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특별법에 ‘혼란’ 개식용종식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 지 100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여전히 보상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특별법을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을 시급히 만들어 개식용 산업의 전·폐업을 점검하고 보상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정부, 개식용 금지하며 전업 및 폐업에 대한 지원 약속 개식용종식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식용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육·증식·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이 같은 벌칙 조항은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에 유예기간을 뒀다. 법이 지난 2월6일 공포됨에 따라 개농장주, 도축·유통상인, 식당 주인 등은 공포일로부터 3개월 이내(5월7일)에 시설의 명칭, 주소, 규모, 운영기간 등을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또 6개월 이내(8월5일)에는 전·폐업에 대한 계획을 담은 ‘개식용종식 이행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신고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개식용 업체에 대해 전·폐업을 지원한다. 반면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은 개식용 업체는 전·폐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실태조사와 이를 위한 출입을 거부할 경우에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특히 법이 공포된 날부터 개농장을 비롯해 개를 도살하거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유통·판매하는 시설을 신규, 추가로 설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 마리당? 면적당?… 불명확한 기준에 현장은 ‘버티고’·‘확대하고’ 법이 공포됐지만 여전히 개식용 관련 업체에 대한 보상 기준이 불명확한 문제가 남아있다. 특별법 11조, 12조엔 각각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전업에 필요한 시설 및 운영자금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원 방안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이견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개사육 농장, 도축·유통업체, 식당으로 분류해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개사육 농가의 경우 보상 기준을 마릿수에 둘지, 농장 면적에 따라 보상을 할지를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육견협회는 영업손실의 보상 명목으로 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마리당 보상은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보상을 더 받기 위해 개체 수를 늘리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농장 면적’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신탕 가게 역시 ‘매출’로 보상 기준을 정할 지, ‘식당 면적’을 기준으로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함께 법 18조엔 이행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는 등의 6개 사례를 과태료 사항으로 규정했지만, 각 사항에 따른 과태료 금액과 적발 방법 등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불법사항을 규정해 놓으면서도 정작 불법을 단속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기준이 제시될 때까지 최대한 규모를 늘리고, 버틴다는 분위기다. 화성의 한 개농장 주인 A씨는 “괜히 이행계획서를 냈다가 보상이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 아니냐”며 “보상안이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으면 특별법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개농장을 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한 보신탕 가게 주인 B씨는 “가게 면적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전년도 매출이다 등 각종 소문이 돈다”며 “직원들이 쉬던 빈방까지 모두 테이블로 채워 최대한 손님을 많이 받으려 한다. 일단 매출을 올려놓고 이행계획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상과 관련해 적절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재산권만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산에서 개농장을 운영하는 C씨는 “업장을 신고하고 폐업 이행계획서를 내라면서, 어떤 지원을 해줄지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재산권, 기본권만 빼앗기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정부, 시급히 시행령·시행규칙 만들어야 이처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전문가들은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어 하루 빨리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을 공포할 때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세부 규정을 마련한다. 그러나 개식용종식법은 시행령, 시행규칙이 없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법을 공포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법을 빠르게 정비해 예측이 가능해야 국민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개식용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 종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고, 국민 정서에도 일정 부분 부합하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하루빨리 실태조사를 마무리해 단속을 병행하면서 법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며 “법을 이행하는 업주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보상 방법을 안내하고, 재취업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의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적절한 지원을 하기 위해 육견협회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께에는 시행규칙이 만들어지고 보상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장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준비와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1796년 9월,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이를 외호하기 위해 수원화성을 설계했다.