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콩나물’ 허용 안된다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심의위원회 소위원회가 콩나물에 농약사용을 허용키로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다. 최근 ‘먹거리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때에 콩나물이 배추나 고추 등과 동일한 야채라는 이유를 들어 농약사용을 허용한 것은 콩나물에 대한 국민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이는 또 검찰이 며칠전 부정식품 근절을 위해 농약사용 콩나물 등의 판매행위에 대해 즉각 구속 수사키로 한 강경입장과도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같은 농약사용 허용결정은 소위원회의 판단일 뿐 최종 결론은 아니다. 따라서 오는 4월중 개최될 농약안전성 본위원회는 식탁안전을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60년대 이후 이제까지 콩나물 재배업자들이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농약을 사용해온 것은 콩나물의 부패를 막고 성장을 촉진시키며 살이 많이 오르고 유통과정에서 윤기와 신선도를 오래 유지케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콩나물 재배업자들이 그동안 사용해온 농약 ‘톱신M’은 사람이 다량흡수할 경우 폐수종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발암물질인 1급독성농약으로 단속의 대상이었다. 이번에 사용 허용을 신청한 옥쏘리닉 애시드와 티아벤다졸 역시 농진청이 콩나물 재배시 전면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독성이 낮아 원료콩 소독 때만 사용하면 문제될 것 없다며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종자소독용으로 농약사용이 일부라도 허용될 경우 뿌리의 부패나 곰팡이 발생우려가 큰 콩나물 재배의 특성상 농약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것은 뻔한 일이다. 설사 재배 과정에서는 사용치 않고 원료콩 소독 때만 사용한다해도 살균용 농약은 잔류기간이 길어 문제점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콩나물은 우리 식탁의 기초적인 반찬거리로 많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부식품이다. 따라서 국민 건강을 위해 농약콩나물의 재배·유통을 근절시켜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자콩을 저온에서 보관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재배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위생적인 재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별로 영세업체를 정비 대형화하거나 재배단지를 조성 관리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대책일 것이다.

全國區 전문성 최대한 살려야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간에 걸쳐 제15대 총선에 입후보할 후보자들이 등록하게 된다. 이미 각 정당에서 지역구에 입후보할 후보자들을 공청했기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이제 전국구 후보자에 누가 등록되느냐에 쏠려 있다. 총 46명의 전국구의원을 선출하게 되며 이미 각 정당은 내부적으로 등록 순위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 유권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전국구 후보자들이 선정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전국구 제도를 만든 것은 우선 전문성을 가졌거나 또는 지역기반을 가지지 못한 정치신인들을 의회에 진출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또한 의정활동 수행에 있어 지역구의 이익이나 챙기는 편협성을 탈피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 전국구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전국구는 대개 원로정치인, 낙천인사, 또는 돈을 받고 공천하는 전국구(錢國區)가 되어 전국구 제도의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고 또한 부패정치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전국구 의원 공천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국구는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공천되어야 할 것이다. 낙천인사의 무마용, 또는 총재에 의한 사천(私薦)이 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현재 일부 정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거액의 특별당비 명목의 정치헌금을 받고 공천하는 사례는 근절되어야 한다. 각계각층, 또는 전문분야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공개된 선정기준에 의하여 공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개정 정당법에 처음으로 규정된 여성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30% 할당제가 명실공히 지켜져야 된다. 따라서 각 정당은 여성후보를 안정권 순위에 등록시켜야 된다.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하위순위에 등록시켜 적당히 30%를 맞추려는 행태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셋째, 각 정당은 전국구 후보 선정과정과 기준을 공개하여 유권자들로 하여금 각 정당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전국구 후보 공천이 총재나 보스들에 의하여 밀실에서 흥정되어서는 안된다. 전국구는 각 정당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야 된다.

坡州서 발생한 가축괴질?

