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공천 깨야 한다

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각 정당이 4·13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 공천작업을 서둘고 있다. 이번 16대 총선은 진통끝에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의원정수 26명을 감축한 273명 전원을 새 천년 들어 처음으로 새로 뽑는 선거라는 데 의미가 있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이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만큼 총선에 대한 기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공천과 관련된 잡음과 돌아가는 형국을 듣고 보고 있노라면 실망감이 앞선다. 얼마전 민주당 소속 두 정치신인이 밀실공천 관행을 통렬히 비판한데 이어 엊그제는 야당인 한나라당 총재실이 낙하산 공천을 반대하는 지방당원들에 의해 점거 당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리 정치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1인 보스 중심의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각당 당내에서조차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 각당이 후보자 공모를 마감한 결과 과거에 비해 비공개 신청자가 크게 늘어 밀실공천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각당의 영호남 텃밭 의원들이 선거구 축소에 따라 지역색채가 약한 경기 인천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낙하산공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알고 이에 따라야 한다. 물론 여야 각당은 공천심사기구를 구성하고 심사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석 늘리기에만 급급해 당선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다보니 개혁성 참신성 도덕성 등은 뒷전으로 밀릴 소지가 많다. 또 후보 선정 기준으로 삼은 ‘애당심’의 잣대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이 잣대가 자칫 사실상의 공천권자인 총재에 대한 충성도로 매겨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공천 및 전국구 후보선정과 관련한 특별당비 문제도 간간이 들리고 있다. 만약 공천이 인맥·정실과 돈에 좌우된다면 구악정치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정치권은 변화된 정치 여건에 맞추고 국민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천을 해야 한다. 여야가 아무런 개혁 노력없이 구태적 공천으로 총선에 임한다면 우리의 정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공천의 투명성 합리성이 전제되지 않는 총선은 처음부터 진흙탕 싸움이 될수밖에 없을 것이며, 유권자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려되는 부실 골프장 양산

정부가 지난 달 25일 확정,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은 이용자는 고려치 않고 해당 사업주 입장만 반영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투자비 한도 내에서 회원수를 모집토록 했던 회원 모집 총금액 한도를 폐지한 점이 그렇다. 5년이던 입회금 반환 및 탈퇴기간을 사업주와 회원간의 자율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골프장 등 등록체육시설업의 시설설치 공사기간 6년, 연간 사업계획 승인 건수 제한 총 20건, 그리고 골프장건설 때 재해예방시설비 예치조항도 모두 없앤 점도 그렇다. 각종 규제완화와 사업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을 보완한 조치라고 문화관광부는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 개정안은 골프장 사업주의 자율권이 크게 보장되는 반면 수요자인 회원이나 이용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회원모집 총금액 한도 폐지와 입회금 반환문제, 회원모집 총금액한도 폐지는 현재 사업승인을 받고 공사중단 및 미개장으로 회원을 모집중인 골프장이 해당되기 때문에 큰 논란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투자비 내에서만 회원을 모집해 왔지만 앞으로 사업주가 원하면 투자금의 2배, 3배 마음대로 회원모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주의 부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이에 대한 규제조항도 마련되지 않아 사업주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 회원모집 후 부도를 내거나 공사가 중단될 경우 모든 불이익은 회원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려가 있어서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사업승인시 모집회원수를 사전에 제출, 무분별한 회원 모집은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왜 회원수 변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방안을 개정안에 마련해 놓지 않았는가. 회원권 구입시 사업주의 자금력, 신뢰도 등을 꼼꼼히 따지도록 부담을 주는 이와 같은 개정안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셈과 마찬가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의무반환조항 삭제로 골프장이 운영을 잘못해 회원권 시세가 폭락하더라도 아무런 보상장치가 없어 분양가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우려가 큰데 왜 이렇게 체육시설 이용법을 개정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골프의 대중화는 골프인구의 확대에 있는 것이지, 골프장 사업주의 편익을 위한 일이 아니다.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당국의 후속대책이 있어야 한다.

