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0순위?

스톡홀름 발(發)로 공식 발표된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자 중 한 사람인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알고 있다는데 정치권의 반응은 코미디적(的)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 한결같이 “관심도 없고,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남북문제, 경제상황, 의약분업사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노벨상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매우 고약하다. 한국의 대통령과 여당 총재라는 신분을 떠나서 ‘우리나라 사람’이 어쩌면 노벨평화상을 타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얼 그렇게 잘한다고 국정수행 운운하면서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인가. 시쳇말로 웃기는 얘기다. “김대통령이 수상만 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이렇게 터놓고 말해도 흉볼 사람 아무도 없다. 반면에 야당은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축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한때 몇몇 야당 인사가 김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 못하도록 하겠다는 참으로 희한한 로비(?) 얘기를 꺼내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도 축하는 하겠다는 게 아닌가. 야당의 어떤 인사는 “그렇지 않아도 독선적인 김대통령이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된다면 정국운영에 있어서 더욱 야당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세계적인 평화상을 받았는데 국내에서 평화적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지난 2일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부의장이 총재단 회의에서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김대통령이 ‘노벨상 0 순위’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한국식 로비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해 또 화제가 되었다. 정치인들의 취중호언이나 돌출발언이라는 것이 원래 ‘터트려 놓고 보자, 나 ‘사실이 아니면 말고’식이지만 정말 수상한다면 국가적 대경사이다. 13일 오후 6시의 외신이 기다려진다. /淸河

弘益人間

오늘은 단군의 고조선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이다. 이에 대한 단군 관련서적은 불행히도 1910년 조선총독부 데라우치 초대총독이 국내 고사서(古史書) 51종 20여만권을 약탈, 소실하면서 없어졌다. 민족혼을 말살키 위한 만행이었다. 이때문에 삼국유사등 일부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군 관련 사서는 오히려 일본이 더 많다. 최기철 서울대명예교수는 “일본 궁내청 황실도서관에 단군조선 관련서적이 많이 쌓여 있다”며 공개되지 못한 것을 심히 안타까워 하고 있다. 북한은 단군 유해(뼈) 발견을 주장, 단군릉을 만든 이후부터는 단군신화를 고대사적 의미로 재평가하고 있다. 단군연대도 우리가 BC 2333년으로 잡는데 비해 662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2995년으로 산출한다. 북측의 이같은 단군숭배는 고조선의 수도가 평양이었던 점을 들어 자기네들이 민족의 정체성임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남한에서는 단군관련의 연구도 빈곤하지만 일부 종교단체에 의해 학교 교정에 세워진 단군상마저 훼손되는 실정이다. (수원지법은 근래 단군상을 훼손한 모교역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단군은 우상도 종교도 아니다.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민족에선 어디서든 찾아 볼수 있는 건국신화다. 단군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이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을 지닌 홍익인간은 민족애, 나아가 인류애로 집약된다. 인간애, 즉 박애정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교육법은 교육의 목적을 ‘홍익인간 이념 아래…’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 겨레의 건국이념은 이처럼 홍익인간의 따뜻한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개천절을 맞아 우리는 지금 과연 얼마나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사는가 저마다 자신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白山

