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류 근본이 불법 창고·공장이라니

파주시 탄현면에 한 스튜디오가 있다. 건물 창문이 검은색으로 차광 처리됐다. 촬영 시 주의 사항 안내문도 붙어 있다. 내부에는 분장실, 대기실까지 갖춰져 있다. 조명 장치, 촬영 장비도 완벽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스튜디오다. 다른 스튜디오는 파주시 월롱면에 있다. ‘TV 제작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역시 다양한 촬영 장비가 갖춰져 있다. 취재진이 두 건물의 용도를 확인해봤다. 놀랍게도 법률적 용도는 창고다. 불법 용도변경이 이뤄진 상태다. 경기 북부는 K-콘텐츠 산업의 중심을 자처한다. 이 지역 ‘스튜디오’ 20곳을 취재진이 확인해 봤다. 법률적으로 공장 또는 창고인 곳이 14곳이다. 확인 스튜디오의 70%가 불법 상태인 것이다. 앞선 탄현면 스튜디오는 불법이 적발된 상태다. 파주시로부터 원상복구 시정명령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튜디오로 이용하고 있다. 적법하려면 방송통신시설로 등록해야 한다. 기준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행강제금 내는 게 낫다고 보는 듯하다. K-콘텐츠는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산업이다. 연관 산업의 동반 수출까지 이끄는 핵심이 되고 있다. 드라마, 공연 등 K-콘텐츠와의 연계가 국정 과제다. 관계 부처 합동 한류박람회 ‘2023 태국 K-박람회’, 해외 상설홍보관 인도네시아 ‘KOREA 360’ 운영, K-콘텐츠 내 연관산업 제품에 대한 간접광고(PPL)를 지원하는 ‘관계부처 합동 한류마케팅 지원 사업’ 등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가 전체 수출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오래된 일이다. 자연스레 방송 영상 독립 제작사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를 보면 2022년 현재 753개사다. 그런데 제작사 중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것은 199개뿐이다. 나머지는 자체 스튜디오 시설이 없다는 얘기다. 스튜디오를 임대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수요로 스튜디오를 빌려주는 임대업이 태동했다. 그리고 여기에 공급량이 따르지 못하면서 불법 스튜디오가 난립하게 됐다. 경기 북부가 ‘불법 스튜디오’의 온상으로 전락해버린 이유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콘텐츠 산업이다. 어느덧 한국 수출의 둘도 없는 효자 종목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문화의 출발이 모두 불법이다. ‘불법 창고’, ‘불법 공장’에서 탄생하고 있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 적법의 영역으로 안을 방안을 고민할 때다. 필요 이상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면 손 봐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을 넘는 경비라면 살펴줘야 한다. ‘K-콘텐츠’로 돈 벌 생각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다.

[사설] ‘어르신 무료 버스’ 무산... 불가피한 공약 다이어트다

‘어르신들 시내버스 무료’ 공약이 있었다고 한다. 2년 전 민선 8기 인천시장 선거에서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현재 지하철 등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한다. 이 같은 교통 복지를 시내버스로까지 확대하는 공약이다. 처음 취지는 좋았으나 그 실현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문제는 재원이다. 마침 지방세수 보릿고개까지 겹쳤다. 인천만 그런 게 아니다. 경기도는 세수 부족으로 추경 편성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선거 공약이라 해서 다 그대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인천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화 공약이 사실상 폐기 수순이라 한다. 소요 예산 등을 검토한 결과 이대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처음엔 65세 이상 어르신 버스비 완전 무료화를 검토해 봤다. 지하철처럼 나이나 이용 횟수 제한 없는 무료화다. 연간 1천억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들어야 했다. 일단 완전 무료화는 백지화했다. 이어 1개월 1만원의 교통비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65세 이상 인천 전체 어르신은 47만명이다. 월 1만원씩 지원해도 최소 500억원 이상이었다. 시내버스 이용 빈도가 높은 65~80세는 30여만명이다. 이처럼 지원 대상을 축소해도 연간 400억원이 필요했다. 세수 부족 시대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사업비다. 1만원 교통비 지원에도 문제가 걸려 있다.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인천시는 곧 교통복지카드인 인천 I-패스를 도입한다. 이럴 경우 교통 복지가 중복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교통비 지원이 중복돼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놓은 상태다. 결국 인천시는 ‘어르신 버스비 무료화’ 공약을 접기로 했다. 대신 인천 I-패스 사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인천 I-패스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한다. 일반 시민은 지불한 교통비에서 20%, 청년(19~39세)과 65세 이상 어르신은 30%, 저소득층은 53%씩 환급받을 수 있다. 인천시는 시내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어르신의 경우 월 1만원 지원보다 인천 I-패스 혜택이 더 클 것으로 본다.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 등에서는 서운해하는 입장이다. 노후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줄 기회가 무산돼서다. 그러나 복지야말로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한번 시작한 복지는 거둬들이기 어렵다. 어르신 지하철 무료화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내버스를 무료화했다가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공약 실천도 중요하지만 공약의 현실화도 시민을 위하는 길일 수 있다. 공약 다이어트도 불가피한 세수 부족 시대다.

