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문화로 들여다 본…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기다림의 맛, 시_간’ [전시리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장(醬)’은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과 그 속에 깃든 정성. 가족 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한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우리의 밥상을 지켜온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세계무대로 향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최종 등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립농업박물관이 선보이는 기획전 ‘기다림의 맛, 시_간’은 장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장 문화를 재조명하고 우리 발효음식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조명하도록 구성해 더욱 의미가 있다. 다양한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장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되짚었다. ‘1부 장(醬)의 과거를 보다’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발효음식을 먹었던 우리 선조들의 과거를 돌아본다. 콩 재배와 장(醬)과 관련된 기록과 유물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을 담가 먹기 시작한 때는 ‘삼국시대’로 추정하고 있다. 고구려인들이 술이나 장 등을 담았을 거라 추정되는 ‘고구려 항아리’와 우물가에 발효식품을 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물독과 설거지할 긴 나무통이 그 주변에 있는 흔적이 남겨진 ‘고구려 안악 3호분 벽화’(4세기), 장이 전국으로 배송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고려시대 ‘죽찰’ 등이 전시돼 있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서 ‘제민요술’에서는 황고려두와 흑고려두를 통해 고구려부터 콩을 재배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특히 샘표에서 장 발효 과정을 사각 메주 틀과 스피커로 표현한 작품 ‘Ferment(발효되다)’를 통해 장이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전시의 묘미다. ‘2부 생명을 만들다’에선 장독대 속 우리나라 장 담그기 문화를 담았다. 숨쉬는 그릇 옹기는 그 속에서 물과 공기, 온도 등 자연과 교감하며 미생물을 키워내고 숙성의 과정을 거쳐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탄생시킨다. 스크린 앞 진열된 다양한 크기의 옹기는 토끼 등 문양이 새겨져 있어 옹기에 숨겨진 예술성을 느낄 수 있다. 그 너머 영상에선 계절이 바뀌는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장이 완성되는 과정이 느슨하게 펼쳐지며 쉼을 전한다. 전시장 한가운데 마련된 미디어아트에선 장의 필수요소인 물·소금·메주가 담긴 옹기에서 미생물들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탄생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 발효음식인 장(醬)을 다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곰팡이의 형상을 한 설치물에선 발효의 과학성과 자연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가정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채록해 저술한 ‘규합총서’에는 장 담그기 좋은 날도 기록돼 있다. 순창고추장을 예찬한 ‘해동죽지’, 왕실에서도 장을 엄격하게 관리했다는 기록과 장고를 관리하는 ‘장꼬마마’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경국대전’ 등의 기록물과 ‘낙선재 주변’ 자료 등도 전시돼 있다. ‘3부 과거부터 미래를 먹다’는 식품 명인들을 통해 과거의 전통 장 문화를 현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된 조정숙 명인의 ‘씨간장 장석’에선 항아리 속에 생긴 소금 결정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장석은 간장이 증발하면서 보석처럼 생기는 소금 결정체로 발효음식의 신비로움과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명을 지켜나간 장 문화를 들여다 본 이번 전시는 클릭 한 번이면 신선식품이 곧장 집으로 배송되는 지금 시대에 들려주는 감미로운 힐링 곡 같이 느껴진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한글’ 창제과정 ‘드라마 춤’으로 재현…경기도무용단 ‘세종’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한글’ 창제 과정 등을 드라마 춤으로 구성한 공연 ‘세종’을 선보인다. 다음달 6~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세종과 그의 동반자 ‘소헌왕후’, 세종의 사람들인 최만리, 정인지, 박팽년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세종의 손자인 ‘예종’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작품을 구성해 관객들이 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확장했다. 이번 작품은 예종의 시간 여행을 통해 장면이 가시화되며, 3막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에서 3막,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구성은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대 구성으로 짜임새를 갖췄으며, ‘전환’과 ‘변화’의 묘를 살려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세종대왕의 천장(遷葬)을 주관한 예종의 시대와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 성군(聖君)의 도를 다한 세종의 시대, 그리고 인본의 극치로 세종과 그의 사람들이 만든 한글 자모를 글자춤으로 구성했다. 