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안전합니다!” 한의협, 포스터 4종 제작·배포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한의의료기관에서 처방된 한약은 안전하다(간에 안전한 한약)’는 내용의 포스터 4종을 제작, 전국의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대상으로 배포한다고 30일 밝혔다.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안전합니다’라는 주제로 제작·배포되는 4종의 포스터에는 ‘내 몸에 맞춤 처방 한약’, ‘한의학은 간 건강을 지키는 의학입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2011년부터 2019년까지 67만 2411명의 대규모 환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데이터)를 대상으로 실시된 한약과 간독성 연구 결과가 담겨져 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 학술논문지인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했거나 한약 처방을 받은 후 90일 이내에 약물 유발 간손상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은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특히 외래 환자군에서는 위험도가 1.01(95% 신뢰구간:1.00~1.01)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한약은 간에 안전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도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를 한층 더 높인다는 차원에서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게 됐다”며 “이번 포스터 배포를 계기로 환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한약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가 완전히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통 여성국극 ‘여성국극 춘향’ 안산문화예술의전당서 공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오는 13일 오후 4시 해돋이극장에서 안산문화재단 상주단체인 여성국극제작소의 기획공연 ‘여성국극 춘향’을 무대에 올린다. 여성국극 춘향은 고전인 춘향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국내 최초의 여성국극인 ‘옥중화(1948)’와 이를 계승한 ‘대춘향전(2011)’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춘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판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여성국극의 전성기인 195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공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우와 안무, 악사를 포함한 총 30여 명의 출연진이 대극장을 화려하게 채운다. ‘대춘향전’에 참여했던 최병규 연출, 이관웅 음악감독, 이승희 안무감독, 박진철 음향감독 등 관록 있는 제작진이 합세해 무대의 완성도를 더한다. 또한 여성국극 계승자 박수빈이 ‘대춘향전’에 이어 이번 공연에도 몽룡 역을 맡아 여성국극만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전북무형유산 제2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자 국가무형유산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인 이윤선 한국국악협회 안산지부장이 춘향 역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국극 원로 배우인 이소자, 조영숙, 김성예가 각각 변사또와 방자, 월매 등의 역을 맡아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한편 여성국극제작소는 2019년, 여성국극 계승자인 박수빈 대표를 중심으로 여성국극의 정통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설립 후 지금까지 여성국극의 다양한 모습을 무대 위에 펼쳐왔다. 지난해에 이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선정된 여성국극제작소는 안산시 청년센터 상상대로 안산 청년 디자이너 모임인 로디클과의 협업을 통해 여성국극의 부흥 및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경기아트센터, 예술영재 육성 위한 ‘2025 경기예술성장학교’ 출범

경기아트센터가 경기도내 예술영재를 조기발굴하고 창의적 예술가로 육성하고자 ‘2025 경기예술성장학교’에 참여할 학생을 공개모집 한다. 이번 사업은 경기아트센터와 경기도교육청, 경기도내 예술대학이 협력해 음악 분야의 숨은 인재를 선발하고, 체계적인 예술 교육과 무대 경험을 제공하는 경기도형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27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7월 10일까지 14일간 학생들을 공개모집한다. 지원자격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예술적 잠재력을 보유한 청소년(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으로 올해는 성악(4명), 피아노(3명), 바이올린(2명), 첼로(2명), 플루트(2명), 클라리넷(2명) 6개 분야 15명을 선발한다. 선발 절차는 1차 서류 및 영상심사를 거쳐 2차 실기 오디션 및 면접전형으로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공개모집은 선발의 공정성을 높이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최종 선발된 학생들은 7월 26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총 15주간 집중교육을 이수하며, 교육과정은 원포인트레슨(1:1 실기지도)과 이론수업, 향상워크숍, 마스터클래스로 구성된다. 경기필하모닉 악장 및 수·차석 단원들이 직접 실기강사로 참여하며, 국내외 저명 예술가들의 마스터클래스도 예정돼 있다. 교육 종료 후에는 실제 무대에서의 공연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이 예술가로서 자신감을 갖고 성취감을 느낄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기도교육청 경기공유학교와 연계해 활동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NEIS)에 등재하여 학생들의 진로설계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경기예술성장학교는 재능있는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돕고, 미래 예술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경기아트센터가 든든히 뒷받침할 것”이라며 “많은 도내 청소년들이 용기 있게 도전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25년차 편집기자의 노하우가 담긴 책…‘AI를 이기는 힘, 편집을 배워라’

