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도 중국 어선에 침해를 당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깃발 꽂기’ 수법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아르헨티나 국기를 꽂고 조업하는 수법이다. 아르헨티나 오징어잡이배의 90%가 이런 경우였다고 한다. 참다 못한 아르헨티나가 군사 작전을 폈다. 코르벳함, 수송기, 대잠초계기까지 동원됐다.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이 직접 초계기에 타서 지휘했다. 올 초 외신이 전했던 생생한 모습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어떤가. 백령도, 연평도 인근은 황금 어장이다. 3~4월 꽃게철부터 어군이 형성된다. 때 맞춰 중국 어선들이 대거 몰려든다.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특히 집중된다. 밤 사이 NLL을 넘어와 조업한 뒤 북상하는 수법이 용이해서다. 성수기에는 하루 100여척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한다. 어획량을 배정받은 선박의 불법행위도 골칫거리다. 비밀 어창 설치, 조업 일지 조작, 불법 어선 합류 등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해경의 퇴치 작전이 늘 전개된다. 하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줄어들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럴 기미도 없다. 오히려 그 수법이 교묘하고 대범하고 분업화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24일 발생했다. 300t급 중국 어선 한 척이 우리 해경에 나포됐다. 백령도 해상에서 발견된 선박이다. 이 선박의 용도가 흔히 알던 불법 어로가 아니다. 연료를 싣고 다니며 해상 주유를 하는 배다. 중국 국적 선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 어선 28척에 연료와 식자재 등을 제공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적발했다. 해군과 공조해 인천해경 전용 부두로 압송했다. 서해 불법 조업 어선에 연료를 주유하던 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고기도 잡고, 기름도 넣고 있다는 얘기다. 불법 어로 어선 나포는 2024년에 46건 있었고, 2023년에도 54건 있었다. 하지만 어선이 아닌 주유 선박 나포는 다른 문제다.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대응을 소개했다. 해군이 군사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초계기에서 지휘했다. ‘세계 국방력 40위’ 국가의 ‘마레 노스트룸(우리 바다)’ 작전이다. 의지를 보여주려 한 작전일 것이다. 세계 국방력 6위, 대한민국의 서해도 중국에 유린당하고 있다. 경찰이 힘겹게 막지만 틈만 생기면 밀고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피해 바다가 넓어졌고, 피해 어민도 늘어났다. 급기야 ‘해상 주유소’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정부의 서해 수호 의지 선언이다. ‘유연한 외교’가 ‘유연한 서해’일 수는 없음을 보여야 한다. ‘서해 바다 도둑질’은 한중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상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바다 위에서의 단호한 대처다.
지난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노후계획도시는 지은 지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규모다.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베드타운 신도시들이다. 재건축이 시급하지만 기존 재건축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베드타운을 넘어서기 위한 도시 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해서다. 이에 특별법은 여러 개 단지를 묶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토록 했다. 통합정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안전진단을 면제받고 용적률 150% 상향과 용도지역 변경도 가능하다. 인천에서는 ‘1기 신도시’급의 연수·구월·계산·부평·만수지구가 그 대상이다. 인천시는 지구별 통합정비를 위해 지난해 10월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최근 내년 3월 완성할 이 계획의 밑그림을 공개하는 포럼이 열렸다. 인천시는 5개 지구들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 개발할 방침이다. 공공성을 확보하고 용적률 상향 및 기반시설 정비를 위해서다. 앞으로 다른 노후지구에도 적용할 인천형 도시정비의 시범모델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이번 정비계획의 목표를 단순 재건축을 넘어 종합적인 도시 리뉴얼에 둔다. 토지 이용 재편, 생활·사회간접자본 확충, 교통망 개선, 환경친화형 정주환경 등이다. 세대혼합형 주거공간과 상업·복합 기능이 공존하는 ‘미래형 거점지구’가 콘셉트다. 지구별 개발 방향도 제시됐다. 연수지구는 수인분당선 중심의 고용산업축으로 조성한다. 또 승기하수처리장 상부를 공원화하고 역세권 보행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구월지구는 인천종합터미널 중심의 광역교통시설과 예술회관 연계 문화먹거리 특화지역을 조성한다. 만수1지구에는 산림경관 특화 도심을 조성하고 만수2지구에는 시장 연계형 도심 활성화 방안을 찾는다. 이날 논의에서는 인천 노후계획도시정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사업으로 늘어날 인구에 비해 기반시설 확충 능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다. 인천시는 5개 지구의 용적률을 종전 178%에서 최대 35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일부 지구의 경우 2035년 예상 인구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난다. 이에 따른 도로, 교육 시설, 상하수도 용량 확충 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도시기반시설 부족분을 개발이익 공공기여로 보완할 방침이다. 그간 봐온 것처럼 과거 신도시들마다 초기 입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 정체, 교육시설 과밀화 등이다. 이를 일러 총체적 ‘난개발’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히 정비 대상 노후도시들은 인구 증가 외에 기반시설 노후화라는 요인까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자주 듣게 된 단어 하나가 있다. ‘갓생’, 신을 뜻하는 GOD과 살다를 뜻하는 생(生)을 합한 신조어다. 