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작업 왜 겉도나? 대책은…

부정부패 척결을 잘못한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진국일수록이 부정부패가 심하고 선진국일수록이 부정부패와 거리가 멀다. 아마 우리처럼 수다히 부정부패 척결을 체험한 국민도 드물 것이다. 과거 역대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 정권들어서도 사정작업이 몇차례 있었다.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 또 사정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공직자뿐만이 아니고 민간부패도 척결한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문제는 수다한 사정작업에도 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느냐에 있다. 엄히 따져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세간의 의문은 부정부패 척결의 여간한 암초가 아니다. 재수가 없어서 사정에 걸렸다는 주관 및 객관적 관념은 사정의 권위와 승복을 훼손하고 있다. 여권이 한때 검토하다만 ‘과거불문설’이 바로 이같은 고충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 사정이 빛을 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특사의 남발이다. 권력주변의 범법자들은 으레 특사로 사면돼 공무담임등으로 민중위에 재차 군림해오는 잘못된 관행부터 척결돼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월, 제16대 국회가 개원되면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을 제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얼마전에 우리 돈으로 5억원의 뇌물을 받은 어느 도시의 부시장을 사형에 처한 적이 있다. 응보형주의가 아닌 목적형주의 추세이긴 하나 부정부패 근절에 필요하다면 중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또한 목적형주의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곧 있을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제정에 이같은 점이 십이분 유의돼야 하는 것이다. 권력주변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 역시 중요하다. 장개석 국민당정부가 대륙에서 쫓겨난 것은 미국이 지원해준 MI소총이 그 이튿날 보면 모택동군에게 가 있을 만큼 심히 부패했던데 이유가 있다. 이러한 장개석 정부가 대만으로 건너가 새삼 공직 및 사회기강을 단시일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밀수보석을 사들인 자신의 며느리를 공개처형하는 결연한 시범의지를 보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의 시행 또한 권력층에서부터 이같은 시범의지를 보여야 비로소 국민들이 신뢰한다. 자신은 셈에 넣지 않고 헤아리면서 수가 모자라다고 아우성치는 ‘돼지산수’의 우화를 닮지 않아야 부정부패 추방이 가능하다. 표적수사를 일삼지 않는 일상의 사정작업은 일상의 업무에 속한다. 특별히 기간을 정하거나 강조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한국적 현상이다. 또 추진하는 사정작업 역시 더도 덜도 아닌 일상업무 차원으로 보고자 하면서 앞으로 제정될 부패관련처벌 특별법과 시행을 주시하고자 한다.

천주교 성지에 고압 송전선?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성지 주변을 통과하는 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려는 한국전력의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당초부터 미리내 성지가 차지하는 역사적, 종교적 중요성을 안일하게 여긴 것이 차질을 초래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리내 성지는 조선말 천주교 신자들이 조정의 박해를 피해 모여든 교우촌이었으며,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聖)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는 지역이다. 대광장을 중심으로 십자가의 길, 경당, 김대건 신부 동상과 성모 성심당, 103위 시성 기념 성당, 미리내 성당, 무명 순교자의 묘역, 수도회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연간 200여만명의 순교자들이 찾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 ‘은혜의 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을 한전측이 모를 리 없었을텐데 당초 계획을 변경까지 하면서 미리내 성지주변에 고압 송전선을 설치하려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를 두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전에 따르면 용인과 안성을 잇는 345KV 송전선 24㎞ 신설을 위해 1996년 설계를 마치고 1997년부터 철탑설치에 들어가 올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해 선로가 변경돼 6.5㎞ 구간이 양성면 노곡리 외곽을 거쳐 미리내 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쌍령산 능선을 통과하게 됨에 따라 천주교측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에는 반대편 능선을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인근 극동기상연구소의 관측 업무에 끼칠 장애를 우려하여 1.5㎞ 정도를 미리내 성지쪽으로 당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리내 성지측과 주민들이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서린 미리내 성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전자파 방해 등 주민들의 피해까지 앞세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면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한전의 원칙론에는 물론 수긍을 한다. 그러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천주교측과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민원야기 소지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한전측의 막연한 대책도 딱하기 짝이 없다. 설계변경을 재변경해서라도 천주교측과 주민들이 공감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극심한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바란다.

