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 신상공개 등 처벌 강화해야

음주운전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10명 중 4명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뒤에 또 음주운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기도에서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총 18만3천240건이다. 2019년 3만6천485건, 2020년 3만6천649건, 2021년 3만3천30건, 2022년 3만8천784건, 지난해 3만8천292건 등 매년 3만건 이상이다. 적발 건수가 3만여건이지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이 기간 재범률은 2019년 41.5%(1만5천176건), 2020년 38.9%(1만4천284건), 2021년 42.7%(1만4천106건), 2022년 39.8%(1만5천460건), 지난해 39.6%(1만5천190건) 등이다. 연평균 재범률이 40.5%에 이른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또 하고, 또 한다. 세 번, 네 번씩 하는 상습범도 있다. 음주운전자가 줄지 않고, 재범률이 높은 것은 처벌이 약해서다. 술을 먹으면 어떤 이유로든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 그럼에도 또다시 운전을 하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히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2019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은 물론 재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이는 음주운전에 관대하고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사망·상해사고를 내고도 운전자가 범행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거나, 피해자 및 유족과 합의하면 많은 감형을 받는다. 음주운전으로 숨지거나 다쳐도 90%가 실형을 면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일부 주에선 음주 사망사고는 최고 무기징역이고, 영국도 1년6개월∼14년형을 선고한다. 한국에선 ‘과실에 의한 사고’로 취급하지만 선진국에선 ‘부주의에 의한 살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간도 한국은 최대 5년인 데 비해 미국 독일 호주 등은 영구 박탈까지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건 잠재적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음주 상태에서 모는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흉기’로 돌변한다. 음주운전자들에 대해 더 이상 관대해선 안 된다. 더 무겁게,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망 사고 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거나, 상습 음주운전자의 신상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을 하면 평생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사설] 김호중이 갈 곳은 무대가 아니라 경찰서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뒤 낸 사과문을 통해서다. 그는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범죄 가담 의혹이 있는 소속사 역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경찰 출석 날짜는 현재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연예인의 음주운전 잡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특정 음주운전 사건을 특별히 비난할 의도는 없다. 절차에 따라 수사받고, 법에 따라 처벌받으면 된다. 문제는 김씨가 지난 10일간 국민 앞에 보여준 추한 범죄 행각이다. 음주 정황이 명백함에도 끝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국과수 조사가 음주 가능성을 지목했지만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 사고 후 강행한 공연에서는 팬들을 앞에 두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장담까지 했다. 돌아보면 언행 하나하나가 범죄 연속이다. 9일 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범죄다. 사고 직후 매니저가 김씨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를 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통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정황 증거, CCTV 화면, 식당 측 진술 등이 모두 음주운전을 가리켰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은 없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음주 운전 시인도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야 나왔다. 국민의 분노 유발은 이게 끝이 아니다. 오는 23~25일 예정된 공연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슈퍼 클래식으로 불리는 관객 2만명 공연이다. 외국 유명 악단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주최사인 KBS가 손을 뗐다. 하지만 그대로 강행한다고 밝혔다. 15만~23만원짜리 티켓으로 2만명이다. 4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두세 가지 혐의로 곧 소환될 처지다. 구속영장 신청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런 때 보란듯이 공연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속사 측의 ‘출석 날짜 협의’라는 설명이 불편하다. 증거인멸, 짜맞추기, 거짓말로 점철된 열흘이었다. 그 모든 과정은 범죄 은닉을 위한 증거인멸이었다. ‘증거인멸 우려’는 중요한 구속 사유다. 그런데 무슨 소환 날짜를 협의하나. 개그맨 이창명은 뺑소니 범죄였다. 가수 김상혁은 음주운전이었다. 가수 이루는 운전자 바꿔치기였다. 모두 퇴출당했고, 그 후 유죄였다. 세 명 죄목이 다 더해진 김호중 사건이다. 갈 곳은 무대가 아니다.

