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할아버지 '이야기 보따리'… 행복한 동심, 시니어 자원활동가 ‘여우구슬’

“어디서 고소한 냄새가 나지? 어흥!” 지난 16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장안구 슬기샘어린이도서관 2층 전시실에는 동그란 탁자에 둘러앉은 어르신 7명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대본에 빨려갈 듯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개구진 소년부터 강아지, 호랑이 목소리까지 흉내내며 베테랑 성우와 같은 실력을 뽐냈다. 하얀 대본에 색색의 형광펜으로 칠한 흔적은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를 나타냈다. 누군가의 대사 실수에 웃음꽃을 피우며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줄줄이 꿴 호랑이’ 연습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들은 시니어 자원활동가 ‘여우구슬’ 멤버들로 약 일주일 후 어린이 관람객에게 낱장의 그림을 뒤로 넘기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연극 연습에 한창이었다. ‘여우구슬’은 지난 2017년 수원문화재단이 슬기샘어린이도서관 인근의 SK청솔노인복지관과 업무협약으로 수원시 거주 어르신을 모집하며 시작됐다. 현재는 총 11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여우구슬’은 도서관을 기반으로 어린이 대상 전통문화 교육, 옛이야기 구연, 그림연극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여우구슬’이 처음 만들어졌던 때부터 활동을 이어온 전관순 어르신(78)은 “아이들에게 연극을 들려주는 전날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전씨는 “과연 할머니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방 안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아이들과 소통할 때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 활력이 생긴다”고 웃어 보였다. 현재 슬기샘어린이도서관에서는 다음 달 14일까지 ‘여우구슬’ 회원들이 활동한 내용과 작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과 직접 만날 수 없던 때 실내에서 하나 둘 작업해오던 예술작품들이 쌓여 이를 선보이는 전시로 이어진 것이다. 전시실 한쪽에는 11명의 활동가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자화상과 직접 작성한 프로필이, 다른 한편에는 손수건에 나비, 포도 모양으로 아름답게 새겨진 자수와 캘리그라피, ‘여우구슬’ 로고를 활용해 그림과 시 등으로 꾸며낸 공동작업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편에는 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어린 학생들과 무릎을 맞추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복한 추억의 사진들도 가득했다. 수원문화재단 책문화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성취감 고취와 지역사회 재능 나눔을 위해 시작한 ‘여우구슬’ 홍보와 함께 지역주민들에게 이들의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뜻 깊다”라고 밝혔다. 여우구슬 활동의 가장 큰 목적은 ‘세대 간 소통’과 시니어들의 ‘자아실현’이다. 여우구슬을 지도 중인 황미숙 선생은 “우리가 어떻게 시니어로서 잘 나이를 먹어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시니어들이 지역사회에서 아동에게 교양교육을 하며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수원뿐만 아니라 남양주, 충북 제천, 서울 등 전국 곳곳의 다양한 어린이도서관을 찾아다니며 구연동화를 펼치고, 종이접기와 팔찌만들기 등 자원봉사 및 다양한 문화교육 속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과거 유치원 원장이었던 윤명희 어르신(78)은 “아이들이 불러주면 어디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어린 학생들과의 일정이 있는 때면 집에서 직접 꽃씨를 가져와 이름을 맞추는 등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활동을 준비할 만큼 적극적이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아이들 마음 한 편에 작게라도 남아 삶에 자양분이 되고, 어려울 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여름서가'

‘여름서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인연을 맺고, 공간을 공유한다. 고민 많은 20대에겐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책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에겐 여름서가 공간을 권하며 친구가 된다. 좋은 선배가 운영하는 책방 ‘여름서가’는 2022년에 경기대 후문에 문을 열었다. 대표 김민식씨는 서점을 오픈하기 전부터 광교역 근처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했다. 그 경험을 살려 인근 대학생들이 독서의 장점을 느끼고 취업 상담이나 인생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길 바라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신이 갖고 있던 20대 때의 고민을 떠올리며 좋은 선배 역할을 하고 싶었다. “자기 발전에 들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력의 시간은 짧게 갖는 것이 좋다’며 결과를, 성과를 지향하는 듯한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맞다, 틀리다를 논하기 전에 분명한 건 그 노력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겁니다. 