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2일 이한동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했다. 대정부질문에 나선 여야 의원 11명은 이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등 대북정책, 국가보안법 개정문제, 부시 미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공조 및 NMD(국가미사일방어)체제 추진문제 등을 놓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김 위원장의 답방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되고 남북평화체제 구축의 전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앞서 한국전쟁과 KAL기 폭파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 대량살상무기 포기, 전력의 후방배치,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근거를 제시한뒤, 북한의 주적개념 삭제와 보안법 개·폐를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의원들은 남한의 적화를 천명한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 되거나 북한 주력부대의 후방배치등 군사적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부가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을 낙관하는 것이 햇볕정책을 과시하기 위해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와 관련 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현대가 북한에 제공한 3억 달러의 금강산 관광사업 대금의 군사용 전용 보도와 주한미군 당국이 지난해 11월 현대측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는 보도의 사실 여부를 추궁한뒤 대북전력지원의 군수용 전환 가능성 차단을 주문했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함께 부시 미행정부의 출범등 한반도 주변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안보전략 수립을 제안했으며, 한나라당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중국의 대북 영향력 증가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미국이 추진중인 NMD와 관련 정부의대한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은 “유럽, 중국,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 NMD가 추진되고 있는 것은 동북아 지역의 갈등과 긴장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도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여야 의원들은 이와 함께 대북정책추진에 대한 국민동의 확보를 위해 정부, 시민단체, 여야 정치인이 참여하는 ‘남북화해협력특위’구성이나 대북정책의 청사진에 대한 여야 합의서 작성 등을 제안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자민련은 26일 김종필 명예총재의 ‘방미외교 뻥튀기’란 보도가 나오자 해프닝의 진원지로 알려진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에게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는 등 진위 파악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발단은 김 명예총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한 최고위원과 함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주최한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축하 만찬에 참석,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난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김 명예총재를 수행중이던 자민련 정진석 의원은 이에대해 “부시 전 대통령 내외와 귀빈실에서 별도로 만나 아들의 취임을 축하하고 한·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미 한국대사관측에 설명, 대사관측은 이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전달해 그대로 보도됐던 것이다. 그러나 한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당시 귀빈실에는 100여명의 인사가 바쁘게 움직이며 악수를 하는 상황이었기에 JP가 부시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한미정상회담 조기개최의 필요성을 밝혔다”고 ‘실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문제의 ‘뻥튀기’보도가 나오게 되자 자민련은 26일 오전 변웅전 대변인을 통해 LA에 머물고 있는 한 최고위원과 황급히 통화, 경위를 알아보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변 대변인은 통화 후 “한 최고위원도 JP가 부시 전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관련 얘기를 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으며, 왜 그런 기사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자민련 고위당직자는 이와관련, “설령 한 최고위원이 특파원들에게 전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JP의 위신을 실추시킬게 뻔한 발언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특히 양당간 공조를 감안할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 최고위원에게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이 15일 미·일·중·러 4강국 정상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4강 외교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연쇄회담은 제8차 APEC(아·태경제협력체) 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김 대통령과 이들 정상간의 30분 안팎에 걸친 의례적 만남의 성격이지만, 최근 한반도 상황의 급진전과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지난 10월의 서울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다자간 회의를 통해서도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를 적극 유도했고, 4강국 연쇄회담에서도 이에 관한 깊숙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이들 정상과의 회담에서 공히 북한의 APEC 참여를 위한 각국의 지지를 부탁하면서, 당장 회원 가입은 안되더라도 산하위원회의 ‘게스트’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한 점도 이같은 맥락이다. 또한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문제에 대해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최근 미국의 대선 결과를 둘러싼 국내정정의 여러 요인들을 감안해 결정을 내릴 방침임을 김 대통령에게 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김 대통령의 활발한 4강외교 행보는 남북이 직접 대화의 물꼬를 튼뒤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시키고, 이어 남북한과 미·중간의 4자회담을 통해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일련의 대북구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당국자는 “김 대통령은 임기중 4자회담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4강국과의 외교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우리와 이들 4개국과의 현안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재일 한국인의 지방참정권과 양국간 항공 셔틀제 문제가 주로 논의됐고, 중국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나서는 지난 10월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의 방한시 합의했던 양국간 전면적 협력 관계로의 진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경원선과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 및 남북한과 러시아간 3각 경협사업이 의제로 거론됐다. 이와함께 중·일 정상과의 회담에서는 이달 말 싱가포르의 ‘아세안+3’회의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시키자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3국 회담의 정례화는 동북아의 안정과 경제협력을 위해 김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 합의된 것이며,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우리나라가 3국회담을 주관하게 된다.
