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업중단 위기 인천시 GTX-B... ‘물가특례’ 적용 받아야

GTX-A 노선의 누적 승객이 지난달 24일 1천3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수서~동탄 구간, 12월 운정~서울역 구간이 개통했다. 지하 40~50m 아래서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린다. 꿈의 대심도 고속철도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인천에서 출발하는 GTX-B 노선은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려 있다고 한다. GTX-B 노선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인천대입구역)에서 서울 용산을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82.8㎞ 구간이다. 모두 14개 정거장을 지나며 2030년 개통이 목표다. 이 중 인천 구간은 인천대입구역~인천시청~부평역 18㎞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민간투자(BTO) 방식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착공계 제출 이후 아직 굴착 등 실질 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사실상 공사 중단 상태다. 일부 지점에서 지장물 이전 수준의 선행공사만 시작했다. 본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 급증이다. GTX-B 민자구간 사업비는 2020년 기준 4조2천억원이었다. 5년이 지난 현재 기준으로는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자재·인건비 급등 때문이다. 공사비 초과분을 민간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문제다. GTX-B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물가특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물가특례는 정부가 민간투자 공공공사에도 물가를 반영해 주는 조치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 시공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DL이앤씨는 철도사업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철수했다. 현대건설도 컨소시엄 내 지분을 낮추기 위해 조정 협의 중이다. 또 핵심 투자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도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민자구간 공사가 시작도 못하면서 GTX-B 전체 사업의 지연 우려까지 나온다. 본공사가 내년 초에나 시작할 경우 또다시 공사비가 더 오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서다. 공사가 늦어지는 만큼 공사비가 또 오르고 이 때문에 다시 공사를 못하는 반복적 공사 중단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민간사업자가 인천시 등과 점·사용 허가 등 협의를 하고 있으며 마무리된 구간부터 선행공사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시공사 교체와 투자자 재구성 등이 끝나는 대로 본공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2030년 개통’이라는 당초 목표가 점점 멀어질 것이 문제다. 인천시민들 부푼 꿈이 걸린 GTX-B 사업이다. 가장 큰 장애물이 GTX-B 사업에 대한 ‘물가특례’ 적용 배제로 보인다. 정부는 수도권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지대] 어디선가 본 듯한 예쁜 카페들

예쁘다. 들어가고 싶다. 발길이 절로 움직인다. 커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기자기하고 환하다. 예쁜 카페에 들어오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뭔가 비슷하다. 무채색 외관, 하얀 벽과 노출된 천장, 심플한 철제 가구, 창가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초록 식물. 어디선가 본 듯한 이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수원 행궁동, 서울 성수동, 연남동 어디선가 본 듯하다. 왜 그럴까.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추측해보겠다. 비슷비슷한 카페가 많아지는 이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페 인테리어 유행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 안 하면 있어도 없는 것’이란 말이 카페 업계에서 회자된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공간, 즉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공간이어야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카페는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라기보다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릴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카페 창업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절대적인 존재다. 인테리어업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카페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표준화된 디자인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창업자들은 자신의 카페 스타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카페를 소비자들이 찾아와 SNS에 사진을 올리고 커피를 마신다. 결국 비슷해지는 카페들은 SNS와 인테리어의 유행,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합작품 아닐까.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종이 절반 수준이다. SNS도 하고, 뉴욕 스타일 카페에서 성공을 꿈꿨지만 못 버티고 문을 닫은 것이다. 길을 걷다 보니 아기자기하고 비슷비슷한 카페들이 보인다. 주인들의 생활도 카페처럼 화사할까. 혹시 손님들 보내고, 알바들 퇴근시키고, 뒤돌아서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쉽지 않다. 카페 주인들의 삶. 소상공인의 여름. 더워서 더 서러운 여름이 되지 않길 바라며 주인장들 모두 힘내길 응원한다.

