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벌리는 유권자 각성해야

4·13 총선은 어느 정당이 몇석을 차지하느냐는 권력게임의 측면 뿐 아니라 선거혁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도 큰 뜻이 있다. 그럼에도 선거판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각 정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기 위해 조기 과열된 선거전이 불법·탈법운동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부 유권자의 손벌리기 추태가 선거판을 더욱 흐려 놓고 있는 것이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제일 큰 고충이 손벌리는 유권자 문제라고 할 만큼 지각없는 유권자들의 행태는 매우 심각하다. 무슨 산악회 무슨 동호회 등의 이름을 대고 찾아와서 ‘표를 몰아줄테니 우리 행사에 참석해 달라’며 손을 벌리는가 하면, 아예 음식점 등에 집단으로 모여 회식을 하면서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 등 표를 미끼삼아 돈을 뜯어내려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아 출마 예정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귀찮고 짜증이 난다하여 요구를 거절하거나 소홀히 대하면 표를 안주겠다고 하는 정도를 넘어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므로 이래 저래 난처하다는 것이 출마 예정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유권자들의 손벌리기를 단속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동안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은 주는 쪽인 출마자측에 편중돼 왔었고 이 때문에 금권선거를 뿌리 뽑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성해야 할 표를 무기삼아 교묘한 방법으로 출마자들을 울리는 빗나간 유권자들을 방치한 상태에서 ‘깨끗한 선거’란 구호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공명선거는 선거운동측 의지에도 달려있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이룩된다. 선거운동측의 공명의지가 강하다고 곧 공명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의 손내밀기·금품기대심리가 없어져야 공명선거는 가능하다. 일부 유권자들이 죄의식 없이 출마자들에게 손벌리는 행위가 선거자체를 오염시키고, 자기들이 뽑는 후보를 부패시켜 결과적으로 비리·부패 정치를 초래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유권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선거혁명을 이루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먼저 학운위부터 구성해야

지난해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4월말까지 의무적으로 완료해야 하는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대다수의 학교들이 힘겨루기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학법인과 교사단체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이유로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 이의를 제기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각 세력간의 편가르기와 세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로 대표되는 사학법인측과 전교조로 대표되는 교사단체들의 대립은 먼저 사립학교 학운위의 ‘성격규정’이다. 초중등교육법은 사학의 학운위를 국·공립학교처럼 ‘심의·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단체들이 특히 인사, 예산 등 중요사안은 아예 자문대상에서 제외돼 위상약화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학법인측은 법인 이사회가 존재하는 마당에 학운위를 심의·의결기구로 격상시키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라며 오히려 학부모지역위원 선출방식을 무기명투표로 규정한 시행령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자문기구인 사립학교 학운위 위원 선출은 투표가 아니라 위촉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교사단체들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추천, 학교장이 위촉토록 한 선출방식을 학부모·지역위원과 마찬가지로 무기명 투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힘겨루기는 사학법인은 학운위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교사단체는 학운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세불리기 차원의 공세로 볼 수 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감선출권을 가진 학운위원 자리에 자기사람을 앉히려는 법인과 교사단체, 그리고 교육감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다. 벌써부터 본인에게 유리한 인사를 지역위원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교육감 후보들의 물밑 작업 소문이 파다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학법인측과 교사단체들은 진정한 교육자 본연의 임무를 잊지말고 정관개정 등을 통해 4월말까지 학운위 구성부터 마치고 기타 제반사항을 논의하기 바란다.

경기도 물정책 실천이 중요

경기도가 수돗물정책 기조를 그동안의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꾼 것은 일단 잘한 일이다. 도 당국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마련한 대책은 절수설비와 중수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수돗물을 10% 이상 절약하고, 낡은 수도관 대체 등으로 누수율을 10% 이내로 줄이며, 상수도 요금을 생산원가의 100% 수준으로 현실화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수자원 개발의 한계성과 물낭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한 올바른 정책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십수년내에 세계적인 물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장기전망이 진작부터 나와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로부터 이미 1990년에 ‘물부족 국가’로 분류됐던 터에 이제서야 물정책이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된 것은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물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경기도의 이같은 수요관리중심의 절수대책이 공수표가 안되기를 바라는 게 도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도 당국의 절수대책은 거의 매년 발표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엔 도내 물부족량이 하루 14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도내 상수도관의 누수율은 12%로 연간 낭비되는 수돗물이 1억톤이 넘고 있다. 많은 돈과 정성을 들여 1년간 생산 공급한 수돗물 9억6천7백여만톤 중 12%가 가정에 도달하기도 전에 땅속에서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도 어떻게 도 당국이 도민들에게 물을 아껴쓰라고 할 것이며, 또 그렇게 한들 그 홍보가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때문에 당국은 절수설비 및 중수도시설 설치와 함께 누수율을 대폭 줄이는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상수도 요금 현실화도 그렇다. 생산원가의 51.5% 수준인 수도요금을 100% 현실화하면 수돗물 절약효과는 있겠으나 수질개선의 가시화가 병행돼야 거부감을 덜 느낄 것이다. 비싸되 믿을 수 있는 물을 충분히 공급받기 위해서라면 수돗물값 인상을 반대할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질도 개선되지 않고, 누수율을 줄이지 않아 새나가는 물값이 주민부담으로 돌아 온다면 당국에 대한 불신과 민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휴대폰 운전중 사용 금지를

