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韓

북한의 인권문제를 외국 언론이 더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는 중국으로 탈북한 3만∼5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목숨까지 위협받는 최악의 인권상황속에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특파원의 이 르포기사는 미국등 서방세계의 침묵 속에 이같은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만약 세계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미국이 분노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처럼 침묵하는 이유가 북한의 미사일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며칠전엔 중국이 중재하는 남북정상회담에 북측이 4억달러상당의 물자지원을 중국에 요구했다는 국내 어느 일간지보도가 있었다. 중국은 4억달러의 일부를 우리측에 분담토록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보도가 사실같으면 언젠가는 남북정상회담을 돈주고 사는 형상이 안될지 모르겠다. 국제사회에서 달러를 비롯, 쌀이며 비료며 기타 생필품 등을 공짜로 얻어 쓰면서도 언제나 구걸하는 쪽이 더 당당한 것이 북한이다. ‘식견있는 지도자’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화를 돈주고 사면서도 주는 쪽이 항상 끌려다닌다. 이제는 숫제 북한 당국자의 기분맞추기 추파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상한 것은 북한엔 관대한 사람들일수록이 남한은 호되게 비판하는 풍조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일언반구도 안하면서 국가보안법개정은 인권을 핑계대는 허울좋은 구실로 목청을 높인다. 정신차려야 한다. 이쪽이 보기에는 북한을 리드하는 것 같지만 저들은 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무늬는 변화무쌍해도 실체는 절대 불변인 것이 북한의 전술전략이다. 환상과 실상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백산

心性

노래를 부르는데는 사투리가 없다. 팔도사람이 불러도 노래를 부르는 말엔 사투리가 나오지 않는다. 또 노랫말은 모른채 외국노래의 곡만 들어도 노랫말의 정감을 안다. 노래는 기쁠때 많이 부르지만 슬플때도 부른다. 기쁠때 부르는 노래는 더욱 기쁘게 만들고 슬플때 부르는 노래는 슬픔을 달래준다. 유럽의 동화 가운데 이런게 있다. 어느나라 백성들이 싸움질을 잘했다. 사소한 다툼에도 곧잘 주먹다짐부터 벌이곤 하여 왕이 말을 금지시켰다. 모든 대화를 말대신에 노래로 불러 의사를 소통하도록 했다. 이러다보니 가령 저잣거리에서 발등을 밟혀도 전같으면 ‘왜 남의 발을 밟냐?’ ‘모르고 밟았기로소니 웬 시비조냐!’해서 나중에는 주먹다짐이 날판인데도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노래로 말을 대신하다 보니 격했던 감정이 누그러져 결국은 웃음이 나오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동화이지만 이즈엄 세태에 뭔가 시사해주는 점이 있어 생각이 난다. 우리는 무척 급한 감정속에 살고 있다. 옛날 양반은 팔자걸음으로 걸었다. 길던 옷고름이 짧아지고 그것도 단추로 바뀐 것은 동학란 이후 세상이 시끄러우면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일본에 병탄되고 광복이 되고나서는 6·25한국전쟁이 벌어지면서 살기가 그저 바쁜 가운데 감정이 격해졌다. 정치 또한 마냥 불안하기만 했다. 이런 혼돈을 틈탄 벼락부자도 생기고 벼락출세도 만연했다. 만사가 급하다보니 감정에 여유가 있을리 없다.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래 한마디만 부를 여유를 가지면 누그러질 수 있는 감정을 주체치 못하고 쌈질을 일삼지 않는가 싶다. 심성이 척박해지는 것 같다. /백산

