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문화는 확실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가 훨씬 민주적이라고 하여도 아마 유구무언일 것이다. 여당·야당 가릴 것도 없다. 과거보다 더 극심해진 지역감정 부추기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지역감정을 타파하자는 명분으로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말로는 그럴듯 하게 지역주의 청산을 주장하지만 그 발언속에는 지역주의 자극내용이 담겨있다. 공식선거 운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런 식이니 선거일이 임박해지면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질 것 같다. 너는 죽고 나는 살아야겠다고 피튀기는 싸움판으로 변할게 분명하다. 4·13총선이 고질적인 지역감정 심화와 상호비방, 폭로전으로 전개되는 것도 실망스럽지만 출마예정자들이 내놓을 공약이란 것도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식상하기가 이를 데 없다. 준비중인 공약 대부분이 과거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총선 등에서 제시됐거나 이미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재탕, 삼탕을 하는 것들이다. 경기지역 S시에 출마할 각 당의 출마 예정자들이 내놓을 공약만 해도 그러하다. 공업단지 조성을 비롯 군용비행장 소음문제 해결, 전철선 연장 문제 등은 해당 자치단체나 정부차원에서 진행중인 사업들이다. P시의 출마예정자들도 인근 국제공항의 소음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사업 역시 지난 15대 총선 출마자들과 시장 출마자들이 내세웠던 것이다. 또 다른 후보자들의 공약인 무분별한 난개발 방지, 도농복합시로의 승격문제, 접경지역의 체계적 개발 등등 역시 모두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해당 지역의 시장·군수, 기초의원들이 수립, 시행중인 계획을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은 국정수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실속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이때 경실련 경기도협의회와 경기총선 시민연대가 경기도 현안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출마 예정자들에게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출마자들의 정책대결을 유도하는 가운데 국정수행능력을 평가, 발표하겠다는 경실련과 시민연대의 계획은 새로운 이슈다. 4·13총선 출마자들의 진지한 정책대결과 새로운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공무원 주식투자가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99년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에 따른 상당한 재산증식이 ‘주테크’에 의한 것으로 신고됐다. 국회의원 가운데는 주식투자로 수억원씩 번 사람이 19명이나 되고 행정부는 신고대상자 609명 가운데 26%에 해당하는 160명이 역시 주식투자로 수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의혹은 이에 대한 정부측 태도가 헷갈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투자경위를 실사한다고 하더니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묵과하고자 하는 것은 심히 온당치 않다. 재산신고의 목적인 공직의 윤리성에 의심되는 재산증식은 무작정 사유재산이란 이유만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 희한한 것은 어떻게 고위 공무원들의 주식투자는 그토록 다 돈을 벌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일반 투자가들은 객장에 매달려 살다시피 해가며 투자해도 손실을 면치 못하기가 일쑤인 것이 주식시장이다. 하물며 공직을 감당하는 공위공무원들이 무슨 시간이 남아돌아 주식에 신경을 쓴게 그토록 적중한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행정부 가운데는 심지어 장·차관이 주식투자를 일삼은 기획예산처 정보통신부며, 고위공무원이 역시 주식투자를 한 산업자원부 같은 경제부처가 있는 것은 특히 주목되는 현상이다. 이밖에도 권력의 핵심이 주식시장과 무관하지 않은 고위직 투자가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투자가 설사, 직무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당사자는 말하더라도 정책입안에 관여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일삼는 ‘주테크’가 윤리에 위배되는 것은 지극히 자명하다. 또 이들의 투자로 인해 주식시장의 정상적 형성이 저해돼 일반 투자가들이 손실을 본 일이 없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떨치기가 어렵다. 정부가 그동안 누차 강조해온 공무원 의식개혁운동에도 불구하고 장·차관을 포함한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공직자 윤리법을 위배해온 사실은 실로 놀랍다. 지금이라도 단안을 내려야 한다. 공무원들의 ‘주테크’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제시해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신고내용에 대한 조사다. 주식투자의 직무관련 여부를 철저히 규명, 국민의 의혹을 납득이 가도록 풀어주어야 한다.
