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세계로”…스페인의 카밀 지랄트‧독일의 피터 론스도프 亞 첫 개인전

두 명의 색채 대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하며 색채 예술에 관한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다음 달 4일까지 광주시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리에 본사에서는 스페인의 추상미술 거장 카밀 지랄트(Camil Giralt)와 독일 출신의 세계적 스타작가 피터 론스도프(Peter Ronsdorf)의 첫 아시아 개인전을 만날 수 있다. ■ 카밀 지랄트, 감각의 탐색 카밀 지랄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추상 미술화가로 캔버스 위에 한 겹씩 색을 덧입히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깊이 있는 색의 층과 질감, 빛의 변화가 한데 어우러져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단순한 색채 표현에서 나아가 색의 물리적 특성과 감정적 깊이를 탐구하는 작품 세계는 추상적이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갤러리 2층에선 유럽과 미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카밀 지랄트의 회화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클래식 음악과 피아노, 통신공학을 전공한 그의 독특한 이력은 ‘내면의 균형’이란 주제로 그를 탐구하게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요함, 침묵, 사람과의 거리와 같은 그의 ‘내면의 균형’이 형태, 공간, 색상의 균형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감상할 수 있다. ■ 피터 론스도프, 젊은 색채 갤러리 1층에선 SNS를 뜨겁게 달군 피터 론스도프의 회화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독일 베를린 출신의 피터 론스도프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활용한 색채 작업으로 해외 미술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색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감성적으로도 깊은 울림이 특징.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빠르게 성장한 그의 예술 세계가 이번 전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색상 구성을 중심으로 강렬함과 부드러운 색조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종종 대비와 조화를 조작하며 아크릴과 물을 결합해 특유의 흐르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구성은 직관적이면서도 의도적이다. 관람객은 색조 필드와 명암 층의 의도적인 배치가 전하는 시각적 효과를 차분히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아트리에는 20여 년간 경기도를 기반으로 국내외 작가 전시를 펼쳐온 갤러리로 광주시의 본사와 성남시 분당, 파주시 헤이리 등에 소재해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윤정한 갤러리 아트리에 대표는 “최근의 미니멀하고 색채 중심의 경향을 반영하려 했다”며 “색에 대한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두 작가인 만큼 색채에서 오는 감동을 향유하고, 그대로 느끼며 편하게 감상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무대, 두 개의 공연…창작극 '부인의시대', '우체국에 김영희씨' 미리 엿보기

