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143조 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는 가임여성의 평생 출생아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0.9명이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이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자연증가율은 0%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2만5천명 선으로 거의 같았다. 누구나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만 누구도 내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출산을 장려하는 수많은 대책들이 결국 돈만 낭비한 꼴이다. 출산 저하의 원인과 대책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이를 집행하는 정부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지금 결혼이란 제도는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타산이 맞지 않은 선택이다. 결혼하더라도 만혼 추세여서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와 싸울 것이 아니라 추세를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출산율 저하와 함께 노인 인구 증가도 걱정이다. 2020년 올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맏형격인 1955년생(71만 명)이 노인에 진입하는 원년이다. 한 해 69만92만 명의 베이비 부머가 2028년까지 차곡차곡 노인 세대로 진입한다. 의료비 증가, 건강보험료 인상,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노인 빈곤 악화 등등 경제적 어려움이 국민 피부에 직접 와 닿게 된다. 생산가능인구는 갈수록 줄고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당연히 나라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와 노인 인구 증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징표다. 빈곤 퇴치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는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은 저출산과 고령화라고 단언한다. 작년 말 방송에서 미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거비양육비 부담과 경력단절을 꼽았다. 그리고 정부의 저출산 타개 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65%나 밝혔다. 지난 10년간의 정부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방증이다.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프리카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의 출산율이 1%대이다. 사망자 수를 감안하면 인구는 줄 수밖에 없다. 1인 가구와 빈집이 늘고 지방재정이 악화되고, 지역 경제가 쇠퇴된다는 전제하에 정책의 프레임을 짜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일본은 이미 9년 전부터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지방의 소멸을 초래한다는 예측을 했다. 초기에는 우리처럼 출산장려금을 늘리고 정착금을 주며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지자체 프로모션을 시행한 자치단체만이 성공했다. 전략이 관건임을 보여 준다.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에 시간과 돈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는 말처럼 현실에 터를 박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나라다.

[사설] 가정사 잡음에 이제는 상속 다툼인가 / 한진그룹 향한 인천시민의 걱정 많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룹 관련 자료를 냈다.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자료의 제목이 주목된다.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다. 자료에서 조씨 측은 한진칼과 그 계열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장녀로써 법률적 상속인이다. 현재 한진그룹의 주주이기도 하다. 당연히 경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다.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대한 반기의 성격이 농후하다.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총수 지정 과정이나 조 전 부사장 복귀 문제에 대해서도 가족 간의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그룹 상속 다툼의 서막을 걱정한다. 대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의 잡음이 새로울 건 없다. 상속권ㆍ주주권에 속하는 배타적 권리 행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진그룹의 경우는 그 의미가 다르다. 2017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한진 그룹은 추락했다. 어머니 이명희씨 모욕 사건, 동생 조현민씨 폭언 논란, 조 전 부사장의 가정 잡음 등 하나같이 가정사였다. 그 사이 한진그룹이 2017년 파산했고, 이어 고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에서 축출당했다. 가정사가 초래한 기업 위기다. 한진가(家)에는 합리적이지 않아 보였을 수 있다. 일개 가정사에 대한 과한 질타라 여겼을 수도 있다. 국가가 앞장선 경영권 박탈이라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싸늘해진 여론에 대한 책임은 남는다. 대기업이 국민에 갖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자료 배포의 시기도 적절치 않다. 조 전 부사장이 명품 밀수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게 나흘 전이다. 기다렸다는 듯 발표했다.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까. 한진그룹은 한국 재계의 역사다. 트럭 하나로 시작해 국적 항공에 이른 살이 있는 신화다. 인천 지역에서 갖는 의미는 더하다. 1945년 인천 중구 항동 4가가 모태다. 창업주 고 조중훈, 아들 고 조양호 회장이 인천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대한항공은 국제도시 인천의 중심이다. 인하대학교를 필두로, 6개 대학이 인천에 있거나 인천에서 시작됐다. 여전히 인천시민에는 향토 기업 한진이다. 이런 시민에 이제는 상속 다툼까지 보여주려는가. 인천 시민이 반백 년을 사랑해온 향토 기업. 한진그룹이 더는 가정에서 비롯된 위기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자제와 조원태 회장의 포용력을 기대한다.