[사설] 급기야 ‘경기도 포기정당’ 소리 듣는 국힘

양평은 대표적인 보수의 땅이다. 21대 총선에서 김선교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경기도내 보수 의석은 7석이었다. 측근 선거법 위반으로 김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아 다시 출마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 후보는 당선됐다. 국힘의 경기도 당선자는 6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양평을 보수 텃밭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당사자인 김 당선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부재자 투표에서 고전했다. 본투표로 겨우 이겼다”. 군(郡) 지역인 양평에서 감지되는 표심 변화도다. 당선자가 다음 선거를 장담키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도 0석’의 정치 구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 적나라한 분석을 본보 기자들이 내놨다. 22대 총선 득표율을 2년 전 대선, 2020년 총선과 비교한 결과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5.62%,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0.94%를 얻었다. 표차는 5.32%포인트다. 이게 2년 만에 11.73%포인트로 벌어졌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도 12.91%포인트 차였다. 국민의힘이 1.75%포인트 증가했지만 민주당도 0.57%포인트 증가했다. 의석수는 더 벌어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51석, 국힘은 7석이었다. 당시 전체 의석은 59석이었다. 22대 경기도 의석이 60석으로 늘었다. 민주당이 53석으로 늘었고, 국힘은 6석으로 하나 줄었다. 개혁신당이 1석을 차지했다. 국힘엔 최악이라던 21대 총선보다도 쪼그라든 결과를 받은 셈이다. 결국 당내에서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는 자조가 나왔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총선 토론회에서다. ‘경기도를 포기하고는 1당이고 다수당이고 불가능하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통령 부부 모습이 싫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김종혁 조직부총장). 서울 도봉구 김재섭 당선인은 ‘당에서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한 것이 (승리 비결이었다)’고까지 했다. 이미 결정돼 있었던 몰락이었다. ‘경포당’의 조짐이 어찌 어제오늘 일이겠나. ‘5.32%포인트 진 윤석열 대통령’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이른바 실세들은 경기도와 거리가 멀었다. 이후 당내 선거는 영남당 독식으로 내달렸다. 당 대표를 포함해 요직은 모조리 영남 차지였다. 선거 앞두고 갑자기 경기도를 얘기했다. 고위 관료 출신들을 전략공천했다. 반도체 벨트 투자 약속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떠난 경기표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후반부로 간다. 정권 후반부는 지지세가 더 퇴조한다. 지금보다 열악해질 경기도 판세다. ‘6석’조차 그리워질 때가 올 수도 있다.