연산군

요즘 KBS 1-TV 사극 ‘王과 妃’의 주역으로 나와서 생모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연산군(燕山君)은 조선의 제10대 왕이다. 성종의 뒤를 이어 1494년 12월 즉위하여 1506년 ‘중종반정’으로 폐위돼 그해 11월 타계했다. 1498년의 ‘무오사화’와 1504년 ‘갑자사화’를 일으켜 많은 사류(士類)를 희생시키는 참극을 벌였고, 중전이던 생모가 폐비되고 사약을 받고 죽을 당시 성종의 후궁이었던 두 숙의(淑儀)를 타살했으며 할머니인 인수대비도 구타, 치사케 하는 등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 생모를 폐비할 때 동조했던 윤필상·김굉필을 사형시키고, 한명회·정여창을 부관참시한 연산군을 사가들은 폭군으로 기록했다. 그러한 연산군이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금전(金殿)에 아지랑이/둘러 떠 있네/잔치를 자주 여니/우애(友愛)좋은데/넌지시 사람 끄는 고운 얼굴/그 몇이뇨” “비나니 어진 정승들이여/나의 잘못을 살펴주고/복령(茯笭)과 대춘(大椿)처럼/오래 오래 사시오” 125편의 한시를 남긴 연산군의 시 구절들이다. 초기시는 평온한 성정(性情)을 담고 있어 폭정을 예감할 수 없을 정도이나 생모의 폐비·사사(賜死)사건을 알고난 뒤에는 “임금을 가벼이 여기면/그는 간신이라/어찌 망령되이/제 몸 중함을 생각하랴/(…)/부월(斧鉞·작은 도끼와 큰 도끼)이 우레처럼 진노함을/면하기 어려우리”라고 써 섬뜩해진다. 연산군의 폭정 동기를 주로 생모를 잃었던 사실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시적인 감수성을 풍부하게 가진 인간이었으며, 그런 감수성에 바탕을 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복수심이 그의 성품을 포악하게 이끌었다는 것이다. TV드라마 ‘왕과 비’의 인기 탓인가. 양주군 해등촌, 지금의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연산군의 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예사롭지가 않다. /청하

잠 안깬 영한사전

영어 구사능력이 좀 뒤떨어지는 한국과 일본 공직자들을 빗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3S’라는 게 있다. 국제회의석상에서 한국대표단과 일본대표단은 세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조용하다는 것(Silent)이고 두번째는 틈만 나면 존다는 것(Sleep), 그리고 꾸벅꾸벅 졸다가 양국 대표단이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멋쩍어서 잘 웃는다는 것(Smile)이다. 물론 국제회의석상에서의 한국대표단 영어실력이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오명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최근 공무원사이에 어학공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의 경우 도청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영어·중국어·일어 등 3개 외국 외국어교육 수강생을 모집한 결과 예년에 비해 47%가 증가했고, 수원시는 직원들의 영어능력 배양을 위해 각 실·과별로 업무보고서와 기안문 각 1건씩을 영어로 작성해 보고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공직사회와 일반 기업들이 이렇게 영어에 열성인데 비해 영한사전은 너무나 부족하다. 영어교육 인프라중 첫손으로 꼽힐만한 게 영어와 모국어의 다리를 놓는 영한사전인데, 현재 영한사전은 잠을 자고 있다. 1949년 이양하·권중휘의 일본 ‘포켓용 리틀 딕셔너리’번역본 ‘스쿨 영한사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King에 대한 시중의 영한사전을 들춰보면 왕·국왕·군주는 나와도 임금은 없고 temple은 신전(神殿), 사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우리말 절, 절간은 없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우리말이나 시중에서 쓰이는 말보다 일본식 한자어 투성인 학습용 영어사전인 것이다. 영어가 국가 경쟁력 도구라면 사전은 도구를 보관하는 곳이다. 한국식 영한사전 편찬작업이 너무 늦다. /청하

여의도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을 겸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이나 일본은 단체장과 의회의장을 따로 선출하지만 단체장의 국회의원 출마를 제한하는 법규정은 없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임기중 국회의원 등으로 나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보통 3, 4 차례 이상 단체장을 연임한 뒤 ‘믿을만한 정치인’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때만 되면 임기중인데도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행을 꿈꾸며 사직서를 쓴다. 자치단체장의 임기중 선거 출마 논란은 97년 조순 서울시장과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98년 신기하게도 여야 만장일치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중 대선 또는 총선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서울시내 23개 구청장이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단체장의 피선거권 제한은 단체장은 물론 유능한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직 단체장의 임기중 선거 출마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경기·인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 시·도에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국민의 참정권 행사로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까지 하면서 선출된지 1년 반밖에 안된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주민과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이 사퇴하는 것은 그들을 뽑아준 주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2년마다 엇갈려 실시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와 자치단체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거의가 배반의 천재, 권모술수의 달인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여의도’가 그렇게 좋은가. /청하

