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집안에만 있기를 거부한다.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어디로든 가 달라고 부모를 보챈다. 더운 여름을 이기고 아이들의 소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집을 벗어나는 길밖에 도리가 없을 터. 얼마 전 빗길에 가까운 벗들과 강화도를 찾았다. 한 번 찾고 나니 아이들을 데리고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강화대교를 흐르는 한강 유역을 따라 문수산성이 엿보이는데 그 산성 밑 월곶리에 홍선웅 작가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46년 전, 1866년(고종3)은 봄부터 피비린내가 천지에 진동했다. 흥선대원군이 천주교 금압령(禁壓令)을 내린 뒤 프랑스 신부를 비롯해 조선인 천주교신자 수 천 명을 학살했기 때문이다. 박해를 피해 탈출한 한 신부가 주중 프랑스 함대사령관 로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 해 10월, 로즈가 함대를 이끌고 강화도를 점령하자 조선은 제주목사로 있던 양헌수를 불러서 수복계획을 지시했고, 양헌수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 산성으로 쳐들어오는 프랑스군을 격퇴시켰다. 홍선웅의 문수산성은 평온한 일상이다. 이 작품 어디에서도 병인양요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산하는 투명할 정도로 푸르러서 그저 어느 여름날의 한적한 풍경으로 읽힐 따름이다. 그런데 하나하나 살펴보면 이 작품의 일상에는 지금 여기의 남한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왼쪽으로 한강 유역을 경계 짓는 3?8선 철책을 끼고 월곶리 가는 길이 이어지고, 그 길 오른 쪽으로는 접경지 마을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코앞 한강 물을 만져보지도 못할 것이다. 문수산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산성이 들어차서 뒤와 앞을 가로 막는다. 나무들과 산하는 변함없이 푸른데, 우리는 그 사이를 나누고 갈라서 이렇듯 오도 가도 못하게 했다. 먼 역사는 물론이고 지금도 첨예한 남북 분단의 현실이 저 일상에 콕 박혀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저 일상으로 들어가 북한을 바라보며 남한의 풍경을 그려왔다. 목판화의 진경을 찾아 20여년을 헤맨 끝에 그가 찾은 둥지이기도 하다. 올 여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저 길을 걸어 월곶리에 가 볼 것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유완식)은 2012년 신진예술가 지원사업 일환으로 반딧불놀이를 진행한다. 반딧불놀이는 반딧불이 한 마리가 빛을 발산하면 다른 반딧불이도 더불어 한밤의 콘서트를 열듯, 선정된 신진예술가들이 아트코디네이터와 함께 새로운 경향의 예술을 창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원분야는 시각예술, 공연예술, 다원예술이며 만 40세 이하의 예술가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이들은 비평가나 기획자 등의 아트코디네이터와 협업해서 6개월간 수원 구도심 내에서 창작 활동을 진행, 이 기간 중 최소 2회의 발표회를 통해 아트코디네이터와의 협업이나 지역과 연계한 창작과정을 공개하면 된다. 선정된 신진예술가에게는 창작과정에 필요한 임대료 등의 비용과 작품 발표비를 포함해 건당 최대 1천500만원까지 지원되며, 모두 2팀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원신청서는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www.swcf.co.kr)에서 다운받아 9월3일부터 9월10일까지 수원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 예술지원팀에서 방문 또는 우편접수하면 된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갑과 을은 수원 소재 토지 1필지를 낙찰받은 후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여 이익금을 분배하기로 약정하고, 을이 입찰보증금 2천만원을 납부하여 위 토지를 낙찰대금 2억 원에 을명의로 낙찰받았다. 그 후 갑은 5천만원, 을은 3천만원을 각 출자하여 입찰보증금 포함 1억원을 마련하였으나 나머지 낙찰대금 1억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갑과 을은 병에게 나머지 낙찰대금 1억원을 투자하면 위 토지를 을 명의로 등기한 후 곧바로 병 명의로 이전해주기로 했다. 또한 이후 위 토지 지상에 다세대주택을 지어 발생하는 분양이익금의 50%을 병에게 주겠다며 동업을 제의했다. 병은 위 동업제의를 수락하고 1억원을 출자하였다. 그러나 을은 위 동업약정을 어기고 자신의 명의로 낙찰받은 위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3억원에 매도한 다음, 그 매도대금 전액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였다. 이 경우 병이 취할 수 있는 법적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갑, 을, 병 사이의 동업약정에 의하여 을 명의로 위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으므로, 위 토지는 동업재산으로서 동업자인 갑, 을, 병의 합유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동업관계가 존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업자 중 1인이 동업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였거나 또는 동업재산의 처분으로 얻은 대금을 보관 중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그는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을은 자신의 지분비율과 상관없이 위 토지의 매각대금 3억원 전부에 대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지게 된다. 한편 병은 동업관계를 벗어난 개인의 지위에서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동업자 1인의 횡령행위로 동업체가 손해를 입은 경우, 그로 인하여 동업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입은 주체는 엄연히 동업체이다. 동업자는 그 손해를 개인인 자기에게 배상할 것을 청구할 수는 없고, 동업체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청구하여야 한다. 다만 이 사안과 같이 동업자 1인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동업관계가 종료되고, 달리 동업체의 잔여업무가 남아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동업체의 유일한 재산이 횡령행위를 한 동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형식으로 잔존하고 있는 경우, 대법원은 다른 동업자가 횡령행위를 한 동업자에게 그 손해배상채권액 중 자신의 출자가액 비율에 의한 몫에 해당하는 돈을 잔여재산분배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동업체를 벗어난 개인의 지위에서 횡령행위를 한 동업자를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는 없으나, 예외적으로 동업관계가 종료되고 잔여재산분배 이외에는 동업체의 잔여업무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분배비율을 초과하여 잔여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동업자를 상대로 직접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병은 동업체의 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인 3억원 중 자신의 출자가액에 비례한 금원인 1억 5천만원(3억원 1/2)에 대하여 을을 상대로 직접 잔여재산분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의 (031)213-6633
