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타인에 적대적인 아이,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Q.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부모입니다. 딸이 담임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조금만 지적을 당해도 계속 악을 쓴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려고 하면 엄마가 자기 말을 들어준 적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합니다. 아이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요. A. 어여쁜 자녀들이 갑작스레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생각하고 본인을 점점 독립적인 개인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끔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거나 항상 자기 말이 옳고 남은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래들과 어울리려 해도 남들과 다른 화법, 행동 때문에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기 힘들뿐더러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흔히 이러한 언행을 보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자기 정서나 의사를 제대로 표출할 기회가 없었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내뱉는 절규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내 말을 좀 들어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이죠. 정신건강의학자들은 우울증을 앓을 때 우울감이 이러한 정서 조절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소아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잦은 짜증, 극도로 높아진 불안 등이 그 예이며 이는 앞서 언급한 반항장애와 어느 정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훈계나 훈육, 행동 교정이 통하지 않고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이가 말을 먼저 꺼낼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려 주며 사랑과 신뢰로 보듬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내 자녀가 옳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언행은 확실하게 바로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훈육자’인 부모의 모습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고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요. 남도원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어린이부터 양육자까지 다 함께” 수원문화재단 슬기샘·지혜샘어린이도서관, ‘가정의 달’ 프로그램 풍성

수원문화재단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슬기샘·지혜샘어린이도서관에서 온 가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초등학생·트윈세대(12~16세)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옛이야기 구연부터 역사를 아우르는 강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며, 성인을 대상으로는 양육 관련 워크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유아와 초등학생 이용자는 10일 ‘아람지기의 그림책 빛그림 공연’, 17일 ‘여우구슬과 함께하는 그림책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자원활동가 단체인 ‘아람지기’와 ‘여우구슬’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빛그림 공연과 옛이야기 구연을 준비했다. 프로그램들은 7월까지 매월 1회씩 정기 진행될 예정이다. 초등 1~2학년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그림책 읽기와 함께 예술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미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예술과 만난 그림책 여행’이 마련된다. 프로그램은 29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매주 목요일, 6월27일부터 7월18일까지 2부로 나눠 총 8회 진행된다. 초등 3~4학년 이용자는 수원시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속 유산과 역사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역사가 들려주는 수원이야기’가, 7월1일부터 7월22일까지 매주 화요일 ‘역사 인물이 알려주는 수원이야기’가 4회차씩 진행된다. 트윈세대(12~16세) 전용공간 ‘트윈웨이브’에서는 10일 “도토리둥지와 함께하는 TRPG : 설화학당 ‘달이고 달래고’”부터, ‘마음 접기 : 고민은 색종이에 해보세요’, ‘내 꿈을 응원하는 모루친구’, ‘시 노래 실험실’, ‘보태니컬아트’ 등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외 ‘캡틴의 공유주방’, ‘캡틴의 D.I.O 워크숍’ 등 정기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성인 양육자를 대상으로는 교육 관련 작가와 함께하는 ‘양육자 워크숍’도 눈길을 끈다. 22일 ‘부모와 아이 사이에 책이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김은하 작가가, 7월2일에는 ‘그림책, 사춘기 마음을 부탁해’의 저자 남기숙 작가가 진행에 나선다. 지혜샘어린이도서관에서는 보호자가 자녀의 감정을 헤아리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소통형 강연’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형 활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심리 상담 전문가인 작가와 함께 17일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아이의 불안, 그림책으로 말걸기’ 프로그램은 보호자를 동반한 초등학교 3~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들은 그림책 ‘이런 나는 괜찮아요 불안한 고양이’의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불안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 24일 오후 1시에는 유아(5세 이상)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족 간의 유대를 높이고, 추억을 쌓는 체험형 프로그램 ‘조물조물 지혜샘 파티시에’를 진행한다. 보호자와 어린이는 함께 케이크를 만들며 달콤한 냄새와 웃음 속에서 가족 간 행복한 시간을 남긴다. 프로그램에는 전문 강사가 함께하며 참여비(재료비)는 1만 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슬기샘·지혜샘어린이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 신청은 수원시 도서관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선착순 모집으로 진행된다. 