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호선 연장’으로 희망 고문했나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경기 남부 광역 철도’의 밑그림이 알려졌다. 수원·용인·화성·성남시가 공동으로 수행한 용역의 결과다. 지난해 7월 4개 시가 공동 발주한 것으로 새 노선안을 도출했다. 용역에서 제시된 노선은 2개다. 3호선 수서역에서 판교, 수지, 광교, 봉담을 잇는 것이 1안이다. 2·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시작해 수서역을 거쳐 같은 노선을 지나는 것이 2안이다. 4개 시가 협의를 통해 1개 노선을 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결정한 노선을 4개 시가 경기도에 전달하기로 했다. 신규 철도망 건설 사업 신청은 시•군이 경기도에 신청하고, 경기도가 취합해 국토부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4개 시•군은 이와 별도로 광역철도 사업에 반영해 달라는 공동건의문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내년 7월께 확정 발표된다. 국토부가 이달까지 광역철도 노선 신청을 받는다. 다음 달에는 지자체 건의 사업 설명회가 예정됐다. 새로운 철도망 계획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결론은 따로 있다. ‘3호선 연장’의 꿈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제시된 2개 안 모두 ‘연장’이 아니라 ‘연계’다. 승객이 하차해 서울지하철로 갈아 타야 한다. 당초 ‘3호선 연장의 꿈’은 이런 번거로움이 아니었다. 열차 종류도 다르다. 서울지하철은 10량 규모의 중전철인 데 반해 새 노선은 5량 미만의 전철(MRT)이다. 당초 ‘3호선 연장의 꿈’에는 이런 지역 차별도 없었다. ‘3호선 연장’이 경기 남부권에 등장한 건 2020년 즈음이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수서 개발 구상이 시작이었다. 성남•용인•수원시가 움직였다. 용인시는 추진팀까지 가동했다. 진척은 없었다. 거대한 차량기지를 마련할 수 없었다. 21대 총선에서는 해당 지역 공통 공약으로 채택됐다. 이재명 지사와 해당 시장들이 협약까지 했다. 역시 결실은 없었다. 이후 차량기지 상부를 복합 개발하는 이른바 오세훈 구상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2022년 지방선거에 또다시 나타났다. 화성시까지 ‘부지 내놓을 듯’ 가세했다. 경기도지사와 4개 시장이 협약을 했다. 그 협약의 결론이 이번에 나왔다. ‘3호선 연장 불가’다. 2022년 공무원은 ‘가능성 없다’고 했다. 용인시가 했던 용역에서 사업성 없다고 나왔다. 서울시가 차량기지를 존치한다고 발표했다. 4개 시 합동 용역이 또 사업성이 없다고 나왔다. 뭐가 더 남아 있는가. 더 고문해도 좋을 희망이 있기는 한 것인가. 새로운 노선 설명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필요한 설명이 있다. 본래 의미의 3호선 연장은 없어진 것인가. 다음에는 공약하지 않을 것인가. 이 답변부터 듣고 다음 주장을 펴겠다.

[사설] 평택항 세관 경비 허술, 밀수 창구로 악용돼선 안 된다

평택항에서 검거된 수억원대 밀수 용의자가 세관의 조사 과정에서 도주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밀수품 등을 검문하는 세관 감시초소가 너무 허술하다는 비판과 함께,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3일 면세품 등을 밀수하던 50대 남성이 평택직할세관에 붙잡혀 조사를 받던 중 달아났다. 이 남성은 평택과 중국 웨이하이 노선을 운항하는 중국 A선사의 선박 내 면세점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매점업주였다. 그는 매점 판매용 담배 등을 선박에서 사용하는 물품 운반차량에 싣고 나오는 수법으로 밀수를 하다 세관에 검거됐다. 사건 당일 남성은 한국산 담배 2천여 보루와 시계, 모자 등 위조 명품, 주류 등 2억원 상당의 밀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매점업주는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에 면세점 물품 보관창고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조사를 받던 중 창고에 다른 밀수품도 있다며 세관 직원을 창고로 유인한 뒤 직원이 물품을 확인하는 사이 도주했다. 그런데 평택직할세관은 2주가 지나도록 도주 사실을 수사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때문에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매점업주가 밀수품을 반출해 왔는데도 세관 감시초소가 제대로 밀수 차량을 검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매점업주는 세관 감시초소의 면세점 판매물품 관리 허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감시초소가 임의로 선정한 일부 제품만 검사하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관세법에 따르면 세관은 선박 내 판매품을 비롯한 선박용품에 대해 전산 또는 수작업으로 검사 대상을 선별하고 있다. 실제 평택직할세관은 밀수 용의자가 신고한 선박 내 판매품 중 전산상에서 임의로 선정한 일부 박스만 확인했다. 여기에 선사가 선박 내 매점을 외주용역으로 관리하며 매점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게 이번 범행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평택직할세관은 앞으로 선박용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매번 모든 선박 내 판매품을 열어 검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의 선정 기준을 높여 검사 대상을 늘리는 등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밀수품 등을 검문하는 감시초소가 무방비로 뚫려 그동안 밀수창구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려를 불식시킬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평택항을 통한 교역이 증가하면서 밀수 사범 등도 늘고 있는 만큼 보안 강화도 시급하다. 평택직할세관을 ‘본부세관’으로 승격시킬 필요가 있다. 평택세관은 현재 중국발 직구 폭증 탓에 임계점을 넘었고, 검사 1건에 5초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무량 폭증과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불법물품의 차단 기능이 한계에 달해 있다. 직할세관을 본부세관으로 승격시켜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공무원 이름 비공개, 악성민원 막을 근본대책 못 된다