[이만종의 클로즈업] 안데스서 다시 정의한 외교의 본질

해발 3,600미터. 하늘과 맞닿은 도시, 볼리비아 라파스. 숨이 턱 막히는 고도에서 나는 문득 질문 하나를 품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산소가 희박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존재의 무게가 피부에 와닿았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고도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졌던 ‘국가’라는 단어가, 실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었는지를. 말 그대로, ‘도달하는 국가.’ 우리 외교는 지금, 바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볼리비아에서 진행된 1주간의 해외안전 자문단 파견은 단순한 행정 점검이 아니었다. 볼리비아 대선을 앞둔 정치적 긴장 속에서 우리의 외교부, 대사관, 경찰청, 민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상의 위기 상황을 설정하고, 재외국민 보호 훈련을 시행했다. 실제에 가까운, 살아 있는 실험이었다. 라파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수개월 전부터 조용히 준비를 이어왔다. 교민 밀집 지역의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긴급 연락망을 정비하며, 병원·소방·치안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촘촘히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준비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우는 일이었다. 외교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특히 해외 안전상황실은 전체 훈련의 실무를 총괄하며, 위기 대응 매뉴얼을 공유하고, 시나리오별 실시간 연습을 조율했다. 책상 위의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상황에 가까운 대응 훈련.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는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훈련이 ‘기술 중심’이 아닌 ‘관계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과 제도, 공동체 간의 연결. 위기 대응의 성패는 결국 ‘곁에 있고, 신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훈련이 끝난 뒤 열린 교민 간담회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 교민이 말했다. “여기는 제 삶의 터전입니다. 그런데도 늘 ‘만약’을 안고 살아갑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그 ‘만약’이 와도 버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은 ‘국가의 존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묻게 했다. 외교는 조약의 서명이 아니다. 닿는 손길이며, 도착하는 신뢰다. 실제로 한국 외교는 수차례 그 손길을 입증해 왔다.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했던 이란에서 66명의 교민을 귀환시켰고, 2023년 수단 내전 당시에는 총성이 울리던 카르툼에서 육해공 전력을 동원해 200여 명을 구조했다. 또한 팬데믹 초기에는 마스크와 의약품을 들고 재외국민에게 가장 먼저 도달했다. 그 신속한 대응은 교민들의 마음속에 ‘국가’라는 두 글자를 새기게 했다. 이처럼 국가는 ‘기능’이기 이전에, 감각되어야 할 존재다. 그 손길이 닿을 수 있다는 확신, 그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제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재외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 그것이 국가가 실천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약속이다. 20세기 논증학자 스티븐 툴민과 샤이메 페렐만은 말했다. ‘진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체감되고 설득될 때 살아난다. 외교와 국가 역시 사람들의 감각과 공감 속에서 그 존재가 입증된다. 이번 라파스 훈련은 그 체감의 현장이었다. 외교는 멀리 있는 국민에게 도달하는 일이며, 국가는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곁에 있어야 할 존재다.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실천과 신뢰로 완성되는 연결. 그것이 우리가 준비하고 실험한, ‘도달하는 외교’의 본질이었다. 고도 3,600미터 안데스의 희박한 공기 속에서 나는 분명히 느꼈다. 국가는 단지 존재해서는 안 된다. 곁에 있어야 하고, 함께 숨 쉬어야 한다. 그리고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나는 다시 새겼다. 그것이야말로 외교의 본질이며,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다.

[천자춘추] 지금은 식물추앙시대

전문가가 식물 관리 고객에게 배송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AI 기술과 접목한 첨단기술 ‘가든테크’가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국내 화훼시장 규모는 2조6천억원, 홈가드닝시장은 7천억원 규모이며 반려식물 산업규모는 2026년 1조7천5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은 식물과 상호 교감하며 정신적 치유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받으며 반려식물은 우리 생활공간에서 인테리어 장식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는 파트너 역할을 한다. 몇 년 새 반려식물을 돌보는 ‘식물집사(식집사)’, 식물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는 ‘식물멍’, 희귀 식물을 키워 재테크를 한다는 ‘식테크’, 답답함과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적 요소와 결합된 바이오필릭 , ‘플랜테리어’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또 ‘플랜트셸피’ 붐이 일었다. 특히 2030 젊은층 사이에서 반려식물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은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반려식물 산업은 어느덧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2016년 유행하던 플라워서브스크립션에 이어 흙 없이 키울 수 있는 스마트식물재배기를 구입하고 두 달에 한 번씩 꽃모종을 배송받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출시되고 전문지식이 없는 고객을 대신해 전문가가 식물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서비스 프로그램도 생겼다.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들었거나 병증이 있는 반려식물을 사진 찍어 올리면 AI가 식물 상태를 모니터링해 원인을 알려주는 반려식물 관리 앱 서비스도 인기가 많아졌다.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반려식물 케어서비스 클리닉은 버려지는 화분 리사이클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식물을 살려 녹색생활 실천에도 접목되고 있다. 반려식물의 진가는 구입할 때 보다 잘 키워 나갈 때 얻는 기쁨에서 나온다. 우리도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것’, ‘인기 있는 식물’, ‘잘 죽지 않는 식물’ 등을 찾아본 적이 있지 않은가. 사실 식물 입문자인 경우 잘 죽지 않고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본격적인 식집사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먼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세상읽기] AI 단상… 상식, 도구, 악마, 비인간적