‘올림픽 美’의 경연

‘올림픽 美’의 경연 새천년의 첫 인류의 잔치, 시드니올림픽대회 성화가 열전 17일만인 어제 밤 화려한 폐회식과 함께 석별의 정을 나누며 꺼졌다. 올림픽의 다양한 변화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에로티시즘이다. 남자선수에게보단 여자선수에게 더 찾아볼 수 있다. 육상에서 여자선수들이 목걸이 귀고리 팔찌를 끼는 것은 기본이 됐다. 헤어스타일 또한 갖가지로 신경을 쓴다. 서울올림픽의 히로인이었던 미국의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 조이너가 화장을 선보인 뒤로는 화장 역시 점점 짙어졌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선수복 차림이다. 육상뿐만이 아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단체경기는 여체의 율동미를 최대한 과시한다. 리듬체조 역시 형형색색의 타이트한 옷차림이 시각에 따라서는 선정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텔레비전 중계방송의 느린 동작 영상은 인종을 초월, 늘씬한 여자선수들의 건각미를 한층 더 육감적으로 전한다. 이래서인지 이라크같은 나라에서는 올림픽중계방송의 음란물 검토설이 있었다. 검토로 끝났는지 방송을 중단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음란물로 보는 것은 그렇게 보는 관점이 이상하다. 에로티시즘과 음란은 다르다. 인간의 체력한계, 인간의 기교한계에 무한히 도전하는 것이 올림픽정신이다. 인간의 체력 및 기교한계에 대한 도전과 함께 기왕이면 미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적 올림픽 추세로 돼간다. 처절한 승부의 현장에서 아울러 펼치는 미의 경연은 진솔한 인간적 면모라 할 수 있다. 2004년 아테네에서는 ‘올림픽 미’의 경연이 더 짙어질 것이다. 역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좋은 것이므로. 고대올림픽을 가졌던 로마인들은 미(美)는 곧 선(善)이라고 믿었다. /白山

캐디

골프 선수는 혼자 골프장에 나가는 법은 없다. 골프는 팀 경기로 간주되지 않지만, 골프 선수들은 자신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캐디’들에게 많은 것을 의존한다. 프로골프 선수들의 투어를 따라다니는 캐디들은 단순히 골프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선수들이 복잡한 게임을 이해하게 해주고, 즉석 심리 상담자의 역할도 한다. 캐디는 18세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의 골퍼들은 골프채를 들고 다니는 일과 공이 어디 떨어졌는지 찾아내는 일을 하인들에게 맡겼다. 물론 지금은 파트너의 개념이다. 전형적인 임무는 선수의 시중을 드는 것이지만 캐디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수가 가능한 한 편하게 경기를 하면서 오로지 샷에 대해서만 신경을 쓸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남자 캐디도 있지만 한국 골프장의 경우는 여성 캐디가 대부분이다. 유성CC 캐디들이 1990년 2월 노조설립을 놓고 법정까지 가는 투쟁을 벌였을 때 ‘캐디는 근로자로 볼수 없다’고 판결한 법원도 있지만 현재 캐디노조가 설립된 곳은 10여 골프장에 이른다. 캐디들이 노조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첫째 고용안정이고 둘째는 산업재해 보장을 받기 위해서이다. 정식직원이 아닌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언제 그만둬야 될지 모르는 해고불안에서 벗어나고 일하는 과정에서 입는 산업재해 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골퍼가 친 볼에 얼굴을 맞아 크게 부상을 입었는가 하면 골프장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한 사실이 있다. “캐디들은 회사로부터 어떠한 명목의 임금이나 자신들의 수입에 대하여 세금도 내지 않는다”는 게 골프장측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캐디가 골퍼는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일용직도 분명히 근로자이다. /淸河

대통령 성적표

영국 격언 중 “왕이 길을 잃고 헤매면 백성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의 대통령을 왕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통치권 차원에서 생각하면 상황이 전혀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라이딩스 매키비 대통령 여론조사팀’이 미국과 캐나다의 미국사 전공 교수와 역사학자 등 전문가 719명을 포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역사학자들을 통해 조사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 41명의 종합성적표인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을 발표했는데 다른나라 얘기지만 수긍이 간다. 이 성적표는 지도력, 정치력, 인사, 업적 및 위기관리 능력, 성격 및 도덕성 등 5개 과목에 걸쳐 점수를 매겼는데 종합순위 1.2.3.4.5위는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이고, 어린 시절 친구들을 요직에 등용함으로써 친구들이 부패사건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게 한 워런 하딩은 맨 꼴찌인 41위, 카사노바형인 존 케네디는 15위, 빌 클린턴은 38위를 차지했다. ‘위대한, 정말로 위대한 대통령’, ‘절대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끔찍한 대통령’, ‘있으나마나한 대통령’, ‘오하이오 갱단 두목’등으로도 논평된 백악관 주인 41명에 대한 분석조사서를 보면 한국 대통령들의 흔적이 저절로 비교된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들은 이러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잘한 일도 별로 없는데 너무 말이 많다. ‘내 탓이오’는 없고 전부 ‘네 탓이오’이다. 차라리 잠자코 있으면 중간은 된다고 했다. 과거의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적보다는 인간적이어야 하고, 봉사적이어야 한다. 극히 상식적인 진리를 모르는 것 같은 전직 대통령들이 안타깝다. 한국 대통령들의 성적표는 이미 다 나와 있다. /淸河