악성 민원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엔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야간 포트홀 공사로 교통정체가 야기되자 다수 민원인들로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온라인에서 신상이 공개되는 등 괴롭힘을 당하다 사망했다. 지난달엔 의정부시청 공무원과 또 다른 김포시청 공무원이 사망했다. 올해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해 오던 공무원 성명과 업무 등을 비공개로 바꿨다. 일부 기관은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와 사진도 없앴다. 부산 연제구는 홈페이지에 선출직인 구청장 이름까지 지웠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 12개 지자체가 홈페이지 누리집 조직도에서 직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포시와 화성시, 의정부시, 오산시, 과천시, 양평군 등은 ‘김○○’처럼 직원 이름에서 성만 남기고 이름을 익명 표기했다. 수원특례시, 고양특례시, 시흥시, 안성시 등은 직원의 성과 이름 모두를 삭제했다. 직원 이름이 모두 공개된 상태로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위와 업무, 사무실 전화번호 등만 게재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이달 초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온라인 좌표찍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무원 개인정보는 비공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민원인이 폭언을 하면 담당 공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에 공무원 이름 비공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악성 민원은 심각한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공무방해 행위다.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공무원 보호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익명 전환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자칫 공무원의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 있고, 행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잖아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민원 상담을 하려면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전화 ‘뺑뺑이’를 돌리는 사례가 종종 있다. 업무 담당자를 비공개로 하면 익명 뒤에 숨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공직사회의 익명 전환 추세를 놓고 ‘민원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가 민원인 소통을 강화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비공개로 전환하기보다 지역 사정과 민원 강도에 따라 익명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이름 비공개가 악성민원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책이 아닌 만큼 국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대책을 더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력, 예산 확충도 뒷받침돼야 한다.

[사설] 인구 4만 연천군, 구석기 문화로 세계를 맞다

작은 돌조각 하나에서 시작된 역사다. 주먹도끼가 발견된 것이 1978년이다. 주한 미군 병사 그레그 보언이 찾아냈다. 발견된 장소가 연천군 한탄강변이다. 이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세계 구석기 역사를 바꿨다. 모비우스 하버드대 교수의 이론을 뒤집었다. 서양은 주먹도끼, 동양은 찍개라는 구분이었다.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을 깔고 있는 이론이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연천에서 발견됨으로써 동양 구석기 문화 수준이 높아졌다. 46년 흐른 지금, 연천군은 세계의 중심이 됐다. 세계 최고의 구석기 축제를 만들어냈다. 축제는 3일부터 나흘간 연천 전곡리 일대에서 열렸다. 주제는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이다. 20만㎡의 거대한 유적지가 무대다. 세계 구석기 체험 마당, 구석기 바비큐, 선사 체험 마을, 전곡리안 의상실, 실전 활쏘기 시연·체험 등이 펼쳐졌다. 30만년 전 구석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이다. 어떤 축제에서도 볼 수 없는 현장이다. 30만년 전 한탄강 지역에 살았던 것은 호모 에렉투스다. 주먹도끼뿐 아니라 최초로 불을 사용했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에게 멸종됐다. 바로 이 호모 에렉투스의 삶을 체험하는 연천 구석기 축제다. 축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인원만 7만여명에 달했다. 참가자 구성부터 타 축제와 다르다. 학생 등 가족단위 참여가 유독 많다. 남녀노소가 모두 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축제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이 있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구석기 축제로의 성장이다. “이 정도의 규모와 지역주민의 참여,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 구석기 유산을 주제로 축제를 즐기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스페인관에서 체험을 시연한 세르다씨의 관전평이다. 그는 박물학자이자 문화유산 관리자다.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선사 유적 전문가이기도 하다. 연천 구석기 축제에만 열 번째 참여다. 세계적 권위자인 그가 내린 축제 평가다. 지방 문화·축제는 지방자치의 꽃이다. 지자체마다 문화를 만들고 축제를 연다. 여기서 심각한 부작용도 생겼다. 근본 없는 축제, 검증 없는 축제가 남발되고 있다. 같은 주제로 중복되는 축제가 충돌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연천 구석기 축제는 다르다. 돌도끼 하나를 세계적 문화 축제로 승화시켰다. 의미 있는 구석기 축제, 경쟁 없는 독보적 축제를 만들어냈다. 인구 4만의 연천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다. 먹거리 만들고, 자긍심 높이고, 지명도 올리는 게 문화라면 그런 문화의 답을 연천군 행정이 보여준 셈이다. 김덕현 연천군수는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고 했다. 충분히 훌륭했다. 또 ‘내년에도 더욱 다채롭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또 기대한다.

