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클랏 홀딩스, 천연 클레이 소재로 한 특별전 ‘Ancient Future’ 개최

㈜에클랏 홀딩스는 20일 이탈리아의 천연 건축 소재 브랜드 ‘마테오 브리오니’의 천연 클레이를 소재로 국내 현대 작가들과 함께하는 특별전 ‘Ancient Future: 오래된 미래-2225년에서 온 초대장’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클랏 홀딩스 사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본다’는 역설적 개념을 기반으로, 흙이라는 가장 오래된 재료를 통해 인간의 감각과 기술, 고전적 미의식과 미래적 상상이 교차하는 시간의 레이어를 시각화한다. 특히 ‘마테오 브리오니’가 천연 점토의 철학을 한국 예술문화의 정서와 섬세하게 연결한 첫 아시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참여 작가로는 도자예술과 조형을 넘나드는 신원동,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시각화하는 레오 킴,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정우원이 함께한다. 이들은 흙이라는 재료에 각자의 감각을 덧입혀 각자의 시선으로 ‘미래의 흙’을 해석한다. 전시를 주최한 ㈜에클랏 홀딩스는 에클랏코리아, 더디자인웨어앤파트너스, 라티즌, 트렌드프레소 등 분야별 전문 브랜드를 통해 감도 높은 공간과 지속가능한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건축 디자인·공간디자인 자재 전문 기업이다. 건축 외장재부터 인테리어 마감재, 가구, 욕실 디자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예술·건축·공간을 잇는 지속 가능한 경험을 쌓아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감각적 미래를 제시해 에클랏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하고 감성적인 럭셔리의 철학을 공간 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마테로 브리오니’는 이탈리아 북부 곤차가 지역에서 채굴한 천연 점토만을 사용해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Earth Surface’ 콘셉트를 제시해왔다. 이는 마테오 브리오니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공간의 분위기와 질감을 결정짓는 자연 본연의 재료이자 감각적이고 지속가능한 디자인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테오 브리오니는 샤넬, 발리, 이솝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뿐 아니라 아만, 만다린 오리엔탈 등 세계적인 리조트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해왔다. 국내에서는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 논현동 브라이튼 N40, 춘천 한화 무아 제이드 리조트 호텔 등에 마테오 브리오니의 천연 흙 마감재가 적용됐다.

‘여백의 얼굴들’과 마주하며 느끼는 회화의 본질, 유선형 개인전 ‘Temptation’

붉은 머리를 한 여자들의 불명확한 자세와 표정.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기억과 감정을 투영하게 하는 ‘여백의 얼굴들’과 마주한다.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 여기서 잠시 멈추다 보면, 어느새 회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수원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서양화가 유선형의 열한번째 개인전 ‘Temptation’이 오는 23일까지 서울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형상과 감정, 상징이 절묘하게 결합된 회화 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수성과 무의식의 경계를 탐색하는 섬세하고도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근작 시리즈인 ‘Faerie’와 ‘Temptation’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작가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정제된 인물 표현이 돋보인다. ‘Faerie’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초상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한다. 때로는 눈을 가린 채 정면을 응시하거나, 꽃잎과 같은 머리 장식 속에서 나비를 바라보는 모습은 관람자에게 침묵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강렬한 붓질과 부드러운 피부 표현이 공존하면서 감각적 긴장감을 더한다. ‘Temptation’은 ‘유혹’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 더 밝고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시각적 유희를 강조한다. 이 시리즈의 인물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불명확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배경의 초록 식물과 분홍빛 공간은 자연과 욕망 사이의 아이러니한 경계를 암시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붉은 머리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눈을 가리거나 가늘게 뜬 상태로 묘사된다. 