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경민 신임 해양경찰청장, 책무 막중하다

부활되는 해양경찰청 청장에 박경민(54) 인천경찰청장이 지난달 26일 임명됐다. 해경 부활은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해체돼 국민안전처로 편입된 지 2년 8개월 만이다. 어느 조직이든 내부 개혁은 인사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박 청장 임명을 각별하게 주목하게 된다. 박 청장의 발령은 해경 조직을 재정비 강화하는 중요성 때문에 다른 부처장 인사와 남다르다. 따라서 이제 박 청장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우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불명예스럽게 해체당해 국민안전처에 편입돼 위축됐던 조직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조직원을 활력적으로 추슬러야 한다. 세간에선 박 청장의 해경 수장 기용을 두고 “또 육지 경찰 출신이냐”는 우려와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마음이 언짢겠지만 그럴수록 해양경찰청장으로서의 해양 주권 수호와 해양 안전 등 해양행정 실무능력을 엄격하게 시험받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여실히 나타난 건 해경이 ‘해양 안전에 만전을 기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청장에 육지 경찰 출신이 줄줄이 부임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해체 전 김석균 청장에 이르기까지 13명 중 11명이 육경 출신이다. 해경 출신이나 해양 전문가들은 해경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일각에서 또 육경 출신이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올 만도 한 거다. 특히 역대 정부가 임명한 청장 13명 중 함선을 타본 사람은 단 한 명뿐으로 알려졌다. 또 해체 당시 경무관 이상 최고위직 14명 중 7명은 해경 함정을 탄 경험이 전혀 없다. 상황이 이러니 해경조직은 세월호 사고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해경 조직원 상당수가 해양 근무 경력이 없다는 건 기형이다. 신임 박 청장은 이런 점을 뼈아프게 느끼고 해경 조직을 과거와 완전히 다르게 개조해야 한다. 해양계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해경이 발에 물을 묻히려 하지 않는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도록 청장 자신부터 솔선 변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바다의 위험 사태에 대비, 소홀했던 해경 간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잠수와 구조 훈련 등 체계적 교육을 강도 높게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강건한 해경이 될 수 있다. 3면이 바다인 우리는 세계적 강대국들과 바다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우리 바다 일부를 넘보고 있다. 중국은 경비함과 항공기로 수시로 우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정찰하고 있다. 일본도 툭하면 독도 인근 해상에 순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경은 기본 임무 중 하나가 해난 구조와 우리 어선 보호·해양 오염 방지이지만, 해양 주권을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해양 주권 수호는 해경 조직을 군사 조직에 버금가는 장비와 인력을 대폭 보강해야 가능하다. 신임 박 청장의 책무가 막중하다. 부활되는 해경의 대변혁을 기대한다.

[사설] 인천시, 구멍 뚫린 재난관리 체계 보강하라

인천시의 재난 관리체계가 허점투성이다. 그동안 수없이 자연재해를 겪고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인천시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사전 예방 철저, 사후 신속 복구’를 다짐해왔지만 되풀이되는 수방대책의 허술함은 올해도 똑같다. 지난 23일 인천지역을 강타한 집중 호우가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개통한 인천김포고속도로의 북항터널이 침수돼 통행이 사흘간 통제되고, 남구 주안동 동양장사거리와 간석동 예술로 일대를 물바다로 만든 이번 수재는 물론 시간당 최대 100㎜의 국지성 폭우 때문이다. 아직도 최종 피해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25일 집계로도 1명이 사망하고, 남동구·남구·부평구 원도심의 주택·상가 등 3천746채가 침수돼 9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침수된 가전제품들은 수리가 불가능해 쓰지 못하고 버려야할 상황이다. 집중 호우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매년 상습 침수지역이 큰 물난리를 겪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수재를 겪을 때마다 인천시가 하는 일은 늘 똑같다. 공무원을 비상동원하고 저지대 주민을 대피시키고 119구조대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대피 주민에게 구호품을 전달한다. 고비를 넘기고 나면 복구 지원금 책정을 발표하고 수방대책 마련에 들어간다. 그런데 비정상적 예외 지역이 있다. 동양장사거리 일대는 20여년째 침수피해가 되풀이 되고 있지만 이곳에 대한 수방대책은 논의조차 하지 못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인천시는 지난 2015년 동양장사거리 일대 침수 재발 방지책을 남구청과 논의하면서 저류시설 및 펌프장 신설을 비롯해 동양장사거리 일대를 풍수해위험지구 지정 등의 대책을 제시했으나 남구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곳을 풍수해위험지구로 지정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민원 우려 때문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시 재난본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동양장사거리 침수 당시 배수펌프의 작동 여부에 대해 시군이 관장하고 있어 파악을 못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당일 피해 상황도 제대로 파악 못해 인천시의 피해 규모가 국민안전처에 제때 보고 되지도 않았다. 아무런 예고 없이 닥치는 게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과거의 재난을 교훈삼아 평소에 대비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공직자의 지혜이며 행정기관의 책무다. 그럼에도 진작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홀한 건 직무태만이며 직무유기다. 갈수록 지구촌 기상변화가 심해져 그 영향으로 자연재해도 더욱 대형화하고, 큰비가 또 언제 올지 모른다. 인천시는 이에 대비하는 대응책을 구축해야 한다.