[사설] 의대생 증원, 의료계 반대 지나 입시계 찬성 오나

대학 입시가 의대 증원을 전제로 재편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의 의대 도전 움직임이 전해진다. 일부 지방권 의대생들의 상위권 의대 진학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각 대학 1학기가 다음 달 중순께 마무리된다. 이를 기점으로 이른바 반수(半修) 도전자들이 늘어날 조짐이다. 여기에 일부 직장인들의 의대 도전 움직임까지 전망되고 있다. 폭발력 큰 대입 시장이 이미 ‘의대생 증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관심을 모았던 의대 증원·배분 집행 정지 신청 재판은 끝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6일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의료계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신청이다. 의대 교수, 전공의, 준비생의 신청은 ‘당사자 자격 없음’을 이유로 각하됐다. 의대생들에 대해서만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집행 정지가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할 뜻을 밝혔다. 세 번째 판단을 구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항고가 인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선 두 번의 판결 논리를 뒤집을 만한 대법 논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대법원 결정이 내려지는 시기 문제도 있다. 대학입시 요강은 한두 달 내로 확정된다. 이 안에 결정이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법정 다툼을 끝났고, 2025년 의대 정원은 1천469명이 될 전망이 커졌다. 기존 정원에 50% 정도가 한꺼번에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입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강남의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증언이 비슷하다. ‘상위권 대학 재학생의 반수 문의가 30%가량 늘었다’고 전한다. ‘동맹 휴학 중인 일부 지방 의대의 저학년생도 반수반 등록을 했다’는 전언도 있다. 의대 도전 수험생은 최상 계층 학생이다. 여기서의 변화는 입시 전체에 연쇄적 영향을 준다.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모두 하락하게 된다. 대학교육협의회가 곧 대입전형 계획을 대학에 통보한다. 대학이 이를 반영한 요강을 발표하면 의대 증원은 확정된다. 그 순간부터 의대생 증원은 수험생에 대한 확정적 약속이다. 대입은 ‘입학한’ 학생이 아니라 ‘입학할’ 학생의 영역이다. 의대생과 달리 수험생은 의대생 증원에 찬성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증원 백지화가 전체 입시에 줄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의료계 반대보다 큰 입시계 찬성의 목소리가 가까워 온 듯하다.

[사설]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 조속 제시해야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노인문제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다. 이런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인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는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사회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보건·의료 요양·돌봄서비스를 통합한 정책을 말한다. 케어 제도는 스웨덴, 일본 등 선진 복지국가에서 이미 시행돼 노인은 물론 장애인·정신질환자 등의 사회정착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일명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불리는 커뮤니티 케어의 경우 정부는 2018년 11월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2019년 이에 대한 선도사업 실시 후 단계별 계획에 따라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보편화할 계획이다. 이에 2021년에는 전국 16개 지자체에서 국비 181억8천여만원을 소요했다. 지자체는 대상 유형 중 1개를 선택하거나 여러 개를 융합해 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케어는 전국적인 실시가 불과 2년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의 기본적인 틀이 마련되지 않아 과연 2026년에 목표한 전국적인 실시가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명칭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2023년에는 사실상 만 75세 이상 노인에 한정해 불과 35억원을 사용했을 뿐이다. 경기도의 경우 선도사업 당시 부천시 등 4개 지역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부천시와 안산시만 실시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 대한 일관성 없이 추진된 결과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도 제일 많고, 더구나 노인 인구는 지난 4월 기준으로 271만4천125명으로 최고다. 따라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제시하면 도내 시·군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26년 전국적 실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이며 지역에서 출발해 지역 실정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일본은 10년 전에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해 지역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가능한 한 자기가 살던 정든 지역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돌봄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인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도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을 원하고 있음을 돌봄정책에 최우선 반영하기 바란다.