한류 문화의 근원을 ‘한글’로 탐색해 ‘한글 자모의 춤’에서 인체 예술의 조형성과 구성미를 발휘할 예정이다. 세종에 김용범, 소헌왕후에 박지유, 예종에 정준용, 최만리에 김상열, 정인지에 박영일, 박팽년에 이진택 등이 출연해 세종과 그의 사람들이 함께 펼치는 춤의 대서사에 개성 있는 춤꾼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작품 구성에 현대시대를 포함해 관객의 감성적 참여를 유도한다. 더욱이 이번 공연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이뤄져 한층 더 풍성한 국악과 예술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꿈, 사랑 내가 찾겠어!” 21세기 가족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 웃음가득 연습현장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고, 개척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어 ‘용감한 신데렐라’를 만들어냈습니다.” 다음 달 7~8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수원시립공연단(수원시립예술단)의 제25회 정기공연 가족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의 권호성 연출 겸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아이들에게 꿈을 향한 응원과,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2주 앞둔 지난 20일,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공개 시연회 현장은 단원들의 열기와 함께 극의 내용처럼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은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밝고, 유쾌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자, 단원들의 표정은 이내 진지하게 변했다. ■ “새엄마 사랑받는 신데룰라 통해 다양한 가족 보여주고파”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명작동화이자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왕자님을 만나게 되고, 왕자와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산다. 2024년 어린이 뮤지컬로 재탄생한 ‘신데룰라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데렐라와 닮은 듯 달랐다. 인자한 미소를 지닌 ‘이야기 할머니’가 등장해 관객을 신데룰라가 사는 ‘노리야리 마을’로 안내한다. 동화 속 계모와 달리, 신데룰라의 새엄마는 마음 따뜻한 ‘슈퍼우먼’으로 그려진다. 신데룰라를 포함한 온 마을의 축복 속에 새엄마와 아빠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병으로 죽고 만다. 홀로 남겨진 새엄마는 신데룰라, 신데뽈라, 신데꿀라 세 자매를 때로는 사랑의 매를 들어가며, 때로는 보듬어주며 깊은 사랑과 애정으로 열심히 키워나간다. 권 감독은 “한부모, 재혼 가정 등 지금의 우리 사회는 여러 형태의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래동화와 고전동화 속에는 늘상 ‘못된’ 계모가 등장한다. 권 감독은 “현실에선 자식을 사랑으로 보듬는 새엄마, 새아빠가 훨씬 많고, 다양한 형태의 결합 가족이 존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멋진 발명가 꿈꾸는 엉뚱발랄 소녀, 신데룰라 “난 만들 거예요. 사람들을 이롭게 할 거예요!” 새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난 신데룰라는 엉뚱하지만, 마음 착한 발명소녀다. 작업복을 입고, 목에는 줄자를 매고, 돋보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신데룰라는 늘 다른 사람을 위한 유익하면서도 이로운 것을 발명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를 이롭게 하기 위해 연신 새로운 것을 실험하고 만들어내는 신데룰라 덕에 마을은 난장판이 되고, 곤경에 빠진 신데룰라 앞에 그녀와 생각이 비슷한 한 엉뚱한 남자가 나타난다. “실패할까 봐 무서워하는 거예요”, “말도 안 돼. 실패 없는 성공은 없어요! 밀어붙여!” ‘신데룰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왕자는 신데룰라만큼 엉뚱하다. 높은 신분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알아봐 줄 사랑을 기다리던 왕자는 평범한 백성으로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 왕자는 다른 이를 돕고자 하는 신데룰라에게 푹 빠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며 ‘꿈이 있다면 밀어 붙여!’라는 응원의 노래를 함께 부른다. “만들어 보자 꿈꾸어 보자 꿈이 있다면 한 걸음씩 밀어붙여!” 이번 뮤지컬의 주제곡이기도 한 ‘밀어 붙여’ 노래를 통해 권 예술감독은 꿈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은 조금씩 노력하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서로의 꿈을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인생의 동반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 “화가, 요리사, 과학자 되고 싶은 꿈 많은 어린이들 용기 얻길” 지난 2005년 창작 어린이극 전문인 김정숙 작가와 함께 ‘신데룰라 이야기’를 만들었던 권 예술감독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2024년 작품에는 음악도, 대사도 더욱 세련되게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래서 신데룰라는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왕자의 신부가 될 수 있었을까? 신데룰라는 발명가의 꿈을, 왕자는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었을까? 온 마을 사람이 축복을 받으며 행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의 미소를 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새털보다 가볍고, 고무줄보다 질기고 무쇠보다 강한 옷을 만들고 싶다는 신데룰라에게 왕자는 ‘우리 함께 해보는 거예요!’