경기아트센터 경기도극단이 따뜻한 소재로 감동을 나눴던 두 편의 창작극을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경기도극단은 다음달 20일부터 2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2023년 ‘제3회 창작희곡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상작 ‘부인의 시대’와 우수상을 받은 ‘우체국에 김영희씨’를 ‘2025년 창작희곡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린다. 경기도극단의 올해 첫 기획공연이다. 앞서 경기도극단은 지난 2020년부터 극작가의 창작 여건을 마련하고 연극장르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작희곡공모’를 하고 있다. 지난 1, 2회 공모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한 편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여 왔는데 도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3회 공모부터는 우수상을 함께 수여했다. 이번 공연은 경기도극단이 처음으로 공모 당선작 두 편을 한 무대에 올린다. 1부 공연에서는 이미경 작가의 ‘부인의 시대’가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의 제목인 ‘부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어느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는 ‘부인’에 해당하는 네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네 여자 모두 ‘부인’하고 싶은 비밀이 서로에 의해 발가벗겨지는 이야기로, 네 여자 모두 이 세상에서 부인되는 현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간결하면서 유쾌한 상상으로 전한다. 이어지는 2부 공연은 박강록 작가의 ‘우체국에 김영희씨’다. 잊고 지낸 일상의 소소함을 MZ세대 ‘김영희’라는 인물을 통해 극의 재미를 높여준다. 미소, 인사, 돈, 물건 등 많은 것들에 다양하게 ‘주고 받는다’는 행위의 상징 공간으로 우체국을 설정해 기묘한 소문이 도는 지역 우체국을 배경으로 사연과 마음이 오가는 순간을 담아낸다. 두 작품은 무대 구현성, 작품의 발전가능성 뿐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이 맡아 텍스트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작품의 밀도감을 높일 예정이다. 경기도극단 관계자는 “총 29편의 공모 심사작 중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들이다. 특히 박강록 작가는 신진 작가로, 한 무대에서 기성 작가와 신진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보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연을 통해 국내 창작 희곡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동시대 실험적인 시도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벽면에 오디오 테이프를 펼쳐놓고 관객이 마그네틱 헤드로 직접 소리를 만들어 내게 한 백남준의 작품, ‘랜덤 액세스’. 당시 규범화된 개념과 형식을 탈피했던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정형화된 예술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아트’라는 미지의 영토를 개척해나갔던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공유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한데 모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국내외 7개 팀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동시대의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의 첫 전시로, 백남준아트센터가 동시대의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을 소개해 온 프로젝트의 네 번째 버전이다. 참여 작가들은 현대 문명의 이면과 잠재된 가치들을 드러내고, 우리가 규정해 놓은 사고방식과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 작가 얀투는 물류창고에서 사용되는 자동 운반 차량(AGV)을 활용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넘어 예술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관계를 탐구한다. ‘진행 중인 설치’는 AGV가 전시 공간을 누비면서 다양한 오브제를 선택하고 운반하며 전시, 철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설치 작품이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작품을 설치하는 행위’를 기계가 대신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예술품’과 ‘예술품이 아닌 것’이 혼재된 오브제를 옮기는 과정으로 기술적 판단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호남 작가는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 작품으로 전 세계 네트워크 시스템의 근간인 해저 광케이블에 주목했다. 첫 번째 TV 모니터는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실의 서버와 전 세계 9개 도시 서버간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데이터가 광속으로 오가는 소요시간을 도시별로 보여준다. 뒤이어 배치된 9개의 디스플레이는 지연시간만큼 서로 다르게 재생이 시작된다. 작품은 텔레비전의 가능성에 주목한 백남준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광케이블의 동작원리를 가시화해 기술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하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에선 인간과 자연, 기술과의 공존을 모색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장한나 작가는 자연 속에서 돌처럼 변형된 플라스틱을 ‘뉴 락’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수집·관찰하면서 자연의 새로운 지층을 탐구한다. 작품 ‘신 생태계’는 자연과 인공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유도한다. 정혜선·육성민 작가는 GPS 태그를 장착한 동물을 소재로 미래의 초연결적인 동물 생태계에 대한 탐구를 ‘필라코뮤니타스’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와 함께 고요손 작가는 이 전시를 기획한 임채은 학예연구사의 신혼여행기를 담아 ‘임채은의 오로라 여정기’를 선보였다. 임 학예사가 촬영한 사진들과 결혼을 상징하는 면사포 등 오브제를 활용한 조각 작품으로, 예술 창작의 동반자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 조각의 경계를 넓혔다. 이 밖에 전시에선 현대 기술문명의 아이러니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한우리 작가의 ‘포털’, 미디어에 의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왜곡되는 현상을 포착한 태국 작가 사룻 수파수티벡의 ‘콰이강: 고인을 기리며 열린 추모식’ 등을 볼 수 있다. 임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통해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공유할 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실험성과 창의성을 인큐베이팅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서 미래의 백남준을 발굴할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부드럽게 허물어내고,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음을 일깨우게 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용인문화재단, 2025 브런치콘서트 ‘전람회 속 멜로디’ 시즌3 개최

용인문화재단은 오는 3월 29일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2025 브런치 콘서트 ‘전람회 속 멜로디’ 시즌3의 막을 올린다. 2025 브런치 콘서트 ‘전람회 속 멜로디’ 시즌3는 미술사와 클래식이 어우러진 상설공연으로 꾸며진다. 올해 3월로 탄생 550주년을 맞이하는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가 미켈란젤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석학이자 예술가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날 브런치 콘서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유럽의 유명 미술관, 영화관에서 미술사 강연을 하고 있는 이서준 도슨트가 해설에 나선다. 트리니티 필하모닉 수석단원들로 이뤄진 앙상블 트리니티와 브라스퀸텟 서울브라스, 소프라노 정하은, 테너 김재민, 바리톤 이승환의 연주를 통해 고풍스럽고 화려한 르네상스부터 환상과 현실을 횡단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까지 한 시대를 대표했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공연은 3월 29일 ‘피렌체의 두 천재 : 레오나르도 다빈치 vs 미켈란젤로’를 시작으로 5월 10일 ‘민중을 그린 작가 : 장 프랑스와 밀레 vs 에두아르 마네’, 9월 13일 ‘수수께끼 속 초현실주의 : 살바도르 달리 vs 르네 마그리트’, 10월 11일 ‘새 시대, 새로운 예술 : 이중섭 vs 백남준』, 11월 8일 ‘그림 속에서 재즈를 듣다 : 앤디워홀 vs 키스 해링’까지 총 5회에 걸쳐 열린다. ○ 로 티켓은 1층 2만 원, 2층 1만 5천 원이며, 용인문화재단 누리집 또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수원시립합창단, 신년음악회 ‘꽃 피는 날’…“가객 장사익부터 로제의 아파트까지”