民意 외면한 정치개혁

2년 이상 지루한 시간을 끌어온 정치개혁 관련 법안이 8일 밤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아닌 표결로 마무리되었다. 제16대 총선을 불과 2개월 남겨 놓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압력에 못이겨 겨우 체면치레 정도로 선거법을 비롯한 정당법, 국회법을 개정했다. 이런 정도의 개정이라면 벌써 마무리되었어야 할 법개정이다. 그동안 국회는 이 정도의 개정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였는가. 여야는 정치개혁특위를 만들 때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고비용·저효율, 지역주의, 보스정치 구조를 타파하여 저비용·고효율, 정당민주화 등을 실시하는 정치풍토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된 내용을 보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정치개혁안은 헛말이 되고 선거구 획정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 가지고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정치개혁에 잘된 부분도 있다. 비록 시민들의 압력 때문이기는 하지만 의원 정수를 현재보다 26명 감축하여 273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에 여성후보를 30%로 배정하였으며, 선거법 87조와 58조를 부분적으로 개정하여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국회에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하고, 매 짝수달 1일에 임시국회를 자동 소집하기로 했다. 또한 선거공영제가 확대되고, 후보자 등록시 병역사항 및 세금납부 실적 증명서를 첨부하였으며,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도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못 이겨, 또는 이미 다른 법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을 정비한 것에 불과하다. 운영비가 많이 들어 폐지하겠다던 지구당은 그대로 존속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위한 정치자금 실명제는 거론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국정원장 등 주요 공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6대부터 실시한다는 원칙만 정했다. 공천민주화를 위한 정당법 개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이 제 몫챙기기에 급급하여 정치개혁의 본질엔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민의를 외면하는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국회의 모습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총선에서 투표로 보여 주어야 될 것이다.

선거법 개정, 시간 없다

국회일정에 의하면 오늘 임시국회가 속개되어 지난 2월1일 처리하지 못한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야 총무간에 진행된 협상과제이나 여야 지도부가 가지고 있는 상이한 생각 때문에 오늘 통과될 전망도 결코 밝은 편은 아니다. 제16대 총선은 불과 2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과연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간에 진행되는 협상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선거법 개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선거구 획정은 지난 1월말 민간인까지 포함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미 여야는 선거구 획정위에 전권을 위임한다고 수차례 공언하였으며,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위헌이니 하는 등등의 이유를 들어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개정하면 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선거구 획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관심사항이 될지 모르나, 국민들은 돈적게 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 정당민주화, 지역주의 타파와 같은 한국정치구조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선거법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정당법, 정치자금법, 국회법이다. 지난 번과 같이 적당히 국고보조금이나 상향하려는 술책은 더 이상 없어야 된다. 지난 2일 일본 국회는 중의원 비례대표를 20명 감축하는 법안을 가결하였는데, 한국 국회는 스스로 감축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슬쩍 부활시키려 하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더 이상 정치관계법 개정이 지연되어서는 안된다. 선관위도 선거를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데, 이미 준비 시간이 늦었다. 문제가 된 선거법 87조는 이번 개정에 포함되어 여야당이 약속한 대로 개정해야 된다. 87조 개정은 여야당이 이미 약속한 사항이다. 국회의원들은 정치관계법을 다루는 오늘의 국회 움직임을 국민들이 엄정하게 감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체장과 국회의원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은 길이 다르다. 어느것이 더 좋고 나쁠 수가 없다. 단체장도 정당 가입이 허용돼 정치인으로 볼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행정인으로 보는 것이 더 걸맞다. 단체장에 비해 국회의원은 완전 정치인이다. 4·13총선을 앞두고 도내 몇몇 단체장의 출마설이 나돈다. 이에대한 거취는 당사자의 임의에 속한다. 하지만 몇가지 관점에서 참고로 말해두고자 한다. 우선 직선에 의해 위임된 단체장 임기는 지역주민과의 약속임을 일깨운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도중에 또다른 선출직에 나서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로서 시장 군수직 사퇴에 대한 주민 심판을 다시 받는다고 말하겠지만 개인 편의에 의한 도중하차의 부도덕성이 합리화되긴 어렵다. 단체장직의 도중하차는 보선의 막대한 선거비부담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행정에 큰 혼선을 가져온다. 일신의 개인 편의로 이같은 과외부담을 안겨줄 권리는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하나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기초단체장직의 막중함이다. 지금의 시장·군수는 관선때와 달라서 그 권능이 실로 대단하고 책임 또한 크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인접군과 함께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거구는 기초단체장의 행정구역에서 두세명의 국회의원을 뽑기도 한다. 기초단체장의 위상이 국회의원보다 결코 못하지 않는 것이다.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길은 제각기 달라 우열을 비할바가 아니지만 민선의 비중이 그만큼 높은 것은 사실이다. 본란이 새삼 이를 언급하는 것은 유능한 단체장을 잃지 않으려는 충정임을 솔직히 밝힌다. 유능한 단체장이 민선에 의했던 것일지라도 국회의원에 출마해서 반드시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설사, 당선된다 해도 초선의원으로 국회에 가서 할 수 있는 행동 반경은 제약이 없을 수 없다. 더욱이 나이가 젊을 것 같으면 정치인으로 입신키 위한 장래를 내다본다 하겠으나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성도 있지만 지역의 대표성이 더 강하다. 지역사회의 자치행정을 맡아 경륜을 펼치는 단체장이야말로 국회의원보다 더한 지역대표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자리다. 4·13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몇몇 단체장에게 거듭 신중한 판단이 있기를 당부해 둔다.