재단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가족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등잔박물관, 유물 수집 정신을 풀어낸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등불은 우리 조상들의 밤과 마음을 밝혔다. 그 등잔과 석등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으며 유물을 수집하고 문화유산을 지켜온 이야기가 전시로 풀어졌다. 한국등잔박물관(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이 지난 1일부터 선보이는 기획상설전시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는 박물관 설립자의 유물 수집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켜온 가족의 헌신을 조명하고, 관람객들이 유물에 깃든 이야기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는 등잔과 석등 등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을 중심으로,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김형구 한국등잔박물관장의 아버지이자 박물관 설립자인 고 김동휘씨가 전기 보급으로 사라져가던 전통 조명 유물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돌며 수집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또 이를 지키고 이어온 가족들의 헌신적 노력을 통해 박물관이 품어온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긴다. 전시 연계 체험 공간에서는 유물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껴보는 ‘촉각 체험’, 씨앗의 향을 맡아보고 절구에 빻아 보는 ‘후각 체험’, 도자기를 굽는 소리를 들으며 제작의 시간을 떠올리는 ‘청각 체험’, 등잔과 관련된 향을 맛으로 경험하는 ‘미각 체험’, 등잔불 그림자를 관찰하는 ‘시각 체험’ 등 오감을 활용한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각 유물 전시 캡션에는 어린이 도슨트 해설 QR이 삽입돼 있어, 관람객들이 어린이 해설자의 목소리를 통해 유물에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박물관 야외정원에는 소원을 담아 불을 밝히는 ‘소원석등’도 상시 운영되며, 다양한 전시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지혜정 한국등잔박물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등잔이라는 생활민속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소중한 기억과 생생한 체험이 어우러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유물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와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등잔박물관 공식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백남준의 눈과 귀로 백남준을 경험하다…‘전지적 백남준 시점’

“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백남준, WNET 방송국, ‘비디오 갤러리 Ⅲ’ 인터뷰 중) 백남준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10일 백남준아트센터가 개막한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시간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다뤘다. 백남준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면서 시대적으로 낯선 장르였던 비디오아트를 설명하기 위해 친절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이번 전시에선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2천285점의 비디오 아카이브 중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된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작품과 함께 상영한다. 비디오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고, 전자기술을 시연하는 등 생생한 백남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백남준 예술에서 다뤄진 시간의 속성을 조명하고 시간의 폭넓은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13개의 모니터에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담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시간에 대한 백남준의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백남준은 비디오가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WNET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은 느낄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다”고 언급하며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자신만의 기술 방식으로 시연했다. 전시에선 이 같은 백남준의 인터뷰와 작품을 함께 감상하게 해 ‘추상적 시간’을 시각화하고자 한 그의 실험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또 ‘촛불 TV’, ‘자석 TV’, ‘참여 TV’,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TV 정원’ 등 백남준의 실험적인 작품 약 10점이 그의 인터뷰와 함께 전시됐다. 백남준은 일본 NHK 방송국과의 다큐멘터리에서 ‘참여 TV’, ‘자석 TV’, ‘촛불 TV’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자석 TV’는 장 폴 파르지에의 단편 영화 ‘남준, 한 번 더’에서 시연한 ‘자석 TV’와 동일한 작품으로,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감각적인 화면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969년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에서 열린 ‘창조적 매체로서의 TV’에 출품됐던 ‘세 대의 카메라 참여’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시 도록 영상에선 백남준이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는데,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새로운 소장품인 피터 무어의 사진 7점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사진에는 ‘TV 첼로’를 공연하는 샬럿 무어먼과 백남준, 텔레비전을 실험하는 백남준 등 그의 생생한 모습이 담겼다. 백남준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비디오 조각들도 전시됐다. 과거의 도구부터 현재 문명까지 아우르는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비디오 샹들리에 No.1’, 우주로 확장된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천왕성’, 백남준의 음악과 비선형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TV 피아노’ 등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아카이브와 함께 비치된 시간을 다룬 백남준의 여섯 편의 글은 백남준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며 “전시를 통해 백남준을 기억하고 시간에 대한 사유와 그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이어진다.