전통의 국악이 젊은 감각의 대중가요와 만나 아름다운 화성으로 울려 퍼지고, 우리의 노랫가락이 서양 오케스트라로 재탄생한다. 수원시립합창단은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2025 수원시립합창단 신년 음악회 ‘꽃 피는 날’을 개최한다. 한국음악의 세계화를 이끌어가는 지휘자 김성진(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공연은 한국민요 아리랑을 중심으로 국악의 전통 리듬과 클래식의 풍부한 화성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곡가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를 피아니스트 김은찬의 협연 무대로 시작한다. 이어 가곡 ‘봄이 오면’, ‘수선화’ 등 한국 가곡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작곡가 김동진의 ‘가고파’ 무대가 관객과 만나며 한양대 설립자이자 음악가로도 존경받은 작곡가 김연준의 ‘청산의 살리라’가 각각 작곡가 조혜영, 이현철의 편곡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위촉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Echo of Gyeonggi 노랫가락’을 원곡의 국악관현악과는 또 다른 서양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버전을 선보인다. 경기민요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는 작곡가 우효원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돼 색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2부는 영화 ‘대부3’와 ‘베테랑’ 속 음악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남성 사중창이 영화 ‘라붐’의 ‘Reality’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며 영화 속 한 장면을 재생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라는 평을 받는 가객 장사익은 대표곡 ‘찔레꽃’을 비롯해 ‘님은 먼 곳에’, ‘봄날은 간다’ 등을 부를 예정이다. 무대의 마무리는 대중가요와의 만남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I Got Rhythm’과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전 세계 열풍을 일으킨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의 ‘APT.’, 국민가요로 불리던 god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명곡 ‘촛불 하나’까지 다양한 곡이 예정돼 있다. 무대는 전석 1만원이며 만 5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수원시립합창단 사무국과 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주의 공연전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Slavic Majesty’ 外

■ 공연_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Slavic Majesty’ 28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올해 제325회 정기연주회로 ‘Slavic Majesty’를 공연한다. 지휘자 정나라가 지휘봉을 잡아 부천필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3번 ‘폴란드’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클래식 스타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한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레이먼드 E. 버크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국내 클래식 음악의 흐름을 이끄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라흐마니노프의 복잡한 기교를 세련되게 담아낸다는 평을 받는다. 지휘자 정나라는 지난 2013년 대전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 이후 7년여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폭넓은 레퍼토리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독특하고도 따뜻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 전시_‘그리고 나누다’ 3월8일까지. 갤러리끼 / 갤러리끼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자선 전시다. 이번 전시는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용기와 미래를 응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자선 전시에는 구나영, 권순익, 김강용 등 총 27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연기자 겸 미술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하지원과 박기웅도 참여해 눈길을 끈다. 전시 수익금 일부는 사단법인 솔나무에 기부돼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예술을 통해 희망을 나누고 관람객이 직접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_‘뱀巳’ 3월30일까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선보이는 띠그림전이다. 뱀은 고대부터 생명과 죽음, 재생과 변환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간과 자연, 신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뱀이 지닌 다층적이고 양면적인 상징성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뱀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 상징이 어떻게 진화하고 변모했는지를 살펴본다. 전시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뱀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뱀의 허물 벗음이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전시를 통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술과 미디어 속 이중성·허구 엿본 성남작가조명전 ‘디:바운더리’

성남문화재단은 2025 성남청년작가전의 첫 번째 전시 ‘디:바운더리’를 오는 4월27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작가들의 안정적인 창작 기반을 마련하고, 전시 기회를 통해 작가의 예술관이 세상과 적극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올해 성남작가조명전은 총 3회에 걸쳐 청년작가 2인과 중진작가 2인을 소개한다. ‘탈경계’를 주제로,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경계를 해체하고 초월하는 초연결 사회의 패러다임 속에서 미디어 속 허구 세계와 현실 세계, 개인과 사회, 기술과 인간의 경계와 탈경계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전시에는 현대사회와 기술문명의 이중성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는 이중민 작가와 미디어 환경 속 정보의 인공성, 허구성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하는 전효성 작가가 참여한다. 기술과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을 작가만의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회화, 영상, 설치작품 등 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예술과 기술 속에서의 경계와 탈경계’를 주제로 이중민, 전효성 작가와 함께 작품과 예술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오는 4월12일 진행된다.