아·태 경제협력체(APEC)회의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국왕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등 빡빡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12년만에 브루나이를 국빈방문한 김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왕궁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 참석, 볼키아 국왕과 브루나이 추밀원 인사 등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이어 한·브루나이 양국 정상과 공식수행원이 배석한 가운데 왕궁 회의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현대건설의 브루나이 제루동 공사 미수금 3천800만달러를 조속한 시일내에 받기로 하는 한편, 유럽쪽에 집중하고 있던 브루나이의 해외투자 대상을 한국으로 상당부분 돌리도록 하는 등 내실있는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고 외교당국자가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현대건설 미수금을 브루나이가 곧 지불키로 한 것은 사전에 우리정부와 현대측의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김 대통령이 직접 볼키아 국왕에게 이 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브루나이측이 요구한 원유와 LNG 도입의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이어 왕궁 연회장에서 열린 볼키아 국왕 주최 국빈만찬에서는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정상들이 입장한 뒤 3분가량의 회교식 기도를 하고 볼키아 국왕이 김 대통령의 방문을 축하하는 만찬사를 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대해 “‘평화가 깃드는 곳’(Negara Brunei Darussalam) 이라는 국명 그대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브루나이를 방문하게 돼 더 없이 기쁘다”면서 “이번정상회의가 볼키아 국왕의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이뤄짐으로써 21세기 아·태 지역의 실질적 경제협력을 위한 거시적 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루나이측의 김 대통령에 대한 배려가 어느 다자회의에서보다 두드러졌다는 것이 수행인사들의 평가다. 볼키아 국왕은 다리가 불편한 김 대통령을 위해 APEC 회의장의 현관 계단에 손잡이를 설치토록 특별지시를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브루나이의 영자 일간지 ‘뉴스 익스프레스’는 12일자 일요판에 김 대통령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뉴스 익스프레스는 1면 표지에 김 대통령의 사진을 싣고, APEC 특집란에 3개면을 할애해 ‘민주주의와 가족을 사랑하는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김 대통령의 저서 ‘옥중서신’을 인용, 김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소개하고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앞서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한국시간) 브루나이 국제공항에 도착, 무타디 빌라 왕세자, 마스나 공주 등의 영접을 받았다. 지난 8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브루나이는 경기도의 약 절반에 불과한 국토에 인구가 33만명인 소국으로 회교를 국교로 하는 세습왕정국가지만 석유·천연가스 자원 등이 풍부해 1인당 GDP가 1만5천달러 가량인 부국이다.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은 13일부터 17일까지 제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및 브루나이 국빈 방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도약 기반 구축을 위한 ‘정상외교’를 재개한다. 그동안 경제적 어려움 극복 등을 위한 ‘내치(內治)’에 전념해온 김 대통령은 연례행사로 열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와 오는 23∼29일로 예정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의 및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방문을 통해 사실상 올해의 정상외교를 마감한다. 김 대통령의 이번 APEC 정상회의 참석은 우선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김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김 대통령이 남북한이 주체가 되고 미·중이 보증하는 형태의 이른바 ‘2+2’(남북한+미·중) 방식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이들 4개국의 확고한 동의를 얻어냄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 여건을 한층 다지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또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최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급진전되고 있는 북·미 관계 진전상황을 검토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대북관계 ‘자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의 APEC 활동 참여를 위한 회원국 정상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북한의 개혁과 개방 및 국제사회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 대통령은 이와함께 APEC 회원국들과의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우선 김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세계화 ▲APEC의 다자무역체제기여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한 공동대처 등 주요 의제 토의에 적극 참여,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공동번영을 위한 기반구축을 호소할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지난 98,99년의 APEC 정상회의와 지난 3월 ‘서울포럼’에서 제안한 지식기반경제의 활성화, 사회안전망 구축, 사이버 교육협력 사업 등을 앞으로 APEC안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주요 산유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투자보장 협정체결을 계기로 투자.교역 활성화 및 유가 안정, 석유에너지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세일즈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18일 주룽지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우리 이동통신업체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중국 시장 참여 기회를 확보했고, 국내 보험사의 중국시장 진출과 중국 서부개발 참여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김 대통령은 이어 19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프랑스의 TGV가 중국의 베이징-상하이 노선 건설사업에 진출할때 한국기업과 합작하는 방안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부산-거제도간 민자도로사업에 프랑스 기업이 참여하도록 한다는데도 원칙적으로 합의, 프랑스의 대한 투자를 이끌어낸 것도 한·프랑스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이는 지난 3월 김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서도 거론됐으며, 지난 7월에는 시라크 대통령이 직접 김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프랑스의 대한 SOC 사업 투자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분야는 아니지만 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에서 프랑스측과 2001년까지 이 문제를 완결짓는다는데 합의한 것도 눈에 띄는 외교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이밖에도 이날 오후와 저녁에 갖는 덴마크, 핀란드, 영국, 말레이시아 정상과의 회담 및 20일 독일, 스페인, 21일 네덜란드, 브루나이,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아일랜드와의 회담에서도 각국의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에 대한 투자효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남한 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북한에 진출하는 방안을 외국 정상들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외교 당국자는 전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세일즈 외교는 우리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을 최대 당면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다자 정상회의의 유치를 계기로 김 대통령은 우리의 대외신인도 제고 및 대한투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정부와 여당은 외교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외교관 계급제를 폐지하는 대신 경력, 외국어 능력 등을 고려해 보직을 부여하는 ‘보직공모제’를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당정은 외교관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외무공무원 임용후 주기적으로 적격심사를 실시, 부적격자를 퇴직시키는 적격심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22일 오후 민주당사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차관, 배기선 제1정조위원장 및 당 소속 국회 외교통상위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당정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을 마련, 금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키로 했다고 배기선 위원장이 밝혔다. 