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힌 도로 뚫는 게 행정의 으뜸이다

경기도가 확정해 놓은 지방도 건설 사업이 있다. 지난 2021년 고시한 ‘제3차 경기도 도로건설계획’이다. 파주, 양평, 연천 등 도 전역에 20개 도로다. 총 연장 64.33㎞, 사업비 8천111억원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여러 곳에서 착공돼 있어야 한다. 이미 준공된 곳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준공된 지방도가 한 곳도 없다. 착공된 도로도 2개에 불과하다. 18개는 여전히 밑그림단계다. 용인 완장~서리 지방도 확장 사업이 있다. 지방도 321호선 확장 사업으로 지난해 착공했어야 했다. 640억원의 예산 투입이 늦어지면서 투자 심사 중이다. 파주 축현~내포 4차로 확장 사업은 2022년 시작됐어야 했다. 안전기준 변경 문제로 아직 노선을 그리고 있다. 착공 지연은 자연스레 준공 지연으로 이어진다. 기대했던 준공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마련이다. 착공 지연 사유는 예산 늑장 투입이다. 경기도도 ‘예산 투입이 여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올해 편성한 관련 예산은 4천445억원이다. 지난해보다 2천181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지방도 건설에 대한 의지는 반영했다고 본다. 문제는 사업 지연으로 늘어나는 토지 보상 비용이다. 총 사업비 가운데 토지 보상 비중이 크다. 공사가 지연될 때마다 이 보상비가 급등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 토지 가격이 12.31% 상승했다. 도로 인접 토지는 대체로 이보다 높다. 공사 지연에 따른 전체 공사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입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주문했다. 진세혁 평택대 교수는 “지방도 사업별 시급성을 따져 도 자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토지 비용 상승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산 투입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고, 긴급한 분야에 대한 집행을 우선해야 한다는 권고다. 여기에 지방도 건설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편성도 요구된다. 지역 도로망의 차이가 곧 지역 경제력의 차이다. 20개 지방도 선정의 기준도 그런 것이었다. 도로가 막혀 낙후된 지역, 도로가 없어 못 사는 지역이었다. 해당 지역민에게는 어떤 복지보다 시급한 도로 복지다. 도정의 집행 순위에서 당연히 앞에 놓여야 한다. 이게 착공 지연, 보상비 증가, 사업비 부담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예산 집행에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도로별•사업 단계별 우선순위 등을 전면적으로 살펴야 한다.

[사설] 동두천의 ‘미군 기지 피해’, 분노가 시작됐다

작은 도시 동두천에서 큰 분노가 표출됐다. 현수막을 손에 든 시민 2천명이 모였다.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특별법 제정해 피해 보상하라’. 미군기지 잔류에 대한 보상 요구다.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민 궐기다. 국회의원, 시장, 시의장 등도 모두 참석했다. 범시민대책위원장과 일부 시민이 삭발까지 했다. 시민 분노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시민 대표들이 밝혔다. 동두천이 분노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부가 미2사단 잔류를 결정한 것은 2014년이다. 언제나처럼 시민 뜻과 상관 없는 결정이었다. 전국에 남은 미반환 기지는 현재 11개다. 이 가운데 4개가 동두천에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17.42㎢에 달한다. 11개 기지 25.4㎢ 가운데 69%에 달한다. 동두천 전체 면적의 18%를 차지한다. 대표적 미군기지인 평택의 3%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정부도 미안했던지 약속한 사업들이 있다. 동두천시가 제안했던 건의들이다. 그런데 이뤄진 게 없다. 피해 강요는 더 늘었다. 지난해 정부가 미군 공여지 반환 협상을 했다. 시장이 국방부를 찾아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미군기지 반환 명단이 나왔다. 동두천 내 미군 기지는 단 한 평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이 다섯가지를 요구했다. 10년 전 정부 약속 전면 이행, 동두천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국가 주도 개발,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과대학 설립, 국제스케이트장 동두천 유치 등이다. 이게 무리인가. 미군 기지의 존재 이유는 모두가 안다. 5천만 국민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동두천시민들도 이런 현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가 오롯이 동두천시민만의 몫이 되고 있는 현실은 합리적이지 않다. 동두천이 추산하는 피해만 연간 5천278억원이다. 안 그래도 전국 최하위 고용률이다. 5년 연속 경기도 최하위 재정자립도다. 그 핵심 요인이 미군기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별법으로 천지개벽한 평택과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정부가 해야 할 기본 도리가 있다. 미군 공여지 반환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군 장기 주둔이 불가피하다면 동두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가가 이 기본을 하지 않고 눈 감고 있는 것이다. 산업단지나 의대 설립 등은 입도 뻥끗 안 한다. 이미 반세기 이상을 국가 안보에 희생해 왔다. 이렇게 오랜 희생을 대가 없이 강요 받는 지역은 이제 동두천 한 곳뿐이다. 잠깐 모였다가 해산한 시위로 보면 안 된다. 분노와 저항이 시작된 신호로 여겨야 한다.

