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청장’ 보선의 의미

인천시 남동구청장 보선은 4·13총선을 눈앞에 두고 실시된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한 지역의 구청장 보선이긴 하나 수도권 민심의 풍향을 어느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한나라당 윤태진 후보의 승리는 원래 공동여당에서 낸 구청장 자리였던 것이 보선에서 교체돼 각별한 주목을 끈다. 또 야당의 승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수차 강조한 시민영합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국민회의)에 패배를 안겨 관심을 갖게 한다. 시민단체의 총선개입이 유권자들에게 어느정도 작용될 것인지 역시 의문의 현상이기도 하다. 시민운동의 국민 대표성 또한 한계가 있지 않는가 싶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운동의 순수성 의혹도 영향이 전혀 없다할 수 없을 것 같다 비록 새천년들어서는 처음 실시된 보선이지만 지난해부터 경기·인천지역 기초단체장 재·보선에서 여당은 용인시장만 간신히 건졌을 뿐 안양, 고양, 안성, 화성에 이어 다섯번째 패배를 당한 것은 여전한 민심이반 현상으로 해석된다. 특이한 것은 지극히 낮은 투표율이다. 18.6%의 투표율은 선거사상 두번째로 낮다. 조기과열된 총선분위기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정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작금의 사회상이다. 그런데도 투표에 냉소적인 경향을 드러낸 것은 말이 있는 민중보다 말이 없는 대중의 민심이 어떠한가를 살펴 정치권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국회의원선거와 구청장 보선은 다를수가 있지만 시기가 시기인 점으로 미루어서는 크게 다름이 있다할 수 없다. 새천년민주당총재는 이즈음의 시민단체 활동을 직접민주주의 참여로 강도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럼, 투표로 참여한 직접민주주의의 이번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리한 현상의 활동은 긍정적으로 보면서 불리한 투표결과는 애써 부정적으로 달리해석하려는 아전인수는 있을 수 없다. 집권여당은 국민회의에서 민주당으로 겉모습을 바꾸어 새로운 간판을 달았지만 속모습을 꿰뚫는 다중의 민중이 침묵속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적십자회비 모금에 동참을

일부로부터 준조세라는 지적을 받아온 적십자회비가 올해부터 시민들의 자진납부제로 바뀌었다. 지난 날 모금과정에서 불합리했던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진납부 제도로 인해 대한적십자사가 겪는 애로사항은 이만 저만한 게 아닐 것이다. 현행 적십자회비는 적십자사 모금위원들이 나눠준 지로용지를 갖고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금융기관에 납부하도록 돼있다. 과거와는 달리 읍·면·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이 모금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이같은 제도변경에 따라 시지역은 4천원, 군지역은 2천5백원으로 정해 지로용지를 배부, 지난 10일부터 수납하고 있으나 당초 우려했던대로 모금액이 너무 적다고 한다. 적십자회비 모금에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국제적십자회의에서 결의된 모든 원칙에 입각, 인도적 임무의 달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1905년 10월 27일 고종 황제의 칙령 제47호로 탄생한 이래 대한적십자사는 우리 겨레와 운명을 함께 하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재난으로부터의 구호사업, 보건사업, 사회봉사사업, 청소년사업 등 수많은 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국민들이 내는 회비에만 의존한 고충이 있어왔다. 일부의 여론때문에 모금방법이 자진납부로 바뀌긴 했지만 소기의 목표액을 달성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예전처럼 기업체들이 특별회비를 많이 내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의 경우 5천여명의 봉사원과 RCY(청소년적십자단)회원으로 홍보단을 구성, 올해 모금이 마감되는 3월말까지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나 아직도 호응도가 낮다고 한다. 적십자정신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서로 돕자는 박애정신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누구나 적십자 회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 돕는 아름다운 인본정신을 갖고 있다. 조금 덜 쓰고 아껴서 적십자회비 자진납부운동에 동참하는 것만이 위기에 직면한 적십자운동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일이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곧 미래의 나를 돕는 일과 마찬가지다. 적십자회비 자진납부의 발길이 모든 금융기관에 답지하기를 기대한다.

