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4년 만에 상설전 개편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공생’ 주제로 한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

“사람, 동식물, 세균,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우리는 형태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지구’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공생’ 관계이지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개관 14년 만에 ‘공생’을 주제로 상설전을 새롭게 선보인다. 지구 곳곳의 수많은 동식물부터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어린이가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생의 방법을 알려준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지난달 17일 3층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해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두근 두근 연결된 우리’,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로 구성됐으며 총 8명 작가의 14개 체험 전시물을 펼쳐보인다. 먼저 전시의 1부 ‘두근 두근 연결된 우리’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보이진 않지만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려주는 체험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새로운 생명체로 변신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존재에 대한 공존 감수성을 길러보는 ‘우리 모두 변신’, 땅속에 있는 나무뿌리, 곰팡이, 미생물의 숨겨진 공생 관계를 들여다보는 ‘땅에서 보내는 초대’ 등 디지털 체험형 콘텐츠가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특히 노진아 작가의 말하는 AI 거북이 ‘오로라’는 오염된 바다에서 도망나온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각종 그물과 덫에 걸린 거북이의 모습은 기후 위기, 환경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오로라’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오게 된 배경, 다른 생명과의 공생, 기후 위기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재미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또 인근에 전시된 로봇 개 ‘레오’ 등 기계 동물들을 통해 미래공동체에 함께 할 특별한 동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와 함께 몸의 각 부분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미래 신체 의상실’, AI 기술로 탄생한 디지털 휴먼 ‘로지’와 대화하는 ‘가상 친구? 진짜 친구!’ 등 로봇, 가상의 사람과 공존할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2부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는 어린이 관람객이 함께 모여 놀면서 서로의 기분과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박종진 작가가 설계한 ‘바음자리 놀이터’는 유기적으로 모든 공간이 연결된 구조물로, 낮은음자리표의 모습을 닮아 있다. 작가는 다 함께 모여 노는 공간이 낮은 곳에 연결된 음들처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 소리와 손끝 감각만을 사용해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박유진 작가의 ‘누구나 촉각 야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없앤 작품이다. 어린이 관람객은 야구공이 야구 방망이에 맞는 소리, 선수들이 뛰어가는 소리, 해설 위원이 설명하는 소리에 집중해 소리로 경기를 이해해보고 경기장의 오돌토돌한 감촉을 느끼며 마음의 눈으로 야구장을 본다. 작품은 어린이의 촉감을 발달시키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또 환경 오염으로 위기에 처한 펭귄을 구하는 대형 조각 쌓기 ‘내 친구, 펭귄 구출 작전’,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 나의 세상’, 미래 시대의 지속 가능한 연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상 작품 ‘수리솔 수중 연구소’ 등을 볼 수 있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했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동반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기가 필요한 세상…작품으로 인류애 충전” 신현옥 작가 ‘시선과 온기’

신현옥 서양화가는 스물한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따스한 풍경과 시선으로 바라봤던 세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온기가 정말 필요한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 서로를 돌아보고 돌봤으면 좋겠다”란 주제의식을 품고 전시장에 작품을 메웠다.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에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시선과 온기’ 전에서 신현옥 작가는 그만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 세상을 바라온 작가의 철학을 전시로 재구성해 옮겼다. 50대부터 작업한 작품들로 100호짜리 작품 7점 등 총 19점을 선보였다. 작품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추억과 감성, 소통, 온기의 시선이 작가만의 조형언어과 기법으로 표현됐다. “젊을 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누구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어요. 나이를 먹은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낀 감정이 담겼습니다. 정을 통해 함께 온기를 피우고 나눴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반영했지요.” 40년이 넘도록 치매어르신들을 도우며 미술치료를 해 온 그의 인생 행로 역시 작품에 옮겨졌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회와 공존, 부모와 자식, 사랑과 추억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에는 누군가의 인생과 누군가의 추억, 누군가의 감성,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시선들의 총합은 결국 삶으로 이어진다. 대표작 ‘시선과 온기’는 노란 개나리가 핀 꽃밭과 철길 등의 마을의 정취를 통해 유년시절의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옮겼다. ‘만선’을 통해서는 다시 용기를 내고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소망을 , 작품 ‘수련’에는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투영했다. ‘애국애족’에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해온 작가의 마음가짐이 붓의 강렬한 표현을 통해 힘있게 드러났다. 작품마다 곱씹어 보며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점도 전시의 재미를 더했다. 물고기 눈에 그려진 십자가나 새댁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소 등 작가만의 언어는 그가 걸어온 구상회화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신현옥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작가로서 가지고 있던 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전시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며 “차가운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따뜻한 온기로 이 세상을 채워나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디즈니·지브리 사운드에 짜릿한 서커스까지...'의정부음악극축제' 18일 개막