어떤 경험도 소중하다는 것이 저의 가치관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꿈꾸는 분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여름서가는 시, 비문학, 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구성해 들여놓는다. 소위 말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어도 나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모든 책이 자기계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북클럽을 운영했던 경험, 그리고 독서모임 회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책들로 서가를 꾸미고 있습니다. 저는 잘 읽히고 좋아하는 문체를 발견했을 때 30쪽만 집중해서 읽기를 권하고 싶어요. 점점 빠져들고 뒷이야기가 궁금하면 그 책은 ‘인생책’이 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책 외에도 공간을 공유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여름서가는 오픈하면서부터 수많은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중 독서모임은 수원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북클럽으로 성장했다. “서점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행사를 진행해본 것 같아요. 매주 3~4회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주말 오전에 진행하는 모임이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독서모임 못지않게 독자들이 반기는 행사는 ‘저자와의 만남’이다. 평소 만나기 힘든 저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서울 외 지역에서는 기회를 찾기 쉽지 않다. “지난달 15일에는 ‘즐거운 남의 집’의 저자 이윤석, 김정민 작가를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은 독자들이 독서모임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꾸준히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여름서가만의 굿즈 판매를 시작으로 플리마켓을 기획하고 있고, 팝업스토어 행사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편 여름서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예약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손님은 서점에서 하루 종일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음료와 공간을 제공한다. 물론 예약하지 않은 손님도 그 시간에 서점 이용이 가능하다. “신경 써서 꾸며 놓은 공간인데 서점에서 책만 파는 게 뭔가 아쉽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이 공간을 더 오랫동안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약제를 떠올렸습니다. 예약제의 장점은 저희가 준비한 커피와 차를 드시면서 기증 도서가 꽂힌 공유책장을 맘껏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외에도 독서 관련 콘텐츠를 구상하고 운영 중이니 편히 오셔서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으로 논다”···MZ 사로잡은 ‘셀프 사진’의 진화

“네컷 사진은 가심비(가성비+心)가 좋아 외출 시 필수 코스입니다.” 사진촬영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문화로 떠올랐다. 과거 특정한 목적을 위한 촬영 혹은 기념 촬영을 위해 사진관을 찾던 것과 달리, 적은 돈으로 심리적 만족을 채우는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26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 행리단길. 수원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인 이곳은 300m 남짓한 거리에만 8곳이 넘는 셀프 사진관이 모여있었다. 사진관 내부에는 촬영 전 단장을 위한 빗과 고데기, 사진에 활용할 수 있는 머리띠와 안경 등 소품이 준비돼 있었다. 벽은 방문객들이 촬영해 붙여 놓은 사진으로 빼곡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상권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경기도내 사진촬영업장은 5천510곳으로 지난 2022년 하반기(5천322곳)와 비교해 3.52%(188곳)나 늘었다. 이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무인사진관의 영향이 크다. 무인사진관은 ▲머리염색이 가능한 AI 포토부스 ▲지하철과 엘리베이터 내부를 재현한 포토부스 ▲카메라가 천장에 달린 하이앵글 포토부스 ▲유명인과 함께 촬영하는 콜라보 프레임까지 등장해 젊은 세대의 감성을 겨냥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선 마케팅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영수증 재질 종이에 흑백 사진이 출력되는 ‘영수증 사진기’를 도입한 가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행리단길에서만 10곳이 넘는 매장에서 영수증 사진기를 볼 수 있었다. 카페와 음식점, 심지어 편의점까지 업장도 다양했다. 대기가 긴 매장에선 고객의 따분함을 덜어 주고,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과 잔상을 남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행궁동의 디저트 카페에서 일하는 김다솜씨(26)는 “손님 10명 중 9명은 카페에 왔다가 영수증 사진을 찍는다”며 “동행한 지인과 잠깐이나마 재밌게 즉석 기록을 남길 수 있어 만족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사진관에서 찍던 천편일률적 사진과 다르게 지금의 사진은 독창적이고 기발한 자가 연출이 가능하다”며 “패션이나 화장 같은 표현에 능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특성과, 촬영하는 순간의 감정을 사진 속에 반영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돼 사진문화가 발전하는 ‘체험소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에 지(池)는 왜 만들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성의 연못은 백성의 휴식공간을 위해 판 것이 아니다. 