연일 낮에는 33도를 웃도는 무더위, 밤에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열대야로 인체의 중추신경계가 흥분해 잠을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며, 다음날 피로를 이겨내지 못하는 수면 지연 증후군까지 나타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열대야를 이겨낼 수 있을까? 열대야를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에어컨은 자칫 냉방병과 감기를 부를 수 있으므로 가까운 공원이나 광장에 돗자리를 펴고 가족, 연인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보자. 다만 지나친 운동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가벼운 조깅이나 속보, 산책 등 약간 땀을 흘릴 정도가 적당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찬물 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해야 한다. 찬물로 목욕하면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 샤워를 하면서 따뜻한 물줄기로 어깨 등을 자극라면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잠자기 전 선풍기를 틀어놔야 할 상황이라면 수면 시작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가동시켜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선풍기 바람을 쐴 경우 저체온증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더위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면 뒤척이는 것보다 잠자리에서 벗어나 가벼운 독서를 하다가 잠이 왔을 때 잠자리에 들면 효과적이다. 침구를 이용한 이색 열대야 퇴치법도 있다. 잠자리에 모시를 깔고 자면 감촉도 좋고 땀도 잘 발산돼 숙면에 도움을 준다. 또 시중에 출시된 쾌면 베개는 마시지 효과와 통기성이 우수해 접촉 부위를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여름에는 땀의 손실이 커서 누구든 체력이 쉽게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피로와 무력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여기에 무더위, 열대야 현상까지 겹치면 입맛까지 뚝 떨어진다. 이럴 때 무얼 먹으면 떠나간 입맛이 돌아올까? 나른하고 식욕이 없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들을 알아보자. ■여름엔 이열치열! 예로부터 조상들은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겨냈다. 날씨가 더우면 몸 안이 차가워지고 추우면 몸 안이 더워지므로 여름엔 따뜻한 음식, 겨울엔 차가운 음식을 먹었다. 추어탕, 갈비탕이 질렸다면 맵고 뜨거운 해물찜을 어떨까? 매운맛은 땀을 통해 더운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새우, 홍합, 쭈꾸미 등 해산물은 몸이 차갑고 허약한 사람이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삼계탕 속 닭을 뜯어 먹기가 귀찮다면 닭죽을 먹자. 닭죽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피를 보충하는 작용이 있어 체력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쇠고기, 돼지고기 보다 콜레스테롤 걱정을 덜 해도 된다. ■시원한 국수가 제격! 더울 땐 그릇에 담긴 따뜻한 밥을 보는 것만으로도 덥다. 이럴 때 국수를 삶아 내 시원한 국물을 곁들여 먹으면 입맛도 돌기 시작한다. 콩을 정성스럽게 갈아 만든 콩국수는 입맛이 없고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별미일 뿐 아니라 보양음식이기도 하다. 시큼하게 잘 익은 열무로 새콤하게 말아낸 열무국수도 있다. 후텁지근한 오후 입맛도 없고 시원한 것만 땡길 때 칼칼한 열무국수 한그릇 들이키면 땀이 절로 들어간다. ■과일채소로 더위 이기기 여름엔 당연 수박이 과일의 왕이다. 제철을 맞은 수박은 가격도 저렴하고 수분이 많아 더위로 인해 배출된 땀을 채워줄 수 있다. 칼로리는 비교적 높지만 달고 맛있기 때문에 입맛이 없을 때 화채나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칼로리가 거의 없고 수분이 많은 오이도 추천한다. 씹는 맛이나 식욕증진을 기대할 수 있고 몸을 차게 해주는 작용을 해 갈증이 날 때, 몸이 나른하고 더위를 먹었을 때 오이즙이나 새콤달콤한 오이무침을 먹어보자. 매실도 빠질 수 없다. 매실의 신맛은 식욕을 자극시키고 소화를 돕는다. 또 구연산이 다량으로 함유돼 배탈이나 과식, 체력 보충용으로도 제격이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이사장 임광진) 영통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가 급증하는 여름방학을 맞아 28일 오후 3시30분~5시 영통중심상가에서 1318 알바 권리보호 캠페인을 개최한다. 이날 캠페인에는 영통청소년문화의집에서 활동 중인 30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청소년이 일할 수 없는 업종, 지급해야할 임금, 근로시간, 피해시 구제방법 등 청소년 아르바이트 10계명이 적힌 전단지를 배포한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청소년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에 대한 소개와 근로계약서와 부모동의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청소년근로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가두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을 고용한 사업주 등 성인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의 건전한 아르바이트를 위한 정보자료와 안내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영통청소년문화의집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사회 단체들과 연계해 1318 청소년들의 근로 권익을 널리 홍보할 것이라며 바른 일자리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청소년의 꿈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지킴이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대한불교조계종 광교산 봉녕사(주지 자연스님)는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4박5일간의 일정으로 여성 단기출가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이번 단기출가 프로그램은 출가수행에 관심을 둔 여성들에게 직접 사찰 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도제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학인 스님과 함께 한 도량에서 생활하면서 새벽예불에서 저녁공양에 이르기까지의 스님들의 수행생활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또한 발우공양과 다도, 명상, 등 사찰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각종 수행과 생활방식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찰음식, 문화, 교리 등 다채로운 강의로 구성했다. 