무엇이 맞다고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신처럼 완벽한 삶을 살아내는 것을 갓생이라 부른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갓생러라 일컫기도 한다. 코로나19 즈음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이 단어,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세상 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고개를 돌린 것이 원인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가끔 갓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긴다. 갓생을 살겠다며 2030 젊은층이 잠을 줄이기 시작한다. ‘죽으면 평생 잘 수 있는데’라며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자신의 갓생살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며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삶. 완벽하게 보이기에 이런 갓생은 가끔 지키지 못했을 때 죄책감이나 초조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다 얼마 전 SNS에서 평소 좋아하는 ‘토심이’ 만화를 보던 중 이런 글을 발견했다. ‘갓생, 그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마침 서른의 마지막은 갓생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하던 필자에게 꽤 큰 울림을 줬다. ‘그래, 맞아. 그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행복하면 그게 갓생 아니야’라고 말이다. 지금 인생을 꽤 열심히,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 또한 갓생이 아닐까. 처음 사는 인생인데, 뭘 또 꼭 잘하기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그래서 묻고 싶다. 당신의 갓생은 괜찮으시냐고.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연일 이어지는 급변하는 날씨는 우리의 일상과 삶의 방식까지 바꿔 이에 대한 인식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기후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기후교육을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3년부터 고등학교 ‘기후 변화와 환경생태’ 교과서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 대전시교육청에서 인정 교과서로 선정됐다. 기후 변화에 대한 미래세대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기상청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진짜 첫걸음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실천’이 있어야 시작된다.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예컨대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누구나 들어봤을 탄소중립 실천 내용은 ‘실천’이란 허들을 넘었을 때 의미가 있다. 이에 기상청은 시민들의 주체적 실천을 이끌고자 지역별로 지역 특색을 반영한 기후교육을 개발·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국 곳곳의 학교, 지자체, 지역단체와의 소통·협력에 힘쓰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이 서울 은평구, 경기 수원시 등의 지자체와 함께 운영 중인 기후교육 사업 ‘우리동네 기후연구소’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시민들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자신이 사는 동네의 기온을 직접 관측하고 기후행동 실천을 인증하면 수도권기상청이 찾아가 해당 지역의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 변화와 기후전망을 설명하고 탄소중립 실천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기상청의 참여로 교육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실천 행동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왜 특정 행동이 필요한지, 그 행동이 나의 삶과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이해할 때 작은 실천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행동의 변화’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 중심의 기후교육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삶과 지역에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그 시작과 끝에 늘 기상청이 함께할 것이다.
애플은 6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이 하나의 판 위에 정보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여러 겹의 투명한 유리창이 겹치듯 정보를 전달한다. 사진첩을 보다가 알림이 떠도 알림창이 반투명하게 처리돼 뒤의 사진을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발표 직후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이 한가하게 예쁜 디자인에나 신경 쓴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이 기술의 함의를 놓치고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Vision Pro)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 투명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화면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 ‘클루리’의 데모 영상에도 이 투명 인터페이스가 등장한다. 영상 속에서 연애 경험이 없는 학생은 데이트 상대 앞에 앉아 눈앞의 투명한 정보창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AI 연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클루리의 창업자 로이 리는 도발적인 인물이다. 