稅金

공자가 산동성 봉안현 북쪽에 있는 태산을 넘어가는데 구슬피 우는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 제자가운데 자로를 보내어 연유를 물었다. 자로가 알아보니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아들마저 호환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럼, 이곳을 떠나면 될게 아니요”했더니 “그래도 여기서 살면 관리들이 무거운 세금으로 못살게 구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여인은 대답했다. 이 말을 자로에게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렴주구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구나”하고 말하며 탄식했다. 세리의 가렴은 구약성서에도 매춘과 함께 나온다. 근래들어 중국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세금이 지나쳐서인지, 아니면 탈세를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조세마찰 끝에 흔히 인명까지 다치는 모양이다. 지난 93년이후 세무공무원이 납세자들에게 목숨을 잃은 사례만도 2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중국정부는 세무경찰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세든 지방세든 세금은 반갑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그 원인이 공평과세가 되지 못한 조세정의의 상실에 있는지 납세자의 삐뚤어진 의식에 있는지 연구해 볼만 하다. 세정의 명랑화는 과세의 투명화에서 시작된다. 어느 기초단체는 지방세를 잘내는 시민을 ‘납세VIP’로 선정, 공영주차장 등을 무료이용토록 했다. 국세도 잘 걷히어 지난해 징수금의 세계(歲計)잉여금이 3조원이나 남았다. 이 돈을 놓고 나라 빚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 빈민구제로 쓴다해서 논란이 일었다. 빈민구제는 사회구조개선으로 분배정의를 유도해야지 퍼주는 식으로 해서는 생색없이 돈만 없애기 십상이다. 빛좋은 개살구라고 했다. 허울좋은 선심으로 국민의 혈세 3조원만 눈녹듯 없어질 판이다./백산

경기지사와 수원시장

임창열 경기도지사의 수원시 연두순시는 지난 11일 있었다. 나흘이 지났는데도 뒷말이 많다. ‘지사순시에 어떻게 부시장이 시정 브리핑을 할 수 있느냐’는 항의전화가 더러 있었다. 확인된 결과는 이러했다. 심재덕 시장의 인사말에 이어 “지사님께서 양해하신다면 부시장이 현황보고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임지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 있을 수 있고 있을 수 없는 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의 기본룰을 깨는 무례다’ ‘시정보고는 시장이 직접 밝혀 설득력을 지녀야 하는 것이 의무다’ ‘경기도 수부의 시장이 개인문제로 직무를 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들 말한다. 반대로 ‘다같은 민선단체장으로 결례랄 것까지는 없다’ ‘지사에게 충분히 사전양해를 구한 일이다’ ‘실무보고는 실무에 밝은 부시장을 시켜 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개인문제’를 들먹이는데 있다. 개인문제라야 무슨 특별한게 있을 턱이 없다. 월드컵 경기 수원개최를 둘러싸고 지사와 빚은 좀 불편한 관계가 지역사회에 그렇게 비친 것이라면 유감스런 일이다. 또하나 분명한 것은 시장이 수원시민의 민선이면 지사는 경기도민의 민선이란 사실이다. 다같은 민선이면서도 자치단체의 격이 다르면 상급단체다. ‘우인(愚人)은 사람을 보아가며 일하고 현인(賢人)은 조직을 보아가며 일한다’는 잠언이 있다. ‘사람은 겸손할때 더 빛이 난다’는 것은 맹자가 남긴 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듣기 싫은 소리를 새겨들을 줄 아는 총명함이다. /백산