[사설] 한국 GM, 철수해선 안된다

한국GM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인천지역 경제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정부가 고용 불안정을 해결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인천 부평지역 경제단체들도 한국GM 철수설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팔 걷고 나섰다. 지역 현안에 대한 경제단체들의 결집된 역량이 희망적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2·17일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GM 지분 매각 작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GM 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미국 GM 본사와 ‘GM대우(현 한국GM)와 장기 발전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합의서에서 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 17.02%로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이 가능하도록 했다. 비토권은 한국GM의 한국시장 철수 등 경영 전략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 10월16일 이 합의서가 만료되는데다 산은이 한국GM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GM 본사가 2015년부터 오펠 유럽 사업부를 매각하고, 인도 등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와중에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지난 3일 돌연 사임해 한국GM 철수설이 재점화 됐다. 노조뿐만 아니라 인천시민들이 갖는 의구심도 한결같다. 한국GM 측은 철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고, GM 본사도 한국 사업장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산은도 지분 매각에 대해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철수설을 불식시킬 책임 있는 당국의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 기업이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 스스로 공장을 옮기는 건 기업의 자유다. 하지만 한국GM의 간단없는 철수설이 우리에게 깊이 성찰해야할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끝없는 규제, 고임금 요구와 과격 시위. 반기업 정서, 난장판 정치와 리더십 부재는 외국인 투자자는 물론 국내 기업인마저 질리게 한다. 한국GM이 인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인천경제의 의존도가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국GM에는 1만5천명이 일하고 있으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30여만 명이 한국GM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경제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과 기술, 자본의 공급원이다. 이들을 배제하고선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재도약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요즘 우리 경제의 여러 상황을 보면 외국기업의 이탈현상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각국의 열기가 치열한데 우리는 있는 기업마저 한국을 떠나게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이제 행정 당국과 노동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기업이 더는 떠나게 해선 안 된다.

