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발언’의 남발

김대중정부의 대북발표 시리즈는 서영훈 민주당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의 연내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총선기간중 남북문제의 잇단 정치적 언급은 옳지 않다. 정부여당의 발표는 마치 북한당국의 어떤 화답을 총선전에 끌어내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잘못 비칠 우려가 있다. 만약 이러한 신북풍이 인다면 총선에 저들의 영향을 자초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총선기간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표가 절제된 것이라는 여당측말은 해괴하다. 유럽순방 귀국이후 대여섯번에 걸친 대통령의 언급이 절제된 것으로 보기도 어렵거니와 총선후에 할말이 있으면 총선기간은 의당 침묵을 지켰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말해도 되는 뭐가 있으면 선문답식으로 국민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떳떳이 공개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임을 본란은 충고한바가 있다. 한반도문제는 남북이 실질적 당사자이면서 미·일·중·러 등이 얽힌 국제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측과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주변국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밝힐 의무가 있다. 대통령이 국민의 세부담이 되는 대북지원을 중동특수와 비유한 것은 실로 괴이하다. 뭣이 되든 대북지원은 국민 세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이 북한에 투자해서 특수를 누린다고 보는 것은 제살깎아 먹기나 다름이 없다. 에너지에 속하는 전력을 예로들면 북한의 전력생산가동률은 26.1%에 불과한 것이 북한당국의 전력공업부 발표다. 생각해보자. 전력개발에 도움을 주어 중동특수 같은 반대급부를 줄수 있는 처지같으면 아예 도움을 청하지 않을 것이다. 또 대북관계개선의 노력은 김대중정권 전유물이 아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고 이듬해엔 평화통일외교정책선언, 남북상호불가침협력제의에 이어 평화통일 3대기본원칙(1974. 8. 15), 남북한 당국간 무조건대화(1979. 1. 19), 20개 실천사업제의(1982. 2. 1), 남북이산가족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1985. 9), 7·7선언 및 남북기본합의서(1992)가 있었다. 즉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정권에서는 정상회담 성사직전까지 간 일이 있고 북한의 NPT탈퇴선언에 따른 전쟁불사태세속에서 4자회담회의(1996. 4. 16),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발족(1995. 3. 9) 등 역대정권이 남북개선을 위해 부단한 심혈을 기울였다. 김대중정권은 작금의 남북관계개선에 관련한 언급이 마치 그만의 전매특허인 것처럼 오도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정치수단화하는 것은 되레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을 밝혀둔다.

박총리는 누구인가?

지난 1·13 개각 당시, 본란은 박태준 내각에 별 기대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는 4·13 총선이면 3개월을 넘긴다. 그동안 박총리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정부가 국부유출의 선거쟁점 광고로 중앙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것을 보면 다만 한가닥 기대했던 총선중립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심케 한다. 요즘의 박총리를 보면 수행총리를 연상한다. 대통령의 업무보고 청취를 수행하는 것이 흡사 직분의 모든것인 것처럼 보인다. 하필이면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미루었다가 1·4분기가 다 지나고 총선열기가 한창인 지금에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이상하다. 어떻든 대통령이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수행은 해야겠지만 그밖의 박태준총리 위상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모르지 않으나 박총리는 특히 정치적으로 이상한 존재가 돼 있는 것은 유의해야 할 점이다. 알다시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이미 공동정부파기선언을 했다. 총선후에 다시 복귀하는 일은 있을수 없다고 수차 공언했다. 비록 민주당은 아직 이의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해도 제일 먼저 처신을 분명히 해야할 입장인 것이 바로 박총리다. 소속당은 공동정부를 철회, 야당을 자처하는 마당에 그대로 총리에 눌러앉아 있는 모습은 모양상 걸맞지 않다. 물론 자민련이 박총리를 제명하지 않고 민주당정권이 교체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본인이 알아서 탈당을 하거나 사퇴를 해야하는 양자택일의 의무를 미룬채 마냥 세월을 넘기는 것은 더욱 떳떳하지 않다. 총선을 맞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박총리에게 입장표명이 요구된 것은 작금이 아니다. 이미 오래됐다. 설사, 지금 당장 그만둔다해도 추호도 혼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사퇴를 하면 총리서리체제로 가도 얼마든지 갈수가 있다. 정당 및 정치인들 저변에 깔린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는것 같아 영 개운치 않다. 각 부처마다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시혜성 시책을 마구 쏟아내어 신 관권선거란 말을 듣고 있다. 이런 말을 듣는 연유가 박총리의 무력증, 어정쩡한 처신과 무관하지 않나 싶다. 국가의 직위는 정치적 장식품이 아니다.