이는 자아 성찰과 내면의 탐구, 혹은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시각적으로 표출한 장치로 읽힌다. 작품 속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를 넘어 화려한 붓터치로 구현된 상상적 오브제로 기능하며,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감싸고 있다. 특히 새, 나비, 잎사귀와 같은 자연물과의 교감은 존재와 상호적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낸다. 작가의 작업은 회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려하게 처리된 인물 묘사는 고전적 회화 기법에 기반을 두되, 대담한 색면 분할과 강렬한 브러시 스트로크는 현대적 감각을 구현한다. 붉은색, 초록색, 핑크색 등의 대비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확장하며, 관객들은 ‘고요 속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유 작가는 현재 선과색, 대한민국현대인물화가회, 상형전, 경기미술대전초대작가, 경기구상작가회, 한국미협회원 등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금난새 ‘푸근한 음악회’, 청각장애 아동과 감동의 만남

지난 14일 서울예술고등학교 도암홀에서 열린 지휘자 금난새의 ‘푸근한 음악회’에 청각장애 아동과 가족 35명이 초청돼 클래식 음악의 감동을 함께 나눴다. 이번 공연은 청각장애 아동에게 생애 첫 실내악 관람이라는 특별한 경험이자, 음악을 통한 새로운 소통과 정서적 연결을 시도한 뜻깊은 무대였다. 이번 행사는 개관 40주년을 맞은 청음복지관이 기획했다.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복지관은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다양한 주파수를 가진 악기를 활용해 아동들의 청능과 언어발달을 돕고 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한 단계다. 이런 아동들에게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보다 섬세한 챔버 오케스트라 구성 무대는 소리의 질감과 감정을 느끼기에 최적의 무대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악기 소리와 연주자의 표정을 함께 경험한 아이들은 익숙한 악기가 등장할 때마다 눈을 반짝였고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이런 공연을 보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 공연 후 금난새 지휘자는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연결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을 주선한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심계원 이사장은 “음악이 아동들에게 또 하나의 언어가 되어 주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25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1. 공약보다 많은 쓰레기, 선거철 폐현수막의 그림자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가 ‘2025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신은진(22), 양재명(25), 이어진(22), 장하나(23), 전세빈(26) 학생으로 구성된 ‘지구는 처음이라’ 팀은 매년 선거 종료와 함께 버려지는 대량의 폐현수막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선거가 끝난 거리엔 공약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남았다. 선거 기간 전국에 걸린 수십만 장의 현수막 가운데 재활용되는 것은 30%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은 선거 종료와 함께 그대로 태워지거나 땅속에 묻혔다.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잊히는 ‘소모품’처럼 취급되며 정치권은 물론 시민 사회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거리에는 수많은 공약이 걸렸지만, 정작 그 뒤에 남은 환경의 책임은 누구도 제대로 짊어지지 않고 있다. 제21대 대선 선거운동으로 전국 각지에는 후보자들의 얼굴과 공약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채웠다. 19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5천 408t에 달했으며 이 중 33.3%(1천 801t)만이 재활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은 폐현수막 발생량 6천 130t, 재활용률 29.6%(1천 817t)로 매년 전국에서 대량의 폐현수막이 발생하지만, 3분의 2 이상은 소모되고 버려진다. 