제24회 의정부음악극축제가 18~25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일대에서 펼쳐진다. 음악과 극이 어우러진 다양한 음악극 프로그램 24개 작품이 의정부예술의전당 대소극장, 로비, 야외 무대 등에 오른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국내외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공연예술인과 시민 관객이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열린마당형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는 각종 공모 지원사업과 지역 예술인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민 공동 창작’을 핵심 가치로 삼아 더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축제의 서막은 18일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디즈니&지브리 콘서트’로 시작된다. 이번 공연에선 애니메이션의 고전 명작부터 최신 인기작까지 지브리 스튜디오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사운드트랙을 풀 편성해 오케스트라 연주로 선보인다. 23~24일 가족 뮤지컬 ‘사슴 코딱코의 재판’이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로 관객이 배심원이 돼 직접 유무죄를 투표하는 시민참여 형식으로 진행된다 24일 오후 3시 대극장에선 캐나다 퀘벡의 아트 서커스단 FLIP 파브리크의 작품 ‘블리자드 Blizzard’가 관객들을 만난다. 눈보라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에어리얼 곡예, 롤러블레이드, 저글링 등 고난도 퍼포먼스를 통해 짜릿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해군본부 군악대의 특별 공연도 25일 오후 3시 대극장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이어받은 군악대는 절도 있는 연주와 깊이 있는 선율로 용맹하고 힘찬 해군의 기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25일 음악극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 공연에선 국내 밴드 루시가 야외 무대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신나는 록 사운드와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축제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협업 프로그램등 무료 야외 공연도 풍성하다. 박성희 의정부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축제가 의정부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과 시민의 문화적 자부심을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산 정약용을 닮은, 담은 도서관 '남양주정약용도서관'

남양주정약용도서관은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이름뿐 아니라 그의 학문적 가치와 결과물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다산이 남긴 기록물을 직접 손으로 쓰며 체화할 수 있는 필사 코너 등 그의 사상과 숨결을 도서관에 담았다. 목민심서‧경세유표 등 ‘정약용 아카이브’ 2020년 개관한 남양주정약용도서관은 경기 북부 최대 규모이자 전국에서 여덟 번째로 큰 공공도서관이다. 남양주시 13개 공공도서관의 중심 역할을 하며 대표 공공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에게 독서와 정보 제공뿐 아니라 74만 남양주시민의 문화·예술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고향이기도 한 남양주시는 곳곳에 다산의 철학과 사상, 학문적 가치와 흔적이 묻어있다. 정약용도서관 역시 남양주시 대표 도서관으로서 그의 상징성을 따르고자 네이밍했다. 도서관에 마련된 ‘정약용 아카이브’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다산의 주요 저서와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학술연구와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총 면적 1만3천㎡,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돼 있는 정약용도서관은 20만2천여권의 장서와 14만6천종의 전자자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컨퍼런스룸 ▲공연장 ▲세미나실 ▲개방형 자료실 등 시민들이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공간 구성으로 지난해만 1천837회, 5만6천122명의 시민이 자유롭게 모이고 소통했다. 정약용도서관은 시민만큼이나 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개관 이래 1천500여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으며 중국 창저우(常州)시 및 미국 포트리시와의 국제교류를 통해 문화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창저우시와는 도서관 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시민 독서토론회를 진행했으며 자매도시 기증도서 코너를 운영해 상호간 교류의 물꼬를 트고 있다. 포트리시와는 도서관 간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도서를 기증하는 등 교류 협약을 통해 도서관이 지역사회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산신도시’에 걸맞은 도서관 운영 정약용도서관이 자리한 다산신도시는 교통편의성, 자연환경과의 접근 성 등 생활 만족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다산동은 신도시로 아파트 단지와 여건 개선으로 인해 1인 가구 및 젊은 세대와 가족 세대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정약용도서관이 가족 단위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도서관 1층 로비는 시즌별 추천도서를 전시해 독자들의 도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2층 북큐레이션 운영과 더불어 사회적 이슈와 관심 주제를 중심으로 한 테마 도서 코너를 운영하며 새로운 책, 읽을 만한 책에 대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약용도서관의 생애주기별 맞춤 독서는 지역 독서문화 진흥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기획전’, 성인을 위한 ‘4050 힐링 인문학’ 등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 정서적 생활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은 경기도 공공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정약용도서관의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커뮤니티 스텝’이다. 이 공간은 1~3층을 계단으로 연결한 개방형 소통 공간으로 탁 트인 전망에 자연 채광이 어우러져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엔 주로 신문 및 주제별 연속간행물이 비치돼 있어 부담 없이 활자를 소화하며 자유롭게 소통하고 휴식하는 공간이 된다. 또 도서관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인 ‘미디어월’이 설치돼 있어 도서관 홍보와 다양한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선보이며 시기별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 및 작품 관련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축하 영상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미디어아트 전시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남양주시 대표 도서관 지난달 12일은 ‘도서관의 날’로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진행됐다. 정약용도서관을 비롯한 남양주시 공공도서관 12개관에서는 그 일환으로 뮤지컬 북토크, 엉덩이 독서대회, 거중기 만들기,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 오건영 작가 초청 강연회 등을 가졌다. 특히 도서관의 날을 시작으로 3개월간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교육청과 협업해 ‘공유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최초로 도서관 연계 지역맞춤형 프로그램을 남양주시도서관 12개관에서 모두 진행하며 특히 정약용도서관에서는 정약용의 삶을 주제로 한 다양한 탐구 활동이 이뤄진다. 정약용도서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정약용의 강진 생활과 그의 시‧그림 등 작품을 주제별로 배운다. 또 정약용 유적지 및 실학박물관 탐방, 나만의 정약용 박물관 모형 제작 등을 체험하는 ‘나는 정약용 박물관 큐레이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정약용도서관은 그간 ‘어린이 인문학 서원’, 성인 대상의 ‘나를 채우는 인문학’ 등 다양한 연령층의 인문학적 감수성을 고려한 강의를 진행했다. 또 ‘도심 속 민물고기’, ‘태양 왕 수바’ 등 매월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발굴하며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예술과 지식, 배움 등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 남양주정약용도서관 ■ 이용 시간 월~금 오전 9시~오후 10시(종합자료실 멀티미디어실), 오전 9시~오후 6시(어린이자료실) 토~일 및 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 ■ 휴관일 매월 첫째·셋째 금요일, 1월1일, 설날‧추석 연휴 ■ 주소 경기 남양주시 다산중앙로82번안길 138

