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物價高 잡아야 한다

설을 보름 앞두고 물가비상이 걸렸다. 지난 연말부터 계속 오름세를 보이던 무 배추 등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등 생활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무 배추값은 작년 이맘 때보다 배나 뛰었고 소 돼지고기값도 덩달아 25∼70%나 올랐다. 내달초 설을 앞두고 다른 채소와 과일 등 제수용품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설 물가 급등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IMF여파로 아직도 펴지지 않은 서민가계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설 물가 오름세는 명절 특수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이 많아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설을 앞두고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물가대책이 허술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작년까지는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빠른 반전을 보이면서도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동향은 심상치 않다. 작년말 여러 경제연구소들은 올해의 물가상승률이 3%이상 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를 잡는 일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성수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이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물가당국의 책임이 크다. 물론 정부는 19일 때늦게 설 물가 대책회의를 열고 제수용품을 3배까지 늘려 공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설 물가는 떨어지기는 커녕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필시 수급동향을 잘못 판단했거나 정부와 지자체의 물가대책관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농축산물값이 더이상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설 물가 급등은 그것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집값과 기름값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오름세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한번 오른 물가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지금처럼 생활물가가 뛰고 기름값과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올해의 물가억제선 3%도 무너질 위험이 크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물가만은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설 특수를 노린 사재기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물량확보에도 최선을 다해 물가상승압력을 줄여야 한다.

反腐敗法도 빨리 처리해야

지난 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반부패기본법이 심의도 하지 않은 채 낮잠만 자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대단하다. 대통령 직속의 반부패특별위원회가 발족하였으나, 기능과 역할이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돼있어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시민단체 대표로 참여한 반부패특별위원들이 반부패기본법도 통과되지 않는 등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또한 위원회 위상도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위원으로 있을 필요성이 없다며 사퇴를 표명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반부패기본법도 통과되지 않고, 일부 위원들마저 사퇴한다면 반부패특별위는 제대로 활동도 하기 전에 사실상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반부패특위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한국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라 설치된 자문기구이다. 또한 대통령은 특위를 반부패기본법을 제정하여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구로 만들어 깨끗한 사회를 건설토록 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요망했다. 따라서 공동여당의 의지만 강하다면 통과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이 법안에 대한 심의도 않고 있어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한 제15대 국회의 마감과 더불어 폐기될 운명이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과 같은 시민단체들도 비록 내용은 다소 다르나 부패방지를 위한 입법을 수차례 청원하였으며, 또한 일반 시민들도 반부패기본법을 통과시켜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사회가 정화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선거법을 심의하기 위한 임시국회가 열린다. 선거법도 중요하지만 반부패기본법 역시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해 중요하다. 최근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해 무려 54조169조가 돈세탁을 할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부패기본법은 빨리 입법화되어야 한다. 반부패기본법 심의를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은 반개혁적 정치인들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다. 반부패특위위원들도 사퇴를 하기 전에 이런 정치풍토를 개선키 위해 더욱 활발하고 강력한 부패방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될 것이다. 반개혁적 정치인들이 있기에 반부패특위가 필요한 것이며, 동시에 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망국 도박병 추방하자

검찰,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박병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IMF한파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도시 농촌가릴것 없이 장터 상가 사무실 복덕방 등에서 노름판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엔 용인 수지 기흥 파주 김포 등 신흥 개발지역의 보상금을 노린 전문도박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용인 수지읍에선 자신의 논밭이 아파트부지로 편입되면서 소일거리가 없어진 농민이 전문도박꾼들의 도박판에 끼어 들었다가 보상금 10억원중 1억원을 날렸고, 파주에선 수천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삽시간에 몽땅 잃은 사람도 있다. 도박의 만연은 우리 사회 병리현상의 한 단면이자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지나친 욕심이 큰 원인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가치관이 혼미할 때 도박이 성행한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임을 상기하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성행하는 도박은 그 도가 지나쳐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고스톱 바람이 전국을 휩쓸어 하루가 멀다하고 주부도박단이 적발되고 직장에서까지 상습도박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니 실로 개탄스러운 망국풍조가 아닐 수 없다. 도박의 폐해는 새삼스럽게 지적할 것도 없이 자신과 가정을 황폐화 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을 비생산적 취향에 몰입시킴으로써 무기력하게 만들고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여간해서 헤어나기 어려운 게 도박의 세계다. 손을 떼려 마음 먹어도 폭력조직이 놔주지 않는다. 재산을 모두 잃고 가정까지 파탄된 뒤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며 기다리는 것은 인생의 낙오뿐이다. 이처럼 무서운 도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아예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다는 단단한 각오의 실천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론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이같은 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의 오락을 건전한 방법으로 유도하는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전국 곳곳이 도박장으로 타락해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의 파멸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 풍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뿌리 뽑지 않으면 안된다. 상습도박은 철저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규제