개정해야 할 청소년보호법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관련법 위반업주와 청소년을 함께 처벌하는 ‘업주와 미성년 쌍벌’방안을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소년(미성년자)에게 술·당배를 판매하거나 유흥업소에 출입시킨 업주는 처벌하면서, 실제 불법행위를 한 청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업주가 몰랐거나, 일부 청소년들에게 속임을 당하는 사례가 많음에도 단속에 적발될 경우 업주만 억울하게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단체 회식 손님 가운데 직장 상사들과 함께 온 직원이 미성년자임이 적발돼 9백만원의 과징금을 낸 서울의 호프집 업주가 있는가하면, 술과 안주를 시켜먹고 업주에게 주민등록증을 보여준 후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도 되느냐’며 미성년자들에게 오히려 협박당한 인천의 호프집도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마 전국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9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팔거나 유흥업소에 출입시킨 업주에게 3년 또는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청소년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있어 현행 법령이 청소년의 탈선을 부추긴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따라 청소년의 유흥업소 출입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업주만큼의 처벌은 아니더라도 청소년에게도 ‘최소한’의 제재를 가하는 쌍벌규정으로 법을 개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이 알고 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업주들만 범법자로 만드는 현행법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우리는 동감을 표시한다. 그렇다고 형사처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학교에 통보하고 금주·금연 교육, 건전문화체험교육, 공공시설봉사 등을 강제명령하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에서도 현재 위반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이나 영업장 폐쇄 등 강력한 조치와 함께 청소년들에게는 농장체험 훈련, 사회훈련, 금주·금연훈련 등 교육적 처분을 내리고 있다. 처벌보다는 선도가 효과적으로 가미된 청소년보호법이 신중하게 개정되기를 바란다.

지방의회 감사일정 왜 바꾸나

정부가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일정을 매년 6월로 못박은 것은 문제가 많다. 행정사무감사는 다 알다시피 국회의 국정감사와 같이 행정기관을 견제 감시하는 지방의회의 주요 기능의 하나다. 주민대표들이 자치단체가 집행한 예산과 조례의 시행상 착오를 가려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해 예산안과 조례안 심의를 통해 이를 시정 또는 개선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지방의회의 핵심기능인 행정사무감사가 회계연도와 관련 연도말에 실시해야 함에도 정부가 종전 12월 정기회에서 6월의 1차정례회로 변경토록 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정부가 지방자치법 개정과 함께 시행령을 고쳐 1회뿐인 정기회를 6월과 12월의 2차 정례회로 나눈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12월 정기회에 집중된 핵심 의정활동을 분산, 1차 6월 정례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와 결산안승인 및 기타 안건을 처리하고, 2차 12월 정례회는 예산안 의결 및 기타 안건을 처리케 함으로써 국감과의 중복을 피하고 업무가 폭주하는 연말 공무원들의 감사자료 준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6월의 행정사무감사는 여러 측면에서 감사의 활동과 기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감사일정 변경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우선 6월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선거가 있는 해에는 감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또 지방의회가 구성된 뒤 2년이 지난 6월에는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들이 모두 교체돼 업무파악은 물론 자료도 수집못한 상태에서 알찬 감사가 이뤄지리라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방의원 임기내 4회의 행정사무감사 중 2회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계연도 중간 시점에서의 감사는 결국 당해 연도의 반쪽 감사결과로 예산안을 심의해야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다. 감사준비도 국감때 한꺼번에 하는것이 낫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일부 지방의원들은 정부의 행정사무감사 일정변경이 지방의회의 감사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명분도 약하고 합리성도 없는 일정변경으로 괜한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효율성제고 측면에서 감사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