[사설] 의사들은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해야

정부가 당초 고수하던 의대 증원 규모를 2천명에서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정책 전환을 하면서 의사들에게 대화를 제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브리핑을 통해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 한해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이 증원분의 50~100% 안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 선회는 6개 거점 지방 국립대 총장들이 지난 18일 의대 증원 규모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며, 이에 정부가 총장들의 요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의사들과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정부가 대학 전체에 자율 모집을 허용키로 한 것이므로 의사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월6일 ‘의사인력 확대방안’ 브리핑을 통해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천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의사단체들의 강경대응, 그리고 의대 교수들도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등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부산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 환자가 병원 10곳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16일 경남 함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는 50여곳의 외상센터와 대학병원 50곳을 헤매다 3시간30분이나 걸린 도내 아주대 외상센터로 와서 수술을 받는 등 환자들의 고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규모 정책 변화에 따른 대화 제의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단체들은 “무리한 증원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폄훼하면서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전공의협의회는 기본 입장이 전면 백지화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20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여하한 상황에도 의료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본업은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정부가 비록 의료정책 입안 과정에서 잘못이 있더라도 의료현장을 떠난 투쟁은 결국 의료붕괴를 가져와 정부와 의사 모두 패자가 되며,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게 된다. 정부가 사실상 의대 2천명 증원 고수 방침을 철회한 것이므로 의사단체들은 중지를 모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의료 붕괴를 막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사설] 악취 수원천, 급기야 물고기 죽어 뜬다

2017년 1월, 수원에 손님들이 왔다. 부산시 공무원들과 상인들이다. 들른 곳은 화성(華城)도, 삼성전자도 아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수원천을 살폈다. 당시 부산에서는 부전천 복원이 계획 중이었다. 그 개발의 모델로 수원천을 삼은 것이다. 주변 상권과의 연계 등도 면밀히 살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손님이 왔다. 인천광역시의회 ‘환경복지 구현을 위한 생태하천 연구회’다. 인천지역 하천 복원을 위한 현장 답사였다. 그렇게 수원천은 하천 행정의 표본이었다. 광교에서 발원해 황구지천으로 흘러든다. 오랜 세월 시민과 함께한 14.5㎞의 자연천이다. 70년대 주차장 한다며 하천을 덮었다. 어두워진 하천은 악취에 동물 사체까지 뒤섞였다. 이 불쾌한 역사가 1995년 바뀌었다. 민선 수원시가 대대적인 복원을 시작했다. 자연천의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였다. 그러자 수질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2001년 이후 BOD 2.4ppm, 2~3 등급까지 정화됐다. 온갖 물고기가 서식하기 시작했다. 환경부가 우수 복원 사례로 뽑았다. 그랬던 수원천이 다시 썩어가고 있다. 진동하는 악취는 이미 오래됐다. 번들거리는 기름띠까지 엉켜 있다. 최근에는 물고기가 죽어 떠 오른다.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시민이 증언한다. “시민들이 하천이 더럽고 냄새가 난다고 하소연하고 죽은 물고기들과 쓰레기들을 건져내도 악취는 여전하다.” 주목할 건 물고기 폐사다. 물고기 폐사는 단기간에 등장한 오염 현상이다. 오래됐다면 죽을 물고기도 없어야 맞다. 그동안 없던 오염원 또는 오염농도가 생겼음을 말한다. 의심되는 오염 원인으로 합류식 관이 지목된다. 오수와 우수가 함께 처리되는 방식이다. 비가 오면 여기에서 오수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이 분석으로 현 상태를 설명하기는 무리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봄철에 오염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하천 바닥에 찌꺼기 퇴적을 의심한다. 지나치게 느린 유속도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역시 문제 해결의 출발로 삼을 수는 없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기름 띠가 설명되지 않는다. 생활하수 또는 공업폐수를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심각한 일이다. 전문적이고 대대적인 조사를 권한다. 하천 상류 구간을 특히 살펴야 한다. 악취 원인, 물고기 폐사 원인, 기름띠 원인을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 결과를 놓고 시, 환경단체, 전문가가 함께 분석해야 한다. 1995년부터 20여년 걸려 살린 하천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염되고 있다. 이런 수원천을 부산 손님, 인천 손님들이 찾을까 두렵다. 진동하는 악취, 기름띠, 물고기 사체를 보고 뭐라고 하겠나. ‘실패한 복원의 사례’라 하지 않겠나. 수원천 오염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을 것 아닌가. 국장 있고, 과장 있고, 팀장 있을 것이다. 깨끗한 수원천을 부탁한다.