■ AI의 뜻밖의 선물, 상식의 종말 우리가 아는 상식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글과 팟캐스트(podcast)는 같다. 왜 같지? 밤새 쓴 칼럼이 몇 초 후에 2명이 대화하는 팟캐스트로 아주 쉽게 변신한다. 2천197자 텍스트를 보면서 6분47초의 음성 파일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AI는 인간적인 고민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6분47초 분량의 팟캐스트를 분석해 1천795자 칼럼을 순식간에 써 내려간다. 사람이 쓴 2천197자 칼럼 제목은 “구글 I/O 2025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력”이었으나, AI가 쓴 1천795자 칼럼 제목은 “A1 시대, 인간 고유의 역할은 무엇인가?”이다. 글이 팟캐스트로 보이는가? 팟캐스트가 글로 보이는가? 사람 관점과 AI 관점이 다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다양성이 눈에 들어오는가? 한글은 영어와 독일어 등 세상의 모든 언어와 동일하다. 왜 동일하지? 한글로 작성한 칼럼과 한국어로 대화하는 팟캐스트는 다양한 언어로 금세 번역·통역된다. 벡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리그. 이제 우리는 AI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글은 팟캐스트가 되고, 팟캐스트는 글이 되며, 모든 언어는 하나가 된다. 상식은 AI가 세상을 해석하고 실행하는, 즉 인간적이지 않은 질서와 문법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린 흔히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점차 이해하기 어려운 시점을 부지불식간에 통과하고 있다. 구글의 노트북LMNotebookLM이 우리에게 선물한 뜻밖의 상식이다. ■ 호모 파베르와 AI 파베르 우리는 우리를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자랑스럽게 불렀고, ‘도구’로 인간의 역사를 통찰했다. 그런데 갑자기 AI 파베르라고 어색하고 불편하게 호명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는 종종 포켓몬 게임의 암벽 등반 퍼즐 같은 코스에 도전하다가 막히곤 한다. 그러면 잠시 쉰다. 그런데 AI는 막히면 직접 에이전트 도구를 개발하여 해결한다. 명백히 반칙이다. 우리는 게임 안에서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노력하는데, AI는 게임 밖에서 세상에 없는 망치를 만들어 미션을 달성한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2.5 프로가 드디어 인간처럼 불을 다루는가? 천둥과 번개를 다루는 토르Thor가 되고 있는가? 기억하자. 내일의 AI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코딩해서 문제 해결에 주저 없이 나설 것이다. 자전거도 사람과 흡사해서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고장이다. 꼭 약한 고리부터 말썽인데, 어쩌다 나사가 저승길이다. 나사 하나 사면 그만인데, 늘 막막하다. 아주 지루하고 번거로운 프로세스가 너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겠지. 이럴 땐 나를 대신해 줄 그 누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일단 회피하고, 잠시 묻어두고, 어느새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시간이 갈수록 짜증만 증가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 기술을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에 활용하여 이 문제에 솔루션을 제시했다. AI는 컴퓨터 유즈computer-use 기능으로 크롬 웹브라우저를 오픈한다. 사람이 머물러있는 장소 근처에 있는 나사 파는 상점을 스스로 물색한다. 가장 가까운 가게부터 통화를 시도하고, 통화를 할 때까지 끊임없이 다이얼을 돌린다. 통화 이후에도 재고를 확인할 때까지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구매할 나사를 찾았다면, 자전거 주인에게 즉시 통보한다. 주인이 적정한 가격이어서 구입하기로 결정하면, AI는 다시 전화통을 붙들고 주문·결제한다. 그리고 나사가 자전거 주인집에 올 때까지 배송 프로세스를 계속 확인한다. 유의미한 변동 사항이 발생하면 자전거 주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정도가 되면 도구가 도구를 사용하는지, AI 컴패니언Companion인 자비스JARVIS가 맥가이버칼swiss army knife로 묘기를 부리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자비스는 도구가 아니란 말인가? 이 또한 정체성의 혼란이다. 도구는 사람에게 항상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객체였다. 그런데 사람보다 먼저 움직이기도 하고, 자율적으로 추론하여 도구로 목적을 이루는 능동적인 객체를 도구라고 부르는 것이 맞나? 상식의 붕괴는 도구의 해체까지 이어진다. 여하튼 구글의 해법은 주목할 지점이 상당하다. AI는 웹브라우저를 사람과 같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AI가 사람 대신 정보를 검색하고, 정보를 읽는다. 웹어플리케이션도 일정 수준에서 통제하고, 극히 일부에서는 결제까지 진행한다. 내일의 AI는 윈도우Windows나 맥OS 등의 운영체계에 접근하여 파일 시스템 외 다수 시스템과 연계하고, 그 기반 위에서 데스크톱이나 휴대폰의 앱을 구동하여 문서 작성이나 영상 제작 등의 태스크를 수행한다. 또한 AI는 그동안 사람이 반복적으로 해왔던 일을 사람의 개입 없이 완료할 때까지 처리하는 초입에 들어섰다. 이것은 빠른 속도로 추론 기능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런 토대 위에 독자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덧붙여 AI가 일을 할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안심하고 다른 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마지막으로 AI와 사람이 통화할 때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듯 자연스러움이 서서히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는 사람이 명령하기 전에 AI가 사람에게 질문하는 영특함이 최근 두드러진다. 내일의 AI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채 사람과 통화하거나 대화한다. 사람은 통화나 대화 대상이 AI인지 식별할 수 없다. 사람이 명령하기 전에 그리고 AI가 사람에게 질문하기 전에 사람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해 놓고 결과를 보고한다. 최고의 집사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인가? ■ AI는 지킬 앤 하이드? 프론티어 모델은 언제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 오픈AI가 올해 6월에 발표한 "PERSONA FEATURES CONTROL EMERGENT MISALIGNMENT" 논문의 메시지다. 물론 개과천선改過遷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대형 사건이 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렇게 믿고 싶은데 자꾸 불안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악마가 될 수밖에 없었나? 데이터 때문이다. 사람의 성장은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론티어 모델은 어떨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그것, 바로 데이터다. 악성코드나 비도덕적인 글로 미세조정을 한다면 악마가 된다. 소량의 데이터라도 그 전염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동작한다는 것인가?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하면 답변이 어떻게 나올까? 악마라면 사기를 쳐라, 뺏어라, 털어라 등으로 말하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 이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했었지?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부분만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 활성화된 악마의 패턴feature만 핀셋으로 꼭 집어서 제거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악마의 패턴을 알았을 때나 가능하다. 대규모 학습 데이터 중에 괴물이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류는 아직 아는 것이 거의 없다. ■ AI의 미래는 비인간적? 요즘은 내일의 AI를 월드모델World Mode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 4월에 발표된 ‘Welcome to the Era of Experience’ 논문은 그 실체를 잘 묘사하고 있다. 핵심은 인간의 방식을 버리고, 인간의 데이터도 버려라. 인간의 데이터로 훈련된 알파고가 인간의 정석 안에서 게임을 할 줄 알았지만, 정석 밖에서 승리를 거둔다. 인간의 데이터로 훈련하지 않은 알파고 제로가 알파고를 이긴다. 판도라 상자가 마침내 열렸다. 인류는 감당하기 힘든 난제에 휩싸여있다. 왜 난제였을까? 혹시 우리만의 방식과 우리만의 데이터로만 접근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알파고 제로 방식과 그들이 새롭게 축적한 데이터가 희망이지 않을까? 그래서 더욱더 주목받고 있는 기술, 강화학습. 사람처럼 처음 대면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린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 AI에 신체를 선사하는 것. AI에 사람의 감각기관이 필요하다는 의미. 이 모든 조각을 맞춰보면 무엇이 보일까? 결국 돌고 돌아 정답은 ‘사람처럼’. 누군가는 이것을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한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비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충격이 내일의 AI를 만든다.