이봉주 선수

코치(Cach)는 원래 헝가리의 소도시 이름이다. 이 도시에서 제작되는 마차가 타기가 아주 편하고 좋은 탓으로 15세기 유럽의 왕후 귀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었다. 이바람에 코치의 마차가 날개 돋치듯이 팔려 마차 명칭이 아예 코치가 돼버렸다. 여기에 코치마차의 말을 잘 부리는 마부의 능수능란한 기술이 또한 평가되면서 마차를 몰고가는 사람을 코치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 운동선수를 지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화됐다. 어제 열린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대회서 2시간7분20초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봉주 선수(30)는 오인환 코치와 유별난 감격을 안았다. 지난해 10월 코오롱 정봉수 감독과 결별, 홀로서기에 들어간 오인환 코치와 이봉주 선수는 한동안 떠돌이 선수로 악성루머속에 모진 시련을 겪었다. 대한육상연맹등의 주선으로 스포츠 용품사인 휠라코리아와 뒤늦게 후원계약을 맺었으나 재기를 어렵게 본 주위의 의문을 깨고 건재를 과시해 보이는데 성공했다. 이봉주 선수의 2위는 비록 케냐의 자페트 코스게이 선수에게 5초뒤져 우승을 아깝게 놓치긴 했으나 자신이 98년 4월 로테르담대회에서 세운 한국신기록 2시간7분44초를 24초 앞당기는 쾌거를 장식해 더욱 돋보인다. 오인환 코치의 지도로 충남 보령과 경남 해안도로를 이를 악물며 외롭게 달리던 이봉주 선수는 이제 시드니올림픽을 향해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이를 위해 2시간6분대를 목표한 스피드강화훈련에 곧 들어간다. 그 옛날 헝가리의 유명한 ‘코치’처럼 쾌속질주하는 코치와 선수커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백산

물 전쟁

“21세기에는 물(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노벨평화상과 노벨과학분야상을 동시에 수상할 것이다”. 미국대통령을 지낸 존.F 케네디가 남긴 말이다. 케네디의 말이 아니더라도 물은 공기와 함께 없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자원이다. 지구표면에서 27%의 육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물로 덮여 있다. 그런데 물 가운데 97.2%가 바닷물이고 민물은 2.8%에 불과하다. 이 민물의 대부분이 남극과 북극, 고산지대에 빙설로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하천수, 지하수, 그리고 호소(호수와 늪) 수는 지구상의 물 중 0.6%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이 워낙 많기에 0.6%의 물도 인간이 이용하기에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인구가 나날이 증가돼 물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 물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진다. 1950년 25억 명의 인구가 1999년 10월에 60억 명으로 늘어났다. 1인당 물 사용량도 지난 40여년 동안 세계의 물 소비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유네스코와 세계기상기구는 현재 25개 국가가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으며 2025년에는 34개 국가가 최소 6억명 이상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길하지만 실제로 닥칠 것이다. 벌써부터 물이 부족하자 요르단강, 나일강, 유프라테스강, 다뉴브강 등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강의 이용권을 놓고 유역 국가간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물 전쟁이 일어나 무력이 동원될 것이다. 금수강산이라는 우리나라도 물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정말 물은 생명이다. 아껴쓰고 다시 써야 한다. 돈 없이는 살아도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간단한 이치를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청하

선거놀음판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어지럽게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 대한민국은 정치인들을 위해 있는 국가라는 허망한 생각이 든다. 16대 총선 선거공영제를 위해 정부가 국고에서 부담해야 하는 선거비용 보전액 추정내역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자그마치 6백36억1백27만원이나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용은 15대 총선 때의 84억5천6백36만원의 7.5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선거사무원 수당, TV·라디오 방송연설비용이라고 한다. 공개장소에서의 연설, 대담시 자동차·확성장치 비용, 선전벽보비, 공보비, 소형인쇄물 보존비용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15대 총선과 비교해 5백51억4천4백90만원의 세금이 후보들의 선거비용 지원으로 추가 지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액수는 선관위가 전국 2백53개 선거구당 평균 3명의 선거비용 보전 대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해 추정한 것이지 후보난립 상황을 보면 실제로는 더 늘어날게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선거공보 발행만 국고로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은 유권자 1명당 2온스 이내의 우편물 발송만 지원한다. 독일은 선거공영제가 아예 없는 대신 일정 요건을 갖춘 정당에만 국가가 일정한 선거비용을 보조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만이 선거공영제를 강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는 발전은 커녕 후퇴돼 가는 양상이 뚜렷하다. 돈 적게 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하더니 선거공영제를 위한 국고보조금마저 15대 총선의 7.5배 이상이나 늘어 난다니 대한민국이 정치가들을 위한 국가라고 누군들 그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선거공영제 지원금이 너무 아깝다. 정치인들의 선거놀음판에 황소팔아 뒷돈 대주는 것 같아 불쾌하기도 하다. /청하