문명의 이기(利器) 휴대전화가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를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핸들을 잡은채 통화를 하는 운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운전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나 남의 사용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버스나 트럭운전자들이 통화하면서 한 손으로 운전하는 모습은 지켜보기조차 무서울 지경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소주 6∼7잔을 마신 상태에서의 운전 만큼 위험하다는 각종 통계나 연구결과는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그런데 최근 운전중 휴대전화를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가 또 하나 추가돼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신호가 자동차의 전자통제장치의 고장을 일으켜 엔진과 브레이크의 오작동을 유발, 충돌사고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영국자동차협회가 발표한 것이다. 운전중 휴대전화의 사용이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어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지만 이 무모한 행동이 자동차의 기계적 고장을 유발해 사고 위험을 가중한다는 영국자동차협회의 경고는 충격적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모든 응답자(98.5%)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대답하는 등 사고 위험을 지적하는 연구조사결과가 잇따르자 휴대전화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지난해 2월 국회의원 25명이 발의한 ‘휴대통신기기의 사용제한에 관한 법률’이 재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 법률안은 차량을 운전할 때와 공공장소에서의 휴대전화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0만원까지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의 한 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중 8.4명이 휴대전화 사용제한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의 경우 미국 오하이오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사용자제 권고’에서 ‘법적 규제’로 바꿔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2천3백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민 2명중 1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권고가 호응을 받지 못해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 보다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더라도 안전을 유지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교사 성(性)불균형대책 세워야

중등교원의 여교사 우위 성(性)불균형이 공무원 채용시험의 군필자 가산점 제도 폐지 이후 가속화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 경기도 교육청이 발표한 2000년도 중등교원 임용시험 1차합격자 결과를 보면 2천97명 중 남자가 19%인 403명에 불과했고, 인천서도 남자 합격비율이 269명 중 23.8%(64명)에 그쳤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남자 합격비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도 교육청 중등교원 공채시험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합격비율 33%보다 14%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다. 결국 총점 135점의 공채시험에서 군필 가산점 5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이의 폐지때문에 합격선에 들었던 현역복무응시자 100∼200명이 무더기 탈락한 것으로 도 교육청은 분석하고 있다. 합격선에 들었다가 군필 가산점을 받지 못해 탈락한 남자 응시자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선 학교 교단의 여초(女超)현상 심화가 가져올 부작용과 문제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내 중등교원의 남녀비율은 여교사가 계속 늘어 97년 56%, 98년 57%, 99년 58%로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초등교원은 더욱 심해 68%(99년)나 되고 있어 이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된지 이미 오래다. 일선 교단의 여초현상으로 초래될 문제점은 우선 남학생들의 여성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요체는 남학생은 남성답게, 여학생은 여성답게 가르치고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년간 여교사가 담임을 맡는 사례가 허다한 초등학교의 경우 여성화된 남학생의 인성이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이다. 교직의 여초현상은 또 남교사들에게 교내외 업무를 가중시키게 된다. 예컨대 야간 청소년 선도활동에는 여교사를 무시하는 업주들의 언어폭행과 비협조로 교외지도에 나서지 못해 그만큼 남교사들의 업무가중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처럼 2세들의 기초교육이 여성들 손에만 맡겨진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작은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당국은 우수 남성교원 유치를 위한 유인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특혜논란이나 평등권 시비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전세파동 대책 더 보완해야

이사철도 아닌 겨울철인데도 복덕방에는 전세를 구해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으며, 더구나 서민들의 경우, 전세값이 턱없이 올라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의하면 전세값이 수도권에는 무려 4∼80% 인상되었다고 한다. 인상된 전세값 때문에 재계약자는 물론 새로 입주하려는 세입자들이 인상된 전세값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전세파동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98년 초 IMF 직후 폭락한 전세값으로 전세를 얻은 세입자들의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전세값은 폭락하였기 때문에 많은 전세계약자들은 오히려 재계약시 일부 전세값을 돌려 받기도 했을 정도이다. 때문에 전세값이 폭락했을 때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전세금 반환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변했다. 전세값은 지역에 따라 배로 인상된 곳도 있을 정도인데도, 서민들의 가계 사정은 IMF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직장을 잃은 가장이 있는가 하면, 소득이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전세파동을 예견하여 전세보증금 차액융자제도 등 전세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가용재원이 2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고, 더구나 전세를 기존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재계약할 경우에는 융자가 해당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신규 세입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전세파동에 대하여 더욱 적극적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전세대책으로는 예상되는 전세파동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정부는 예비비라도 방출하여 전세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가용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된다. 또한 융자의 경우, 기존 세입자 뿐만 아니라 새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세입자도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전세값 인상을 부추기는 부동산 업소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된다. 이런 적극적 조치도 없이, 전세파동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자체 역시 정부의 대책만 처다보지 말고 스스로의 대책도 강구하여야 될 것이다.