대부분의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수지(PVC)로 제작돼 자연분해에 수백 년이 걸리고, 소각 시 다이옥신과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해 온실가스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폐현수막의 재활용이 기술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쉽지 않다. PVC 재질 특성상 재활용을 위해선 세척과 분리 작업이 필수지만, 이 과정에서 다량의 폐수가 발생하고 비용도 상당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를 감당할 설비나 예산이 부족해, 결국 소각 또는 매립 외에는 현실적인 처리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그 결과 폐현수막의 70%가량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땅속에 묻히며, 오랜 시간 환경에 잔존하거나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식으로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선거철 반복되는 폐현수막 문제는 제도 개선만으로 한계에 다다랐고, 시민의 인식 전환과 공동의 책임 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거철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폐현수막이 환경 오염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자, 행안부는 ‘제2회 폐현수막 자원순환 문화 조성 경진대회’ 개최하고 일부 지자체와 기업은 폐현수막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폐현수막으로 만든 재활용 제품은 위생 문제가 크고, 세척 과정에서 많은 폐수가 발생해 오히려 또 다른 환경 부담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러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결국 폐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폐현수막의 새로운 쓰임을 알리고, 시민들이 환경 문제를 ‘나의 일’로 인식하도록 돕는 참여형 캠페인과 기업의 가치 중심 홍보가 요구된다. 폐현수막 문제 해결은 단기적 재활용 정책을 넘어 시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한 때이다. 글·사진=2025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지구는 처음이라’ 팀 / 정리=이나경기자

[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2. 용인 예아리박물관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유월의 숲길을 걸으며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나와 무관한 듯 살고 있지만 예고 없이 날아드는 부고를 받으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화들짝 깨닫곤 한다. 장례를 주제로 한 박물관의 풍경이 궁금하다. 인생의 마지막 통과의례인 상례를 전시하는 예아리박물관에 들어선다.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황토 색깔의 건축물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 죽음 너머를 상상할 수 있을까 5월부터 시작된 ‘2025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 운남성 소수민족 생활문물전’은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박물관 맞은편의 체험실에 전시된 중국 소수민족의 독특한 의상을 감상한다. 카페에서 시원한 차를 마시며 뜻밖의 전시물과 맞닥뜨린다. 나비 및 나방 표본과 하얀 목화와 누에고치다. 고치에 들어있던 누에 번데기가 날개를 가진 나방이 되는 ‘우화(羽化)’는 죽음에서의 부활처럼 신비롭다. 고치에서 1천400m에 달하는 0.02㎜의 가는 명주실을 뽑는 특별한 체험은 관람객들이 삶과 죽음을 생각하도록 만들어줬을 터다. 관람객들은 한동안 작가가 돼 자신만의 도자기 만들기에 몰입한다. 초벌을 거쳐 재벌된 도자기에 여러 색상의 유약으로 전시된 유물의 문양 및 형태를 그리고 즉석에서 구워 가는 체험은 인기가 많다. 흙으로 만든 컵이 전혀 다른 성질의 도자기로 변신하는 것도 죽음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피카소의 그림 판화 찍기와 소와 쥐를 비롯한 십이지신상 목판화 찍기 체험도 재미있을 것 같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어떤 옷을 입을까. 이족, 묘족, 동족, 요족, 납고족, 회족까지 여섯 민족의 유물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묘족의 모자는 조선의 유생들이 썼던 유건과 비슷해서인지 정감이 간다. 전시된 옷의 모양과 색상이 화려할 뿐 아니라 문양도 추상적이다. 부츠처럼 생긴 신발도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품이라니 더욱 정겹다. 어깨 부분에 우리나라 전통 베갯잇 비슷한 장식을 단 옷도 시선을 끈다. 장신구의 색깔과 문양이 어쩌면 이처럼 화려하고 정교할까. 18세기 중엽에 제작된 여섯 폭의 화조 병풍은 쉽게 보기 힘든 유물이다. 입체적으로 조각한 새와 꽃이 살아있는 듯 섬세하다. ■ 독수리와 로켓을 타고 하늘로 떠나는 천장과 우주장 장례식의 참뜻은 사람이 죽어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니 이를 축복하고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가나의 장례문화가 그렇다. 1층 전시실에서 장례식을 축제처럼 즐기는 영상을 감상한다. 임권택 감독이 1996년 장례를 소재로 한 영화 제목도 ‘축제’였다. “아프리카 가나는 특이하고 유쾌한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장례를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간다는 믿음으로 마을 사람들이 장례식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지요.” 