[사설] 리멤버월드파크는 안성시민의 최종 복지다

안성지역 최초의 화장·장사시설이 얘기되고 있다. 시에 접수된 사업은 가칭 리멤버월드파크다. 화장·봉안·자연장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시설의 추진 방식은 100% 민간투자다. 환경·행정 친화적 구성요소들이 포함됐다. 조각공원, 힐링숲 푸른 공간, 원스톱 시스템 등이다. 제안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안성시민의 편의를 위한 배려다. 안성시민 무료 화장이 제안돼 있다. 또 안성 1가구 봉안시설 무료 제공도 포함돼 있다. 화장·장사시설은 곧 복지다. 생을 마감하는 단계에 주어지는 편의와 배려다. 이미 장사시설이 완비된 지역이 많다. 화성·안양·부천·안산·광명·시흥시는 함백산추모공원을 공유하고 있다. 용인시는 평온의 숲, 수원시는 연화장이 있다. 평택시도 독자적인 장사시설을 준비 중이다. 돌아보면 경기 남부권에서는 안성시만 없다. 그래서 안성시민은 천안은 물론 경북까지 원정 화장을 한다. 화장장을 못 구해 4일장을 치르는 일까지 다반사다. 장사시설 건립에는 현실적인 장애가 많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도 인근 수원 주민들과 소송까지 갔다. 5년 가까이 고초를 겪었다. 이천 시립화장시설도 인근 여주시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주시에 가깝다는 이유가 화근이었다. 가평군도 인근 4개 시·군 공동 장사시설을 계획했지만 무산됐다. 이 역시 장소 선정에 대한 반발이 큰 이유였다. 예에서 보듯 장사시설은 시민들에게 여전히 거북하다. 함부로 예단 못할 지역만의 사정이 있다. 우리가 안성 리멤버월드파크 제안과 내용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시작 단계부터 안성시민을 위한 파격 조건이 제시돼 있다. 무료 화장과 무료 봉안시설 제공이다. 안성시민이 타 지역에서 화장을 할 경우 60만~1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봉안시설 사용료도 40만원 이상이다. 해당 지역민은 반만 낸다. ‘화장장 없는 안성’이라 겪게 되는 불이익이다. 이 비용을 할인이 아니라 전액 무료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없었다. 이제 시·군별 화장장은 피할 수 없다. 안성시는 지금 시작해도 이미 늦었다. 이때 제시된 제안이다. 토론할 만하다. 생애 마지막을 위해 타 지역을 가지 않아도 된다. 19만 시민에게 화장과 봉안시설 비용이 무료다. 가장 완벽한 ‘장례 복지’가 될 수도 있다. 시민 공론의 장에 올려 볼 가치가 충분하다. 안성시의 과감한 선택, 시의회의 활발한 토론, 시민의 미래를 대비하는 집단 지성이 필요한 장례 행정이다.

[사설] 경기북부 공동물류센터, 물류 수요·교통망 확충 선행돼야

경기북부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가 남부와 북부의 균형발전, 중소기업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북부에 공동물류센터를 계획하고 있으나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선 8기 경기도는 북부지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집중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도 그 일환이다. 물류비 절감으로 북부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는 물류 인프라 확충이 어려운 중소 물류기업이 저렴한 임대료로 공동 이용하는 기지다. 공동화, 대형화, 정보화된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남·북부 균형발전과 기업 투자유치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지난해까지 물류센터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2026년까지 착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과는 달리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북부권에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공공 주도로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려는데 이것도 나서는 기관이 없어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상황이 악화돼 사업 타당성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도는 현재 물류센터 사업 대상지도 선정하지 못했다. 도내 주요 물류센터는 28곳이 있다. 이 중 18곳이 경부·영동고속도로가 인접한 경기 동남부 권역에 위치해 있다. 물류센터가 들어서려면 기업이 많아 물류 수요가 넘치고 교통 인프라가 좋아야 한다. 물류센터는 기업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데 경기 북부권은 교통 접근성이 낮고, 생산·수요자가 남부에 비해 열악해 투자 경쟁력이 떨어진다. 경기도는 “물류센터 건립은 기업 의사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지속해서 사업 참여 기업을 찾고, 공공이 민간과 함께 추진하는 방향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부권은 기업 등 물류센터와 직접된 수요가 많지 않은 만큼 교통 인프라 확충과 충분한 물류 수요 확보를 위한 경제·산업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 경기연구원의 스마트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진단이다. 연구원은 도내 유휴부지나 기존 산업단지 및 물류단지 등 미활용 용지를 발굴, 활용하는 개발 방식의 도입 검토도 강조했다. 북부에 공동물류센터 건립은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건물만 짓는 것은 문제다. 물류 수요가 별로 없고, 교통도 불편한데 건물만 요란하게 지어선 안 된다. 기업 투자 유치와 교통망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이 늘어야 물류도 증가하고 물류센터 활용도도 높아진다.