때아닌 이질환자가 또 집단으로 발생, 계속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5일 간이상수도를 식수로 사용하는 용인시 모현면 능원1리에서 발생한 설사환자 50여명 중 20명이 세균성 이질환자로 판명된 데 이어 엊그제는 인근 마을인 광주군 오포면 능평리에서도 9명의 설사환자가 발생 이중 1명이 이질환자로 밝혀졌다. 여름철 질병인 이질의 집단감염사고는 올들어 도내에서만 벌써 두번째다. 지난 1월27일 여주군의 장애아동시설에서 31명의 이질환자가 발생한지 1개월여만의 일이다. 이질은 장티푸스 콜레라 디프테리아 등과 함께 감염력이 강한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이처럼 감염력이 강한 전염병은 환자발생 초기에 감염원을 찾아내고 전염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함에도 용인에서 집단발병한 뒤 6일만에 인근 광주로 확산된 것은 한마디로 방역당국과 해당 지자체, 주민이 각각 초기대응에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다 이번 이질의 감염원이 1천200여명의 주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간이상수도로 밝혀져 놀라움과 함께 환자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문제의 간이상수도는 3개의 지표수와 1개 지하수 등 4곳에서 취수한 물을 50t규모의 간이집수정에 모아 식수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환자발생후 보건당국의 수질검사결과 3개의 지표수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분뇨에 오염된 물을 마셨기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취수장은 작년 2월에도 대장균이 검출됐고 10월엔 탁도가 기준치를 넘어 두차례나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을 만큼 수질이 불량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 지역은 행정기관이 생활용수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주택 건축허가를 남발, 갈수기에는 극심한 식수난을 겪는 취약지가 아닌가. 행정기관으로선 당연히 식수문제에 대해 사후에라도 적절한 대책을 세웠어야 옳았다. 이제라도 당국은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식수불안 해소를 위해선 궁극적으로 광역상수도 공급권역을 이 지역까지 확대해야겠지만 우선 급한대로 자체 취수원의 개발과 수질개선 작업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도 당국은 차제에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모든 취약지에 대한 수질검사는 물론 정수 소독상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체 신용대출의 절반 이상이 창구가 아닌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추세가 나타나자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인터넷뱅킹 준비작업에 한창이라고 한다.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직장인들이 주고객인 인터넷 신용대출이 앞으로 전체대출 건수의 80∼90%대를 차지하는 날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의 이러한 경향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인터넷뱅킹을 은행신용평가의 한 잣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철저한 보안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일부 은행들이 사세확장 차원에서 인터넷뱅킹에 적극 뛰어들고 있으면서도 정작 인터넷뱅킹의 생명선인 보안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 은행의 인터넷뱅킹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이 크래킹(악의적 해킹) 위협으로부터 절대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대응방식을 도입해야 보다 안전할 것이다. 미국 유수의 시중은행중 하나인 뱅크온의 경우 자신의 홈페이지(bankone.com)와는 별도로 윙스팬이라는 별도의 사이버은행과 홈페이지(wingspanbank.com)를 만들어 여기서 사이버론, 보험 등 각종 사이버거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다른 주요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은행들이 이처럼 별도의 사이버은행과 홈페이지를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만일의 크래킹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보안시스템을 겹겹으로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오가는 인터넷뱅킹에 크래커가 침입해 고객의 돈을 빼가거나 자료를 지우면 은행의 신인도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져 최악의 경우 뱅크론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일부 국내 금융기관이나 정부가 ‘설마’하며 방화벽 설치를 소홀히 하고 있어 안심이 되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에 크래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없으며 외형적인 인터넷뱅킹 경쟁에만 치중할 경우 대형사고 위험은 상존한다는 것이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든 은행과 정부는 인터넷뱅킹의 생명선인 보안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별도의 사이버금융자회사 설립 등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바란다.
경기 인천지역의 지난해 산업재해율이 0.94%로 1%대를 육박했다. 최근 몇년간 줄어드는듯 하던 산재율이 작년엔 오히려 전년도 보다 0.13%포인트 증가함으로써 경인지역의 산업안전이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는 심각한 현상을 보였다. 매우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경인지역의 이같은 산재율은 전국 평균치 0.74%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고 선진국 수준인 0.5%보다는 배나 높은 것이다. 1년간 발생한 산업재해자 1만5천983명 중 사망자는 497명으로 전국사망자(728명)의 68%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경인지역의 산재율이 높은 것은 역내에는 대기업에 비해 산업재해 대비능력이 부족한 중소 및 영세사업장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산지역의 산재율이 20%를 기록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산업안전선진화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산업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처방들을 제시하고 추진해 왔다. 