선거철 기강해이 걱정된다

일선 행정기관의 공직기강이 총선과 인사철을 앞두고 몹시 흐트러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특히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인사 명단 발표로 정치권이 긴장한 가운데 정치개혁바람이 사회전반에 번지고 있는 중에도 나사풀린 공직자들을 보게 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처해 있다. 16대 총선을 78일 앞두고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낙천운동으로 나라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오히려 한술 더 떠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 취재망에 나타난 공직자들의 근무행태를 보면 우리 공직사회기강의 현주소를 잘 알수 있다. 수원의 어느 구청에선 직원들이 점심시간 20여분전에 외식을 위해 이미 자리를 비웠고 점심시간이 20여분 지났는데도 외출중이었다. 구청장 역시 점심시간이 끝난 1시30분 이후에도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일부 시군 교육청 직원들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가 하면 시간대별 주식시세표 파악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느 경찰서 간부는 근무시간에 외출이 잦아 결재가 밀린 직원들의 눈총을 샀고, 또다른 간부는 업무는 제쳐둔 채 하루종일 인사정보파악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래 위 가릴것 없이 근무태만은 물론 무책임 무소신 무기력 등 ‘3무’ 현상에 정치권과 단체장 기관장 눈치보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유독 이들 기관에서만 일어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 전국 도처에서 비슷한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마음이 딴 곳에 가 있으면 행정이 제대로 될리 없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이며 국가기관의 근간으로서 언제나 국민전체에 봉사하고 책임지는 공직자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총선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인사철이 됐다고 해서 상급자의 눈치나 보며 무사안일과 적당주의로 세월을 보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 잡기 위해선 공직자들의 투철한 사명의식과 공무담당자로서의 엄격한 기강이 확립되어야 한다. 특히 오늘같은 시국에서는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게 공직자들의 투철한 시대상황인식과 역사의식이 요구되고 있음을 명념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위 全權행사를

지난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제16대 총선 선거구 획정위원회 운영규칙을 통과시키고 획정위에 참가할 민간인 대표 4명을 확정했으며, 위원장으로 연세대 韓興壽 교수를 임명했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으나 선거구 획정위가 구성되어 나눠먹기식 여야담합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위는 현행 법규상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여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점이 있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야당은 선거구 획정위에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될 것이다. 이미 여·야당은 수차례에 걸쳐 선거구 획정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된다. 지난 15대 총선때도 여·야당은 선거구 획정위를 구성, 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그럼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도농복합선거구와 같은 예외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만약 이번에도 획정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여·야당간의 담합으로 다시 재조정한다면 이는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다. 둘째, 선거구 획정위원들은 논의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 논의가 비공개로 되어 의혹을 증폭시켰다. 나눠먹기식이 아닌 이상 논의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획정위원들도 공정하게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리고 또한 역사적 기록을 위해서라도 속기록을 작성하여 공개해야 될 것이다. 셋째, 위원들도 소속단체의 대표라는 차원보다는 공인이라는 입장에서 선거구 획정을 해야 될 것이다. 소속 단체의 입장에 우선하기 보다는 전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소신을 갖고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정치개혁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될 것이다. 선거구 획정위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크다. 국회의원 정수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여 정치개혁의 신호탄이 선거구 획정위에서부터 나오기 바란다. 정치권도 더 이상 이기주의적 발상을 버리고 선거구 획정위의 결정에 따르기를 재삼 충고한다.