[사설] ‘세컨드 홈’ 정책, 인프라•일자리 늘려야 실효성 높다

정부가 지방소멸 위기 대응책으로 ‘세컨드 홈(두 번째 집)’ 정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등에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시가 4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해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돼 세제 혜택을 받는 게 핵심이다. 세컨드 홈 특례 적용 대상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낼 때 1가구 1주택자로 분류돼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특례 대상 지역은 범위가 넓다. 전국의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부산 동구·서구·영도구와 대구 남구·서구, 경기 가평군을 제외한 83곳이 해당된다. 경기 연천군과 인천 강화군·옹진군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인구나 거주자를 바로 늘리기는 어렵지만 생활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 방문인구, 정주인구를 늘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소규모 관광단지 10개 조성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지역특화형비자 할당 인원(쿼터)을 현재 1천500명에서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방에 집 한 채를 더 사도 다주택자로 간주하지 않고, 지방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하려는 시도가 괜찮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로 소멸예정 지역이 늘어나는 것보다 도시 사람이 주말이라도 지방에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인구소멸지역에선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 활성화를 위해 체류인구, 생활인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때문에 세컨드 홈 정책이 인구 소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것은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지역은 투자 이점이 거의 없고, 연천이나 강화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 수요 확보가 어렵다. 지방에서 이름이 알려진 주요 도시나 관광지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커 일부 지역에 편중될 수 있다. 세컨드 홈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방 인프라 확충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인구를 유입할 만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안전과 교통, 의료시설, 상하수도, 공공서비스 등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한시적·계절적인 사용 특성에 따른 영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조건과 상황이 열악한 곳일수록 더 많은 혜택과 보완이 필요하다. 세컨드 홈 정책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목표를 모두 담아내기에 무리가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인구 유입을 위해선 일자리 등 다양한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입법과 정책으로 세밀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사설] 당선인들 정쟁보다 지역 현안 챙기는 데 주력해야

