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무용단의 첫 어린이 무용극, ‘함께하는 무용’의 새로운 시도

많은 의미와 해석을 담은 옷은 잠시 벗어뒀다. 오래 보고 의미를 곱씹어야 알 수 있는 해석 대신 밝고 선명한 색상의 의상과 재미난 표정, 쉽고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동작을 곁들였다. 연습실에서 만나는 전문 무용가들의 무용과 흥미로운 음악에 어린이 관객들의 몸이 절로 들썩거렸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지난 26일 오전 11시 무용단 연습실에서 선보인 어린이 무용극 ‘춤, 상상보따리’의 사전 프로그램엔 어린이 관객과 부모 등 40여명이 참여해 본 공연 전 무용의 재미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은 무용단원들의 작품을 미리보고 어린이들이 직접 음악에 맞춰 따라해보기, 큐브를 만들고 직접 체험해보기,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 세트 제공 등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마련됐다. 경기도무용단이 5월 17~18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이틀에 걸쳐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춤, 상상보따리’는 도무용단이 기획한 첫 어린이 무용극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공연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한 소재와 소품을 사용해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돼 상상할 기회를 오히려 빼앗긴 현대 사회에서 몸을 매체로 하는 춤을 통해 상상력을 되찾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어린이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상 속 이야기를 토대로 쉽고 재밌게 풀어내 아이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른들에겐 동심을 일깨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목표로 한다. 3막으로 이뤄진 작품은 성격유형 MBTI에서 소재를 얻었다. 얼렁뚱땅하고 제멋대로인 ‘P’,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빈틈없는 ‘J’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의 이야기로,‘P’와‘J’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기까지 못마땅하고, 어려움도 많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무대에서 무용으로 펼쳐진다. 사전 프로그램에서는 본 공연에서 펼쳐질 안무를 어린이들이 직접 해보고 ‘P’와 ‘J’에 대한 간단한 소개 등이 이어지면서 공연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였다. 첫 선을 보이는 어린이 무용극인만큼 관객층과 대중성을 확장하고 도민과 함께하는 무용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냈다. 이현주 안무가는 “몸의 언어가 주는 무한의 이미지를 무대로 실현되게 하고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모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감성 어린 움직임들이 모여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예술 통한 자아 실현, 제이엘(JL)한꿈예술단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 개최

제이엘(JL)한꿈예술단이 도내 발달장애인들의 자립과 예술성 발현을 위한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를 개최한다. 제이엘(JL)한꿈예술단이 주최·주관하며 경기일보가 후원하는 이번 예술제는 개별 접수와 예선을 진행한 이후 무대에서 경연을 펼치는 본선이 5월 29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제이엘(JL)한꿈예술단은 2020년 4월 경기도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지역사회의 발달장애인과 보호자의 일상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장애 인식 개선 문화예술 활동 등을 위한 메시지를 사회에 심어왔다. 올해 열리는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는 경기도 내 발달장애인이 음악으로 자신의 꿈을 찾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도록 해 일상생활의 자립과 자아 실현을 도울 예정이다. 예술제 부문은 노래와 악기 부문으로 나뉘어 개인과 단체로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 내에 주소지를 둔 발달장애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분 30초 분량의 노래 또는 연주 영상을 편집 없이 담아내어 지원자의 프로필(양식 무관)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심사를 거쳐 대상 1팀, 최우수상 2팀, 우수상 4팀, 장려상 4팀을 선정해 상금과 상장 등을 전달한다. 예술제는 예술제의 취지와 심사자 소개, 예술제, 축하공연, 시상식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김영식 제이엘(JL)한꿈예술단 이사장은 “이번 제2회 경기·수원 발달장애인 예술제를 통해서 지역사회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새로운 기쁨과 희망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 “도민과 함께 숨 쉬는 ‘문화 플랫폼’ 구축”

“경기문화재단이 도민과 함께 숨쉬고 성장하는 ‘문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24일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취임 6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유 대표는 ‘중심은 남기고, 흐름을 바꾼다’는 재단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 재단의 근본 가치를 지키면서 문화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통합과 융합’, ‘조직 리듬 조율’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한다. 재단은 내년 경기도박물관 개관 30주년, 경기도미술관 개관 20주년,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는다. 이에 유 대표는 재단 소속 8개 뮤지엄을 연계한 ‘뮤지엄 통합 페스티벌’을 통해 ‘통합과 융합’을 위한 전략을 마련한다. ‘뮤지엄 통합 페스티벌’은 뮤지엄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협업해 전시·교육·공연 콘텐츠를 공동 기획하는 대형 문화 프로그램이다. 