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이 절정을 치닫는다. 아침저녁의 날씨가 사뭇 쌀쌀하다. 미루나무 한 그루 없는 도시에서 저것들의 외침은 사필생(死必生)이다. 죽어야 사는 삶의 지속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매미의 일생은 어쩌면 짧은 삶의 환희보다는 지속을 희망하는 삶의 찬가에 있을지 모른다. 런던올림픽이 끝났다. 어느 것 하나 드라마 아닌 것이 없었다. 그들의 삶은 승리를 향해 있었으나 정상에 오르지 못한 그 길 또한 아름다웠다. 활짝 핀 꽃의 아름다움에 비할까 마는 피지 못한 꽃망울의 순정이 예쁘고 지는 꽃의 향기도 진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작 4개월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올림픽에 가렸던 대선 국면이 수면 위를 달구게 될 것이다. 그들도 사필생의 각오로 절정을 향해 내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를 위해 달려가는 것일까? 대선은 무엇의 지속일까? 이샛별의 서커스오서커스는 대선 질주가 권력을 향한 욕망의 지속이라고 꼬집는다. 런던올림픽의 몇몇 순간들이 페어플레이를 무색케 하는 오심의 연속이었듯이 대선 질주도 대부분 험담과 비방, 욕설, 비난, 음모로 가득 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를 반추하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화면 속으로 불러들였다. 그런 다음 그들을 어릿광대의 옷을 입혀 서커스를 하게 했다. 얼굴에 핏발세우며 혈기 왕성한 모습으로 곡예를 펼치는 저 인물들은 지속을 꿈꿨던 이 땅의 권력자들이다. 그들 뒤로 녹색의 얼굴을 한 여성들은 그런 욕망의 지속에 저항했던 인물들이다. 푸른 숲에 곡예사를 배치하고 그 위에 꽃을 뿌려 마감한 이 작품의 핵심은 사실 꽃에 있다. 그 꽃은 인공의 꽃이다. 작가는 인간의 본질과 함께 부서지고, 짓이겨지고, 망가지고, 죽어버린 보조자연이고,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현 사회구조에 대한 은유물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인공의 꽃은 대선 주자들의 화려한 공약 수식어에 다름 아니다. 그 꽃의 낯선 향기에 취해서 판단을 흐리면 권력의 지속에 놀아나게 된다. 참 사람의 희망세상을 꿈꾸는, 그런 희망세상의 지속을 실천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 도서관에서는 내가 이야기꾼 이예요! 여덟 살 태민이에게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은 놀이 장소다. 그곳엔 높다랗고 근엄한 건물도, 왁자지껄 놀지 못하게 꾸짖는 경비 아저씨도 없다. 대신 책 보기에 좋은 나지막한 평상이 있고, 재미있는 놀이를 함께할 친구들이 있다. 무엇보다 태민이가 친구 규민이(8)와 함께 만든 바퀴달린 도서관이 있다. 오늘은 태민이와 친구들이 만든 도서관이 동네 한 바퀴를 활보하는 날. 운전은 내가 할거예요!라고 도서관에 매어 놓은 줄을 잡으며, 벌써부터 태민이는 들뜬 모습이다. ■ 동네 밀착형 아나바다 도서관 만들기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신나는 약대 가족도서관에서는 태민이 또래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함께 아나바다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부천 지역 시민단체 여러가지연구소가 지역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기획한 아나바다도서관 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소개해주고 싶은 책을 싣고 달리는 바퀴달린 도서관을 만든다. 단순히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들과 함께 책 이야기도 나누고 직접 이야기꾼이 되어 동네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지방자치 성공 사례로 보도된 바도 있는 부천 작은도서관은 현재 부천시의 동네 구석구석과 문화소외지역 16곳에 깊게 뿌리내려 도서관에 대한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지역 문화시설이다. 한편으로 작은도서관이 활성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도서관 이용 방식은 아직도 예전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여러가지연구소의 문제의식이다. 민경은 여러가지연구소 대표는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고 하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토리도 없는 정보성 과학만화를 고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많은 어머니들도 미리 책 이름을 정하고 도서관에 오지 아이들과 도서관에 있는 책을 둘러보려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연구소의 발상은 아나바다도서관 프로젝트로 연결됐다. 바퀴달린 도서관 등을 통해 도서관이 가지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것. 그리고 방문객들이 직접 사서 혹은 이야기꾼의 역할을 하면서 수동적으로 도서관을 소비하기만 했던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서관 입장에서는 해체라고 할 수도 있고, 참여자 입장에서는 체화라고 할 만한 역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여러가지연구소는 아이들을 위한 바퀴달린 도서관 프로그램과 어머니들을 위한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아이들은 도서관을 끌고 다니며 동네 주민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된다. 