[사설] 반대 봇물 평화누리자치도, 사회적 공론화 더 필요하다

경기도가 지난 1일 대국민 공모를 거쳐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칭)의 새 이름으로 ‘평화누리특별자치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남북 분도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핵심 공약이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 북부의 정체성과 역사성,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담은 새 이름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했고, 총 5만2천435건이 접수됐다. 이 중 10개를 선정해 온라인 투표와 심사위원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작으로 ‘평화누리특별자치도’를 뽑았다. 대상 상금은 1천만원으로, 대구에 거주하는 91세 시민이 받았다. 경기 북부지역의 이름으로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발표되자,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곧바로 경기도민청원 홈페이지에 ‘평화누리자치도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발표 하루도 안 돼 반대 청원은 목표치 1만명을 달성했다. 남양주에 거주한다는 청원인은 “이 분도가 주민들 의견을 반영한 것이 맞느냐”며 “저를 비롯해 이웃 주민 대다수가 경기북도 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분도 반대 이유로 △인구소멸 시대에 행정력을 나눌 명분이 빈약하고 △경기 북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 또한 빈약하며 △군사지역 및 그린벨트로 면적의 40% 이상 묶여 있는 북쪽에 어느 기업이 투자할 것인지 △도로 확충이나 국가지원 등 청사진도 없으며 △경기남부는 더 발전할 것이나 북부는 이 같은 근거로 더 낙후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지사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평화누리 이름을 철회해 달라’, ‘경기 북부 주민들은 평화누리 이름에 반대한다. 누구를 위한 공모전이냐’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연휴 기간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반대 청원은 7일 오후 4만5천명 가까이 됐고, 해당 청원 외에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이름 및 경기북도 설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도 수십 개가 올라왔다. 경기 북부지역 커뮤니티별 반대 여론도 거세다. 구리갈매신도시연합회, 양주옥정신도시입주자모임, 왕숙진접오남시민연합, 파주운정신도시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엔 해당 청원에 동참하자는 내용과 함께 북부특별자치도 반대 글이 넘쳐 나고 있다. 6일부터 미국 출장에 나선 김동연 지사는 도민 청원 답변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확정된 공식 명칭이 아니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경기도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경기도지사의 공약이라고 맘대로 진행하면 안 된다. 경기 북부 도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많다.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고 주민투표도 거쳐야 한다. 섣불리 이름 먼저 공모했다가 예산만 낭비하고, 갈등을 키웠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

