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쉼, 새로운 창조

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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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가운데 어느 요일이 가장 좋은가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고 쉬는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라고 대답한다.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을 택할 것이다. 쉬는 날, 쉬는 시간, 쉬는 공간의 쉼은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면서 본능으로 심어주셨다.

 

하나님도 창조 사역을 마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셨다. 안식은 창조의 완성이며 인간에게 주신 첫 번째 복이다. 여섯째 날에 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첫 번째로 주신 복은 ‘쉼’이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님의 안식일인 일요일에 쉬고 일하는 월요일을 맞는 것이 맞다. 그러니까 쉼은 일을 마치고 받는 보상이 아니라 일하기 전에 쉼의 복을 받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주간의 시작은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다.

 

여름이 됐다.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각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가 돼 너무나 좋다. 교회에서도 신앙훈련의 목적으로 수련회나 캠프를 진행한다. 집을 떠난 아이들은 또래들과 특별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어떤 경우는 해외 단기선교를 체험하기도 한다. 해외에 나가 낯선 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시작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잘 도와줘야 하는 주체적인 인생관을 갖는다. 직장인들도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멈추고 잠시 자연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갖는 여름휴가를 갖는다.

 

사실 우리나라는 참 바쁘게 사는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일을 많이 하는 나라가 멕시코라고 한다. 대한민국도 이에 못지않다. OECD 평균 노동시간 1천742시간보다 130시간이나 더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다행히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자기계발과 쉼을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젊은이와 직장인들은 쉼 없이 공부하고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손주가 대전에 살고 있다. 유치원을 다닐 때도 만나기 힘들었지만 초등학생이 되면서 태권도 학원에서 방과 후 돌봄센터 프로그램까지 오후 5시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시간에 맞춰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면 꽤 지쳐 있는 것 같아 “오늘 많이 피곤하니”라고 물으면 “핵~ 피곤”이라는 이모티콘으로 대답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만 안쓰럽고 애처롭다. 그래서 오늘은 피곤한 손주에게 여름방학이 되면 수원의 할아버지 집에 와서 자전거도 타고 바닷가에도 가 놀자고 희망을 가득 담아 약속을 했다.

 

굳이 방학이나 휴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시간에서도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쉼의 축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마음을 담아 교회 앞에 빈 의자를 몇 개 준비해 뒀다. 그곳에 앉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종종 간섭받지 않고 빈 의자의 주인공이 돼 여유를 즐기는 분들이 참 보기 좋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조금은 여유롭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하나님은 누구든지 쉬면 충전되고 회복되도록 인간을 만드셨다. 운동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향기 짙은 커피를 마시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리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와서 쉬라’고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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