‘총선연대’ 발표를 보고…

총선연대가 어제 낸 공천반대인사 67명의 명단발표는 성격상 시민운동의 개가다. 헌정사상 초유의 민권제재인 것이다. 당초 발표예정일보다 나흘이나 미루며 선정기준의 세부사항 및 자료의 면밀검토로 격론을 벌이는 밤샘점검 끝에 발표한 노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같은 명단이 소위 말하는 ‘살생부’의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함으로써 낡은 정치가 바로잡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부정부패연루, 부정선거자행, 지역감정조장, 인권유린관련, 의정활동불성실, 반개혁인사 등이 대상이었다고 하나 이들이 그같은 대상이라고 보는데는 관점에 따라 다를수가 있다. 또 명단에 들지 않았다하여 그같은 분류에서 반드시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가지를 예로들어 우선 국회본회의에 출석하는 것은 의원의 본분이지만 거수기노릇만 해서는 성실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할수 없다. 부정부패추방은 지극히 당연하나 표적수사에 의한 흠집은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감정조장은 말로만 지역감정불식을 외쳐댄 3金이 바로 지역감정조장의 장본인들로 3분(分)구도의 반사적 혜택을 그들이 누리는 것은 이미 공인된 현실이다. 총선시민연대의 이번 명단발표는 무소속인사도 포함함으로써 이에 제외된 80년 신군부 일부 인사들의 무소속출마 동향을 합리화시켜주는 역기능을 가져왔다. 이들이야말로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았던 민주주의의 저격수들이었다. 가치판단에 오히려 혼선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모면키 어렵다. 총선시민연대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정치권이 선도높게 활성화하는 새로운 정치구현으로 안다. 이같은 목표가 국회의원 수십명의 공천을 반대한다 하여 ‘정상의 수직형 리모콘정치’구태가 개선될 것으로 믿을 사람은 아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발표를 시민연대의 개가로 평가하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경고가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명단은 상대적 척도로 각 정당과 지역구 유권자들에 대한 참고자료로써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본란이 이미 그 구체적 이유를 들어 밝힌 것처럼 동의하기 어렵다. 시민운동의 제재는 명단발표로 그치는 것이 낙선운동을 벌여 순수성이 훼손되기 보단 훨씬 더 깨끗하다.

1회용품 규제 강화해야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시행된지 1년이 다 되고 있는데도 1회용품 사용이 여전한 것은 해당 업소들이 법을 경시하는 행위다. 99년 2월 22일부터 시행된 1회용품 사용규제 법령은 모든 식당에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종이컵 등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10평에서 50평미만 유통매장은 1회용 비닐봉투나 쇼핑백 등을 제공해서는 안되도록 돼 있다. 또 50평이상 유통업체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1회용 봉투와 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대형 유통업체가 고객들에게 쇼핑백 등을 제공할 때는 유상판매나 환불제, 쿠폰제 등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백화점을 비롯, 대형유통업체 등에서 대부분 관련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백화점, 대형할인점, 쇼핑센터 등 전국 대형판매시설에 대하여 지난 연말 1회용품 사용실태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경기도내에서만도 업체들이 ‘자원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롯데백화점 부평점·분당점, 삼성플라자 분당점을 비롯 한신코아백화점 성남점, 롯데마그넷 서현점, 까르푸 부천점 등이 재활용품교환판매대 미설치, 1회용 종이컵 사용, 합성수지제 1회용 도시락용기 판매, 쇼핑백 및 비닐봉투 무상제공 등 당국이 규제하는 사항을 아무렇지도 않게 위반한 것이다. 이런 위법행태는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단속활동이 미흡한데다 위반업소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철저하지 못한 탓이다. 또 미약한 처벌규정에도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1회용품 사용규제 사항을 위반할 경우 1차는 이행명령, 2차가 고작 3백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회용품 사용규제는 절약을 생활화하고 환경을 쾌적하게 보존하기 위함이다. 당국은 1회용품 사용자제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기 바란다.

‘고양시’ 왜 이러나?