당정이 마련한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특 1급부터 7급까지 9단계로 나눠져 있는 외무공무원의 직급제가 폐지되는 대신 인사평정, 해당분야 경력, 외국어 능력 등을 종합해 보직을 부여하는 ‘보직공무제’(job hosting)가 도입된다. 직급제가 폐지될 경우 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 이사관, 관리관 등 직급의 명칭은 외교통상직의 경우 외무관, 외무행정직은 외무행정관, 외교정보관리직은 외무정보관으로 통일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외교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무관은 임용후 13년과 20년차에, 외무행정관과 외무정보관은 임용후 11년과 22년차에 각각 적격심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외무공무원의 계급정년을 폐지하고 연령 정년을 현행 64세에서 60세로 낮추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외교통상부 본부 고위직위 및 주요 재외공관장 재직자에 대해선 재직기간에 한해 최장 64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당정은 현재 재외공관장 역임자로 국한돼 있는 대명(待命) 퇴직제도를 본부 과장 또는 공관 참사관급 재직자로 확대하며, 1년 이상 보직을 받지 못하는 외무공무원은 이 제도에 의해 자동으로 퇴직시키기로 했다. 이밖에 당정은 현행 1, 2부로 나눠져 있는 외무고시를 통합하고 외국어와 면접시험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엔이라는 가장 권위있는 기관을 통해 전세계가 남북관계를 지지한 것이 가장 의미있는 성과다.” 김대중 대통령은 4박5일에 걸친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외교활동을 마무리한 뒤 9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유엔 정상외교의 성과를 이같이 요약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의 이번 유엔 정상외교 활동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변화한 한반도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공식 보고하고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당부하는데 역점이 두어졌다. 그 결과 유엔 공동의장의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에 대한 지지성명이 나오게 됐고, 이번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로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축하와 지지를 받았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이번 방문기간 미국·중국·러시아 등 3강국과 개별회담을 가졌고, 오는 22일에는 일본을 방문, 한·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한달동안 주변 4대 강국 정상을 모두 만나게 됨에 따라 향후 한반도 평화 만들기 작업이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은 이들 국가와의 개별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중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한·러 정상회담. 이 회담에서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남북한과 러시아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몽골 등 역내 국가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했고, 이는 김 대통령의 한반도 경제중심론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양국은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남북관계와 관련된 외교 성과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김 대통령의‘세일즈 외교’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이번엔 남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위한 세일즈에도 발벗고 나섰다. 김 대통령은 9일 오전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북한도 외국인 투자를 적극 원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또 미국을 방문한 만큼 최근 한·미간의 현안인 한·미행정협정(SOFA)문제와 관련, “이는 정당한 요구이며 조기에 개선돼야 한다”는 한국측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이와함께 8일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의 만찬은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소속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힌 자리였을 뿐 아니라, 향후 미국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해도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정부의 지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확인해 준 자리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 사태로 국제 무대에서의 첫 남북 정상급 외교가 무산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합
김대중 대통령의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은 남북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회의 참석은 10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 11월 ‘아세안+3’와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 등 연말까지 이어질 다자 외교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새천년을 맞아 유엔의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 코피 아난사무총장이 제안해 이뤄지는 것으로, 단일 국제행사로는 사상 최대인 160여개 국정상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한반도의 변화상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기에는 최적의 기회라는 것이 외교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제목도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 시대’다. 김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무드가 조성됐음을 설명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및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할 계획이다. 또한 김 대통령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6일(한국시간) 회동은 국제무대에서 남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첫 만남 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남북 외교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무대인 유엔에서 김 대통령과 북한의 형식상 국가원수인 김 상임위원장이 만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남북협력 외교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의 성격도 띠고 있다. 한 외교당국자는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의 회담에서 특별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남북한의 공조와 협력의 장을 확대하고 남북협력에 대한 공동의지를 다지는 기회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회의기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면서 지원을 당부할 예정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공조 및 주변4강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김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와는 오는 22일 김 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돼 있어 유엔에서 따로 만나지는 않는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SOFA(미 주둔군 지위협정) 개정 협상 및 매향리 사건 등을 계기로 틈이 벌어진 전통적 한·미 협렵체제를 다시 공고히 하는데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김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골드만 삭스그룹 회장 등 미 경제계의 지도급 인사들과 오찬을 갖고 우리 정부의 경제개혁 의지를 천명하면서 한·미 경제인간 협력기반의 공고화와 우리 경제의 국제 신인도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캐나다는 북한과의 정식 외교관계수립을 위한 첫 단계로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한다고 26일 발표했다. 로이드 액스워디 캐나다 외무장관은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이날 오전회담을 가진뒤 “캐나다는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액스워디 장관은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로 진출하고 있으며 외교관계 수립국가의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캐나다는 북한의 이런 활동을 환영하고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액스워디 장관은 금년내 외교관계가 수립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대답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