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더 두고 봐야

정상회담합의서 전문은 환영할만하다. 분단 55년만에 남북의 최고당국자가 만나는 것은 냉전종식, 민족화해, 공존공영의 전기가 된다고 믿는 것이다. 본란은 그간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문을 표시해왔으나 남북합의서를 이끌어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것은 역사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엔 중국측의 작용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낙관은 아직 이르다. 정상회담과 관련, 우리측 발표는 ‘김정일위원장의 초청에 의하여서’라고 한데 비해 북측은 ‘김대중대통령의 요청에 의하여서’라고 했다. 합의과정의 상황으로 보아 우리가 사정사정하여 북측이 받아준 모양새가 되긴 했으나 굳이 탓하지 않는것은 어떻든 회담 자체에 대한 기대가 절실하기 때문인 것이다. 다만 궁금한 것은 저들이 그동안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온 한·미 군사 합동 훈련중지 및 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 통일관련단체 활동보장, 한·미·일 공조파기같은 끈질긴 요구사항에 대한 이면합의, 즉 옵션의 유무다. 예의 전제조건으로 분위기조성을 주장한 북측이 갑자기 무조건 수용으로 돌변했다고 보기에는 지극히 어렵다. 이에대한 정부측 설명이 없는 것 또한 석연치 않아 앞으로 두고 지켜볼 일이다. 또 김대중대통령이 사흘동안 평양을 방문하는 6월14일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일과 절차가 남아 낙관만 할 처지가 아니다. 지난 94년 6월에 추진됐던 김일성주석과의 남북정상회담도 7월25일 닷새동안 평양서 갖기로 합의하기까지는 합의서작성 이후에도 예비접촉, 실무접촉, 대표접촉을 가지면서 제반사항의 논의를 거쳤다. 앞으로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북측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1994년 7월8일 김주석의 유고만 없었던들 김영삼정권이 이미 실현했을 일이다. 김대중정부가 진실로 민족화해 일념의 정상회담을 갖고자 한다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할수록이 북측으로부터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총선을 사흘앞두고 발표하면서 “북한이 발표를 서둘렀다”고 말한 것은 솔직하다 할수 없어 유감이다. 이번 남북합의서는 7·4 남북공동성명(1972년) 정신을 강조했다. 따라서 정상회담 의제는 교류협력, 남북화해 및 상호불가침 등 모든 당면과제가 포함된 남북기본합의서(1992년)의 충실한 이행이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본다. 대북투자도 기본합의서충족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남북정상회담은 분명 반가운 일이긴 하나 합의배경과 실현은 더 두고봐야 한다.

기구·인력 부족한 경기2청사

지난 2월 25일 개청한 이래 경기도 북부의 10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 제2청사가 직원이 부족한데다 업무 인수 인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여서 북부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기2청사는 3천392건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이는 도청 업무의 86%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기구와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경기도는 당초 북부지역 인구와 행정수요에 대비해 제2청사의 기구와 인력규모를 제주도 수준인 6국 27과 533명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했으나 정부는 기존 북부출장소 조직(4국12과 207명)에서 85명을 늘린 6국 19과 292명만 승인했다. 그나마 제대로 인력충원이 안된 상태로 85명의 증원인력 중 51명은 3월에서야 인사발령을 냈고 아직도 5급 4개 자리를 비롯해 34개 자리가 결원중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거의 야근을 매일하며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청사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개청하는 바람에 현재 19개과 중 15개과는 의정부시 호원동 옛 북부출장소에 있고 나머지 여성복지과 가정청소년과 기업지원과 축산산림과는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인 의정부동 청소년회관에 있다. 따라서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민원인들은 두번 걸음 하기가 일쑤다. 경기도 제2청사의 이러한 혼란은 예상됐던 사항이다. 지난해 4월 김대중대통령이 경기도를 초도순시할 때 조속한 제2청사 개청을 지시한 이후 1년도 채 안돼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서둘러 개청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제2청사는 경기 북부지역의 의정부·동두천·고양·구리·남양주·파주시 등 6개시와 양주·연천·포천·가평 등 4개군 225만명의 인구(도 전체의 25%)와 도 전체 면적의 42%인 4천297㎢를 관할하는 매우 중요한 행정기관이다. 이달 중순쯤 사무실 전체가 의정부동 삼성생명 빌딩으로 이전하고 2002년초 금오동 택지개발지구내에 짓고 있는 새청사로 옮길 예정이라고 하지만 기구와 인력부족으로 인한 민원야기소지는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제2청사의 구체적인 사무처리실태를 면밀히 분석한 후 기구·인력을 시급히 충원하여 경기북부지역 도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총선, 사흘남은 ‘막판고비’

