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아파트 단지 안에, 가로수로 식재돼 있는 나무들은 과연 누가 관리할까. 도심 속 숲과 공원이 늘어나는 만큼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정확한 판단과 진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무를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진료하는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됐다. 도시숲은 선택이 아닌 필수 2만명 이상 거주하는 행정구역 내에 조성된 숲을 ‘도시숲’이라고 한다. 산림청에서는 ‘도시에서 국민의 보건·휴양 증진 및 정서 함양과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숲(산림과 수목)’으로 규정하며 도시숲을 생활숲, 가로수 등과 함께 분류하고 있다. ‘도시숲’은 ‘자연공원법’에 따른 공원구역, 즉 국립공원·도립공원 등과 구분되고 있어 그야말로 도시에 조성된 숲과 공원을 가리킨다. 도시숲의 기능은 크게 ▲기후보호형 ▲경관보호형 ▲재해방지형 ▲역사·문화형 ▲휴양·복지형 ▲미세먼지 저감형 ▲생태계 보전형 등으로 나뉜다. 폭염·도시열섬 등 기후여건 개선, 심리적 안정감과 시각적 풍요로움 기대, 소음·매연 등 공해 완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차단 및 흡수, 생태계와의 조화 등 도시숲의 역할과 기능은 다양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2024년도 ‘기후대응 도시숲 조성사업’에 국비 47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산림청 공모에 선정된 대상지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일원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일원 ▲부천시 오정동 일원 ▲남양주시 진접읍 일원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일원 ▲평택시 포승읍 일원 ▲파주시 월롱면 일원 ▲연천군 전곡읍 일원 등 8개 시·군 8개소다. 이곳에는 생활권 미세먼지 확산 차단을 위해 9.4ha 규모의 숲이 조성될 예정이다. 수목진료는 ‘나무의사’에게만 맡기세요 한편 ‘나무의사’ 제도는 산림보호법 개정안 발의에 의해 2016년 신설됐다. 직장과 생활권의 도시숲이 늘어남에 따라 올바른 나무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해 생겨난 제도로 2018년 6월 신규 도입됐다. 2018년 나무의사제도 도입에 따른 갈등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과조치로 5년간 시행하던 유예기간이 지난해 6월 28일 종료되면서 나무의사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나무의사제도가 도입되기 전 아파트 단지나 학교, 공원 등 생활권 수목 관리는 실내소독업체 등 비전문가들이 주로 시행했고 그로 인해 농약의 부적절한 사용 등 국민안전과 수목 환경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빈번했다. 이에 따라 수목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모든 수목진료 활동은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 두 종류의 국가전문자격자를 보유한 1종 나무병원에서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산림청은 수목진료 분야의 전문성과 교육 인프라 확보 등을 심사해 양성기관 15곳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식물병원 ▲(사)한국수목보호협회 ▲신구대 식물원 ▲경상대 수목진단센터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전남대 산학협력단 ▲충남대 수목진단센터 ▲강원대 수목진단센터 ▲충북 산림환경연구소 ▲전북대 산학협력단 ▲공주대 산학협력단 ▲국민대 산학협력단 ▲국립안동대 산학협력단 ▲동아대 융합디자인연구소 ▲순천대 산학협력단 등이다.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목진료와 관련된 학력,자격증 또는경력 등의응시자격을 갖추고,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한 뒤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나무의사 자격시험은 1차(선택형 필기)와 2차(서술형 필기 및 실기)로 이뤄져 있으며 1차 시험에 합격해야 2차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1차 시험은 수목병리학·해충학·생리학·토양학·관리학 등 5과목에서 각 100점 만점 기준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해야 합격으로 인정된다. 2차 시험은 서술형 필기와 실기로 이뤄지며 각 100점 기준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얻어야 합격한다. 나무의사 제도 도입 이후 2022년 7월 기준 나무의사 742명이 배출됐으며 나무병원은 전국에 2024년 기준 808개소가 운영 중이다. 계속되는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돌발 병해충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농경지 및 산림지역 외에 생활권에 해당하는 아파트 단지, 공원, 가로수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나무의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또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다양한 과업 중 도심 수목 관리는 나무병원과 나무의사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나무의사의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공간’을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이다. 