현안 수량은 어떻게 정할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성 밖에서 보면 치성이나 옹성에 위에서 아래로 길게 파인 홈을 현안이라 한다. 현안은 치성 바로 밑까지 다가온 적병을 감시하는 시설로 중요한 방어시설이다. 옹성과 모든 치성에 빠짐없이 설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설치 위치는 이렇듯 옹성과 모든 치성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현안 설치 수량은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본다. 현안도 시설이므로 설치할 시설물의 구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설치할 시설물의 너비, 높이 등 외형적 크기와의 관계다. 감시 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설치된 곳의 높이와 너비와 관련이 있는지 따져보자. 첫째, 높이에 따라 현안 수를 결정할까. 옹성의 경우를 보자. 옹성 높이는 북옹성과 남옹성이 5.1m로 같고 동옹성 2.9m, 서옹성 3.4m다. 설치 현안 수는 북옹성 16개, 남옹성 12개, 동옹성과 서옹성 3개로 같다. 북옹성과 남옹성은 높이가 같은데 현안 수는 북옹성이 4개가 더 많다. 또 서옹성이 동옹성보다 높이가 높은데 현안 수는 같다. 치성의 경우를 보자. 봉돈이 가장 높고 적대, 동북노대, 서북공심돈, 포루(군졸), 치 순서로 높이가 낮다. 현안은 적대가 3개, 동북노대, 서북공심돈, 남공심돈, 봉돈이 2개, 그리고 포루와 치는 1개다. 이 데이터를 보면 높이가 높은 봉돈이 낮은 적대보다 현안 수가 1개 적다. 또 옹성과 치성 전체를 놓고 봐도 동옹성, 서옹성이 높이가 가장 낮은데 현안 수는 높이가 높은 치성보다 더 많다. 옹성이나 치성이나 모두 높이와 현안 수는 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둘째, 너비에 따라 현안 수를 결정할까. 옹성의 경우다. 옹성 너비는 북옹성과 남옹성이 209척, 동옹성 90척, 서옹성 110척이다. 설치 현안 수는 북옹성 16개, 남옹성 12개, 동옹성과 서옹성이 3개다. 북옹성과 남옹성은 너비가 같은데 북옹성 현안이 4개가 더 많다. 또 서옹성이 동옹성보다 너비가 넓은데 현안 수는 같다. 치성의 경우다. 치성 너비는 같은 유형 중 큰 것 순서로 보면 북포루 30척, 동삼치 25척4촌, 서북공심돈 25척, 동북노대 19척이다. 설치 현안 수는 포루와 치는 1개, 서북공심돈 2개, 동북노대 2개다. 북포루와 동삼치는 서북공심돈과 동북노대보다 너비는 넓은데 현안은 1개가 적다. 1개가 설치된 시설물이 2개 설치된 시설물보다 너비가 넓은 형국이다. 따라서 너비와 현안 수 관계는 무관함이 밝혀졌다. 정리하면 높이가 높다고 현안 수를 많이, 낮다고 적게 설치하지 않은 결과를 알 수 있다. 너비도 같은 결과다. 전면 폭이 넓다고 현안을 많이, 좁다고 적게 설치하지 않았다. 높이건 넓이건 외형에 따라 설치할 현안 수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이유일까. 찾아보자. 우선 화성의 ‘시설물별 현안 수량 현황’을 보자. 북옹성 16개, 남옹성 12개, 동옹성 3개, 서옹성 3개, 북성적대 3개, 남성적대 2개, 동북노대 2개, 서북공심돈 2개, 남공심돈 2개, 봉돈 2개, 포루(군졸) 1개, 치 1개 순이다. 25개 시설물이다. 이 현황을 보시고 눈치챘을 것이다. 하나는 위 시설물 순서가 현안 수가 많은 시설물부터 적은 시설물까지 순서인 점이다. 다른 하나는 위 시설물 순서가 의궤에 기록된 순서와 똑같다는 점이다. 현안 수량 순서가 의궤 설명 순서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순서가 일치한다는 것은 규칙이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역의궤 시설물 설명 순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 의미가 바로 기준이 될 수 있다. 의궤에 기록된 시설물 설명 순서를 유형별로 보면 문, 암문, 수문, 은구, 장대, 노대, 공심돈, 봉돈, 각루, 포루(대포), 포루(군졸), 치, 포사, 성신사 순이다. 무슨 순서일까. 바로 이 기록 순서가 당시 화성 시설물 사이의 위계(位階) 순서다. 위계는 위아래 계급을 말한다. 조선 건축은 건물 간 위계(하이어라키)를 철저히 지켰다. 영조(營造) 규범이기 때문이다. 규(規)도 범(範)도 모두 법을 의미한다. 설치할 현안 수도 위계를 꼭 지켜야 한다. 규범을 넘어 자의적 판단으로 현안 수량을 정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봉돈이 아무리 넓고 높아도 위계를 앞지르며 위계가 높은 적대를 앞질러 3개가 될 수 없다. 옹성 높이가 아무리 낮다 해도 위계가 낮은 포루보다 적은 현안 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위계는 조선 건축에서 중요한 설계 요소였다. 지금의 건축법이다. 건폐율, 용적률, 건물 높이를 준수해야 하는 법이다. 궁궐, 서원, 사찰, 민가 건축에서 건물 간 위계는 분명했다. 위계의 기준은 무엇일까. 궁궐 건축, 민가 건축은 사용자의 권력에 의해 위계가 정해진다. 서원 건축, 사찰 건축은 교리에 의해 결정된다. 화성 시설물은 어떤 위계일까. 방어 취약성을 기준으로 위계가 정해진다. 전쟁시설물이기 때문이다. 방어에 취약할수록 위계를 높였다. 방어력을 더 집중하거나 더 강화해야 할수록 위계가 높다는 의미다. 이를 의궤 도설 편에 기록 순서로 남겨놨다. 의궤 기록은 문에서 시작해 성신사로 끝난다. 성에서 가장 취약한 곳은 문이다. 성을 공격할 때 문을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문, 암문, 수문, 은구를 맨 앞에 기록하고 있다. 모두 성의 안과 밖이 뚫린 개방형 시설물이기에 가장 높은 방어력이 필요하다. 위계가 높은 이유다. 반면 치, 포사, 성신사는 맨 끝에 기록했다. 치는 돌출됐을 뿐 원성과 같고 포사와 성신사는 성과 멀리 떨어진 성안에 위치한다. 방어력이 덜 필요하다. 위계가 낮은 이유다. 똑같은 위계인데도 북옹성이 16개, 남옹성이 12개이고 북성적대가 3개, 남성적대는 2개다. 이 또한 ‘같은 위계 안의 위계’다. 북쪽을 남쪽보다 더 취약한 곳으로 봤다. 남쪽 동래보다 북쪽 의주에 더 중점을 뒀음을 의미한다. 