22대 총선은 서로 상대를 심판한다는 프레임 공방이 극심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 심판’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공약 경쟁은 안 보이고 막말·선동·헐뜯기 등이 난무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선거였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 전략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공약을 내걸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선동했다. 여당이 참패했고, 목련꽃이 졌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사실상 폐기됐고, 김포시는 여전히 경기도에 속해 있다. 선거 때 나온 말들이 ‘오로지 당선’을 위한 것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지만 유권자를 우롱한 꼴이 됐다. 총선 공약 중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고, 세금을 깎아주고, 여기저기 개발하겠다는 공약이 수천 건이나 된다. 특히 경쟁하듯 쏟아낸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은 수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재정 여건과 실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내건 공약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또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일보가 22대 총선 경기도 당선인들의 주요 공약을 분석했다. 도내 당선인 대부분이 윤석열 정권 심판과 관련, 정치·검찰 개혁 공약과 법안 제출 계획 등을 앞다퉈 제시했다. 민주당 당선인이 많기 때문이다. 도민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지역 현안 관련 공약이 적어 아쉬움이 많다. 그나마 수도권 규제 해소 공약 및 관련 법안 제출 계획은 이중 삼중의 규제로 지역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동북부 당선인들이 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당선인(이천)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 규제개혁’ 방안으로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 안태준 당선인(광주을)은 “팔당상수원 중복 규제 등의 합리적 조정 추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당선인(동두천·양주·연천을)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상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 박정 당선인(파주을)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통한 중첩 규제 해소와 군사시설보호구역 70%대로 축소를 약속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이 경기도 9대 총선 공약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추진’을 제1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도당은 수정법 개정을 통한 경기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성장촉진권역 신설, 과밀억제권역 일부 지역 성장관리권역 지정을 약속했다. 이 공약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치·검찰 개혁에 나설 수 있지만, 지역구 당선인들은 이와 별도로 지역 현안을 챙겨야 한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 발전이고 삶의 질 향상이다. 지역 유권자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힘, 감투싸움 2년에 다 잃었다

국민의힘 참패는 경기도의회도 뒤흔들었다. 10일 치러진 도의원 보궐선거 결과다. 안산8, 오산1, 화성7 등 3개 지역에서 있었다. 민주당 소속 후보(이은미·김영희·이진형)가 모두 이겼다. 안산8은 국민의힘 의원이 있던 자리다. 민주당이 1석 늘고, 국민의힘이 1석 준 셈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77석, 국민의힘은 76석이 됐다. 개혁신당은 2석이다. 이런 경우 1석은 의미가 다르다. 도의회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당장 후반기 도의장 선출이 있다. 거론되는 차기 의장 후보군이 많다. 민주당의 경우 시흥 출신 4선 김진경 의원이 유력한 후보다. 국민의힘에서도 김규창·김호겸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의석수대로 진행된다면 민주당의 차지가 된다. 전반기 의장도 민주당 소속 염종현 의원이었다. 변수로 개혁신당 2석을 얘기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다. 2명 모두 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이다. 이준석 당선인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한다. 이쯤에서 2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전반기 의장을 선출할 때 모습이 생생하다. 경기도의회 회의규칙에 1차, 2차, 결선 투표가 규정돼 있다. 결선에서 동수라면 연장자가 맡는다. 연장자는 국민의힘에 있었다. 그런데 1차부터 국민의힘 내부 분열이 생겼다. 의장 선출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양해를 얻어 뒤늦게 투표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었고, 2차 투표로 갔다. 거기서 민주당 의원이 83표를 얻었다. 국민의힘 이탈이 최소 다섯 표다. 이렇게 ‘연장자 찬스’를 걷어찬 국민의힘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내부 싸움이 있었다. ‘의장 감투 싸움’이 아니라 ‘당 대표 감투 싸움’이었다. 일부 소속 의원들이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원이 대표 선출을 부정하는 결정을 했다. 사상 초유의 ‘1당 2대표’ 상황이 됐다. ‘78 대 78’이라는 황금 비율에는 균형을 명한 유권자 뜻이 있다. 그 신성한 명령을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에 쏟아부었다. 탐욕이 줄줄 흐르는 감투 쟁탈전에 썼다. 그러다 이렇게 됐다. 보궐선거 3곳을 모두 잃었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해 주도권을 잃었다. 후반기 도의장 자리도 잃을 판이다. 갈등이 여전해 76석 결집조차 난망하다. 혹시, 이런 결과를 남 탓으로 보고 있나. ‘중앙당’ 탓하고, ‘대통령’ 탓할 건가. 씨도 안 먹힐 소리다. 2년 전, 그 ‘중앙당’ ‘대통령’ 덕에 단 게 지금의 배지다.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는 경기도에서 유난했다. 그 배경에 국민의힘 도의회가 보여준 ‘난장판 2년’이 있다. 경기도의원 의석은 경기도민이 준다. 2018년, 자유한국당에 4석을 줬다. 2022년, 국민의힘에 78석을 줬다. 2026년, 몇 석을 줄 거라고 보는가. 닷새 전 잣대로 2년 뒤를 상상해라.

