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먼저 웃었다’

‘7전 8기’에 도전하는 삼성이 한맺힌 한국시리즈(KS)에서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삼성은 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증권배 2002프로야구 KS 1차전에서 선발 엘비라의 호투속에 홈런 2방을 터뜨려 준PO와 PO를 통과한 LG를 4대1로 꺾었다. 82년 팀 창단이후 7차례나 KS에 올랐지만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삼성은 ‘7전8기’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그동안 19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첫 승을 거두고도 우승하지 못한 경우는 82년과 지난 해의 삼성, 95년 롯데 뿐이었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엘비라와 김민기로 마운드의 무게중심이 확실하게 삼성쪽으로 기울었다. LG는 1회초 선두타자 유지현이 초구에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가 보내기번트와 박용택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으나 삼성의 반격이 곧바로 이어졌다. 삼성은 공수 교대 뒤 강동우가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박한이의 보내기번트에 이어 이승엽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1대1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삼성은 계속된 1사 1,2루의 찬스에서 추가득점에 실패했고 2회에는 선두타자 양준혁이 우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로 무사 2루를 만들었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1대1의 균형이 중반까지 이어졌다. 팽팽한 긴장감을 무너뜨린 것은 ‘대포 군단’ 삼성의 홈런이었다. 삼성은 5회말 박정환이 LG 선발 김민기로부터 중월 2루타를 뽑아 무사 2루의 찬스를 만들자 1번 강동우는 김민기가 무심코 던진 2구째를 통타, 우측 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2점홈런을 터뜨렸다. 홈런 한방에 주도권이 완전히 삼성쪽으로 넘어갔고 삼성은 6회말 브리또가 좌월 솔로아치를 그려 4대1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세를 굳혔다. 삼성 선발 엘비라는 8.1이닝동안 삼진 7개를 뽑으며 4안타 1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원동력이 됐고 9회 1사 뒤 등판한 노장진은 2안타를 맞아 1사 1,2루의 위기에 처했지만 후속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해 팀 승리를 지켰다. 4일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계속되는 2차전은 삼성이 임창용, LG는 만자니오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연합

프로야구 PO 관전포인트

기아와 LG가 맞붙은 삼성증권배 200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가 26일 막이 오른다. 97년 한국시리즈 이후 5년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양팀의 대결은 이종범(기아)과 이상훈(LG)의 카리스마 충돌 외에도 많은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벤치 싸움 김성한 감독이 이끄는 기아가 올시즌 희생번트를 댄 경우는 8개 구단중 가장 적은 45번이다. 반면 김성근 감독의 LG는 기아의 두 배가 넘는 93번의 희생번트 작전을 성공시켰다. 상반된 두 감독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경기를 풀어나가는 성격은 다르지만 두 감독 모두 내로라하는 승부사임에는 틀림없어 올시즌 대타 작전으로 많은 재미를 봤다. 하지만 대타 요원을 뽑아내는 방법은 다르다. 김성한 감독이 당일의 선수 컨디션을 우선으로 삼는다면 김성근 감독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따라 통계적으로 가장 강한 선수를 내보낸다. ▲안방마님 싸움 이번 PO에서는 포수가 어느 때보다도 바쁠 것 같다. 양팀 모두 최강의 기동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 다행히 LG 조인성과 기아 김상훈은 각각 도루 저지능력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도루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 이라고 지적하는 가운데 조인성은 도루왕 김종국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최고의 난적이고, 김상훈은 대부분의 선수가 도루 능력을 갖고 있는 LG의 파상공세를 막기위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띠동갑’ 마무리 대결 LG의 뒷문을 단속할 이상훈(31)과 불펜이 약한 기아가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린 김진우(19)는 12살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다. 나이차 만큼이나 경력도 달라 이상훈은 현대와의 준PO에서 2경기 모두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특급 마무리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선발로 12승을 거둔 김진우는 시즌 막판 3차례 시험 등판한 것이 마무리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김진우는 빠른 공과 낙차 큰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 마무리투수로 손색이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큰 무대에서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정민수기자 jms@kgib.co.kr