고양막걸리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요청해 지난 6월과 7,8월 등 세차례에 걸쳐 60말 분량이 평양에 공급됐다는 고양막걸리를 요즘 ‘통일막걸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양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명에 타계한 날인 1979년 10월 26일 저녁에도 청와대 주방에 석되가 준비됐을 만큼 전통막걸리 고유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어 박 전대통령이 애용했다고 전한다. 지난 6월 28일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평양으로 가던 날, 현대는 소떼 외에 고양막걸리를 포함한 남한술 220여종을 현대택배 수송차량에 실은 후 동해안에 있던 금강호를 통해 북한 함흥에 보냈다. 지난 해 10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얘기를 꺼내며 새마을운동 당시 박 대통령이 ‘남조선 인민’들과 함께 즐겨 마시던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김위원장은 220여종의 남한술 중 12종의 막걸리를 마셔보고서 각각 맛에 대한 품평을 했다는데 그때 고양막걸리에 대해 “담박한 맛이 좋다”고 칭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7월말 남북장관회담 때도 서울특산물인 월매주와 함께 고양막걸리 20말이 비행기로 평양에 공수됐다고 한다. 고양막걸리를 마셔보지 못해 그 맛은 알수 없지만 좋은 술임에는 분명한 모양이다. 그러나 김정일위원장의 말 한 마디에 남한 술을 220여종이나 갖다 바치고 하교(?)를 기다린 우리측 모습을 상상하면 사신이 조공을 바친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입맛 역시 쓰다. 북한 술 220여종이 진상된다면 일일이 맛볼 사람은 남한의 누구인가. 북한은 그렇게까지는 안할 것 같다. /淸河

성대모사

‘특정인의 목소리나 또는 새, 짐승 등의 음색을 흉내내는 일’ 성대모사에 대한 국어대사전의 낱말 풀이다. 코미디의 한 분야로 특정가수의 노래를 흉내내는 모창, 특정인의 말을 흉내내는 개그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성대모사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특이한 목소리 재주로 발음도 발음이지만 혀놀림과 입모양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런 고사가 있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명문 맹상군은 인물이 걸출하여 문하에 식견높은 선비에서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진나라 소왕의 초빙으로 정승을 하러 갔으나 그 나라 사람들의 투기가 심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할수 없이 야반도주하는데 함곡관에 이르러 관문이 열리는 새벽무렵이면 추적대에 붙잡히는 낭패에 부딪혔다. 이때 문하의 일행중 마침 성대모사의 명수가 있어 닭우는 소리를 냈더니 여염집의 수탉들이 덩달아 울어대는 바람에 문지기가 새벽이 된줄 알고 성문을 열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이를 계명구도(鷄鳴狗盜)라고 전한다. 한빛은행의 아크월드 부정대출사건 수사에 웬 흉내전화설이 나왔다. 평소 모창을 잘한 아크월드의 전간부 Y모씨가 박지원 전 청와대 공보수석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에게 외압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알수 없는 마당에 실로 황당하다. 현대판 계명구도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박씨를 두둔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세상살이가 점점 우습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성대모사의 장기가 주목되는 코미디같은 세태가 됐으니. /白山