어머니들도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이야기 모임을 만들고 서로 책을 소개시켜주는 자치적인 도서관의 매개자가 된다는 구상이었다. ■ 매개자 프로그램에서 시행착오도 프로그램이 난관에 부딪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민 대표는 처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던 어머니들이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주도적으로 매개자 교육을 이끌고 나갔던 몇몇 분들이 빠졌다며 아이들 교육이 아니라 도서관과 동네를 위해서 주도적인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낯설어했다고 전했다. 현재 매개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 이윤희씨(42)는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도와주고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정도인 줄 알았다며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대게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에서 기존 어머니들이 머물렀던 학습보조자의 역할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몇 차례의 토론과 설득을 거치고 지금의 인원이 남았다며 어느 정도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 모두와 함께 나누는 책 이야기 오후 2시의 땡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만든 바퀴달린 도서관은 동네를 활보하며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두 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기차를 끌었고, 오랜만에 동네 놀이터에 들려 지친 기색도 없이 뛰어놀았다. 특히나 아파트 단지에서 잠시 쉬러 나온 동네 할아버지에게 책을 읽어드리기도 한 아이들.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부끄러워 하기도 했지만 할아버지가 이내 잘들었다, 참 용기있고 예쁘구나라며 화답하자 다른 아이들도 서로 읽겠다고 나서는 통에 선생님들이 말리기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왁자지껄한 나들이를 끝내고 온 아이들을 반기는 어머님들과 시원한 수박을 나누어 먹은 다음 도란도란 한 줄 낭독회가 이어졌다. 어머니들도, 아이들도 구분 없이 서로 읽어주고 싶은 책의 한 구절을 나누는 시간이다. 태민이의 세상 무엇보다도 큰 대왕 오징어 이야기와 규민이 어머니의 앤서니 브라운이 화가가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가 나누어 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학부모 김미선씨(38)는 너무 준비 없이 나온 것 같다면서도 다른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소개해주는 책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도 어머니들과 같이 이런 프로그램을 하니깐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도서관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라는 고민 이제 3회 차가 지난 아나바다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캠핑도 하고 함께 책이야기도 나누며 저마다의 책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눌 예정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첫 나들이에서 바퀴가 부러진 아이들의 바퀴달린 도서관도 조금은 견고해지고, 아직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낯설기도 한 한 줄 낭독회 동네의 만담이 지나가는 동네 사랑방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연구소는 신나는 약대 가족도서관을 비롯, 부천 지역 작은도서관 두 곳에서 아나바다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작 단계인 까닭에 아직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부천 지역에 뿌리내린 작은도서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그동안 도서관이란 어떤 곳이었는가, 또 도서관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를 한번쯤 고민하게 만든다. 정혜교 자유기고가
경기문화재단 산하 경기문화재연구원(원장 조유전)이 전래놀이 지도자 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연구원이 한국의 전래놀이를 총체적으로 조사, 연구해 보급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 교육과정은 9월1일부터 11월까지 진행되며, 참가신청은 오는 8일부터 26일까지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다문화 가족, 보육교사, 방과 후 교실 교사, 심리치료사, 놀이캠프 지도자 등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며 수강료는 20만원이다. 특히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전곡선사박물관, 남양주역사박물관 등 도내 세 곳에서 동시에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과정에는 강의와 함께 현장실습과 보급을 겸해 각종 행사장에서 전래놀이 판벌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래놀이는 전통 민속놀이의 범주에서 아이들 중심의 놀이를 통칭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 단순한 어린이놀이가 아니라 전통 민속사상을 담고 있어 자연과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문의 (031)231-8578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장마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호우의 가능성과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다. 