’성년 프로야구’ 풍성한 기록잔치

올 해로 출범 21년째의 성년기에 접어든 한국 프로야구는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축구대회 열기로 팬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느낌이 있지만 어느 시즌보다 풍성한 기록을 쏟아냈다.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기록 경신의 중심에는 독수리군단의 투·타 쌍두마차인 ‘강철어깨’ 송진우와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이 자리하고 있다. 송진우는 지난 4월 23일 SK전에서 선동열이 갖고 있던 종전 통산 최다승기록(146승)을 갈아치운 후 여세를 몰아 단숨에 160승 고지까지 넘어섰다. 36세의 많은 나이에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노련한 피칭을 이어가는 송진우(현재 162승)는 ‘꿈의 200승’ 달성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송진우는 또 선동열과 이강철(기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통산 1천500 탈삼진을 달성하는 기쁨도 누렸다. 올 시즌 부진한 성적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한 장종훈도 신기록 행진만은 멈추지 않았다. 장종훈은 지난 달 24일 LG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상 첫 3천루타 고지에 등정했고 15년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16년연속 3자릿수 루타, 통산 300 2루타, 1천700경기 출장 등 프로야구사를 새롭게 썼다. ‘철인’ 최태원(SK) 역시 올 해 풍성한 기록 양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8월 23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출장한 최태원이 95년 4월 16일 광주 해태(기아 전신)전 이후 7년 넘게 연속 경기에 나섬으로써 1천경기 연속출장의 금자탑을 세운 것. 그러나 최태원은 팀 사정에 따라 1천14경기에서 기록행진을 중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 올 시즌 절정의 타격감을 뽐낸 이승엽(삼성)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6년연속 30홈런과 7년연속 30 2루타, 5년연속 3자리 득점을 기록했고 자신이 갖고 있던 한시즌 최다타점기록(123타점)도 갈아치웠다. 이 밖에 정수근(두산)과 전준호(현대)는 사상 첫 7년연속 30도루와 통산 400도루를 나란히 달성하며 ‘최고의 대도(大盜)’ 싸움을 계속했고 양준혁(삼성)은 10년연속 3자리 안타, 조웅천(SK)은 7년연속 50경기 출장의 신기원을 각각 이룩했다./연합

경기도 야구전용구장 확보 절실

오랜 침체기를 걷고있는 경기도야구가 이번에는 경기장 부재로 인해 타 시·도에서 경기도 대회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어서 전용구장 확보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10일 도야구협회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는 야구 전용구장이 수원야구장 한곳에 불과한 데다 이 마저도 프로야구 현대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각종 도대회를 치를 때마다 구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37개 팀이 등록돼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팀을 보유하고 있으나 전용구장이 1곳에 불과, 25개팀에 4개구장(보조구장 2개 포함)을 갖고 있는 부산시와 18개팀에 3개구장(보조구장 1개 포함)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시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도야구협회는 대회때마다 규격이 미달되는 고수부지와 학교운동장 등에서 대회를 치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열린 전국소년체전 1차 평가전을 인천에서 치렀고 지난해에는 전국체전 대표선발전을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갖기도 했다. 또 야구전용구장의 부재는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불러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도내 우수선수 상당수가 타 시·도로 빠져나가 올 해만도 28명이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간 상태다. 이와 함께 부산과 대구, 광주광역시 등이 전국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경기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20여회가 예정된 내년도 각종 도내 대회의 사업계획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근 경희대가 학교 야구장의 증·개축을 추진하면서 경기도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일부 시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할 경우 전용구장으로의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야구인들은 경기도가 직접 나서 이를 추진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프로야구 2002시즌 구원왕 타이틀

신·구 소방수의 2파전으로 압축된 프로야구 구원왕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2002시즌 구원왕 타이틀 경쟁은 노장 진필중(두산·29세이브포인트(SP))이 독주해온 가운데 신인 조용준(현대·28SP)이 1SP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어 신·구 대결구도로 좁혀졌다. 우선 9승5패19세이브를 올린 루키 조용준의 막판 뒷심이 매섭다. 조용준은 지난 8일 SK와의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무패행진을 21경기에서 멈추기는 했지만 9월 들어 6경기에서만 1구원승과 4세이브를 따내는 등 이 부문 강력한 타이틀 후보자로 떠올랐다. 6월 중순부터 베라스를 대신해 마무리로 돌아선 조용준의 주무기는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자신만의 슬라이더인 ‘조라이더’. 조용준은 이를 앞세워 시즌 초반 30.1이닝 무자책 행진을 벌여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큼 신인답지 않게 매 경기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조용준은 김진우(기아) 박용택(LG) 등과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해 소방대장 타이틀에 대한 집념도 남다르다. 4승5패25세이브를 기록 중인 진필중은 지난 99년과 2000년에 이어 생애 3번째 구원왕 등극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진필중은 10일 현재 팀이 4위 LG에 3게임차로 뒤져 있는 상황이라 누구보다도 어깨가 무거운 것이 사실. 진필중은 지난 2월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되면서 한때 실의에 빠지기도 했으나 곧바로 털고 일어나 올시즌에도 제몫을 하고 있다. 우완 정통파 투수인 진필중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가 강점이다. 이들 뒤에는 노장진(삼성·24SP)과 이상훈(LG·23SP)이 2위그룹을 형성하며 선두 진입에 대한 희망을 살려나가고 있지만 선두와 5∼6포인트 차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진필중과 조용준의 대결로 압축돼 있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