25년차 편집기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극대화되는 ‘편집’의 가치를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저자 김형진은 AI가 뉴스와 정보를 분석해서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이 편집기자가 뉴스 가치를 평가하고 제목을 뽑을 때 활용하는 방식과 같다고 주장한다. 편집의 기술을 익히게 되면 복잡할 것 같은 AI의 작동방식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편집이 우리 삶의 모든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정리가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2개 이상으로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것과 저것이 연결될 수 있다면, 뭔가 더해서 의미와 재미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반전의 여지가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런 곳에서 편집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편집’을 ‘무엇인가를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편집은 흐름상 어색한 대목을 ‘잘라 달라’는 뜻 외에도 ‘내가 좀 더 잘, 멋지게 나오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있다. 이에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는 수준까지 빼는 ‘사고의 다이어트’라는 것. 몸을 가볍게 한 뒤 모방과 연상, 연결로 의외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이 편집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는 편집이 특권이 아니라 배우기만 하면 누구든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통해 현직 편집기자의 편집 기술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벌써 다 팔렸어요”…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 얼리버드 1분 완판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이하 인뮤페)의 얼리버드 티켓이 예매 개시 단 1분 만에 전량 매진되며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29일 경기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와 화성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인뮤페는 인디신에서 활동한 선후배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과 교감하며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경기도 대표 가을 음악 페스티벌이다. 지난 27일 단독 진행된 얼리버드 예매는 2일권 기준 50% 할인된 4만원에 판매됐으며, 인터파크의 ‘NOL 티켓’을 통해 이뤄졌다. 티켓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예매자들이 몰리며 순식간에 소진됐다. 조기 매진을 견인한 주요 요인은 1차 공개된 화려한 라인업과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다. 에픽하이, 숀, 이디오테잎, 내귀에 도청장치, 로맨틱펀치, 황가람, 범진, 도쿄초기충동(東京初期衝動), 데카당, 심아일랜드, 캔트비블루, 향 등 국내외 인디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인뮤페 관계자는 “다음 달 중 추가 티켓 오픈을 계획하고 있으며, 예매자들에게 폭넓은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는 오는 9월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화성 정조효공원에서 열린다. 티켓 예매 일정 및 전체 라인업 등 관련 정보는 인뮤페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등 경기뮤직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간주나무·지방자치 시대 지속 가능한 정책 [신간소개]

■ 노간주나무(글 김해솔·북다 刊)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 드라마, 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해솔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집과 가족을 주제로 반전의 이야기를 펼친다. 소설엔 나의 엄마, 나의 아들, 그리고 나가 등장한다. 나인 영주는 20여년 전 계단에서 굴러 죽을뻔했는데 영주를 민 건 다름 아닌 엄마였다. 이후 어린 시절 겪었던 이 끔찍한 일을 반복적으로 꿈꾸며 고통에 시달린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영주는 아들 선호가 커갈수록 점점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자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3대가 함께 있으면서 영주는 이제 엄마가 자신이 아닌 아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영주 일가의 이야기와 형사 윤성이 의문의 사망 사건들을 추적하는 과정이 서로 독립적으로 펼쳐지다가 두 이야기의 연결점이 차츰 드러난다. 