[사설] 인천시의회, 면도날 예산심의 저버렸다

인천천시의회는 사상 최대 규모의 2020년 인천시 본예산을 지난 13일 확정했다. 최종 11조2천616억 원으로 당초 시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24억3천만 원이 늘어났다. 2019년도 본예산과 비교하면 1조1천512억 원이 늘어났다. 인천시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산규모로서 자랑스럽게 여기며 반길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살펴보면 시 의회의 정치적 행태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시의회의 본질적 기능은 시민을 대신해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의 낭비를 막아 시민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의회에서의 최종 본예산은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일부 삭감해 결정한다. 면도날 같은 심의를 통해 낭비적인 예산을 찾아내서 시민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한 부분에 지원 편성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그러나 인천시의회는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며 그 기대를 저버렸다.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바쁜 채 긴급복지지원 대상을 도울 수 있는 복지예산을 삭감했다.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지도 않은 지역구 사업을 예결위 계수조정 안건에 신규로 57개를 편성했다, 의회 사상 초유의 쪽지예산 증액 사태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조차 반발했고 의원총회까지 소집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 때 수정안을 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표결을 통해 본회의 수정안을 부결시켰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결정을 지켰다.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의원들의 행태는 시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절정을 보여준 것이다. 시민을 무시하고 지역구 챙기기에 급급한 인천시의회의 행태는 지하도상가관련 운영조례의 개정에서도 재연됐다. 불법 전대와 양도양수 등을 허용해 현행법을 어기며 10년 이상 정부 지적을 받아 온 관련 조례는 행정안전부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충돌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재의요구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현행법 위반 사항을 근원적으로 시정하지 않으며 오는 2020년 4월 총선을 의식한 법적으로 무리한 안건 처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남춘 시장을 비롯해 시 집행부에서 정부와 협의한 원안대로 통과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표를 의식한 수정가결안은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무책임한 수정안 가결은 인천시의회의 무사안일과 안하무인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서도 시정은커녕 자기들의 정치적 입장만 강조하면서 자기정치에 몰두하는 일부 시의회 의원들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지난 13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8명의 시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지역민원과 신상발언에 열을 올렸다.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해 예산안의 심도 있는 심사와 적재적소의 예산배분이 이뤄져야 함에도 끝까지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더욱더 안타까운 모습이다. 진정으로 시민의 뜻을 섬기며 서민의 복지를 따뜻하게 챙기는 인천시의회는 불가능한 것인가?

[사설] 인천시는 왜 인천대를 홀대하는가

인천시와 인천대의 인연은 1994년부터 시작하여 25년 흘렀다. 비리사학을 인수하여 시립대학을 거쳐 2013년 국립대학법인으로 발전을 시켰다. 이러한 과정에 캠퍼스를 송도로 이전하였고 전문대학과 통합을 이루었다. 인천시의 꾸준한 지원과 시민들의 지지로 이루어낸 성과다. 그러나 인천시의 지원도 한계에 부딪치면서 시립대에서 법인대학으로 전환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법인화 이후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인천대와의 갈등은 끓이지 않고 재연되고 있다. 인천시의 인천대에 대한 정치적인 접근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천시와 인천대가 약속한 지원협약사항의 이행이 그 본질이다. 2013년 1월 송영길 인천시장과 최성을 인천대총장이 송도 11공구 10만평과 유수지 3.3만평 등의 부지와 5년간 운영비, 그 이후 10년간 발전기금 2천억 원을 인천시가 인천대에 지원하는 약속을 하고 법인국립대로 전환했다. 그러나 인천시의 재정난 문제로 지원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갈등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재협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재정난을 핑계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지체하는 등 인천시의 보이지 않는 인천대 홀대가 계속되었다. 유정복 시장 재임기간에 인천시의회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근본적으로 인천대 지원협약을 부정하면서 재협약을 주장했었다. 재정지원이 수반되는 협약을 시의회에서 의결하지 않았다는 공식이유를 제기하면서 지원규모가 과다해서 시의 재정압박이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정부의 약속을 뒤집고 지원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였으나 인천대의 저항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박남춘 시정부가 같은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전임시장이 체결한 재산협약에 대해 재협약을 진행한 것을 두고 대학교수회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재협약 내용 중에서 송도 11공구 10만평이 3만평으로 대폭 축소된 것이 핵심사항이다. 인천대 교수회는 인천시는 기존 협약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기보다 타 대학과의 형평성에 어긋난 수정안만을 강요하여 거점 국립대학의 터전을 말살하는 갑질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까지 인천시가 연세대에 제공한 10만여 평의 부지 규모와 원가에 비해 지역거점대학에 대한 차별적인 홀대를 지적하는 것이다. 대학은 안정적인 재정이 확보되지 못하면 도약 발전할 수 없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또한 순수한 학문의 전당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운영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교육의 순수성이 훼손되거나 신뢰를 흩트리는 어떠한 외부의 압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의 지지와 열정적인 지원이 거점국립대학의 필수적인 성공요소이다. 인천시는 이러한 교육적인 특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시적인 안목으로 재정난을 핑계로 거점대학을 홀대하는 것은 인천 고등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거점 대학의 발전을 위한 인천시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사설] 회의로 날 새우는 인천시정