4·13 총선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운동은 종반들어 더욱 치열해졌다. 그간 혼탁선거란 비판이 없지 않았다. 이번 총선은 몇가지 특성이 있다. 시민단체의 개입으로 낙천운동에 이어 낙선운동이란 것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세풍(납세), 병풍(병역), 과풍(전과) 등 3풍바람이 일고 있다. 이는 참고자료다. 판단은 유권자들 몫이다. 정치권은 여전히 이전투구 양상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금권선거와 함께 역관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되레 금품살포 관권선거를 추진하고 있다고 공박한다. 자민련은 두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이런저런 객관적 현상은 이제 불과 사흘남은 선거운동을 매우 불안케 한다. 더욱이 도내 및 인천지역의 선거는 혼전속에서 한치앞을 예상키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적인 총선 승패의 캐스팅보트역할을 하는 곳이 수도권이다. 서울에 비해 더 격심한 경기·인천 선거구의 혼미속 격전은 각 당마다 사활을 건 부동표잡기 막판공세에 총력을 기울것이다. 한 의석이라도 더 얻으려는 정치권, 단 한표라도 더 얻고자 하는 후보자들의 당연한 노력을 탓할수는 없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선거운동의 막판 가열은 자칫 불법사태를 부추기곤 한 것이 과거에 보아온 경험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상 최상의 공명선거를 다짐했던 제16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사상 최악의 타락선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탄이 없지 않다. 전국 법원 선거사범담당법관회의는 앞으로 벌금을 매겨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량을 선고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에 고발한 선거사범이 불기소처분될 경우, 재정신청을 해서라도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적이 있다. 법원이나 선관위의 이같은 선거사범불용납 천명은 국민들의 여망이기도 하다. 선거란게 원래 열기를 뿜는다. 과열화할 수 있는 것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법이 용인될 수는 없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이같은 규제에서 일탈이 허용될 수는 없다. 시민단체의 총선개입 또한 현저한 불법행위부터 자유로울수는 없다. 대과없는 막판 선거운동 사흘이 되기를 바란다.

축산농가를 살리는 길

한국 축산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수포성 가축질병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국민들의 축산물 소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최소 10조원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질병 자체에 의한 피해보다 소비자가 육류소비를 줄여서 나타나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현재 한우 소비량은 약 30%, 수입 쇠고기는 10∼20% 줄었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예상되는 구제역의 막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가장 먼저 국민들이 안심하고 육류소비를 계속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공연히 겁을 내 고기를 사먹지 않으면 국내 축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뿐만 아니라 나중에 비싼 달러를 주고 축산물을 수입하게 돼 국가경제에 전체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우리의 축산농가가 살 수 있는 길은 국내 축산물 소비뿐이다.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길 뿐인 것이다. 정부도 할 일이 많다. 축산농가 피해를 충분히 보상해 농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보상문제 등에 축산농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도살하는 가축보상가격을 현실에 맞게 산정하고 각종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여 신속히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발생지역부터 순서대로 전국에 예방접종을 철저히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농민들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가축은 철저히 도살해야 한다. 대만에서 구제역이 3년째 계속되는 큰 원인이 농민 비협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정부와 각 단체들이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길이 막혀 육류가 과잉공급돼 가격이 폭락하고 사기가 크게 떨어진 축산농가를 위해 축산물 소비촉진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은 축산농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공무원과 모든 사회단체 회원들이 가정에서 육류소비에 앞장 서고 군부대를 비롯, 정부의 각종 급식소에서 육류소비를 확대키로 한 것은 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일보와 축협경기도지회, 경기농협지역본부가 공동 주관하고 있는 축산 농가돕기 성금 모금 운동도 축산농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작은 정성이다. 앞으로 정부는 물론 각 단체에서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고기·쇠고기도 인체에 전혀 해로움이 없음’을 더욱 널리 알리고 국민도 이를 믿고 축산물소비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對북 환상? 對국민 쇼?