어느 정도의 비는 가물었던 대지를 적셔주고 또 운치도 있지만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철에는 물로 인해 위험한 사고가 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도 생긴다. 침수된 도로를 건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물 깊이를 알 수 없을 땐 과감하게 차를 돌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우로 침수된 길을 지날 때에 일반적으로 물 깊이가 20cm 이하이면 안전하게 통화가 가능한 편이지만 더 깊은 물을 지날때에는 엔진에 물이 들어갈 수 있다. 물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겠으면 그냥 오던 길로 차를 돌리고, 차가 물에 잠겼다면 차를 버리고 몸만이라도 빠져나와야 한다. ▲집중호우로 생긴 침수지를 지날때는 천천히 침수지를 지날 때 당연한 말이겠지만 속도를 내면 물이 더 높이 솟아서 엔진 내부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기가 들어오는 곳으로 물이 들어오면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서두르지 말고, 서행 운전해야 한다. 물을 지나다 시동이 꺼지면 차를 버리고 탈출해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차의 시동을 다시 켜려고 머뭇거리는 순간 차에 물이 더 불어나 생명까지 위험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작은 물웅덩이라고 무시해선 안된다 비가 많이 내리면 도로 곳곳이 파손되고 작은 물 웅덩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이런 물 웅덩이에 진입하게 되면 차의 핸들이 돌아가 버리는 수가 생긴다. 특히 한쪽 타이어만 물 웅덩이를 고속으로 지나가게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작은 물웅덩이도 무시하지 말고 미리 속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을 지날 때는 언제든지 떠내려갈 수 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도로위에 강처럼 물이 흐를때에는 함부로 건너려 하면 물에 차가 휩쓸려 버리는 경우가 있다. 흔히 운전자는 차의 무게 때문에 설마 그런일이 있겠냐는 마음으로 흐르는 물에 진입하려 하지만 물의 힘에 비하면 차의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흐르는 물이 조금이라도 깊게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건너기를 포기해야 한다. 운전시에는 항상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것을 잊지말자. 자료제공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수원지부 (031)234-2224)
직장남들에게 정장 바지는 없어선 안될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여름이면 땀이 많아 엉덩이 부분이 찢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외관손상훼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유형이 가장 많다. 엉덩이 찢어짐없이 신사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품질표시, 취급상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하자 의류 등 섬유제품은 특성상 착용 또는 세탁과정에서 사고가 발생되기 쉽다. 그 중 상당수가 제품의 품질표시 및 취급상 주의사항을 간과해 발생한다. 취급 시 주의사항은 제품의 중요한 표시이므로 제품 구입시, 착용 또는 세탁 전에 세탁방법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착용자의 착용세탁보관 방법에 따라 제품의 상태가 달라진다 견이 함유된 제품 등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착용 환경에서 손상받기 쉽다. 정장 바지 한 벌을 매일 입는 것 보다 여러 벌을 자주 교체해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에게 자문 또는 품질 시험검사를 의뢰하자 의류 등 섬유제품을 사용 또는 세탁하면서 발생한 하자의 원인은 다양하고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없어 전문가(심의기구 등)에게 의뢰해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심의의 경우 육안이나 간이테스트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관능검사로 시험항목 및 권장기준이 있어 품질시험검사가 가능한 경우에는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원인규명을 해 볼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세탁업표준약관 내용을 알아두자 섬유제품 및 세탁서비스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세탁업 표준약관 등 관련 규정이 기준이 되므로 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모씨(여30)는 지난 4월 산후조리원을 방문해 6월25일 입소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밝히고 2주 이용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카드로 계약금 31만원을 결제했다. 한 달 정도 지나 개인사정으로 입소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업체에 계약해제환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최모씨(40)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지난해 2월28일 분만 예정일을 기준으로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0만원을 지급했다. 