‘JP몽니’관전평

JP몽니가 DJ고집을 꺾었다. 선거법 표결의 심야국회가 있었던 지난 8일 저녁까지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타결점이 모색됐었다. 민주당이 석패율, 이중후보제를 철회하는 대신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1인2표제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갔다. 극적으로 상황이 급변한 것은 의도적 외유에 나섰던 JP가 이날 저녁늦게 타이밍 맞추어 일본에서 돌아오고 나서였다. JP는 도착하자마자 1인1표제 선거구인구 상한선 35만명안을 자민련 당론으로 확정했다. 1인1표제는 한나라당, 선거구인구는 민주당의 안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속으로 보면 민주당으로써는 얻은게 아무것도 없다. JP는 심야국회에서 철저한 캐스팅보트 역할로 한나라당과 합세, 끈질긴 선거법재협상을 표결처리끝에 DJ의 패배로 종결지었다. DJ로써는 이번 재협상이 이중후보제, 석패율, 1인2표제등을 포함했던 1차협상안보다 못한 결과가 됐다. 시민단체의 정치활동을 허용한 선거법 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를 개정한 명분은 찾을 수 있겠으나 이 역시 58조(선거운동정의), 59조(선거운동기간)마저 개정을 요구한 시민단체의 주장에는 미흡하여 들어주고도 좋은 소리 듣기가 어렵게 됐다. 공동여권 대열에서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JP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DJ몫이다. 설사 결별의 수순까지는 더 두고 본다해도 연합공천, 특히 수도권에서의 연합공천은 물건너 간 것 같다. DJ로써는 선거법재협상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으나 4·13총선 시일이 임박한 것이 큰 부담일 것이다. DJ와 JP는 정치9단의 고수들이다. 정치고수들이 벌이는 향후의 판국이 주목된다. 정치엔 정녕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인가. /백산

4·13총선

불결하다 못해 혐오감까지 갖는것이 정치다. 우리의 정치는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도 정치 얘기를 곧잘 화두에 올리곤 한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사람들처럼 정치 얘기를 많이 하는 국민도 드물것”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잘은 몰라도 지난 설연휴의 만남에서 역시 정치 얘기가 적잖게 나왔을 것이다. 경실련 총선시민연대 공선협 등 여러 시민단체의 총선개입에 이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가 곧 총선활동을 전개한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업종별 단체, 섬유 전자 등 산업별 단체, 교총 등 직능별 단체같은 각종 이익단체도 선거운동이 허용돼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 5단체 회장단도 오는 14일부터 정치활동 개시를 선언하고 나섰다. 국회의원의 성향을 평가하고 등급을 분류하겠다니 지금까지 보아온 낙천·낙선대상자 발표와는 또다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4·13총선은 그야말로 정치해방구가 되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선거활동의 만개속에 치르게 됐다. 제자백가가 다투어 목소리를 높여도 나름대로는 다 이유가 있을테니 여기서 굳이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갑작스런 정치활동의 봇물이 잘못 돌아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외국인들에게 이상한 나라로 비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와히드 대통령이 동티모르사태에 대한 인권침해 책임을 물어 해임한 위란토 국방안보조정장관이 사임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잘 모를지 몰라도 우리가 보기엔 정말 이상한 나라다. 선거판이 시끄러워 이상하다해도 이상하지 않는 민중이 있다. 막상 심판을 내리는 것은 말없는 유권자들이다. 절대다수의 소리없는 민중들이 과연 어떤 선거판도를 그려낼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백산

선거법 협상

영국은 1760년에서 1830년에 이르는 제1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19세기초엔 맨체스터, 버밍검같은 신흥공업도시가 생겼다. 이에비해 행정은 낙후되어 선거인대장이 엉망이었다. 신흥도시가 선거대장상으로는 무인의 옛 벌판 그대로 있는가하면 선거구조차 실정에 맞지않아 한 사람의 국회의원도 뽑지 못하는 새주거지역이 있는 반면에 주민들이 거의 이사가 얼마 남지 않은 옛 소도시엔 수명의 국회의원이 배정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지형이 바뀌어 바다에 잠긴 행정구역의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하러 주민들을 배에 태워가 배위에서 투표케하는 일까지 생겨 ‘배를 타고 바다에서 투표하러 간다’는 말이 나왔다. 이같은 모순이 증폭돼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1832년 선거권을 강화하고 선거구를 재조정하여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는 선거법개정이 있게 됐다. 인천시 서구 검단동 주민들의 선거구획정에 대한 성토가 얼마전에 있었다. 지리적으로 20㎞나 떨어져 생활권이 전혀 다른 강화선거구에 갖다 붙인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현지실정은 무시한채 제멋대로 떼었다 붙였다한 탁상놀음이라 할까. 그러나 선거법재협상에서 당리당략에 바쁜 정치권은 검단동주민들의 애탄 성토에 귀를 기울이는데 인색했다. 그보다는 이중등록제니, 석패율도입이니, 1인2표 정당명부식도입이니, 선거구인구 상하한선 위헌소지니하는 생소한 말싸움에 더 핏대를 올렸다. 지겹도록 밀고당긴 선거법협상속에 선거구를 잃게된 국회의원이 동료의원에게 주먹질 세례를 퍼붓는 촌극도 있었다. 배를 타고가 배위에서 투표하는 일이 없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白山

