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사경정공원, 누구를 위한 곳인가

강병덕 더불어민주당 하남갑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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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스포츠대회를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한일월드컵은 신화적이고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지긋한 분들에게 물으면 다른 대답을 듣기도 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을 온통 흥분과 열광으로 채웠던 88올림픽과 2년 먼저 열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의 이야기다.

 

하남시 미사조정경기장은 바로 이 두 대회를 위해 조성됐다. 당시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올림픽의 열기가 사그라들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95년 이곳의 이름을 미사경정공원으로 바꾸고 대규모 정비를 진행한다. 그저 넓기만 했던 대지가 경기 남부 최고의 녹지공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아마 하남시민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명소가 됐을 것이다. 2002년 경정장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경정은 사행산업이다. 굳이 설명하면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거나 관련된 물적 재화,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 즉 일종의 도박이라는 뜻이다. 실정법도 경정을 카지노, 경마 등과 함께 사행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곳이 인구 10만명이 사는 미사 1·2동과 마주해 있으니 주민들의 거부감과 우려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소음과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 야간시간 이용 불가에 대한 불만도 이미 만성적인 민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벌써 40년이 지났다. 이제 하남시민의 것은 하남시민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무턱대고 나가라는 것도 아니다.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36년 하계올림픽 후보지인 전북과 그간 경정장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곡성군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는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최종 개최지 선정에 여념이 없다. 국비 포함 약 10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고 유치에 성공한다면 88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하계올림픽 개최국이 된다.

 

한편 곡성군은 2022년부터 쇠락하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상레포츠 관광단지 조성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문체부의 경정장 신설 불허로 좌초 위기다. 이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전북은 조정경기장이 꼭 필요하고 곡성군은 경정장이 핵심 사업이라는 데 있다.

 

하남시 입장에서는 경정장 반환을 주도할 절호의 기회다. 하남시가 경정장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전북의 주도 아래 곡성군이 받기만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문체부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하계올림픽에 필요한 조정경기장 건립을 자연스럽게 추진함과 동시에 하남시와 곡성군의 민원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환된 미사경정공원을 다양한 여가 활동이 가능한 문화, 레저시설로 재탄생시킨다면 이런 성과가 또 어디 있겠나.

 

미사경정공원이 위치한 미사섬은 하남시민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한강을 품에 안은 너른 녹지에 온갖 풀과 나무들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그런 곳을 시민들의 필요와 다르게 운영하는 것은 시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공간복지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하남시는 말만 있고 결과는 아무것도 없는 K-스타월드만 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웃집에 뻗은 감나무 가지의 감은 누구의 감입니까.’ 오성과 한음의 설화 가운데 일부다. 오성의 넘치는 기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로 지혜를 가르치기에 손색이 없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공간복지가 어디서부터 그리고 누구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하남시에 이렇게 질문을 바꿔본다. ‘미사경정공원, 누구의 공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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