오정교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며 장례를 축제로 만든 가나인의 삶을 긍정하는 태도에 공감한다. 도무지 관으로 보기 어려운 관이 여럿이다. 해설에 귀를 기울이니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 “가나 사람들은 고인을 좋은 관에 모시고 싶어 합니다. 고인이 평소 좋아했거나 가지고 싶어 했던 것을 관 모양으로 제작했지요.” 음악에 맞춰 죽은 자를 헹가래 치듯 들었다 놓았다 하고 다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 충격적인 영상이 나온다. “1950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젊은 목수 카네 크웨이는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못한 할머니를 위해 비행기 모양의 관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그에게 농부는 양파 모양, 어부는 배 모양의 관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를 ‘아트관’이라 부릅니다.” 아트관 예술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파조의 원작 아트관 8개를 살펴본다. 사자, 코끼리, 독수리, 물고기, 비행기, 배, 자동차를 관으로 사용한 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부럽다. 가마처럼 보이는 상여는 또 무엇일까. “이 좌식 상여는 일본 효고현 히메지에서 1900년대 초에 제작돼 1950년대까지 사용한 것입니다.” 시신을 운구할 때 살아있는 사람처럼 앉히기도 했던 일본의 문화가 재미있다. 세상에 알려진 장례 중에서 ‘천장(天葬)’ 혹은 ‘조장(鳥葬)’보다 놀라운 문화가 또 있을까. 티베트고원 일대에서 행해지는 조장은 고산지대여서 땔감을 구할 수 없어 화장을 하기도 어렵고 땅에 묻어도 쉽게 썩지 않기에 택한 방법이다. 독수리가 가득한 흑백사진을 살펴본다. “사자의 몸을 독수리가 뜯어먹게 하는 천장은 티베트와 윈난성, 쓰촨성에 살고 있는 장족의 장례법입니다. 독수리가 육신을 먹고 하늘로 오르게 한다고 믿었지요.” 흥미롭게도 미국,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으로 불리는 7개국에서 사람의 유골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려 보내는 우주장(宇宙葬)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니 천장과 닮은 꼴이다. ■ 한글 소설 구운몽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상여 2층 한국관은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정작 실물은 보기 어려운 칠성판과 마주한다. 일곱 개의 구멍 모양이 밤하늘의 북두칠성이다. 장난감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백자 그릇들은 무덤에 넣었던 부장품이다. 20세기 초에 제작한 100세가 넘은 전남 진도의 상여와 경주 최씨 상여를 가까이서 만나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경주 최부자’로 유명한 경주 최씨의 상여는 실제로 사용했던 유물인데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녹색 치마와 분홍 저고리를 입은 여인을 비롯해 상여 위에서 춤을 추는 있는 여인들은 누구일까. “서포 김만중이 어머니를 위해 지은 한글 소설 ‘구운몽’에 나오는 팔선녀들입니다. 서포는 효자로 유명한 분 아닙니까.” 또 한 분의 효자를 만난다. 바로 18세기 조선의 문예부흥을 주도한 제22대 정조대왕(1752~1800)이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천하의 명당인 화산 현륭원에 모시고 자급자족의 신도시 수원화성을 건설한 효행의 군주. 출판을 비롯한 기록문화를 활짝 꽃피운 정조대왕의 장례를 재현한 것은 아주 멋진 결정이다. “‘정조대왕국장도감의궤반차도’를 바탕으로 3년간 고증과 수작업을 거쳐 국장행렬을 재현했습니다. 행렬에는 20㎝ 크기의 토우 인물 1천384명, 말 341필, 가마 20채가 등장하지요.” 경기감사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전체 행렬을 감상하려면 계속 자리를 옮겨 다녀야 한다. 행렬에 여러 가마가 등장한다. 왕의 상여인 ‘대여’와 ‘견여’를 비롯해 왕실 귀중품을 실어 나르는 ‘채여’와 제기를 실은 ‘요여’도 있으니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짐작하듯이 장례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세계에서도 드물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삼백로에 있는 예아리박물관은 세계의 상장례 유물 5천여점을 보관 전시하는 전문박물관으로 2013년 4월 문을 열었다. “예아리는 예가 있는 아름다운 울타리라는 뜻이지요. 상장례(喪葬禮)문화를 북돋우고 효와 예를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상장례문화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절차 및 예법이 시기별 지역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처럼 특별한 장례 전문박물관은 언제 어떻게 세워졌을까. 설립자는 임호영 관장의 부친 고 임준 회장이다. 임 회장은 종합장례용품 회사인 ‘삼포실버드림’을 운영하며 1991년부터 국내외를 다니며 관련 유물과 자료를 수집한다. “설립자는 재산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세계의 상장례문화를 후대에 전하고자 했습니다. 예아리박물관은 경제성과 편의성을 좇으며 본래 의미가 퇴색·변질된 전통 상장례문화를 연구하고 그 참된 의미를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너무 바쁘게 살아 죽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일까. 우리 시대 어느 철학자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죽음은 삶을 충실하게 살게 하는 원초적인 힘이다. 예아리박물관을 나오며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떠올린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춤으로 이어온 70년... 글로벌 춤꾼 이경화 명무, 세대와 세계를 잇다