꽁초 이야기

호주머니에서 담배꽁초를 꺼내는 이의 말은 이러했다. 꽤나 골초여서 길가면서도 담배를 태운다는 것이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게 문명인답지 않은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태우는 골초라는 것이다. 노상끽연보다 잘못된 것은 꽁초를 길에 아무렇게나 내버리는 악습이었다. 사회생활에서 다른 일엔 별로 경우를 어기지 않으면서 길에 꽁초버리는 못된 습관만은 좀처럼 고치지 않은 이유를 ‘내가 안버려도 길에 버려진 꽁초가 수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피운 담배꽁초를 호주머니에 담게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00년 들어 뭔가 달라져 보일 것을 궁리한 끝에 길에 담배꽁초 안버리기를 작심했다는 것이다. 내가 굳이 안버려도 길에 버려진 꽁초가 수북하기 때문에 버린다기 보다는 남들은 다 버려도 나만은 안버리기로 생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소한 결심이고 또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실천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소한 결심, 고치기 쉬운 잘못을 고치지 않고 사는 것이 예사다. 누구에게나 잘못된 생활의 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저마다 뭔가 잘못된 습관을 한가지씩만 고쳐나가면 그만큼 밝은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남의 잘못을 탓하기보단 나만은 잘못을 고치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환경운동가인 젊은 재미교포 데니 서는 얼마전 모국 방문에서 “우리 모두가 하루에 15분씩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길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고 평범한 가운데 있다. /백산

바꿔! 바꿔?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했다. 대통령선거에서 있었던 일이다. 1956년 신익희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지금의 민주당과는 다름)이 내건 선거구호다. 이 구호가 국민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자 이승만후보를 옹립한 자유당의 응대구호가 또 있었다. ‘갈아봤자 별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라고 했다. 신익희 후보는 그무렵 서울시 인구로는 거의 집집마다 나오다시피한 저 유명한 한강백사장 연설에서 20만 군중에게 사자후를 토한후 지방유세차 떠난 호남선 야간열차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이바람에 대통령은 자유당의 이승만, 부통령은 민주당의 장면후보(자유당의 이기붕 부통령후보는 낙선)가 되는 짝짝이 러닝메이트가 탄생해 나중에 장부통령저격(살인미수)사건이 일어났다. 이어 1960년 이승만의 3선출마땐 민주당의 조병옥대통령 후보가 선거기간중 미국 육군병원에 신병치료를 낙관하고 간것이 그만 불귀의 객이 되어 야당후보가 잇따라 두명이나 선거도중에 숨지는 이변을 낳았다. 이 선거에서 대통령은 3선의 이승만, 부통령은 이기붕이 된 것이 3·15부정선거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었다. 세월이 흘러 요즘엔 ‘바꿔! 바꿔!’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여야 각당마다 새얼굴 경쟁이 한창이다. 새얼굴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민단체에서도 ‘바꿔! 바꿔!’의 물결이 드세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더욱이 정치판의 윗물은 몇십년 묵은 채 그대로 고여 있는 판이다. 아랫물이라도 우선 바꾸어보자는 말이라면 더 할말이 없으나 옥석의 구분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중세기의 마녀재판이어서는 안된다. ‘바꿔! 바꿔!’가 44년전 ‘갈아보자 못살겠다’의 정서와 얼마나 합치되고 다를 것인지 벌써부터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웬일일까. /백산