예정일보다 빠른 22일 출산을 한 뒤 입소를 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에 연락하니 업체와 연계된 병원에서 분만하지 않았다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처럼 산후조리원 업체들이 계약해제 요구를 거부하는 등 관련 소비자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상담건수가 2010년 501건, 2011년 660건, 올해 상반기 404건으로 매년 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산후조리원 관련 상담 404건 중 계약해제 거부가 216건(53.5%)으로 가장 많았고, 질병안전사고(감염, 상해)이 61건(15.1%), 부당행위(입실 거부) 35건(8.6%), 기타 문의(부가세, 가격) 92건(22.8%)가 뒤를 이었다. 현재 모자보건법에서 산후조리원이 갖춰야할 인력 및 시설기준, 산후조리업 신고절차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에 대해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계약해제 관련 규정 외에 별도의 기준이 없어 질병안전사고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사전 예방을 위해 ▲계약서, 약관내용 확인 ▲계약서에 환급 기준 및 약정내용 기재 ▲산후조리원 시설 확인 후 계약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산후조리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 및 안전사고 등에 대한 배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산후조리업자의 안전사고 예방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도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Q. 지난 6월20일 방문판매원에게 위인전집을 구입하고 대금 35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남편의 반대가 심해 일주일이 지난 후 청약철회를 요구했는데 판매원은 시일이 많이 지났고 박스도 개봉됐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다고 합니다. A.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는 계약서를 교부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는 그 계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만일 소비자가 물품을 훼손했다면 철회할 수 없지만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훼손한 경우에는 철회 거부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한 후 일주일만에 철회한 것이므로 소비자는 판매원에게 책을 반품하고, 판매원은 책이 훼손됐는지를 확인한 후 책을 반환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대금 35만원을 환불(신용카드 결제 취소)해야 합니다. 자료제공=경기도소비자정보센터 손철옥 팀장 (031)251-9898
책벌레였던 남자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라디오 프로그램 은방울과 차돌이에서 차돌이 역할을 맡으며 일찌감치 방송계에 발을 디딘다. 어느새 50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어섰지만 지금까지 방송국 문턱을 제집처럼 드나든다. 수더분한 옆집 아저씨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비열한 아버지 역할로 분한다. 그런 그가 한국 최초의 비언어(非言語) 연극 난타를 들고 나타났다. 처음엔 뭔가? 하던 국민들이 열광했다. 이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아시아 국가에선 처음있는 일이다. 새로운 길을 열고 기적을 만든 문화 수출자이자 문화 CEO, 바로 PMC프러덕션 송승환 회장이다. 난타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열정의 산물이다. -2010년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 초대학장에 취임하면서 30년 넘게 핀 담배를 끊으셨다면서요. 못끊었어요. 다시 피고 있어요.(하하) 실패하긴 했지만 많이 줄였습니다. -대학에서의 융합 문화, 여전히 낯선데요. 어떤 의민가요. 요즘 융합이 유행이다시피 많잖아요. 말 그대로 융합이에요. 무용과 학생이 학점을 인정받으면서 연극과, 음악과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무용하는 친구도 연기나 음악을 알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경영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크로스해서 수강할 수 있게 한 거죠. 졸업생이 없어 성과를 알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건 확실합니다. -문화관광체육부장관 물망에도 올랐었죠? 문화 산업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적임자라는 생각도 드는데. 물망에 오른 게 아니고, 구체적인 제의를 받았어요. 제가 고사한 거고. 직접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하하) 행정일 하시는 분들한테 현장 일을 잘 전달하면 되는 거지,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일하기엔 능력도 부족하고 일단 저는 자유스럽게 살고 싶어요. 양복 입고 넥타이 매는 건 하고 싶지 않습니다. -흔히 대박 터뜨린 연예인으로 꼽힙니다. 솔직히, 얼마나 버셨나요. 난타가 대박이 났죠, 제가 아니라. 1997년도에 초연하고 올해로 15년 됐는데 지금도 계속 매진이에요. 돈이 없어서 초기에 투자를 많이 받았어요. 극단을 주식회사로 만들었는데, 국내선 최초죠. 결국 PMC프러덕션이라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번 거죠. 