‘재협상’, 국회의원 감축부터

‘철밥통’선거법개정안이 재협상 국면을 맞고 있다. 3당이 이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원점으로 돌아가 협상에 응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의 전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회의 지도부에 대한 지시에 의해 비롯됐다. 그동안의 여·야협상 과정을 모르지 않았을 김대통령이 갑자기 재협상을 들고 나온 것은 국민의 세찬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반발을 의식하기는 3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청와대가 지적한 도농복합선거구 예외인정(원주·경주·군산·순천)삭제, 공소시효단축철회, 국고보조금 50%증액 백지화, 정치자금 100만원이상 기탁 수표의무화, 선거구인구 상·하한선 상향 및 인구기준 12월말 조정 등은 인정한다. 여야는 현행 선거구 유지방편으로 선거구 인구의 상·하한선 상향조정을 회피키 위해 지난해 12월 인구통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통계를 기준하는 위법성을 감행했다. 그러나 비례대표여성후보의 30%할애의무화, 권역별 1인2표제채택, 선거법 87조 폐지 등을 말한 대통령의 생각은 신중을 요한다. 한나라당은 재협상과 관련, 1인2표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후보자 이중출마 및 석패율제도등 이미 국민회의에 양보한 새로운 제도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원칙선상에서 다시 추진할 뜻을 밝혀 국민회의와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자민련 또한 국민회의와 원만한 관계만은 아니다. 선거법 87조와 관련, 대변인실을 통해 “시민단체의 활동은 존중돼야 하지만 선거를 주도하려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재협상의 쟁점 가운데 정치개혁의 핵심이라할 국회의원수 감축이 유독 청와대서부터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무엇보다 의원수를 10∼20%줄이는 것이 선거구제 및 선거구획정등 선거법재협상의 대전제가 되는 선행요건이 되는데도 정치권은 아직도 이를 기피하고 있다. 재협상지시나 정치권의 재협상 용의 등은 결국 거센 국민의 비난에 편승, 내심은 여전히 미진한 당리당략의 추구를 노리는 양상이 짙다. 참다운 재협상은 국회의원수를 적정수준으로 먼저 줄이는 데 3당이 합의한 바탕에서 나머지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오늘 국회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선거법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재협상으로 가는 고비다. 여·야 3당은 재협상이 1차협상의 재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밥통’선거법 개악이 비난받는 연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사과해야

스포츠경기의 가장 큰 덕목은 정정당당함이다. 스포츠경기에서의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스포츠맨이기를 포기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해 인천에서 개최된 제80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종목에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일이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80회 전국체전에서 레슬링 대학부 그레코로만형 85㎏급의 경기도 대표 김훈(용인대)선수는 8강에서 폴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서는 져 동메달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훈선수에게 8강에서 패해 탈락한 전남의 이모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김훈 선수에게 추후 전달되는 전국체전 동메달이 도착되지 않아 의구심을 품은 경기도레슬링협회가 최근 대한레슬링협회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8강전 승자가 바뀐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는 고의적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3년이상 보존해야 할 채점표를 경기현장에서 파기했으며 경기녹화 비디오테이프를 분실했다고 대한레슬링협회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키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증빙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레슬링협회가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대한레슬링협회가 승패를 정정해준 점 역시 주먹구구식 임시변통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 97년 무등록 선수의 대진표 조작과 함평실고의 대회참가신청을 누락해 말썽을 빚은 전례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대한레슬링협회의 이번 순위변동은 특정지역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고의적인 의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당시 기록석에서 착오를 일으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것 같다’느니 ‘사실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있어 이를 정정했다’는 등의 대한레슬링협회의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제80회 전국체전에서 경기도가 4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예상치 못한 방면으로 확대됐을 게 분명하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스포츠인들의 단체답게 순위를 조작했음이 사실이었거나 아니면 실수나 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해도 정확히 사과를 하고 다시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경기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승부조작과 같은 의혹은 쟁점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포츠인들의 명예를, 특히 레슬링인들의 이름을 더욱 실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밥통’ 선거법개정

