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화성’ 훼손은 역사 훼손,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수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 관광지다. 최근 몇년 사이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주말과 휴일이면 인파가 넘쳐난다. 외국인 관광객도 상당히 많다. 이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행리단길 등이다. 수원을 찾는 관광객 대다수가 수원화성을 걷는다. 약 5.5㎞의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팔달문·화서문·장안문·화홍문·창룡문과 방화수류정,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 봉수대, 연무대, 화성장대 등 빼어난 건축물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원화성만큼 아름다운 성곽이 또 있을까 싶다.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멋진 성곽이다. 그런데 수원화성의 곳곳이 깨지고 부서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수원시민과 관광객들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이냐’며 황당해한다. 수원시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 한다. 경기일보 기자가 지난 28일 수원화성의 훼손 실태를 점검했다. 동암문에서 연무대를 지나 창룡문까지 걷는 곳곳에 성곽 전돌이 깨져 나간 곳이 수두룩했다. 성곽의 여장, 옥개석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가 부서진 돌 조각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깨지고 부서진 돌 조각은 방문객들의 발에 차일 정도였다. 북동적대를 따라 장안문,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성벽도 훼손이 심각했다. 장안문까지 연결된 성곽에선 온전한 형태의 돌담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 역시 떨어진 돌 조각들이 오가는 행인들의 발에 밟혔다. 성곽 위 옥개석이 떨어져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취재 도중 만난 외국인 관광객은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데 여기저기 훼손돼 실망스럽다”고 했다. 수원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인 수원화성을 이렇게 방치해선 안 된다. 성곽 여기저기에서 돌이 떨어져 나가 나뒹굴고, 사고 위험도 있는데 관리가 허술하다. 수원시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2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단다. 그러나 현장에선 관리를 전혀 안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는 “보수할 곳은 많고 예산은 한정적이라 시급한 곳부터 우선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원시는 예산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지역에 국회의원이 5명이나 된다. 예산이 계속 줄고 있다면, 의원들과 공조해 국비 증액에 나서야 한다.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모니터링과 관리에 나설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땜질식 보수로는 누더기가 될 수 있다. 문화유산 훼손은 우리 역사의 훼손이나 다름없기에 수원화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사설] 가구 수 줄여서 교통난 푼 언남지구의 교훈

도시 개발의 단골 과제는 교통대책이다. 인구가 밀집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 문제다. 해법은 극히 간단한 이치에 있다. 인구 밀집을 낮춰 잡으면 된다. 이 간단하고 쉬운 해법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익 극대화를 위한 개발자 입장이다. 계획한 주택 수를 결코 줄이려 하지 않는다. 행정기관이 관철시켜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개발자 논리에 과감히 맞서지 못한다. 결국 시늉만 하다가 개발은 예정대로 강행된다. 그렇게 만성적 교통지옥은 늘어 간다. 용인 언남지구 협상에서 올바른 예를 보게 됐다. 기흥구 옛 경찰대 부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지구다. 90만5천여㎡에 민간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LH가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 왔다. 예상 가구 수를 6천626가구로 잡았다. 이후 8년간 사업은 표류했고 부지는 방치됐다.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는 반대 때문이다. 이 원인도 당연히 교통망 대비 가구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용인시와 LH가 협의를 마쳤다. 그 해법의 출발이 가구 수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당초 계획에서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1천200가구 정도 줄어든다. 전체 가구 수는 5천400가구 미만으로 낮아지게 됐다. 다른 타협도 이것저것 있긴 하다. 당초 0%였던 지원시설 용지를 11% 확보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시민 문화·체육시설로 쓰일 기부채납 부지 9만㎡도 합의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해법은 역시 전체 가구 수 축소에 있다. 시와 LH의 합의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가구 수를 고집하는 통에 민원이 대립되는 곳이 여러 곳이다. 용인시에서도 그런 곳이 많다. 이를테면 용인-성남 간 분쟁이 계속되는 고기교 갈등이 그렇다. 경기도가 ‘만성 민원 1호’로 명명했다. 왕복 2차로의 이 작은 다리가 십수년째 갈등이다. 넓히자는 용인시 요구에 성남시는 안 된다고 맞서 왔다. 땅따먹기 신경전이 아니다. 과도한 가구 개발 허가로 교통지옥을 부를 게 뻔한 인근 개발지 때문이다. 안 그래도 출퇴근 때 교통 마비다. 개발까지 완료되면 최악으로 변할 게 뻔하다. 그걸 마땅한 교통 대책 없이 허가했다.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기도 최악의 민원 현장이 돼버렸다. 이런 행정의 업보를 안고 있는 용인시다. 그 용인시가 도출한 언남지구 지혜다. 개발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구 수를 20% 줄였다. 당초 계획했던 도로망을 여기저기 손봤다. 8년 표류 개발 사업을 전격적으로 풀어냈다. 같은 용인시의 행정이 이렇게 다르다.