저는 회사 대표로 월급 받고, 주주 중 한 사람으로 배당을 받는 게 전부에요. -난타의 성공 비결에 대한 질문은 아마 지치도록 받았을 겁니다. 성공 비결, 도대체 뭡니까. 난타는 사물놀이 리듬이 가지고 있는 원시적 폭발력과 주방이라는 친근한 드라마적 요소가 빛을 발하면서 1997년 초연 이래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선 비언어극이라는 게 먹혔죠. 세계 진출이 목표였으니까요. 국내 전용관을 만들어 해외 관광객들도 공연을 볼 수 있게 했죠. 둘째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을 업그레이드 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패밀리 쇼라는 특징도 성공 요인이죠. 우리나라 연극이라는 게 과거에는 대학 졸업한 일부 지식인들만 보는 걸로 인식됐는데, 난타는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웃고 손뼉칠 수 있는 쇼라서 오랫동안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돈이 없으셨다면서요. 난타를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해외진출할 때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고비가 많이 있었죠. 해외에 한국 연극이 알려지지 않아 작품을 설명하기 보단 한번 와서 보라고 권했어요. 어렵게 세계적인 공연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했는데, 관객 동원에 성공했어요. 브로드웨이 아시아라는 미국 에이전트를 고용해서 우리보다 정보가 많은 그들이 해외프로모터들에게 활발히 소개한 것도 기여했죠. 어려운 고비야 수도 없이 많았는데, 지나가고 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거죠.(하하) -그동안 문화공연이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로 마케팅을 꼽으셨어요. 난타의 마케팅 전략은 뭔가요. 모든 기획자가 작품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판매하려는 노력은 안 해요. 저는 작품을 만드는 노력만큼 티켓을 파는데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홍보 안 하면 몰라요. 저는 원하는 수치가 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홍보하자는 마인드에요. -성공한 CEO로서 경영기획 쪽에 전념할 수도 있는데, 드라마 출연도 꾸준하고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데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였고, 배우를 은퇴한 적은 없잖아요.(하하) 예전만큼 활발하게 활동할 순 없지만 1년에 한 편 정도는 드라마가 됐든, 연극이 됐든 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이번에 JTBC를 통해 방송될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아들 셋 중 둘째 아들 역을 맡았어요. 이번 작품은 목욕탕집 남자들, 내 사랑은 누굴까 이후로 10년 만에 김수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작품이에요. 오랜만이죠.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하고, 조언도 필요할텐데, 어떻게 하나요. 앉혀놓고 강의하지 않아도 제가 난타로 애든버러를 가고 해외 시장 진출하는 걸 보고 후배들이 점프를 만들었어요. 마케팅 역시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요. 굳이 강의하거나 조언하는 것보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창의력 마인드, 적극적인 마케팅에 대해 늘 이야기하죠. -뮤지컬협회 이사장으로 뮤지컬 육성 차원에서 좀 더 하실 일도 많을 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장이라고 뭐 다 할 수 있나요. 단계적으로 해야죠. 이 시점에서는 창작뮤지컬을 활성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것 때문에 8월6일부터 서울뮤직페스티벌을 열죠. 연간 100편이 넘는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지는데 관객들은 잘 몰라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뮤지컬인들끼리 네트워크도 단단해지고 우리 창작뮤지컬도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연계 앞으로 어떤 쪽으로 흘러가야 할까요. 방향을 제시해주신다면. 한국무용이나 국악처럼 상업화되기 어려운 공연 분야가 있어요. 국가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상업성이 없다고 거들떠보지 않으면 안돼요. 순수예술은 나라가 잘 살면 잘 살수록 육성하고 보호해야죠. 반면 공연 문화는 상업화를 시켜야 하는데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해요. 어설픈 거죠. 5천만 국내시장으로는 (상업화가)힘들어요.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배우 되고 싶고, 가수 되고 싶어하는데 시장이 작아서 걱정이에요. 시장이 작으면 아이들 꿈만 있지 현실 가능성이 없거든요. 순수는 순수대로 굳건하게, 상업은 상업대로 굳건하게 가야 합니다. 대담=박정임 문화부장 bakha@kyeonggi.com 정리=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화천의 남자 이외수가 수원에 떴다. 130만명이 넘는 팔로워와 소통하는 대한민국 파워트위터리안 소설가인 이외수가 나타났다 하면 질풍노도의 젊은이들이 인산인해, 버글버글, 북적북적 거린다.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그와 맞팔을 하고, 그의 책을 사서 읽고, 그의 강연을 듣고 싶어한다. 7월 19일 수원 이비스 앰배서더에서 열린 힐링로드(Healing Road) 강연 콘서트 역시 취업, 연애, 집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는 수원의 청춘들이 모여 들었다. 