[경기만평]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사설] 안철수, 경기도 국힘의 기대 있었는데... 또 철수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이 또 ‘철수’했다. 당 혁신위원장직을 7일 사퇴했다.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당일이었다. 공식 사퇴의 변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는 설명을 했다. 비대위와의 인사 협의 과정의 문제를 말했다. 혁신위 인선이나 인적 청산에서 불거졌다는 주장이다.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사퇴에 앞서 당 비대위는 혁신위원 6명을 발표했었다. 이게 도화선이 된 듯하다. 안 의원은 ‘합의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게 전부는 아닌듯 하다. 기자와의 문답에서 ‘최소 1명에 대해서는 합의해준 바 없다’고 했다. 인선보다 인적 쇄신이 더 문제였다는 얘기로 들린다. 인적 쇄신안에 비대위가 ‘통과가 힘들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듣다 보면 결론은 ‘권한’으로 모아진다. 그도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선택은 스스로 정할 영역이다. 어줍잖게 평가하고 재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게 있다. 수도권, 특히 경기도에서 나왔던 기대가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버림받고 있다. 큰 선거마다 연패하고 있다. 총선(2024년), 대선(2025년)을 거푸 졌다. 123개 국회의석 가운데 19석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60석 가운데 5석이다. 그런데도 당은 여전히 ‘영남당’이다. 대선 패배 뒤 원내대표 선거를 했는데 영남 원내대표가 뽑혔다. 경기일보가 7일 자로 내년 지방선거를 분석했다. 2022년 구성된 경기도 시장·군수가 있다. 22명이 국민의힘, 9명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28명 이상 배출을 자신했다. 세 곳 빼고 휩쓸겠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현상유지’에도 조심스럽다. 그만큼 패배의식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이때 등장했던 ‘분당’ 안철수의 혁신위원회였다. 안 의원이 밝힌 구상도 듣기에 좋았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혁신위 예고였다. 그 약속에서 5일 만에 철수했다. 이날 그가 말했다.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 익히 알던 국민의힘의 한계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를 향하는 지적도 있다. ‘혁신위원장’을 덥석 받은 게 그 자신이었다. 인적 청산을 관철 못한 것도 그였다. 그의 책임도 있지 않나. 당 대표 출마 선언을 보는 질문이 있다. ‘안철수 의원에게 123석 거대 수도권의 희망 자격이 있는가.’ 안 그래도 패배의식에 빠진 경기도 국민의힘인데. 확 바꿔낼 그릇이 될 수 있는가.