‘구제역’판정의 파장

파주서 발생한 수포성가축괴질이 의사 구제역에서 구제역으로 공식확인되면서 충남 홍성등지로까지 괴질이 확산되고 있다. 홍성 역시 구제역이 맞다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로도 감염되기 때문에 황사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가 추정돼 심각하다. 만약 감염경로가 황사현상에 의한 것이라면 살처분, 시장폐쇄, 이동금지만으로는 확산방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이 전국적인 예찰활동과 혈청검사를 강화하는 일이다. 홍성서 소에 발생한 일시가 파주와 거의 비슷한데도 신고가 늦은것을 보면 제3·제4의 발병지역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 돼지 양 사슴 낙타 등 우제류에 발생되는 구제역은 일단 걸리면 치료가 불가능하여 확산방지를 위해 살처분, 땅속 4m깊이로 묻는 것외엔 따른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접종과 함께 감염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음으로 시급한 것이 소비대책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은 구제역 발생국의 소 돼지 수출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적어도 약 3∼6개월은 수출이 중단될 것으로 보여 축산농가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나중에 OIE로부터 구제역 비발생국으로 인정받아도 수출대상국이 당분간 수입을 꺼리면 어쩔수가 없다. 수출중단은 사료 및 유통업계 등 관련산업의 연쇄적 파장을 가져오므로 그 폐해가 엄청나다. 돼지고기만도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2% 더 많은 90만t(4억1천100만달러)으로 잡았지만 사실상 올 수출은 이제 어렵다고 봐야한다. 이처럼 붕괴되는 국내 축산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 돼지고기의 경우, 수출량(8만t)보다 수입량(14만2천t)이 더 많으므로 내수증대를 국산돼지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돼지고기뿐만이 아니고 쇠고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먹더라도 인체엔 바이러스가 달라 아무 해가 없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돼있긴 하나 감염된 가축은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살처분하여 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다. 정부당국의 소비촉진운동과 함께 소비자의 충분한 이해가 있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구제역파동으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에 조속한 보상 및 지원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총선에 몸사리는 지방행정

4·13 총선때문에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은 온당치 못하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권개입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행정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민선지자체장으로서의 자존심도 스스로 격하시키는 일이다. 정치적 시비를 피한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일을 총선 후로 미루거나 주민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행정마저 몸조심으로 일관한다면 졸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몸을 사리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경기도의 경우 대도시는 물론 도·농 복합지역 소재지의 단란주점, 노래방, 다방 등에서 불법·퇴폐행위가 성행하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행정규제 완화 이후 신고업종으로 바뀐 이발소, 숙박업소를 비롯, 신종업종으로 등장한 남성피부관리 등 업소에서 노골적인 퇴폐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단속이 없다면 심히 우려스러운 사태이다. 특히 안양 평촌 신도시 일대와 시흥 월곶관광단지 등 수많은 지역에서 불법주차가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항의해도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인천시의 경우 모 구청장은 인천지역내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리자 아예 관내 대부분 행사에 불참하는 등 ‘두문불출’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민심자극을 우려해 주안·부평역, 용현·부평시장 주변 등에서 5000여명의 노점상이 있는데도 단속은 사실상 ‘시늉’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관권선거 개입 시비를 피하려고 눈치를 보며 주민과의 접촉마저 차단하거나 불법행위가 만연하는데도 민심자극을 우려해 단속행정에 뒷짐 지고 있다면 직무유기다. 또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소속 정당의 총선 후보자의 득표를 염두에 두고 단속을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게될 게 분명하다. 4·13 총선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이지 지자체장 선거가 아니다. 설령 지자체 선거라고 하여도 정당한 행정은 집행돼야 한다. 모든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은 정치권을 의식하지 말고 소신있는 행정을 수행하여 주기를 바란다.