라며 두 사람만의 행복하고 당찬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이번 정기공연 외에도 축약된 형태의 ‘신데룰라 이야기’를 찾아가는 예술무대로 선보이고 있다. 찾아가는 예술무대는 학교, 도서관, 기업체 등 문화예술 체험 기회가 적은 이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지난 10월 셋째 주에 공연을 선보인 이들은 오는 12월을 비롯해 내년에도 수원 관내 초등학교 강당 등에서 ‘신데룰라 이야기’의 찾아가는 예술무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권 예술감독은 “아이들이 연극과 뮤지컬을 비롯한 문화예술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12월 7~8일 총 4회 공연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 및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보호자 50%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해 가족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사막·정글·우주로 떠나는 꿈 속 여행…수원SK아트리움, 어린이 뮤지컬 ‘폴리팝’ 개최

사막에서 정글로, 정글에서 우주로 변하는 꿈의 세상으로 어린이 관객을 안내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빛과 그림자로 꾸며진 무대에는 다양한 장난감이 등장하며 온 가족을 환상 여행으로 초대한다.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30일과 12월1일 양일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기획공연 시리즈로 어린이 뮤지컬 ‘폴리팝’을 개최한다. ‘폴리팝’은 공연예술 전문단체 (주)브러쉬씨어터의 대표작 ‘두들팝’의 두 번째 시리즈다. 두들팝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미국 아동 청소년 공연마켓 등에서 다양한 수상을 하며 ‘K-아동극’ 장르를 선두하고 있다. 두들팝에 이어 폴리팝 역시 올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 세계 14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선보였다. ‘폴리팝’은 천방지축 주인공 폴리와 폴라의 하룻밤 여행을 그린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이들 앞에 나타난 몬스터 ‘몽’이 안내한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험 이야기다. 매직 미디어쇼인 이번 공연은 빛으로 이뤄진 화려한 영상 기술과 생생한 라이브 연주가 어린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겉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통해 사막에서 정글, 정글에서 우주로 변하는 무대 배경은 어린이들의 꿈속 세상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 연주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형 프레임 놀이와 장난감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무대로 등장하고, 두 주인공과 악사들은 유쾌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더하며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공연은 36개월 이상 관람가로 수원SK아트리움 누리집 및 인터파크 티켓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인천공항, 체험형 전시공간 K-컬처 뮤지엄 오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업해 인천공항에 체험형 K-콘텐츠 상설 전시관인 ‘K-컬처 뮤지엄’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공항공사는 지난 20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서 K-컬쳐 뮤지엄 개관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이학재 공항공사 사장과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K-컬처 뮤지엄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에 있다. 여행객 뿐 아니라 지역 주민, 학생, 어린이 등 공항을 찾는 누구나 연중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종전 미디어 전시관으로 운영한 ‘비비드 스페이스’를 재단장해 1천189㎡(360여평) 규모의 체험형 전시공간으로 확대 조성했다. 외관 전면에 설치한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포함해 LED 체험관 2곳 등 모두 6개의 전시 및 체험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5m 높이의 대형 미디어 파사드에서는 바다 속으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상상의 바다’와 키네틱 예술 방식으로 보석의 질감을 표현한 ‘젬스톤’ 콘텐츠가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관 #4에서는 차세대 미디어 아트 작가인 빠키(Vakki) 작가의 ‘중첩된 리듬’을 포함해 첨단기술과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진 8개의 작품을 전시힌다. 유현석 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은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내·외국인에게 다양한 K-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K-컬처 뮤지엄이 K-콘텐츠 세계화를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학재 공항공사 사장은 “이번 K-컬쳐 뮤지엄 개관을 통해 공항 이용객들에게 인천공항만의 차별화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K-콘텐츠를 추가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해외 여객들에게 한국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이 오페라로…‘라 보엠’ 공연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경기아트센터가 오는 30일과 12월 1일 오후 3시 이틀간 오페라 ‘라 보엠’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푸치니의 ‘라 보엠’은 젊은 시절 예술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보엠(인습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젊은이) 그 자체였던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지구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낭만이 생생히 묘사돼 그 시대로 함께 몰입할 수 있다.