[사설] ‘다시 교직 선택’ 20%뿐, 교권보호 법•제도 강화해야

교권침해 문제 등으로 교직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현직 교사 10명 중 8명이 ‘다시 태어나면 선생님을 안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만 다시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하니 교직생활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천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19.7%에 불과했다. 교총이 2012년부터 실시한 아홉 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자 첫 10%대 기록이다. 2016년 52.6%에서 2022년 29.9%, 2023년 20.0%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교직생활에 만족하느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이 21.4%에 그쳤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였다. 그 다음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잡무’(22.4%)였다. 교원의 26.9%는 ‘몰래 녹음’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62.7%가 몰래 녹음 방지기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올해 3월부터 ‘교권보호 5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67.5%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26.6%만이 ‘이전보다 교육활동을 보호받고 있다’고 답했다. 교권보호 5법 시행 뒤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초등교사 9천361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직무 불만족도가 높았다. ‘현재의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초등교사는 22.3%였다. 교권 관련 법령 개정 후 근무 여건이 좋아졌냐는 질문에 78.9%의 초등교사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63.9%는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했다. 실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도 많다. 20~30대 청년 교사들이 빠듯한 임금과 악성 민원 탓에 교단을 떠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기준 초임교사 기본급은 227만원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한 달 살기 빠듯한 임금이다. 여기에 악성 민원이 많아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우니 이직을 하는 사례가 많다. 일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 현장의 미래가 어둡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데 미래가 밝을 수 있겠는가. 갈수록 교원들이 긍지, 사명, 열정을 잃어가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게 교권보호 법·제도를 보완하고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

[사설] ‘푸드트럭’은 청년 기망이었나

경기일보 취재진이 푸드트럭 한 대의 역사를 풀었다. 화성시 한 중고차 매장에 먼지 쌓인 트럭이다. ‘8호 트럭’이라 불리는 이 트럭의 시작은 10년 전이다. 30세 청년이 2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김씨네 닭꼬치’로 시작했지만 곧 코로나19가 터졌다. 결국 문을 닫고 2020년 12월 이곳에 매물로 내놨다. 이후 29세 청년이 800만원에 구입했다. ‘츄츄커피’를 시작했지만 역시 간판을 내려야 했다. 다시 중고 매장에 나왔고 지금은 찾는 사람도 없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푸드트럭은 기본적으로 길거리 장사다. 오가는 유동인구가 절대 조건이다. 그 중에도 축제·행사는 더없는 요건이다. 그 조건이 팬데믹으로 다 사라졌다. ‘김씨네 닭꼬치’는 그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츄츄커피’는 사정이 다르다. 유동인구 규제, 축제 규제가 다 풀렸다. 코로나19 위축에 대한 기저 효과까지 있다. 일부 상권은 팬데믹 불황 대비 반등 폭이 더 커졌다. 그런데 ‘8호 트럭’은 살아 남지 못했다. 달리 보인다. 푸드트럭의 생존 조건이 무너진 것이다. 제일 중요한 영업 장소가 사라졌다. 경기도에 한때 79곳의 허가 구역이 있었다. 지금 운영 가능한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65%가 최근 2~3년 새 사라졌다. 경기도에 운영 중인 푸드트럭이 800여대다. 800대가 27곳에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행사·축제장 입점 비용도 부담이다. 회당 100만원을 내야 하는 곳이 많다. 장소든 비용이든 결국은 기존 상권과의 충돌이 본질이다. 예상 가능했던 문제다. 이렇게 충돌이 뻔한 사업이었다. 이런 구렁텅이에 청년들을 밀어넣었다. 2014년 3월, 정부가 기업 현장 애로 및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그 중심에 푸드트럭이 있었다. ‘6천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4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다’는 정부 의 청사진도 뿌려댔다. 이걸 지자체가 그대로 받았다. 여기저기 푸드트럭 영업을 허가했다. 그걸 믿고 전국 6개였던 푸드트럭은 2018년 1천개까지 늘었다. 그게 지금 망해가고 있다. 중고차 단지에 켜켜이 쌓여 간다. 임자가 없으니 가격은 갈수록 떨어진다. 3천만원에서 1천만원, 이제 몇백만원이다. 이 가격 저하의 폭이 곧 어느 청년의 고혈이다. 정부·지자체 믿고 쏟아부은 어느 청년의 빚이다. 2015년 이후 창업한 푸드트럭의 40%가 폐업했다. 어떻게 이런 정책이 있을 수 있을까. 그때 그 장관, 그때 그 시장들은 뭐라고 변명할까. 혹시 여전히 괜찮은 미래 산업이라고 우기고 싶을까. 그러기엔 절망적 지표가 이렇게 많은데.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일부 ‘먹방 예능’이 저지른 푸드트럭 기망극이다. 이제 그 참상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 됐다.