공무원 변상조치

전북도교육청 담당 국과장등 4명에게 6억원의 변상조치가 내려졌다. 과장은 퇴직했는데도 교육부는 변상의무를 지웠다. 학생회관을 짓는 시공사의 부도에 대비해 건설공제조합과 보상계약을 맺으면서 보상기간을 잘못 처리해 정산받지 못한 6억원을 변상하라는 것이다. 감사원은 충남 공주시가 민간골재업자의 시설을 사면서 낭비한 12억5천만원 전액을 시장이 변상토록 해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납부했다. 공주시는 업자가 별 탈없이 그대로 있어 받아낼 수 있었지만 전북도교육청의 변상은 업체가 부도나 개인돈으로 변상해야 할 딱한 실정이다. 물론 ‘고의성이 없어 억울하다’는 것이 관련 공무원들의 주장이지만 ‘현저한 과실에 의한 업무소홀로 낸 재정손실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등의 입장이다. 징계에 그치곤 했던 공무원의 국고손실을 변상토록 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국민의 세금을 무책임하게 손실입히고도 가벼운 징계에 그쳤던 종전의 사례에 비하면 지극히 합당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영 탓으로 빚더미가 눈더미처럼 늘어간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어느 시·군이랄 것 없이 대체적인 경향이 이러하다. 인기위주의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에 ‘기관경고’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민선의 시장군수가 그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감사기능으로 현저한 과실에 의한 손실이 없는가를 살펴 잘못된 부분에는 변상조치시키는 따끔한 맛을 보여야 한다. 민선들어 관선때마다 재정운영이 더 불건전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백산

京仁 運河

육지를 파서 강을 내고 배가 다니게한 운하로는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 킬 운하가 대표적이다. 1914년 미국에 의하여 준공된 파나마운하는 파나마 지협을 개착(開鑿)하여 대서양 태평양을 연락하는 해양운하다. 길이 93㎞, 폭 90∼300m이며 통과하려면 7∼8시간이 걸린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계인 수에즈지협을 뚫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한 운하로 서유럽과 극동 사이를 단축하는 수로이다. 1858년 프랑스와 이집트가 공동 출자로 건설하여 1869년 개통됐다. 1967년 중동전쟁으로 폐쇄됐다가 1975년 재개됐는데 길이 162.5㎞, 폭 160∼200m이다. 그런데 한국에도 운하가 생긴다. 그동안 건설여부를 놓고 숱한 논란을 빚었던 경인운하가 올 하반기에 착공돼 2004년 하반기에 개통되는 것이다. 경인운하는 인천 서구 시천동에서 서울 행주대교 인근의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길이 18㎞, 폭 100m, 수심 6m의 인공수로인데,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한강 남쪽에 서해와 한강을 잇는 또 하나의 작은 강이 생기는 셈이다. 2004년에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최대 2천5백t급의 화물선이 서해에서 직접 서울까지 들어 오고 인천∼서울간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도 이용된다. 경인운하를 이용해 시속 40노트의 쾌속선을 타면 인천에서 서울 행주대교까지 2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경인운하 가운데 13㎞ 구간은 만성 침수지역인 김포평야 일대의 방수로 기능을 겸하며 육상화물이 운하로 운송돼 경인고속도로 등 경기 서부지역 도로의 상습정체가 크게 해소된다. 배를 타고 출퇴근하고 화물선이 오고 가는 경인운하는 풍경만으로도 관광명소가 될 자랑거리다. /청하