구제역 ‘인체무해’인식돼야

파주지역의 의사구제역 발생은 축산시책에 일깨워주는 점이 많다. 이가운데 축산업을 대표하는 축산협동조합과 정부측이 관련한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이는 축산업발전을 위한 고언이다. 첫째, 의사구제역발생은 국가적 재앙이다. 이의 피해당사자가 되는 주체는 축산업자들이지만 수입개방을 앞두고 축산기반이 위협받는 처지에 국제적 가축질병인 의사 구제역까지 발생한 것은 비단 축산업에 국한하지 않는 국가산업의 재앙인 것이다. 이에 정부는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본란은 이미 여러 허점을 지적해 왔으므로 여기서는 더 되풀이 하지 않겠다. 다만 그런가운데나마 축협이 자기방어를 위해 기울인 자율적 노력은 주목할만 하다. 그렇긴하나 과제는 앞으로도 많다. 정부는 축산농가에 대한 피해보상을 수출과 살처분한 가축에 국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한 단가산정도 제대로 될 것인지 극히 의심된다. 정당한 단가산정과 함께 보상대상이 보다 광의적으로 해석되도록 하는 축협의 노력이 가일층 요구된다. 둘째, 의사구제역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진실의 홍보가 더 강화돼야 하겠다. 이에 농림부 발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아직은 미흡하다. 일찍이 구제역이 발생한 대만등지의 전례에도 인체에 해가 미쳤다는 임상보고는 없었던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의사구제역이 무서운 것은 가축에 대한 강한 점염성으로 국내외간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일뿐 인체와는 무관한데도 육류소비를 꺼리는 일부의 현상은 크게 잘못돼 있다. 셋째, 정부는 이번 기회에 협동조합의 강제통합을 재고해야 할 것으로 안다. 축협을 비롯, 인삼협등 특수협동조합을 농협과 합병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산업사회는 날로 분업화하는 전문성 추구의 추세속에 특수협동조합을 통합하는 것은 실로 괴이하다. 더욱이 지금의 농협은 금융사업에 치우쳐 농업인의 조합이랄수 없다. 농협이 농업인을 위해 무이자, 또는 저리로 융자하여 정부가 이자보전을 해주진 못할지언정 농업인을 상대로 이자놀이하는 농협이어서는 본연의 기능이 아니다. 이러한 농협에 축협등 특수조합을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통합는 것은 결코 산업발전의 균형있는 시책이라 할수 없다. 강제통합을 철회하는 것이 정부이 체면상 불가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마땅히 철회하는 결단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무기한 휴진 최선책 아니다

오늘부터 의사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가 의료 대란이 예상된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의약분업에 반발하여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더구나 병원도 의료보험 시범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환자들에게 처방전만 주고 약을 약국에서 사게 하도록 함으로써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국은 병원에서 발행하는 처방전은 받지 않을 방침이어서 죄없는 환자들만 약국과 병원을 오가면서 고생할 것 같다. 정부는 의사들의 불만을 해소키 위해 지난 24일 의약계를 비롯한 시민단체, 학계, 정부 대표로 구성된 의보수가정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4월1일부터 의료보험수가를 6%로 인상키로 했으나, 의사협회는 정부의 수가 인상안 수용을 거부하고 예정대로 집단휴진 하기로 했다. 이런 의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집단 휴진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의료계가 합리적인 선택을 해 줄것을 요망하고 있다. 또한 건강연대,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들도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집단 휴진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병원 항의방문과 같은 시민 행동지침도 마련하고, 사태가 악화될때는 휴진 의사들을 의료법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법적 대응도 할 것임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사들의 강한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23일 의사들이 서울에서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이후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시위때도 많은 병원이 휴업하여 문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무기한 집단 휴진을 한다고 하니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약분업에 따른 의사들이 불만은 오래전부터 발생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워낙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해소될 가능성은 없다. 아무리 바람직한 제도라도 시행상에 있어 문제점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과감하게 수용하여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의사들도 집단 휴진 만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여 환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자격 의심스러운 총선 후보들