[사설] ‘역대 최악’ 21대 국회, 의원 소개 청원도 낙제점이다

21대 국회가 29일 문을 닫는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해놓고 정쟁에만 몰두해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 채 마무리하게 됐다. 초라한 법안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여야는 발의→철회→재발의 등을 하면서 2만5천847건의 법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9천455건만 처리(부결·폐기 등 포함), 법안 처리율이 36.6%다. 가결률은 11.4%로 17대 국회 이후 최저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시급하거나 민생·경제와 직결된 것들이 많은데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21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법안 처리도 소홀했지만, 국회의원 소개 청원도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의원 소개 청원’은 국회의원의 소개를 통해 서면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청원이다. 전자청원시스템을 통해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제출하는 ‘국민동의 청원’과 차별화된다. 의원 소개 청원은 청원 취지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고, 국회의원이 서명 날인한 소개의견서를 첨부해 국회에 제출하는 형식이다. 접수된 청원은 소관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거친다. 심사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심의 후 의결(채택·보류·폐기)된다. 21대 국회에서 의원 소개로 접수된 청원은 모두 84건이다. 이 중 경기지역 의원 소개 건수는 11건으로 전체 대비 13%다. 20대 의원 소개 청원은 전체 200건이었고, 경기지역 의원 소개 청원은 47건이었는데 이보다 저조하다. 21대 국회의 청원 건수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천)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주당 민병덕 의원(안양 동안갑),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이 각각 2건을 기록했다. 민주당 김태년(성남 수정)·박정(파주을)·송옥주 의원(화성갑)도 각각 1건의 청원을 받았다. 민 의원은 금융이용자 보호법 개정, 심 의원은 토지초과이득세법 제정, 김 의원은 공공택지 조성원가 산정기준 적용방법 일부 개정, 박 의원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 등의 청원을 소개했다. 소개 청원 11건은 본회의 불부의 4건, 위원회 계류 6건, 폐기 1건이었다. 불부의 건은 법안 반영, 청원 취지의 달성, 실현 불능, 타당성 결여 등의 이유로 폐기된다. 이들 청원이 입법화되지 못했지만 해당 의원들이 국민 의사를 반영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의원 소개 청원은 국회의원 개인이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의원의 입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다. 청원이 저조한 것은 국민들이 제도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의원들의 활동 부족 때문이다. 국회나 의원실 등에서 제도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억대 세비와 많은 보좌관을 지원하는 건 민의를 반영해 입법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사설] 경기도정 간담회 불참 당선인 20명, 아쉽다

22대 총선 당선인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초청한 도정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경제 3법’을 설명하고 입법 협조를 당부했다. 반도체 특별법 제정, RE100 3법 제정·개정,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 등 3개다. 모두 경기도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률이다. 김 지사가 취임 이후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하나같이 국회를 통한 입법이 필요하다. 국회 도움이 절실하다. 반도체 특별법은 이천, 용인, 화성, 평택의 현안이다.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 기업 집중 입주, 가용 인력 확보, 신재생에너지 확충, 수도권 규제 완화, 팹리스 및 중견·중소 기업 지원, 반도체 생태계 기금 조성 등이 필요하다.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기본적인 출발이 반도체 특별법이다. 지난 23일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지원책을 발표했다. 보조금 지원이 빠졌고, 송전선로 조기 완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답도 반도체 특별법이다. RE100 3법은 지구촌 기준에 맞추기 위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기도 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해 시급하다.