“살풀이 한 자락에 담긴 인생의 결, 북춤 한 장단에 스민 세월의 숨결,그녀는 춤으로 시대를 건넜다.” 올해로 무대 인생 70년을 맞은 한국무용가 이경화(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명무가 일흔 해 동안 걸어온 춤의 여정을 무대에 담는다. 다음달 6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춤길 70, 이어춤’은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기념 공연으로, 이경화 명무의 예술적 유산을 집약한 감동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살풀이춤, 입춤, 동래학춤, 소고춤, 부채춤 등 전통의 맥을 지키는 대표작들부터, 그녀가 창작한 ‘신바라춤’, 연희와 판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원푸리’ 등 감각적인 작품까지 총 11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특히 진도북춤 계열의 ‘설북춤’은 국내는 물론 해외 무용수들까지 합세해 대규모 협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경화 명무는 국가무형유산 ‘승무’와 ‘살풀이춤’ 이수자로, 수십 년간 정재, 민속무, 신무용 전 장르를 넘나들며 전통춤의 품격과 정신을 몸소 실천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무용가다.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등 국가행사에서도 안무를 맡아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주역이기도 하다. 무대에는 국내외 제자들이 총출동한다. 독일·일본·영국·이탈리아·인도네시아 등에서 활동 중인 제자들도 귀국해 스승의 예술정신을 몸으로 기린다. 초등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무용단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세대와 국경을 넘어서는 ‘이어춤’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완성한다. 이경화 명무는 “춤은 곧 나의 언어이자 삶이었다. 이 길을 함께 걸어준 모든 이들과 ‘우리 춤’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사단법인 오연문화예술원 주최로 열리며, VIP석 10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이다. 관람은 초등학생 이상부터 가능하며, 예매는 NOL티켓(1544-1555)에서 할 수 있다. 춤으로 세월을 품고, 춤으로 세대를 잇는다. 이경화 명무의 ‘춤길 70, 이어춤’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 예술가의 삶과 한국 춤의 혼이 깃든 역사이자, 다음 세대로 건네는 고귀한 ‘춤의 유산’이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문화강국 정부, 경기도 선도에 설 것”

“‘문화강국’을 핵심으로 내세우는 새 정부의 기조에 경기도가 선도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 및 관광 분야에서 중장기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이룬다면 경기도는 말 그대로 ‘기회의 땅’이 될 것입니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수원3)이 지난 17일 열린 문화 분야 언론 간담회에서 “이번 추경에서 공공기관 출연금 74억5천만원 증액 의결은 정부의 ‘K-컬쳐’ 육성 정책에 경기도의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13일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여야 만장일치로▲경기문화재단 운영(28억원) ▲한국도자재단 운영(15억원) ▲경기관광공사 운영(21억원) ▲경기콘텐츠진흥원 운영(7억5천만원) ▲경기아트센터 운영(3억원) 등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황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출범부터 콘텐츠로 미래 산업을 창출하는 소프트파워 ‘문화강국’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과 연계해 현장의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것으로 경기도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서 우선순위로 재편하면 국정과제의 선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문화·콘텐츠 ▲관광 두 분야를 경기도가 선도할 영역으로 손꼽았다. 이어 경기도가 선점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정책사업으로 ▲독립영화 생태계 등 문화예술인 창작 지원 ▲콘텐츠 인큐베이팅 ▲마케팅 지원 및 정책 금융 사업 ▲DMZ 생태자원의 독자적인 기반 활용 등을 제안했다. 