“오늘도 그냥 서점 합니다” 친근한 책방, 블랙버드북숍

인생의 큰 전환점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블랙버드북숍의 권성미 대표. 책과 사람이 좋아 시작한 이 서점은 권씨 본인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잘 시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검은 새’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15년 차 헤드헌터로 일하던 권성미씨는 어느 날 불현듯 암 선고를 받고 하루아침에 암 환자가 됐다. 선항암치료, 수술, 후항암치료, 방사선, 재활치료까지 어렵고 지난한 시기를 보내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책’이었다. “늘 무의식 중에 책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단순하게 시작한 편이에요. 오픈 초기에 선별한 책과 의자 몇 개 두고 독서모임을 시작했던 게 생각납니다. 여전히 암 생존자로서 때마다 추적 관찰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책방을 통해 만난 좋은 이웃들 덕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점 이름에 영감을 준 비틀스의 노래 ‘Blackbird’는 평소 권씨가 좋아하던 노래다. 부러진 양 날개를 파닥이며 날갯짓하는 검은 새와 그런 검은 새를 응원하는 내용의 노래 가사는 권씨가 브랜딩하고 싶은 서점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권씨는 스스로를 “잘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책방을 열 때도, 책방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일단 시작하고 본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남양주 다산동을 고를 때도 그랬다. “다산동으로 통합하기 전 ‘가운동’일 때 우연히 이곳에 들렀어요. 이 동네만이 갖고 있던 자연 친화적인 한가로움과 안온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점이 하나도 없는 곳, 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에도 잘 맞았고요.” “오늘도 그냥 서점 합니다.” 블랙버드북숍을 열고 보니 서점이 들어선 상가 자체의 유동 인구가 적고 활성화된 곳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열정 하나로 책방을 꾸려 나갔다. 하나둘 생겨난 단골손님들이 만나고 싶다는 작가들을 섭외하면 그 작가를 언급한 손님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는 늘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마치 모객도 책방 손님과 함께하는 기분이어서 힘든 줄도 모르더라고요." 한편 블랙버드숍은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 일요일 오후 5시에 '일요일에 여는 인생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3월엔 '저, 청소일하는데요'의 저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가지님, 4월엔 유튜브크리에이터로서 안내견과 단둘이 여행에 도전하는 시각장애인 양주혜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월, 6월에도 훌륭한 MZ 선생님들이 대기하고 계십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돌아가도 책과 사람간의 소통은 사라지지 않을 거란 믿음, 그 생각이 지금의 '블랙버드북숍'을 있게 한 버팀목이라고 말하는 권씨는 "서점을 찾는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블랙버드북숍이 있어 참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그냥 서점합니다."