독일에 들른 북한의 백남순외상은 지난 4일 우리측 기자들에게 “그것 되겠어요? 김대중씨에게 물어보시오. 북남(정상)회담 여건에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지를…”이라고 말했다. 불과 이틀전인 2일 서영훈 민주당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자청, “남북정상회담이 올해안에 가능할 것”이며 “상당한 협의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김대통령으로부터도 들었다”고 말했다. 서영훈대표의 발언이 매우 고무적이라면 백남순외상의 발언은 사뭇 냉소적이다. 국민들은 뭔가 사기당한 기분이다. 그동안 비밀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협의와 진전을 이끌어낸 것처럼 시사해온 정부측 제스처는 연극이었는가, 아니면 환상이었는지. 1994년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평양에서 갖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이 그해 7월 8일 갑작스런 김일성북한주석의 사망으로 비록 이루어지진 못했으나 그땐 전제조건이 없었다. 이번은 다르다. 백남순북한외상은 한·미·일 공조파기, 한·미 합동군사 훈련중지,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관련단체활동보장등 4개항 선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쪽 제의를 받아들이기 싫으면 과거에도 으레 해온 말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임기내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겠다는 생각에 너무 쫓기는 것 같다. 훌륭한 생각이지만 무작정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남북평화공존, 민족공동이익의 추구는 김대통령만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썼다해서 대북 포용정책이 김대통령에 의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92년 남북간 최고 당국자가 재가, 발효절차를 거친 남북기본합의서만 해도 그렇다. 이 합의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북측이 이행을 않고 있는 것과 효력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또 1994년 이루지 못한 남북정상회담 역시 무기연기된 상태다. 그해 7월 11일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북측단장인 김용순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이 이홍구부총리에게 보내온 서한은 ‘우리측 유고로 예정된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을 위임에 의하여 통지한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남북관계 개선은 기존의 남북기본합의서 이행과 연기된 남북최고위급회담 재개로도 능히 가능하다. 문제는 베를린선언 같은 것을 하고 안하고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저들이 말하는 전제조건에 대한 대응이다. 정부는 백남순북한외상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연내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있다고 우길지 모르겠다. 그럼 그것이 무엇일까. 돈으로 요구조건을 떼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가당치 않은 4개항 선결요구를 부분적 수용태세로 나올 것인지를 두고 지켜보고자 한다. 이는 국기와 관련한 매우 첨예한 문제이다.

난(亂) 개발 방지책 시급하다

수도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경기지역이 난개발로 인하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남부는 최근 개발된 용인 수지지역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생활시설은 물론 각종 교육시설과 문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어 기형적인 도시가 형성되어 이대로 가면 도시발전이 아니라 도시 퇴락의 길을 걷게될 것 같다.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용인 수지지역에 대하여 관계당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난개발 방지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를 조속히 실시하기를 촉구한다. 최근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북부지역의 난개발이다. 경기 제2청사의 개청, 접경지역법의 개정 등으로 경기북부지역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고 있으나, 이런 기대가 오히려 각종 난개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경기 북부지역은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으며, 또한 재정상태가 열악하여 다른 지역에 비하여 낙후된 상황인데 이런 여건이 더욱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각종 규제와 통제로 인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본 주민들은 각종 규제조치의 철폐와 더불어 난개발을 통해서라도 재산상의 손해를 보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더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44.9%를 차지하고 있는 북부지역은 경기 전체 인구의 25.9%를 차지하고 있으며 통일시대를 대비한 발전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군사시설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전지역의 70% 정도가 규제되고 있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경기도 당국은 부부지역 발전에 대한 청사진 제시 없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가 지금과 같은 난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난개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중지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 장기적인 발전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아가야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수도권 정비법 및 상수원 보호구역의 합리적 재지정이 요구된다. 더 이상의 난개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책 수립을 재삼 요망한다.