유 대표는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아 페스티벌의 주제를 ‘서클(원)’로 생각 중이다”라며 “8개 뮤지엄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뮤지엄별 특색이 담긴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 관람객들은 박물관·미술관 투어를 하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올해 기획해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단은 최근 각 뮤지엄의 학예사를 비롯해 10여명으로 이뤄진 ‘뮤지엄 통합 페스티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유 대표는 이를 통해 기존의 단일 기관 주도 사업에서 벗어나 재단 고유의 기획력과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재단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융합 콘텐츠 개발도 본격화한다. 유 대표는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로봇 등의 기술을 문화예술과 융합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흐름”이라며 “어린이 대상 체험형 전시부터 인공지능 예술가와 협업한 창작 프로그램까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성과 미래지향성을 담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 대표는 ‘조직 리듬 조율’이라는 다른 한 축을 위해 실무자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 예정이다. 소규모 워크숍, 기획 티타임, 부서 간 협업 회의 등을 정례화해 직원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아울러 유튜브 숏폼 콘텐츠, 도민 참여형 퀴즈 콘텐츠 등 직관적이고 친근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홍보 전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는 “경기문화재단이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올해는 재단 고유의 브랜드를 확립하고 도민과 함께 도약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기인터뷰] 솔비 아닌 화가 권지안, “예술에 녹인 진심 닿길”

하얗고 깔끔한 오픈형 갤러리에 살랑이는 바람이 분다. 벽면에 형형색색 전시된 여러 그림들은 그 흩날리는 바람과 꽃·나무·폭포 등의 ‘자연’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품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사이사이를 잇는 하얀 선이 유독 눈에 띈다. 심장박동 같기도 하고 실오라기 같기도 하고 오선지에 놓인 음표 같기도 한데, 누군가는 안정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슬픔을 느낀다. 이 뒤편으로 더해지는 잔잔한 물소리가 괜스레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 이곳은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서울 강남구의 <FLOWERS FROM HEAVEN> 전시회. 가수 ‘솔비’로도 알려진 화가 권지안(40)이 2년 만에 개인전을 진행하고 신작 30여 점을 공개했다. 권 작가는 천국에 있는 아버지를 향한 애도의 서사를 넘어, 예술의 감각을 통해 사랑과 기억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권 작가를 만나 예술 활동의 신념과 개인적 목표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문화·예술 매체나 방송·연예 매체가 아닌 경기도 일간지와의 인터뷰, 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군포에서 태어나 고등학생까지 산본에서 지냈으니 경기도는 제 고향이다. 또 제가 매년 수원시에 있는 영유아 양육보호시설(경동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경기일보가 취재를 와주기도 했다. 그런 연을 고려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경기도랑 인연이 깊다고 생각해 이번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Q. 가장 먼저 이번 전시를 포함해 보통의 창작활동 기저에 어떤 감정을 갖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행’하게 되는가. A. 저는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는데 ‘이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을 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꿈을 이뤘음에도 꿈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제 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1년 주변의 권유로 처음 미술을 시작했다. 당시 저는 전문 입시학원이 아니라 동네 초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미술학원을 갔다. 이전까지는 혼자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혼자 운전해서 학원을 다녔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아는 세계에서 좀 더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그 과정들이 정말 보람찼다. 이후 점점 저의 부정적인 시각들이 사그라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긍정적인 마음의 씨앗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싶으면서 미술이 제 삶의 희망이자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됐다. 캔버스 앞에서 누구에게 인정받거나 평가받지 않고 나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것, 그게 제 ‘실행’의 원동력이었다. Q. 개인전 <FLOWERS FROM HEAVEN>은 작가가 직접 부른 곡 ‘Flowers from heaven’에서 출발한다. 노래와 미술의 결합처럼 ‘퍼포먼스의 융합’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 같은데. A. 저의 의도도 그렇다. 제 작품은 고정된 결과물인 것 같지만 사실 작업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들이다. 또렷하게 정지된 느낌이 아니라 항상 흐르고 있고, 쏟아지고 있고, 불고 있는, 그러한 생명력을 주고 싶다는 게 주안점이다. 우리의 숨도 그렇듯이, 꽃이 바람에 닿아 “나 살아 있어!”라고 하는 것처럼 살아있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시각, 그에 대한 고민, 그 속에 들리는 음률을 캔버스에 담는 게 가장 저 다운 활동이라 생각한다. 저는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추모곡 ‘Flowers from heaven’의 가사를 썼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노래니까 하고 싶은 말을 다 쓰고 싶었는데, 그 어떤 단어로도 저의 상실감이나 그리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가사를 지우고 허밍으로만 노래했다. 