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영농형 태양광 지원 법률 제정, 산업집적법 개정 등 3개 법안으로 정리돼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김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이날 인사말을 통해서도 “북부의 많은 의원들께서 동조해주고 계시다”며 당선인 전체의 동참과 협조를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협력을 약속했다. 추미애 당선인은 “경기도가 잘되면 대한민국도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원 당선인은 “여당이라는 책임감으로 (경기)도 현안도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이준석 당선인은 “(경기도 발전을 위해) 보탤 수 있는 것은 다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는 당선인들에게도 필요한 자리다. 22대 총선에서 많은 공약이 제시됐다. 도로교통망 확충 공약, 도심권 재개발 공약, 기피 시설 공약, 산업단지 배정 공약 등은 도의 협조가 필수다. 국회의원 공약의 성패가 도정에 달렸다. 도정의 성패도 국회의원들에게 달렸다. 상생이다. 여기에 무슨 당리당략이 필요하겠는가. 경기도정 간담회는 정쟁이 쉬어가는 곳이다. 극단의 대립을 접고 함께 모여 토론하는 곳이다. 민주당 36명, 국민의힘 3명, 개혁신당 1명이 참석했다. 60명 가운데 40명에 달한다. 내로라하는 중진들도 대거 참석했다. ‘경기도-총선 당선인’ 회동은 매번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성황도 드물었다. 불참한 20명의 당선인들이 아쉽다. 각자 판단은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해당 지역민의 눈엔 아쉽다. 도정에 기댈 현안이 그만큼 많아서다.

[사설] 부족하고 불확실한 반도체 지원 방안이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이 발표됐다. 총 26조원 규모다. 18조1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가동된다. 산업은행 출자로 17조원의 대출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반도체 투자 자금을 우대 금리로 지원하게 된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 지원도 1조1천억원으로 확대한다. 기존에 계획했던 규모는 3천억원이었다. 세제 지원도 기한과 범위를 각각 넓혀 확대된다.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밝힌 방안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속도를 높이는 구상도 포함됐다. 계획 수립과 보상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시간이 보조금이고 문제 대응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전기, 용수, 도로 같은 인프라는 정부와 공공 부문이 책임지고 빠른 속도로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질의 전기 공급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대폭 단축해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략 6월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대한민국 반도체다. 대책으로 충분한가. 업계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직접 보조금이 완전히 빠진 부분이 특히 그렇다. 미국, 일본, 중국은 사실상 국가 주도의 반도체다. 미국은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으로 527억달러(약 70조원)를 투자한다. 반도체 공장 지원금이 390억달러(약 52조원),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원(약 18조원)이다. 일본의 ‘반도체·디지털 사업전략’, 중국의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도 엄청난 투자다. 윤 대통령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R&D와 설비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환급해주는 것으로 보조금이나 다를 바 없다”. 국가 보조금의 효과를 염두에 둔 정부 의지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업계의 실망은 해소되지 않는다. 각국 정책에도 보조금 이외 대출 지원은 있다. 미국 칩스법만 하더라도 대출 지원금이 750억달러에 달한다. 대출·세제 혜택으로 채워진 우리 정부의 베팅이 초라함은 분명해 보인다. 걱정되는 부분은 또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송전선로 건설이 시급하다. 건설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전력망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부분은 국회가 틀어 쥐고 있는 과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어떤 입법 변수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국가 보조금은 없고, 지원금은 경쟁국보다 적고, 특별법은 정치 변수에 맡겨져 있는 것이 이번 반도체 지원 방안의 실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모로 미덥잖다.