화성의 현안 설치 수량을 알아보며 현안 수에도 엄격한 위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위계가 방어의 취약성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은 현안 설치 수량 결정 기준을 살펴보며 위계를 철저히 지킨 정조의 엄격함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상] ‘연천 구석기축제’, “구석기 문화의 세계적 거점 도약” 선언하며 성료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열린 ‘제32회 연천 구석기축제’가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안녕! 전곡’을 슬로건으로 열린 올해 축제는 다소 쌀쌀한 날씨와 비 예보, 강풍 등에도 선사문화를 즐기려는 7만5천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특히 축제 마지막 무대에선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선포식’이 열려 연천이 구석기 문화의 세계적 거점이자 구석기 연구의 중심지로 나아갈 것을 선언하며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 30만 년 전 ‘세계 선사문화’ 체험…색다른 추억과 경험 ‘한아름’ 행사는 구석기 유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 세계적인 선사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특히 20만㎡의 전곡리 유적에서 시간여행을 하듯 구석기 시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열렸다. ‘구석기 바비큐’,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 ‘전곡리안 의상실’, ‘선사체험마을’, ‘전곡! 구석기 올림픽’ ‘구석기 펫스타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30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인류의 삶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전곡리안 서바이벌’, ‘구석기 밥상대전’, ‘전곡리안 패션왕’ 등 경연 프로그램도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추억거리를 안겼다. 인근 전곡선사박물관에선 구석기축제 특별전 ‘아름답고 슬픈 멸종동물 이야기’로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털매머드, 검치호, 네안데르탈인, 도도새의 이야기를 통해 한 번 사라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생명과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또 ‘어린이날 선사 대모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구석기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문화적 경험을 선사했다.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무대 이벤트와 공연은 축제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국악그룹의 ‘힙’한 공연과 밴드그룹의 감성 가득한 노래, DJ공연의 신명나는 무대는 유적지를 배경으로 한 과거와 오늘의 음악이 함께 살아 숨 쉬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축제 투어 프로그램으로 하나투어와 함께 구석기축제·연천관광을 결합한 특별 여행상품도 운영해 방문객들은 연천의 독보적인 자연적 가치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구석기 축제에 담긴 선사문화 체험뿐만 아니라 재인폭포와 호로고루 등을 돌아보는 코스로 방문객들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과 생물권보전지역인 임진강이 흐르는 천혜의 환경, 고구려와 신라의 역사가 공존하는 역사성까지 두루 만끽했다. 마지막 날엔 어린이날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공연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포시즌 컴퍼니’의 마술쇼와 어린이 공연 ‘삐에로 빈’은 즐거운 음악과 이벤트 선물이 더해진 풍선공연과 마술공연으로 어린이 관람객은 물론 어른들 역시 동심의 세계로 안내했다. 안개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지만 관람객들은 저마다 챙겨온 돗자리와 텐트 등을 이용해 피크닉을 즐기며 축제의 마지막 날과 어린이날을 가족과 오붓하게 보냈다. 드넓은 유적지를 배경으로 야외에서 펼쳐지는 축제인 만큼 안전한 축제를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강풍이 불어닥친 지난 4일엔 안전을 위해 대형 그늘막을 철거하고 세이프라인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안전 매뉴얼에 따라 일부 주요 프로그램을 중단하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날씨의 변화에도 안전한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 ‘2029 구석기 엑스포’ 선포…연천, ‘세계 구석기 문화의 거점’ 도약 무엇보다 이번 축제는 국가유산인 전곡리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데 힘을 모으고 전 세계인과 함께하는 ‘구석기 엑스포’ 개최를 선언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개막 첫날인 2일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는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의 도약을 위한 교두보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세미나에선 전곡리 유적의 인류학적 고고학적 가치를 다시 조명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의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안됐다. 