이외수의 고민해결방식은 파격을 일삼는 기인(奇人)이 아니었다. 날카롭게 고민을 진단분석하고 구체적인 극복방법이나 본인의 경험담을 들어 친절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 헤어스타일과 수염은 여전하세요. 수염은 언제 자르실 건가요. 혜민스님이 머리 기르면 생각해 보죠.(하하) - 오늘보니 20대 젊은이, 엄마 손잡고 온 초등학생, 나이 지긋한 노년층까지 팬층이 정말 두텁습니다. 수원에서 돈 잘버는 법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다고 트위터에 올렸어요. 객석이 안 차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많이들 오셨네요.(하하) - 춘천교대 재학시절 등록금이 없어 짤렸다 들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춘천교대에 입학해 무려 7년을 다니다 짤렸습니다. 정말 갈 때도 없고 해서 노숙자 생활을 했죠. 보름씩 굶은 적도 있고. 자취할 때인데 방세가 6개월씩 밀려 집주인이 얼마나 불쌍했으면 밀린 방세 안 내도 좋으니 나가만 달라고 애원을 하더군요. 무슨 재주로 방세를 갚을까 고민하다 신춘문예에 데뷔해 당선금으로 방세를 갚자 생각했죠. - 가난이 오히려 덕이 된 셈이네요. 가난에서 출발한 것이 내 문학과 삶입니다. 전 세대와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이유 역시 간단합니다. 속이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포기가 빠르고, 사과를 잘하는 나의 진정성이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뿐입니다. - 대한민국 고민해결사로 통하세요. 오늘 강연에서도 고민상담이 쏟아졌구요. 여중생이 친구들과 소원해지고 성적도 떨어져 고민이라고 하길래, 빈 깡통에 콩을 심어 매일 콩과 이야기하고 한시 100수를 외우라고 해줬어요. 뒤늦게 작가가 되고 싶어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한 40대 아주머니께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묻길래, 식물채집하듯 노트에 단어를 채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스물 한살 연기지망생이 친구가 먼저 인기를 얻어 속상하고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의문인데 어쩌면 좋죠?라고 하길래 10대는 무한히 꿈꾸는 다(多)몽기요, 20대는 그 많은 꿈중 평생을 받쳐도 아깝지 않을 꿈을 찾아내야 하는 선몽기요, 30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골쇄신 정진하는 정진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뭐든 빨리 이루려하는 게 문제입니다. 꿈을 찾았으니 열심히 노력할 일만 남았다고 말해줬습니다. 잘했죠?(하하) - 강연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거나, 고민이 생기면 작가님을 찾아요. 왜 그럴까요. 이성의 시대 20세기는 갔습니다. 21세기는 감성의 시대입니다. 이 모든 문제들이 이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문제들이죠. 공통적으로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걷다 넘어졌을 때, 길을 잃어버렸을 때, 혹은 방향을 틀어야 할 때 저를 찾습디다. 제도권 교육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SOS를 칩니다. 요즘 연애 때문에 너무 슬퍼서 웃기기가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털어놓는 개그우먼부터 내일 생애 첫 직장 면접을 봅니다. 응원 한마디 부탁합니다는 취업준비생,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 가정에 넘어짐을 예방하기 위한 문턱제거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자원봉사 연결이 넘 힘들어요라고 하소연하는 사회복지사도 있어요. 심지어 트위터에 애들이 키우던 거북이를 애들 아빠가 버렸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는 글이 올라와 아빠가 아이들 앞에서 거북이처럼 방안을 기어 다니시는 수밖에 없겠다고 답변해줬어요.(하하) 저는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존버정신을 외쳐요.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존나게 버티는 정신을 말하는 겁니다. 버티자는 것을 강조하는 용어죠. - 평소 정치적 발언이나 특히 대한민국 교육정책과 관련한 따끔한 충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교대 출신이라서 그런 건가요. 대한민국은 잘못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비는 하늘을 잘 날고,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타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과목을 배웁니까. 땅 속의 두더지한테 땅 속을 잘 파는 법만 가르치면 되는데 두더지한테 나는 법을 왜 가르칩니까.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했으면 밥 세끼는 제대로 먹고 살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 반성해야 될 때가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경제력 12위라고 합니다. 먹고 살만하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국민자살률 1위, 청소년자살률 1위, 노인자살률 1위, 자살 3관왕입니다. 머리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아닙니다. 마음 좋은 사람이 많은 나라가 행복한 나라죠. - 그럼, 돈 버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가난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을 보고 더러운 돈, 이 지랄같은 돈이라고 욕합니다. 