[사설] 총선에 쏟아낸 SOC 공약, 실현 가능성 있을까

22대 총선에서 여야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 내놓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엄청나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경쟁하듯 쏟아냈다. 당선인들의 SOC 공약을 이행하려면 수백조원이 필요하다. 재원도 문제지만 공약이 같은 지자체 또는 타 지자체와 상충돼 지역 갈등이 예상된다. 수원과 성남의 공항 관련 공약이 대표적이다. 수원특례시의 민주당 당선인 5명(김승원·백혜련·김영진·김준혁·염태영)은 수원 군공항 이전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전 부지에 첨단연구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3선에 성공한 같은 당 송옥주 당선인(화성갑)은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완전 백지화’를 공약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성남의 서울공항도 공약이 엇갈린다. 민주당 김태년·이수진 당선인은 서울공항 이전을 공통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 구상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은 서울공항 이전은 “안보를 망치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추가 고도제한 완화와 군사보호구역 부분 해제를 약속했다. SOC 공약 중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급행철도(GTX)와 관련된 것이 상당수다. 자기 지역까지 노선 연장, 경유 지선, 정차역 신설 등을 공약한 당선인만 30명이 넘는다. 도로 및 철도 개통, 고속도로 지하화 등의 건설·토목 공사도 수두룩하다. 수원의 당선인 5명은 신분당선 연장과 GTX-C노선·신수원(인덕원~동탄 복선전철)·수원발 KTX 조기 개통 및 지하철 3호선 연장 추진. 경부선 철도 지하화 추진 등을 공통 공약에 담았다. 평택의 민주당 당선인 3명(홍기원·이병진·김현정)도 GTX A·C노선 평택 연장 등을 공통으로 공약했다. 같은 당 박지혜(의정부갑)·이재강(의정부을)·민병덕(안양 동안갑)·서영석(부천갑)·임오경(광명갑) 등도 GTX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김용태 당선인(포천·가평)이 인천공항~포천 GTX-E노선 추진과 지하철 7호선 옥정~포천 조기 개통 및 GTX-C 연결을 약속했다. 김선교 당선인(여주·양평)도 GTX-D 조기 추진(여주역), GTX-D 팔당 연장 추진, 양평~서울 고속도로 조기 착공 등을 공약했다. 병원 신설, 대형 투자 유치 공약도 많다. 국민의힘 김은혜 당선인(성남 분당을)은 24시간 어린이병원 유치를 내걸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화성을)은 제2국립암센터와 경기 남부 최대의 어린이병원을 공약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당선인(동두천·양주·연천)은 ‘제3롯데월드 동두천 유치’를 약속했다. 이런 공약들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다. 공약을 안 지켜도 페널티가 없고, 또 당선되니 남발하고 있다. 재정 여건과 실현 가능성 없이 쏟아낸 공약은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유권자들이 똑바로 지켜보고, 공약을 지키지 않는 의원들을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사설] 초선의 열정, 싸움 말고 공약에 쏟아라