[사설] 군 간부 9천명 전역, 국방안보 이상 없나

지난해 군을 떠난 5년 이상 경력의 간부가 처음으로 9천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단급 규모의 군 간부가 제대를 택한 것과 같다. 군 전투력의 근간인 중·상사, 대위급 이하 등 초급 간부의 유례없는 전역 사태는 국방인력 충원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4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장교 및 준·부사관은 9천481명이라고 한다. 이는 2022년의 전역 인원 7천639명보다 무려 24.1% 늘어난 숫자다. 특히 5~10년 경력의 중기복무 간부 장교의 전역이 약 43%로 4천61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30대로 병사와 현장에서 호흡하며 야전 전투력을 책임지는 핵심 전력이자 고위 간부로 성장할 미래 자원이라는 점에서 군 인력수급의 심각성이 크다. 그동안 군 간부의 전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전역 장교는 7천명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사단급 인원을 넘어선 것이다. 물론 드론과 같은 첨단 무기 개발로 과거와 같은 인력 중심의 국방안보 개념은 상당히 변화했으나, 이들 신무기의 운용은 결국 인력에 의해 행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필수 인력의 적정선 유지는 국방안보의 필수 조건이다. 특히 소위와 같은 초급 간부의 지원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 큰 문제다. 지난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초급 군 간부의 핵심을 점하고 있는 대학 학생군사교육단(ROTC) 임관 장교가 올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전방부대 소대장의 약 70%가 ROTC 출신 장교에 의해 충원되고 있는데, 지난해 육군ROTC를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가운데 후보생이 정원에 미달한 학교는 무려 54곳이다. 최근 정부는 병사들의 월급 등 복지 혜택은 상당히 향상시켰으나, 상대적으로 초급 간부들의 대우는 개선되지 못했다. 한 예로 내년 150만원으로 오르는 병장 월급은 세금을 뗀 하사 1호봉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MZ세대인 중기 복무자들이 군을 떠나는 이유는 최근 2~3년 새 더 벌어진 민간 기업과의 급여차, 열악한 주거 및 근무 환경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다.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 등 한반도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국방안보를 책임질 군 전투력 향상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매년 사단 규모의 군 간부가 전역하고 있다면 이는 국방안보의 비상사태다. 정부는 초급 간부의 감소 요인을 분석해 대책을 속히 마련, 튼튼한 국방안보 태세를 갖춰야 한다.

[사설] 김진표의 ‘K-실리콘밸리’ 구상은 살려야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29일 퇴임한다. 수원을 대표하는 고위 관료였다. 경제·사회부총리를 역임했다. 지역구 5선의 지역 정치인이다. 국회의장 역시 수원의 첫 번째 역사였다. 재임 기간 소신과 중립의 가치에 충실했던 의장이다. 물론 해석하는 당리당략적 판단은 다르다. 여당과 야당 모두로부터 불만을 듣기도 했다. 그 정치적 계산의 답을 굳이 도출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남긴 꿈이다. 끝까지 이뤄 보려 했던 구상이다. 마지막 법안의 출발은 수원이다. ‘수원 군 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과 ‘첨단연구산업단지 조성 및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모두 김 의장이 대표 발의했다. 2023년 11월 발의했다. 수원 군 공항 이전과 공여부지 활용을 내용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담긴 것은 수원지역의 숙원이다. 21대 국회 내 처리가 불가능해 보인다. 그냥 사장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그대로 묻혀서는 안 될 내용이다. 연구산업단지 법안의 본질은 군 공항이 아니다. 기술력 제고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다. 획일적인 국토 균형 발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기 남부를 세계적인 연구 개발 본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의 ‘국가전략특구’,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 프랑스 파리의 ‘르 그랑 파리’ 등의 예가 있다. 수도권 축소가 아니라 기술력 집중이다. 이렇게 창출된 연구 성과물을 지방의 제조 분야로 파급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지로 등장하는 것이 수원 군 공항 부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연구단지가 몰려 있다. 고급 두뇌에의 접근성에서 이만한 곳이 없다. 세계 유수 연구기업을 유치할 부지도 필수적 요소다. 수원과 화성 일대에 10전투비행단이 걸쳐 있다. 부지만 661만1천여㎡(약 200만평)이다. 여기에 1천223만여㎡(약 370만평)의 국공유지가 인접해 있다. 