참가대상은 여성 20명으로 참가비는 일반인 20만원, 학생 10만원이다. 주지 자연스님은 묘엄스님은 한 명의 도제라도 있다면 끝까지 그를 교육해 인천(人天)의 사표(師表)로 만들겠다는 원력을 세웠다며 많은 여성들이 출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번 단기 출가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아름답고 청정한 절, 봉녕사에서의 5일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찾기가 가능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교산 기슭에 자리한 봉녕사는 고려 원각국사가 창건하고 묘엄스님이 평생 가꾸신 아름다운 가람으로 비구니 전문교육기관인 승가대학과 세계 최초의 비구니 율원을 설립해 후학양성을 위한 교육도량으로 자리매김해왔으며 한국 사찰 음식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사찰음식의 대향연을 개최해 오고 있다. 문의 (031)256-4127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문화원은 전국 총 229개 문화원이 설립되어 광역단위 16개 지회를 통해 묶여있으며 연합회라는 기구를 통해 전국문화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거대문화조직으로서의 자기 위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이라는 법률에 의거, 지역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특색 사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현실화함으로써 지역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원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연구, 조사, 발굴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 사업으로 삼았다. 대문에 그 지역을 알려면 문화원을 통한 접근이 가장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빠른 속도로 마을이 해체되고 새로운 도시형태가 정립됨에 따라 외부 인구가 영입되고, 그 지역을 빠져나가는 등 인구 구성원의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인구 구성원의 변화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틀거리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그동안 살고 있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지역의 분위기와 생활 형태가 다른 지역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해 일정 부분의 변화가 생긴다. 건물이 헐리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기존 주택이 재정비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도 하고, 자립적 경제구조를 영위해 오던 지역 경제가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지역의 위상을 높이기도 하며 이른바 베드타운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문화가 사람들의 총체적 삶의 모습이라는 정의에 동의한다면, 지역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은 사람들의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이고,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은 그 지역의 문화적 양상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경기도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의거, 문화원이라는 네트워크 조직이 어떻게 사업을 전개하고, 어떠한 시대적 흐름에 맞추며, 어떤 모양을 갖추어야 하고, 그것이 지역문화의 차원을 넘어 광역단위인 경기도 내에 어떠한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적 역할이 강화되고 지역의 문화정책 생산구조가 지역 정가에 맡겨지기도 하면서, 문화원이 가져가야 할 지역의 역사적 바탕에 근거한 문화정책 생산기능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경기도 문화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업이 지역의 문화적 흐름에, 경기도의 문화적 흐름에,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 세계적 문화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 점검해야한다. 유형, 장르, 대상, 소재에 따라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에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는 경인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경기일보와 공동기획을 통해 31개 시군에 분포돼 있는 문화원의 다양한 문화사업의 적극적, 심층적, 반성적 분석 및 정리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 기획을 통해 향후 변화하는 문화적 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망과 비전을 발견하고 이미 형성돼 있는 31개 시군 문화원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도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니즈(Needs)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단초를 찾고자 한다. 