시드니올림픽

시드니올림픽이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진기명기(珍技名技)가 속출하고 있다. 구기종목의 충격적 패배로 8강탈락의 축구를 꼽는다. 알고보면 축구뿐만이 아니다. 남자배구의 대(對) 이탈리아전 패배는 큰 이변이었다. 이탈리아 남자배구는 김호철선수등이 진출, 선수겸 코치로 거의 가르치다시피 했다. 현지 언론은 세터 김호철선수의 토스를 ‘신의 손’이라고 극찬했다. 20년전의 일이다. 유럽배구는 신장과 힘을 무기로 한 높이의 배구를 구사했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열세인 우리는 네트의 폭을 무기화했다. A·B·C퀵으로 낮게 잘라먹거나 시간차공격, 이동공격 등으로 네트를 폭넓게 이용하는 속공수법을 썼다. 그러나 이젠 네트폭의 무기화가 부메랑이 되어 되레 우리 진영을 괴롭힌다. 유럽선수들이 구사하는 부메랑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남자배구가 이탈리아에게 진 것은 이유가 있는 이변이다. 강세를 보였던 배드민턴 탁구 핸드볼 필드하키의 부진 또한 전력노출의 허점이 보완되지 않은데 있다. 일본이나 중국선수들이 육상 수영 체조 등 취약종목에 진출, 결선에 오르는 것을 눈여겨 보는 것은 같은 동양인으로 우리의 장래 가능성을 점쳐볼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경기 투기종목등 모든 분야의 스포츠가 인간한계의 가능성에 무한히 도전하고 있다. 이같은 스포츠발전은 세미프로화 해가는데 힘입고 있다. 올림픽도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이미 포기했다. 시드니올림픽은 대체로 한국 스포츠에 정보부재의 경각심과 함게 고유무기의 개발, 훈련의 과학화를 일깨워 주는 것 같다. /白山

과자포장 농간

아이들 과자포장이 이상해 졌다. 포장을 뜯으면 바로 나와야 할 과자가 보이지 않는다. 포장지 안에 또 포장(봉지)이 있어 봉지속에 담겼다. 포장과 봉지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결국 포장과 봉지를 다 뜯고나면 막상 알맹이가 되는 과자는 몇개 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포장 크기가 전과 같지만 알맹이는 전보다 훨씬 적다. 값은 물론 전과 같다. 그러나 포장지 농간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뭔가 기만당한 기분에 돈들여 내버려야 할 쓰레기만 더 떠맡은 셈이된다. 이러한 농간이 중소기업도 아닌 재벌기업 과자포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을 금융구조 조정과 함께 연말까지 마치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 과자포장에까지 얕은 상술을 부리는 재벌기업의 연내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세습은 세습이 아닌 경영계승이고 선단기업의 부당내부거래란 것이 어디까지가 부당의 한계냐’며 강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벌이 은행빚을 갚고도 자력으로 설수 있기전에는 국민의 기업이지 오너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체질의 개별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도 이리저리 발뺌을 하고있다. 재별개혁은 시장원리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정치논리를 고려하다가는 십년을 가도 해내지 못한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곧 가시화 시킬듯 옥죄다가도 한발 물러서곤 하는것은 아이들 과자포장농간 같은 재벌놀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白山

神弓의 나라, 코리아

우리 한민족은 옛날부터 ‘동이(東夷)’라고 불릴만큼 큰(大) 활(弓)을 쏜지가 반만년 가까이 된다. 국내양궁의 기본은 국궁(國弓)의 8개 사법(射法)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국궁의 비법인 비정비팔(非正非八)을 원용하고 있는 게 그중 하나다. 오른손 잡이의 경우 과녁을 향한 왼발을 조금 뒤쪽으로 빼 중심을 지탱하는 비정비팔의 원리는 세계양궁선수들에게 하나의 모범이 됐다. 또 양궁인들은 최면술, 참선, 마인드컨트롤을 이용해 심리적인 면을 수련하는 과정을 필수코스로 여긴다. 양궁경기는 관중 입장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역도선수 못지 않은 힘을 필요로 한다. 활 시위를 한번 당길 때 드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의 경우 활시위를 최대한 당길 때 필요한 힘은 22.7㎏∼25㎏정도의 무게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고 여자는 16∼18㎏이다. 그러나 올림픽 라운드 랭킹라운드에서는 여자 남자 구분없이 72발을 쏜다. 여자선수들의 경우 이때 드는 힘은 100㎏짜리 역기를 12번 내지 14번을 들어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한 궁사가 쏘는 화살 총수는 무려 90발이나 된다. 단체전에서는 결승까지 오를 경우 1인당 27발을 쏜다. 따라서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려면 모두 2,592㎏ 내지 3,016㎏의 역기를 드는 엄청난 힘이 들어 간다. 시드니 올림픽 여자양궁개인전에서 금메달·은메달·동메달을 모두 차지한 윤미진 김남순 김수녕 선수가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그야말로 역사적인 쾌거를 이룩했다. 시속 200㎞짜리 화살이 70m 거리의 과녁에 꽂히는 데 불과 0.7초밖에 걸리지 않는 양궁경기에서 코리아를 세계만방에 빛낸 신궁(神弓)들이 정말 참으로 자랑스럽고 훌륭하다. 올림픽 개인전에서 5연패, 단체전에서 4연패를 이룬 여궁사들의 위업은 신화(神話)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淸河