[사설] 尹·李회담, 불안 정국 해소하는 협치 계기돼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갖는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통화해 만나기로 한 지 열흘 만에 단독회담을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은 2018년 4월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만남 이후 6년 만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단독 회담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만남 성사 과정에서도 여러 곡절이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2차에 걸친 실무회동 과정에서 의제 등을 놓고 진전이 없어 회담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실무회동 결과를 보고받은 이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윤 대통령도 참모진에 즉각 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해 오늘 회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늘 회담은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차담회로 진행되며, 비서실장 등 각각 3명의 배석자 참석하에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시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두 분의 뜻을 감안했다”고 했으며, 민주당 관계자도 “자유롭게 대화하는 데 차담이 더욱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 22대 총선 이후 정국의 향방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여소야대의 정국하에 21대 국회가 보여준 정국 난맥상을 경험한 국민들은 오는 5월30일부터 시작되는 22대 국회 역시 여야 간 갈등 심화 속에 정치가 표류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영수회담에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사사건건 대치의 연속이었으며, 이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민생 문제도 정치권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따라서 영수회담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으나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여야의 대치만 계속된 것이다. 영수회담 형식과 의제를 놓고 서로 기싸움을 하기보다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우선 만나 대화의 물꼬를 뜨고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만남에 우리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상호 허심탄회하게 민생 문제를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를 기대한다.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여야가 협치정치의 기틀을 마련할 것을 간곡히 요망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4·10 총선 민심을 수렴해 실타래같이 엉킨 정국을 풀기 바란다.

[사설] 파주시민의 성매매 근절 노력을 지지한다

속칭 ‘용주골’로 불려온 성매매 집결지는 없어지는가. 파주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향한 결기다. 24일 반성매매 시민활동단 클리어링 발대식이 있었다. 성매매 피해자 인권 회복 등을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자발적 단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매매에 대한 범죄 인식을 강조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불법 성착취 행위라고 천명했다. 인신을 매매 수단으로 하는 업주의 비인도적 만행도 규탄했다. 발대식에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파주지회, 학부모 단체, 성매매 예방 교육 강사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 파주읍 주민 등이다. 파주시도 ‘이동시장실’을 열어 시민 동참을 촉구했다. 김경일 시장은 시민께 드리는 동참 호소문을 배포했다. 호소문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억측과 오해, 음해와 루머 등이 조장되고 있다”며 ‘파주시의 진심’을 믿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시장이 언급한 ‘오해·음해·억측’의 의미를 짐작한다. 성매매 집결지는 검은돈이 오가는 지하경제다. 대부분 폐쇄적이고 음성적으로 움직인다.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각급 기관과 연계되는 ‘연줄’을 무기로 삼고 있다. 이는 집결지 폐쇄 때마다 강력한 반발 수단으로 작용한다. 수원, 평택 등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때 경험도 그랬다. 행정기관 또는 경찰 등을 음해하는 루머가 양산되고 뿌려졌다. 저항이자 협박이다. 우리는 파주시 행정의 일관성을 믿는다. 지난해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김 시장이 그해 결재한 첫 번째 사업이었다. 이후 시민단체와 협력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AV 성인페스티벌’로 개최 측과 일전도 벌였다. 수원에서 퇴짜 맞고 파주로 옮겨 개최하려던 행사다. 김 시장은 이 문제도 파주의 성매매 척결 의지와 연결했다. ‘행사 불법성 확인이 먼저’라는 헛소리에 ‘파주라서 더 안 된다’고 호통쳤다. 불가능한 일 아니다. 수원시는 50년 넘은 성매매 집결지도 없앴다. ‘삼리’라고 불리던 평택 사창가도 개선됐다. 두 곳 모두 활력 넘치는 거리로 탈바꿈했다. 시립 문화공간이 들어서 시민의 휴식처로 변모했다. 마지막 남은 성매매의 오명이 파주 ‘용주골’이다. 왜곡된 군사문화의 찌꺼기로 반백년을 왔다. 이걸 파주시와 파주시민들이 없애자며 들고 일어났다. 성공할 수 있다. ‘여성친화도시 파주’를 지지한다.

