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8개 소멸… 무관심 속 사라진 ‘인천 건축 자산’ [집중취재]

인천 2019년 건축자산 진흥 계획
용동권번 계단·전도관 등 없어져
1차계획 7개 시행… 구호에 그쳐
중장기적인 보전·활용 시급 지적에
市 “사유 재산 탓… 예산 문제”

사라지는 인천 건축자산 보존 대책은?

 

인천 중구 용동 163 일원의 용동 권번계단. 붉은색 바닥재가 돌계단을 뒤덮고 있다. 이병기기자
인천 중구 용동 163 일원의 용동 권번계단. 붉은색 바닥재가 돌계단을 뒤덮고 있다. 이병기기자

 

9일 오후 2시께 인천 중구 용동 163. 한 돌계단 위아래가 붉은색 바닥재로 뒤덮여 있다. 돌계단에는 ‘龍洞券番, 昭和四年 六月 修築(용동권번, 소화4년 6월 수축)’이 새겨져 있어 과거 역사적 흔적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윗쪽 ‘龍洞券番’이 새겨진 계단은 아예 높이를 맞추려 설치한 철제 구조물 때문에 아예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곳 용동권번 인근은 개항 이후 일본인이 급증함에 따라 만들어진 유흥업소 거리로 인천만이 지닌 아픈 역사의 흔적인 건축 자산이다.

 

이날 오후 4시께 미추홀구 숭의동 109 도원역 인근. 과거 이곳은 도원역 주변 어디에서나 언덕 위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가장 윗쪽으로 에메랄드 빛을 내는 ‘전도관’ 건물이 보였다. 전도관의 정식 명칭은 ‘천부교’로, 구한말 조선에서 활동하던 미국 공사인 호러스 알렌의 서양식 별장 자리에 한국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가 1957년 예배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도관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으로 인해 건물은 사라졌고, 고층 크레인이 아파트를 올리고 있다.

 

옛 전도관이 있던 자리는 현재 주택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병기기자
옛 전도관이 있던 자리는 현재 주택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병기기자

 

인천만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각종 건축 자산이 사라지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인천의 건축자산을 보전·활용을 위해 ‘제1차 인천 건축자산 진흥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총 492개의 건축 자산을 지정했다.

 

그러나 이후 5년 간 인천에서 용동 권번계단과 전도관 등을 포함해 28개의 건축 자산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의 한 옛 주택 2개는 불이나 없어졌고, 대다수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철거 등으로 모습을 감췄다.

 

특히 지자체가 스스로 건축 자산을 없애기도 했다. 미추홀구의 옛 숭의2동 주민센터는 건축 자산으로 인정받았는데도 미추홀구는 철거하고 7층 복합청사로 신축했다. 또 원형 형태의 연수어린이도서관도 리모델링 뒤 재개관하면서 형태가 달라져 과거 모습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구한말 조선에서 활동하던 미국 공사인 호러스 알렌의 서양식 별장 자리에 한국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가 1957년 예배당으로 세운 '전도관'의 2022년 9월 모습. 경기일보DB
구한말 조선에서 활동하던 미국 공사인 호러스 알렌의 서양식 별장 자리에 한국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가 1957년 예배당으로 세운 '전도관'의 2022년 9월 모습. 경기일보DB

 

이처럼 역사적 건축 자산이 사라진 이유는 그동안 시가 계획만 마련했을 뿐, 건축 자산 보전·활용을 위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는 1차 계획에서 세운 25개의 세부실행계획 중 지난 5년 간 고작 7개 사업만 추진했다. ‘30년 건축물 기초조사’와 ‘건축자산 유형별 세부 가치 기준 마련’, ‘건축자산센터 설치’, ‘공공건축자산 우선 등록’ 등 18개의 계획은 ‘구호’에 그친 것이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인천 중구나 동구는 특히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 즉 건축 자산이 많아 그 특성을 잘 보존하고 활용해야 했다”며 “하지만 개발 논리로 모두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 건축 자산 관련 계획을 세웠지만 추진할 의지가 없이 시늉만 했다”며 “이로 인해 사유 재산이란 이유로 계속 사라지는데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각각의 건축자산에 대한 특수성을 파악해 입체적이고 중장기적인 보전·활용 계획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많은 건축 자산이 사유 재산인 탓에 지자체 차원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보전하려면 건축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시간의 무게’ 인천 건축자산 힘겨운 지탱… “지원군 필요”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0958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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