지난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입자가 2천500만대를 기록하여 일반 전화가입자 수를 능가하고 있으며, 이는 인구대비 보급률이 세계 제6위라고 한다.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이해 나타난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휴대폰은 일상 생활에 필수품이 되었으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휴대폰 사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휴대폰 사용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돌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웃 일본은 지난 해 11월 1일부터 자동차 운전 중 휴대폰, 카폰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였으며,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면 벌점과 벌금이 무거워져 보험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독일은 금년부터 자동차 운행중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60마르크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며, 일부 서구유럽의 경우, 최고 126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각종 교통사고에서 휴대폰 사용 중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 지난 주 울산에서는 승용차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받으려다 중앙선을 침범,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 사고를 일으켜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상반기 중 휴대전화로 일어난 교통 사고가 242건으로 98년 상반기의 119건에 비해 무려 두배 이상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손해보험회사들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계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휴대폰 보급에 걸맞는 휴대폰 사용문화정립은 시급한 과제이다. 식당, 극장 등 공중장소에서 마구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휴대폰 사용 문화도 문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부주의에 의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더구나 생명까지 앗아가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운전중 휴대폰을 하여 대형 사고가 발생, 귀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강력한 규제조치가 있어야 된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이나 서구 유럽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운전중 휴대폰 사용금지 조치는 고려해볼 제도라고 생각된다.

재정적자 증폭, 경제안정 公敵

경제실상이 마치 붕괴우려의 출렁다리를 건너는듯 하다. 무역 금융 기업 물가 등 제반분야의 대책이 미봉책에 급급하다. 이마저 상호응집력을 갖지 못해 효율성이 지극히 낮다. 이에 경제안정을 요구하는 시각은 여러 각도에서 진단할 수가 있다. 오늘 본란이 재정적자의 위기탈출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재정파탄이야말로 회생이 난감한 악성파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조만간 재정인플레이션 끝에 민간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는 경제파탄이 예견되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오는 2004년부턴 국가채무를 줄여갈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채무가 400조원이다 108조원이다하는 정치권의 이견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측의 안일한 자세다. 한국조세연구원이 파악하고 있는 국가채무는 111조8000억원이지만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한 채무 64조원에 대한 이자를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으므로 정부부채나 마찬가지라며 위기상황임을 밝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3% 수준이다. 이밖에 만병통치약처럼 투입된 통계에 비치지 않은 공적자금을 감안하면 재정수지적자는 더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세입원인 세금은 다투어 감면을 남발하면서 세출을 다투어 인심 쓰듯이 퍼대는 정부의 재정운용은 도시 나라살림을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인지 의구스럽다. 예컨대 금과옥조로 내세운 실업대책만 해도 실업급여, 취업훈련, 공공근로 등 3개분야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 9조5천억원만 공중에 뿌린 꼴이 됐다. 실업률은 오히려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1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빈부차 해소를 내세워 빈곤층지원예산으로 10조원을 편성했으나 선심배분으로 빈곤퇴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두 사례일뿐 재정운용을 위협하는 불건전사례는 이밖에도 수다하다. 이로도 모자라 재원조달이 막연한 신기루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는가하면 여러부처가 같은 내용을 번갈아 발표하기가 예사다. 공무원보수 4년내 민간기업수준, 농어업개선, 연10조원확보 등이 이런 류에 속한다. 지금 수출만해도 고유가에 엔저가 겹친 가운데 흑자를 위한 구체안이 없어 초비상상태다. 아무리 선거때라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을 파탄으로 끌고갈 요량이 아니면 이토록 무책임할 수가 없다. 더욱이 국가채무를 갚기 시작한다는 2004년은 김대중정권 임기가 끝난 뒤다. 재정파탄을 물려주겠다는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건정재정의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LPG 앞에는 法이 없다?