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정조가 수원에 자주 머물게 되면서 성 안의 유일한 봉수대인 ‘봉돈(烽墩)’은 남산의 봉수대와 함께 ‘제2의 한양’을 지키는 전국 봉화의 종착지가 됐다. 봉수는 횃불(봉)과 연기(수)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전통시대의 통신제도다. 높은 산에 올라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그 신호를 알렸다. 평상시엔 1개의 봉수가 피어올라 나라의 안녕(安寧)을 상징했다. 적국이 국경 가까이 나타나면 2개가 올라 위급함을 알렸고, 국경에 이르면 3개, 침범 시 4개, 전투를 시작했을 땐 5개의 봉수가 모두 올랐다. ‘육지’에선 부산 동래 다대포에서 피어오른 불이 용인 건지산과 석성산을 거쳐 수원으로, ‘바다’에선 전라도 순천의 횃불이 안성 흥천대에서 서봉산을 통해 시속 100㎞로 달려와 봉돈의 불을 밝혔다. 이렇게 전국의 횃불이 수원까지 모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남짓.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전국에서 쏘아올린 ‘이상 없음’을 뜻하는 1개의 봉수가 봉돈에 도착해 어김없이 행궁을 비췄고, 이를 본 백성들은 무사히 두발 뻗고 잘 수 있었다. 봉돈은 지금도 수원화성의 동이포루와 동이치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봉수대가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산 정상에 있는 것과 다르게 봉돈은 행궁을 마주보기 위해 유일하게 성벽에 맞물려 성곽 중간에 만들어졌다. 20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벽돌을 쌓아 올려 정교하게 지어진 예술적 특징은 여전하다. 이러한 ‘봉돈’은 1896년까지 100년간 불을 밝혔지만 왜구의 침입 가능성이 적어지고 전신(電信)이 생기면서 불이 꺼졌다. 1971년부터 2단계의 복원정비사업을 거쳐 보존됐으나 그 가치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수원화성이 경기도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봉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새로운 콘텐츠 요소로 ‘봉돈’을 재조명해 화성을 더욱 알리고,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해득 한신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 시대 전국엔 650개의 봉수대가 있었지만 종착지로서의 봉수는 남산과 화성 단 2곳 뿐이었다”며 “봉돈의 건축 특징, 가치 등을 알리는 것은 역사문화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관광특화사업이 수년째 정체되면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안팎에선 수원화성의 성곽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전통문화·관광 콘텐츠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수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수원화성의 관광객은 지난해 103만901명으로, 지난 2016년(166만9천847명)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만6천648명에서 4만796명으로 72%나 대폭 줄었다. 관광객이 7년째 꾸준히 줄고 있지만, 수원화성의 관광 사업은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행궁동 왕의 골목여행·국궁장 등 관광체험시설·화성어차 탑승 등의 관광사업이 수년 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화홍문 등에 미디어아트쇼를 추진하는 사업이 만들어진 정도다. 특히 1979년 수원시가 화성의 성곽을 모두 복원해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곽을 홍보, 활용한 관광 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수원화성을 다녀간 관광객 홍기배씨(75)는 “중학생인 손자와 수원화성에 왔다가 ‘왜 봉수대가 아닌 봉돈이라고 부르느냐’, ‘봉돈에 왜 연기나 불이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들었다”라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곽, 봉돈을 그대로 놔두기 보다, 실제 연기를 피우거나 그게 어렵다면 불꽃 모양의 전등 등을 달아 밤에 멀리서도 환하게 보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원화성만의 시그니처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봉수대를 활용한 관광사업이 활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수원 봉돈과 함께 전국 봉수의 집결지이던 ‘남산’ 봉수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 12시에 연기를 피운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 중 하나로 1구의 봉수대에 10분간 연기를 피워 봉수대의 역할을 알리고, 남산을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이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강릉시 역시 지난해 9월 ‘소동산’ 봉수대에서 거화의식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봉수의 면모를 재현해 홍보에 전념할 계획을 세웠다. 안국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를 큰 규모로 하기 때문에 봉돈에도 불꽃을 피워 능행차와 맞물려 홍보하고, 세계적인 문화 관광 이벤트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곽이 보존돼 있지만, 성곽에 대한 홍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봉돈의 역할과 기능, 성곽에서의 신호 체계, 성곽의 기능 등 교육하고 홍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케팅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 만큼 시설물에 인위적인 조작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가 있어야 한다”며 “수원화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봉돈을 이용한 이벤트를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1940년대 어느 날, “방앗간 앞으로 몇 살부터 몇 살까지 여자 아이들은 다 모여라”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열 네 살 소녀 순이 역시 엄마 손을 붙잡고 방앗간 앞으로 모였다. 쌀가마를 재는 저울에 마을 여성들이 한 명씩 올라섰고, 일정 몸무게가 넘은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트럭에 올라탔다. 11세부터 27세까지 여성들은 이유도 모른 채, 아는 이 하나 없는 땅에 끌려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쟁이 끝나자 일본군은 여성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무작정 걷던 순이는 우연히 광복군을 만난 꿈에 그리던 복사골 집으로,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안점순’이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 최초로 공식석상에 나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증언을 했다. 