고양 세계 꽃박람회

2000 고양 세계 꽃박람회(대회장 황교선 고양시장)는 국제무대의 화훼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의 조직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의 재단법인체로 구성한 것은 전문성 수익성 항구성을 담보한다 할 것이다.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가 명예대회장으로 참여한 것은 대외 공신력을 드높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개막식 치사에서 밝힌 ‘동북아 화훼산업의 중심지 도약’은 곧 우리 화훼산업의 미래상이다. 화훼강국이 많은 유럽 10개국을 비롯, 아시아 16개국 미주 8개국 오세아니아 및 아프리카 6개국 등 40개국 244개 업체가 참가한 것은 명실공히 세계적 규모의 행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 세계적 화훼전문인의 행사라 할 국제화훼세미나, 플라워 디자인경연대회를 갖는 것은 상호정보교환 및 선진기술교류면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막 벽두부터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과 상담실적 432만달러, 계약실적 406만4천달러 상당을 올렸다. 가히 동북아 화훼산업중심지로 힘찬 출발의 시동을 걸었다 할 것이다. 한국화훼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세계최대의 난종류인 그라마토퍼럼과 스페시오섬 등을 전시, 특히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는 박람회는 일산호반의 5개 실내전시장과 9개 실외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박람회 주제인 ‘꽃과 인간의 조화’에 걸맞는 꽃과 인간의 대향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긍지높은 박람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인 고양시에서 갖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누구보다 고양시민들의 많은 관람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이벤트행사인 농악, 사물놀이, 전통춤, 꽃그림, 꽃사진콘테스트와 행주문화제 실버가요제 등은 꽃박람회와 어울려 장관을 이룰 것이다. 꽃과의 환희의 세계를 체험하고 소망하는 미래의 꿈을 담을 것으로 보는 박람회 관람은 지역소속감을 일깨워 시민연대의 공동체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 것이다. 화훼산업의 수출 및 기술교류, 각종 문화행사의 일체감조성 등 전시와 실익이 함께하는 2000 고양 세계 꽃박람회가 남은 기간중 더욱더 성황을 이룰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들의 질서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을 노파심 삼아 당부해둔다.

首整法, 약속대로 개정해야

경기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의 재개정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된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5일 동부권시장·군수협의회와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4월17일 입법 예고한 수정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오염총량제 전면 거부는 물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새삼 수정법의 개정 작업이 도내 현안으로 등장했다. 수정법 개정에 대한 도내 여론은 그동안 본보를 비롯 각종 언론기관은 물론 시민단체, 관련기관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도 없다. 도시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이름 아래 각종 규제를 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모순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7일 정부는 경기도가 강력히 요구한 자연보전권역내 외자유치를 위한 내용을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내 관광지 조성 허용은 이미 지난해 입법 예고된 사항이고, 더구나 대통령은 98년 10월 경기도 방문시 외국인 투자 관광지 조성을, 국무총리는 99년 11월 수정법 시행령 개정을 약속했다. 때문에 경기도는 이를 믿고 외자유치를 추진했는데 강원도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경기도의 외자유치 조항을 제외시킨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경기도 시·군의회의장단은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했으며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도 가세했으나 아직도 정부는 이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총선도 끝났으니, 제16대에 진출한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수정법 개정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될 것이다. 곧 인구 1천만이 넘는 최대의 자치단체인 경기지역이 중앙정부의 환경보전이라는 단순 논리에 의해 발전 자체가 저해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더 이상 외국에 대한 국가 신인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정법 재개정을 조속히 시행해야 된다. 목적을 잃어 버린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되는 탄력적 자세를 보여야 될 것이다.

구박 앙갚음 연쇄살인극

참으로 끔찍하다.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이다. 우리 모두를 소름끼치게 한 이천 연쇄살인범의 범행은 인간의 가슴속에 도사린 악마성(惡魔性)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소한 시비끝에 발작된 살인 광기(狂氣)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채 사흘동안 5명을 살상한 범행들은 엽기적 공포영화나 납량소설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들이다. 이번 범죄는 그 동기와 배경이 아주 단순했다. 노름판에서 개평(고리 돈)을 떼려다 벌어진 싸움에서 폭행당한 앙갚음으로 상대방의 머리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말리던 사람에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범인은 내친김에 그동안 자신을 업신여기고 구박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 살인극을 벌였다. 희생자 중엔 자신이 기거했던 절의 주지 부부와 술집주인도 있다. 범인은 ‘첫번째 범행후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일생동안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했으며, 그 대상은 10명정도’라고 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범인이 그 이전에 잡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의 생명도 위태로웠을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범인이 털어놓았듯이 범죄의 동기가 된 것은 자신을 멸시하고 손찌검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증오였다. 범인은 유년시절에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며 고교를 중퇴했다. 50세가 넘도록 결혼도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했으나 배운 게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외소한 체격탓에 매맞고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심한 소외감과 원한이 쌓였음직 하다. 범인들의 잔혹한 범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치관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상실되는 물질만능적 세태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경쟁체제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소외감과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이번 범인이 자신을 구박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갖게된 증오심도 힘만이 유일한 가치요 기준인 것 같이 인식케 한 우리 시대의 사회적 병리현상이었다. 이런 사회병리의 근본을 다스려 나가지 않는 한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우리사회의 갖가지 모순을 줄여 나가는 구조적 처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정립방안을 모색하는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의 참상