[사설] 인천 학교폭력, 全사회적 강력 처방 필요하다

인천지역 학교폭력이 여전하다.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학교폭력이 학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교육 당국이 이에 갖가지 대책을 수없이 내놓고 있지만 정책효과가 신통치 않다. 당국의 학교폭력 대책이 정부의 다짐대로 실행돼 실효를 거두었더라면 그동안 학교폭력 사례가 크게 줄었어야할 텐데 현실은 그와 반대다. 인천시교육청이 발표한 ‘2017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3월20일부터 4월28일까지 인천지역 525개교 초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 23만8천6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내 초중고 학생 1천467명이 학교폭력에 시달린 걸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중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의 응답률(피해응답률)은 0.6%(1천474명)으로 전년 (0.6%·1천474명)수준을 유지한 걸로 집계됐다. 또 피해응답률은 초등학교가 1.5%(1천94명)로 가장 높았으며 중학교 0.3%(218명)·고등학교 0.2%(149명)순으로 나타났다. 학생 1천명당 피해유형별 응답건수는 언어폭력이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단따돌림(2.1건)·스토킹(1.7건)·신체폭행(1.5건)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유형별 비율은 언어폭력(33.3%)·집단따돌림(16.2%)·스토킹(12.7%)·신체폭행(11.6%)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은 줄었지만 언어폭력은 늘어난 거다. 피해 장소는 주로 교실 안(29.4%)이었으며 복도(12,9%)와 운동장(8.6%) 등 학교 안이 64.8%에 달했다. 피해시간은 쉬는 시간(31.8%)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점심시간(18.6%)·하교이후(15.9%)·수업시간(7.6%)이 뒤를 이었다. 최근의 학교폭력은 고교생에서 중학생으로, 남학생에서 여학생으로 번지고 있으며, 양태도 단순 폭력을 넘어 금품갈취 등 조직폭력배를 닮아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이 자살하거나 정신질환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학교나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에 대해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에 손상이 가고 학교장이나 교사가 문책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학교폭력이 물론 학교만의 책임은 아니다. 폭력을 앞세우는 세태, 입시스트레스, 저질 대중문화 등 학교폭력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예방의 일차적 책임은 학교에 있다. 가정교육도 중요하다. 이제는 전사회적으로 적극적이고 실질적이며 강력한 처방이 있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같은 노력은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사설] 경찰의 현대글로비스 수사를 주시하는 이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물류社)의 대규모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사건이 예사롭지 않다. 인천계양경찰서는 실물거래가 있는 것처럼 가장, 1천억 원대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로 현대글로비스 전직 A과장(46)을 지난 10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현대글로비스 법인과 관련자들의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정의선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수사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거래처인 B플라스틱 도매업체에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한 것처럼 꾸며 340억 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업체는 다른 C플라스틱 도매업체에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고, C업체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업체 7곳에 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행된 허위 세금계산서 액수는 1천200억 원대로 불어났다. 경찰의 수사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A씨가 단순히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인지, 또 다른 하나는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관행과 관련, 정부의 규제 대상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수사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자주 거명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억 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비상장사는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규제 및 과세 대상이 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지분은 정의선 부회장이 23.2%, 정몽구 회장이 6.7%를 보유, 이들 지분을 합치면 29.9%다. 공정거래법 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30%)를 피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건 오너일가의 경영권 편법 상속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벌 오너나 친인척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를 만들고, 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의 편법 상속을 막자는 거다. 지난해 기준 현대글로비스 매출 중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67%에 달한다. 2007년엔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의존도가 87%에 달해 공정위로부터 9억여 원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이런 상황에서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이 회사 측 주장대로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술책인지를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사설] 인천시 버스준공영제 보완 작업 주목한다