[사설] 거주자 우선주차, 순환배정으로 바꾸고 주차면도 늘려야

도심 주택가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 문제로 이웃 간 다툼이 종종 일어나고, 칼부림 사고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도심지역 주차공간 확보는 오랜 과제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거주자 우선주차’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구획선을 긋고 인근 주민이 우선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대부분 주간, 야간, 전일제 등 세 종류로 운영한다. 한 달 이용 요금이 1만5천~3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어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다. 경기도내에선 11개 시·군이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은 많은데 주차면이 적어 심각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기존 이용자가 기간 제한없이 주차구역을 독점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총 1만7천436면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4개 구의 평균 배정률은 98%(1만7천81면)로 거의 포화 상태다. 수원에서만 우선주차를 배정받으려 대기하는 시민이 1만7천143명에 이른다. 이 중 5년 이상 기다린 대기자가 4천391명(26%)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4명 중 1명은 5년 넘게 기다려도 주차구역을 배정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하남시 덕풍동과 신장동 등 거주자 밀집지역에 397면의 우선주차구역이 운영된다. 이 지역 주민이 새로 우선주차면을 배정받으려면 평균 3년은 대기해야 한다. 우선주차면을 배정받지 못한 주민들은 퇴근 이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도로와 좁은 골목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웃 간 분쟁이나 접촉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주민들은 한번 배정받으면 이사를 가거나 차량을 없애기 전까지 계속 사용하는 고정배정제 대신 기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순환배정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산도시공사는 장기 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 단위로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순환배정하고 있다. 거주 기간, 대기 기간,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평가해 고득점자 순으로 배정한다. 그러나 순환배정제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장기 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또 주차를 못해 헤매야 한다. 주차면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는 유휴공간을 주차공간으로 확보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주변의 학교, 공공기관, 종교 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불법주차도 문제지만 주차할 곳이 없는데 무조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사설] 주거는 인권, 곰팡이 지하방에서 아이들 구해내야

경기도내 주거빈곤 아동이 최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지하, 옥탑방, 쪽방 등 비주택이나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서 생활하는 만 19세 미만 아이들이다.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곰팡이가 피어 있는 집,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 한겨울에도 보일러 작동이 안돼 추위에 떨며 찬물을 써야 하는 집, 누전 등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집....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빈곤 현실은 참혹하다. 이런 곳에 사는 아이들은 집이 무섭다고 한다. 주거빈곤 아동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알레르기와 천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주의력 저하, 감정 기복 등 정서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학업 성취도와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품어줘야 할 집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공간이 됐다. 주거환경이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경 개선과 지원이 절실하다. 경기도의 아동 주거빈곤 가구는 2021년 기준 10만1천657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가구당 비율로 예측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아이들이 미래’라면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는 게 부끄럽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된 아이들을 발굴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거환경은 아동의 신체·인지·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주거빈곤 아동은 우울증, 분노 등 기분장애 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일반 아동의 3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동결핍지수가 높은 나라로 꼽힌다.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출생률을 걱정하며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들의 기초적인 권리인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는 등한시하고 있다. 청년 주거대책에는 힘을 쏟으면서 아동 주거빈곤 문제는 신경을 거의 안 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동 주거빈곤 가구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후 임대주택 배정이나 임대료 지원 때 아동 가구에 우선순위를 두는 등의 대책도 실행해야 한다. 지자체별 주거빈곤 아동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도 중요하다. 국외에선 ‘아동 우선 주택’ 같은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영국 주택법은 주거위기 가구에 거처를 제공할 의무를 지방정부에 두는데, 임신 여성과 19세 미만 아동 가정은 우선 대상이다. 또 영국과 미국은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주택기준을 법제화했다. 정부가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의 비전을 ‘아동이 행복한 나라’로 정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빈곤가구 아이들의 주거환경부터 살펴야 한다. 주거도 인권이다. 곰팡이가 가득한 지하방에서 꿈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 검찰'