위안부 문제가 피해 당사자의 입을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막내 조카가 안점순 할머니를 피해자로 신고하고, 조카를 따라 수원에 내려온 뒤에도 할머니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단체가 끊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열네 살의 기억에서 60여년이 지난 용기의 발걸음은 마침내 2002년 75세의 나이에 안점순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세상에 나오게 만들었다. ■ 가장 취약한 존재였던 ‘소녀’의 날갯짓…‘수원시민’과 만나다 안점순 할머니, 용담 선생은 그때부터 강인한 인권 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UN 인권위원회 여성폭력문제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하며 ILO(국제노동기구)의 국제심포지엄에도 참여했다. 2015년 한일합의 무효의 의지로 위로금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할머니의 활동은 수원 시민에게 큰 감명을 남겼다. 2014년 3월 오로지 수원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수원평화비건립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평화의 소녀상’으로도 불리우는 ‘평화비’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전시 성폭력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 속 국내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수원 평화의 소녀상은 오롯이 시민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특별함을 갖는다. 수원지역의 어린 학생들은 천원부터 만원까지 주머닛 속 꼬깃꼬깃하지만 소중한 마음을 내밀었다. 그렇게 건립기금 7천여만원이 모여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이를 계기로 ‘수원평화나비’가 창립되고 매월 첫번째 수요일마다 평화비 앞에서 ‘수원 수요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안점순 할머니와 수원시민, 평화나비 그리고 수원시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2016년 수원시는 자매결연을 맺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고, 이때 역시 수원시민의 정성이 담긴 모금이 이뤄졌다. 일본의 방해로 무산됐지만 2017년 독일 중남부 레겐스부르크 인근 네팔 히말라야 파비용 공원에 ‘순이’라는 이름의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18년 안점순 할머니는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며 영면에 들었다. 할머니를 기억하며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는 순이가 열네 살의 나이에 올라야 했던 저울을 포함해 할머니의 시간과 여러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기억의 방’이 자리하고 있다. ■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나비의 작은 날개짓, 연대의 바람으로’ 지난 15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개막한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전시회’는 안점순 할머니와 수원시민이 함께한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연대의 시간과,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기록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기억의 방’ 바로 위에 위치해있다. 전시에서는 2014년 수원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 2017년 독일에 ‘순이’가 만들어지던 환희의 순간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속에는 평화비가 건립되기까지 안점순 할머니 등 어르신들과 이들 곁을 지킨 어린 청소년부터 청년, 학부모 단체 등 수많은 시민의 기쁨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수원여성회, 수원청년포럼, 수원청소년인권센터, 수원시안경사회, 수원참교육학부모회 등 숱한 시민단체가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와 함께 수요문화제, 수요집회(수요시위) 등의 발자취도 볼 수 있다. 역사 기록물도 만나볼 수 있다. 야지마 츠카사 작가는 일본 와세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아사히 신문의 사진기자 출신이자 2003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전시에는 일제에 의해 중국내 위안소로 동원된 후 해방 후에도 고향으로 귀국하지 못한 네 명의 할머니와 당시 중국에서 위안부 건물로 사용됐던 실제 건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작품이 전시돼 있다. ■ 제국주의의 유린, ‘인권’에 관한 이야기 가해국 일본의 남성이 위안부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갖고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이유에 대해 그는 “위안부는 ‘인권의 문제’라는 공통된 시각을 갖는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은 조선인뿐만이 아니다.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일본 제국의 손이 닿는 수많은 아시아 태평양 식민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문제이자 전쟁범죄다. 야지마 츠카사 작가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있다”며 “역사는 기억과 계승이 중요하다. 피해 당사자 중심에서 정확히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이 사람들의 얼굴, 이름 하나하나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그가 만난 이들이 담긴 사진 작품에는 만주 공장서 일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직업소개에 속아 18세에 중국으로 끌려간 리수단 할머니,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을 돕기 위해 음식점서 일하다 직업소개소에 의해 팔려간 박서운 할머니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이 털어놓은 사연에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타지로 끌려갈 수밖에 없던 소녀들의 안타까운 시간을 만날 수 있다. ■ 잊지 말아야 할 기억과 평화의 연대 이날 개막식에 참여한 김희경 수원여성회 공동대표는 “평화비는 전쟁범죄를 드러내는 가장 아름답고도 강렬한 저항”이라며 “가장 취약한 존재였던 소녀들에게서 평화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듯 위안부 문제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전쟁에도 연대의 마음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전시회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며 광교홍재도서관(4.22~4.28), 수원시청로비(4.29~5.3), 호매실도서관(4.14~4.21) 등 3곳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시민의 손으로 수원에 평화비가 세워진 지 10년을 기념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1일 진행된 ‘갑진년 삼월일일,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 공연에 이어 5월1일에는 제85차 수요문화제 및 수원평화의 소녀상 건립10주년 기념식이 수원평화비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10월까지는 ‘기억의 방’ 견학 및 학교와 현장 강의 등 인권 교육이 열릴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이 ‘2024 경기예술지원 2차 공모’를 시행한다. 