인천시는 각종 회의, 위원회, 자문회의, 포럼 등으로 시민의 참여와 소통의 공간이 봇물 터지듯이 넘쳐나고 있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구호에 맞춰 다양한 시민 참여기회를 확대하여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법정위원회도 내실화를 기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의 활동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인천시 각 부서마다 포럼과 위원회, 그리고 시민협의회 등을 구성하는데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연말에 행정사무가 집중되는 가장 바쁜 시정상황에서 예년에 없던 업무로 공무원들이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정을 마무리하고 내년의 업무추진계획을 준비해야하는 와중에 각종 행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안타깝다. 아울러 연말에 시민과 전문가 등을 동원하는 모습이 내년 총선과 연결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우려된다. 시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박남춘시장의 시정방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참여가 실질적이고 성과로 나타나야 그 진정성이 의심 받지 않는다. 다양한 형식의 참여 방안을 도입하고 활용하지만 시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형식에 그치는 사례가 다반사로 나타나고 있어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지역의 현안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처리, 송도화물주차장, 동구수소발전소 등등이 속절없이 지체되고 있는데 한결같이 협의회와 같은 시민참여기구가 동원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실국장회의를 통해서 기존의 회의방식을 변경하였다. 박시장 취임 후 격식을 파괴하고 일정한 주제와 시기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논의하던 간부회의 형식을 현안사항 중심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변경은 그동안 현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와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정이 지체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일환으로 다행스러운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시청의 실무자들 사이에는 주요현안들에 대해 논의가 산만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가부 결정이 나지 않아 시정방향이 우왕좌왕하는 불만들이 팽배했었다. 이번의 조치로 이러한 불만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근본적인 회의 운영의 내실화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시대에서 시정은 보다 자치적인 운영이 근본이지만 마냥 자치에 맡겨 지체하는 것은 그 본질이 아니다. 참여는 시키되 각자가 맡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지방자치이다. 주어진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시장이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과 제도에서 정한 바에 따라 권한을 위임하여 자율 경쟁시스템으로 행정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 과감하게 각 국장을 포함해서 실무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분권에 의해 시스템 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눈치만 살피면서 눈치껏 알아서 예단하는 과거의 행정에서 벗어나는 혁신이 필요하다. 회의를 통해서 논의는 내실 있게 진행하되 과감한 결단을 위한 조치도 함께해야 한다. 회의로 날 새는 시정보다 결단에 의한 생활 실천행정이 필요한 때이다.