산업용 기계나 기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산업재해 유발금을 부담토록 하고 이들 기계에 사후결함이 발견될 경우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업체 스스로 고치도록 하는 리콜제도를 도입했다. 100인 이상 사업장엔 2년마다 안전보건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산업재해 유발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율이 늘어난 것은 이같은 계획과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지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을 치유하지 못해 이러한 산재예방책과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어려웠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재해예방책을 알면서도 이를 시행하기 어려운 취약업체들에 지원을 확대하는 등 현장중심의 추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재해는 대부분 조그만 부주의로 발생함으로 안전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재해예방의 지름길이란 평범한 사실을 근로자들이 깊이 인식하도록 꾸준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 산재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궁극적으로 재해없는 일터를 만드는 일은 정부의 재해예방책과 처방을 산업현장에서 지키고 실행할 때에 현실화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중국의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상하이(上海), 선양(瀋陽), 엔지(延吉에) 등에서 한국인에 대한 납치 살해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연말 선양에서 한국인이 피살되었는가 하면 최근에는 탈북 귀순자 조명철씨를 비롯한 유학생들이 납치되었으며, 무려 38일동안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사업가도 있다. 중국내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련사고는 98년의 84건이 지난해에는 무려 182건으로 증가하였다. 심지어 대로변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여행객들이 총과 칼을 든 강도에게 금품과 여권을 강탈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과연 안심하고 중국을 여행하고 또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특히 이들 범죄가 주로 조선족들을 중심으로 한 범죄조직에 의하여 자행되고 있으며, 이들이 점차 국제화·흉포화되고 있으니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중(在中) 한국인들로서 더욱 불안한 것은 현지에 공관이 있으면서도 중국 여행객이나 사업가들에 대한 보호업무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38일 동안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사업가는 인근 영사관에 신고하였으나 관할지역을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대책에 있어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납치되어 탈출한 국민을 불안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이 현지 공관의 임무가 아닌가. 그동안 중국에서는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특히 중국을 잘 모르는 여행객이나 사업가들은 조선족들의 범죄 대상이 되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조그마한 사건은 신고도 되지 않아 피해건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공관은 이에 대한 대책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여 더욱 피해가 컸다. 공관을 관장하고 있는 외교통상부도 마찬가지이고, 또한 경찰도 역시 대책에 소홀하였음은 비슷한 상황이다. 외교통상부, 경찰 등 관계당국은 중국내 한인에 대한 보호책에 최선을 다해야 된다. 수사경찰관을 중국에 파견, 중국과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된다. 더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외교통상부가 주도하여 중국과 협조체제를 강화함은 물론 중국여행을 하는 한국인들도 스스로의 방어에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
건교부가 시화지구의 방대한 간석지를 공업용지와 택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은 반(反)환경적이다. 건교부는 지난 94년 시화호 방조제 끝막이 공사로 조성된 간석지를 반월특수지역으로 지정하고 이중 북측간석지 365만평은 산업용지로 개발하는 한편 남측간석지 3천167만평은 공장용지 및 택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남측간석지를 공업용지 등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갯벌과 해양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생태공원 및 관광지개발안을 마련중이어서 건교부와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건교부의 계획은 북측간석지의 경우 시화1단계 사업과 연계해 볼때 효율적인 활용측면에서 산업용지로의 개발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남측간석지의 공업용지개발은 아예 환경보전은 도외시한 채 오직 개발에만 치중한 것으로 본질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물론 건교부는 2001년 이후 수도권의 토지수급상황을 고려한 계획이라고 하겠으나 이보다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는 것을 간과한 단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겐 한때 자연을 파괴하고 녹지와 늪지를 훼손해가며 공장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을 근대화의 성취로 찬양하고 고속도로의 자동차홍수를 풍요의 상징으로 기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개발연대에 우리는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참으로 소중한 많은 것을 잃었다. 정부의 무모하고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인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토가 극도로 훼손되고 오염되었다. 시화호가 썩어 죽음의 호수로 변했고 안산 시흥 등 일대 주민들이 악취와 두통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 이르러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건설과 개발이 우리의 건강과 후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인식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도 건교부가 개발연대의 낙후된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각종 공해가 최악의 상태에 있는 시화지역에 또 대규모 공장용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다. 건교부의 개발계획이 당장의 재정수입확대를 겨냥한 발상일지는 모르지만, 국토의 합리적 이용측면에서나 환경친화적인 국토개발의 요청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신중히 가려가며 추진토록 해야 할 것이다. 거시적 안목에서 개발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최근 실직자나 신용불량자 등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의 약점을 악용하는 금융사기단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 금융사기단은 수백명의 소액다수 투자자로부터 피라미드식으로 거액의 돈을 모으는 등 교묘하고 대담한 수법으로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기행각이 또다른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각종 투자나 대출알선 등의 미끼에 속아 ‘쌈짓돈’을 빼앗긴 서민들이 사기혐의의 피의자로 전락, 전과자가 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들어 전국에서 적발된 투자 및 대출알선 관련 사기는 1백여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량 급증했다. 