그는 문화예술 활성화로 특히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자율성,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행정 및 집행기관은 문화재단 등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현재는 하나로 합쳐진 경기도의 박물관 사업을 중앙처럼 독자적인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향 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나 크리에이터 양성에 있어서도 매년 하는 의례적인 공모사업이 아닌 전문 기관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는 등 양보단 질적인 성장을 늘리거나, 문화재단이 경기도 버전의 예술인 인증사업을 하는 방식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삶·자연 어루만진 88편…변순옥 시인 첫 시집 ‘딸아, 고마워 사랑해’

시인 변순옥이 첫 시집 ‘딸아, 고마워 사랑해’(문화짱刊)를 펴냈다. 오랜 시간 삶을 가슴에 품고 언어로 직조해낸 이번 시집은 총 88편의 시를 통해 가족, 사랑, 자연,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시집에는 ‘꼬꼬지 앨범’, ‘가보지 못한 길’, ‘불청객’, ‘군고구마’, ‘봄비’, ‘김장’ 등 일상의 풍경을 시인의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수록됐다.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어렴풋이 경험한 일들의 시어다. 독자들은 그의 시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발견할 수 있다. 변순옥 시인은 “쓰다 만 시를 다시 쓰는 것이 산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지난 시간들이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구름처럼 다시 모이고 피어나는 경험을 이 시집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시집은 화려한 문학적 기교보다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사랑, 상실, 기다림, 계절, 기억 등 보편적 테마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진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낸 감정, 또 추억과 마주하게 된다. 문단 관계자들은 “변순옥 시인은 첫 시집이지만 놀라운 감각과 따뜻한 언어를 가진 시인”이라며 “삶의 단면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려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딸아, 고마워 사랑해’는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듯한 따뜻함이 있다”며 “현대인의 지친 마음에 작은 쉼표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진솔하게 녹아드는 제주의 매력으로 떠나볼까…‘바당, 길을 걷다’ 外 [신간소개]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제주의 싱그러운 초록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오름, 다양한 동식물과 돌담길, 바다가 어우러진 제주는 사시사철 그만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제주의 세세한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담은 책들이 있다. 익숙한 풍경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을 모아봤다. ■ 바당, 길을 걷다 제주에 작은 책방을 열고 강아지 대운이와 살고 있는 이보경 작가가 제주 바다의 매력을 담은 그림 에세이를 펴냈다. 제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산 지 10여년이 된 이 작가는 앞서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 ‘모드락숲의 선물’ 등 제주에 대한 애정을 담은 그림책을 출간해왔다. 이번 신간 ‘바당, 길을 걷다’는 겨울이 끝난 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붉은 태왁이 떠 있는 제주의 4월을 거쳐 미역이 밀려온 갯바위와 해녀들의 모습, 밤바다에 떠 있는 한치잡이 불빛, 태풍이 지나간 ‘제주 바다’의 사계절을 조명했다. 책에서 바다와 함께 중심이 되는 소재는 ‘바람’이다. 겨우내 불어오던 바람이 바뀐 것을 묘사하며 시작한 이야기는 봄바람이 잦은 날의 풍경과 태풍이 지나간 이후의 풍경, 한 겨울의 칼바람을 차례로 표현한다. 이어 그 바람을 이겨내고 피어난 꽃과 보라색 열매를 맺은 선인장의 모습을 대비해 진정한 제주의 모습을 표현했다. 책은 현무암 돌담 사이에 핀 수선화부터 돌 사이에 핀 선인장의 노란 꽃이나 보라색 열매, 눈보라 바다 위를 나는 가마우지 등 작가가 보고 느낀 것들을 사실적이면서 담백하게 그렸다. 한 땀 한 땀 그려낸 수채화에 제주 사람이 돼가는 작가의 애정이 듬뿍 들어갔다. ■ 우리의 여름 4년 전 바람신 영등할망 이야기로 제주의 봄을 그렸던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펴낸 이승원 작가가 신간 그림책 ‘우리의 여름’으로 제주의 여름을 담았다. ‘우리의 여름’은 제주 여름의 자연에서 서툴지만 단단하게 자라나는 ‘우리’와 ‘여름이’의 성장기를 풀어낸 그림책이다. 책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네 마을에 ‘여름이’가 잠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여름이에게 제주의 봄은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을 처음 접할 때처럼 신기한것 투성이다. 