석유화학사가 제조한 LPG(액화석유가스)에 오일 성분이 섞여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극심한데도 관련법상 규제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은 한국에 왜 법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강화군내 음식업소와 가정 등에 배달된 LPG통에서 기화되지 않는 불량가스와 함께 노란색 기름이 다량으로 검출된 사실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강화군 뿐만이 아니다. 일부 석유화학사에서 생산, 충전소를 통해 유통되는 가정용 LPG통에 기름이 20%가량 포함돼 있어 보일러나 가스레인지 등의 가스기와 계량기가 고장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더 비싼 값에 가스를 구입해온 것이다. 더구나 문제의 기름이 섞인 LPG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사는 유통사와 판매업체가 기름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통사와 판매업체는 충전때 마다 기름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은 ‘LPG의 안전 및 사업관리법’에 품질에 관한 법 규정이 전혀 없어 문제가 된 LPG의 제조 및 판매업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LPG의 품질에 관한 규정은 ‘품질이 저하된 LPG를 판매하는 충전소와 판매소는 처벌할 수 있다’는 제24조 2항이 유일했으나 이마저 사문화된 법조항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7월1일 법개정과 함께 삭제됐기 때문이다. 또 현재 가정용 LPG에 대한 품질규정은 한국산업규격(KS)에만 있으며 이마저도 권고사항인 것으로 강제력이 없는 실정이다. 산업자원부가 한심한 이유는 ‘LPG에 함유된 오일은 제조 및 판매의 계약 당사자들이 제거하고 팔아야 한다. 경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품질검사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경찰도 LPG 제조과정에서 오일이 발생했는지, 유통 판매마진을 위해 고의로 유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정도이다. 대부분의 가정과 업소가 LPG를 사용하고 있는 데도 불량 LPG생산업소 및 판매업소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산업자원부는 하루 빨리 규제대책을 수립, 시행하기 바란다.

새총통 양안긴장과 동북아

타이완 총통선거는 국민당분열, 금권 부패폭력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으로 야당인 천수이벤(陳水扁) 후보에게 돌아갔으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전쟁불사 강경태세속에 타이완 태생의 거부인물을 당선시킨 타이베이는 전쟁위험의 공포속에 생필품사재기, 해외항공권 사두기가 한창인 것으로 전한다. 새 총통은 오는 5월20일 취임하지만 취임에 앞서 당장 전쟁위험해소를 비롯, 힘겨운 여러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에비해 경제 및 외교에 대한 경험부족, 민진당의 인재난은 국민당과 무당파와의 필연적 제휴로 정국안정을 위한 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독립추진은 양안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의 대거 이탈을 초래, 타이베이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력행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긍정적으로 볼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 총통당선자 역시 중국에 대한 공연한 자극은 타이완을 위해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점에서 ‘독립을 선언하거나 헌법에 양국론을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타이완의 장래를 결정짓는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배제, 한발 물러선 것은 적절한 조치다. 우리가 양안의 긴장악화를 걱정하는 것은 동북아 안정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력충돌은 중국과 타이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로인한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중국의 제동력 상실은 동북아안정을 위해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국민당의 50년 타이완통치 종지부, 타이완 태생 새 총통의 압도적 당선은 역사의 전환이다. 세월의 변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중국과 타이완은 상호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양안관계를 예의 주시해가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대처, 추호도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 타이완에 정권교체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새삼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정치에 다분히 냉소적이었던 타이완 유권자들이 전례없는 82.69%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과거 어느때보다 투표에 대거 참여한 서민층의 관심은 ‘정치가 아니고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줄 새지도자였다’는 외신보도는 우리의 실정을 한번 생각케 해본다.

광역교통연합에 기대한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전국 인구의 45%에 이르는 2천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단일생활권이지만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관리업무는 69개 자치단체로 분산돼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자치단체간 과열경쟁과 중복투자 등으로 시민들의 교통불편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이 겪고 있는 교통불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서울 주변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의 숙원 가운데 하나가 원활한 대중교통 문제 해결, 즉 서울 도심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의 신설과 노선연장, 그리고 증차 등인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 하나의 숙원은 종합버스터미널 설립이다. 수도권 신도시에 시외버스를 탈만한 종합버스 터미널이 없어 주민들이 타지방을 오가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은 경기도 등록 버스 2백2개 노선 1천9백29대와 서울 등록 버스 1백18개 노선 2천6백17대가 있다. 버스터미널은 부천 시외고속터미널 1곳 뿐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의 광역교통기획단, 수도권행정협의회 등 현재의 교통조직체계로는 실질적인 집행력이 없어 교통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도권 교통사정이 이러한 때에 경기도가 수도권의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수도권 광역대중교통연합’을 설립키로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그 운영효과에 큰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이 교통연합은 각 시·도와 시·도 교통관련 단체 등이 일정지분씩 투자한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고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와 유기적 관계를 통해 수도권을 단일교통체제로 운영하는 매우 타당한 광역지구이다. 하지만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교통광역기구 설립을 아무런 이유없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횡포이다. 깊이 따지고 들어가면 수도권 교통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서울시다. 서울시가 말로는 대중교통 이용을 외치면서 인구분산정책에 따라 수도권도시로 이주한 주민들의 대중교통 불편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광역대중교통연합 설립 특별법 제정에 대한 경기도의 건의를 이유없이 즉각 받아들여, 대중교통 관리를 일원화하고 난마처럼 얽힌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협조하기를 촉구한다.

