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빈 로컬러 대표 겸 문화 기획자 “잘 만든 마스코트 하나, 지역에 날개 되다”

“수원을 비롯한 전국 팔도가 각자만의 매력과 정체성을 뽐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팔도 강산 대한민국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곳은 외부의 관광객은 물론 지역민에게조차 관심과 흥미를 끌지 못하기도 한다. 문화기획자인 정현빈 ‘로컬러’ 대표(28)는 “지역을 국내외 널리 알리기 전, 더 우선인 건 해당 마을과 동네에 사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2021년 창업한 ‘로컬러’는 지역의 자원인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제품과 콘텐츠를 개발하며 캐릭터 구축, 굿즈 개발, 축제 및 문화행사 기획 등 지역을 조금 더 가치 있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특히 시정 홍보물로만 활용되던 수원시 공식 캐릭터 ‘수원이’를 보다 귀여운 형태의 캐릭터 상품으로 구축해 많은 이들에게 수원을 알리는 마스코트로 활성화시켰다. 그는 지역에 대한 감사함을 바탕으로 캐릭터 수익 중 일부를 지역 어린이 병원 등에 환원하고 있다. 또한 ‘수원이’와 함께 대전을 대표하는 ‘꿈돌이’, 인천의 마스코트 ‘꼬미’ 등 각 지자체의 승인을 받아 해당 지역의 얼굴이 되는 캐릭터들 간의 콜라보라는 유례 없는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 문화 활성화를 기반으로 지난 4월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선정 ‘성장관광벤처기업’으로 꼽혔다. “각 지역의 홍보물이나 특산품, 캐릭터는 지역 내에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역민에게조차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죠. 저는 ‘수원이’가 대전으로 놀러가 ‘꿈돌이’를 만나고, ‘꼬미’가 수원으로 놀러와 ‘수원이’를 만나는 등 지역 캐릭터가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독창적인 콘셉트로 각 지역이 서로를 알리는 것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현빈 대표는 대학 졸업과 함께 로컬 크리에이터로 발을 내디뎠다. 그 바탕엔 초등학교부터 대학시절까지 삶의 터전이 된 수원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지역의 마스코트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지역 경제까지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널리 사랑받는 지역 문화에 관해 고심했다. “일본의 구마모토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쿠마몬’은 지역을 다른 국가에까지 널리 알리고, 관광을 이끄는 성공 사례입니다. 또한 국내 역시 로컬 관광 콘텐츠의 트렌드가 많이 변화했는데 예를 들어 과거 ‘감귤 초콜릿’이 대표적이었던 제주도의 관광은 맥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브루어리 투어’, 해녀라는 콘셉트를 활용한 ‘해녀의 부엌’ 등 문화 콘텐츠 자체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그는 청년 창업이나 문화 기획자의 꿈을 갖는 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해봐라”고 강조하면서도 그 길이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지속 가능한, 꾸준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적 네트워크 활성화는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정 대표 역시 지역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창업 초기부터 수원문화재단이 제공하는 문화도시 사업 중 ‘수문장’이라는 판로 개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지도를 알렸고, 그 역시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다시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그가 멘토로 참여하며 청년 문화기획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케이팝 등 한국을 널리 알린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던 배경엔 끝없는 양분이 제공됐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다시 무대로”…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 9월20일 화성서 개막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인디 음악 대표 축제인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이하 인뮤페)가 오는 9월20일부터 21일까지 화성시 정조효공원에서 열린다고 22일 밝혔다. 인뮤페는 경기도와 화성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인디 음악 축제로, 공연 기회가 절실한 인디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새로운 음악과의 만남을 선사해왔다. 특히 인디신(Scene)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선후배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호흡하는 무대로 매년 팬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인뮤페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공연으로 출발해, 짧은 시간 안에 경기도를 대표하는 가을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화성시로 무대를 옮겨 더욱 다양한 관객층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 20일 공개된 티저 영상을 시작으로, 오는 26일에는 1차 라인업이 발표되며, 27일 오후 2시부터는 인터파크를 통해 얼리버드 티켓 판매가 진행된다. 티켓은 2일권 기준 50% 할인된 가격인 4만원으로, 한정 수량만 판매된다. 지난해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인뮤페 2024’는 YB, 이찬혁, 김수철, 크라잉넛 등 다양한 뮤지션이 출연한 가운데, 이틀간 약 5천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황을 이뤘다. 특히 RE100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행사 전반이 친환경 페스티벌로 운영돼 주목을 받았다. 식음료는 모두 다회용기로 제공됐고, 종이팩 생수 배포, 텀블러 세척기 설치, 친환경 기념품 제공 등 환경 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함께 진행됐다. 경콘진 관계자는 “올해 인뮤페는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콘텐츠와 운영 모두를 한층 강화했다”며 “공연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축제로서의 역할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 관련 자세한 정보는 공식 누리집 또는 ‘경기뮤직’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내 안의 나: 꿈의 단어들을 상상해요’展