또 공사에 필요한 흙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화성 연못은 시간이 지나며 역할이 변신한다. 지(池)와 연(淵)은 흔히 말하는 못 또는 연못이다. 화성에는 남지 2개, 동지 2개, 북지 1개로 모두 5개가 있다. 행궁에 있는 2개, 성 밖에 있는 2개를 제외한 개수다. 하나의 성에 연못이 5개나 있는 성은 화성이 유일하다. 의궤 용어 ‘지’는 편의상 ‘연못’으로 표현한다. 화성에 왜 이렇게 많은 연못이 있을까? 연못에 대해 의궤에는 아주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남지에 대해서는 “가운데 작은 섬이 있으며 홍련과 백련을 심었다. 가운데에 섬 둘이 있는데 두 못의 사이에 정자 터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북지는 “성 밖 도랑의 물을 끌어댔기 때문에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동지는 “마름과 연꽃을 심었고 가운데에 작은 섬이 있다. 이것이 상지다. 하나는 구천의 북방에 있다”고 설명한다. 화성에 연못은 왜 이렇게 많이 만들었을까? 연못을 만든 이유로 학자들은 공사에 필요한 흙을 조달하고 백성에게 아름다운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이런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흙이 필요해 연못을 팠다는 것이 아니라는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공급에 맞는 일정이 아니다. 5개 연못 전체에서 나올 흙의 3분의 2는 하남지와 상동지에서 나온다. 흙이 필요했다면 많은 흙이 나오는 하남지와 상동지를 먼저 파야 하는데 이 두 곳은 모든 성역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 팠다. 둘째, 흙의 양이 너무 적다. 북성의 내탁에 필요한 흙은 5만㎥로 계산된다. 반면에 북지에서 나온 흙은 2천㎥다. 북성에 필요한 양의 4% 정도다. 매우 미미하다. 남지의 경우도 남성에 소요되는 양의 13%에 해당한다. 셋째, 결정적 이유로 초기에 흙이 필요하지 않았다. 의궤 ‘토품(土品)’에 “남성과 북성은 토질이 개흙과 같아서 땅을 6척을 파고 벽돌을 3중으로 깔았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초기에는 토질을 바꾸는 치환공사와 기반을 보강하는 공사라 흙이 필요하지 않고 두툼한 판석과 벽돌이 필요한 시기였다. 연못을 판 착공 첫해 3, 4월에는 흙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판 흙을 버려야 했다. 종합하면 소요되는 자재의 종류, 시기, 수량이 모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연못을 팠을까? 북지, 남지, 동지별로 살펴보자. 북지는 왜 팠을까? 의궤에 “북지는 성 밖 도랑의 물을 끌어댔기 때문에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북지가 성 밖 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여 모아 두는 역할을 했다는 근거다. 성을 쌓을 곳 밖에 있는 도랑 때문이다. 성 기초공사를 하기 위해 6척을 파니 물이 들어차 공사를 할 수 없었다. 어떡하든 물을 잡아둬야 했다. 북성 공사를 시작하려면 북은구를 먼저 설치해야 했다. 은구(隱溝)란 성 밑을 관통하는 수로를 말한다. 물길을 만들어 줘야 성 기초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은구 공사를 위해 도랑을 성안으로 끌어들여 물을 잡아둔 것이다. 북지 파기를 마친 날이 4월4일이고 북성 공사에 착수한 날이 4월7일이다. 이 사이에 북은구 공사를 한 것이다. 한마디로 북지는 물을 모아두는 저류지(貯留池) 목적으로 판 것이다. 남지를 판 이유는 무엇일까? 북지와 똑같은 이유로 팠다. 다른 점은 성 밖 도랑이 아니라 성안 도랑의 물을 가둬 둔 점이 다르다. 도랑이 공사할 남성 터를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구 공사를 위해 도랑물을 가두어 둬야 했다. 상남지를 끝낸 날이 4월1일이고 남성 공사에 착공한 날이 4월16일이다. 이 사이에 남은구 공사를 했다. 북지와 같은 저류지 역할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심정(深井)공법이다. 끝으로 동지는 왜 팠을까? 동지는 북지나 남지와 위치가 다르다. 동지 인근 성 안팎 어디에도 도랑이 없다. 당연히 은구도 없다. 성 기초공사와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혹시 남수문과 관련이 있을까 살펴봐도 연관이 없다. 동지를 판 것이 화성 성역 착공 첫해 4월이고 남수문은 2년 후 공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무슨 목적으로 팠을까? 동지는 동성 공사에 착수하기 위해 판 것이 아니라 동성 공사를 위한 공사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판 것이다. 모든 공사에는 공사용수가 필요하다. 현재도 공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가설 전기와 가설 수도를 설치한다. 당시도 공사용수 공급을 위해 웅덩이를 판 것이다. 물을 모아두기 위함이다. 북지는 북은구 공사가 완료되자마자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공사용수를 공급했다. 남지도 남은구 공사가 완료되자 평지남성과 산상서성에 공사용수를 제공했다. 은구 공사가 완료되며 저수조(貯水槽)로 역할이 바뀐다. 저수조는 ‘물탱크’다. 저류지에서 저수조로 역할이 바뀐 것이다. 도랑물을 모아둔 시간에 은구 공사를 했다. 저류지 역할이다. 은구를 사용하게 되니 성 쌓기 공사를 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공사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조로 변신했다. 이런 화성 연못이 화성 건설이 끝난 후에 그 목적이 또 바뀐다. 저류지와 저수조 역할은 없어지고 새로운 세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연못이 없었다면 수원은 지속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에 관한 내용은 다음 편에 계속 발표할 예정이다. 연못을 통해 정조의 치수 관리와 올바른 공사 선후 관리를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국제신문 제작 ‘영화 청년, 동호’, 칸영화제 공식 초청