그는 AI를 이용해 빅테크 기업들의 면접을 통과하는 과정을 공개했다가 컬럼비아대에서 퇴학당했지만 이후 오히려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모든 것을 커닝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회사를 차렸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모든 정보를 AI가 가지고 있는데 굳이 그것을 암기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인류는 AI라는 ‘치트키’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고 이 치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이 주변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 디지털 정보가 겹치는 중첩형 투명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입히는 방식은 이미 자동차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을 통해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술이다. 하지만 이 콘셉트가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투명 디스플레이 위에 펼쳐지는 것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맥락을 파악해 전달되는 AI 정보, 즉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지능(Ambient AI)’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철학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기술”이라고 했다. 이 개념에 맞춰 애플의 투명 인터페이스, 그리고 메타와 구글이 선보이는 스마트 글라스는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지우며 ‘보이지 않는 지능’의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6년 증강현실이 “10년 후의 기술”이라고 예측했다. 그 10년이 돼가는 지금, 인공지능과 결합한 증강현실은 단순히 스크린을 눈앞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세상 전체를 화면으로 바꿔 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벗어나 시야 위에 중첩되는 현실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 맞춤형으로 볼 수 있다. 풍속과 심박수 등을 고려한 최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달리기를 할 수 있고 안경 위에 뜬 AI의 실시간 가이드에 따라 기계를 조작하고 복잡한 외과수술을 할 수도 있다. 용도 폐기된 것 같았던 메타버스가 AI와 결합되면서 모바일폰을 대체할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2023년 고등학교 11학년 세계사 교과서를 개정하며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정된 교과서에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재건’ 사례 등을 새로 포함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교육과정에는 중국, 일본, 인도 등 동아시아 주요국은 포함돼 있었지만 한국은 빠져 있었다. 전후 초토화된 한국이 불과 수십년 만에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사례를 자신들이 설계할 미래 희망의 모델로 삼고 있다. 반가운 일이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실려 있다고 한다. “1950년 한국은 전쟁으로 국토의 80%가 파괴됐지만 수십년 후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나라가 됐다.” 전시의 포화 속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가르치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작 우리 현실의 모습은 어떤가. 2025년은 6·25전쟁 발발 75주년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6·25는 점점 ‘시험에 나오는 연도나 지명’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국가보훈부의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국민의 81.4%가 ‘6·25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20대 이하에서는 그 비율이 22.7%에 불과했다. 전쟁의 상처와 교훈은 세대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잊히고 있다. 6·25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었다. 광복 후 미소 냉전이 격화되며 한반도는 이념의 대리전장이 됐고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의 남침으로 민족이 총을 겨눈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 기간 우리 군인과 경찰 15만명이 전사했고 250만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유엔군 참전 16개국 가운데 약 4만명의 젊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중 미국 병사만 해도 3만7천여명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평균 나이는 19세였다고 한다. 이는 한반도의 전쟁이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냉전의 최전선이자 국제사회가 함께 치른 전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평화를 누리는 우리는, 정작 그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있다. 기억되지 않는 전쟁은 반복될 수 있다. 기념일만으로는 부족하다. 살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자라나는 세대가 반드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전쟁의 기억을 단지 고통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의 위기 속에서 전 세계가 함께 지킨 자유의 기록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여러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어주며 국가경쟁력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국민 모두의 힘을 결집해 ‘한강의 기적’을 다시 한번 이뤄내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과 다른 나라도 도울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는 되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줘야 한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쌀 소비가 줄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대왕님표 여주쌀’은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단순한 내수 판매를 넘어 해외 수출형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왕님표 여주쌀은 