선거 이용한 집단이기주의

제16대 총선거로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대부분의 동네의원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일부터 의사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더욱 죄없는 환자들의 불편만 가중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다. 인천에서는 일시적이나마 시내버스 파업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였으며, 오는 10일부터 직장의보 노조가 총 파업을 돌입키로 하여 의료보험 서비스의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선거때야 말로 각종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표출하기 가장 좋은 기회이다. 정당이나 정치인 모두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비록 예산상의 대책이 없는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게 된다. 더구나 많은 유권자가 집단으로 움직이고 있는 단체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 정당이나 후보자는 각종 단체가 요구하는 민원에 대하여 어느때보다 약하기 때문에 선거때가 되면 각종 단체들의 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이런 현상은 민주국가에서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야기되고 있는 각종 단체에 의한 선거를 이용한 집단 이기주의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의약분업을 앞두고 발생한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지난 주 대통령까지 개입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집단 휴진을 철회한 바있는데, 또 다시 집단휴진을 하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그 동안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싶다. 불과 일주일 전 집단휴진을 철회할 때와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의사들과 복지부등 관계기관은 국민들에게 대답해야 될 것이다. 분명 어느 한쪽은 잘못한 것이다. 단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평화적 방법은 보장해야 된다. 그러나 선거를 틈타 유권자들을 담보로 집단의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하여 공명선거를 해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선거때라고 방관만 하지 말고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하여 정정당당하게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에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숲 보호가 환경을 살린다.

오늘날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너무나 많다. 그 가운데 근본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가 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나날이 오염·황폐화되는 환경을 살리고 보존하는 길은 나무 심기와 숲을 가꾸는 일이다. 그러나 나무 심는 날로 1년에 하루를 정한 식목일에도 나무 심는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고 하루 ‘노는 날’로 전락해 공휴일로 정한 식목일의 취지가 퇴색했다. 더구나 산림보호정책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맥을 못추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만 해도 98년부터 99년까지 2년동안 산림면적만 2천92ha가 훼손됐다고 한다. 특히 세계적인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인 광릉숲(국립수목원)마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은 참담해지기까지 한다. 국립수목원은 야생 동·식물 5000여종이 서식하는 광릉숲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산림욕장을 폐쇄하고 주말입장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이 지역 관할 지자체인 포천군과 남양주시가 숲 보존 지역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곳에 청소년 수련시설, 음식점, 전원주택단지 등을 무더기로 허가해 주었다는 것이다. 포천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완충지역인 소흘면 직동리의 준농림지를 전원주택지로 허가해 주기도 했다. 국도변의 야산은 물론 해발 100m가 넘는 산중턱까지 건축허가를 내주는 이러한 사례는 용인, 화성, 구리, 고양 등 타 시군에도 많다. 심지어 산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지기도 한다. 올해 산림청은 나무 심기 기간동안 2만ha에 4천900만 그루를 심고 경기도는 식목일을 전후해 200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각 학교나 다른 단체에서 심는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나무가 심어질 것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산불로 인해 1만200ha의 산림이 재가 되어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래도 우리는 나무를 심었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홍수방지와 수자원 함양, 임산물제공, 깨끗한 물과 공기, 쾌적한 삶의 터전 제공 등으로 매년 3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산림조성 및 보호정책이 개발논리에 계속 밀려나 산림과 도시의 녹지가 줄어든다면 자연의 재앙은 불원간 우리를 엄습할 게 분명하다.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다. 식수기간이 아니더라도 나무를 심고 가꿔 푸른 숲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구제역, 범국민적 대처를