국제신문이 창간 77주년을 맞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감독 김량, Walking in the Movies)가 제77회 칸영화제 칸 클래식(Cannes Classics) 섹션에 공식 초청됐고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25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국내 언론사가 제작한 작품이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도시 부산에 본사를 둔 국제신문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전 이사장)의 발자취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작품은 ‘영화도시 부산’의 상징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한 김 전 집행위원장의 현재를 통해 그의 삶을 재조명한다. 영화의전당(부산), 예술의전당, 칸영화제 현장, 부산항 등 김 전 집행위원장의 영화 인생과 관련이 깊은 곳을 다시 찾아 그의 소회와 회상을 담고, 경기도 광주 자택 서재에서 영화인과 지인 주민을 초청해 영화를 함께 보는 에피소드 등 영화인 김동호와 인간 김동호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영화인생’의 깊이를 드러낸다. 영화는 국제신문이 제작을 맡았고, 김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부산의 존 필름(ZONE Film)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했으며 배우 예지원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칸 클래식 섹션은 뜻깊은 영화 유산을 기리고자 과거의 명작이나 관련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부문이다. 해마다 5~6편 가량 주요 영화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이 섹션에서 상영한다. 그동안 마이클 더글라스(2023), 장 뤽 고다르(2023), 로미 슈나이더(2022), 제인 캠피온(2022), 루이스 뷔누엘(2021), 이브 몽땅(2021) 등 저명하고 비중이 큰 영화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역대 칸 클래식 섹션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죽음의 다섯 손가락’(정창화 감독·2005) ▲‘열녀문’(신상옥 감독·2007) ▲‘연산군’(신상옥 감독·2009) ▲‘하녀’(김기영 감독·2008) 등 4편이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연출, 미술적 선택, 강렬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독창성 면에서 시각적 힘이 돋보인다. 훌륭한 촬영과 효과적이고 명확한 편집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평온함이 돋보인다”며 “이 영화는 충분히 존경받아야 할 ‘이 세대’가 이제는 영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보여준 한국영화 역사 그 자체와도 같은 우정, 그를 모르는 사람도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재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며 “김량 감독은 영화 전체를 통해 너무 멋 부리지도 않고 너무 진중하지도 않게 그를 위한 헌사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상] “두 개의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베트남 첩보요원”…박찬욱 감독이 전하는 신작 드라마 ‘동조자’ 뒷 이야기

“모든 전쟁은 두 번 벌어진다. 첫 번째는 전장에서, 두 번째는 기억 속에서.” (‘동조자’ 1화 中) 박찬욱 감독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신작 ‘동조자’로 돌아왔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 감독이 택한 다음 행보는 드라마였다. 7부작으로 구성된 ‘동조자’는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그가 연출한 두 번째 글로벌 시리즈로 현재까지 1,2화가 공개됐다. 쿠팡플레이 독점 공개의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작품이다. ■ 전세계가 주목하는 박찬욱의 신작, 아시아 이야기 1억 달러 넘는 HBO 투자 글로벌 프로젝트로 탄생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역사의 기억을 안고 있다. 강대국에 의한 식민 지배와 독립, 이데올로기 속 서양에 의한 내부 분리. 남과 북으로 분열 후 이념을 두고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쟁. 과정은 비슷했고 결말은 반대였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우리나라와 동병상련의 역사라는 공통점을 가진 나라에서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주인공 ‘대위’의 이야기가 던지는 부조리함과 아이러니는 분명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독방을 연상케하는 어떠한 공간에 갇힌 대위가 자술서를 쓰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대위(캡틴)는 베트남 어머니,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자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인물이다. 