아주대 사태 해결책 없나

도내의 대표적인 명문 사학인 아주대가 최근 김덕중(金德中) 전 교육부장관의 총장복귀를 둘러싸고 교수·직원노조·학생회 등이 반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아주대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교수진과 재단의 건전 운영으로 인하여 국내 유수 대학으로 발돋움하여 도민의 기대가 컸는데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학은 공익기관이며, 따라서 사립대학법인도 공익법인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사학들이 법인의 공익성을 망각하고 재단을 사유화하여 그동안 사립대에서 끊임없이 분규가 계속되어 대학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4년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전격 사퇴시키고 김 전 장관을 복귀시킨 것은 학교 재단이 특정인의 사유화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아주대 재단인 대우는 이미 그룹이 해체되어 수십조에 달하는 부채를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고 있다. 대우는 이미 사기업이 아니고 국민의 재산이며, 대우에서 운영하는 학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막대한 부채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힌 대우 관계자들은 자숙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학을 김우중 일가의 사유물로 만들기 위해 친형인 김 전 장관을 총장으로 보낸 것은 아닌지. 보도에 의하면 김 전 장관의 딸이 아주대 의과대학원에 편법으로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총장직에 중요한 하자(瑕疵)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엄정하고 공정해야 될 입학시험에 총장이 부정 또는 압력을 행사하였다면 이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 김 전 장관은 개악된 사립학교법을 통과시키는데 장관입장에서 방조하여 시민단체로부터 ‘교육파괴 7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우리는 명문 사학인 아주대가 대우그룹 해체와 더불어 공익법인으로서 거듭나기를 바라며, 또한 학내 문제가 교육기관으로서 원칙에 입각, 위에 제기한 문제들이 명백히 규명되어 구성원간에 대화로써 해결되기를 바란다.

인천지하철 再점검해야

인천 부평에서 엊그제 발생한 인천지하철 동수역 지상 도로 침하 사고는 또 한번 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특히 개통된지 4개월 밖에 안된 지하철 복개도로가 내려앉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충격적이다. 도로 침하 사고가 마침 차량운행이 적은 새벽녘에 서서히 진행돼 인명피해가 없어 천만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그 밑에 설치한 지하철 구조물이 함께 무너졌다면 어쩔뻔 했는지 등골이 오싹해 진다. 침하 사고현장은 마치 지진이 지나간 자리처럼 도로가 갈라져 내려앉고 뻥뚫린 형체가 한눈에 보아도 부실시공 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침하원인을 두고 지하철본부측은 상수도관이 파열돼 되메우기한 부분의 흙이 씻겨나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상수도사업본부측은 되메우기의 날림공사로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상수도관이 파열됐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이번 사고 역시 부실시공과 행정 당국의 감독소홀이 합작해서 빚어낸 사고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하에 매설된 상수도관과 가스관을 가라앉지 않게 받치는 시멘트 구조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든지 이 관(管)들을 보호할 완충제인 모래가 덮여있지 않은 것은 시공자들의 부실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당초 지난 94년 착공한 인천지하철공사는 작년 10월의 인천국체 개최일에 맞춰 개통하기 위해 공사를 서두를 때부터 부실시공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작년 2월엔 막바지 공사를 하던중 매립지역을 포함한 5개 공구 곳곳에서 부실시공의 의구점이 나타나 전구간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지하구조물의 누수와 균열, 백화현상 등 결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본란은 그동안 지하철공사가 ‘체전개최전 개통’이라는 일정에 맞추느라 서두르면 졸속 부실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며 개통시기에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허사였다. 우리의 우려가 일부 나타난 것은 불행한 일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복개구간 어디에서 또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하구간은 안전한지도 궁금한 일이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복개도로를 포함한 지하철 모든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기 바란다. 아울러 되메우기 공사를 대충 해치운 시공업자는 물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관련 공무원 모두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학교체벌은 사랑이 깃들어야

그동안 교사와 교육관련단체, 학부모들 사이에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학생체벌이 ‘교육차원이라면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과제인 ‘학교체벌 논란’에서 교권의 재량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체벌이 문제가 된다면 학교 운영위원회 등을 통한 자율적 해결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풍조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즉각 환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적으로 필요할 경우에 한해 체벌이 정당하다는 헌재 결정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반면 학부모 단체들은 “학교 현장의 체벌은 대부분 교사의 편의주의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교사들이 체벌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감정적으로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체벌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미 97년 서울지법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교육적 체벌은 무죄”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전국 1만9개 초·중·고교 가운데 학칙으로 교사가 학생체벌을 할 수 있는 학교는 전체의 51.2%인 5천1백27개교이며, 교사체벌을 금지한 1천4백56개교는 벌점제를 실시해 누적점수에 따라 학생에게 교내외 봉사활동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앞으로 분명히 해야할 것은 과도하거나 감정적인 교사의 체벌은 당연히 금지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체벌이어야지 폭력이나 구타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폭행한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경찰이 학교에 출동하는 불상사가 단 한건도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학교 당국은 학생과 학부모가 공감하는 체벌기준을 세우는 한편 체벌없이도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랑의 회초리를 들고 와서 체벌을 자청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학생에게 꾸중을 했다하여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다. 체벌에는 반드시 사랑이 깃들어 있어야 헌재의 결정이 계속 유효한 것임을 학교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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