이 자리에 참여한 국내외 고고학 및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대중 고고학의 출발점인 전곡리 유적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고 국제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축제의 마지막은 군민화합특별공연과 드론 불꽃쇼 등이 어우러진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선포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경서, 하현우, 김연자 등 유명 가수가 무대에 올라 신나는 무대를 펼치자 축제장을 찾은 2천여 명의 관람객은 뜨겁게 환호했다. 또 연천의 미래를 새롭게 열 ‘2029 세계 구석기 엑스포 선포식’에 군민들은 하나 되어 함성으로 화답했고, 이어 불꽃드론공연과 불꽃놀이가 전곡리 유적의 밤을 수놓으며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김덕현 연천군수는 “제32회 연천 구석기 축제의 마지막 날을 맞아 2029년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의 개최를 공식 선언한다”며 “이번 엑스포는 혁신의 시작, 생각의 진화, 창조의 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인류의 창조성과 혁신을 조명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엑스포는 연천 전곡리 유적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지역의 평화·문화·문화·생태·환경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관광, 홍보, 상권 활성화 등 지역 부흥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연천군은 2029 엑스포를 통해 연천을 구석기 문화의 세계적 거점이자 구석기 연구의 중심지로 부상시키려 한다. 연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1020세대 푹 빠졌다”... 다시 ‘만화책’ 열풍

일부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만화책’이 최근 인기를 누리면서 ‘만화책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1020세대가 실물 소장을 위해 종이 만화책을 구매하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5일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화책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증가했다. 특히 ‘만화·라이트노벨’ 분야의 1020세대 구매 비율이 최근 6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1020세대의 만화책 구매가 지난 2020년보다 2배가량 증가해 전체 만화 구매자 3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20년 0.1%였던 10대 구매자 비율은 올해 12.6%를 기록하며 만화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만화책 열풍에는 OTT 콘텐츠도 한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방콕’ 생활이 길어지며 OTT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급증했는데,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소장하기 위한 독자들이 만화책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만화·라이트노벨 베스트셀러 2위, 4위를 차지한 ‘사카모토 데이즈’의 경우 지난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공개된 뒤 서점가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초판 한정판·굿즈 한정판 등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하거나 굿즈를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도 만화책이 인기를 얻는 요인 중 하나다. 만화 일러스트를 활용한 책갈피, 포토 카드, 키링 등이 한정 출시되면서 ‘오픈런’ 현상을 빚기도 했다.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책을 모아봤다. ■ 여학교의 별 ‘가라오케 가자!’, ‘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등으로 국내에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와야마 야마 작가의 ‘여학교의 별’ 시리즈는 나리모리 여고의 국어선생님 ‘호시’와 생기발랄한 여고생들의 일상을 다룬 만화다. 최근 출간한 ‘여학교의 별 4’는 여름방학에도 출근 신세인 호시와 동료 교사들, 사복 차림으로 학교에 쳐들어온 학생들이 별난 졸업앨범 촬영 등을 하며 보내는 여름방학의 이야기를 다뤘다. 여름방학을 맞은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와야마 야마 작가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건조한 유머로 잔잔하게 그렸다. ■ 사카모토 데이즈 20 트리플 특전판 ‘사카모토 데이즈’ 시리즈는 한때 전설적인 킬러였지만, 현재는 은퇴 후 단란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카모토 타로’가 뜻밖의 일을 맞닥뜨리며 벌이는 화려한 액션코미디 만화다. ‘사카모토 데이즈’는 한국에서만 발행 누계 100만부를 돌파한 인기 시리즈다. 지난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전설의 킬러였지만 은퇴하고 살이 쪄 푸근한 인상으로 바뀐 사카모토 타로의 일상 분투기를 그렸다. ■ 팬텀 버스터즈 3 ‘팬텀 버스터즈’ 시리즈는 서로 다른 4명의 남고생이 만나 악령을 퇴치하는 학원 코미디 오컬트 만화다. 국내에는 지난 4월 3권까지 출간됐으며, 일본 현지에서도 누계 60만부를 돌파한 화제의 만화 시리즈다. 일본의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네오쇼코의 작품이다. 