행정이 투명치 못하면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기엔 국가행정이나 지방행정이나 매 일반이다. 고양시가 출판단지 용도지역 변경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세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진산업에 막대한 이권특혜를 주고자 하는 투명치 못한 행정은 의혹을 살만하다. 유통업무설비 시설용지의 지정용도외 사용시 3만3천580평을 시세보다 35%나 헐값에 판 계약해지 조건을 없었던 일로 돌리려는 토공측 처사 또한 해괴하다. 우리는 출판단지에 3천500가구가 들어서는 주상형 초고층아파트를 세울 경우, 일산구의 도시계획상 적정인구 17만명을 훨씬 초과해 주거환경이 크게 저해될 것을 누구보다 고양시가 모르지 않을 것으로 안다. 또 있다. 이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세워지면 또 하나의 베드타운으로 인해 지방세 세입보다 몇배나 더 소요되는 지방행정수요가 일 것을 고양시가 설마 모를 것으로 믿지 않는다. 아마 3천500가구분에 대해 누적되는 상수도 특별회계 및 쓰레기수거등의 손실보전만으로도 지방세 세입이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더욱이 요진산업이 내세우는 지방세 과다계상을 고양시가 이유삼아 용도지역변경의 구실로 삼으려는 것은 망측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천111억원의 지방세입효과를 주장하는 산출내용엔 국세가 포함되고 도세 교부금 비율도 무시한 것이어서 실질세수는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사실은 이미 본지에 보도된바가 있다. 요진산업은 이익추구의 영리업체니까 그럴수 있다지만 고양시의 반(反)지역정서 행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이러저런 부당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고양시가 무엇때문에 왜?, 아파트를 짓도록 용도지역변경을 못해주어 안달이냐 하는 것이다. 요진산업이 계획했던 출판단지조성은 땅값이 싼 파주로 옮겨져 불가능하게 됐으나 그렇다고 도시계획 변경이 요구되는 성질의 일은 아니다. 당초 토공으로부터 헐값에 불하받은 조건대로 유통업무설비 시설용지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고양시 도시계획상의 용도지역 그대로 상업지역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또 고양시 도시계획이 요구하는 쾌적한 도시조성을 위해 주거지역 변경은 불가한 지역이다. 법리와 사리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고양시가 거대한 개발이익 차액을 안겨주는 주거지역변경을 굳이 강행한다면 우리는 불행히도 그 이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중립’의 훼손

검찰중립은 수사 및 공소제기가 자유로움을 말한다. 수사는 사회공익의 대표로서 사안의 실체적 진실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공소제기는 순전히 검찰기능의 소신에 따라 행사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를 불문한 정치권의 입김이 배제돼야 하고 임면권자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눈치조차 살필 필요가 없어야 가능하다. 작금의 검찰이 이에 합당하다고 보는 관측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아마 없을 것이다. 검찰중립의 훼손은 지금 말하기가 새삼스러울 만큼 오래된 일이지만 이를 거론하는 것은 박순용 대검총장이 올 시무식에서 밝힌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총장은 ‘거듭나는 검찰상의 다짐을 어떤 외부로부터도 압력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이에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실천하기에 무척 힘겨운 다짐이긴 하나 자구적 방어의지로 보아 조금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 역시 종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이다. 통치권에 오랫동안 순치된 체질을 면치 못하는 검찰도 검찰이지만 근래 검찰권위의 훼손을 가속화하는 일련의 현상은 매우 우려할만하다. 시민단체의 선거법 불복종선언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법처리 배제지시는 시민단체 주장의 타당성여부를 떠나 기소독점 주의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검찰의 고유기능을 간섭할 수는 없는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언제부터 검찰이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인지 ‘법따로 사회따로가 있을 수 없다’는 상황논리로 실정법을 무시한 대통령분부에 알아서 영합하는 검찰간부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유감이다. 병무비리수사도 그렇다. 비리수사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분히 시기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사를 하고 안하고 하는 고무줄척도가 검찰의 중립성을 형해화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파견근무로 적정수준이상의 검사들을 대거 불러들인 것도 심상치 않다. 검찰조직 라인을 필요적 수준 이상으로 직접 예속화하는 것 역시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다. 김대통령은 야당시절에 검찰중립의 제도적 장치를 수차 요구하였다. 그러고도 막상 집권하고 나서는 그같은 주장을 외면하면서 허울뿐인 검찰중립을 말하고 있다. 심화하는 것은 민심이반이다. 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긴하나 검찰 스스로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검찰은 정녕 정권단위의 한시적 시녀인가.