이번 전시가 그 허밍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림에 들어간 ‘하얀 선’은 저의 허밍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멜로디와 캔버스를 통한 퍼포먼스, 그러한 예술 활동이 저의 작업 산물인 것 같다. Q. 그렇다면 권 작가 창작활동의 중요한 매개체는 ‘살아있는 풍경’일까. A. 최근에 자연을 많이 그리고 있는데 그 생각 저변에는 아버지가 계신 곳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천국에 계실 텐데 ‘과연 천국은 어떤 곳일까’를 점점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과거 프랑스 전시에 초대됐을 당시 지베르니에 갔는데 모네의 정원을 다녀오면서 ‘천국은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후로도 더욱 천국이라는 곳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제가 상상하고 머무는 곳이 천국이지 않겠나.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디든 천국이고,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모든 곳 또한 곧 천국이다. 생전 아버지는 플로리스트셨기 때문에 돌아가신 후 꽃에, 풍경에, 더 관심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저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하는데, 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곳엔 늘 꽃, 나무, 물, 하늘이 같이 있더라. 이러한 생각들의 연결선에서 제가 풍경을 매개체로 저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게 된 것 같다. Q. 사회 곳곳에서 마찰도, 갈등도 많다. 예술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좋았던 시기가 있었나 되묻고 싶을 정도로 매번 힘든 환경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각자 개개인은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저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디스토피아가 일상이 된다 하더라도 유토피아를 상상하면서 게을리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흐르니,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하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다 보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겠나. 스스로의 코어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해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휴머니즘이 있는데, 저는 그게 예술이자 창의라고 본다. 매사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삶을 사시길 희망하며 그러한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한다. Q. 끝으로 경기도 독자에게 한마디. A. 음악이건, 미술이건, 방송이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오래도록 하고 싶다. 항상 기회를 감사히 생각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는 많은 분들께 저의 진심이 전달됐으면 한다. 아울러 앞으로 경기도와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제가 느낀 추억들이 많은 곳이니까, 그 추억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전시와 공연 등에 대한 기회가 많이 생기길 바란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일상에 가까이 있다.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다름을 존중하고, 그런 예술의 특성들이 지역의 분위기를 그려가기도 한다. 모든 지역 예술인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끔 예술 환경이 넓어져 서로의 진심이 닿는 순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저 역시 미약하게나마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이다. 제 진심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잘 산 삶’이 아닐까.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 장욱진의 예술세계, 뉴욕 진출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작가 장욱진(1917~1990)의 예술세계가 뉴욕에 진출한다. 양주시는 오는 5월 7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장욱진 특별전 ‘장욱진: 영원한 집’을 개최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첫 해외 순회전인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열리는 장욱진의 첫 개인전으로, 한국 모더니즘 회화를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다. 장욱진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한국 현대 회화의 기틀을 세운 1세대 모더니스트로, 가족과 자연, 일상의 소재를 단순하고도 상징적인 형태로 풀어내며 한국 회화의 독창성을 확립했다. 이번 뉴욕 전시에는 ‘가족도’(1972), ‘집과 아이’(1959) 등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소장한 대표작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 작품 40여 점이 출품된다. 장욱진 특유의 조형 언어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아우르며 해외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1992년 뉴욕의 예술 출판사 LEC(Limited Editions Club)가 장욱진을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해 출간한 화집 ‘황금방주(Golden Ark)’의 실물이 공개된다. 작가가 생전에 직접 고른 12점의 유화를 바탕으로 수작업 판화로 제작된 이 화집은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시대를 초월한 본질의 방주’로 상징하며 그 철학적 깊이를 압축하고 있다. 이계영 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양주시의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이자, 장욱진 화백을 세계적으로 재조명 하는 출발점”이라며 “10년간 작가를 연구하고 전시해온 미술관의 성과가 뉴욕이라는 세계 예술의 중심지에서 빛을 발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전했다.