관습이나 사회에서 형성된 ‘나’를 돌아보고,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안상철미술관은 올해 첫 전시로 김숙경·이지현 초대전 ‘내 안의 나: 꿈의 단어들을 상상해요’를 선보이고 있다. 김숙경, 이지현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한 중견 여성 화가로, 전통 기법을 현대적 소재에 접목해 각자의 시각으로 개성 있는 화풍을 확립했다. 두 작가는 모두 일상의 삶에 기반을 두고 현실에서 이탈한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기억 속의 어린 시절, 만화·동화 속 세계, 유토피아 등 진정한 자아를 실현할 이상향 같은 곳들이다. 이번 전시는 현실과 가상,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서는 두 작가의 평면회화 34점을 펼쳐보인다. 먼저 김 작가는 여성의 시각으로 ‘내 안의 나’를 바라본다. 그는 전통 한국화의 재료인 분채를 사용해 여성 인물을 주로 그리는데, 작품에는 여성과 함께 다양한 꽃과 새, 나비, 실타래, 인형, 거울, 그릇 등의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꽃은 생명력을, 새와 나비는 자유로운 비상을, 실타래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을 비유하는 식이다. 작품 ‘가장 아름다운 시절’, ‘포스트우머니즘’이 대표적이다. 작품 속 여성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삶과 꿈에 관한 것이지만 여성 일반의 서사이기도 하다. 섬세하고 다채롭게 그려진 여인들은 동화 속 공주처럼 화사하고 아름답다. 현실에서 잊고 지낸 내 안의 나, 즉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여성의 시각으로 자아와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페미니즘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 이 작가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로 유쾌한 위로를 건넨다. 대중문화의 캐릭터를 이용해 현대의 트렌드와 욕망 사이의 접점을 탐색한다. 작품 ‘Amuse15’, ‘Amuse26’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도날드 덕 등 친숙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불러와 친숙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불러와 새로운 맥락에 놓기도 하고 베어브릭 이미지를 전통적 채색화 기법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베어브릭은 귀여운 곰의 얼굴과 블록 모양의 몸을 가진 수집용 장난감으로 오늘날의 ‘키덜트 문화’를 대표한다. 작가는 동심을 지닌 캐릭터를 재창조해 소유와 유희의 욕구를 일깨운다.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즐거움을 느끼고 치유와 위로를 받으며 내면의 순수한 자신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안상철 미술관 관계자는 “두 작가의 이야기는 조용하지만 밝고 경쾌하다. 또 따뜻한 시선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 편안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일상과 자아실현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진정한 나를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건강칼럼] 통증 없다고 방치한 '무지외반증'… 삼각형 발 모양 된 뒤엔, 신발도 고통

신발을 신을 때 엄지발가락이 자주 쓸리거나 발 앞쪽에 굳은살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마찰이 아닌 무지외반증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초기에는 통증 없이 가볍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지발가락이 점차 휘고 발의 균형이 무너지며 다른 발가락까지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족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며 관절 부위가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이때 돌출된 부위는 신발에 쓸리며 통증과 염증, 굳은살을 유발하기 쉽다. 보행 시 체중의 40~60%를 지탱하는 엄지발가락은 발의 추진력과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에 변형이 생기면 발 아치가 무너지면서 하중이 발 앞쪽으로 몰리고 제2·3 발가락까지 밀리거나 겹치는 2차 변형이 나타난다. 무지외반증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평발, 발볼이 넓은 구조, 안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보행 습관 등은 부모로부터 유전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족형은 무지외반증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가족력이 있으면 성장기 청소년에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이 돼 발생하는 경우에는 유전적 소인에 더해 잘못된 신발 선택, 장시간 서 있는 직업, 하이힐과 같은 지지력이 부족한 신발 착용 습관이 주요한 후천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많은 이들이 이 질환을 단순한 발의 피로나 외형 변화로 오해하고 방치하거나 보조기 착용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 무지외반증은 보조기만으로는 교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생활 속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발 선택이다. 발볼이 넉넉하고 굽이 낮으며 지지력이 좋은 신발이 도움이 되며 하이힐이나 플랫슈즈는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하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실리콘 패드 및 교정용 깔창 등을 통해 보행 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족부 스트레칭, 걷는 자세 교정, 체중 관리 등을 병행하면 증상 악화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휨 각도가 크고 통증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진행된 경우 엑스선 영상 진단과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관절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소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이 적용되며 작은 절개를 통해 뼈의 정렬을 바로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회복은 몇 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며 점진적으로 일상적인 보행과 활동을 회복할 수 있다. 