공모는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지원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 ▲원로 예술활동 지원 ▲창작공간 임차료·대관료 지원 ▲예술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총 5개 부문으로 나뉜다.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지원’은 만 19세 이상 만 39세 이하(1984년1월1일~2004년12월31일 출생자) 청년 예술인 200명에게 개인별 300만원의 창작 및 자립 활동을 위한 준비금을 지원한다.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은 공모지원 사업에 처음 발을 내딛는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분야의 예술인(단체)의 창작 및 발표 활동을 돕는다. ‘원로 예술활동 지원’은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 65세 이상(1959년1월1일 이전 출생자)이 대상이다. 문학과 시각예술은 원로 예술인 개인만 신청 가능하며 공연예술은 개인이나 출연자의 50% 이상이 원로 예술인(만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단체도 신청가능하다. ‘창작공간 임차료·대관료 지원’은 ‘임차료’와 ‘대관료’ 중 하나의 지원유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임차료’는 자립을 위한 창작공간의 월 임차료를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한다. ‘대관료’ 유형은 연습실, 전시실, 공연장 등 각종 예술 활동을 위한 공간 대관료를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한다. ‘예술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은 예술활동을 기반으로 한 경기도 소재의 창업 3년 미만 협동조합 혹은 예비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1천만원을 지원하며 전문 컨설턴트의 1:1 맞춤형 컨설팅(멘토링)도 지원된다. 접수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진행하며 오는 29일 월요일 오후 5시까지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단의 심의를 거쳐 5월 27일 월요일에 선정결과가 발표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국내 성인층의 종합독서율은 43.0%로 집계됐다. 여기서 종합독서율이란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이번 종합독서율은 전년(2021년) 대비 4.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1994년 독서 실태조사(격년)를 실시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처음 조사가 이뤄진 1994년 당시만 하더라도 86.8%에 달했다. 하지만 전자책이 통계에 포함된 2013년(72.2%)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하며, 매번 ‘최저치’를 찍었다. 연령별로 나눠보면 60세 이상 노년층의 종합독서율이 15.7%로, 1년 전(23.8%)보다 크게 줄었다. 20대(19∼29세)는 74.5%로 조사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지만, 전년과 비교해보면 3.6% 포인트 감소했다. 30대와 40대의 종합독서율은 각각 68.0%, 47.9%였다. 소득에 따라서도 독서율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월 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독서율은 54.7%였으나,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경우 독서율이 9.8%에 그쳤다. 매체별로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제외한 종이책 독서율이 32.3%로, 성인 10명 중 7명이 종이책을 1년에 1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2021년보다 0.6권 줄어든 3.9권이었다. 특히 종이책 독서량은 1.7권에 불과했다. 도서 구입량은 종이책과 전자책이 각각 1.0권, 1.2권이었다. 독서 행태를 보면 성인은 평일에 하루 평균 18.5분을 책 읽기에 할애하고 있으며, 휴일에는 25.0분을 사용했다. 이 밖에 독서 장애요인으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2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 등 순이다. 성인과는 달리 학생의 독서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초·중·고교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5.8%로, 2021년 대비 4.4%포인트 상승했다. 연간 종합독서량은 36.0권으로, 같은 기간 1.6권 더 늘었다. 독서에 쓰는 시간은 평일 하루 평균 82.6분, 휴일에는 89.0분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학생 85.4%가 도서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52.3%는 독서모임 등 독서 활동을 경험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교과서와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의 독서 비율을 따졌지만,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독서의 범위는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의 범위를 묻는 말에 학생의 49.6%가 '만화책 보기'도 독서에 포함된다고 봤고, 성인의 경우 67.7%가 '웹소설 읽기'를 독서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작가의 소회는 담백하고 간소했다. 반세기의 긴 영광의 시간을 몇 번 되짚을 만도 한데, 그저 참석한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학창시절에 품었던 작가의 꿈을 지금도 하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 지역의 선배님들, 나와 함께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님들,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82)의 문단 등단 50주년을 기념한 ‘날아라 축구공’(좋은꿈 刊) 출판기념회가 지난 16일 수원 팔달문화센터 지하1층 예당마루에서 열렸다. 