파란 눈을 가진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잡종’이라는 소리를 듣고 커왔다. 동시에 그는 공산 정권의 북 베트남 공작요원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 베트남의 비밀경찰로 활동하는 스파이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대척점의 세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대위는 스스로를 “스파이, 고정 간첩, 밀정. 두 얼굴의 남자”라며 “나는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다”고 표현한다. ‘동조자’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베트남계 미국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은 사이공이 함락된 1975년 미국으로 이주, 패배한 남 베트남 진영의 부모와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며 미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며 자란 인물이다. 소설의 매력에 빠진 박 감독은 공동 쇼러너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하며 제작, 각본, 연출까지 진두지휘했다. 박 감독은 동조자를 통해 ‘양면성’이 주는 비극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사안을 반대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자 축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명쾌하게 설 수 없어 결국 스스로 분열되기 쉬운 저주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극단적인 투쟁을 펼치는 두 집단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중간에 자리한 개인의 내면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엇 하나 명쾌하고 명료하게 판단할 수 없고, 단순하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배우를 많이 캐스팅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다양한 베트남 커뮤니티에 광고를 내고 배우는 물론 한번도 연기를 접하지 않은 일반인까지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감독이 주인공 외 가장 애착을 가진 캐릭터라고 표현한 ‘장군’역의 배우는 원래 디즈니에서 웹디자이너로 활동한, 연기를 처음 해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장장 8개월 간의 캐스팅 오디션을 거쳐 우리 앞에 ‘대위’로 나타난 배우 호아 쉬안데는 이민자 부모 사이 태어난 베트남계 호주 배우이다. 동조자는 출연진 섭외부터 구성까지가 하나의 드라마였다. ■ 박찬욱이 선물하는 블랙 코미디…무겁고 어두운 이야기 ‘유머’에 담아 ‘동조자’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를 계속해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꼭 가져오려고 한 것이 바로 ‘부조리성’”이라며 “이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겉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소설과 영화, 그 사이 드라마를 택한 이유는 무얼까. 그는 “문학 작품에는 한 편의 영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부함이 있다”며 “원작 소설 속 인물들을 최대한 작품에 등장 시켰고, 각각의 인물이 가진 매력과 개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각각의 캐릭터는 단순하지 않고 다면적이다. 대위의 상관인 ‘장군’은 수많은 죽음을 이끈 공포의 대상이지만 대위에게는 남 베트남에서의 정착을 이끌어준 존재다. CIA 요원 클로드 역시 무서운 인물이지만 대위에게는 미국의 문화를 알려주고 그를 아버지처럼 챙겨주는 존재이다. 여기에 주인공이 내레이션 형식으로 중간 중간 상황을 설명하거나 배경을 그려내는 영화적 장치를 적절히 결합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CIA 요원부터 오리엔탈리즘을 표방하는 동양학과 대학 교수, 국회의원과 영화감독 등 1인4역의 다역을 소화한 것 역시 “권력을 가진 백인 남성의 모습은 결국 미국의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며 이를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박 감독만의 영화적 표현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동조자는 주제와 배경은 심오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유쾌하고 때로 우스꽝스러우며 코믹하다. 그에 따르면 말도 안되는 이상한, 논리적이지도 않고 불쌍하기도 한 비극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유머가 있다. 박 감독은 “원작에도 문학적인 표현을 통해 재치 있고 냉소적이며 흥미로운 비유가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서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유머, 코미디를 많이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감질맛 나는 엔딩이다. 주인공이 ‘사느냐, 마느냐’ 중차대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대위가 말을 멈추거나, 영상이 뚝 끊긴다. 다음 화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동조자는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공개(방영)된다. 어린 시절 드라마를 챙겨보던 재미를 떠올리며 작품을 만들었다는 박 감독은 “절정의 순간에 끊어버리는 ‘클리프 행어’에 대해 누군가는 저렴한 트릭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시리즈물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두 가지를 당부했다. 감독은 “요즘은 시청자들이 한꺼번에 몰아보는 걸 좋아하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방영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것처럼 ‘동조자’를 통해 매주 1화씩 공개되는 드라마를 기다리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유머가 많은 작품이다. ‘과연 여기서 웃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데, 마음껏 웃어 달라”며 “웃으라고 만든 작품이니 유머를 잘 음미해 달라”고 당부했다.