이후 발가락의 정렬이 자연스럽게 회복되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무지외반증은 수술 후에도 생활습관 개선이 이뤄지지 않거나 족부 구조적 원인이 지속될 경우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발에 맞는 신발 착용과 정기적인 스트레칭, 걷기 습관 관리 등 꾸준한 사후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외형만의 문제가 아닌 발 전체의 기능과 정렬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이 휘어 보이거나 반복적인 굳은살과 불편감이 나타나면 정형외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침묵의 살인자’ 예후 나쁜 췌장암…“조기 진단으로 빠른 치료 중요”

5년 생존율이 10%에 불과한 치명적인 암이 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췌장암’은 대부분 암이 진행된 후 발견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21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췌장암 환자는 9천780명으로 갑상선암을 포함한 전체 암 가운데 발생률 8위를 기록했다. 2018년 췌장암 환자가 7천61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년간 28.5% 증가했다. 특히 췌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예후가 가장 나쁜 암으로 꼽힌다. 췌장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수술이 가능한 초기 췌장암 환자는 전체의 20% 이내에 불과하며, 수술로 췌장을 완전히 절제해도 미세 전이에 의한 재발률이 높아 75~80%는 암이 재발한다. 항암제,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낮은 것도 문제다. 이처럼 3, 4기로 넘어가면 치료가 쉽지 않아 증상을 알아두고 최대한 빨리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암이 발생하면 소변·대변의 색이 바뀔 수 있다. 췌장에 생긴 암 덩어리가 담관을 압박하는데, 이로 인해 담즙이 정체되며 혈액 속으로 들어가 쌓인다. 이때 담즙 속에 있는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소변 색이 콜라나 흑맥주와 비슷한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반대로 변 색깔은 하얗게 변한다. 담즙이 장내세균과 만나면 갈색·황토색·노란색 등으로 변하는데, 췌장암이 발생하면 담즙의 정상적인 배출이 어려워지면서 대변에 담즙이 섞이지 않아 변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변에 기름기가 많고 악취가 나며 변기 물을 내려도 변이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는 특징도 나타난다. 소변·대변 변화와 함께 피부와 눈이 노래지고, 피부가 가렵고, 갑자기 없던 당뇨가 생기거나 복통, 메스꺼움, 구토, 체중 감량, 식욕 저하 등이 있으면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 명치, 옆구리, 등, 허리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똑바로 누워 자면 허리가 아픈데 웅크리고 자면 괜찮을 때 췌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췌장암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노화, 흡연, 비만 및 대사 질환, 제2형 당뇨병 등이 있다. 또 고기·가공육·고온 조리 음식, 과음 등의 식습관이 있다면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박준성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성 췌장염 환자, 당뇨병이 10년 이상 된 사람, 매일 한 갑씩 10년을 흡연한 사람 등은 고위험군에 속해 40세 이상이면 복부초음파검사를 주기적으로 해보는 것을 권한다”며 “췌장암은 진행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한두 달이 굉장히 중요해 치료 시기를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센터, 시그니처 사업 만들어... 백남준 적극 알려야 [홀대받는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의 예산과 규모는 미디어아트를 주요하게 선보이는 다른 지자체 공립미술관과 비교했을 때에도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현대미술관은 올해 전시 운영비만 26억원에 달한다. 1년에 일곱 번의 전시를 준비해 2개월 간격으로 새 전시가 펼쳐진다. 소장품 구입비 역시 14억원으로 올해 총 70점의 작품을 구입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전에는 8억원을 들여 160여점의 백남준 작품을 한데 펼쳐보이며 ‘백남준 사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지맵은 올해 전시 운영비 8억3천만원으로 4개의 전시를 운영하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올해 5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와 함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대형 작품이 많은 백남준의 전시를 효율적으로 선보이기 어려운 백남준아트센터의 협소한 공간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면적은 총 2천354㎡로 역시 부산현대미술관 5천910㎡,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지맵 9천747㎡와 비교하면 매우 비좁다. 특히 구불구불한 구조로 돼 있어 관람 동선이 매끄럽지 않아 전시가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도 전시 기획 시 매번 고민인 지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세계적인 거장’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담고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인지도 하향세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백남준아트센터 운영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매년 10만~20만명의 관람객을 유지 중이다. 