수많은 장서를 불편함 없이 빌릴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숲과 자연이 어우러진 입지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간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책이 아니어도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주는 곳, 지역 시민들의 쉼터가 되는 곳이다. 책과 숲이 주는 치유 오랜 시간 수원시민의 휴식처였던 원천유원지는 2011년 광교신도시 개발과 함께 광교호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05만㎡(65만평) 규모의 부지는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2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숲과 호수를 품은 호수공원으로 2013년 11월 개장했다.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언덕 너머 작은 숲에 있는 광교푸른숲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숲속에 있는 도서관은 공원을 산책하다가 잠시 쉬기에도, 책을 읽다가 나와 공원을 둘러보기에도 더 없이 좋은 위치다. 2018년 4월 12일 개관한 광교푸른숲도서관은 연면적 4천477㎡,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어린이자료실, 유아자료실, 카페, 휴게실, 부속건물 ‘푸른숲 책뜰’로 구성돼 있다. 푸른숲도서관의 테마는 ‘힐링’이다. 이는 개관 당시 세웠던 테마 ‘자연치유’를 유지하면서도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기 위해 바뀐 것으로 주변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활용해 온종일 머무르며 휴식하고 지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푸른숲도서관은 장서 6만여권 중 지역주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건강을 북돋울 수 있는 ‘힐링’을 주제로 한 특화도서 4천여권을 구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수원시립공공도서관과 사립공공도서관을 모두 연결해 약 300만권의 장서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대출·반납할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1년 미만의 신간 도서를 서점에서 바로 빌려볼 수 있는 희망도서서점바로대출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전자도서관 구비 자료 전자책 2만1천79점, 오디오북 1천9점, 웹 데이터베이스(DB) 326점, U콘텐츠 168점, 전자잡지 216점을 서비스하고 있다. 푸른숲도서관은 옥상, 테라스, 오두막 등 곳곳에 배치된 공간적 다양성을 활용해 클래식 음악, 책, 자연, 휴식을 콘셉트로 한 다채로운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관객과 예술가, 가족들이 독서를 매개로 추억을 만들고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은 도서관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특히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지역문화진흥원·문화예술 공동체 더뮤엘 주관으로 ‘휴식소리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해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정원’을 역사·문학·철학 등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그림으로 만나는 우리 정원 이야기’, ‘문학 속 정원 이야기’, ‘생활 속 정원이야기’, ‘그림책과 함께하는 에코가드닝’ 강의가 큰 호응을 얻었다. 도서관 공간 활용한 다양한 즐거움 선사 도서관 로비에 해당하는 ‘푸른마루’는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연녹지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형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숲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계단식 테라스 구조로 돼 있다. 특히 공원의 녹지축이 관통하는 지역에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산책로를 연결해 주변 아파트에서 하천 산책로를 따라 진입하거나 호수공원 산책 중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도서관이 호수공원의 관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푸른숲 책뜰’은 도서관 부속시설에 해당하는 숲속 독서공간이다. 총 5동으로 돼 있는 이곳은 2020년 2월 오픈했으며 가족, 친구와 함께 숲속의 공간에서 소규모 모임을 갖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유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월 1일 다음 달 예약이 오픈된다. 방학 기간에는 푸른숲 책뜰을 활용해 가족과 함께하는 독서문화 체험 프로그램 ‘토닥토닥 힐링 독서캠프’를 운영한다. 한편 광교푸른숲도서관은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와 상호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세계문화기행’, ‘세계문학과 소통하기’, ‘세계문화탐방’, ‘세계의 도시, 문화를 품다’ 등 인문학 강좌를 지원받아 내실 있는 프로그램 진행과 소통하는 도서관 역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른숲도서관은 공원 속 공공도서관이라는 입지적 특징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융합하고 상생하는 플리마켓 ‘책숲마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진행한 플리마켓에서는 문화예술 명인들의 서예서각, 동판공예, 솟대만들기, 캘리그래피, 펜드로잉, 보리아트, 전통노리개와 향낭 등을 판매·전시하고 도서관 이용자들끼리 물품을 교환·판매할 수 있는 아나바다장터, 버스킹 공연 등을 마련했다. 