에밀리 드켄을 떠나보내며, 다시 보는 ‘로제타’ [영화와 세상사이]

벨기에 배우 에밀리 드켄이 3월 16일 향년 43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23년 10월 부신피질암을 진단받은 뒤 투병생활 끝에 가족의 곁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을 비롯한 세계 영화계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드켄의 데뷔작 ‘로제타’(1999년)를 연출했던 다르덴 형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에밀리는 훌륭한 배우였고, 그녀는 여전히 영화와 삶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고 애도했다. 앳된 얼굴에 깃든 삶의 무게감 에밀리 드켄은 ‘로제타’로 1999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어린 나이부터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아워 칠드런’(2012년)으로도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를 비롯해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2020년), ‘클로즈’(2022년)을 비롯한 6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감정의 깊이를 건드리는 풍부한 연기로 사랑을 받아 왔다. 그의 죽음이 너무 이른 나이에 찾아왔기 때문인지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호흡할 여지가 사라져 버렸다는 데서 비롯된 상실감이 유독 짙어진다. 또 커리어를 찬찬히 보면 화려한 데뷔 당시의 후광이 그대로 이어지진 않았기에 더 씁쓸해진다. 간혹 세간의 주목을 받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대중은 드켄의 필모그래피를 오로지 ‘로제타’ 하나로 압축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 역시 야속할 뿐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르덴 형제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만큼 연출자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칸이 사랑하는 거장 감독의 행보를 본격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작품을 두고 논할 때도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동원한 연출로 현실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는 등 감독을 향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가 에밀리 드켄이라는 배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이 영화는 다르덴의 영화가 아니라 에밀리 드켄의 영화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드켄을 추모하며 다시 마주한 ‘로제타’는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온다. 배우의 앳된 얼굴에 깃든 삶의 무게감이 이젠 구멍이 뻥 뚫린 허망함을 곁들인 채 관객의 곁을 맴돌고 있다. 바깥을 의식하게 만드는 영화 10대 소녀 로제타는 제대로 된 집도 없이 거주용 캠핑카에서 알코올 중독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다니던 직장은 수습 기간이 지났다며 그를 가차없이 해고한다. 옷가게나 마트 점원에 직원이 필요하지 않냐고 문의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채용 생각이 없다는 싸늘한 거절뿐이다. 영화는 이런 로제타가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내는 일상을 따라간다. 로제타의 얼굴이 화면 가득 담길 때마다 어린 소녀의 눈빛이 어디로 향하고 있나. 관객들은 과연 무엇을 마주할 수 있을까. 이때 중요한 건 무엇인가. 영화 내내 소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는 이유로 이 영화가 얼굴의 영화처럼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로제타의 얼굴은 우리가 의식해야 하는 요소들 중 하나일 뿐 영화 전체를 대변하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로제타의 눈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로제타의 생각과 마음이 어떤지 가늠해볼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로제타와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로제타의 주변부를 담는 대신 로제타의 얼굴과 신체에 매달리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사실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보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같은 화면 구성으로 인해 관객들은 역으로 화면에 담기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로제타의 상황과 감정, 생각에 동기화되는 체험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게 바로 영화 ‘로제타’가 지닌 힘이다. 바깥을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 ‘로제타’에서 또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음향’이다. 로제타를 도와주다가 된통 당하는 친구 리케가 타는 오토바이를 떠올려 보자. 리케는 자신의 일자리를 뺏은 로제타에게 왜 그랬냐고 추궁하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엔진음을 요란하게 울리며 그의 주변을 따라다닌다. 당장 돈을 구해야 하는 로제타의 절박한 마음이 친절과 온정을 베푼 리케를 향한 미안한 심정을 압도했을 테다. 이 과정에서 로제타 역시 인간인지라 혼돈에 빠지는데 리케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릴 때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그가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 바로 이 오토바이 소리로 구체화되는 셈이다. 이 소리는 화면에 자리하지 않아도 바깥에서, 또 인물이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끊임없이 인물을 괴롭힌다. 