국내에 거주하는 20여만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의 피맺힌 한(恨)과 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우리가 더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또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언론보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20만6천5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월6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다 고용주와 한국인 동료들의 횡포·폭행으로 ‘코리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60%가 넘는 12만6천여명은 불법체류자여서 인권을 더욱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폭로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인권백서’를 보면 더욱 무참해진다. 인도네시아 연수생 푸르노마는 다른 인도네시아 연수생의 일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작업반장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으며, 필리핀 여성 노동자는 기숙사에서 한국 남자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으나 회사에서 쫓겨 났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연수생 테나쿤은 왼쪽 집게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후 보상금을 회사에 빼앗겼다가 2년만에 겨우 되찾았고, 인도네시아 산업연수생 9명은 이탈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외출을 금지당한채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감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소위 연수생이 이러한데 밀입국자나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당하는 참담한 사례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새 삶을 찾아 이 땅에 온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비정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물론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한국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탄압과 노동착취를 막으려면 외국인을 경시하는 일부 고용주들의 의식전환은 물론 정부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짧은 기간 고용했다 돌려 보내는 ‘단기 로테이션 정책’에서 ‘사회적 통합 정책’으로 개선해야 하며 외국인노동자가 일하는 동안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해 줘야 마땅한 일이다. 도대체 한국이 언제부터 외국인을 지배하며 살았는가. 우리 역시 얼마전까지 외국에 노동자들을 수출하는 국가였으며 지금도 수많은 한국인노동자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賃鬪, 자제와 타협으로

올해 노사 임금협상의 진통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 근로자측과 사용자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다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15.2∼13.2%는 한국경총의 가이드라인 ‘5.4%이내’에 비할 때 무려 9.8∼7.8% 포인트의 격차가 있어 임금타결률이 저조한 상태다. IMF터널을 벗어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하고, 특히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올해야말로 산업현장의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앞으로의 임금교섭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인지역의 임금타결률은 지도대상 사업장 중 9.7%로 전국 평균 타결률 13.3%에 크게 못미치는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노동계는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파업등의 일정을 진행중이다. 민노총 및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는 5월 초·중순까지 사업장별로 임·단협교섭을 벌인뒤 5월말과 6월 1일부터 총파업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노동계의 강경 움직임이 산업현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노사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의 현격한 차이는 임금에 대한 양측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른데서 비롯된다. 양측이 제시한 인상률의 근거를 보면 근로자측은 임금을 주로 생계비에 기준을 두고 산정하고 있는 반면 사용자측은 그것을 주로 기업의 경영여건에 입각해서 책정하고 있다. 노사가 서로 다른 시각아래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기준없이 인상률을 책정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임금인상률이 아무런 조정작업없이 개별 산업현장에 전달될때 임금교섭과정에서의 마찰과 갈등이 그만큼 크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러한 마찰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우선 임금에 대한 노사 쌍방의 관점의 차이부터 축소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본다. 개별기업이 임금교섭에 앞서 경총과 양대노총 등 모든 당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먼저 가이드라인부터 서로 최대한 접근시키는 조정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관점과 입장을 포괄하고 합리적으로 절충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할 때인 것이다.

대학별 입신전형 구체화를

2002학년도부터 시행할 새로운 대학입시에서 수학능력시험을 ‘등급제’로 바꾸기로 한 결정에 대하여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으로부터 논란이 많다. 수능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내신 성적의 상대적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입시제도는 한창 자라나는 고교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 창의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취지에서 우선 긍정적 조치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수능등급제는 너무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며, 이는 동시에 대학의 선발권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수능 성적이 상위 4%안에 들면 1등급을 받는 등 9개 등급으로 단순화시켜 대학에 입시자료로 제공할 경우, 대학이 참고할 전형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학의 선발기준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수능의 비중을 낮추는 것은 찬성하나 획일적으로 등급화시키기 보다는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등급화시켜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수능성적은 대학입시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때문에 모든 수험생들이 수능에 매달려 입시를 준비하였는데, 무려 10∼40점 차이를 같은 등급으로 인정하여 대학에 입시자료로 제공한다고 하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계적인 등급화를 시행하여 점차 확대하든가, 또는 등급화는 대학 자체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입시제도에서 수능 이외에 논술, 면접, 특기 사항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학의 기준도 아직 제대로 준비되고 있지 못하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권을 최대한 부여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아직 정부 발표 이외에는 선발 다양화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하여 고교 2학년생들은 불안하다. 수능 비중 약화로 수능 이외에 다른 것도 모두 잘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입시생들에게 더욱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대학이 주도권을 가지고 신입생 선발에 대한 전형기준을 조속히 발표하여 수험 준비생들이 혼란을 없도록 해야 된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으므로 대학 스스로 새로운 입시전형 기준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野 ‘議長’ 수용용의 없나?