올해는 4~5월, 9~10월 등 총 4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이용객들이 지금 꼭 필요한 책 읽을 수 있도록 방대한 도서관 자료 중 내게 꼭 필요한 책, 적절한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푸른숲도서관은 다양한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도서관 테마에 걸맞은 힐링과 생각 전환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사서가 추천하는 ‘힐링포레스트’, 시민들이 직접 추천하는 ‘시민약사님의 책처방전’ 등이다. 또 국립중앙도서관 빅데이터 플랫폼인 ‘솔로몬’이 분석한 ‘도서관 빅데이터로 보는 책 둘레길’, 개관 이래 미대출 중인 숨은 명작을 소개하는 ‘첫 손님을 모십니다’는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도서를 발굴한다는 의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이 ‘유물과 놀며 배우는 놀이터’로 거듭나겠습니다.” 취임 3개월을 맞은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이 오는 2026년 박물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전시 방식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특히 2026년엔 관람객 50만명, 2030년엔 100만명 달성을 목표로 기획·상설 전시 운영 계획 등을 밝혔다. 이 관장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도박물관은 선사시대의 ‘주먹돌도끼’부터 고려와 조선의 복식, 초상, 서화 등 역사를 관통하는 다층적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며 “1천700점의 소장유물을 대폭 조정해 상설전을 새로 마련하고, 최고격의 소장유물로 세계와 함께하는 기획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박물관은 경기도 31개 시군과 서울의 역사를 넘나드는 ‘경기천년만년’, 분단 문제를 새로운 전시·학술 공연으로 풀어내는 ‘DMZ 평화프로젝트’, 중국·일본·인도 등과의 ‘경기=세계’ 국제교류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2월 열릴 ‘명대 서화전’은 주요 전시로 꼽힌다. 15~16세기의 명나라 서화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관장은 이와 함께 ‘GGPM(Gyeonggi Province Museum) 프로젝트’를 통해 도박물관만의 브랜드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콜렉션위원회’를 설치해 보물급 유물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GGPM 예술학교’를 통해 커뮤니티 활동과 각종 축제 등을 기획할 예정이다. 도박물관의 시설을 재개관 수준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도서자료실을 아카이브실로 이전 복원하고, 카페 등의 휴게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도박물관의 수장고가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수장고로 유물을 이전하고, 전시실 간 장애인 이동 엘리베이터를 신규 설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관장은 “도박물관이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역할을 뛰어넘어 관객이 주인이 돼 ‘놀며 배우는’ 평생학교로 재탄생하길 바란다”며 “사업들을 잘 운영해 30년 뒤엔 경기도가 ‘선진경기문화복지’를 이뤄내고, 도박물관이 ‘신문화국가’ 중심지로서 우뚝 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머뭇거릴 섭(囁)’자가 쓰여진 하얀 도화지가 하얀 벽지에 걸려 있었다. “머뭇거리다 보면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아 습관적으로 말하지 않게 돼요. 자기성찰로서의 정지이지요. 말하기 보다 듣는, 시는 ‘섭’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여백이 많아요. 활자와 활자 사이의 여백, 그걸 가능케 하는 게 시입니다.” 초봄의 어느 날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 관장실에서 만난 손택수 시인(54)이 말했다. 시와 문학에 대한 자기 주관을 행동으로,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 오죽했으면 ‘자기성찰로서의 정지’를 담아낸 ‘머뭇거릴 섭’이란 시를 지었을까. 손택수 시인은 2013년 ‘노작문학상’을 수상한 인연으로 2018년 제2대 노작홍사용문학관장에 취임했다. 그는 관장실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노작의 묫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노작을 곁에 둔 건 제 삶에서 큰 행운이라 생각해요. 하나의 문학적 거울을 들고 삶을 계속 성찰하면서 살아나 갈 수 있거든요.” 그는 문학이 문학으로만 갇혀 있는 게 아닌, 문학이란 밀실의 장르를 공공의 영역으로 어떻게 옮길지 고민하는 작가다. 노작문학관에 6년간 있으면서 노작의 이름, 또 외지고 그늘진 곳에 있는 문학관이란 이름이 어떻게 공적인 맥락 속에서 연결될지 늘 숙고해왔다. 정답은 노작의 삶에서 찾을 수 있었다. 노작은 활동하던 일제강점기 당시 문맹률이 80%에 달하는 현실에서 민중과 출판이 소통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에 연극, 음반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하며 문학을 대중에게 알리려 했다. 손 시인이 전국 극단 50곳이 참여하는 ‘창작단막극제’를 문학관에서 시행한 것도, 싱어송라이터 등 우리 시대 가난한 예술가를 문학이 돕고자 시도한 최초의 문학상 ‘음유시인문학상’을 도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존의 ‘문학=문학’이란 고립된 카테고리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안’을 노작의 삶을 통해서 제출했다. 