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속 청춘의 고통과 낭만이 그려진다. 오페라 팬들에게 익숙한 명곡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평가받는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 등 대표 아리아를 들을 수 있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와 서울시오페라단이 함께한다. 박혜진 예술감독과 김덕기 지휘, 엄숙정의 연출이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독창적인 미장센으로 돋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한국 오페라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서선영, 황수미 두 성악가가 한 작품에 캐스팅 돼 화제를 모은다. 미미역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서선영’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황수미’가 등장한다. 로돌포 역에는 시즈오카 국제 콩쿠르 우승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활동 중인 ‘문세훈’과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라 보엠’에서 로돌포 역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던 ‘김정훈’이 출연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연주로 푸치니의 선율을 전할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기를 기대한다”며 “광역 공공예술기관으로서 앞으로도 순수예술의 문화적 가치를 보전하고 다양한 장르의 우수 공연들을 기획해 예술적 경험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 누리집과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경향을 옛 그림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본다…경기도미술관 '알고 보면 반할 세계'

삶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예술 ‘민화’. 그 속엔 행복·번성·다산 등 이상향이 배어 있거나, 유머와 풍자의 시선이 담겼다. 대중지향적이고, 삶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민화는 ‘K팝아트’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경기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민화와 K팝아트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가 반할 세계’를 지난 15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전통 민화 27점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 19명의 작품 102점이 설치됐다. 이번 전시는 세 가지 세계관에 따른 섹션으로 구분된다. 더 나은 현세를 위한 이상향의 염원을 담은 ‘꿈의 땅’, 해학적 삶의 태도를 그린 ‘세상살이’, 내세에 대한 상상을 조명한 ‘뒷경치’가 소주제다. ‘꿈의 땅’ 섹션에선 화조도나 백수백복도 등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행복, 건강, 장수, 번성 등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알알이 맺힌 열매에 다산의 염원을 담은 ‘포도도’, 영험한 동물로부터 액운을 떨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대호작도’·‘암호도’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염원의 태도는 현대미술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경종의 ‘만수만복’, ‘보물찾기’는 민속적인 요소를 재치있고 현대적으로 풀어내거나, 십장생과 연관된 만화 캐릭터를 숨겨놔 추억과 탐색의 시간을 쌓아놨다. 이인선 작가는 ‘뿔과 뼈’, ‘독과 꿀’ 등 과거 유행했던 스카잔 기법으로 점성술 등과 관련된 상징적 도상을 수놓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민화엔 각각의 재치로 해학과 풍자가 담겼는데, 이 같은 특징은 ‘세상살이’ 섹션에서 잘 드러난다. 깜짝 놀라 휘둥그레한 눈을 한 호랑이, 야무진 까치 등 익살스러운 동물의 모습이 등장하는 ‘호질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쾌락과 타락 등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해학적 관점으로 보여준 김은진의 ‘신의자리-인산인해 2’ 등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민화의 또 다른 키워드인 기복, 주술, 토속신앙은 ‘뒷경치’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신령스러운 동물, 인격화된 신 등 초자연적 영역의 민화들을 볼 수 있는 동시에 현대적 샤먼을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원효대사와 인연을 맺은 요석공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임영주의 ‘요석공주’, 백수백복도 양식을 빌어 상표 문자의 종합체를 그린 지민석의 ‘오문자도(코, 스, 구, 캠, 치)’ 등이 그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삶 가까이에 있는 예술로서 K팝아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 닮고 싶은 세계,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다채로운 경관으로 펼쳐낸다”며 “이번 전시가 ‘K팝아트’의 재정립을 위한 시금석 중 하나로 작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3일까지 이어진다.