2025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에서 농산물 브랜드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 뉴욕·뉴저지 지역 한인마트에 정식 입점하며 첫 수출 물량 3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여주쌀 미국 수출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K-푸드 확산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라면, 떡볶이, 냉동김밥 등 한국 가공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한국산 식재료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 쌀은 특히 찰기 있고 쫀득한 식감으로 김밥, 덮밥, 비빔밥 등 한식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실제로 미국 내 냉동김밥 판매 호조에 따라 쌀가공식품 수출도 20% 이상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주쌀의 미국 진출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내수 침체에서 벗어난 지속가능한 농업 해법으로 ‘수출형 프리미엄 농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 중이기 때문이다. 여주쌀이 가진 경쟁력은 단단하다. 첫째, 여주는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수자원, 규산·유기물이 풍부한 토질 등 벼농사에 최적화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둘째, 여주시는 독자적 품종 ‘진상미’를 개발하고 재배를 독점해 고유성을 확보했다. 이 품종은 찰기와 감칠맛이 뛰어나 프리미엄 소비층에 적합하다. 셋째, 여주시농업기술센터는 DNA 종자검정, 성분분석, 미질분석 등 과학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식미치 75점 이상, 단백질 6% 이하라는 고품질 기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 시스템도 강점이다. 여주시농산업공동브랜드활성화센터는 품질 인증, 공동마케팅, 유통망 관리, 관광 자원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한다. 이 같은 브랜드 역량 덕분에 K-BPI 1위라는 신뢰를 얻었고 해외 수출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프리미엄 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롱그레인 쌀이 주류이며 한국 쌀에 대한 인지도는 한인 커뮤니티와 K-푸드 팬층에 한정돼 있다. 이를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산 쌀’이라는 설명을 넘어 ‘왜 이 쌀이 특별하고 건강한가’에 대한 문화적·품질적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조선시대 왕에게 올리던 쌀’이라는 정체성은 미국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 자산이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농업은 성장할 수 있다. 핵심은 ‘프리미엄화→브랜드화→수출산업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잘 만들 수 있느냐다. 대왕님표 여주쌀은 이 길을 선도하며 한국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K-푸드가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 여주쌀의 도전은 한국 쌀, 나아가 한국 농업 전체의 미래를 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금 모으기’는 IMF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았던 28여년 전 역사다. 이보다 절절한 나라 구하기가 75년 전에 있었다. 1949~6·25전쟁 시기의 건국국채다. 빈손 건국과 전쟁 폐허의 시기였다. 세입 부족, 재정 적자로 나라가 어려웠다. 1949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채법이 제정됐다. 최빈국 국채는 필연적으로 불안했다. 그랬던 건국국채를 매입하는 심리는 애국심이었다. 내 돈을 기꺼이 국가 발전에 넣겠다는 사명감이었다. 6월 25일을 앞두고 경기일보가 건국국채 얘기를 전했다. 30년 전 작고한 장래복씨의 역사다. 경기도를 근거로 활동했던 사업가다. 제재소, 건설, 화물업을 했다. 1972년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도 역임했다. 그가 남긴 유품이 전해 온다. 오천원·이천원·일천원·일백환짜리 국채다. 발행일 ‘단기 4281년’, 발행 책임자 ‘재무부장관’. 만기는 5년이다. 장씨는 이 국채를 환가하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 갈피에 소중히 남겨 뒀다. 그의 딸 장성숙씨(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가 본보에 그 사연을 전했다.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라고 가르치셨다.” 부친이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유를 짐작했다. “6·25전쟁 직후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다.” 폐허의 나라를 재건하려고 발행한 국채였다. 그 취지에 기꺼이 함께한 애국심이었다. 어찌 장씨만의 역사였겠는가. 해방공간, 6·25전쟁을 겪은 수많은 국민이 그렇게 참여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확인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장했다. 국부가 몰라 보게 커졌다. 국채의 규모, 성격, 한계가 딴 세상 얘기다.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이 30조5천억원이다. 이 중에 19조8천억원을 국채로 조달한다. 하반기에도 추가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 국채 발행 한도가 197조6천억원에서 229조8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3조9천억원에서 110조4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총 국가 채무도 1천300조6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국채의 많고 적음은 기준이 아니다. 통화 규모 증대는 경제 성장의 기본 요소다. 경기부양의 기능도 갖고 있다. 다만 커진 국채 규모의 적정선을 걱정하는 소리는 있다. 국채로 형성한 통화의 사용처도 중요하다. 현금 지원, 부채 탕감 등에는 이견이 있다. 국채가 늘어도 감당 가능한 조건은 있다. 인구 규모가 크고, 기축통화국이거나 신용등급이 높으면 괜찮다. 우리는 아니다. 그래서 편하게만 지켜볼 수 없다. 75년 전 건국국채는 나라 살리는 애국심이었는데 2025년 국채는 풍요 속 적정성을 따져야 하는 과제다. 6·25전쟁 75주년에 새겨 볼 만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