"여든, 시 쓰기 딱 좋은 나이” 칠곡 할머니들의 유쾌함 담긴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참 만타/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삐까리다” (박금분作 ‘시’ 중) 돋보기를 들고 눈에 보이는 온갖 재밌는 것을 발견한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할머니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완벽하지 않은 맞춤법이지만 삐뚤빼뚤한 글씨엔 세월이 전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시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찾아 헤매며 지나온 삶을 하얀 종이 위에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쓴다. 배움은 당당함을 알려줬고, 시를 찾는 과정은 여든이 넘은 소녀들에게 설렘을 가져다줬다. 지난 1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라이브㈜의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경상북도 칠곡의 문해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냈다. 문해교육이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이 글을 배우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작품의 원작인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2019)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쓴 김재환 감독이 뮤지컬 예술감독으로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작품은 칠곡리 할머니들의 실제 일화를 재구성해 ‘팔곡리’라는 가상 마을의 문해 학교에 다니는 유쾌한 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한 평생 글을 읽지 못하는 설움을 숨기며 살았던 팔복리의 ‘영란’, ‘춘심’, ‘인순’, ‘분한’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글을 가르쳐주는 문해학교로 향한다. 어느 날, 시사고발 다큐멘터리 PD ‘석구’가 라디오를 통해 할머니들의 사연을 듣고 이들을 찾아온다. 예산 삭감으로 수업 중단 위기에 놓인 문해학교의 선생님 ‘가을’은 석구에게 할머니들이 시 쓰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자고 제안한다. 수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에 할머니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시를 찾기 시작한다. “우리 손주는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니/ 무서워 죽겠다/ …달려가 보듬어 안고파도/ 손주놈 손에 들린/ 동화책이 무서워/ 부엌에서 나가질 못 한다” (강춘자作 ‘무서운 손자’ 중) “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 내가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 …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 (권분한作 ‘내 이름은 분한이’ 중) 이 같은 칠곡 할머니들의 진솔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지난 2013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최우수상 등을 하고,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뮤지컬 넘버로 경쾌한 멜로디의 노래로 재탄생한 이들의 시는 지난한 세월 속 고난과 희망을 담아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수줍은 첫사랑이지만 ‘원수’가 된 남편,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하나뿐인 ‘영감’에 대한 인순의 시와 노래는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다 이내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손주를 피해 부엌에서 나가지 못하는 설움을 담은 영란의 시와 노래는 깊은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특히 딸로 태어나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분한의 이야기는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글자를 배우니 행복하고, 무엇이든 시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이 시를 쓰기 딱 좋은 나이’라 말하는 할머니들의 마지막 노래 한바탕은 객석의 앉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제의 인물들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그 진솔함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창작 단계에서부터 돋보인 작품이다. 제작사 라이브㈜는 문해 학교 학생들을 대본 리딩 현장에 초대하기도, 출연 배우들이 문해 학교를 방문해 함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작진은 그 과정에서의 고민과 깨달음에 관해 이야기했다. '춘심' 역을 맡은 배우 박채원은 "원작인 책이나 영화가 있었기에 탐구할 재료가 이미 있었지만, 배우들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문해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은행에서 숫자를 몰라 애를 먹었던 일 등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나누시는데, 슬픈 일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돌아오는 길에 다같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그날 수업 이후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깊어졌다"고 회상했다. 오경택 연출가는 "시를 읽었을 때, 한 인간의 삶이 어린아이에서 소녀, 젊은 시절을 거쳐 결혼하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가 되는 일련의 과정이 압축된 삶의 힘이 느껴졌다"며 "솔직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작품은 매회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지난 19일 열린 초청 공연에는 전국 문해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문해교육 기관 관계자 300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21~22일에는 간식을 증정하는 ‘급식 날’, 25~26일에는 객석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졸업 앨범 촬영’, 26~27일에는 마지막 공연을 마친 배우들의 무대인사 ‘졸업식’이 예정돼 있다. 김 감독은 “태어나 뮤지컬을 처음 본다는 할머니들이 어린아이와 같이 즐겁게 즐기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며 “젊은 관객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공감하며 문화예술을 즐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27일까지.