지난 29일 후보등록을 마친 4·13 총선 후보자들이 신고한 납세실적과 병역 이행여부를 보면 마치 국민을 우롱하는 것 같다. 먼저 후보자 1040명의 납세액 분석결과는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후보가 214명(20.5%)이고 재산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후보는 347명(33.3%)이다. 또 후보들의 절반가량이 최저소득세율을 적용받아 연간 100만원 이하를 낸 것으로 집계됐으며 특히 변호사 출신의 70% 이상이 국세청의 비공식 과세표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금을 낸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재산이 104억원이라는 후보가 재산세는 0원이라고 등록한 경우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병역 이행여부도 괴이하기 짝이 없다. 병역은 납세·근로·교육과 함께 국민의 4대의무이다. 그런데 4·13 총선 후보자 가운데 병역미필자가 218명(21.6%)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병적기록 자체가 아예 없어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후보도 많다. 도대체 이러한 후보들이 그동안 공식적인 사회활동이나 직장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는 허망한 생각이 든다. 총선후보자 등록현황을 보면서 우리는 후보들의 전과(前科)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사면, 형실효, 정지처분을 받았다 하여도 공직자 전력에 대한 유권자의 알 권리 확보차원에서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정을 논하는 엄숙한 곳이지 불성실납세자, 병역미필자 등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다. 16대 국회가 구성되면 선거법을 개정, 현행법상 후보자의 납세실적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종합토지세를 포함시키고 재산신고는 후보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재산도 신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에 강력한 실사권을 부여하고 허위신고자나 누락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신설해야 한다. 모름지기 정치혁명은 유권자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납세·병역 등이 선명치 못한 후보들을 준엄하게 판단하는 일은 유권자의 책무이다.

무기한 휴진 최선책 아니다

오늘부터 의사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가 의료 대란이 예상된다. 최근 의료계는 정부의 의약분업에 반발하여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더구나 병원도 의료보험 시범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환자들에게 처방전만 주고 약을 약국에서 사게 하도록 함으로써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국은 병원에서 발행하는 처방전은 받지 않을 방침이어서 죄없는 환자들만 약국과 병원을 오가면서 고생할 것 같다. 정부는 의사들의 불만을 해소키 위해 지난 24일 의약계를 비롯한 시민단체, 학계, 정부 대표로 구성된 의보수가정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4월1일부터 의료보험수가를 6%로 인상키로 했으나, 의사협회는 정부의 수가 인상안 수용을 거부하고 예정대로 집단휴진 하기로 했다. 이런 의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집단 휴진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의료계가 합리적인 선택을 해 줄것을 요망하고 있다. 또한 건강연대,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들도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집단 휴진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병원 항의방문과 같은 시민 행동지침도 마련하고, 사태가 악화될때는 휴진 의사들을 의료법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법적 대응도 할 것임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사들의 강한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23일 의사들이 서울에서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이후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시위때도 많은 병원이 휴업하여 문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무기한 집단 휴진을 한다고 하니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약분업에 따른 의사들이 불만은 오래전부터 발생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워낙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해소될 가능성은 없다. 아무리 바람직한 제도라도 시행상에 있어 문제점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과감하게 수용하여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의사들도 집단 휴진 만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여 환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될 것이다.