최근 출간된 ‘팬텀 버스터즈 3’에서는 자키가 자신의 영감이 불러온 고민을 안고 벌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자키의 고민을 듣기 위해 모가리 일행이 파자마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반려견’ 자랑하고, ‘캠핑요리’ 경연하는 축제 한마당…3만명 즐긴 ‘연천 구석기축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사문화축제 ‘제32회 연천 구석기축제’가 개막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축제 현장엔 3만명의 관람객이 모여들며 구석기 세계관으로 꽉 채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황금연휴의 중반인 4일 연천 전곡리 유적지엔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관람객이 구석기인들의 퍼포먼스부터 석기와 자연재료를 활용해 한끼 식사를 만드는 ‘밥상대전’, 반려견 콘테스트, 나이트 시네마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관람객들은 축제를 통한 역사 체험 뿐 아니라 연천의 대표 관광지인 임진강 주상절리, 재인폭포 등을 둘러보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갔다. ■ ‘춤추고, 만들고’…온가족이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 행사 셋째 날인 4일 연천마당에서는 옹기종기 모인 16개 팀의 가족이 과자를 이용해 연천군의 관광 캐릭터 ‘연이’와 ‘천이’를 만들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연이&천이 꼴라주’ 체험 프로그램은 연천군이 크라운해태와 함께하는 연천 구석기축제의 상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이들은 7종의 과자로 연천에서 자란 율무새싹 캐릭터 ‘연이’와 주먹도끼 캐릭터 ‘천이’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물엿으로 ‘연이’ 얼굴의 테두리를 그린 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과자를 붙여가며 캐릭터를 완성해갔다. 설명서를 보며 신중하게 과자를 이어붙이는 아이들의 눈이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 빛났다. 운영교사와 부모님의 손길이 더해져 연이, 천이의 캐릭터가 완성되자 다 함께 시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며 프로그램을 즐겼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으로 진행되며, 하루 96개 팀이 참석했다. ■ 반려견도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 ‘펫스타 콘테스트’ 이날 거센 바람으로 특설무대의 주요 행사가 연기되기도 했지만, 축제의 즐거움은 내내 이어졌다. 오후 1시50분께 강풍으로 중앙에 설치됐던 대형 그늘막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연천군은 소방대원 30여명과 재빠르게 그늘막을 철거했다. 세이프 라인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 매뉴얼에 따라 주요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안전한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바람이 잦아들면서 오후 3시30분께 시작된 ‘펫스타 콘테스트’는 현장에서 사전 접수를 받아 7개 팀의 참가로 진행됐다. 견주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반려견들은 저마다 장기를 뽐냈다. ‘모카(말티푸)’는 견주의 리코더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러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고, ‘우유(포메라니안)’는 작고 귀여운 외모를 뽐내며 견주의 말에 따라 앉고, 엎드리고, 하이파이브 등을 하며 눈길을 끌었다. 등장부터 남달랐던 ‘그레이(보더콜리)’는 견주의 다리 사이를 오가는 장기를 보여주며 뜨거운 호응을 얻은 끝에 1등을 차지했다. 관람객들은 펫스타 콘테스트를 즐겁게 관람하는 동시에 저마다 모두 심사위원이 됐다. 무대 스크린에 등장한 QR코드를 통해 1~10점의 점수를 매겨 1, 2, 3등의 반려견 견주에게는 15만원 상당의 펫용품이 선물로 증정됐다. 1등을 수상한 ‘그레이’ 견주 이수빈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 구석기 축제를 찾았다”며 “올해는 펫 콘테스트가 새롭게 마련돼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강아지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누가 누가 더 원시인 같나요?”…전곡리안 패션왕 콘테스트 이어진 무대에서는 ‘전곡리안 패션왕’이 진행되며 구석기 시대로 더욱 흠뻑 빠져들었다. ‘전곡리안 패션왕’ 프로그램은 축제 기간에 나온 종이상자 등을 활용해 무대 의상과 소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대회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든 구석기 시대의 가면을 쓰고 나온 할머니, 구석기 잔다르크 콘셉트의 옷을 입은 쌍둥이 자매, 박스로 만든 공룡을 타고 나온 가족 등 9개 팀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구석기 시대의 콘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박스로 치마와 상의를 만들어 입고 펜으로 알록달록한 옷의 모양을 그려낸 권려원, 권윤아 자매는 페이스 페인팅을 곁들여 구석기 콘셉트의 리얼함을 더하며 대회의 1등을 차지했다. 권 자매는 “아빠와 함께 전곡리안 패션왕 콘테스트를 준비하게 됐다”며 “무대에서 살짝 부끄럽긴 했지만, 큰 호응을 받아 정말 즐거웠다. 1등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 ‘캠핑요리 대전’으로 축제 열기 더하고…‘나이트 시네마’로 화려한 마무리 오후 6시부터 구석기 바비큐존에서는 ‘구석기 밥상대전’이 열려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야간 창작 캠핑요리 경연대회인 ‘구석기 밥상대전’은 석기와 자연재료를 활용해 한끼 식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대회에 참가한 20개의 팀은 화덕을 이용해 고기를 굽고, 자유롭게 가져온 채소 등의 재료로 데코레이션을 해 근사한 캠핑 요리를 선보였다. 