기념회엔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과 김운기 수원문인협회 회장, 최동호 시인, 맹기호 경기수필가협회장, 변상현 동수원병원 이사장 등 지역 문인과 예술인, 관계자 등 100여명이 자리해 윤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문인들은 글을 벗 삼아 평생을 살아온 윤 작가의 작품으로 시 낭송과 축하 노래, 동화 낭독을 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다시 한 번 조명했다. 이복순 시인과 정다겸 시인은 윤 작가의 ‘우리 동네 김씨 할머니’, ‘차를 끓이며’를 각각 낭독했고 이경화 시인은 ‘고래, 바람 부는 날의 풀’을 축하곡으로 불러 기념회의 분위기를 달궜다. 윤금아 아동문학가는 ‘날아라 축구공’의 일부분을 실감나게 낭독해 모두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최영재 작가는 “윤 작가님의 동화는 한 편만 읽어도 가족애와 친구애, 부족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어린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데, 이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늑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더해 윤 작가님의 글은 재미가 있고 생각하는 즐거움도 있고 느끼는 보람, 깨닫는 즐거움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 아동문학의 거장 윤수천 작가는 1974년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화 ‘산마을 아이’가 우수작으로 당선되고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항아리’가 당선되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 경기일보 문화면에 ‘생각하며 읽는 동시’를 연재 중이며 “동화쓰기는 여든의 나이에도 생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라고 말하며 매일 소년의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펴낸 동화집 ‘날아라, 축구공’은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꿈을 찾는 과정, 타인을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 등을 담은 8편의 작은 이야기가 수록됐다. 동심을 일깨우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지혜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여성긴급전화1366경기센터가 지난 16일 센터 회의실에서 ‘2024년 여성폭력피해통합지원사업 자문단 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국정과제인 5대 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을 위해 진행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여성폭력피해통합지원사업 개요와 추진 현황 등을 소개했다. 또 지역사회의 5대 폭력 피해 지원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및 피해자 지원 활성화를 위한 연계와 협업 방안이 논의됐다. 여성폭력피해통합지원사업은 지난해 1366 경기센터와 부산센터 2개 센터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며, 올해에는 5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5대 폭력은 가정폭력, 교제폭력, 디지털성범죄, 스토킹범죄, 권력형 성범죄를 일컫는다. 자문단은 경기도여성폭력방지협의회,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 경기도 노인보호전문기관, 경기남부장애인권익옹호기관,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총 20개 기관으로 구성됐다. 간담회에선 1366센터 중심의 통합지원체계 구축, 피해지원전문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통합적 위기개입을 통한 피해자 안전 확보, 피해자 서비스 자원 연계를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여성긴급전화1366 경기센터는 여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효과적 지원뿐 아니라 현장의 협력기관들이 자원연계 및 복합사례지원의 어려움을 경험할 때 서비스 연계를 돕는 게이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젠더폭력 피해상담은 젠더폭력통합대응센터 여성긴급전화를 통해 365일 24시간 상담할 수 있으며 카카오톡(031cut)으로 실시간 채팅상담도 가능하다.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금자)는 ‘제39회 경기여성 기·예 경진대회’를 진행한다. ‘경기여성 기·예 경진대회’는 예술과 문화에 관심 있고 적극적으로 사회참여를 희망하는 도내 여성에게 예술적 기량과 재능을 뽐낼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문화갈증을 해소하고 자기 개발 및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게 목적이다. 대회는 공모전 5개 부문(시, 수필, 사진, 회화, 캘리그라피), 경진대회 2개 부문(꽃꽂이, 라탄공예)으로 나뉘어 열린다. 공모전 참가 희망자는 도내 거주 여성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5월 24일까지 우편 또는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경진대회 부문은 6월4일 경기여성의전당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경진대회 부문에 새로 추가된 라탄공예는 생활용품 및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공예로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만큼 기예 경진대회에 젊은층의 참여가 기대된다. 입상자는 경기도지사 표창과 제작된 도록을 수여하고 입상작은 경기여성의전당에서 전시회가 열린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오는 11월까지 수원지역 중·고등학교 10개교에 찾아가는 ‘반짝부스’를 운영한다. 위기 청소년을 적극 발굴하고 청소년의 상담참여를 적극 장려하는 방안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아웃리치 ‘반짝부스’는 학교로 직접 찾아가 또래상담 동아리 학생들과 연합 운영을 통해 청소년들의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상담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안내 및 ‘청소년전화1388’을 홍보하고 있다.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올해 수원지역 중·고등학교 10개교와 협력, 영덕고, 동우여고를 시작으로 망포중, 곡반중 등에 찾아갈 예정이다. 학교 아웃리치는 관내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신청 가능하며 청소년상담전화1388 퀴즈이벤트, 홍보 물품 배포 등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로 운영된다.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이번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위기청소년을 적극 발굴해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과 보호자를 위한 ‘청소년전화 1388’을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내방 및 사이버상담 등을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