[사설] 국힘, ‘영남 지도부’가 낳은 ‘경기 참패’ 기억하라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는 누가 될까. 여러 명의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6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 4선에 성공한 김태호 의원(경남 양산을)이 얘기된다. 둘은 영남권을 대표하는 중견 정치인이다. 또 다른 후보군은 수도권 의원·당선인들이다. 윤상현 의원(5선, 인천 동·미추홀)과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 나경원 당선인(서울 동작을), 그리고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이다. 그리고 절대 강자가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한 전 위원장에게 가 있다. 총선에서 형성된 ‘한동훈 계파’가 있다. 당내 세력 분포에서 여전히 절대 우위다. 관건은 본인의 등판 여부다. 당 대표 선거는 현 상태라면 6~8월에 치러진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복귀가 너무 빠르다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한동훈 대표설’은 현 상태의 절대 다수설이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연기를 부탁했다는 주장까지 전해진다. 경기도 출신 당 대표 탄생은 요원하다. 언론의 ‘수도권 대 영남 구도’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수도권 후보라지만 대개 서울 또는 인천 출신이다. 경기도 출신 후보는 안철수 의원이 유일하다. 안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은 많지 않다. 여전히 ‘당내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다. 총선에서 참패했다. 60석 가운데 6석 얻는 데 그쳤다. 이런 경기도에서 당 대표가 탄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상적인 분석으로는 대결이 어렵다. 그래서 가는 눈길이 있다. 원내대표다. 당 대표를 보좌해 당을 이끌어 가는 사실상 2인자다. 경기도 출신의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이 여기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 당선돼 3선이 된 송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도 맡고 있다. 경기도 보수를 상징하는 중견 정치인이다. 살폈듯이 경기도 출신 당 대표가 탄생할 가능성은 낮다. 당 대표가 ‘나눠주는’ 지명직 당직에 경기도 당심이 만족할 상황도 아니다. 원내대표를 지켜보는 이유다. 경선 상대로 추경호(대구 달성)·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이 나왔다. 우리가 두 의원을 저평가할 의도는 없다. 단지 경기도 참패의 충격을 상기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 두려고 한다. 경기도 참패는 그대로 당의 참패가 됐다.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는 자조까지 나왔다. 그랬던 반성이 한 달도 안 됐다. TK와 충청권에 권력을 배려할 여유가 경기도에는 없다. 어찌보면 원내대표는 당이 경기도에 줄 가장 작은 성의일 뿐이다. 이런데도 또 경기도를 떨구고 갈 것인가. 2023년 4월7일의 기억이 생생하다. 원내대표에 대구 출신 윤재옥 의원이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안성 출신 김학용 의원이 떨어졌다. 자유 비밀 투표라지만 그 결과에 우리는 경고했다. ‘1년 뒤 총선에서 경기도 참패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이번에도 같은 경고를 하게 될지 모른다.

[사설] 가족돌봄청년, 국가와 사회가 무거운 짐 덜어줘야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청년)’라 한다. 어린 나이에 생계와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의 삶은 고달프고 피폐하다. 장애, 질병, 고령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청년들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등 미래를 설계할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영 케어러 문제는 2021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혼자 간병하다 극심한 생활고에 아버지를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22세 청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 이슈화됐다. 이 청년은 편의점 폐기물로 끼니를 때웠고,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결국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고 체포됐다. 청년은 누구보다 도움이 절실했지만 국가의 공적 지원은 닿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의 영 케어러 통계나 현황 자료가 전무했다. 이런 상황이니 청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졌을리 없다. ‘간병 살인’의 책임이 이 청년에게만 있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영 케어러는 대략 10만명으로 추정된다. 공부하고 일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년들이 주변 도움 없이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니 안타깝고 씁쓸하다. 경기도에선 현재 영 케어러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든 경기도는 올해 2월에야 실태조사 연구용역 계약을 했다. 아직 본격적인 조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렇다 할 지원책이 없다. 민간 사회복지단체의 산발적인 일부 지원이 있을 뿐이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부양의무를 떠맡아 생계 유지에 나서고 있는 영 케어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돌봄 책임을 가족에게만 전가해선 안 된다. 젊은이들에겐 그 시기에 누려야 할 희망의 삶이 있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이른 나이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정부와 지자체가 덜어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영 케어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비관에 휩싸여 살거나, 무거운 경제적 책임으로 어려운 상황에 홀로 갇혀 살게 해선 안 된다. 국가와 지자체, 이웃이 책임을 분담하고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부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심리적 지원책도 필요하다.