앞서 참가자들은 사전 게임을 통해 닭, 돼지고기, 소고기 중 각각 원하는 재료를 선택했으며, 심사는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맡았다. 심사는 요리의 맛, 창의성, 비주얼, 현장 퍼포먼스, 제한시간 준수 여부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개성있는 캠핑요리로 ‘구석기 최강의 요리상(대상)’, ‘불맛 정복했상(최우수상)’, ‘불멍하며 먹고 싶상(우수상)’, ‘원시인도 감탄하겠상, 싹싹 긁어먹었상, 이 맛에 사냥했상(장려상)’, ‘맛있게 했상(참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연천쌀 등 연천 농·특산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받으며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자 특설무대에서는 ‘전곡 나이트 시네마’가 열렸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동굴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나선 크루즈 패밀리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크루즈패밀리’가 상영됐다. 관람객들은 각각 빈백과 돗자리에 둘러앉아 영화를 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봄밤의 여유를 즐겼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과 피크닉의 정취, 가족 영화가 어우러지며 따뜻한 감성으로 물든 이날 축제가 막을 내렸다. 행사 넷째 날인 5일엔 상시 프로그램과 함께 어린이 공연 ‘삐에로 빈’(오후 2시), 마술쇼 ‘포시즌컴퍼니’(오후 2시30분), 축하공연&주제공연과 드론쇼&불꽃쇼, 엑스포 선포식(오후 6시30분) 등이 이어진다. 연천군 관계자는 “‘연천 구석기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인류문화사의 한 획을 그은 연천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축제”라며 “황금연휴와 어린이날을 맞이해 관람객들이 연천의 자연과 문화를 즐기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이, 혹은 곧바로 어른이 된 우리를 위한 추천도서 [공감, 이 책]

■ ‘4x4의 세계’(창비 刊, 조우리 글, 노인경 그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29회 고학년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희망과 우정, 성장을 그려낸다. 대상을 수상한 조우리 작가는 201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청소년소설 분야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오, 사랑’ 등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작가가 처음 펴낸 동화 ‘4×4의 세계’는 장애와 질병에 관한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인 아동을 통해 풋풋하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잔잔하게 풀어냈다. 하반신 마비 장애로 걷지 못하는 소년. 어린이 재활 병동에 입원 중인 ‘호’는 우연히 또래 친구 ‘새롬이’를 만난다. 좋아하는 책에 메모지를 붙여 편지를 주고받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빙고 게임을 하고,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둘은 어느새 비 온 뒤 맑은 날 함께 산책하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이내 호의 퇴원이 결정되고 둘은 그들만의 세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불안에 휩싸인다.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애틋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 터치가 돋보이는 화가 노인경의 수채화 풍경이 성장담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더욱 울림을 전한다. ■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온더페이지 刊, 김호성 글) 휴앤 마음디자인 센터 김호성 원장은 마음이 아파 상담소를 찾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 역시 겪어 본 일이기 때문. 자신 자체가 타고난 민감한 기질에다 어려운 집안 사정이 겹쳐 마음의 상처가 몸의 고통으로 발현됐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 스스로를 살리고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의학최면을 배우고 뇌과학까지 공부한 끝에 죽음의 문턱에 있던 자신을 삶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는 뉴런의 구조를 바꿔야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심리학에 뇌과학과 의학최면을 접목한 ‘치유 프로세스’를 완성했다. 10단계로 이어지는 치유 풀코스는 힘들었던 일 리스트 작성하기-감정표 체크하기-마음아이에게 공명하기-거울을 마주해 스스로를 위로하기-가장 오래되고 깊은 상처를 찾아 들어가기 등 한 단계씩 코스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새 10단계에 다다르고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을 영유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반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사례별 치유의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난 점이 눈길을 끈다. 가족관계, 학창시절, 사회생활 등 다양한 사례에서 겪은 상처를 어떻게 마주하고 치유해 나가는지 실사례가 제기돼 있다.