“너, 소주병으로 ×××를 확 그냥.” 문 안에서 들려온 험악한 욕이다. 그도 그럴 게 오전 내내 난리였다. ‘김영삼 대통령 동서, 사기혐의 구속’. 수원지검 특수부가 전날 처리한 사건이다. ‘권력의 지시’로 보안 속에 처리했다. 직업 ‘무직’, 혐의 ‘사기’로 위장했다. 겉장에는 어떤 권력 냄새도 없었다. 영장 청구도 기자 없는 휴일을 택했다. 그걸 취재해서 썼고, 세상에 알려졌다. ‘노 부장검사’가 오전 내내 시달린 터다. 노기는 이내 농담으로 바뀌었다. ‘차라리 잘됐어.’ 그러면서 묻는다. “근데, 누가 알려줬어? ○○○?” 아니라고 했다. 1998년 초, YS 말기 때 일이다. 26년 전이니 ‘취재원 보호 시효’가 지났을라나. ‘노 부장검사’의 추측은 맞았다. 내게 알려 준 것은 ‘○○○’이었다. “오늘 치는 구속 영장, 잘 봐라”는 귀띔이었다. 대통령 동서, 청와대 방문, 서울정무부시장 동행, 금품 편취.... 검찰 수사 보안, 깬 이는 안에 있었다. 그 옛날 기억으로 현재를 설명할 순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거기서 ‘술판 논란’이 불거졌다. 진술 조작을 위한 회유였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주장한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검찰이 출정 기록, 관련자 진술로 반박한다. 여론은 정치를 따라간다. 한쪽에선 이화영 거짓말, 다른 쪽에선 검찰 거짓말이란다. ‘진실 공방’ 정도로 해 두자. 어차피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니까. “100% 사실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논란 초기에 말했다. 이 말이 논란의 비중을 확 키웠다. 당이 대응에 나선 것도 그때부터다. 그가 말의 무게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100% 가능’, ‘교도관 점검’을 던졌다. 당(黨) 행동의 지침이 됐다. 의원들이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로 갔다. 이쯤되면 확신에 가까운 추론이다. 궁금하다. 이화영 진술만으로 이럴 수 있나. 다른 정보라도 있나. 검찰 또는 구치소 정보인가. 이화영 측 진술은 미덥잖다. 여러 번 바뀌고 있다. 술판 장소부터 그렇다. ‘창고’에서 ‘영상 녹화실’로 바뀌었다. 일시도 그렇다. ‘6월30일 직후’에서 ‘6월28일·7월3일·7월5일’로, 다시 ‘7월3일 유력’에서 ‘7월5일’로 변했다. 음주 여부도 바꿨다. 4일에는 ‘마셨다’고 했고, 18일에는 ‘안 마셨다’고 했다. 이렇게 바뀌면 이 대표도 당혹스러울만 하다. 그런데 꿈쩍 않는다. ‘검찰이 말 바꾼다’며 공격한다. 이런 느낌도 있다. 이화영 측 진술을 들으면 경험담이 아닌 목격담 같다. ‘내가 마셨다’(4일)는 경험담이다. ‘김성태가 마셨다’(18일)는 목격담이다. 직접 경험했다면 날짜도 기억하는 게 자연스럽다. 목격담·전언이라면 특정 못할 수 있다. ‘거울 뒤 CCTV’도 이상하다. 이화영 측에서 뒤늦게 꺼냈다. ‘영상 없다’는 검찰 해명에 던진 반박이다. 아주 적절한 시점에 내놨다. 검찰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나간 대선(大選) 일화가 있다. 대장동 파문이 시작되던 때다.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얘기를 꺼냈다. 윤석열 후보가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그게 대장동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한참 뒤, 곡절이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윤석열 대검 중수과장-박영수 변호사-검사 커피’, ‘김만배 작전’ 속에 있었다. 그래서 이번도 궁금하다. 이 대표는 어떤 근거를 갖고 있을까. 있다면 누구에게 받았을까. ‘1998년 ○○○’. 그는 그 뒤에도 그랬다. 수사 정보를 야당 대표 측에 건넸다. 그 보답으로 공천 받아 출마했다. 2024년 검찰은 어떤가. 175석의 거대 민주당이다. 당 대표 운명을 검찰이 쥐고 있다. ‘친명(親明) 검찰’의 유혹이 크다. 검찰이 달라졌다는 증명은 없다. 여전히 미래 권력은 누군가에겐 희망이다. ‘술판 논란’의 결말은 그래서 아직 어렵다.

