공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DL이앤씨는 철도사업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철수했다. 현대건설도 컨소시엄 내 지분을 낮추기 위해 조정 협의 중이다. 또 핵심 투자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도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민자구간 공사가 시작도 못하면서 GTX-B 전체 사업의 지연 우려까지 나온다. 본공사가 내년 초에나 시작할 경우 또다시 공사비가 더 오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서다. 공사가 늦어지는 만큼 공사비가 또 오르고 이 때문에 다시 공사를 못하는 반복적 공사 중단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민간사업자가 인천시 등과 점·사용 허가 등 협의를 하고 있으며 마무리된 구간부터 선행공사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시공사 교체와 투자자 재구성 등이 끝나는 대로 본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2030년 개통’이라는 당초 목표가 점점 멀어질 것이 문제다. 인천시민들 부푼 꿈이 걸린 GTX-B 사업이다. 가장 큰 장애물이 GTX-B 사업에 대한 ‘물가특례’ 적용 배제로 보인다. 정부는 수도권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지대] 어디선가 본 듯한 예쁜 카페들

예쁘다. 들어가고 싶다. 발길이 절로 움직인다. 커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기자기하고 환하다. 예쁜 카페에 들어오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뭔가 비슷하다. 무채색 외관, 하얀 벽과 노출된 천장, 심플한 철제 가구, 창가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초록 식물. 어디선가 본 듯한 이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수원 행궁동, 서울 성수동, 연남동 어디선가 본 듯하다. 왜 그럴까.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추측해보겠다. 비슷비슷한 카페가 많아지는 이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페 인테리어 유행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 안 하면 있어도 없는 것’이란 말이 카페 업계에서 회자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공간, 즉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공간이어야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카페는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라기보다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릴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카페 창업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절대적인 존재다. 인테리어업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카페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표준화된 디자인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창업자들은 자신의 카페 스타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카페를 소비자들이 찾아와 SNS에 사진을 올리고 커피를 마신다. 결국 비슷해지는 카페들은 SNS와 인테리어의 유행,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합작품 아닐까.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종이 절반 수준이다. SNS도 하고, 뉴욕 스타일 카페에서 성공을 꿈꿨지만 못 버티고 문을 닫은 것이다. 길을 걷다 보니 아기자기하고 비슷비슷한 카페들이 보인다. 주인들의 생활도 카페처럼 화사할까. 혹시 손님들 보내고, 알바들 퇴근시키고, 뒤돌아서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쉽지 않다. 카페 주인들의 삶. 소상공인의 여름. 더워서 더 서러운 여름이 되지 않길 바라며 주인장들 모두 힘내길 응원한다.