작가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느끼는 서늘한 공포를 그려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집이고 가장 맏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흡입력있는 문장과 촘촘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족과 가정에 대한 오래된 환상과 믿음을 서스펜스 요소로 활용한 작가의 치밀함도 돋보인다. 심사위원에게 “압도적이며 저돌적인 이야기”, “비틀린 애정과 집착, 두려움을 탁월한 심리 묘사로 풀었다” 등의 평을 받았다. ■ 지방자치 시대 지속 가능한 정책(글 박진우·모아북스刊) 지방자치 30년, 지역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역 주민들과 지역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행정은 실현되고 있을까. 책은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에서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자세하게 분석했다. 전국의 17개 광역의회와 226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정책 속에서 모범 사례를 찾아 실제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고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저자가 직접 전국을 뛰며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눈에 띄는 것은 지방자치 정책의 이론과 실천이 연결되는 배경과 과정, 결과까지 살펴봤다는 점이다. 1부에선 기후위기라는 세계적인 고민거리에 대처하는 지방자체단체들의 정책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지역사회의 돌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탐색하고 3부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를 살펴본다. 4부에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5부에서는 지역사회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정책으로 승화한 사례가 제시된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문제에 함께 머리 맞대고 문제를 해결한 23개의 정책을 통해 지역에 나타난 작은 변화들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여러 각도로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나는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

격동의 한국사에서 한국미술은 어떤 궤를 그려왔나. 또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시대상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한국근현대미술의 100년 역사와 정체성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가 26일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앞서 지난달 개막한 ‘한국근현대미술Ⅰ’에 이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근현대미술 주요작품 110여 점을 소개한다. 김환기, 박생광, 박서보, 박이소, 서세옥, 성능경, 윤형근, 안규철, 이불, 이성자, 이우환, 최욱경 등 작가 70여 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등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 온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살폈다. 이건희컬렉션(Ⅰ41점, II 17점)을 추가로 선보이고, 수집 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도 11점에 이르러 더욱 눈길을 모은다. 전시는 김환기, 윤형근을 집중 조명하는 2개의 ‘작가의 방’을 포함해 총 11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전시는 시대와 미술사조의 흐름을 따라 분류하며 그 안에 새롭게 해석되는 이야기는 소주제로 나눴다. 1부 ‘정부 수립과 미술’에서는 해방 이후 국가 주도로 추진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미술 제도와 화단의 다양한 흐름이 제시됐다. 류경채의 ‘폐림지 근방’(1949)은 국전 초대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후 폐허가 된 대지를 사실과 추상이 공존하는 감각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최초로 공개되는 안상철의 ‘청일’(1959)을 비롯해 박노수의 ‘선소운’(1955)은 국전 체제 안에서 한국화의 전통적 어법을 현대적으로 변형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나타낸다. 또한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모더니즘 회화의 흐름을 조망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행위, 사물, 개념: 전위미술의 실험들’, ‘한국화의 새로운 전환’, ‘동시대를 향하여’ 등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소주제를 통해 통상적인 미술사에서 놓치기 쉬웠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여성 미술가들의 실험과 시도는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 83년 11월’(1983), 심경자의 ‘별전’(1973)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자연, 생명, 감정, 기억, 내면과 같이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주제로 추상의 세계를 구축한 작품을 소개한다. 첫 번째 작가의 방인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에서는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며 독자적인 양식을 추구했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만난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된 김환기의 초기작 ‘론도’(1938)를 비롯해 한국적 감수성을 담아낸 파리 시기(1956-1959) 대표작 ‘산월’(1958), 반복되는 점과 푸른색의 화면을 통해 한국적 서정성과 여백의 미를 구현한 뉴욕 시기의 대표작 ‘새벽 #3’(1964–1965) 등도 함께 걸렸다. 