다선(多選)의 첫째 무기는 중량감이다. 정치적인 무게를 뜻하는 게 아니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영향력을 일컫는 것이다. 지역 공약의 상당 부분이 정부와 연동된다. 이를 풀어갈 영향력이 다선에서 나온다. 상임위원회 직책이 대표적인 위상이다. 상임위원장, 정당 간사가 그런 자리다. 대부분 2, 3선 이상의 다선이 차지한다. 22대 총선에서도 다선 의원들이 배출됐다. 6선(조정식·추미애), 5선(김태년·윤호중·정성호), 4선(안철수·윤후덕·이학영)이다. 다선의 또 다른 무기는 탄탄한 지역 기반이다. 지역구 선수는 지역 유권자가 만든다. 선수가 쌓이는 것은 선택이 쌓이는 것이다. 선택 기준의 하나는 ‘일 잘하는 의원’이다. 선거 때마다 이를 검증받게 된다. 제도화된 점검 시스템이 있다. 선관위, 시민단체 등이 공개하는 매니페스토 공약 평가다.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객관적 채점표다. 다선이 됐다는 것은 이런 검증 과정을 계속 거쳤다는 말이다. ‘공약 지켜서 또 기회를 받았다’고 당사자들은 자부한다. 22대 경기지역 당선자는 모두 60명이다. 재선이 19명, 3선이 10명이다. 4·5·6선은 살폈듯이 8명이다. 반면 초선이 23명이다. 비율이 38%로 상당히 높다. 벌써부터 이런 초선 과다 분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공약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다. 다선의 ‘대정부 중량감’, ‘지역 내 기반’이 초선에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다선과 초선의 능력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이런 정치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1월 발표한 매니페스토운동본부의 공약이행 분석이 있다. 경기도 전체 공약완료율은 51.96%다. 전국 광역지자체와 비교하면 상위 9위, 하위 8위다. 주목할 건 전체 1%인 폐기된 공약이다. ‘안산~목감~KTX 광명역 버스노선 부활’, ‘남양주 금곡역 환승 역세권 개발 추진’, ‘안양 1번가 사후면세점 설립’ 등이 폐기됐다. 공교롭게 공약했던 의원들이 모두 초선이다. 시민단체 등이 선정하는 공약 이행 우수 의원에 다선 의원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초선의 장점은 열정이다. 초선의 핸디캡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어렵게 하는 ‘여의도 법칙’이 있다. 정치 투쟁의 전면에 초선들을 세운다. 정치 싸움에 소모되는 총알받이로 희생시킨다. 폐기 공약의 당사자들도 그랬다. 4년 내내 정치 싸움에 등장한 면면이다. 거역 못할 정당 내 질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갈 것이 지역 공약 이행임을 잊어선 안 된다. 뜨거운 열정을 정치 싸움이 아니라 공약 이행에 쏟아붓기 바란다.

[사설] 어느 학교 법인의 황당한 부동산 임차인 압박

양주지역에 학교법인 남문학원이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 소유 수익용 토지로 임대 사업도 한다. 이 토지에 임대인들이 100여명이다. 주택도 있고, 상가도 있다. 그동안 매년 3월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왔다. 임대료는 대부분 연간으로 납부하는 연납이었다. 이 임대 방식과 내용이 최근 바뀌어 고지됐다. 연납이던 납부 기준이 월납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임대료가 인상됐다. 토지 세금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액도 등장했다. 문제는 그 방식과 내용이다. 요구한 임대료 인상폭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 임차인의 경우를 예로 보자. 430㎡를 쓰고 있다. 연간 177만원을 내왔다. 이걸 월 92만원으로 인상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기존 방식인 연간으로 보면 1천104만원이다. 1회 인상폭이 무려 623%다. 1회 임대료 인상폭이 이처럼 높은 경우가 있었나. 매달 내는 임대료 납부 방식도 임차인에게는 큰 압박이다. 어렵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곧바로 소송이 고지됐다. 학원 측은 토지 1개 지번당 임대료 104만원의 추가 부담도 요구한다. 여기엔 일반적인 임대료 인상과 다른 명분이 있다. 토지 세금 인상에 따른 부과라고 설명한다. 임차인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종부세 등) 국가·지자체 세금이 늘어난 부분을 왜 임차인에게 요구하느냐”고 반문한다. 학원의 모든 입장은 지난해부터 법무법인이 주도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 통보와 불응 시 소송 제기 등 법률적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임차인이 역부족이다. 학원 측은 법인 재정 악화를 이유로 설명한다. 과거 임대료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고 했다. 일부 임차인들의 임대료 체납도 부담이라고 했다. ‘학교법인의 재정이 악화돼 법인 존속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밝힌다. 임차인들의 걱정이 크다. 학원 측이 임차인들을 내쫓으려는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남문학원의 한 관계자는 “기본 재산을 처분해야 할 정도로 재정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해 부동산 처분 가능성을 실제 언급했다. 과거 법정부담전입금을 납부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바도 있다. 교직원의 연금과 4대보험, 재해보상 부담금에 대한 비용이다. 사학재단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남문학원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부담하지 않았다. 학교 재정이 어려워 생긴 일로 추정된다. 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충격적인 임대료 인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법정 전입금 미납으로 물의를 빚고, 충격적인 임대료 횡포로 지역 사회 힘들게 하고. 사학의 모습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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