‘어린이날’ 경기도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체험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고 경험하며 또 다른 내일을 열어갈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5월 어린이날과 연휴를 맞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 등이 마련됐다. 경기도 내 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가족 문화 체험의 장을 살펴봤다. ■ 경기 남북부 골고루 뮤지엄에서 만나는 테마있는 문화예술 경기문화재단은 5월 3일부터 6일까지 소속 뮤지엄에서 어린이날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기 남북부 뮤지엄에서 골고루 문화예술, 자연탐험, 역사교육 등 다양한 테마로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추억과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용인에선 경기도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뮤지엄파크에서 각각 다른 테마로 문화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합(合)’을 주제로 3부작 특별전을 진행 중인 경기도박물관은 ‘무궁무진! 함께해요~’를 운영한다. 태극, 무궁화, 독립문 등을 주제로 한 체험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가족이 광복의 역사에 대해 자연스럽고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과 함께하는 상상 놀이터’를 주제로 마스킹 테이프로 백남준아트센터의 외벽을 마음대로 꾸며보는 ‘랜덤-테이프-플레이’와 백남준의 대표작품을 책갈피에 새기는 ‘책 속에 새기는 백남준’이 열린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선 어린이들이 압박에서 해방돼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봄날의 왈츠, 리듬 속에서 Woo-Ah하게!’를 운영한다. 활발히 몸을 움직이며 박자를 발견하고, 공간과 시간의 질서에 대한 즐거움을 갖도록 리듬과 왈츠를 주제로 기획했다. ‘Walk Together’ 스탬프 투어를 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개 기관을 방문하고 리플렛 뒷면의 6개의 퀴즈를 맞춘 후 스탬프를 받으면 럭키박스를 증정한다.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는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전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목판화’와 ‘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선 5~6일까지 이틀 간 가족이 함께 숲에서 지도로 길을 찾고 각종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실학 숲티어링’에 참여할 수 있다.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에선 ‘선사대모험’ 행사를 운영한다. 동두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기획전 ‘탱탱볼’과 연계된 ‘국민체조 플래시몹’ 프로그램 등 어린이날을 맞아 세대 간 소통과 생태예술, 감각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광주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은 4~5일 ‘작전명: 시간 속 숨은 지도를 찾아라!’와 체험형 교육 ‘뚝딱뚝딱, 나의 남한산성’을 운영한다. 수원 경기상상캠퍼스에서는 3~4일 이틀간 온 가족이 야외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다함께 몸플’을 통해 신나는 포레댄스클럽 활동이 펼쳐지며 ‘미니운동회’에서는 콩주머니 던지기, 미니축구, 플라이 디스크 등 다양한 운동 경기를 체험할 수 있다. ■ 농촌의 정취와 현대미술에서 느끼는 동심 색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국립농업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가족이 함께 농촌의 사계절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꼬마농부 미오네 집으로 놀러와!’가 3~5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과학실험 공연 ▲애니메이션 관람 ▲가족 대상 O/X 퀴즈쇼 ▲민속놀이 한마당 ▲떡메치기 체험 ▲농업 체험(상추 수확, 모시 팔찌 만들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용인문화재단에선 5일 용인어린이상상의숲에서 2025 어린이날 특별행사 ‘오, 오! 상상이상’을 개최한다. 이날 용인어린이상상의숲 야외광장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퍼레이드와 초대형 인형극 ▲‘아임버스커’ 공연(매직+버블+요들쇼, 파이어댄스, 보컬 퍼포먼스) ▲앨리스 놀이터(페이스 페인팅, 체험 부스, 앨리스 놀이기구)가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어린이미술관에선 1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내일 우리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싱가포르 수교 50주년과 어린이날을 맞아 내셔널갤러리 싱가포르의 어린이 축제 ‘갤러리 어린이비엔날레(Gallery Children’s Biennale)’와 협력해 선보이는 공동 주제전으로 꿈, 기쁨, 사랑, 배려라는 4개의 소주제를 5개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작품과 활동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이미술관을 찾는 미래 세대 어린이들이 오늘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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