이 곳에선 김환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 제작한 공간향이 더해졌다. 김환기의 노스탤지어를 시각적 리듬감, 조형성과 함께 후각으로도 느낄 수 있어 그의 작품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두 번째 작가의 방 ‘청다색, 천지문: 윤형근(1928–2007)’에서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침묵과 절제의 회화를 구축한 윤형근을 만난다. 윤형근은 1928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했던 역사적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고 1973년엔 반공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던 인물. ‘69-E8’(1969), ‘청다색’(1976~1977) 등 존재의 본질과 인간의 고통, 숭고 등을 담아낸 그의 작품 세계를 좇아간다. 정재일 음악감독과 협업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다. 시대를 지나 11부 ‘동시대를 향하여’에서는 민주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동시대 미술로 전환하게 된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 소개된다.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1990년대 후반 사이보그 시리즈를 시작으로 기술과 신체의 결합, 미래적 존재에 대한 탐구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아 온 이불의 대표작 ‘스턴바우 No. 23’(2009). 2025년 신소장품으로 수집돼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거울, 유리, 금속, 반사 필름 등 다층적 재료가 얽혀 공중에 부유한다. 이현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00년의 한국근현대사를 함께하는 여정인만큼 관람객들이 쉬어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의자 등 쉴 수 있는 공간 배치 등에도 신경을 썼다”며 “작가의 방은 1년 단위로 교체되며, 일부 소주제 공간의 작품도 교체해 한국근현대미술사를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 View] 고요한 저항 外

#1. 마음이 머무는 곳 시간이 가장 큰 재산임을, 늦게야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하지만 그 하루를 채우는 밀도와 방향은 삶이 품은 깊이만큼 달라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남기는 흔적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음이 머무는 방향’. #2. 고요한 저항 해는 낮의 껍질을 벗기며 존재의 이면을 드러낸다. 드러남은 언제나 소멸과 나란히 오며 우리가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은 무언가를 잃는 순간과 포개져 있다. 이 탈색의 경계에서 진실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존재한다. 삶이란 어쩌면 잊히는 것을 운명으로 부여받은 존재를 조용히 거부하는, 한낱 고요한 저항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저항처럼 어슴프레한 저녁의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3. 삶의 궤적 진흙을 머금은 땅 위, 서로 다른 발자국들이 겹쳐 앉아 한 겹의 이야기로 눌러 있다. 누군가는 이곳에 잠시 머물렀고, 누군가는 조용히 지나갔다. 그 순간의 무게가 부드러운 흙에 흔적을 남겼다. 발의 온기, 형태, 그리고 방향 그 모든 것이 말없이 ‘존재했음’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길 위를 걸으며 그 흔적들을 스쳐 지나왔을까. 삶은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길 위에 자신만의 궤적을 조용히 얹고 가는 일.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국 앞에 멈춰 서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여기, 누가 다녀갔는가.” 홍채원 사진작가

“낭만과 정열 속으로”…스페인 음악의 정수 ‘콘체르토 말라가’ 수원서 내한공연

낭만과 정열의 스페인 음악이 수원의 관객과 만난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 등 명곡이 글로벌 하모니스트와 협연으로 펼쳐지며 객석에 흥미로움을 전할 예정이다. 수원문화재단은 다음 달 27일 오후 4시 수원SK아트리움에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실내악단 ‘콘체르토 말라가(Concerto Málaga)’의 내한 공연을 개최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스페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콘체르토 말라가’는 라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클래식 앨범 부문 후보로 주목받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문 현악 오케스트라다. 1996년 창단된 콘체르토 말라가는 독특한 탄생 배경을 담고 있다. 19세기 말 스페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쇠퇴하던 조국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문화 부흥을 외쳤던 ‘98세대(Generación del 98)’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창단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길 데 갈베스(Gil de Gálvez)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세계적인 지휘자 호세 세레브리에르,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나 시르부 등과 협연하며 깊이를 더해왔고,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1천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수원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낭만적인 