무용(無用)한 것들,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사랑하는 소년이던 그는 “유별난 성장통을 겪고 자연스럽게 문학을 만나” 시를 쓰게 됐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으로 등단해 시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2022)’, ‘붉은빛이 여전합니까(2020)’,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2014)’, ‘나무의 수사학(2010)’, ‘목련전차(2006)’, ‘호랑이 발자국(2003)’, ‘나의 첫소년(2017)’, ‘한눈 파는 아이(2019)’ 등 작품활동을 쉬지 않고 이어오면서도 문학 제도의 곳곳을 바쁘게 누볐다. “풀이 흔들리는 것만 보고도 하루가 갔다”, “폐쇄적인 인간이었다”고 스스로를 밝혔지만, 사실 한국 출판 분야의 변혁점엔 늘 그가 있었다. 20대엔 부산에서 무크지와 계간 종합문화지의 창간에 실무자로 참여했고 이후 생태전문 문예지의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30대 중반 이후 활동 영역을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옮겨오면서 장편소설 전문 계간지의 창간에 밑그림을 그렸다. ‘실천문학’의 기획과 편집에 중심 역할을, 40대 이후엔 일터인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근대문학의 성좌들이 모여있는 ‘백조’를 복간시켰다. ‘성장 소설은 있는데 성장 시는 왜 없을까. 윤동주 시인의 ‘소년’과 같은 좋은 성장통이 있는 시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며 국내 처음으로 청소년 시, 성장 시의 개념을 선보인 것도 그다. “오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시가 휴식처가,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시 한편 읽으면 성장하는 느낌을 가지면 좋지 않겠느냐” 작가들을 설득했다. 참여한 작가들과 대여섯 곳의 출판사가 연대해 독자와 만나는 하나의 작은 문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문학을 매개로 한 국제 교류에도 활발히 역할을 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2023 경기 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 역시 끝없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대중에 문학의 세계를 알리려 부단히 노력했던 바탕이 있었다. 문학이 공공성을 가지고 독자와 만나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들을 꾸준히 고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 시인은 문학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문학의 힘을 내다봤다. 생태주의 담론에서 지나 기후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현재의 담론은 또 다르기에. 그리고 그 지점에 문학의 역할이 분명히 있기에. 그리고 그는 여전히, 앞으로도 실용과 관계없는 것들을 추구하고 실용성의 세계를 반성하며 쓸모없는 질문을 이어나갈 거라 했다. 이 질문들이 멈출 때 시인은 심장 박동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명 전환기인 지금이야말로 문학이 갱신되고 자기 형성의 사유를 치밀하게 던지는 시기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문제적 상황에서 문학이란 뭐고 우린 어떤 작품들을 제출할 것인가, 이런 작가들의 고민이 그 어느 때 보다 치밀하게 일어날 것 같아요. 저 역시 앞으로 써나갈 시를 통해 계속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풀어나갈 겁니다.”
경기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가 19일까지 ‘경기 100인의 아빠단’ 선착순에 모집에 나선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 성장하고, 부모 공동 육아 실천 분위기 확산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신청은 3~7세(2018~2022년생)의 자녀를 둔 경기도 거주 초보아빠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선정된 아빠단은 ▲놀이·건강·교육·일상·관계 5개 분야의 보건복지부 제공 온라인 주간미션 수행 ▲발대·해단식 등 자녀와 함께하는 오프라인 참여 프로그램 ▲육아 전문가 특강 등에 참여하게 된다. 지난해 ‘경기 100인의 아빠단’ 활동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인 ‘아빠랑 어린이 박물관 가자’, ‘아빠와 함께하는 감귤수확 체험’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육명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본부장은 “아빠들이 함께 육아에 동참하고 자녀들과의 유대감 및 애착 형성 등을 통한 소중한 추억만들기로 ‘함께육아’를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아빠단 커뮤니티 및 육아친구 네이버 카페 등을 참고하면 된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장애예술인의 예술적 역량을 확장하고자 ‘2024년 경기도 장애예술 통합 지원’ 공모사업을 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장애예술인에게 더 많은 활동 기회를 제공, 장애예술인이 폭 넓은 분야에서 전문예술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공모는 약 8억4천만원 규모로 ▲장애(예술)인 전문예술 활동지원 ▲AI(인공지능) 활용 장애예술 활동지원 2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장애(예술)인 전문예술 활동지원’은 장애예술인과 단체의 다양한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장애예술인 전문예술교육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단체와 개인이며 단체는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올해는 공연, 시각, 문학 뿐 아니라 영화, 연예, 사진, 만화 등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장르 전체를 포괄해 지원한다. 선정 이후 역량강화 프로그램 및 워크숍 등이 열린다. ‘AI활용 장애예술 활동지원’은 도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 및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오는 19일까지 접수하며, 경기예술인지원센터에서도 현장 접수한다.