‘개고기 종식’ 했다더니... 모란시장 암암리 거래 [개식용종식법 100일 下]

‘개식용종식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앞서 개고기 판매 근절에 나섰던 성남시의 ‘모란시장’ 사례를 보면 결국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개식용이 종식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모란시장’에서 개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들어서기 시작한 개고기 취급 업소는 2001년 54곳까지 늘어나며 시장 곳곳에서 ‘살아있는 개’를 진열하고, 도축·판매하며 성업했다.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개고기 소비가 주춤해져 점포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2017년까지 20여곳 업체에서 거래된 식용개가 연간 8만마리에 달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개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모란시장에 변화가 분 시점은 지난 2016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모란시장의 식육견 논쟁을 없애겠다’며 개 도축 시설을 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당시 성남시는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을 추진, 시장에서 개를 보관하거나 전시하고 도살하는 행위를 중단하게 했다. 개고기 취급 업소의 상인들이 업종을 전환하는 대신, 시는 상인들이 전업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알선하고, 식당 종사자의 재취업을 돕거나 비가림막을 설치해주는 등 시장의 환경정비에 나섰다. 성남시는 “모란시장의 개 도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성과를 홍보했다. 그렇다면 모란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25일 기획취재팀이 모란시장을 확인한 결과, 여전히 20여곳의 업체가 ‘개고기’를 팔고 있었다. 가축거리 어디에도 ‘개고기’ 글자는 보이지 않지만, 흑염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메뉴엔 ‘보신탕’이 있다. 건강원 등에서도 개고기를 내놓고 팔고 있었다. 김용북 모란시장 가축상인회장은 “성남시가 8년 전 개 도축시설을 가져가면서까지 개고기를 못 팔게 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단골 고객 등에게 개고기를 팔다가 점점 개취급 업체가 늘어났다”며 “여전히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업주들이 도축된 개고기를 들여와 보신탕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는 모란시장상인회와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해 개 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게 했지만, 개식용과 유통까지 전면 금지하진 못했다. 개식용을 금지할 법과 조례 등이 없다 보니 단속, 처벌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소음과 악취 때문에 민원이 쏟아지니,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인회와 소통하고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면서도 “개식용이 ‘비법적’ 영역에 있어 금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특별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개식용 금지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며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동물 보호와 개식용 금지에 대한 교육·캠페인 등을 벌여 국민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특별법 처벌이 이뤄지는 3년 뒤에 개고기가 암암리에 거래되지 않도록 법망을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소비자 처벌 규정 마련… 관련법 정비해야” [개식용종식법 100일 下]

개식용종식법이 본래의 취지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소비자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식용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장기간에 걸쳐 처벌을 강화하며 개식용을 금지하는 데 성공한 ‘대만’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대만의 경우 1990년대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1998년 ‘동물보호법’을 제정, 공공장소에서 개 도살을 금지하고 경제적 목적을 위한 특정 동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2001년엔 반려동물 도살행위를 금지하고, 2007년엔 동물 사체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그런데도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한 불법 개식용이 이어지자, 2015년 개·고양이 도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지자체 조례를 만들어 단속을 강화했다. 