“무가 사라진 2045년, 식탁의 모습은?”…‘발칙한 상상력’ 참여형 교육전시 ‘미래 반찬 연구소’ [전시리뷰]

기후 위기와 이상 기온의 변화는 해마다 우리의 ‘밥상’에도 찾아오고 있다. 환경오염과 폭염으로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더 이상 꽃을 이동시킬 수 없다면, 뜨거운 사막에서 식물이 자랄 만큼의 수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을까, 그리고 식물은 어떤 모습으로 생존하고 있을까. 기발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으로 미래의 식탁을 그려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열리는 ‘미래 반찬 연구소’는 현재와 미래의 식문화를 탐구해 보는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다. 유행을 ‘말랑’하게 받아들이고 ‘통통’ 튀는 상상력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기획전 ‘말랑 통통 미술관’의 2부이다. “스튜디오 1750의 ‘미래 반찬 연구소’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미래 반찬 연구소에서는 어떤 것을 연구하고 있을까요?”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마치 2100년의 지구 혹은 행성에 도착한 것과 같은 ‘생소함’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늘색, 주황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거대한 모습으로 자리했고, 천장에 매달린 하늘색 꽃잎은 쉴 새 없이 폈다 오므렸다는 반복하며 관람객을 낯설면서도 설레는 공간으로 안내했다. 연구 재료 1번인 ‘흐르는 꽃’은 땅에서 자라나 하늘로 향하는 우리가 흔히 본 꽃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기다란 주황색의 스타킹 모양 같은 이 꽃은 2050년 뜨거운 사막에서 발견됐다.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어 적은 양의 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했으며, 뿌리가 위에 꽃이 아래에 있어 물을 비롯한 모든 영양분이 꽃으로 향한다. 맛은 무화과처럼 꿀맛이 난다. 두 번째 연구 재료인 작품 ‘방울 주머니’는 노란 기둥에 마치 하늘색 사람 머리카락이 삐죽 펼쳐져 있는 야자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방울 주머니’는 미래에 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자, 많은 무를 얻기 위해 2045년에 개발된 식물이다. 하나의 기둥에서 잎처럼 자라난 하늘색 기다란 방울 주머니는 지금의 무와 똑같은 맛을 낸다. ‘미래 반찬 연구소’는 2070년 세워진 상상 속 연구기관. 관람객은 직접 흰색 가운의 연구복을 입고 연구소 일원이 돼 미래의 지구에 개량된 과일과 식물을 탐색하고, 이를 식탁 속 재료로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며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상설 체험장에서 ‘분홍 주름 방울 주머니 김치 레시피’, ‘나만의 미래 샐러드 만들기’ 등 프로그램도 참여 가능하다. 세 돌이 지난 딸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곽승주씨는 “어린 자녀가 좋아하는 화려한 색감이 많아서 아이들이 보기에 낯설지 않고 재밌다”며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해 보는 메시지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부부 작가 겸 설치미술가인 ‘스튜디오 1750(김영현, 손진희)’은 “우리가 가장 친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음식을 통해 미래를 생각해 보고, 미술관을 즐겁고 재밌게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겉보기에 작품들은 화려하고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 알 수 없다”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해달라”고 덧붙였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 판타지 뮤지컬로 재탄생

국내 123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판타지 뮤지컬로 다시 한번 팬들을 찾아온다. SAMG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사랑의 하츄핑’의 내용을 마술과 결합한 판타지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으로 재탄생시켰다고 18일 밝혔다. 공연은 오는 2025년 1월8일부터 2월16일까지 진행된다. 특히 이번 뮤지컬은 탁월한 스토리텔러이자 대한민국 대표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총연출을 맡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은결의 연출로 표현될 뮤지컬 ‘사랑의 하츄핑’은 영화 속 상상을 현실화하는 마술적 연출을 도입해 독창적이고 풍부한 무대 표현과 환상적인 모험을 그려내는 판타지 공연을 연상케 할 것으로 보인다. 생생한 연출을 구현, 기존의 캐릭터 탈을 쓰고 연기하는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난 퍼펫(인형 오브제극)을 통해 티니핑 캐릭터 고유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어른들이 봐도 재밌는 영화였기에 극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뮤지컬 역시 가족 관객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대형 일루션 기법을 총동원해 국내 최고의 제작진과 함께 완성도 높은 퀄리티의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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