김애란 작가의 책에는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이 나온다. 여러 곳에서 소외받은 아이들, 상처받은 아이들, 하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 꾸며 비상하는 아이들, 자신의 운명을 바꿔 나가고 자신과 친구, 세상을 사랑하는 아이들, 특출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아이들. 초봄의 어느 날, 그의 자택 인근에 위치한 용인 기흥도서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조용조용한 말투로 하지만 묵직하게 말했다.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에도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해요. 필요한 사람의 손에 책이 가닿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꾸준히 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아이들의 들여다 보고, 위로하고 응원할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김애란 작가는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인으로 활동한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자녀들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동시를 쓰다가 아이들이 어릴 땐 동화를 썼고,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땐 청소년 시와 소설을 썼다. “처음엔 시를 배우러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동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고 배우기도 하고 그냥 좋아해 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주부로서의 삶을 살며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땐 벅차고 너무나 힘들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여겼다. 가족들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면 그 옆의 테이블에 앉아 글을 썼고, 아이가 잠들면 그때 짬을 내 또 글과 마주했다. 잠을 줄여 글을 읽고 눈을 뜨면 또 썼다. 청소년 소설 ‘꿈꾸는 학교☆진로를 부탁해(2023)’, ‘수상한 연애담(2021)’, 청소년 시집 ‘난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2022)’, ‘보란 듯이 걸었다(2019)’, ‘난 학교 밖 아이(2017)’,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2015)’, ‘엄마를 돌려줘(2012)’, ‘일어나(2011)’, 동시 ‘아빠와 숨바꼭질(2010)’ 등 어린이,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공감, 희망을 담은 책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청소년 이야기를 처음으로 담은 작품은 시집 ‘난 학교 밖 아이’(창비교육)다. 학교 폭력, 질병, 가정 폭력과 빈곤, 친구 관계 등으로 고통을 겪다 학교를 떠난,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의 아픔과 위로의 목소리를 시집으로 담아냈다. 책은 작가의 시골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며 학교를 그만둔 김 작가의 둘째 자녀와 그가 직접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후 김 작가의 시선은 줄곧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일하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고, 또 청소년지원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상상도 못할 정도의 상황 처한 아이들”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 당시 이런 문제들을 시나 소설로 풀어내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써야 할 글은 더욱 명확해졌다.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공론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앞으로도 아마 쭉 그럴 것 같아요. 아직 우리 사회엔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가정의 붕괴나 사회 시스템의 부재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거든요.” 경기문화재단의 ‘2023 경기 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받은 ‘열여덟 어른(가제)’(창비교육)엔 현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가족돌봄청년,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틀을 벗어나 ‘날개 달린 언어’를 쓰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 중이라는 김 작가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겪을 만한 이야기, 청소년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써내려 갈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고 따뜻한 연대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소년 소설이 대중성이 약하고, 한국 문학 시장이 어렵지만 늘 그랬듯 글을 쓰며 호흡하고,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공감과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그 위로가 닿는다면 정말 좋겠네요.”