진정되는 듯 하던 구제역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주시 파평면 금파리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이 ‘구제역’으로 확인된데 이어 인근 법원읍 금곡1리와 화성군 비봉면 쌍학1리, 그리고 충남 홍성군에서 유사한 증상의 ‘의사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가축방역사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파주에서 수포성 질병이 처음 발생했을 때 이미 본란을 통해 전국적인 구제역 방역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감염경로가 황사바람에 실려온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구제역이 발생했던 중국에서 수입한 건초에 묻어온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든간에 전국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그러함에도 농림부 등 정부의 초기 대처는 너무 안일하기만 했다. 정부는 애초부터 파주 인근의 조사결과만으로 질병의 확산이 더 이상 없다는 결론을 서둘러 내렸다. 빈틈없는 대처보다는 축산농가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시식회 등으로 인체에 무해함을 알리는 등 우선 파문 덮기에 급급했다. 파주의 경우 발생 4일 만인 지난달 24일에야 신고되었는데다 그나마 검역당국은 당일 업무가 끝났다며 하루 뒤인 25일에야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화성에선 지난달 30일 발병 사실을 확인하고도 3일뒤인 2일 신고했다. 그러나 괴질신고 하루가 지난 3일 아침에도 우유회사 집유차량이 괴질발생지역 낙농가의 우유를 수집해 갔고, 화성군 당국은 3일 정오쯤에야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구제역에 대한 주의환기와 신고계도 등 사전조처를 소홀히 했음은 물론 사후 대응도 마냥 늦기만 했다. 그뿐인가. 가축괴질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축산농가들은 소독제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의 방역태세가 이래선 안된다.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구제역의 확산방지를 위해 방역과 예방조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방역과 접종에 필요한 약품확보와 인력동원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들도 쉬쉬할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 역시 수출길이 막힌 육류소비를 늘려 위기극복에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구제역 사태 해결을 위해 범정부 범국민적 차원의 총체적인 협조가 필요한 때이다.

병무청, 환골탈태해야

잇따라 드러나는 병무청 직원들의 병역비리가 국민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지난 98년 5월부터 시작된 병역비리 수사 2년여만에 수사망에 포착된 비리연루 병무청 직원 숫자만도 47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병무청 직원 1천400여명의 4%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같은 숫자는 95년 이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만 합친 것으로서 수사범주에서 제외된 95년 이전 병무 난맥상까지 감안한다면 빙산의 일각이다. 40여일 전 출범한 검·군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이 새로 구속한 병무청 직원수만 벌써 5명에 이른다. 특히 도피중인 ‘병역비리 몸통’ 박노항 원사를 뺨칠 정도의 병무브로커인 서울지방병무청 신체검사장 소속 징병보좌관 하중홍씨의 구속을 계기로 병무청내 핵심요직 뇌물수수 혐의자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병무청 직원의 비리개입은 서기관급 등 고위직과 운전기사, 6·7급 등 소속·직급·직책·지역에 상관없이 전방위적이어서 충격적이다. 병무청이 병역비리를 본업으로 삼는 직원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세간의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병무청의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부이지만 우리가 병무청 직원들의 병역비리에 대하여 공분하는 것은 뇌물제공자가 권력이나 금력이 막강한 부유층이라는 점이다. 또 수사나 감사가 끝나면 브로커들에 의해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수법으로 병역비리가 계속 자행된다는 현실이다. 공직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지적은 이미 늦었는가. 병역비리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민감시단으로 구성된 옴부즈맨제도 등 외부 감시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 감사팀을 병무청에 상주시키는 등 엄격한 내부통제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 ‘병무청은 비리청인가’라는 국민의 비난을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통제보다 무엇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병무청 직원들의 올바른 공무원상 정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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