설상가상이라 할까. 수입개방을 앞두고 가뜩이나 축산농업의 기반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수포성 가축괴질이 발생하여 긴장케 하고 있다. 파주에서 발생한 이 괴질(27일자 본지 15면 단독보도)은 젖소가 감염돼 있으나 모든 가축에 대해 강한 전염성을 지닌 것이 특성이다. 따라서 당국은 발생지인 권수목장을 중심으로 반경 10㎞이내를 특별대책지역으로 선포, 가축 및 사료등 부수재료의 이동금지와 함께 소 돼지 닭 개등 35만여마리의 가축을 도살처분하는등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민하고 지속적인 확산방지를 위해 축사 및 부대시설의 소독은 물론이고 살처분한 사체소각등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채혈을 통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 일주일 가량 있어야 하지만 이 기간에라도 행여 유사한 증상이 다른 가축에 나타나지 않는가 확인하는 간단없는 관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파주읍등 인근 5개 읍면 360여 축산농가의 소 돼지등 12만여마리를 대상으로한 육안조사결과 수포성 질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가축의 1·2종 전염병에 속할 수 있는 수포성 괴질은 희귀병일 수 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 해는 비록 없다 해도 가축에 대한 폐해는 굉장히 높다. 이번의 가축 괴질이 일찍이 국내에 발생한적이 없었던 악성 희귀병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역학조사결과 역시 별다른 큰 질병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불행히 그렇지 않다해도 당국은 정확한 병명을 공식발표 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을 당부해 둔다. 또한 괴질방지확산을 위해 소 돼지 등을 폐사처분한 가축농가에는 정부가 충분한 보상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축산당국 역시 수입개방을 앞두고 축산시책에 많은 고충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질병방지를 위해 법에 따라 도살처분한 가축보상은 축산농가를 위해 조속히 집행돼야 한다. 아울러 이번 계기에 가축질병의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장애인고용 외면하는 대기업

대기업의 장애인고용 비율을 의무화한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우리나라 30대 그룹 가운데 이를 지키는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장애인 복지정책이 유명무실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취업장애인들이 대부분 모여 있는 중소업체들은 대부분이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시설을 마련할 자금여력이 없는데다 임금차별마저 심해 중도에 취업을 포기하는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더욱 한심스럽다. 장애인들이 일하는 사업장에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좌변기마저 없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부가 내놓은 ‘30대 그룹 장애인 고용현황(98년말 기준)’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장애인 의무고용인원은 1만4천4백60명인데 반해 실제 장애인 근로자 수는 2천2백5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이 의무고용률 2%에 턱없이 모자라는 0.31% 수준인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은 민간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48개 중앙행정기간 중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2%를 지키고 있는 기관은 대통령비서실(2.82%), 노동부(2.34%) 등 12개 기관뿐이며 지방자치단체들 중에도 서울(2.13%), 제주(2.0%), 시·도교육청은 충북(2.17%)과 전남(2.0%)을 빼고는 대부분 1%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재강조하는 것이 피곤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에 의해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근로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평등한 기회가 과연 모든 국민들에게 주어져 있는가. 이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재질과 능력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다. 동등한 기회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국가·사회발전에 적극 참여케 하여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올해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고용부담금을 상향조정키로 했다고 발표한 정부당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기조차 답답하다.

법원의 ‘공천효력정지’결정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내린 민주당 전북 군산선거구의 공천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은 신선하다. 낙하산공천등 비민주적 행태의 정당운영이 정치활동이라는 이유로 용인돼온 관행이 법원에 의해 제동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물론 공천무효확인의 본안소송이 확정될 때까지에 한해 효력이 정지되는 것이지만 정당활동도 법을 일탈할 수 없다는 결정요지는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헌법 8조2항 정당의 목적 조직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조항과 정당법 31조 공직선거후보의 추천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강제규정으로 본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더욱이 정당법(공직선거 후보의 추천)은 공천에 민주적 절차의 규정을 당헌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군산선거구의 경우, 공천자가 후보자 공모기간중 당원도 아니었으며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낙점 공천이 된 것은 정당운영이 얼마나 법을 무시했으며 비민주적이었던가를 보여준다. 민주당이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가처분결정이 있고나서 또 보인 것은 심히 유감이다. 본연의 공모기간이 이미 경과한 지난 25일, 그러니까 법원 결정이 난 이튿날 군산만 공천신청 공고를 서둘러 내어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사람을 재공천한 편법적 처사는 합법적으로 보기엔 의문을 갖게 한다. 정치문제를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는 것은 보기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만큼 정당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법을 일탈한 정당운영의 전횡을 법원에 의존해서라도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정치발전을 위한 국민적 여망이다. 국가사회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 가장 법을 많이 어기면서 당연시해온 정치권의 그간 오만을 응징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결정은 파장을 예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설사 정치권이나 정당내부에 어떤 큰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있더라도 법률적 판단이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 지배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추이를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계류된 지역구공천도 그렇지만 공식선거와 함께 곧 있을 전국구후보 공천 역시 법앞에 방만했던 종전의 독선에서 탈피해야 한다.

웬, 서해5도 선언?