[사설] 뿔뿔이 흩어진 유물들... 강화에 고려박물관 지어야

인천 강화도는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무엇보다 고려 왕조의 온전한 도읍지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800여년 전 39년 동안이다. 1232년 고려는 몽골의 제2차 침입 위협에 몰렸다. 그 방비책으로 개성에서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다. 이어 세계 제국 몽골에 대한 항쟁을 이어갔다. 강화도는 한민족의 자주정신이 깃든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강화에는 이런 자취들을 기릴 만한 박물관 하나 없다. 말 그대로 ‘지붕 없는 박물관’일 뿐이다. 최근 국회에서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몰랐던 얘기도 많이 나왔다. 그간 강화에서는 고려 수도 당시의 많은 유물이 나왔다. 그러나 이 유물들 대부분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강화 출토 고려 유물은 모두 107점에 이른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전국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현황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강화 출토 고려 유물들이 전국에 분산 보관 중이었다. 이 중 48점은 국보급 문화재들이었다. 청자 참외모양 병이나 청자 사자형 뚜껑 향로,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 모양 주전자 등이다. 귀면 청동로나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 등도 있다. 모두 강화가 고려시대 39년의 수도였던 시기 왕궁이나 절 등에서 사용하던 유물이다. 여기에 현재 강화에는 고려시대 관련 지정문화유산 65점도 있다. 옛 고려시대 궁궐이나 성곽, 관청, 묘, 사찰 등이다. 그 시기의 정치·종교·건축 유산이다. 고려 희종의 석릉, 고종의 홍릉, 고려궁지, 강화산성, 선원사지 등 핵심 유적들이 강화에 있다. 그러나 이런 보물들을 위한 별도의 박물관은 없다. 전문적으로 전시·보관하거나 고려사 연구·교육을 위한 공간이 없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시대별 전문 국립박물관이 많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시대, 국립공주·부여박물관은 백제시대,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시대 특화 박물관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많았다. 강화는 39년간 고려 수도의 자취와 고려 도성의 실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현장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강화가 고려시대 500년의 역사를 담아낼 박물관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K-한류의 ‘코리아’도 고려 때 세계로 퍼져 나갔다. 고려시대 벽란도에서 교역하던 무슬림 상인들에 의해서다. 이런 고려시대 자취들이 족보 없이 흩어져 있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후세들의 균형 잡힌 역사관을 위해서도 강화에 국립고려박물관을 지어야 한다. 마침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더 이상 ‘지붕 없는’이 자랑은 아니다.