‘로동신문’ 기사

북한에는 로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조선신보 등 4종류의 일간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자료취급지침규정은 ‘북한 원전을 구매, 구입 또는 열람할 경우에는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조선중앙통신이 매일 싣고 있는 노동신문 기사를 누구나 검색해 볼 수 있다. 지난 8월7일부터 12일까지의 노동신문을 분석해보면 전체 6개 지면 중 북한정부당국의 정책과 방침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내용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뜻밖에도 우리 신문처럼 화제, 스포츠, 국제, 남한관련, 미담, 세계상식에 대한 기사도 있다. 한자와 광고는 없다. 대부분 김일성대학 출신 기자들이 작성하는 노동신문은 선전문구에 치중하다보니 보도의 육하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시사성이 떨어진다. 이 노동신문 2000년 8월7일자 국제기사면에는 “지금 세계적으로 6억명에 달하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삶의 막바지에서 헤매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나라 어린이들의 처지는 불우하기 그지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1천450만명의 어린이들이 빈궁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13세 아래 어린이들의 4분의 1이 고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광산에서 일하는 어린이 5명 중 1명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다(하략)”고 한다. ‘남조선 언론사 대표단 백두산 밀영방문,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를 참관’제하의 남한 관련 기사는 “(전략)대표단성원들은 항일의 피바다, 불바다를 헤치시고 우리 인민에게 빼앗겼던 조국을 찾아주신 민족의 위대한 어버이 김일성동지의 불멸의 업적을 만대에 길이 빛내시려는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숭고한 뜻과 현명한 영도에 의하여 우리 조국과 민족의 만년 재보로 소중히 보존되어 있는 청봉숙영지, 건창숙영지를 찾았다”고 소개했다. 9월18일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위원이며(중략)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인 강현수동지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들 표시하여 18일 고인의 령전에 화환을 보내시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아직도 이러한 사회다. /淸河

석유

석유(원유)가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해선 유기설과 무기설이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유기설이 유력하다. 옛날 바다에 있던 원생동물 해조등 동·식물의 시체가 오랜 세월동안 땅속에 묻혀 썩지 않고 남은 기름끼가 지하의 열과 압력에 의한 작용을 받아 분해돼 석유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석유는 낙타 등처럼 솟은 배사구조의 지층에 고이므로 이를 유층이라 하며 유층이 많은 지역을 유전이라고 한다. 이를 채굴하려면 철구를 세워 유정(油井)을 판다. 석유는 대체로 지하 4천m에 매장돼 있다. 이토록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오랜 지질시대를 통해 생성됐기 때문이다. 즉 지구가 시생대 및 원생대(22억년전), 고생대(2억5천만년전), 중생대(1억5천만년전), 신생대(6천5백만년전)를 거치면서 수없이 겪은 해침(海侵) 해퇴(海退)의 반복과 지층에 파도같은 만곡이 생기는 습곡작용 끝에 유층이 생성된 것이다. 이때문에 석유는 지질시대의 바다였던 지금의 유전뿐만이 아니고 지금의 바다에도 많이 묻혀 있다. 북해 노르웨이 수역,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샌터바버러해협등엔 육지유전 못지 않은 규모의 해저유전이 확인됐다. 지하에 남아있는 석유자원은 통설 2조배럴이며 심해저까지 포함하면 3조5천억배럴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육지의 석유는 중동지구가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가져 전 세계 매장량의 55%를 차지한다. 고유가 행진으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는 특히 구조조정 실패로 엎친데 덮친격의 큰 치명상을 입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봄까지는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겨울 넘길 일이 큰 걱정이다. 석유문제는 평소에 대처해두었어야 할 일이다. 또 멀리 보아 언젠가는 석유매장량이 바닥날때가 온다. 제3의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白山