돈은 뭐 자존심없습니까. 자신을 욕하는 사람한테 가까이 가겠습니까? 이 세상의 보편적 원리 중 하나는 같은 성질끼리 모인다는 것입니다. 치사한 놈은 치사한 놈끼리, 바위는 바위끼리, 돈은 돈끼리 모이죠. 돈을 미워하면 멀어지고 이뻐하면 가까워집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돈을 사랑하면 됩니다. 참고로 난 40대 초반까지 식구들을 굶겼지.(하하) - 작가님의 자택과 집필실이 있는 감성마을이 화천의 명물이 됐어요. 인구 2만4천여명에,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사도시 화천군에 외수 마니아(oisoo mania)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면서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존한 작가에게 문학관을 건립해 준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간혹 저를 화천군수로 착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화천에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화천을 홍보하는데 열정적으로 앞장서는 거죠.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감성마을 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8월 8일부터 12일까지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과 화천읍 붕어섬에서 화천감성 5일章을 개최합니다. 9일 도서진흥백일장, 울랄라 세션 특별공연과 문학강연, 감성음악회, 문학기행 등 다채로운 감성체험을 화천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 여름휴가 계획 없으신 분들은 화천으로 오세요. 이외수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하하) - 이외수의 행복론은 무엇입니까. 미국 제1의 거부 록펠러는 54세에 암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 재산에만 탐을 내는 것을 보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맙니다. 그런데 록펠러는 93세까지 장수합니다. 인간은 아름답지 않은 걸 사랑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은 외형과 내면 두가지가 있어요. 외형의 아름다움은 시간에 자유롭지 않아서 변질되고 퇴락하나, 내면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흘러도 변질되지 않죠. 내 가슴에 사랑이 가득해서 수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수많은 것들이 나를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 인간은 행복해집니다. - 요즘도 야동 즐겨 보시나요. (하하) 그럼요. 요즘은 바빠서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핫(hot)한 것은 꼭 챙겨보죠.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바다만큼 푸르고 햇살처럼 빛나는 처마밑의 하늘, 단청.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마저 오색으로 물들이는 단청 아래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어쩌면 하늘까지 닿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단청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보듯 고개를 들고 단청을 바라보았다. 처마 끝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오색 빛깔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에 도달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오래도록 나를 사로잡았다. ■ 단청, 도심을 물들이다 도심속 사찰로 유명한 인천 석암산의 수도사에서 혜명 정성길 단청장(55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4호)을 만났다. 정 단청장은 수도사 대웅전의 단청을 새단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행히도 그 날이 공사 마지막 날이어서 장인이 단청을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과정도 지켜보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대웅전의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수도사는 단청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모두 정 단청장의 작품이다. 대웅전은 물론 삼천불전, 일주문, 극락보전, 칠성각까지 손이 안간 게 없다. 특히 삼천불전 단청은 장인이 오롯하게 자신의 기술과 열정으로 완성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수도사 삼천불전은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과 같은 곳이야.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단청을 대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늘 이곳으로 돌아오게 만들지. ■ 단청, 소년의 꿈이 되다 장인은 인천 영종도 운북동 동강리의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자연스럽게 영종도 백운산 동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던 용궁사는 그의 놀이터가 됐다. 작은 시골아이는 사찰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단청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고개가 아프도록 단청을 올려다봐도 지루한 걸 몰랐다. 