세계적 연구 기업에 임대·판매할 수 있는 값싼 땅이다. 국가경제 전체에 이익이 될 구상이다. 경기 남부에 더없이 절박하다. ‘공항’만 떼고 보면 화성에도 도움이 클 구상이다. 세계 경제는 탈중국의 격랑이 불고 있다. 국가별 산업 기술이 재편에 들어갔다. 신성장동력 확보는 국가 생존의 어젠다다. 이런 시대 요구를 국토 균형 논리에 담아낸 구상이다. 21대 국회는 끝나가고 김 의장도 떠나지만 붙들고 가야 할 꿈이다. 22대 국회의원 누군가 완성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전세난 등도 꼼꼼히 챙겨야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드디어 추진된다. 정부가 오는 11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내에 최소 2만6천가구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하기로 했다. 분당이 8천가구로 가장 많고 일산 6천가구, 평촌·산본·중동이 각각 4천가구다. 여기에 1기 신도시별로 지자체가 선도지구를 1~2개(2천~4천가구) 추가 선정할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분당의 경우 1만2천가구, 일산 9천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6천가구 재건축이 가능해 최대 3만9천가구 규모가 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시행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선도지구의 구체적인 규모와 선정 기준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다섯 곳에서 재건축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일종의 시범단지다. 선도지구가 되면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용도지역 변경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 상태에서 재건축이 이뤄진다. 선도지구는 내년에 재건축을 시작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1기 신도시는 상하수도 배관 부식이나 누수, 도로 침하 등 노후화로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 왔다.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 입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활·교통 인프라를 갖춘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노후 신도시 재건축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연관 산업을 활성화하고,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주민 동의부터 시작해 분담금 문제, 이주대책으로 인한 전세난 등 우려되는 점이 여러 가지다. 업계에선 정부 예상대로 2030년 입주가 가능할 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규모 이주로 인해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8천가구 물량이 확정된 분당의 경우 2027년부터 이주에 들어가는데 기존 주택 철거에만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대규모 정비가 한꺼번에 이뤄져 전세대란이 걱정인데 이번에 이주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대규모 이주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도지구 선정 기준 중 배점이 60점으로 가장 높은 주민동의율도 큰 잡음이나 시비없이 잘 진행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주민 간 이해가 상충돼 소송이 난무하고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수급 등도 신경 써야할 문제다. 공사비 상승이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고, 분담금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대규모 재건축에 따른 과제가 많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사설] 생계형 절도 ‘현대판 장발장’ 급증,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안산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등교 전 편의점에 들러 수시로 삼각김밥을 훔쳤다. 삼각김밥 절도는 한 달 넘게 이어졌고, CCTV 확인을 통해 꼬리가 잡혔다. 이 남학생에겐 딱한 사정이 있었다. 남학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원하는 다가구주택에서 장애를 가진 아버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 부모에게 용돈이나 밥값을 달라고 말 못하는 처지라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인근 편의점에서 종종 삼각김밥을 훔치게 된 것이다. 안산상록경찰서는 이 남학생의 범죄 대신 열악한 생활 형편에 주목했다.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온정을 베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청소년선도위원회를 개최, 어려운 형편을 참작해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다. 선도 차원에서 처벌을 감경받을 수 있게 한 조치다. 