[지지대] 미국발 ‘상호관세 폭탄’ 디데이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상호관세 인상’을 공언했다. 자국 산업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급작스러운 발표였다. 이후 4월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또 한번 급작스러운 결정으로 다행스럽게도 7월8일이 ‘데드라인’이 됐다. 벌써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 입장에서도 수개월째 풍전등화 상태였는데 다시 긴장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동안 관세, 무역, 통상, 외교 등 수많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우린 동맹국”이라며 미측 설득에 나섰지만 언제 ‘관세 서한’이 발송될지 모른다. 워낙 예측불가한 사람이니까. 주요 부처 입장에선 ‘상호관세 유예 연장’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당장 대미 협상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조금이라도 기한을 미루며 한미 관계 및 설득 방향을 재정돈하고 싶다는 눈치다. 7월9일 이후로는 ‘유예 종료’는 물론이고 ‘추가적 관세 부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터라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쓸 때조차 고민이 많다.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는데 이렇게 써도 되나’, ‘차라리 다른 주제로 바꿀까’ 싶다. 작은 글 하나를 쓸 때도 이런데 관세 파동과 가까운 직접적 당사자들은 비교도 되지 않는 ‘소통’에 나서야 할 테니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7일 오전 9시)까지의 상황은 미국이 오는 9일까지 ‘12개국’ 혹은 ‘15개국’에게 관세 서한을 보내거나 협상 타결을 보는 것으로 정리된다. 협상이 부진한 나라엔 미국의 무역적자 등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설정한 관세율을 통보하며 ‘종결’한다는 의미다. 어느 나라가 어떤 대상에 포함될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의 피해는 적길 바란다. 아울러 수개월에 걸친 이 ‘급작스러운 사태’가 미국에 득은 되는가 곱씹어 보기 바란다.

[문화산책] 역사·공동체 삶이 살아있는 ‘축제’

지역축제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공동체의 삶을 담는 문화 플랫폼이다. 그러나 국내 많은 축제는 외주 대행 중심의 복제 기획, 유명 가수·불꽃놀이 위주의 구성, 관광객 수 중심의 평가에 갇혀 있다. 주민은 손님처럼 소비하고 축제는 끝나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는 행정 성과에 초점을 맞춘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하기 쉽다. 축제는 본래 ‘기획된 행정’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 생태계’여야 한다. 해외 사례들은 지역 중심 축제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영국 글래스고의 ‘웨스트엔드 페스티벌’은 골목, 학교 운동장, 동네 카페 등 일상이 무대가 되고 지역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행정은 예산과 공간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에 머물며 공연, 워크숍, 낭독회 등 100여개의 소규모 콘텐츠가 도시 곳곳을 채운다. 축제는 행정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을 실현하고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프렌치 쿼터 페스티벌’은 지역 뮤지션과 식당만 참여하고 시민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민간과 시민이 자율적으로 도시문화를 지켜내며 관광 수입과 로컬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구조다. 홍보보다 현장의 감동에 초점을 맞춘 운영이 특징이다. 축제의 정체성과 도시의 문화적 자산이 맞닿아 있는 사례다. 캐나다 밴쿠버의 ‘퓨지 페스티벌’은 현대 공연예술 중심의 축제로 로컬 예술가와 시민, 비영리기관이 함께 만든다. 다수의 작품이 밴쿠버 현지에서 처음 개발되고 시민은 관객을 넘어 공동 창작자 역할도 수행한다. 이 축제는 단순한 관람 행사가 아니라 지역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실험실이 된다. 행정은 방향을 정하기보다 창작 환경을 조성하며 도시 전체가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축제는 도시 브랜딩의 수단이 아닌 시민과 창작자가 함께 숨 쉬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 된다. 전술한 축제들의 공통점은 ‘지역이 주도하고 행정은 지원하는 구조’라는 데 있다. 반면 한국의 축제는 여전히 관(官)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획 초기부터 “이건 안 되고 저건 꼭 넣어야 한다”는 식의 요구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때로는 결재선이 축제의 성격을 결정짓고 필수적 요소들은 부수적인 요소로 밀려난다.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행정의 역할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무게가 지나칠 경우 축제는 형식화되기 쉽다. 이제는 축제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기획자가 아닌 플랫폼 조력자로 전환돼야 하며 중간지원조직이나 ‘축제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민, 예술가, 청년, 상인 등이 협력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은 연예인 섭외보다 로컬 콘텐츠 개발에 집중돼야 하며 성과는 단순 방문자 수가 아니라 관계 형성과 문화적 밀도로 평가돼야 한다. 축제는 지역의 일상을 문화로 전환하는 예술적 행위이자 공동체가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시간이다. 행정의 결과물이 아닌 지역의 삶이 주체가 되는 축제만이 지속가능한 지역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로컬 콘텐츠로 승부하는 축제가 바로 살아 있는 지역문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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