열여덟살 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형이 멀리 경상도에서 단청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자 그길로 따라나선다. 우연하게 출발한 길에서 그의 단청 인생을 열어준 혜각스님(1905~1998통도사국가중요문화재 단청장 48호)과 연을 맺는다. 당시 혜각스님은 통도사가 낳은 금어(金魚)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단청분야의 일인자였다. 가족들은 그가 단청 기술을 배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재단사나 재봉사가 되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 때는 월급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기술을 가르쳐줬으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지. 비록 부유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한번도 단청의 길로 들어선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 오히려 이렇게 살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지. ■ 단청, 꽃을 피우다 혜각스님만큼이나 장인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혜원 김준웅 선생(1941~2010충남 무형문화재 제33호)이었다. 김 선생은 장인의 단청수학을 돕고 스승 역할까지 도맡았다. 장인은 김 선생과 함께 혜각스님 문하에서 10여년동안 기술을 배우고 익혀 1986년 수도사 삼천불전 단청을 시작으로 독립했다. 지금까지 그가 참여한 단청만 해도 무량사, 약사사, 도선사 등 200곳이 넘는다. 인천에서 볼 수 있는 단청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인은 금문초 기법에서 탁월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금문(錦紋)이란 무늬를 수놓은 비단처럼 현란하고 아름다운 문양으로, 신성과 위엄을 표현한다. 장인은 2004년 인천시 무형문화재 단청장으로 지정됐고, 2005년에는 문화재청 단청 상시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단청은 본래 장식의 의미보다 보전의 의미가 강했다. 궁궐이나 사찰을 이루고 있는 나무가 습기를 먹어 뒤틀리거나 썩지 않게끔, 벌레가 파고들어 틈이 벌어지고 헐거워져 부서지지 않게끔 틈을 메우고 덧바르던 것이 단청의 시작이었다. 장인의 단청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혼이다. 세월이 흐르고 단청은 화려한 색과 문양을 덧입었지만 단순히 멋지기만 한 그림으로는 생명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게 장인의 지론이다. 혼과 정성이 없으면 아무런 감흥도 없는 법이지. 작은 구석 하나도 놓치면 안돼.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하게 색을 입히고 그림을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 잊는 순간 단청으로서는 끝인거야. ■ 단청, 뿌리를 내리다 단청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처마밑에 그림을 그려야 하니 목은 항상 뻐근하고 어깨에는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 같은 통증을 견뎌야 한다. 멋모르고 단청을 배우겠다 도전했던 사람들 중에는 반나절만에 붓을 내려놓은 이도 있었다. 단청은 오방색(청적황백먹)이 기본이다. 물감이 없던 시절에는 납으로 적색을 내고, 돌을 갈아 먹색을 만들고 조개껍질로 흰색을 표현했다. 그냥은 나무에 색이 잘 먹지 않으니 쌀풀같은 것을 만들어 접착제로 사용하곤 했는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화학약품으로 만든 안료와 접착제를 사용하게 됐다. 장인은 사실 단청을 옛방식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유지관리를 생각하면 화학약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한다. 단청작업은 출초 작업, 즉 문양을 그리는 것부터 한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송곳으로 선을 따라 촘촘하게 작은 구멍을 낸다. 작업이 끝나면 출초를 기둥이나 석까래에 대고 밀가루를 묻히는 타초작업, 밑그림 그리는 일을 한다. 밑그림에 색을 칠하면 단청이 완성된다. 단청은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국내에서 단청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천여명이 넘지만 단청장 칭호를 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장인은 후계자 계승에 힘쓰고 있다. ■ 단청, 역사가 되다 장인의 혼이 담긴 단청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20~30년 전에는 화려한 색을 자랑했을 단청이 세월에 떠밀려 엷어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누구보다 단청을 사랑하는 장인은 더했으리라. 장인은 각종 문화재급 건축물을 보수하면서 남은 부재를 모아 자신의 호를 딴 혜명박물관을 만들었다. 박물관 문을 연지도 벌써 햇수로 4년이 넘었다. 옛 단청자료들이 아무렇게나 취급되거나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해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단청유물만도 2천여점에 달한다. 개인 박물관이다보니 수장고도 부족하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후손들에게 옛 선조들의 솜씨의 예술의 혼을 전해줄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단청을 더 좋아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내가 인천지역 단청장이 된 것도 앞으로 인천에 널려 있는 소중한 단청자산을 보전하고 알리는데 앞장서달라는 뜻 아니겠나 생각하고 있어.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