관객 역시 이런 과정에 동참하면서 로제타의 내면에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관객들은 ‘로제타’를 보면서 바깥을 상상하다 어느새 소녀의 얼굴과 몸짓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관객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역시 에밀리 드켄의 존재감이다. 서사가 필요없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이럴 때 쓸 수 있지 않을까.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눈빛으로, 수십번의 설명보다 한 번의 몸짓으로 삶의 단면을 담아낼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각사각’ 마음에 새기는 문장... 책방서 즐기는 필사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거나 옮겨 적는다. 얼마 후 그 문장들을 다시 발견했을 때 또 한 번 공감하기도 하고, 내가 적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 때도 있다. 필사전문서점 ‘사각사각책방’ 방지운 대표는 “필사를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각사각’ 마음에 새기는 문장 2021년 2월 문을 연 ‘사각사각책방’은 필사전문서점이다. 서점 대표 방지운씨는 서점을 열기 전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경기서점학교’를 다녔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창업스터디를 하는 등 책방 창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11기로 창업지원금을 받아 책방을 열기까지 다른 책방과 명확히 구분되는 차별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방씨는 ‘필사’를 책방의 포인트로 잡았다. “학창시절부터 문장 수집하는 걸 좋아했고 직장인일 때도 좋아하는 책을 컴퓨터로 필사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그 취미를 살려 점자 봉사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이 바탕이 돼 ‘필사’라는 콘셉트를 잡게됐습니다.” 책방을 열기 전까지 방씨도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오랜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면에서 많이 소진됨을 느꼈고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보자는 생각에 책방을 열었다. 본인과 자매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에 큰 고민 없이 의왕시를 선택했다. 책방 개업 5년 차에 접어드는 사각사각책방의 ‘필사’는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15~20명으로 구성된 필사 모임원들이 정해진 책을 읽고 각자 취향에 맞게 필사를 한 후 인증 절차를 거쳐 서로의 독서와 필사를 확인해주는 방식이다. 고전 책만 필사하는 모임은 24번째 책을 마쳤고 장르 구분 없이 방씨가 선정한 책을 필사하는 모임은 30기를 넘어섰다. 함께 읽고 필사한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 질문엔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꼽았다. ‘시와 산책’은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삶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담긴 산문집으로 방씨가 이야기하는 필사 과정과도 닮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비행기를 타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필사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골목길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곳의 바람과 냄새, 색깔, 날씨까지 오롯이 느껴보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과 그 느낌이나 단상을 옮겨 적다 보면 지금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등대’ 같은 책방 ‘사각사각책방’의 책 기준은 방지운씨 본인이다. 본인이 좋아하거나 좋아할 만한 책 위주로 서가를 꾸미는 편이다. 필사 책 추천에 있어서도 초기엔 문장이 아름다운 책을 고르기 위해 애썼으나 지금은 어떤 책이든 괜찮다고 생각해 부담을 덜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마음에 새기는 구절도 필사하는 문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필사의 또 다른 장점은 책을 깊이 읽으면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고요하게 문장을 옮겨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평상심을 찾게 되고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독특한 서체로 기록하거나 그림을 곁들이며 일상에서 예술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책에 온전히 빠져들 마음과 정성이 있다면 어떤 책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필사모임 외에도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낭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낭독은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읊고 감상하는 등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마음에 드는 책과 구절을 나눈다는 점에서 필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진행해 오던 필사·낭독·글쓰기 모임 등을 더 활발히, 많이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인근의 고천중학교 학생들과 해마다 낭독필사 모임을 했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모임을 확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방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출판계에 ‘필사’가 큰 축이 된 것도,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들도 고맙기만 하다는 방씨. “저는 책방이 등대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작은 빛을 깜빡이며 빛이 꼭 필요한 단 한 사람에게라도 끝까지 불을 비추는 등대로 남을 수 있길 바랍니다.”