북한산성 현대화 막아야

행정구역상 고양시 북한동 산1의1 북한산내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산성은 전체 길이가 12.7㎞로 이중 경기도 구역이 7.2㎞에 이르고 나머지 5.5㎞는 서울에 속하는 산성이다. 백제의 4대 왕 개루왕 5년(132년) 백제의 도성 하남위례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축성된 북한산성은 사적 제162호로 고양시와 서울시가 지난 90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중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원래의 모습을 무시하는 공사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북한산성을 관리하고 있는 고양시는 산성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는 서울구역 산성의 복원사업을 원래 모습과 다른 현대식의 새로운 성곽을 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성(성벽)과 여장(체성위에 쌓은 구조물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며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담장처럼 쌓은 것)을 네모 반듯한 정방형 구조물로 벽돌쌓듯이 축조해 북한산성이 지닌 고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현대판 북한산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원형대로 복원하면 3∼4년 지나 또 다시 보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오래갈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모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고양시에서 공사한 것은 20∼30년 지나면 다시 공사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내구성을 우선시했다”는 서울시 문화재 관계자의 설명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숭례문이나 덕수궁도 모두 헐고 대대손손 무너지지 않을 현대식으로 지어 이름만 숭례문, 덕수궁으로 걸어 놓으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다. 비단 북한산성 뿐만이 아니다.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되지 않으면 복원의 의미가 전혀 없다. 따라서 북한산성 복원도 원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복원이 이루어져야 후손들에게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서울시 식으로 복원할 바에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다시 쌓을 이유도 없다. 서울시는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기존 공사부분에 대한 보완작업은 물론 북한산성 복원개선책을 제시하거나 이미 설계를 마쳤다면 설계를 변경, 재추진해야 마땅하다.

대통령의 ‘法불복종’ 허용

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선거법 불복종 지지를 비판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선언한 불복종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대통령의 월권적 발상을 유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에 법규의 혼란을 해소키 위해 선거법 관련조항의 개정을 거듭 조속히 시정하는 촉구에 그쳤다면 시민단체의 정치활동 시비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4·19와 6월항쟁으로 예를들어 비유한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일에 지금이 그와같은 비유가 가능한 초법적 민중항쟁이 필요한 시기로 간주된다면 이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법집행을 책임지는 법무부장관에게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처벌하지 말라는 뜻을 밝힌 대통령의 생각은 준법정신 이완으로 사회위기수준을 촉진시킨다고 보아 심히 우려된다. 도대체 지켜야할 법과 안지켜도 될 법이 어디에 있는 것이며, 지킬법과 안지킬 법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동창회와 씨족단체 등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왔다”면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말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탈법선거운동을 한 동창회나 씨족단체가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모든 동창회와 씨족단체가 다 선거운동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개연성의 추정만으로 불법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공명선거로 여기는 것인지 궁금하다. “민주정치의 패러다임변화와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시대에 규제보단 발상전환”을 강조한 대통령의 생각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동창회나 씨족단체의 선거운동을 합법화하고 실정법 저촉을 용인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시민단체의 정치활동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낙선운동같은 사전선거운동도 묵인해야 할 판이다. 시민단체의 사전선거운동은 허용하면서 정치인의 사전선거운동은 법을 들어 계속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법질서가 혼란스럽다. 시민단체의 정치활동규제를 당연시 해오다가 갑자기 5·16이후의 권위주의 산물로 규정하는 것도 논거가 약하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노동 환경 교통 등 전문분야별로 순수한 시민운동의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달리 정당활동에 준한 조직적 포괄적 선거개입을 주장하는 등 토양적 성격이 다른 점이 유의돼야 한다. 대통령분부의 권위가 검증조차 필요없는 칙어적 성격의 강제력으로 실정법이 사문화하는 풍토가 과연 민주주의인지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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