교황 레오 14세 첫 미사…"교회가 세상 어두운 밤 밝힐 수 있길"

새 교황 레오 14세가 첫 미사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 세상의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을 대상으로 첫 미사를 집전했다. 레오 14세는 미사에서 “교회의 충실한 관리자가 될 것이며, 교회는 건물의 웅장함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거룩함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평범한 사람들’ 편에 서서 부유한 자와 권력층에 맞서겠다는 뜻도 명확히 밝혔다. 교황은 부자들은 예수를 불편한 광신도로 치부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예수를 사기꾼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 용기 있고 말솜씨가 좋으며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을 여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자 그들 역시 예수를 저버렸고 예수의 첫 제자들에게도 예수는 ‘그저 한 사람’이었기에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자 그들은 실망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것이 정확히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대중 매체, 대중문화, 정부 엘리트, 학계, 실리콘밸리 등 여러 계층에서 기독교 신앙을 “어리석고, 연약하고, 지성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 아우구스티노 말을 인용해 “기술, 돈, 성공, 권력, 쾌락과 같은 다른 방어물들을 선호하는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황은 “이런 환경 속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그 진리의 증인이 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신자들은 조롱과 반대, 멸시를 받고 잘해야 관용과 동정을 받는다”며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의 선교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는 오는 1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첫 일반 알현은 21일 이뤄질 예정이다.

수업 거부 의대생 8천305명 유급…'집단유급' 현실화

교육부의 의대 증원 계획 철회에도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의 43%가 유급 대상자로 확정됐다. 제적 대상자는 46명이다. 9일 교육부는 의대생 유급·제적 현황을 발표하며 대학별 학칙에 따른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원칙대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이 지난 7일까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과대학 재학생(1만9천475명) 중 유급 예정 명단에 오른 의대생들은 8천305명으로 집계됐다. 학칙상 예과 과정에는 유급이 없는 대학이 올해 1학기 이후 확정할 성적경고 예상 인원은 3천27명이다. 유급 등의 처분을 피하고자 1개 과목만 수강 신청한 인원은 1천389명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들을 제외하고 올해 1학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의대생은 현실적으로 최대 6천708명(34.4%)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달 말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천58명으로 확정하면서 예측한 참여율(25.9%)보다 8.5%포인트 오른 수치다. 교육부에 따르면 성적경고가 예상되는 인원과 1개 수업만 수강 신청한 인원은 2학기부터 정상적인 수업 참여가 가능하고, 미이수한 학점을 보충하면 정상 진급도 가능하다. 단 교육부는 "성적경고가 누적될 경우 학칙에 따라 제적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유급·제적이 확정됨에 따라 각 대학과 협력해 학업에 복귀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퇴·제적 등으로 인한 결손 인원에 대해서는 각 대학이 편입학을 통해 결원을 원활하게 충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의료 인력 양성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24·25·26학번이 동시에 1학년 교육을 받게 되는 '트리플링'에 대비해 각 대학이 진급 시기별 학생 현황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할 수 있게 하겠다"며 "대학별 교육여건을 고려해 교육이 가능한 수준에서 신입생이 우선 교육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대협)은 이날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을 강요·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의대협은 교육부가 대학에 미복귀 의대생들을 제적·유급 처리하도록 강요하고 적법한 휴학계를 반려하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홍보대사에 송옥숙·손병호·이일화·예지원·장영남

인천시는 최근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의 공식 홍보대사로 송옥숙, 손병호, 이일화, 예지원, 장영남 배우를 위촉했다고 9일 밝혔다. 문학시어터에서 열린 이번 위촉식에는 윤도영 시 문화체육국장, 한국연극협회 인천시지회장인 김종진 연극제 집행위원장, 본선에 진출한 전국 16개 시도 대표 극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는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활발히 활동한 실력파 연기자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들은 연극제의 정체성을 살리는 동시에 대중과의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시는 이들이 앞으로 연극제의 홍보 활동과 개막식, 주요 공연,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송옥숙 배우는 “대한민국연극제를 통해 인천 시민들과 직접 만나 연극이 주는 울림을 함께 나누고 싶다”며 “홍보대사로서 연극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극제가 인천 시민과 문화예술의 거리를 좁히고, 배우들의 활약이 축제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국장은 “17년 만에 인천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훌륭한 배우들을 홍보대사로 맞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극제를 통해 인천이 연극예술의 중심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지역이 가진 다채로운 문화와 정서를 널리 알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극제는 오는 7월5~27일 23일간 인천에서 열린다. 이 밖에도 ‘제4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 인천’, ‘제1회 인천 크로스떼아트르페스타’, ‘연극인 100인 토론회’, ‘박팔영 크로키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천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영상] 새 교황에 프레보스트 추기경...미국 출신 첫 교황