자민련이 지난 15일 야간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선거법개정안을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나눠먹기로 매도, 표결을 무산시킨 것은 일시나마 두 공동여당의 틈새를 벌려 주목된다. 3당 총무회담에서 이미 협상이 이루어진 개정안을 자민련이 본회의에서 이의를 달고 나온 것은 자당 총무에 대한 질책이기도 해 총무회담의 신뢰성에 흠이 된다. 이같은 문제제기 당사자인 김동주 의원은 “자민련을 뭘로 보느냐?”며 국민회의를 힐난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그같은 비난은 선거법협상 내용 자체가 정치개혁을 외면한데 초점이 있지 않고 자신들 텃밭에서만 제외된 도농통합지역구 예외 규정등 선거구 조정이 상대적으로 불리한데 불만을 터뜨린 것이어서 똑같은 당리당략차원을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선거법개정안은 여야가 정치개혁 일환으로 국민에게 다짐했던 의원수 감축을 완전히 배신했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차원에서 영호남등의 통폐합선거구를 살려주어 지역구는 5곳이 더 많은 258개로 늘고 비례대표는 46석에서 41개로 줄어 오히려 고비용 정치구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국민회의는 당초 의원수 30%감축, 중선거구제, 비례대표 3분의1 할애 등을 내걸었으나 1인2표제를 얻어내기 위해 야당의 주장을 거의 다 들어주고 말았다. 이는 국민회의부터도 주장은 구호였을 뿐 실은 정치개혁 의지가 없었던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야 3당의 표밭 지키기, 기득권수호로 나눠먹기식 담합에 그친 이번 선거법 개정은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정부여당부터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할 정치개혁을 이모양으로 개악해 놓고 무슨 면목으로 개혁을 더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실로 한심하다. 국민회의가 얻어낸 지역구 및 비례대표의 이중후보제, 석패율, 1인2표제 등 선거사상 초유의 제도가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역구 차점 낙선자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하는 석패율은 국민회의가 취약지역에서 당선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술수적 장치다. 겨우 41명의 비례대표를 뽑기 위해 막대한 투표용지며 투표함, 투개표인력을 또 늘려야 할 판이다.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제도인 점에서 공명선거 시비의 소지가 더 많기도 하다. 어떻든 선거법개정안은 오는 18일 국회본회의에서 대체로 원안대로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써가며 챙긴것이 정치권의 집단이기다.

朴내각, ‘총선중립’ 가능하나?

우리는 1·13개각에 대해 전문성은 인정한다. 경제각료팀, 교육부장관등의 기용에서 그같은 점을 발견한다. 개혁성은 의문이다. 박태준총리부터 경제통이라고들 가리켜 말하지만 관치경제의 틀을 건강한 시장경제로 정착시키는 경제개혁의 본질이 성공한다고 믿기엔 어렵다. 다만 교육현장의 권위훼손을 교육개혁의 실패로 질타해온 문용린교육이 얼마나 경륜을 펼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7개부처 장관의 중폭경질로 시작된 박태준 내각에 새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은 장관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소신을 펼칠 수 없는 대통령중심제의 제약 말고도 국정의 중심이 내각에 실려있다고 볼 수 없는 실질판단에 근거한다. 내각보단 청와대비서실이 더 장악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여기에 ‘총리역할교대’의 한시적 내각 성격도 부정되기가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적 중간평가 성향이 짙은 4·13총선이 끝나면 어차피 또한차례의 당정개편이 불가피한게 정부 여당의 입장이다. 만약에 총선패배를 가져오면 엄청난 파장의 개편이 따르겠지만 승리하더라도 새로운 면모일신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박태준 내각에 그간 부진하다는 평을 들어온 재벌 금융개혁의 가속화나 날로 심화하는 사회양극화 현상, 즉 빈부격차의 해소등 현안해결을 주문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그보다는 총선관리의 엄정중립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공명선거를 이룩하는 것이 현실적 소임이다. 박총리의 자민련 당적보유, 신당조직책 시비가 있은 최인기행자의 기용으로 의문시되는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4·13총선은 21세기들어 처음 갖는 것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총선마저 공정성문제가 제기돼 선거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국정운영에 공백이 생긴다면 정부가 표방한 ‘새천년 새희망’을 스스로 먹칠하는 것이 된다. 공명선거는 정부여당이 먼저 의심받을 일을 저지르고 나서 아니라고 해명하기보단 아예 의심받을 일은 안해야 가능하다. 야당의 불법사례에 대한 응징도 그래야 설득력을 갖는다. 이를 위해선 내각이 하는 일에 투명성을 지녀야 한다. 박태준내각이 감당해 낼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총선관리의 엄정중립 이행을 거듭 강조해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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