밤에 더 빛나는 화성...그 달빛 속 꽃과 대화를

수원문화재단은 내달 3일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수원시의 대표 야간관광 프로그램 ‘2025 화성행궁 야간개장 – 달빛화담(花談)’의 막을 올린다. 이번 야간개장은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관광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궁궐 곳곳에는 조선시대의 꽃을 모티브로 한 전시 및 조명 콘텐츠가 설치된다. 또 화성행궁을 ▲달빛의 초대 ▲달빛마루 ▲놀이마당 ▲꽃빛화원 ▲정원산책 ▲태평성대 등 총 6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해 포토존, 미디어아트, 전통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수원시 문화관광해설사가 행궁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별 야간해설 프로그램 ‘빛 따라 고궁산책’, 지난해 복원된 별주를 활용한 ‘혜경궁 궁중다과 체험’, 지역 주민배우가 해설과 공연을 선보이는 ‘주민 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 등이 준비됐다. 올해 최초로 선보이는 ‘혜경궁 궁중다과 체험’도 눈여겨 볼 만하다. 119년 만에 복원된 별주에서 계절별 궁중다과 시식과 작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부터 운영까지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주민배우와 함께하는 고궁산책’은 화성행궁의 생활상을 고증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주민 배우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형 해설 투어다. 2025 화성행궁 야간개장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공연 ‘화음난장(和音亂場)’은 개장 첫날인 5월 3일 오후 7시에 화성행궁 낙남헌 앞마당에서 열린다. 화음난장은 전통과 현대, 음악과 사람, 리듬과 감정이 어우러지는 신명나는 무대를 의미한다. JTBC ‘풍류대장’ TOP12의 소리꾼 최재구, MBN ‘조선판 스타’ TOP4의 퓨전 국악밴드 거꾸로 프로젝트, 수원시립합창단이 참여해 전통의 깊이와 현대의 감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금·토·일 개장하며, 입장료는 성인 2천원, 청소년 1천5원, 어린이 1천원이다.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 등은 무료입장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진행…애도 속 영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됐다. 미사는 추기경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하고, 십자가가 새겨진 목관을 성 베드로 성전 안에서 바깥에 위치한 제단으로 운구하는 동시에 시작됐다. 교황청은 이날 장례미사에 2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장례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허리 높이 관대를 쓴 전임자들과 달리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의 목관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入堂頌)이 이뤄졌고, 이후 기도와 성경 강독, 레 추기경의 강론이 이어졌다. 그 다음으로는 고별 의식이 이어진다. 의식에서는 성찬 전례와 관에 성수를 뿌리는 분향을 한다. 미사 후에 신자들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를 외치며 경의를 바친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됐다. 과거에는 장례 미사를 마친 뒤 사이프러스와 아연·참나무 등 세 겹으로 된 삼중관 입관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평소 소박하게 산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장례 예식을 개정해 삼중관 대신 아연으로 내부를 덧댄 목관 하나만 쓰도록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인근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모 대성전)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전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과 산타 마리아 마제로 대성전은 약 6㎞ 거리다. 운구 행렬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사람 걸음 속도로 이동한다. 교황의 관은 이날 오후 2시∼2시30분께 장지에 도착할 전망이다. 교황은 과거 촛대 받침을 보관하던 대성전 벽면 안쪽의 움푹 들어간 공간에 안장된다. 관이 놓이는 위치에는 흰 대리석 받침에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 새겨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국가원수 약 50명과 군주 약 10명을 포함한 130여개국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아 애도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도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교황의 무덤은 오는 27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5월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은 콘클라베 첫날 오후 한 번, 이튿날부터는 매일 두 차례 투표한다.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투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당선자가 나왔다고 알린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1일 오전 7시35분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1천282년 만의 비유럽,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2013년 교황에 선출됐다. '빈자(貧者)의 성자'로 불렸던 이탈리아 성인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하고 청빈하게 살았다.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는 등 역대 가장 진보적인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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