가축괴질 파장 비상

파주에서 발생한 수포성 가축질병의 파장이 심각하다. 젖소의 수포성 질병이 의사 구제역(疑似 口蹄疫)인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일본과 대만이 한국산 수입육류에 대한 통관보류와 함께 유제품의 수입 금지를 통보해옴에 따라 사육돼지의 11%를 일본에 수출해온 축산농가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돼지의 수출길이 차단되면서 수출물량이 내수시장으로 몰리고, 전염성이 강하며 치사율이 높은 구제역에 대한 축산농가들의 불안 확산에 따른 소 돼지의 홍수출하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나라안이 온통 선거바람에 휩쓸리고 국민들의 시선이 선거판에 쏠리고 있는 사이 소 돼지 파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축산물의 수입개방으로 축산업의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터에 일시적이지만 육류수출이 막히고 국내 유통질서가 흐트러지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더욱이 지난 20일 괴질이 발생한 이후 10일이 지났는데도 검역당국이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전염경로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다만 괴질이 발생한 금파리 주민들이 최근 구제역이 발생했던 중국을 다녀와 이들로부터 감염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검역당국이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 농림부가 괴질발생신고 3일후에야 반경 10㎞ 이내 지역을 전염병특별대책지역으로 뒤늦게 선포한 것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농림부와 파주시는 괴질방역에 늑장 대응하면서 괴질발생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저지하기에 급급했다. 괴질발생 사실을 신속 정확하게 알려 인근 축산농가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전염확산을 막아야 하거늘 오히려 이를 숨기려 한 것은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구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당국은 설사 당국의 의도대로 괴질사실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축산물을 수출한 뒤 상대국의 검역결과 감염사실이 드러날 경우 우리가 입게 될 국가적 체면 손상은 물론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국은 이제라도 괴질원인을 신속히 밝혀내고 인근지역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축산농가들의 계획출하를 유도하고 정부가 직접 수매하는 등 파장수습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문제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치맛바람 부추기는 학교

신학기를 맞이한 학교에 또 치맛바람이 불고 있어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최근 초·중·고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 자모회 등 각종 새로운 학부모 조직이 구성되면서 이들 조직이 학교발전기금이나 회비 등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더욱 불만을 가중시키는 것은 일부 학교측이 교실환경정비 또는 비품교체 등 명목으로 모금활동에 편승하는 점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불이익이나 차별이 있을 것을 염려하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모금동참 권유에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용인 모 초등학교는 학급 담임이 학교장이 커튼 교체 등을 지시했다면서 ‘학부모 대표들이 나서줄 것’을 요청, 학급별 학부모 간부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2만∼3만원을 모금키로 했다고 한다. 수원 모 초등학교도 학부모 조직이 구성되자마자 학급활동과 환경개선비로 사용한다며 학부모 대표들이 2만5천원씩을 학부모들에게 부담시켰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부천 모 고등학교의 경우 신임 학부모회장이 학년 및 학급 학부모 간부에게 학교발전기금으로 1인당 연간 20만원의 회비를 납부토록 하고 학급당 200만원 정도가 모금될 수 있도록 임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치맛바람은 학부모 조직간의 경쟁이다. 성남 모 초등학교는 학부모회의 모금은 물론 자모회와 체육진흥회 등도 자체적으로 경쟁적인 회비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학교측도 학부모 조직간 모금경쟁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치맛바람 현상이 심각한 학부모 조직 간부와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소위 2차도 동행하는 등 교육질서를 무너트리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맛바람과 일부 학교측의 편승실태를 과연 교육청 당국이 모르고 있는가. 모금전달 등으로 학교측에 잘 보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관도 문제점이지만 학부모들의 모금전달을 거절하지 않는 학교측의 잘못은 더욱 크다. 학부모들의 각종 모금과 이를 부추기는 일부 학교측의 자성은 물론 교육 당국의 지도·단속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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