[사설] K-방산은 이제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다

K-방산이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미래 산업이 아니라 현재 산업이다. 그 시작은 2020년 이후부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도화선이 됐다. 동유럽의 전운이 감돌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동남아, 아랍 수출 시장도 건재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기술력이다. 전투기, 전차, 미사일 등이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 등 경쟁국보다 앞서 있는 가격경쟁력도 거들고 있다. 이런 호황이 2024년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K-방산 업체들이 1분기 영업 실적을 공시했다. 4대 방산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이다. 이들의 1분기 합산 매출은 총 4조3천993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3조7천269억원)와 비교해 18.0% 증가했다. 증가폭에는 차이가 있지만 4개 기업 모두 매출 증가를 보였다.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증가 추세나 증가 폭에서 전 산업에서 가장 주목되는 실적이다. 제일 덩치가 큰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1분기 매출이 2조1천31억원이다. 전년 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투기 등 항공·우주 관련 기업인 KAI의 실적도 눈에 띈다. 초음속 전투기인 KF-21과 경공격기 FA-50 등을 생산한다. 1분기에 7천849억원의 매출과 3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38.0%, 이익은 102.6% 증가했다. 근래 가장 큰 폭의 매출·이익 증가다. 매출 증가는 당연히 수출 증가가 견인했다. 현대로템도 1분기 7천478억원의 매출과 4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9.3%, 이익은 40.1%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전운이 감도는 동유럽을 파고든 결과다. 재작년 폴란드와 K-2 전차 1천대 수출 기본 계약을 맺었다. 1차 계약분 180대에 이어 820대에 대한 잔여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와도 K-2 전차 수출 계약이 추진 중이다. 미사일 등 유도 무기 전문업체 LIG넥스원도 전년 대비 39.6% 매출 증가를 보였다. 무기 시장이 갖는 특징은 무기 체계 연동이다. 한번 사용된 무기는 추후에도 계속 사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보수 수요, 보충 수요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최근 늘고 있는 방산 수출도 오랜 기간 투자를 해온 결과다. 역설적으로 현재 형성된 수출 증가세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의 관심이 필요해졌다. 방산업은 국가와 함께 가야 할 산업이다.

[사설] 임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폐지 능사 아니다”, 공감 크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개인적으로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지난 30일 이천 꿈빛공유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과거에는 절대 교권 시대여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너무 학생 중심으로 치우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교육 구성원끼리 존중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가 정쟁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달 24일 충남도의회에 이어 26일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면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반발해 천막 농성을 벌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에 대못박는 퇴행’,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김상곤 교육감 때 처음 제정됐다. 이후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등 모두 여섯 곳에서 시행됐다. 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 보편적 학생 인권을 규정하고 있다.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강제 야간자습 및 보충수업 등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원들이 교권 회복을 외치자,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됐다. 보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폐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 현장에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주장을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 조항은 빠져 미흡한 부분이 있다. 조례로 상벌점제를 폐지해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말 펴낸 ‘학생인권조례 바로 알기 안내서’에 따르면 2017~2021년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조례를 둔 지역이 평균 0.5건, 없는 곳이 0.53건이었다. 인권위는 “조례 여부와 교권 침해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교사와 학생을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발상이다. 여야나 진보·보수 교육계가 학생인권조례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교육부의 교권보호 고시 내용과 충돌되는 내용이 있으면 개정하거나 보완하면 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거나,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된다. 12년간 이어져온 조례를 학교 구성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임 교육감의 말처럼,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사설] 철도지하화 사업, 실현 가능성 있긴 한가

4·10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하듯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구 후보 696명 가운데 181명(26%)이 공약했다. 전국 8개 시·도에서 시행될 철도 지하화 길이는 총 537㎞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규모가 가장 크다. 경부, 경인, 경의, 경원, 경춘, 중앙, 경강, 안산선 등 8개 노선 360㎞에 이른다. 전국의 철도 지하화 사업이 실행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업 구상 단계부터 실현 가능성을 정확히 따지지 않고, 표를 의식해 마구 쏟아낸 선심성 공약이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철도 전문가들은 1㎞당 지상철도의 경우 순수 공사비가 250억원, 지하철도는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철도와 도로 지하화 사업에 65조2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8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선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확대되고, 국가부채까지 폭증하는 상황에서 대형 SOC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국가채무는 1천126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도 목표보다 56조원 덜 걷혀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났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는 시민의 생활권이 단절되고 소음·분진 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하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역대 정부가 모두 철도 지하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도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해서다. 그럼에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SOC 사업을 너도나도 총선 공약으로 내지른 것은 경솔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은 철도로 인해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고, 철도부지 상부와 슬럼화된 주변 지역까지 종합개발(상업·주거·문화공간 등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가 도내 지자체의 철도 지하화 및 통합 개발 방향성 등의 자문을 위해 정책기술자문단을 꾸렸다. 12월까지 경기연구원 용역을 통해 도내 지자체에서 구상 중인 지하화 사업계획안을 검토, 국토부 선도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전체가 아니어도 추진은 될 것이다. 일단 시범사업을 선정해 개발 모델을 만드는 게 좋겠다. 성공적인 철도 지하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 공공기관,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 완화와 토지 사용 허가, 투명한 정보 공유와 소통으로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투자로 공사 비용과 기간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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