제267대 교황으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선출됐다. 가톨릭 역사상 미국 출신의 첫 교황이다. 8일 오후 6시 8분께(현지시간) 콘클라베가 진행 중인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올랐고 종소리가 울려 펴졌다.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의 콘클라베 이틀만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새 교황 선출 알렸다.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로는 17일 만이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외신과 도박사들이 꼽은 교황 후보군에는 포함됐었지만 10위권 안에 등장하지 않았다. 애초 유력 주자로 부각됐던 인물은 피에트로 파롤린(이탈리아) 추기경과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필리핀) 추기경, 마테오 주피(이탈리아) 추기경 등이다. 이중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 서열 2위인 국무원장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잇는다는 측면에서, 타글레 추기경은 첫 아시아 출신 교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관측됐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새 교황은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프레보스트 추기경으로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교황을 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새 교황명은 '레오 14세'이다.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한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명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페루 빈민가 등 변방에서 사목했던 이력 탓에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교황으로 선출됐다고 분석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레오 14세는 2023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지난 2023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주교부는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레오 14세는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선출 후 교황의 전통적인 복장인 진홍색 모제타(어깨 망토)를 착용한 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첫 발언을 했다. 이어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지만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또 전 세계인에게 내리는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한편, 교황 즉위 미사는 일주일 내에 이뤄질 예정이며 레오 14세 교황은 9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과 미사를 공동 집전한다. 이어 오는 11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코니에서 첫 축복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자연의 순수 세계 담아낸 최두석 시인의 시(詩) 사진전…‘꽃에게 길을 묻다’

예술의 사명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에게 꽃은 예술을 실현해주는 존재였다. 온몸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존재,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 작은 곤충들을 위해온 힘을 다해 자신을 피우는 숭고한 존재. “생명의 존재들을 소중하게 담아내는 게 시 쓰는 자로서의 소명”이라 생각한 시인은 “꽃과 그 주변 생명을 지닌 귀한 존재들을 시 속에 잘 모시기 위해” 카메라로 그들을 담아냈다. 자신이 목도한 자연의 순수한 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시로 담아내온 최두석 시인의 시(詩) 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가 지난달 30일 노작홍사용문학관(화성시 노작로 206)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1980년 ‘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시집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등 역사와 자연에 관해 이야기를 해온 시인은 30년이 넘도록 꽃과 새, 흐르는 강에게 말을 건네는 중이다. 전시에선 최두석 시인이 자연 속에서 마주한 꽃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20점, 그로부터 길어 올린 시 20편이 함께 걸렸다. 원고지에 꾹꾹 정성스럽게 눌러쓴 시인의 손글씨와 꽃의 순간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생명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귀한 질문과 사유을 담아낸다. 시와 사진의 예술적 짜임과 스며듦을 통해, 사진의 정적(靜寂)과 시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감동이 전해진다. 시인에게 사진은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생명이 안고 있는 모든 것을 잘 담아내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었고,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고 다녔다. 야생에서 배워나간 촬영 기법은 ‘쌓인 낙엽 비집고/ 쫑긋쫑긋’(시 ‘노루귀’ 중) 피어나는 노루귀의 생명력을, ‘호박벌이 물봉선 꽃속 가득/ 온몸을 들이밀고 꿀빠는 모습을 대하니/ 주위가 문득 생기로 충만해(시 ‘물봉선과 호박벌’ 중) 생의 희열로 가을을 맞는 골짜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꽃잎만 보지 않고 그 안의 암술과 수술, 또 꿀샘을 안내하는 무늬들을 보면 꽃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자기의 가루받이를 해줄 작은 곤충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을 피우는 꽃의 아름다움을 육안으로만 봐선 알 수 없어 사진에 담게 됐지요.” 꽃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 나비나 벌, 새가 날아드는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은 그의 시와 사진작업의 중요한 동기다. 꽃이 생명활동의 절정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자, 새로운 생명의 잉태라는 점에서 ‘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을 이번 전시에 녹여냈다. 귀한 생명을 포착한 사진과 그 대상을 향해 펼쳐진 시인의 섬세한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순리를 따르는 자연에 박동하는 그의 시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동안 꽃에게 살 길과 시 쓰는 길을 물어왔어요. 앞으로도 전국을 누비며 온 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에 모시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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