객석 울린 앙코르 ‘엄마야 누나야’까지…오페라 황금기 재현한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공연리뷰]

18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음악가들이 선보인 무대는 21세기 한국의 관객들에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깊은 울림과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지난 18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수원문화재단의 2025 신년 음악회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내한 공연은 90분 동안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등 이탈리아 거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18세기 오페라의 황금기를 재현하는 갈라 콘서트를 펼쳤다. 화려한 궁정 의상과 원숙한 앙상블, 재치 있는 표정 연기는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앙코르 무대에서 보여준 진심 어린 무대 매너는 관객에게 전달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300년 전 베네치아의 화려한 연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감동으로 변했고, 이들이 선보인 연주는 바로크 음악을 보다 친숙하고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막이 오르기 직전, 관객들의 얼굴은 호기심의 들뜬 표정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900석가량 꽉 찬 객석에는 베네치아 귀족 연회장을 어떻게 재현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등장한 오케스트라의 눈을 사로잡는 복장에 객석은 등장만으로도 즐거움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 관객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이는 뛰어난 표정 연기와 능숙한 무대 매너를 보여준 소프라노 산드라 포스키아토였다. 특히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제1막에서 여주인공 로지나가 알마비바 백작이자 가난한 청년 린도로가 보낸 편지를 읽고, 그에 대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며 부르는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Una voce poco fa)은 천장을 찌를 듯한 화려한 성악 기교가 돋보였다.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바로 이어진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 제3막에서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곡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은 소프라노와 테너 두 남녀가 보여준 코믹한 연기가 객석을 웃음 짓게 했다. 경쾌한 왈츠풍의 리듬과 우리에겐 ‘갈대’라는 단어를 재치 있게 활용한 광고 음악으로 친숙한 작품은 현장에 밝은 분위기를 더했다. 본 공연에서 가장 열띤 호응을 이끌었던 넘버 중 하나는 오페라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 푸치니의 ‘투란도트’(Turandot) 가운데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사라져라, 밤이여. 지거라, 별들이여. 해가 뜨면 승리하리라!”를 외치는 곡은 제3막에서 칼라프 왕자가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히고 승리에 대한 확신과 사랑의 결연함이 담긴 아리아로 ‘승리하리라’를 외치는 테너의 깊은 울림과 묵직한 감동이 매력이다. 절정으로 향하는 테너의 독창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끝내 외치는 승리는 객석에서 ‘브라보’를 외치게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9곡의 알찬 무대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4곡의 앙코르 무대였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멀리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18세기 화려한 궁정 의상과 가발을 착용한 베네치아의 음악가가 뱉은 첫 마디에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한국어가 들려오자 깜짝 놀랐던 얼굴들은 이내 감동의 표정으로 변했다. ‘엄마야 누나야’에 이어 ‘그리운 금강산’이 시작되자 머리가 희끗한 한 중장년의 관객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는 이달 충남, 부산, 경남 등 국내 4개 도시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며 한국 관객을 위해 가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4개 도시의 투어 일정의 마무리가 된 수원에서 이들은 ‘그리운 금강산’을 앙코르 무대에 추가로 선보이며 이곳의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했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한국 관객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한 마디 가슴에 손을 하나 얹은 채 부르는 소프라노의 모습은 특별한 말 없이도 관객에게 전달돼 깊은 여운을 남겼다. 객석은 두 팔 벌려 환호와 오랫동안 박수갈채를 보내며 화답했고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의 마무리 인사는 한동안 계속됐다. ● 관련기사 : “세계적인 바로크 앙상블...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아니?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0580136

제106주년 3.1절 기념행사, 아트센터인천서 열린다

인천시가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제106주년 3·1절 기념 행사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독립유공자 유족, 보훈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및 기관·단체장, 시의원 등 주요 인사와 시민 1천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나라 사랑 정신을 계승하고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했다. 시는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영상 관람을 시작으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헌시 낭독 등 선조들의 의지를 기리는 시간을 준비했다. 또 시는 3·1절 기념 공연에서 퓨전국악밴드 ‘경지’가 ‘36년(어둠에서 빛을 보리)’과 ‘자유의 외침’ 등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곡들을 선보인다. ‘36년(어둠에서 빛을 보리)’은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들에게 감사와 추모의 뜻을 전하는 곡이다. ‘자유의 외침’은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차가운 옥중에서 느꼈을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이어 시는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3·1절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한다. 대형 태극기 및 대한민국 지도에 소망 쓰기, 양말목 키링 만들기,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독립투사 감옥 체험, 독립군 체험(주먹밥 & 황칠차), 역사 퀴즈 코너, 나라사랑 손도장 태극기 플래시몹 등을 준비했다. 홍준호 시 행정국장은 “3·1절을 맞아 준비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순국선열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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