[이만종의 클로즈업] 안데스서 다시 정의한 외교의 본질

해발 3,600미터. 하늘과 맞닿은 도시, 볼리비아 라파스. 숨이 턱 막히는 고도에서 나는 문득 질문 하나를 품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산소가 희박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존재의 무게가 피부에 와닿았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고도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졌던 ‘국가’라는 단어가, 실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었는지를. 말 그대로, ‘도달하는 국가.’ 우리 외교는 지금, 바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볼리비아에서 진행된 1주간의 해외안전 자문단 파견은 단순한 행정 점검이 아니었다. 볼리비아 대선을 앞둔 정치적 긴장 속에서 우리의 외교부, 대사관, 경찰청, 민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상의 위기 상황을 설정하고, 재외국민 보호 훈련을 시행했다. 실제에 가까운, 살아 있는 실험이었다. 라파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수개월 전부터 조용히 준비를 이어왔다. 교민 밀집 지역의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긴급 연락망을 정비하며, 병원·소방·치안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촘촘히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우는 일이었다. 외교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특히 해외 안전상황실은 전체 훈련의 실무를 총괄하며, 위기 대응 매뉴얼을 공유하고, 시나리오별 실시간 연습을 조율했다. 책상 위의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상황에 가까운 대응 훈련.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훈련이 ‘기술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과 제도, 공동체 간의 연결. 위기 대응의 성패는 결국 ‘곁에 있고, 신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훈련이 끝난 뒤 열린 교민 간담회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 교민이 말했다. “여기는 제 삶의 터전입니다. 그런데도 늘 ‘만약’을 안고 살아갑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그 ‘만약’이 와도 버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은 ‘국가의 존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묻게 했다. 외교는 조약의 서명이 아니다. 닿는 손길이며, 도착하는 신뢰다. 실제로 한국 외교는 수차례 그 손길을 입증해 왔다.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했던 이란에서 66명의 교민을 귀환시켰고, 2023년 수단 내전 당시에는 총성이 울리던 카르툼에서 육해공 전력을 동원해 200여 명을 구조했다. 또한 팬데믹 초기에는 마스크와 의약품을 들고 재외국민에게 가장 먼저 도달했다. 그 신속한 대응은 교민들의 마음속에 ‘국가’라는 두 글자를 새기게 했다. 이처럼 국가는 ‘기능’이기 이전에, 감각되어야 할 존재다. 그 손길이 닿을 수 있다는 확신, 그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제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재외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 그것이 국가가 실천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약속이다. 20세기 논증학자 스티븐 툴민과 샤이메 페렐만은 말했다. ‘진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체감되고 설득될 때 살아난다. 외교와 국가 역시 사람들의 감각과 공감 속에서 그 존재가 입증된다. 이번 라파스 훈련은 그 체감의 현장이었다. 외교는 멀리 있는 국민에게 도달하는 일이며, 국가는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곁에 있어야 할 존재다.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실천과 신뢰로 완성되는 연결. 그것이 우리가 준비하고 실험한, ‘도달하는 외교’의 본질이었다. 고도 3,600미터 안데스의 희박한 공기 속에서 나는 분명히 느꼈다. 국가는 단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곁에 있어야 하고, 함께 숨 쉬어야 한다. 그리고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나는 다시 새겼다. 그것이야말로 외교의 본질이며,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다.

[천자춘추] 지금은 식물추앙시대

전문가가 식물 관리 고객에게 배송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AI 기술과 접목한 첨단기술 ‘가든테크’가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국내 화훼시장 규모는 2조6천억원, 홈가드닝시장은 7천억원 규모이며 반려식물 산업규모는 2026년 1조7천5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은 식물과 상호 교감하며 정신적 치유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받으며 반려식물은 우리 생활공간에서 인테리어 장식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몇 년 새 반려식물을 돌보는 ‘식물집사(식집사)’, 식물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는 ‘식물멍’, 희귀 식물을 키워 재테크를 한다는 ‘식테크’, 답답함과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적 요소와 결합된 바이오필릭 , ‘플랜테리어’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또 ‘플랜트셸피’ 붐이 일었다. 특히 2030 젊은층 사이에서 반려식물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은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반려식물 산업은 어느덧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2016년 유행하던 플라워서브스크립션에 이어 흙 없이 키울 수 있는 스마트식물재배기를 구입하고 두 달에 한 번씩 꽃모종을 배송받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출시되고 전문지식이 없는 고객을 대신해 전문가가 식물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서비스 프로그램도 생겼다.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들었거나 병증이 있는 반려식물을 사진 찍어 올리면 AI가 식물 상태를 모니터링해 원인을 알려주는 반려식물 관리 앱 서비스도 인기가 많아졌다.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반려식물 케어서비스 클리닉은 버려지는 화분 리사이클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식물을 살려 녹색생활 실천에도 접목되고 있다. 반려식물의 진가는 구입할 때 보다 잘 키워 나갈 때 얻는 기쁨에서 나온다. 우리도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것’, ‘인기 있는 식물’, ‘잘 죽지 않는 식물’ 등을 찾아본 적이 있지 않은가. 사실 식물 입문자인 경우 잘 죽지 않고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본격적인 식집사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먼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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