YS문제

리처드 M 닉슨은 197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회의를 도청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정치도의에 치명상을 입고 스스로 물러난 대통령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불명예스런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었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민들이 생각하는 닉슨은 퇴임때와는 다르다. 퇴임후 왕성한 저술활동 및 강연, 자선봉사사업으로 완전히 그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대통령까지 지낸 김영삼씨(YS)가 아직도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IMF 대통령’의 불명예를 회복하려는 끈질긴 집념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정치복귀를 위해 이래저래 시도하다가 여의치 못한 YS가 이번엔 김정일규탄대회 및 국민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한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다. 그로서는 걸맞는 일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운동이 국가와 민족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실로 황당하다. YS가 진실로 명예회복을 하고 싶으면 닉슨을 본받아야 한다. 되지도 않은 정치험담보단 덕담이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 정치와 완전히 담 쌓은 사회봉사가 이미지변화에 도움이 될 것인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YS의 규탄대회발언은 보수진영에서도 ‘보수의 순수성을 먹칠한다’는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이런 판에 지난번 서울에 왔던 북측의 김용순노동당비서가 임동원국정원장과 회동을 가진 신라호텔주변에 YS 등을 비방한 괴이한 전단이 뿌려졌던 것 같다. 애국 뭣이라는 유령단체 이름으로 행해진 전단살포는 정말 무모한 짓이다. 그런 전단이 굳이 없어도 YS를 제대로 볼줄 아는 많은 국민들에게 아무 쓸모없는 의구심만 불러 일으켰다. 누가 무슨 동기로 그런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유치하고 유감스런 일이다. 우리 모두가 좀더 성숙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白山

박상천의원

우리 지역사회 일은 아니지만 생각할수록이 불쾌하다. 한창 지났지만 한마디 해야겠다. 법무장관을 지낸 박상천의원(민주당)이 지난 추석 이튿날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귀경하면서 경찰 선도차 안내를 받았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선도차는 지방도와 국도를 약 10㎞ 달리면서 차량이 심히 정체된 곳에서는 중앙선을 넘어 추월했다는 것이다. 초법적 선도를 받은 승용차는 박의원만이 아닌 일행을 합쳐 세대나 됐다니 그 모습이 가관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 불쾌한 것은 그들의 변명이다. 경찰측은 박의원 일행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순찰중의 경찰차 뒤를 따라 붙었다하니 ‘새끼줄을 훔쳤더니 줄에 매인 소가 따라오더라’는 옛 속담이 생각난다. 차안에서 졸아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른다는 박의원측 해명도 말이라고 하는 것인지. 차라리 ‘좀 바쁜 일이 있어 그렇게 됐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한번 욕얻어먹고 말 일을 두고두고 욕얻어먹을 짓을 더한다. 박의원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몇달전에 역시 신문에서 본 미국의 어느 상원의원 이야기다. 5선의 그 상원의원은 의원회관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귀가길에 사소한 교통법규위반으로 범칙금이 통보되자 직접 경찰에 찾아가 ‘미안하게 됐다’고 사죄하며 돈을 납부했다는 것이다. 의원처우규정상 그 정도의 위반은 면책을 받을 수 있는데도 면책사유를 대지 않았던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의 국회는 왜 민주주의 정치를 잘 하고 우리의 국회는 왜 항상 싸움질만 일삼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아 씁쓰레하다. 현저한 의식의 차이가 발견된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안다’고 했으니. /白山