인천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허점 등을 보완하기로 한 건 늦었지만 잘하는 일이다. 그렇잖아도 그동안 인천시의 주먹구구식 운영과 버스업체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시민 혈세만 축내는 버스 준공영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언론의 지적이 계속 있어온 터였다. 그럼에도 시당국의 버스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리가 여전히 허술해 여론의 몰매를 맞아왔다. 2015년 연초엔 감사원이 인천시의 버스 준공영제 운영이 부실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실을 확인하고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인천시의 이번 조치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인천시가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건 2009년이다. 적자 업체에 재정 지원을 통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고 대중교통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시가 39개 버스업체의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해 지급한 지원금은 2009년 221억 원, 2015년 673억 원, 2016년 595억 원이다. 이처럼 해마다 적지 않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시의 보조금 집행 관리가 부실하고, 이 틈을 노리고 예산을 빼먹는 범법자들이 끊이지 않아 시민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그래서 시 보조금은 아직도 ‘눈먼 돈’과 다름없다. 인천지검은 2015년 11월 버스 운전기사를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시의 보조금 1억8천만 원~1억9천만 원을 빼돌린 버스회사 영업소장 2명을 적발, 의법 조치했다. 인천시가 현장 실사 없이 서류 심사로만 보조금을 지급해온 점을 노린 거다. 보조금 집행 관리가 이 모양이니 정비직원을 운전기사로 둔갑시켜 보조금을 빼돌려도 알아채지 못한 거다. 어느 버스업체는 주말엔 운행하지 않는 차량임에도 운행한 차량과 똑같이 운영비(표준운송원가 대당 54만 원)를 지급, 1년 간 179억 원을 지원받았다. 어느 업체는 차고지를 다른 용도(고물상)로 사용하고 차고지에 주차해야 될 버스는 개인 사유지에 주차해 2억7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챙겼다. 예산 낭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시내버스에 시민 혈세를 마구 퍼붓고 있는데도 시민들의 버스 이용 불편신고 사례는 오히려 늘었다. 2010년 3천483건, 2012년 3천578건, 2014년엔 4천914건으로 증가했다. 버스회사가 시의 재정 지원만 받고 승객편의를 도외시한 탓이다. 이번 버스 준공영제 보완을 위한 용역에 역점을 둬야할 것은 업계와 감독기관인 인천시가 함께 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거다. 업계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철저한 승객 위주의 경영혁신이 필요하다. 시의 보조금에 기대려는 의존적이고 방만한 경영 방식도 바꾸게 해야 한다. 당국 또한 업체의 서비스 개선과 경영평가 강화 등 효율적인 업체 관리 감독을 위한 표준경영 모델을 만들어 업체들이 시 보조금을 쌈지 돈처럼 쓰려고 넘보는 걸 차단해야 한다.

[사설] 환경부, 수도권매립지 이양 약속 지켜라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초장부터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지지부진하자 분노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천시 서구 26개 자생단체 회장단으로 구성된 ‘서구 자생단체협의회’(협의회)는 지난 달 30일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 지연에 따른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환경부를 성토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협의회는 환경부가 소유한 매립지 지분을 약속한대로 인천시에 이양하지 않아 테마파크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협의회는 내일(7일) 심우창 서구의회 의장과 최규술 의회 복지도시위원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함께 환경부를 항의 방문, 매립지 이양을 촉구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소유한 매립지의 인천시 이양 문제는 수도권의 최대 현안인 쓰레기 매립지 사용 연장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되면서 부수적으로 합의된 거다. 지난 2015년 5월 인천 경기 서울 등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와 환경부가 참여한 ‘매립지 4자 협의체’는 2016년 종료 예정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사용기한을 2025년까지 최소한 10년 더 늘리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앞서 2014년 12월 유정복 인천시장은 ‘매립지 4자 협의체’에서 매립지 사용 연장과 관련, 선제적 요구 사항을 내놨다. 인천시민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현재의 수도권매립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거였다. 제안 내용은 서울시와 환경부가 갖고 있는 매립지 소유권과 매립면허권의 인천시 이양 및 이관, 매립지관리공사 관할권 인천시 이관, 매립지 주변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그 후 유 시장의 선제적 요구사항을 ‘매립지 4자 협의체’가 모두 수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매립지 사용 연장 문제는 전격적으로 타결됐다. 현재 사용 중인 제2 매립장이 2018년 1월 포화 상태에 이르면 제3 매립장 1공구(3-1매립장)를 추가로 사용, 10년을 연장한다는 거다. 이에 따라 경서동 매립지를 테마파크로 활용하는 계획이 수립된 것이다. 테마파크 산업은 관광 및 레저를 목적으로 놀이공원 동물원 박물관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부가가치 높은 사업이다. 이는 매립지 사용 연장으로 인천시민이 겪게 될 고통에 대한 보상책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매립지 이양을 미루면서 ‘폐기물 전처리시설’ 설치만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 시설이 현 매립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설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 주무 부처로서 다급한 매립장 사용 연장이 해결되자 또 다른 의도를 갖고 딴 소리를 한다는 거다. 협의회는 환경부가 매립지 소유권을 조속히 인천시에 이양하지 않으면 현재 매립지 사용 연장을 위해 공사 중인 3-1공구의 기반시설 공사를 물리적으로 저지시킬 태세다. 환경부는 사태가 악화되는 걸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이 늦었지만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게 부지를 지체 없이 인천시에 이양해야 한다.