‘인간존엄성’ 우선한 판결

법리해석, 사실판단 양면으로 실로 맹괘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장례식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다’라고 한 수원지법의 판결은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친 수원시가 이의 허가신청을 불허한데 대한 행정소송 재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물론 수원시가 불복하면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장례식장을 무조건 혐오시설로만 볼수 없는 것으로 본 판결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입각했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생명은 잉태해 태어남으로 인해 시작돼 그 수명이 다함으로써 소멸한다. 즉,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장례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혐오시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그릇된 오만으로 이로인해 장례식장은 거부감을 갖는 것으로 인식된 일부의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감성적 측면일뿐 인간생활은 이성이라는 것이 요구된다. 법원의 판결은 감성적 정서보다 보편적 이성을 강조했다고 보아 사회기능 및 사회공익에 일치된다. 법률이 추구하는 합목적성에도 합치되는 것으로 믿어진다. 장례문화는 머지않은 우리 주변의 생활문화다. 장의사가 주택가나 상가에 위치하는것 쯤은 흔히 보는 일상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장례식장이 아무대나 마구 들어서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주관적 거부감은 객관적 타당성을 부인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의 새로운 인식과 함께 적정한 장소에 적정하게 세워지는 장례식장은 일종의 공공적 시설로 보는 객관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줄 안다. 이같은 노력은 장례식장 운영에 또한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판결은 실생활에 근거한 사회기능속에 법리추구가 융합할 때 더욱 빛을 뿜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서는 법익을 피부로 느낀다. 법원의 형안에 감동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판결은 그간 혼란을 겪어온 장례식장 등에 따른 인근 주민들과의 무턱댄 잦은 마찰에 새로운 행정 및 사회지침이 될 것으로 보아져 크게 주목된다.

실효성없는 본적란 폐지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직 대통령들과의 만찬석상에서 지역감정의 골을 해소하기 위해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에 찬반 양론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망국병’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지역감정 문제가 특히 선거 때 마다 증폭된 작금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려는 생각에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지역감정이 과연 호적에서의 본적란 때문인가. 물론 아니다. 역대 정권이 국민의 자연스런 애향정서를 불순한 의도로 왜곡시켜온 것이 지역감정이라는 망국병의 원인이다. 본적의 가족법상 정의는 호적의 존재장소다. 그러나 국민정서는 법에 앞서 연년세세(年年歲歲)의 혈연, 가족관계 및 개인 정체성의 표현으로 인식하고 있다. 법을 바꿔 본적을 삭제할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국민 일반의 공감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사회생활을 할 때 각종 서류 등을 통해 개인의 본적지가 따라다니고 그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출신지를 환기시켜 주기 때문에 본적란 삭제가 지역감정 타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찬성론도 있다. 그러나 호적에서 본적을 없애는 일은 여권에서 국적을 안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이력서에서 학력을 없애는 것 과도 같다. 본적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뿌리와 고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본적 기재를 왜 나쁜 의미로 해석하는가. 또 호적제도 자체는 유지하면서 본적지란을 없애는 것은 호적등·초본 발급시 출생지 등이 상세히 나타나 실익도 의문시 된다. 현실적으로 취업, 진학, 자격시험 때 본적지를 스스로 표시토록 하는 관행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설령 호적에서 본적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지역주의를 치유할 수는 없다. 현 제도하에서도 본적을 옮기는 전적(轉籍)이 어렵지 않고, 또 많은 국민이 실제로 본적을 옮기고 있지만, 그로써 지역감정 문제의 심각성이 결코 덜해지지는 않는다. 지역감정을 극소화하려는 고충은 십이분 이해가 되지만 호적에서의 본적 삭제 문제는 무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둔다. 본적폐지 검토는 지역감정 해소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것인지 법령이 아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