총재회담과 관련하여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여야총재회담은 일단은 성공적인 것 같다. 정당정치, 의회정치발전을 위한 ‘미래전략위원회’, ‘여야정책협의체’ 등 구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대화정치, 신뢰정치구현과 남북정상회담의 초당적 대처등을 다짐한 11개항의 공동발표문 또한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모양새가 좋았다. 이제 앞으로 이를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가 과제다. 두 총재는 역시 총재회담에서 합의한 적이 있는 ‘경제협력협의체’ 구성을 휴지화한 전례가 있어 이번 회담이 잘 끝난것 만으로는 전망이 밝을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관건은 상호신뢰에 있다. 서로 믿기 위해서는 여당이 먼저 믿을 수 있도록 정치적 고려를 베푸는 것이 순리다. 야당에게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덮어놓고 협조만을 요구하는 집권당의 자세는 무리다. 예컨대 당장 제16대 국회 원구성을 앞둔 의장선출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원만한 합의없이 이대로 가면 또다시 격돌, 좋았던 총재회담 분위기가 간곳 없게 될 것이 뻔하다. 객관적으로 보아 집권당 몫이 관례라는 여당의 주장보다는 다수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야당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다수의석 우위의 의회원리가 그러다하고 믿는 것이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아닌한 원구성은 자율로 행해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논리를 떠나 전기의장은 야당에게 양보하는 집권당의 금도가 있으면 여야관계가 한결 원만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후기의장은 여당몫으로 협상해두어도 좋을 것이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여당이 날치기 통과를 일삼지 않고 야당이 의사진행 방해의 횡포를 부리려 하지 않는 한 어느당이 의장이 되든 상관없는 것이다. 여야의 의장자리 싸움조짐이 그렇지 못한 ‘잔재주정치’의 전주곡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불쾌하고 불안하다. 두 총재회담의 의의는 정치불신, 정치불안을 씻어주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생의 정치로 국민들의 냉소 대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복원의 책임은 여야가 다 져야하지만 정국을 주도할 입장에 있는 집권여당의 몫이 더 크다. 이전의 회담처럼 실패하지 않는 총재회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회담후의 김대통령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난개발’ 법정문제로

아파트난개발이 뒤늦은 규제속에 주민들의 집단소송사태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준농림지의 무분별한 정부시책으로 난개발이 사회문제화 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기형적 형태의 아파트만 들판에 덜렁 세워놓은 집단촌은 도시기반시설 빈곤으로 입주민들의 생활불편은 말할것 없고 농지잠식, 환경파괴, 교통체증등 갖가지 역기능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교통소통을 위한 간선도로를 개설하려해도 곳곳에 들어선 국토의 부스럼과 같은 미니아파트단지로 인해 계획도로가 아파트를 피해 꾸불꾸불 돌아가야 할 판이어서 착수치 못하는 실정이다. 중앙과 지방행정의 괴리, 행정의 난맥상이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가운데 용인시 죽전지구등 서북부지역 16곳의 택지개발사업에 대해 인근 주민 400여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는 보도는 매우 주목을 끈다. 녹색연합환경소송센터와 함께 벌이는 소송은 공사중지처분청구의 행정소송과 함께 그동안 택지개발공사에 따른 환경 및 생활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의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것으로 이같은 소송제기는 전국에서 아마 처음일 것으로 보인다. 녹색연합이 주장하는 환경영향평가 부실로 인한 환경파괴 지적은 그 진부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지면 그간 환경영향평가 작업의 의문이 일부나마 풀릴 것으로 보여 특히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환경영향평가란게 용역을 의뢰한 쪽의 취의에 따라 구색맞추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난개발이 유별나게 극심한 지역이었던 용인시는 얼마전 도시계획지구에 한해 앞으로 2년동안 개발을 억제하는 내용의 고시를 한 적이 있다. 또 경기도는 과밀아파트건축을 제한하는 특단의 방침을 정했다. 도내를 8개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로 환경파괴 및 도시미관을 해치는 콩나물아파트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500가구, 16층 이상의 아파트신축은 자연보전심의허가로 친환경적 개발을 유도해간다는 것이 도 방침의 골자다. 이런 저런 지방행정 당국의 규제조치는 심히 뒤늦긴 하지만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경험상 과연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느냐에 문제가 있다. 일관되지 못한 행정의 난맥상이 난개발을 빚어 법정사태로까지 번지는 점을 당국은 깊이 돌이켜 보아야 한다. 지금같은 이파트신축은 막상 무주택자에겐 입주할 능력이 없어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이 서울등지의 유입인구입주로 베드타운화하고 있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