[사설] ‘아트센터 인천’ 개발 수익금 정밀 검증하라

인천시의 하는 일이 하나같이 어설프다. ‘아트센터 인천’ 사업은 송도에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등 공연·전시실을 갖춘 세계적인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싱가폴·홍콩·도쿄·베이징 등 경쟁도시를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동북아 제1의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찬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2009년 5월 첫 삽을 뜬 이 사업은 시행사와 시공사 간 갈등과 관리 감독청인 인천시의 방관자적 태도 때문에 표류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지하 2층 지상 7층 1천7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주차장 등을 짓는 ‘아트센터 인천’ 1단계 건립 사업은 지난해 7월 공사를 마쳤다. 사업비는 시행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송도에 아파트 1천861세대와 상가를 조성해 얻은 개발수익금으로 충당하고, 1단계 시설은 인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다. 하지만 1단계 시설은 아직 준공절차를 마치지 못해 여전히 미준공 상태다. 포스코거설 측은 지난해 공사 완료 후 준공승인을 위해 NSIC에 건축물 사용 승인을 신청했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며 개관 지연 책임을 NSIC에 미뤘다. 반면 NSIC 측은 포스코건설 측이 콘서트홀 음향시설 등을 계약대로 시공하지 않고, 도면·공사내역 등 소명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건축물 사용 승인을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공정한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포스코건설이 1단계 사업 공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비례)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공사비 관련 실사용역보고서를 보면 송도 F블록 사업 수익금 중 아트센터 1단계 공사를 하고 남은 잔액은 1천297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포스코건설 측이 밝혀온 이익금 잔액 608억원보다 차액이 689억원이나 나는 거다. 포스코건설이 밝힌 F블록 개발사업 주거단지 공사비 6천65억1천800만원도 실사 결과에서 457억원 적은 5천607억3천8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포스코건설이 밝힌 문화단지 공사비 2천441억4천100만원도 실사 결과 228억8천300만원이나 적은 2천212억5천800만원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건설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수익금을 낮추는 방법 등으로 시에 기부채납해야 할 수익금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거다. 포스코건설과 인천시의 개발이익 금 계상 차이가 왜 크게 나는지 해명이 필요하다. 이런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선 관리 감독청인 인천시가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실사를 실시해야 한다. 범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사법기관의 수사도 필요하다. 투명하고 조속한 수익금 정산과 환수 조치로 하릴없이 지연된 콘서트홀을 개관함으로써 목마른 시민들이 문화를 향수하도록 해야 한다.