[사설] 양주시새마을회 업무차량은 사무국장 것이다

업무용 차량의 운용 원칙은 무엇인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 자체 심의로 결정하면 정당화되는 것인가. 최근 양주새마을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이다. 현직 사무국장이 공용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출퇴근 자가용처럼 전용하고 있다. 조직 내 동의를 받아 문제 없다고 한다.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지역을 위한 공익 실천 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런 지적에 반성도 하지 않는다. ‘계속 사용하겠다’고 한다. 양주시새마을회 S사무국장이 단톡에 의견을 올린 건 2일이다. 업무용 차량으로 출퇴근하겠다는 내용이다. 동의 또는 부동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승인을 위한 정상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공적 조직에서 이런 안건 처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 단톡방이 공식적인 논의의 장일 수 없다. 새마을회 운영을 좌우할 어떤 공신력도 없다. 제대로 된 토론 기회가 보장됐을 리도 없다. 그저 일방적인 의견 관철을 위한 절차 맞추기다. 이런 걸 갖춰 놓고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S국장 측이 드는 이유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양주새마을회관 주차 공간 부족, 임시 주차장 주차비 연간 30만원 납부, 사무국장 개인차량 주차 시 주차공간 부족과 이로 인한 직원 차량 주차 불편 등이다. 새마을회에 1대 주차 공간 마련하려고 본인 집으로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나. 1년 주차비 30만원 아깝다면서 자택 출퇴근 유류비 공금은 안 아까운가. 직원들의 주차 불편은 얘기하면서 편법 이용을 바라보는 직원 분노는 살피지 않나. 전임 때부터 관행이라고 핑계 댄다. 지금까지 모두 출퇴근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궤변이다. 위법·편법은 시행의 시점을 따지지 않는다. 전임자 시대부터 관행이었다고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결정에 동참한 ‘단톡 의결 간부들’은 또 뭔가. 새마을회장,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새마을부녀회장, 새마을회지도과장 등 6명이라고 한다. 예외 없이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회원·시민 뜻은 안중에도 없는 짬짜미 담합의 전형이다. 본인은 잘못을 시정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시청 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 등을 확보할 때까지는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업무용 차량을 계속 출퇴근용으로 쓰겠다는 의도다. 1984년 새마을운동중앙회 양주군지회가 설립됐다. 새마을 지도자 양주시 협의회, 양주시 새마을 부녀회, 직장 새마을 운동 양주시 협의회, 새마을문고 양주시 지부를 회원 단체로 두고 있다. 고귀한 40년 역사다. 이 역사를 더럽힐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사설] 젊은층 중소기업 기피, 안 가는 이유 많다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취업자 연령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 취업자 중 청년층은 3명 가운데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중 39세 이하 청년층은 781만7천명으로 전체의 30.9%에 그쳤다. 이 중 29세 이하가 13.5%, 30대는 17.4%로 집계됐다. 반면 60세 이상 비중은 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3.8%), 40대(21.3%) 순으로 5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했다. 생산현장 노쇠화는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데, 청년들은 취업난을 호소하면서도 중소기업에 갈 마음이 없다고 한다. 대기업 취업만 준비하다 안 되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쉰다니 뭔가 잘못됐다. 청년층 대부분이 대기업을 선호한다. 지난해 대기업의 39세 이하 취업자(46.6%)는 중소기업의 1.5배에 달했다. 대기업 선호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286만원)의 2.1배다. 임금 격차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커졌다. 20대는 대기업이 340만원으로 중소기업(215만원)의 1.6배로 나타났으나 30대 1.9배, 40대 2.2배, 50대 2.4배 등으로 점점 더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근로조건에서도 격차가 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 5천38곳을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5%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에 달하지만 5∼9인 사업체는 절반인 47.8%에 그쳤고 10∼29인 사업체는 50.8%였다.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도 비슷했다. 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활용이 잘되는 편이고, 중소기업은 어려웠다.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2배나 나고, 근로조건도 열악하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살릴 근본 해법은 경쟁력 강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자주 나오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안 갈 이유가 없다. 유망 기업에 대한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 근무환경 개선 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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