본 기획은 4개의 키워드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 번째는 문화원형(문화유산, 역사문화인물, 자연환경, 지역민들의 삶과 정서가 반영된 민담 설화 등)을 기초로 한 도시브랜드 형성의 사례를 발굴, 현재 전개되고 있는 문화원들의 사업을 심층 분석해 사업 소개 및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향후 어떤 비전과 대안마련이 가능한지까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는 31개 시군 문화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사업 또는 지역축제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재의 문화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가 심층적으로 분석될 예정이다. 세 번째는 앞서 말했듯이 관객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도민들의 문화적 향유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하며, 문화예술을 깊이 있게 향유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 중에 있다. 우리는 그것이 현재의 문화 예술적 흐름 속에 어느 지점에 와 있으며 향후 대안과 비전 마련을 위한 단초를 찾고자 한다. 그것을 통해 마지막으로는 어떤 의미에서 해체되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 탄생된 마을 공동체의 회복과 건강한 마을 공동체 확립을 위한 사업 유형을 소개하고 분석해서 문화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가야 할 새로운 마을의, 도시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것은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문화를 통해 활력을 얻고자 하기 위함이다. 또한 여행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의 낯섦과 그것으로 인한 문화적 충격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편안함과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를 가건 크게 다르지 않은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총체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문화적 양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결국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찾아야 하며, 그 관계를 통해 창출되는 역사문화사회예술적 형태의 다른 이름이다.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모호해졌다.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누가, 무엇이 결정하는가?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는 이번 기획을 통해 31개 시군 문화원을 통해 전개되는 사업이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형성되고 전개되며,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는 문화가 어떻게 경기도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있는가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문화적 양상이 어떻게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문화와 세계적 문화흐름의 어디에 접점을 두고 있는가를 밝혀내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상종 한국문화원연합회 경기도지회장
장 발장(Jean Valjean)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세상은 배척과 멸시로 그를 대했다.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속여 새 삶에서 성공했지만 과거의 굴레는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에 흐르는 모티브는 전과자란 낙인이다. 한번 낙인으로 찍히면 헤어날 수 없는 부조리한 사회 편견이 걸작을 나오게 했다. 18세기 미국에서 간통을 한 여성이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했던 주홍글씨 역시 낙인의 대표적 예다. 현 시대에 육체적 낙인은 사라졌다. 그러나 정신적 낙인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의 목을 옥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대상에 새하얀 도화지처럼 순진무구한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 지난 12일 안산시 선부동의 하늘꿈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편협되고 왜곡된 시선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 캡틴플레닛이 대신 만들어 주는 정원 이 아이들에게 누가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죄? 무정한 부모를 만나 혹은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어버린 죄? 현행 법은 불가항력에 의한 행위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빈곤층 자녀, 고아 등의 이유로 이 아이들을 기피 대상 혹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갔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이 심할 정도로 냉소적이었거든요.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했는데 시끄러워!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기 일쑤였죠. 하늘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2년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양재혁 컬쳐커뮤니티동네 대표는 첫 수업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양 대표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가 가르치는 것은 그림 그리는 법이 아니다. 동양화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아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업 제목도 양재혁의 미술학교가 아닌 하늘꿈 캡틴플레닛의 대신(substitute) 정원이다. 캡틴플레닛은 자연을 지키는 만화속 히어로다. 이 수업에서 아이들은 캡틴플레닛이 되어 주민들 대신 정원을 만들어 준다. 아이들은 그렇게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 공공미술이요? 노는 거예요~ 오늘 여기서 뭐해? 공공미술이요! 재밌는 거예요. 노는 거예요. 1주일이나 기다렸어요. 전 빠진 적 한 번도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김민수군(가명)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말은 빨랐고, 눈가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이의 부모는 인근 공단에서 일을 했다. 아이에겐 틱장애가 있었고, 방과후 내내 센터에서 지냈다. 