거리의 판사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돼 있으며, 그리고 번영하고 있는 사회”라고 평가한 싱가포르는 이른바 ‘클린 앤드 그린(clean and gre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초질서 확립에 주력한 결과 맑고 깨끗한 환경의 보전은 물론 국가 청렴도도 상위 그룹에 들어가 있다. 이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반(反)사회적 행위에 대해서 아주 강경한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용변 후 물을 내리지 않은 경우 처음 적발되면 우리 돈으로 9만7천500원 정도 물지만 두번째는 65만원을 물어야 된다고 한다.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기초질서를 안지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교통질서문화는 그래서 아마 세계 제1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의식은 낮아도 한참 낮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의경(義警)들이 교통단속을 할 때 “의경한테는 장관도 안통한다”거나 “의경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원리원칙대로’ 교통단속을 실시하는 의경은 가히 ‘거리의 판사’였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 특히 힘있는 사람들에겐 ‘원리원칙’이 불편하고 무례한 것으로 비쳐졌는지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작년 6월부터 의경은 교통단속에서 손을 떼게 했다. 지난 6월 현재 의경 1천336명을 포함, 외근을 하는 교통경찰은 모두 4천985명이라고 한다. 1999년말 전국의 차량수가 1천300여만대라고 하니까 외근 교통경찰 한 사람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는 3천500대쯤 된다. 의경편에서 생각하면 거리에서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고 인심만 잃는 일이겠지만 교통경찰 인력이 보강될 때 까지만이라도 교통단속에 의경이 다시 투입됐으면 좋겠다. 강경한 법을 집행, 기초질서를 확립한 싱가포르가 생각나고 우리나라 교통질서가 하도 엉망이어서 하는 이야기다. /淸河

한반도旗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1년 3월 일본 지바에서 열렸던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였다. 그때 남과 북은 탁구 및 청소년축구 단일팀에 합의하면서 함께 사용할 선수단기를 각자 그려온 몇가지 시안 가운데서 골랐다. 남북이 그려온 시안은 엇비슷했지만 파란 바탕의 한반도기는 북한측 안(案)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한반도기가 9년만에 다시 국제무대에, 그것도 올림픽경기장에서 다시 휘날리게 되었다. 한국시간으로 15일, 오늘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선수단 입장식에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운집한 11만명의 관중을 비롯 전 세계 60억 지구촌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97번째로 태극기와 인공기를 대신한 한반도기가 등장, 남과 북이 하나 됐음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것이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옛 동독과 서독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적은 있지만 분단국이 하나의 깃발아래 동시에 입장한 것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남북 각 90명의 선수단이 서울에서 정성껏 만들어진 밝은 베이지색 바지와 치마에 짙은 감색의 상의, 오렌지색 넥타이의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왼쪽 가슴에 명함 크기의 한반도기를 핀으로 달고 입장, 남과 북이 하나 되었음을 한층 돋보이게 할게 분명하다. 더욱이 남측 정은순, 북측 박정철 공동기수 바로 뒤에는 이례적으로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북측의 장웅 IOC 위원이 손을 맞잡고 행진한다. 한반도기의 재등장은 이렇게 전 세계적인 화제다. 최근 통일을 대비한 새로운 국기 시안이 나오고 있지만 한반도기를 아예 국기로 제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반도기는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훌륭한 통일된 남과 북의 상징이다. /淸河

추석값

淸河2천800만명의 대이동이 있었던 4일간의 추석연휴가 끝났다. 도로가 막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추산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기간 중 도로를 이용한 인구는 2천500만명이고 나머지는 철도와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경우 총 이동거리는 12억㎞가 넘고 유류는 1억2천900만ℓ가 소비돼 1천677억원을 길에 뿌린 셈이다. 여기에 이동중 소비한 음료, 식사 등의 비용까지 합치면 고향을 오가며 도로에만 뿌린 사회적 기회비용이 불과 4일만에 5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상세히 산출하면 아마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추석으로 인해 지불되는 기회비용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은 고향의 부모님, 친지들을 만나 오랜만에 휴식을 취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 효과라고 하겠다. 추석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고유의 높은 가치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선 추석이라 하여도 다수의 이동이 극히 적다고 한다. 추석 당일에는 도내에 한하여 통행증 없이 이동이 가능하지만 도 경계를 벗어나려면 며칠 전 부터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다른 도에 살거나 묘소가 타도에 멀리 떨어져 있으면 남한처럼 가족들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거나 성묘하기가 매우 어렵다. 성묘를 한다고 하여도 조상에게 큰 절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음력설, 한식, 단오, 추석 등 4대 민속명절에 성묘하고 벌초하는 풍습은 남한과 마찬가지지만, 설날에도 세배를 하지 않고 조상에게 큰 절을 올리지 않는 제도 때문이다. 설날이나 추석때면 1천만명 이상이 고향을 찾아가는 남한의 대이동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모든 남북이산가족의 조기상봉이 올 추석을 전후하여 더욱 절실해졌다. /淸河