북한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서해5도 통항질서 선언은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일방적 발표의 서해해상군사분계선 획정의 후속조치다. 실패한 자존심을 뒤늦게 일방적 선언으로나마 살리면서 부수효과를 노리고자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4월의 꽃게철 겨냥, 총선정국흔들기, 대미협상 압박카드용으로 보이는 포석은 상황전개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를 보일수가 있긴 있다. 그러나 저들의 통항질서선언을 남북간 대화카드로 보는 정부측 견해엔 동의하기 어렵다. 베를린선언이후 체면불고한 화해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기껏 돌아온 것은 상투적인 전제조건 제시에 이어 이번엔 기습적인 통항질서 선언의 적대행위 뿐이다. 같은날, 청와대 측은 성우회 회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북한과 대화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본다”는 말이 나왔다. 적대감만 계속 노출하는 저들과 직·간접으로 어떤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들의 판단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문제는 국민적 합의속에 추진돼야 한다. 만약 뭔가가 있으면 떳떳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채널가동설을 부인한적이 있는 정부가 국민에게 이중플레이를 보이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우리는 고위층의 그같은 대북 제스처 과잉이 자제되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통항질서선언에 대한 과민반응이 절제돼야 할 것으로 안다. 특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은 총선정국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북측의 대미카드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짙다. 그러나 꽃게잡이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해5도 어장관리에는 지금부터 각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다. 지난해 연평해전의 경험에 비추어 무력도발까지는 안할 것으로 보는 일부의 견해는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술상 필요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사양치 않는다. 전술은 전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대내외 문제를 전술적 개념으로 포함하고 있는 저들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남북화해를 누구 못지않게 갈망하지만 감상적 접근은 금물임을 강조한다. 진정한 화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군 당국은 북측의 선언에 NLL(북방한계선) 침범은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미덤직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해군당국의 의지천명에 있다. 저들의 무슨 선언을 정치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선거에 실종된 물가관리

총선을 앞두고 물가가 뛰고 있다. 최근 경기 인천지역의 이·미용료를 비롯 숙박 목욕료 등 개인 서비스 요금과 학원 수강비가 10∼20%씩 잇달아 올랐고, 세제 채소 등 생필품값도 연쇄적으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지 소값은 떨어지는데도 쇠고기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희한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개인 서비스요금 등이 크게 오른 것은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등의 행정규제가 느슨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 이완된 선거분위기에 편승된 이같은 물가불안 확산을 우리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인서비스 요금의 상승세는 각종 생필품 가격의 편승인상을 유도하기 때문에 일찍이 이를 꺾어놓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가계부담만 커질 것이다. 선거가 경제 전반 특히 물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온 것은 매번 되풀이 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번엔 더욱 더 선거 인플레 심리가 물가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이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인 성격인데다 향후 정계개편과 대권향방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만큼 각 정당이 총력적으로 선거자금을 대량 살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 서비스요금이 잇달아 오르고 생필품값이 들먹이고 있는데도 관계기관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조짐을 느낄 수 없으니 당국의 물가관리 기능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나라 전체가 선거판에 휩쓸려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이제 물가를 지금처럼 못본 체 할 수 없다. 구체적인 대책과 행동이 필요하다. 물가 당국은 작금의 물가불안의 근저를 제대로 살피고 선거 분위기를 틈탄 부당한 물가농간을 적극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서비스요금 등은 강한 행정력으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물가안정은 국민경제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저축증대와도 직결된다. 인플레 심리가 조금이라도 확산되면 저축증대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가안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는 것이 곧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아무리 선거정국이 어수선하다 해도 물가걱정은 접어둘 수 없는 민생과제다.

본분 잃는 경기문화재단

본보가 엊그제 연일 보도한 경기문화재단의 직제개편 내막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또 사공이 많아서인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 같아 황당스럽기도 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개편한 직제내용 가운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먼저 그동안 행정부지사가 수행했던 이사장을 도지사가 맡도록 바꾼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 총무처를 기획조정실로 바꾸고 경기문화재단 업무의 핵심부서인 문예진흥실을 축소한 것이다.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부지사가 이사장이었을 때도 도정수행상 많은 일로 재단운영을 거의 사무총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정치적으로도 매우 공사다망한 도지사가 이사장이 된다면 더욱 그러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과 각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획부를 문예진흥실에 두지 않고 기획조정실로 이속시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문예진흥실은 문화부와 예술부만 남게돼 경기문화예술진흥이라는 경기문화재단 설립목적이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국제문화교류센터까지 개설, 부족한 전문위원을 증원하려던 국제부를 문화홍보부에 통합시킨 것과 문화홍보부를 강화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문화홍보부를 도정홍보기관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문화재단은 사무총장과 총무처장이 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문예진흥기금을 마치 도지사 개인이 지원하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일 등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차제에 경기도에 건의한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전대로 행정부지사가 그 직을 유지하던지 아니면 민간인을 초빙하여 운영하기 바란다. 기획부는 문예진흥실에 계속 두고, 재단을 도정홍보기관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지 말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기문화재단은 명칭 그대로 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는 전당이어야지 정치마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기도 문화관광국 소속이나 산하가 되어서는 특히 안된다. 본란이 이러한 고언을 하는 것은 경기도를 사랑하는 충정 때문이다. 직제개편의 재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총선 여론조사의 신뢰성