민속 색채가 살아있는 명곡과 함께 클래식과 스페인 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무대에는 파야, 타레가, 로드리고, 알베니스 등 스페인 국민악파의 대표 작곡가들의 작품과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 등 스페인 특화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올해 세계 하모니카 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하모니시스트 이윤석의 협연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도 즐길거리 중 하나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스페인 정통 현악 음악과 하모니카의 이색적인 협연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미술을 즐기는 주말 [현장리뷰]

아트페어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으나 괜스레 높은 문턱에 망설였던 이라면 이번 주말 광교에 들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지난 26일 지난해 이어 두 번째 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화랑미술제의 오랜 노하우와 광교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수원컨벤션센터의 인프라를 접목했다.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미술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의미를 담은 이번 아트페어엔 국내를 대표하는 우수 회원화랑 104곳과 특별전을 포함해 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며 수원 지역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수문장’과 어린이 프로그램, 도슨트 및 전문가를 동반한 토크 프로그램 및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한 야외 공연 ‘레이크 바이크’ 등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젊은 커플,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좋다. 26일 열린 첫날 프리뷰에만 약 4천700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으며 축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컨셉 ‘눈길’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기계가 구현할 수 없는 ‘어설픈 미학’을 찾아가는 것이 예술가의 몫 아닐까요.” 오묘한 눈빛에 어딘가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의 피사체가 새빨간 슈트를 입고, 그 옆엔 로봇의 팔이 겹쳐 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에서는 젊은 감각이 반영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대거 출현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특히 젊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갤러리박영’의 피 킴(P. Kim, 김태기 작가)이었다. 갤러리박영은 출판사 ‘박영사’의 화랑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파주출판단지의 첫 번째 갤러리이며 피 킴은 수원 출신의 작가로 이번 아트페어의 정체성을 더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피규어와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 그는 지난해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일본레스링협회에서 직접 협찬받은 레슬링 링으로 전시를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정복자의 유쾌한 골짜기’ 시리즈를 선보이는 작가는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개념을 뒤집어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함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미학의 순간을 포착했다. 1970~80년대 특수촬영물을 소재로 택한 그는 필름 너머의 영웅은 완벽한 초인이 아닌 그저 슈트를 입은 배우이며, 그들과 싸우는 괴수 역시 그 너머엔 인간이란 물리적 존재가 있음을 떠올렸다. 허술하고 미숙한 CG 효과는 현실과 허구 사이 불완전함에서 독특한 미학과 유쾌함, 낭만을 가져다준다고 작가는 말한다. 차량의 도색에 활용되는 페인트는 캔버스와 만나 독특한 질감을 자아냈다. 스포츠카의 상징인 페라리의 빨간색은 강렬하면서도 윤택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마치 AI가 구현한 모델 같기도 하지만, 피사체는 작가가 아날로그로 창조한 얼굴이다. ■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설치·조각 작품까지 각 부스마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아트페어의 묘미 가운데 하나이다. ‘토포하우스’ 갤러리는 회화에 어울리는 설치미술 작품을 곳곳에 배치하며 마치 누군가의 집에 방문한 듯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테마별로 배치했다. 동물을 소재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재규 작가의 작품은 이번 현장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은은함을 선사했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5 화랑미술제’에서도 독특한 색감으로 아기자기한 동물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애정을 받았다. 그는 중국, 터키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작가다. “자연에서 온 진흙에 시간이 더해지며 우연함을 포착하려 했습니다.” 김 작가의 작품이 주는 부드러움의 힘은 독특한 색감에서 형성된다. 말랑말랑한 진흙 상태의 천연 세라믹에 우리나라 전통 유약의 기법을 차용한 작업 방식에 주목할 만하다. 