[사설] 선거법 개정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국회는 27일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고 다음 주인 12월 3일 공수처 법안을 올린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일반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전체 의석 300석은 그대로 놔둔 채 비례대표 의석을 과거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이 절대 유리하고 문재인 정권은 군소정당들에게 연립정부의 구성을 제안해 헌법도 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는 지역구가 주(主)이고 비례대표는 종(從)이다. 정당 득표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억지논리다. 비례대표는 과거처럼 돈국구나 당내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은 지금 집권당에게는 유리할 게 없기에 선거법을 개정해 차기 집권을 노릴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0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대로 가면 정국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여야간 협상이 계속되는 건 다행이지만 중요한 것은 게임 룰을 제1 야당의 동의 없이 강행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집권 여당이 강행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리고 이제 자유한국당도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이 최악의 사태로 갈 거라고 생각하기에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 역시 절체절명의 상태다. 오죽하면 홍준표 전 대표가 공수처법을 양보하더라도 선거법은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겠는가. 죽음을 각오한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은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모른 척 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를 게임 참여자들 합의 없이 강제로 바꾸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세계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이런 룰은 없다. 선거제도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도 올 수 있다. 선거는 민심을 반영해야 하고 참여자 모두 정정당당한 룰에 승복해야 한다. 정책과 인물, 실정에 대한 심판이 선거의 전부다. 꼼수로 국민을 현혹시키거나 민심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치는 선거제도만큼은 합의 처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로 가기 바란다. 그동안 실망했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사설] 협치는 옥상옥 위원회보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박남춘 인천시장의 시정 슬로건은 시민이 시장입니다로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행정조직에서 시장 직속의 2급 개방직 소통협력관을 신설해 최측근을 임명하고 4개의 담당관을 설치해서 담당하도록 했다. 지난 22일에는 인천시청 중앙홀, 회의실, 인천애뜰에서 협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 2030년을 대비하는 인천 2030 미래이음 종합판을 박시장이 직접 발표하여 설명했고, 인천민관동행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소통을 적극 실천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기회를 확대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이나 실제에서는 형식에 그치는 전시행정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기존에 운영 중인 법정 또는 자문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위원회가 225개 달하는데 매년 늘어나고 있고 올해 들어 17개 위원회가 추가로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주민참여를 강조하면서 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하는 관행으로 상수도혁신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인구 1천만 서울시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참여 위원 수도 2009년 2천491명에서 10년 사이에 4천500명으로 불어나 있다. 4개 위원회 이상 중복으로 참여하는 위원만도 3천400명에 이른다. 인천에 다양한 전문가 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형식적인 들러리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의 전문위원회조차도 시민단체와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목소리를 높여 이해를 대변하는 등 민원 해결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전문위원회인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논할 수 있는 위원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요 안건이 일부 위원과 공무원들의 전횡으로 심의 가결되는 사례가 빈번해서 인천시 도시계획 수준을 저하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인천시도 이를 인식하고 위원회의 내실을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달 28일 위원회 활성화 워크숍을 개최하여 실질적 논의를 추진할 계획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워크숍 개최와 민선 7기 신설된 다양한 협치 관련 위원회신설이 소통과 협치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을 만하다. 부실한 위원회가 산만하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고도 명칭만 바꾸거나 옥상옥의 새로운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과연 소통의 본질인가에 대한 비판이다. 협치는 위원회와 같은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 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지만 그 의견을 바탕으로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효과적으로 결정되고 정책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협치의 본질이다.

[사설] 나라의 명운 가를 안보·외교 ‘퍼펙트 스톰’이 온다

한국이 23일 0시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고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경고했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극도로 심각한 상황을 말한다. 노골적 협박이다. 지소미아 종료 카드로 일본을 압박하고,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겠다는 청와대의 시나리오는 통하지 않았다. 우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답은 확실했다. 지소미아는 한일의 문제가 아닌 한미일의 문제며, 지소미아의 종료는 중국과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압박이 무례한 것이 사실이지만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든 청와대는 어떤 대책이 있나? 일본의 무역 규제로 우리가 국제적 규범의 우위에 있다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스스로 함정에 빠트렸다. 미국을 완전히 일본 편으로 만든 것이다. 죽창가를 외치고 이순신 장군을 들먹였으나 결과가 이 꼴이다. 문 대통령이 태국에서 아베 팔짱을 끼고 11분간 소파에 앉혔을 때 승부는 이미 끝났다. 외교는 애국심이나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만 얻었을 뿐이다. 이 와중에 미국은 기존의 5배인 50억달러(약 5조8천억원)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경비용역회사 사장 같은 트럼프는 내년 재선을 위해 연말 김정은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겪은 트럼프는 북핵 폐기는 뒷전이고 국내 정치 위기 돌파를 위해 동맹과 안보를 언제라도 내팽개칠 수 있는 사람이다. 트럼프 등장 이후 얻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잃은 것은 한미 군사훈련이다. 가히 우리의 명운을 가를 외교안보의 퍼펙트 스톰이 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존심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미 동맹을 복원할 때다. 둘째,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 반대급부와 보상을 받아내는 협상을 펼쳐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는 대신 그동안 묶였던 미사일 제한이나 첨단 전략자산 제한을 풀어야 한다. 또,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고 원자력협정을 업그레이드해 군사용 우라늄 농축을 금지한 한미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트럼프의 예에서 보듯 동맹을 돈으로 보는 대통령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우리의 안보는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언젠가는 우리를 떠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렇다고 떠난 자리에 북한군이 들어와서야 되겠는가. 문 대통령은 북한 얘기만 나오면 대화와 평화만이 전부인 것처럼 말한다. 대화도 좋고 평화도 좋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호랑이 아가리 속에 머리를 박고 어떻게 호랑이와 대화를 한단 말인가? 처칠의 말이다. 지금은 객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전략과 실력이 뒷받침된 결기가 필요하다.