가장 전형적인 사기 수법은 유령회사를 차린 뒤 가정주부 등을 상대로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최근 시중금리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벤처 투자로 떼돈을 버는 사례가 늘면서 적은 이자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월 125%의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주부, 직장인 등 무려 2백40여명으로 부터 36억여원을 가로챈 사기단이 있는가 하면, ‘벤처투자’를 미끼로 2백49명의 투자자들로부터 31억여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사회문제가 된 ‘파이낸스사’와는 달리 수백명의 사람들로부터 피라미드식 수법으로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씩 비교적 소액의 돈을 모으는 수법으로 의혹을 피하면서 단속망에서 교묘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 신용불량자 3백40명의 대출서류를 위조, 무려 32억원의 불법대출을 받게 해준 뒤 1억8천여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금융기관에서 신용불량자들에게 어떻게 대출을 해줬는지 의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와 같은 금융사기단에 농락당하여 재산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조건 의심을 하고 단속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서민을 우롱하는 금융사기단이 더는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금융기관의 철저한 업무처리와 당국의 단속이 있기를 바란다.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중의 하나는 ‘돈판 선거’의 척결이다. 그런데 4·13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돈’관련 불법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 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엔 선거브로커들이 각당 후보공천자들에게 접근, 표를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해 이에 질린 공천자가 출마를 포기하는 파문이 일더니 이번엔 반대로 출마예정자들이 기업인들에게 선거자금 지원을 집요하게 요청해 기업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다. 어떤 중견기업인은 안면이 있거나 무시못할 출마예정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받고 후원할 대상과 금액에 대해 며칠째 고심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인은 아예 사무실을 비우고 있다. 사업상 처리해야 할 업무가 쌓여 있지만 후원금 요청전화가 쇄도, 이를 피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가 그동안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선거비용의 거의 전액을 국고에서 부담토록 선거공영제를 확대했음에도 출마예정자들이 여전히 기업인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몸소 뛰어든 386세대들 마저 초장부터 개혁은 커녕 구태에 물들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돈정치·돈선거의 폐해는 이제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도 없다.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에게 제공하는 선거자금은 누가 뭐라해도 대가를 기대하는 ‘보험금’ 성격이 짙다. 처음엔 순수한 동기에서 후원했더라도 이를 고리로 자주 접촉하다 보면 온갖 비리를 잉태하는 정경유착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정치자금의 속성이다. 때문에 현행법이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후원회와 선관위를 통하지 않은 정치자금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돈 받는 행위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정경유착이 횡행하는 썩은 정치를 마감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따라서 4·13총선을 치르면서 지금 우리가 추진하려는 개혁도 ‘돈 선거판’을 척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신성해야 할 표를 무기삼아 금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기승부리고, 기업인들에게 불법적으로 손을 벌리는 정치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깨끗한 선거’라는 구호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발생한 서울 이태원 외국인 술집 여종업원 살인사건의 범인은 역시 미군이다. 이번에 피살된 여종업원은 90년대 들어 미군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7번째 희생자가 됐다. 법무부와 경찰청의 집계에 따르면 한미행정협정이 개정된 91년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범죄는 연평균 7백70여건에 이른다. 지난해 주한미군이 저지른 살인 강도 절도 등 강력범죄만도 살인사건 1건을 포함해 1백75건이나 된다. 이는 98년의 1백38건보다 27%가 늘어난 수치다. 67년 체결된 이후 91년 한차례 개정된 한미행정협정은 한국내에서 주한미군의 법정지위를 규정한 협정이다. 그런데 이 한미행정협정은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한국정부의 형사재판권 행사의 제한이다. 재판권을 갖는 사건에 대해서도 한국정부는 미국이 요청하면 재판권 행사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군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즉 미군측이 피의자의 신병인수를 주장하면 최종재판을 거쳐 형이 확정된 뒤에야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군과 미군속 피의자의 경우 미군측 동의가 없으면 한국 사법당국에 의한 구속수사는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측 수사당국의 조사도 미군헌병의 입회하에서만 가능하다. 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미군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히더라도 자신들이 미군시설에 구금된다는 점과 미군 관계자들이 참여한 조사만 증거로 인정된다는 점을 악용, 우리 수사기관의 조사에 비협조적이거나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이번에 여종업원을 살해한 미군의 경우도 살인사건 피의자임에도 한국 경찰은 그를 경찰서로 불러 조사한 뒤 미군 영내로 다시 돌려보내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현행 한미행정협정은 마치 지배계급과 식민지간의 조약같다. 주권국가로서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행정협정은 체결 당시부터 우리측의 준비부족으로 많은 조항이 미군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 미군혐의자들이 쉽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이 협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한국의 사법권을 경시하는 미군의 범죄는 끊이지 않을 뿐아니라 한·미우호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주권국가의 권위를 더 이상 잃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