[사설] 육아휴직자 쫓아내는 어느 공기업(GKL)

육아 복지는 이제 ‘좋은 직장’을 가늠하는 척도다. 남성 직장인의 육아휴직도 그 기준에 있다.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느냐가 비교된다. 삼성전자는 남성육아휴직자가 2021년 이미 1천명을 돌파했다. 2022년에도 1천31명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도 2022년 285명이 사용했다. 포스코도 2019년 33명, 2023년 115명으로 늘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복귀 후 인사에 어떤 불이익도 없다. 남성육아휴직이 일반화된 또 하나의 직군은 공기업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의 최근 자료를 보자. 339개 공공기관의 남성육아휴직이 5년 새 2배 늘었다. 구체적으로 2019년 2천564명, 2020년 3천149명, 2021년 3천595명, 2022년 5천255명이다.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육아휴직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19년 14.7%에서 지난해 23.6%로 커졌다. 역시 어떤 불이익도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다른 얘기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내 잡음이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남성 직원 A씨가 2022년 10월 육아휴직을 썼다. 15년간 카지노 내 부정행위 감시 업무를 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지난해 10월 복직했다. 세 명의 자녀를 양육하느라 근로 시간 단축도 신청해 활용했다. GKL 측이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다른 지역 지점에 딜러로 발령했다. 출퇴근 시간만 1시간30분 가까이 늘어난 지역이다. 딜러는 15년간 그가 해보지 않았던 업무다. 누가 봐도 부당했고 A씨가 항의했다. 그러자 근무지는 원상 회복했는데 딜러는 그대로였다. 결국 A씨가 신고했고 고용노동부도 원직 복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GKL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했다. A씨는 “근래 이런 전보의 예가 없다”며 “변호사가 4명이나 붙은 회사 측과 싸우려니 피가 마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게다가 GKL은 정부의 가족친화인증 기업이다. 여성가족부(한국경영인증원)가 2008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다. 자녀 출산 및 양육 지원을 위한 시책이다. 선정된 기업은 사업 참여 시 가산점 부여, 은행 대출 금리 우대, 신용보증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이런 인증까지 받은 GKL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이건 누가 봐도 불이익이다. 고용노동부도 원상복직을 명령했다. 그런데 왜 쟁송까지 하며 맞서는 것인가. 혹여 우리가 모르는 곡절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인 정부 정책 무시인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사설] 정부•지자체는 공공의료 지원 대책 적극 마련해야

공공의료기관은 저소득층 및 의료 취약계층과 일반 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다. 이들 병원은 수익성보다는 공공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역할을 하고 있어 어느 의료기관보다도 지역주민들이 거부감 없이 애용하고 있으며, 특히 농어촌 등 지방에서는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공공의료기관 지원이 원활치 않아 공공의료 수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어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전국에 41개가 산재하고 있으며, 경기도에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의료원 등 일곱 곳의 병원이 있다. 이들 병원들은 코로나19 당시 전국의 환자들을 돌보는 등 공공의료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을 때 이들 공공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최전선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하느라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면서 책임을 다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의료가 행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공공병원 및 공공의료 시스템에 대한 개선책을 약속했다. 당시 열악한 환경에 있던 공공병원 의료진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약속에 고무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최선을 기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11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했음을 의미하는 ‘엔데믹’ 선포 이후 공공병원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소홀로 적자가 눈덩이같이 쌓이고 임금체불까지 발생하는 등 병원 운영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약속했던 대폭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손실보상금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12월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코로나19 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에 반발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의료파업과 같은 의료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점인데, 정부와 지자체가 오히려 공공의료기관을 홀대하는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공공병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장비와 시설은 물론 임금체계 등 시스템 개선 대폭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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