이는 경기문화재단 소속 7개 뮤지엄 중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관람객 수는 2023년 12만3천여명으로 경기도어린이박물관(37만3천여명)과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18만3천여명)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18만6천여명으로 증가해 경기도어린이박물관(33만6천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관람객 수가 많았지만 백남준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고려하면 여전히 모객 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정 신라대 디자인대학 창업예술학부 교수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운영비 감소로 전시 순환율이 떨어지고 소장품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결국 관람객의 발길을 떨어뜨려 백남준과 백남준아트센터의 인지도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백남준아트센터의 독자성과 유니크함, 실존성을 인정하고 백남준의 위상에 걸맞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뮤지엄을 만들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남준아트센터가 ‘시그니처 사업’을 만들어 백남준을 더욱 알리고, 백남준아트센터를 명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백남준아트센터는 경기문화재단 소속 뮤지엄 중 한 곳이므로 해당 미술관에만 예산을 많이 분배할 수는 없는 구조”라며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품 구입 뿐 아니라 새로운 전시를 더 선보일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예산 부족 문제는 인지하고 있고 명소화하기 위한 활성화 사업을 고민 중이다. 이달 열리는 백남준아트센터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내년부터 활성화 사업을 집중적으로 이끌어 가 백남준의 위상에 걸맞은 뮤지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소장품 구입비 ‘0원’... 찬밥신세 ‘백남준’ [홀대받는 백남준아트센터]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9580471

소장품 구입비 ‘0원’... 찬밥신세 ‘백남준’ [홀대받는 백남준아트센터]

한국인 최초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白南準·1932~2006).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히는 백남준은 ‘비디오아트’ 장르를 창조한 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세계로 현대미술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용인특례시 상갈동엔 백남준의 이름을 붙인 세계에서 유일한 공립 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그의 예술세계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찾으려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발길이 해마다 이어진다. 하지만 백남준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문만 겨우 열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 활동을 연구로 발전시키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전시 순환율이 떨어지고 소장품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19일 경기문화재단에 따르면 백남준아트센터는 2008년 백남준의 예술을 소장·연구·전시·보존하고 미래의 백남준을 발굴해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개관했다.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기리는 백남준아트센터는 미디어아트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세계적인 명성과 달리 백남준아트센터의 사업·전시 예산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사업 예산은 15억5천만원으로 지난해(17억6천만원)보다 12% 감소했다. 전시 운영에만 투입되는 예산 역시 올해 5억1천만원으로 지난해(7억2천400만원)보다 3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품 구입비는 올해 0원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구입비는 2018년 2억9천900만원에서 2019년 2억9천915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0, 2021년 1억원으로 감소한 뒤 2023년 0원으로 떨어졌다. 소장품 구입 역시 2019년엔 백남준의 작품 14점을 구매한 뒤 매년 6점, 5점, 3점을 확보하다 예산이 0원인 2023년엔 단 1점도 구입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6천만원의 구입비가 마련돼 백남준의 사진 4점을 겨우 사들였다. 소장품 구입비가 없다 보니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을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미래 세대의 표상을 제시하며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백남준의 ‘해커 뉴비’(1994년)가 지난 2월 서울옥션 경매에 등장하자 전문가들은 “‘해커 뉴비’는 백남준아트센터에 있어야 빛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올해 소장품 구입비가 없는 탓에 1억5천만원인 이 작품은 결국 다른 곳에 소장됐다. 예산 부족 문제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통해 그의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전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는 백남준아트센터는 기자재 장비 등 전시 제반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전시 한 개를 선보이는 데 드는 예산은 대략 3억원. 지난해에는 3개의 전시를 선보였지만 올해 배정된 예산만으론 2개도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백남준아트센터는 예술 생태계 발전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의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등 외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 전시를 간신히 4개로 늘렸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모니터가 200~300개 있는 ‘백팔번뇌’ 등 백남준의 대규모 작품은 없고 소장할 엄두도 못 낸다”며 “백남준아트센터가 현재 지니고 있는 자산을 제대로 선보이고 싶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센터, 시그니처 사업 만들어... 백남준 적극 알려야 [홀대받는 백남준아트센터]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9580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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