[사설] 인천공항·항만근무자 통한 금괴밀수 차단하라

항공 승무원과 항만 근무자에 대한 보안검색이 소홀한 인천공항과 인천항만이 금괴밀수 루트로 악용되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최근 15억 원 상당의 금괴 32㎏을 속옷에 숨겨 밀수입한 베트남 국적 아시아나항공 용역업체 여승무원 A씨(28)등 2명을 구속하고, 인천지검에 이첩했다. 이들은 승무원이 일반 여행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검색이 허술한 입출국 관행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승무원 보안 관리에 경종이 되고 있다. A씨 등 여승무원 2명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자신들의 속옷 등에 금괴를 숨기는 수법으로 3~4차례에 걸쳐 금괴를 밀수입한 걸로 드러났다. 이들은 밀수입 초기엔 2~3㎏씩의 금괴를 은닉해 들여왔지만 승무원들의 입출국 때 보안검색이 허술해 적발되지 않자 대범하게 양을 늘려 10㎏의 금괴를 은닉 밀수입 한 걸로 세관 조사결과 확인됐다. 세관당국은 금괴밀수 정보를 입수하고 밀수조직을 추적하던 중 A씨 등 2명이 서울 소재 모 주차장에서 조직원들과 접촉 금괴를 건 낸 영상자료 등을 확보, 최근 베트남을 출발 인천공항에 입국한 이들을 검거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의 금괴 밀수입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베트남 국적 여승무원이 베트남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금괴 1㎏짜리 6개를 승무원 가방에 넣고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승무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소용없었다. 인천세관본부는 또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인천으로 오는 정기 화물여객선을 통해 금괴 수백㎏을 밀수입한 밀수조직 6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들은 2015년 11월부터 1년 간 14차례에 걸쳐 금괴 423㎏(시가 200억 원 상당)을 국내로 들여왔다. 이들은 인천항의 금속 탐지 검색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상시 출입증을 소지하고 비교적 보안구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선원과 선박회사 간부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처럼 항공 승무원이나 선원들이 금괴를 숨겨 금속 탐지대를 무시로 드나들 수 있었던 거다. 상황이 이러니 어쩌다 가끔 적발되는 금괴밀수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밀수행위를 일컬어 흔히 망국병이라고 한다.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수입이 금지·제한된 물품을 몰래 들여와 국가 경제를 좀먹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밀수품은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 관세(3%)와 부가가치세(10%)등도 포탈, 국가의 재정 수입을 축낸다. 밀수범은 국내 산업보호·재정수입 확보·물가안정·고용증대·수출확대 등 국가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세정책을 역행하는 망국적 경제사범이다. 밀수조직들에게 노출돼 항상 이들이 접촉을 노리는 항공 승무원이나 항만 근무자들도 예외 없이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특단의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사설] 인천시, 연안 여객선 준공영제 포기했나

인천과 서해5도를 운항하는 연안 여객선의 준공영제 필요성이 또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최근 섬과 육지를 잇는 연안 여객선을 육상의 시내버스나 택시처럼 대중교통체제에 편입시켜 준공영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안 여객선은 육지를 나들이하는 섬 주민들이나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 등에겐 유일한 교통수단일 수밖에 없다. 여객선 준공영제는 옹진군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해온 숙원 과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해양사고 등 사회적 쟁점으로 제기될 때만 잠시 부각됐다가 사그라지는 ‘포말 이슈’가 된지 오래다. 연안 여객선 준공영제는 재무구조가 영세하고 경영이 열악한 선사(船社)에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통해 연안 여객선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의 관리 감독 등 공공성 확보를 통해 연안 여객선의 안전성과 해상교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보장해 섬 주민과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일종의 공익적 장치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 대청 연평도 등 서해5도는 국방·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정기 점검이나 여객선고장 등으로 예비선 투입 없이 10여 일씩 결항하는 해상교통 취약지로 섬 주민과 관광객들의 원성과 민원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에 따르면 연안 여객선 이용객은 2007년 1천264만 명에서 지난해엔 1천542만 명으로 10년새 280만 명(22.2%) 늘었다. 2013년엔 사상 최대인 1천606만 명을 기록한 뒤 2014년엔 세월호 참사 여파로 1천427만 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천542만 명으로 회복됐다. 이처럼 매년 1천5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임에도 여객선 선사의 경영 열악성 때문에 결항 횟수가 잦았다. 현재 인천~백령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지난 6일 항로폐지 2년 7개월 만에 운항을 재개한 옹진훼미리호를 포함 하모니플라워호와 코리아킹호 등 3척뿐이다. 종전 두 척만 운항했을 땐 여객선 결항 횟수가 2013년 29회였으나 2014년엔 65회로 크게 늘었다. 이때마다 선사들이 예비선을 투입하지 않아 섬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단체관광 예약이 취소되고 수산물 수송차질도 빚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도 컸다. 그런데도 인천시의 대처는 소극적이다. 2009년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한 인천시의 버스 재정지원 규모는 유가 보조금 등 연간 약 1천468억 원에 달했지만, 여객선 지원은 아주 미미하다. 미·일 등 선진국은 연안 여객운송의 공공성을 중시해 선사의 경영을 적극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 후 해수부가 여객선 공영제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흐지부지됐다. 이제 사회기반시설로 공공성이 요구되는 해상교통체제를 시장원리에만 맡겨선 안 된다. 낙도 주민들의 교통권 보장과 지역경제 부양을 위해 당국의 책임이 강화된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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