수국 아래에서 잠을 자다 깨어나 밖으로 나온 뱀, 낯선 존재를 보고 도망가기 바쁜 꺼벙이, 거센 바람과 갑작스럽게 퍼붓는 비 등 제주의 여름은 요란스럽다. 여름이는 자연과 대화를 하는 친구 ‘우리’를 보면서 자연과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내 여름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두 주인공은 만남과 성장, 이별의 시기를 겪는다. 책은 이 같은 내용을 제주의 어린 생명들에 빗대 아름답게 보여준다. 책 속 가득한 제주의 초록은 장면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기 귤과 영근 귤의 초록이 다르고, 비 맞은 나뭇잎과 바람에 뒤집어진 나뭇잎의 초록이 다르다. 제주 자연의 같은 듯 다른 매력은 책에 나오는 다양한 동식물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섬휘파람새, 직박구리, 꿩, 긴꼬리딱새 등의 새부터 귤꽃과 초록 귤, 비파나무와 열매, 수국, 산딸기, 황근, 백년초 등의 식물,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바다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제주의 자연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법률플러스] 주택임차인이 이사 후 임차권등기를 하면

A가 B 소유의 주택을 임차하면서, 그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으며, 확정일자까지 부여받았다. 그리고, 보증보험회사 C와 임차보증금 반환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B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위 주택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임대 기간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A가 보증보험회사 C에게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C에게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의 적법절차를 거쳐 양도했다. C가 A를 대위해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내고 A에게 임차보증금 상당의 보험금을 전부 지급하자, A는 이 사건 주택에서 바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위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의 촉탁과 함께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다. 이후 위 주택에 대해 강제경매 절차가 진행돼 D가 낙찰받았다. 보험회사 C는 낙찰인 D가 위 주택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했고 C가 A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했으니, D에게 미지급된 임차보증금을 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임차인에게 등기된 물권에 버금가는 강력한 대항력을 부여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달리 공시방법이 없는 주택임대차에서 주택의 인도 및 주민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은 대항력 취득 시에만 갖추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계속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주택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주택을 인도받아 일단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했으나 그 후 주택의 점유를 상실했다면 그 대항력은 점유 상실 시에 소멸한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중략) 대항력과 (중략)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경매 목적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에는 경매로 인해 소멸하는 저당권보다 뒤에 등기됐거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은 선순위 저당권과 함께 소멸하므로, 임차인은 경매목적물 매수인에 대해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위 사안을 판단해 보자. A가 임차권등기 전에 주택에 관한 점유를 상실했다면 임차권의 대항력도 그때 소멸한다. 그 후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더라도 그 이전에 소멸했던 대항력이 당초에 소급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때부터 그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위 사례의 근저당권이 그 이후에 마쳐진 임차권등기보다 선순위 권리에 해당하므로 경매 절차에서 근저당권이 소멸하면 임차권도 함께 소멸하게 돼 경매목적물 매수인 D에게는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25년 4월15일 선고 2024다326398 판결). 요컨대 임차인은 대항력만 믿고 있는 것으로 부족하다. 이사 시점과 임차권등기 시점 잘 비교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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