한 지자체에선 개를 죽이거나 식용한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주까지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했다. 결국 2017년 개·고양이의 도살, 식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대만 의회를 통과했다. 법을 어길 경우엔 1~5년의 징역형 또는 5만~25만 대만달러(약 187만~934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법을 어긴 이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특별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정숙 백석문화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도 수십년간 이어진 개식용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만처럼 개식용을 금지해도 다른 나라에서 가져와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개식용 관련 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도 함께 처벌하는 방안,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선 식용 개 52만 마리를 안락사하지 않고 제대로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들이 훈련을 통해 봉사견 등으로 지낼 수 있도록 돕거나, 해외입양도 고려할 수 있다.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한 해외의 경우 성견이나 아픈 개들도 입양을 한다. 정부가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남은 개를 보호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부천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개식용이 불법 도축으로 인한 위생, 동물학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특히 광견병·콜레라 감염 등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며 “캠페인 등으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을 존중하는 건 사회적 약자를 향한 존중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개의 식용을 금지하는 건 동물보호, 생명존중을 넘어 인간의 공감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가 법을 정비하고 후속 조치를 잘 시행해 국민 공감을 얻고 개식용을 종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경기도자미술관 특별전 ‘자가처방_한국도예’서 만나는 도자의 미래

한국 도예의 기원과 잠재력을 살펴보고 전 세계 도예가 함께 나아갈 현대도예의 미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도자재단은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2024 경기도자미술관 특별전 ‘자가처방_한국도예(Self Medication_Korean Ceramic Art)’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4회 2023 라트비아 도자비엔날레의 국가초대전’으로 선보여 1만여 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한국 현대도예 순회전의 귀국전이다. 25일 경기도자미술관이 새단장을 마치고 공식 재개관하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앙코르 전시이기도 하다. ‘자가처방_한국도예’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시에선 현대 도예의 방향성을 모색할 사유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현대 도예가 16명이 참여해 총 51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전시는 ‘잇다’, ‘구하다’, ‘말하다’ 등 총 3부로 구성된다. ‘잇다’는 전통기법과 형식에 대한 해석 및 연구, 전통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김익영, 김정옥, 오향종, 이동하, 이수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도예를 작가만의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향유될 수 있는 새로운 전통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구하다’는 도예의 재료와 기법, 제작 과정 전반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박종진, 배세진, 백진, 여병욱, 윤정훈, 이능호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재료를 해석하고 다루는 작가만의 독특한 방법을 통해 지문과 같이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구체화되고 있는 작품이 전시됐다. ‘말하다’에서는 작품을 통해 사회와 문화적 현상, 현대도예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리 낼 것을 제안하는 김정범, 유의정, 오제성, 정관, 한애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재단은 그동안 해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과 다양한 국제 교류 전시를 추진해왔다. 이번 특별전은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인정받은 우리나라 현대도예 작품들을 새롭게 단장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만나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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