4·13총선 여론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를 선택할 유권자나 또 국회진출을 목표로 한 후보와 정당들 모두가 여론의 진짜 내용과 흐름을 바르게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여론조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의 여론조사가 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차원에서 선거전반에 대한 여론 파악보다 지나치게 후보와 정당에 대한 등수나 순위조사에만 치중하는 듯 해 자칫 선거분위기를 왜곡 또는 오도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인천지역의 경우 후보 및 정당의 지지율과 순위 등 여론조사 결과들이 제각각이고 조사기관에 따라 1위가 3위로 되는가 하면 지지율이 20∼30%나 차이 나는 등 격차가 너무 심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타당성과 신뢰성이다. 여론은 민주발전과 국가경영에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경계해야 할 함정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조사대상을 무작위 표본 추출법에 의거, 공정하고 보편성있게 고르고 설문내용도 답변자들이 솔직하게 회답할 수 있게 객관성 있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질문순서에 따라 조사의 공정성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조사도 우송 전화 직접면접에 따라 공정성에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며, 조사결과를 어떻게 정리하는 가도 주요 과제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의의와 중요성을 크게 평가하면서도 이런 점에서 최근 대다수 여론조사의 방향과 공정성 객관성에 대해 때때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후보와 정당들의 인기도와 선호도 조사에만 경쟁적으로 치중하여 그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권자들에게 정책 및 공약 비교 등 투표에 참고되는 자료제공 대신 마치 ‘인기연예인 순위’를 나타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총선은 국민의 대변자를 뽑는 일인 만큼 당연히 정치철학과 구체적인 의정활동의 실천방향 등에 관한 정책·공약의 타당성과 합리성 측정이 여론조사의 핵심이 돼야 하고 그에 따라 후보의 인기와 신뢰도 조사는 부차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조사의 목적은 유권자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시하는 일이 돼야 마땅하다. 조사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게 엄정해야 하며,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

태국 선관위가 지난 4일 실시된 선거에서 부정행위로 당선된 78명에 대하여 당선무효를 선언했다. 이는 상원의원 총 당선자 200명의 40%에 달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태국 정가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반시민들이나 외국에서는 신선한 선거개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태국 선거사상 가장 강력한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다. 우리도 눈여겨 볼 일이다. 당선 무효가 된 후보자중에선 군장성, 전 하원의원, 내무장관, 언론사 사주 등과 같이 거물급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선관위의 결정이 빛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이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를 선관위가 과감하게 당선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태국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태국 선관위의 결정은 더 이상 부정선거를 방치할 경우, 태국 정치의 장래는 물론 태국의 미래가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들은 대개 매표, 대리투표, 학력 위조 등의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사실 태국 정부는 선거부정 방지를 위하여 각종 장치를 마련하였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여 외국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금권을 동원한 매표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고 비판하였다. 태국 선관위가 내린 결정은 20여일 후에 실시되는 제16대 총선을 맞이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즈음 연일 언론들은 전국 각지에서 먹자판선거, 선거브로커에 의한 선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운동 행태를 보도하고 있다. 정당, 후보자, 유권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대로 가면 역대 선거 중 제일 혼탁한 선거가 될 조짐이다. 이미 3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쓰면 낙선된다는 소위 ‘30當20落’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선거전담 재판장 회의를 개최하여 선거사범이 당선될 땐 당선무효를 선고키로 했다고 한다. 이미 선관위에 의한 선거사범 적발 건수가 1천여건을 넘었다. 앞으로 선관위법을 개정하여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자에게 벌과금 부과, 당선무효까지 할 수 있도록 해서라도 선거부정 행위는 뿌리 뽑아야 된다. 법원과 선관위는 물론 정치인들은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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