이주배경 아동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을 마련하는 시흥시 최초의 ‘한국어공유학교’가 문을 열었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8일 경기도교육청, 시흥시교육지원청 관계자와 아동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흥시 정왕동의 ‘초록우산 시흥한국어공유학교’ 개교 및 입학식을 진행했다. ‘한국어공유학교’는 초록우산과 경기도교육청의 지역교육 협력 플랫폼이다. 중도입국으로 한국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언어 및 기초교과와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이주배경 아동의 초기 적응을 돕고 공교육 공백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이날 입학식에는 학생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응원하는 ‘웰컴키트’ 전달식과 입학생 아동의 소감 발표 및 현판 제막식 등 개교를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채열희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교육국장은 “시흥은 다문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 초기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크다”며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원규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소장은 “중도입국 이주배경 아동들은 언어적 어려움으로 기초 교육과정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초록우산 시흥한국어공유학교와 같은 민관 협력으로 사각지대 해소 및 아동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면 누구나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다. 가정 내 고립으로 인한 응급상황 노출 및 대응의 어려움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노인(65세 이상의 독거 또는 2인 가구 및 조손 가구)’과 ‘장애인(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 가정 내 화재나 응급호출 및 장시간 쓰러짐 등을 감지·신고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집 안에 설치된 장비는 ▲화재 감지 ▲응급 호출 ▲활동량 감지 등을 119 및 응급관리요원에 연락해 신속한 구조·구급을 지원한다. 복지부 등은 지난해 약 24만 가구에 기기를 설치해, 냄비를 태우는 등 화재 사고를 119에 곧바로 신고하거나 화장실에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는 등 15만5천여 건의 응급상황에 대응한 바 있다. 기존에는 노인의 경우 65세 이상의 홀로 지내는 노인에게 서비스가 제공됐으나 노인 부부 가구 중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가구, 고령의 부모를 노인인 자녀가 돌보는 2인 가구, 또는 손자녀와 노인이 함께 사는 가구 등에서 서비스 수요가 높았다. 이에 올해부터는 서비스 대상자의 독거노인에 관한 소득 기준을 폐지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지침이 개정됐다. 신청은 가까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노인복지관 등에 본인 또는 가족이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경기도미술관이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손을 잡았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경기도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5일 맺은 협약은 지역문화를 발전시킬 사업을 개발하고 문화예술 향유를 확산하고자 마련됐다. 두 기관은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추념하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중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문화예술 콘텐츠 발전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오는 20~21일에는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경기도미술관에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기획한 ‘세월호 10주기 영화 프로젝트’ 단편 옴니버스 ‘세 가지 안부’와 ‘기억해, 봄’을 상영한다. 전승보 경기도미술관장은 “이번 협약으로 관람객들에게 미술과 인접한 영화예술의 세계를 더욱 전문적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경기도미술관은 다양한 문화예술 기관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지역사회의 많은 고객에게 기쁨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