[사설] 경인아라뱃길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애초 굴포천 유역의 홍수방지대책으로 시작한 경인운하가 물류운송기능으로 전략하였으나 그 기능마저 못하고 있어 지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에서는 경인운하를 실패한 정책으로 간주하고 기능전환 방안을 연구용역을 통해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이며 공론화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도 발주하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전거 도로 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관심과 담론도 부재한 실정이다. 오히려 일부 정치적으로 이용할 움직임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경인아라뱃길은 실패한 정책이지만 인천에 있는 소중한 자원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부나 수자원공사가 여러 가지 이유로 막대한 재원을 투자한 실패사업으로 애초의 물류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하지만 현실에서 값비싼 자전거도로로 활성화되고 있다. 주요목적인 굴포천 치수의 기능은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나 물류기능은 사업계획대비 8.3%수준이며 여객기능도 19.9%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개통이후 연평균 관광객 증가율은 22.03%로 높은 관광수요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경인아라뱃길은 관광수요와 잠재력을 고려한 기능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능재정립에 앞서 지역이 앞장서서 주요한 의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하고 전제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아라뱃길 실패와 포기 선언이 있어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해서 연결고리를 끓고 논란을 종식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기능재정립의 초석이 되는 선언적이면서도 실천적인 행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다른 논리와 목적을 가지고 합리화 하면서 오락가락한 실정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이다. 기능재정립을 위해서는 공론화위원회와 연구용역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의 관심과 적극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과정에서 인천 지역의 실질적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론화위원회에도 인천지역의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참여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아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 수 있는 조치가 보완되어야 한다. 지역의 정치권은 경인아라뱃길을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 운영이 요구된다. 관주도와 개발논리를 탈피하고 시민주도의 지속가능한 기능재정립을 위해서 시간이 걸리지만 천천히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천시도 올바른 방향정립에 앞장서는 적극 행정을 하여야 한다. 방관자에서 벗어나 인천의 소중한 자산의 실질적 관리 운영권자로 나서야 할 때이다.

[사설] 인천경제청은 연세대의 무모한 처사에 단호한 대처를

서승환 연세대 신임총장당선자의 선거 공약이 송도 주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연세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서승환 당선인은 송도병원건립 지연에 따르는 독소조항을 즉시 제거하고, 송도병원 부지를 애초 7공구에서 11공구로 옮기고 Bio-Lab Park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 송도 주민들은 커뮤니티카페를 중심으로 송도세브란스병원 조성 지연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부지 이전 반대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명문사학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연세대 신임총장 당선자의 행태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잠잠했던 특혜시비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와 관련하여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연세대에 베푼 특혜시비는 끊이지 않는 지역의 이슈이다. 인천시민과 전문가들의 오랫동안 지속해서 제기해온 특혜시비를 무릅쓰고 올해 초에 송도국제도시의 개발계획을 변경해서 11공구에 99만여㎡ 이상의 바이오단지를 추가로 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을 할 때 그동안 연세대가 10년 넘게 지키지 않은 송도병원 건립 약속의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었음을 연세대와 경제청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건립지연에 따른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부지를 옮기는 공약을 제시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누가 봐도 병원 건립을 지연하고자 하는 명문사학의 치졸한 갑질 문화이다. 올해 초 추가로 11공구 부지를 제공할 때 지역에서 우려한 특혜시비와 연세대의 몰지각한 땅 싸움에 인천경제청의 무원칙과 무책임의 결과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산자부 개발계획변경 승인과 관련한 경제청의 행정실무절차를 교묘히 악용하면서 본성을 드러내는 연세대의 행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단호한 태도와 대처가 강구되어야 한다. 지역의 정치인과 주민에게만 맡기고 방관하는 모습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인천경제청의 지역대학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하는 기회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정된 송도부지를 일관되게 연세대에만 유리한 결정을 하고 인하대와 인천대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행정에 대해 되새겨 보아야 한다. 오랫동안 인천시와 함께하며 지역에 기여 하고자 노력했던 지역거점대학의 지원에 대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대도시의 발전은 지역대학과 함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과거 특혜를 입어 캠퍼스를 조성하고도 10년 넘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도덕한 대학에 계속해서 끌려가는 보이지 않는 고리를 이제는 끓어야 한다. 그 시점이 지금이다. 인천시와 송도 주민을 거듭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무례하게 자기들의 욕심만 채우는 사학의 횡포를 단호히 척결할 때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단호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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