오후 3시 수업 시간이 가까워 오자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센터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여섯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20여명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어댔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가 그렇듯이 이곳 아이들 역시 상당수가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이들이었으며, 개중에는 엄마 아빠가 없는 그룹홈 아이들도 끼어 있었다. 수업은 지난주에 심은 강남콩 싹을 인근 석수골 작은 도서관으로 옮겨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원은 아이들과 지역민들이 만나는 접촉점이 된다. 지난해에는 동네를 리폼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낙후됐거나 노후된 시설들을 수선해 주는 거였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집집마다 찾아다녔는데 문전박대를 받기 일쑤였죠. 양 대표의 얘기다. 그렇게 해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 바로 석수골 작은 도서관을 리폼하는 것이었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많은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드나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재활용품을 가지고 만든 사전 받침대 같은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이 쉽게 눈에 띠었다. 본 수업은 캡틴 플레닛을 상상력 넘치는 히어로로 만드는 게 핵심 목표다. 계란 안전장치 만들기, 장풍 장치 만들기 등 오감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끄집어낸다. 그 상상력은 고스란히 대신 정원에 투여된다. 양 대표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공동체적 의식과 개별적 이미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결과는 과정안에 있다 저희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데, 지원해 주는 쪽에선 결과물을 원하죠. 수업이 종반에 가까워지면 저도 모르게 (결과물을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평가를 받아야 내년에도 교육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양 대표는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지원 시스템으로는 안정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지원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양 대표는 단체 실무자들이 아이들과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모든 수업을 실무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현영씨(37여)는 학교 수업 때문에 늦을까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 수업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다며 어쨋든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센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낙인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수치와 좌절의 감정이 쌓인다. 시인 정호승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나를 쓰러뜨린다며 상처가 스승이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가면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세월이 약이다. 그래도 낙인효과(labeling effect)라는 흉터는 오래 간다.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나쁜 쪽으로 변하는 게 인간 심성이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목요일이 허전해질 것 같다는 한 그룹홈 아이의 말처럼 하늘꿈 캡틴플레닛의 대신 정원은 이 아이들의 상처가 흉터가 되지 않도록 보듬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오늘은 부평구 갈산동 421-1번지 콜트-콜텍의 기타노동자들이 해직과 공장폐쇄에 저항하며 투쟁한지 2천1일째 되는 날이다. 전 세계 기타 시장의 30% 점유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자랑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은 것은 노동조합의 탄생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정리해고를 시작했고 2008년에 공장을 폐쇄했으니 5년여가 되었다. 지난 5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은 부평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는 정리해고이고 이후는 사업폐지로 인한 통상해고 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긴박한 경영상에 의한 해고라는 판결의 기준은 어이없다. ㈜콜트-콜텍은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같은 이름의 공장을 세웠고, 악기판매업체인 ㈜기타넷까지 운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명백한 위장폐업이지 않은가! 문제는 노동자들이다. 해고와 폐쇄로 노동자들은 기약없이 길거리로 내 몰렸다. 이것은 엄연히 노동자에 대한 박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박해를 피할 피난처조차 구하지 못하고, 그들이 일했던 공장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4조에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 가서 피난처를 구할 권리와 그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해야 할까? 그들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망망대해를 노 저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 앞에 드넓은 물결을 가로지르는 철책이 가로놓여 있다. 철책은 드세고 거대하며 날카롭다. 위협적이다. 그들은 결코 철책을 넘지 못할 것이다. 배는 표류할 것이고 사람들은 굶주릴 것이다. 세찬 비바람을 만나거나 끝내 정착지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손 내밀어야 하고 안아주어야 한다. 이부록의 그림은 바다를 황토 빛 마른 대지로 표현하고 보트피플(Boat People)을 푸른 물결로 표현한 것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희망은 노동이고 노동자다. 노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는 그들의 공장이 다시 환하게 불 켤 수 있도록 힘을 더하는 일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