인간의 동반자이자 벗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온 동물은 무대의 중앙으로 올라왔다. 김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자리한 허준 작가의 작품도 지나칠 수 없다. 소치 허련의 5대손인 작가는 한국화 창시 집안의 품격이 드러나는 현대적 산수화를 그린다. 수석 모으기가 취미였던 할아버지 남농 허건 선생과의 추억과 푸근한 놀이터가 되어줬던 그에 대한 애정을 커다란 나무 속 새 두 마리로 표현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 블루칩이 주는 안정감… ‘미래의 블루칩’은 누구? ‘021갤러리’의 류재하는 블루칩의 명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고 미디어와 물리적 오브제의 결합으로 다양한 키네틱, 미디어 설치, 미디어 파사드, 영상 작업을 해오는 그는 최초란 수식어가 많다. 2010년 ‘G20 정상회담-미디어 첨성대’, ‘덕수궁-중화전 매핑’, ‘광화문-빛 너울’, ‘2018년 평창 올림픽’ 등 다양한 문화유산 미디어 파사드를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현장에선 그의 신작 등을 만날 수 있다. ‘끝과 끝은 통한다’. 작가는 솥뚜껑, 화투 등 향토적인 소재를 첨단의 기술로 제단한다. 작품 ‘우아한 눈치’(2025)는 마치 인간의 눈꺼풀처럼 눈을 오므려 궁금증을 자아냈다가 깜빡이며 입을 벌린다. 작가는 타인의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인의 삶을 화투 놀이에서 눈치로 비유한다. 삼등분한 솥뚜껑에서 나타나는 화투, 깜빡이는 눈의 작품들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써포먼트 갤러리’의 권혜조가 그린 도시와 자연의 풍경과 독특한 질감, 파스텔톤의 색감 역시 관람객에게 큰 인기였다. 권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풍경과 순간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데 특히 그가 구현하는 트렌디한 색감과 특유의 컬러 팔레트는 상징처럼 자리하며 외국에서 특히 인기이다. 반복적인 붓질과 두꺼운 오일페인팅은 울퉁불퉁한 입체감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그의 작품엔 샴페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항상 축하하고 기념할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번 미술제는 아트페어의 문턱을 낮추고 ‘아트페어 입문자’를 초대하는 의미가 있다. 미래의 블루칩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노화랑’ 갤러리의 정하진 작품이 그러하다. 1999년생 신진작가인 정하진은 노화랑이 강력하게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로 자신 있게 내보인 인물이다. 꽃이 져야 열매가 나오는 상반된 계절감을 갖는 집 마당에 자리한 모과나무는 그의 작품 소재가 됐다. 차가운 도자기에 특유의 방식으로 따뜻한 색감을 담아낸 그의 설치 작품은 둘러봄 직하다. ■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 3층의 전시는 1층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마치 살롱에 들어가듯 카페트 위로 떨어지는 따뜻한 조명과 분위기는 이번엔 아늑함을 자아낸다. 3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가람화랑’의 구상희 작가의 작품이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피사체는 화면을 뚫고 바닥에 정착했다. 구상희 작가는 중앙보다는 프레임 옆을, 가운데보다는 구석이나 모서리에 천착한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는 세상에서 어쩌면 주변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순간의 영원함을 포착한 작가는 화면 밖에 영원한 정지 상태로 머무르게 만들며 시선을 잡아끈다. 이외 자개장의 신비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갤러리 아트숲’의 서은경, 모녀 작가의 동화 속 세계를 그린 팀 비비 등이 주목할 만하다. 3층에 자리한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수원의 청년예술가 20인 외에, 수원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21인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규모로 작품의 수준 또한 손색 없다. 마은영 작가의 ‘캉가의 화려한 외출’은 독특한 세계관과 아기자기한 작품 구성은 관람객에게 열띤 애정을 받았다. “어느 날 야생 닭이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들을 다 같이 한 차에 태워 행복을 찾아 떠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0년간 가족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생활하며 곳곳을 여행 다닌 마 작가는 알록달록한 닭에 현지인과 자기 자신, 가족의 모습을 투영했다. 천으로 재봉한 작품은 얼룩말 등 현지의 동물을 담아냈고, 그가 타고 다녔을 모형의 오토바이는 화면 안에 와이드한 그림으로 확대됐다. 노랑, 분홍, 파랑의 물결은 현지의 바람이 전해지는 듯하다. 현장에 자리한 이성훈 화랑협회장은 “서울이 아닌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공간이 수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은 수원화성 등 고유의 문화유산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강력한 인프라로 문화예술이 꽃피울 수 있는 강력한 위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올해 특히 수준 높은 작품들로 중무장했으며 이와 각 갤러리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작가들을 엄선했으니 이러한 점을 즐겨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아트페어 입문자, 대환영”…더 크고 화려해진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미리보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758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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