물고기와 같은 신세

‘賂物’을 국어사전에서는 ‘일정한 직무에 있는 자의 직위를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미국 상소법원 판사 겸 법학교수로 유명한 존 누넌은 ‘뇌물’을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공공기능을 부정한 방법으로 방해, 왜곡하려드는 일체의 행위’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뇌물은 처음부터 ‘大罪’로 인식돼 왔다. ‘외적에 의해 국토를 유린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미국 연방헌법에는 뇌물죄가 반역죄와 함께 국가적 ‘2대 중죄’로 언급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죄이며 중죄인 뇌물범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집권을 하고 집권기간중 통일을 이룩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이탈리아의 전후 지도자 줄리오 안드레오티 총리, 일본의 가네마루 신 부총리, 집권말기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이 검은 돈, 뇌물의 덫에 걸려 불구자가 되었다. 뇌물로 망신당한 사람은 한국에도 물론 많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 보통사람들은 뇌물 먹은 게 들통나면 거의 회생을 못하는데 소위 거물들일수록 풀려 나오기를 잘 한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특히 그러하다. 몇 억원, 몇 십억원을 뇌물로 받아 쓰고도 태연자약하다. ‘정치자금이다. 후원금이다. 대가성이 없는 돈이다’라며 되레 큰 소리를 떵떵 친다. 하기야 ‘정치가란 도덕가가 돼서는 될 수 없는 것’이라거나 ‘정치를 직업으로 가지면서 정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말이 있기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넌지시 주는 부정한 재물을 물리치지 않은 사람은 낚시질에 걸린 물고기와 같은 신세다. 물고기 같은 인간이 되어도 좋다는 사람들을 말리는 방법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청하

2000년도 성춘향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그린 한국고대소설 ‘春香傳’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고본과 영역본, 그리고 판소리로도 전해져 내려온 ‘춘향전’은 최장기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 이 ‘춘향전’은 무려 14번이나 영화화된 사실에서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1923년 일본인이 처음 제작한 ‘춘향전’에서 ‘춘향’역을 맡은 첫 배우는 기생 한룡이었다. 한룡은 이몽룡역의 미남 변사 김조성과 함께 경성 사람들의 수많은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 들였다. 한국인 이명우가 감독한 1935년의 두번째 ‘춘향전’에는 문예봉이 춘향역을 맡았고 그후 조미령 박옥린 고유미 김혜연 김지미 최은희 서양희 홍세미 문희 장미희 이나성 이효정이 출연했다. 영화속의 성춘향은 시대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었다. 1920년대에는 기생의 이미지가 강했고 1950년대에는 청순가련형으로 바뀌었다. 1960년대 전반에는 현모양처형으로, 후반에는 쾌활한 춘향으로 탄생했다. 조미령이 주인공으로 나선 1955년도의 ‘춘향전’은 서울에서만 3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1961년에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김지미(춘향전)와 최은희(성춘향)가 연기대결을 펼쳤는데 현모양처형을 부각시킨 ‘성춘향’에 관객이 더 많이 몰렸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에서 14대 춘향역을 맡은 이효정은 역대 춘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고 춘향과 같은 나이인 16세 때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그야말로 이팔청춘 여고 1년생이다. 2000년도 춘향의 이미지는 사랑을 즐길 줄도 알면서 지배계층에 항거할 줄도 아는 당찬 여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춘향전’을 사람들이 여전히 좋아하는 현상을 보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성춘향처럼 정절을 지킨 여인의 사랑은 영원한가 보다. /청하

TV중간광고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참동안 나오는 제공광고에 이어 지루한 토막광고가 그치는가 싶으면 이번엔 새로 시작되는 프로그램 제공광고가 또 줄을 잇는다. K1TV를 제외한 모든 텔레비전 채널이 이모양이다. 프로그램 중간광고가 생긴다하여 논란이 있었다. 오는 3월13일 발효될 방송법시행령에 프로그램 중간광고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말썽이 됐던 것이다. 60∼90분 프로는 1회, 90∼120분 프로는 2회, 120분이상 프로는 3회씩, 매회 15초짜리 광고4개를 내보내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찮아도 텔레비전 광고홍수에 시달리는 시청자들을 더욱 짜증나게 할 일이다. 문제는 광고방송의 총량에 있다. 지난 80년대 방송기본법규에는 광고방송시간을 1일 방송시간의 1백분의 6으로 정했었다. 그러던 것이 1백분의 8이 되더니 이제는 1백분의 10으로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텔레비전 방송도 중간광고를 하긴 하지만 광고방송시간이 1백분의 10까지는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TV방송 3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니다. 15초 광고마다 수백만원씩 벌어들이는 광고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황금의 A타임시간대는 광고대행업체가 선점해두는 예약까지 하는 실정이다. 중간광고 허용은 전파의 공개념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으로 일단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방송정책권은 새로운 방송법에 따라 방송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런데도 방송위원회가 구성되기에 앞서 서둘러 중간광고 허용을 추진하는 문화관광부의 처사가 이상하다. 권한이 넘어가기전에 써먹자는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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