경찰서는 이와함께 협력단체인 천사봉사단을 통해 남학생이 끼니를 거르지 않게 졸업 전까지 쌀을 지원하기로 했다. 배가 고파 삼각김밥을 훔친 고등학생에게 무조건 처벌 대신 선도를 하고, 쌀을 지원키로 한 온정이 감동이다. 안산상록경찰서의 조치는 현명했다고 판단된다. 경기일보 22일 자 1면에 이런 기사가 실리자, 인터넷판에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이란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도와주고 싶다, 청소년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등의 응원 댓글도 이어졌다. 삼각김밥을 훔친 이 청소년 같은 생계형 범죄자, 일명 ‘현대판 장발장’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 속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등 ‘3고’ 현상 심화로 서민들의 경제 고통이 커진 가운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월 강원 원주시의 대형마트에선 한 여성이 분유와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들고 계산대를 지나치다가 적발됐다. 경찰에 붙잡힌 이 여성은 비혼모였다. 같은 해 12월 경남 밀양시에선 70대 홀몸노인이 마트에서 우유와 아몬드 등 1만7천원어치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노인은 배가 너무 고파서였다고 했다. 절도는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쪽에선 ‘오죽하면...’이라는 동정론이 나온다. 생계형 범죄의 경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자체와 국가 등 우리 사회의 책임도 크다. 전문가들은 절취는 분명한 범죄 행위이지만 그 사안에 따라 형사적 제재보다 복지 차원의 도움이 재범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망을 더욱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곤 홀몸노인들의 절도 문제가 심각한 만큼 경제·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임기 1년 정책지원관이 일할 수 있겠나

경기도의회가 또 정책지원관을 모집한다. 15명을 뽑는 데 148명이 응시했다. 평균 경쟁률 9.9 대 1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명 모집에 29명이 지원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2명 모집에 25명, 건설교통위원회가 3명 모집에 15명이 지원했다. 많은 도민이 이번 선발을 궁금해한다. 불과 1년 전 요란하게 정책지원관을 모집했다. 높은 경쟁률 속에 78명이 임명됐다. 그랬는데 15명을 또 뽑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불과 1년짜리 짧은 임기 때문이다. 정책지원관에는 정부 가이드 라인이 있다. 등급, 정원, 임기에 대한 범위를 정했다. 광역의회 6급 이하, 기초의회 7급 이하다. 정원은 의원 정수의 50% 이내다. 임기는 1~2년이다. 경기도의회는 직급과 정수에서 가이드 라인의 최상한선을 택했다. 직급은 6급, 정원은 의원의 50%다. 임기는 하한선인 1년에 맞췄다. 인접한 서울시의회가 2년 임기를 택한 것과 대비된다. 5년까지 재임용 될 수는 있다. 매년 휘두를 재임용 무기를 의원들이 쥔 셈이다. 지난해 선발된 정책지원관은 78명이다. 이 중 15명이 재임용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엔 스스로 사임한 경우도 있다. 다 포함해 5명 가운데 1명은 1년 만에 잘린 것이다. 사실 정책지원관의 임기 문제는 가이드 라인 때부터 있었다. ‘1~2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물며 경기도의회는 이 중에도 하한인 1년이다. 1년마다 의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해놨다. 주종 관계가 불가피하다. 소신 있는 연구나 부당 지시 거부도 어렵다. 정책지원관의 본업은 의정 활동 지원이다. 자료 수집·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주민 의견을 수렴·검토도 하고 회의·토론회 개최도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개인 보좌관으로 이해한다. 도입 1년도 안 된 경기도의회에서도 계속 불거진 화두다. 도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에 동원되고, 의원 표창장 발급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해서도 안 되고 시켜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 ‘20% 탈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첫해 모집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정책지원관이다. 전직 지방의회 의장도 지원했고, 고위직 공직자들도 있었다. ‘의원 위에 지원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5명 중 1명이 1년 만에 잘려 나갔다. 능력이 없어서였을까. 애초에 잘못 뽑은 것일까. 당사자들로부터 곡절을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도한 고용 불안은 아닌지. 의원 예속의 부당함은 없었는지. 임기 1년이 문제는 없는지. 당사자들이 말할 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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