텔레비전방송

최초의 텔레비전 전파를 쏜 것은 1956년 5월 12일 오후 7시30분 HLKZ-TV다. AFKN보다 1년 4개월 앞선 이 무렵엔 수상기보급이 안된때여서 서울역전 광화문 파고다공원등지에 대형 수상기를 설치, 행인 시청자들이 운집하곤 했다. 편성과장이었던 황문평씨(작곡가)는 “그때도 광고를 했는데 아나운서가 직접 상품을 들어보이며 멘트를 했다”고 회고한다. 지금의 CF에 비하면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미교포 실업가가 민영방송으로 하루 2시간씩 방영한 HLKZ는 약 1년만에 장기영 한국일보사장에게 넘어가 DBC-TV로 개편됐다가 1959년 2월 2일 새벽 불이 난 바람에 문을 닫았다. 본격적인 텔레비전시대를 연 것은 1961년 12월 31일 KBS-TV 개국과 함께 한다. 이때 드라마(단막극)를 방영하면서 탤런트가 없어 장민호 오현경 나옥주 이순재씨 등 연극배우들이 출연했다. 최정훈 최길호 박병호 김혜자 정혜선 박주아씨 등은 개국때 공모한 KBS 탤런트 1기생들이다. 모든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가 녹화방송이 시작된 것은 ENG 카메라가 도입된 1970년대 후반부터며 흑백에서 컬러화한 것은 1980년이다. 텔레비전방송은 전파의 신속성 영상의 현장성에 단연 다른 매체의 추종을 불허해 보도 교양 오락 등 방송기능 3대분야에서 독보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텔레비전시청은 누구나 하루 일과의 한부분을 차지할만큼 생활화된 가운데 막강한 위력을 뿜고 있다. 일요일을 포함한 추석연휴 나흘동안에 적잖은 총애를 받을 것이 텔레비전 수상기가 아닐까 한다. ‘바보상자’라고도 불리는 수상기를 안보면 한편 궁금하기도 한 텔레비전방송들이 연휴동안 무엇을 준비해 보여줄 것인지. /白山

북한전망대

수도권에서 가까운 북한전망대는 김포시의 애기봉전망대, 파주시의 오두산통일전망대와 임진각(전망대) 등 3곳으로 모두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들 전망대 중 올들어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임진각으로 지난 8월까지 72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난 한햇동안의 방문객 18만명의 거의 4배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월에는 한달동안 무려 36만여명이 방문했다.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부터 실향민과 가족단위 방문객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 하루 평균 주말이면 2천대, 평일 700대의 차량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다는 것이다. 임진각 방문객이 이렇게 급증한 이유는 보수작업을 거쳐 지난 1월 일반에 개방한 ‘자유의 다리’와 경의선이 다니던 독개다리, ‘평화의 종’, 탱크 등을 전시한 야외안보전시관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오두산통일전망대의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데 올들어 지난해보다 7∼8% 증가했다. 오두산전망대는 전망대 건물이 남한의 한강과 북한의 임진강이 만나는 해발 140m의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 북한의 개성 송악산 등을 한 눈에 볼수 있어 좋다. 애기봉전망대는 도로망이 좋지 않고 차량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출입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2천500여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애기봉전망대는 북한 황해도 개풍군과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다 해발 154m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 북한주민들의 움직임과 생활상 등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이들 3곳의 북한전망대에 추석과 연휴를 맞는 실향민들이 찾아와 향수를 달랠 것이다.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은 북한전망대라도 찾아가겠지만 그러나 북한에서 남한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북한에는 아직 ‘남한전망대’가 없는 것이 바로 남과 북의 차이점이다. /淸河

교도관이 불쌍하다

최근 도내의 모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재소자들이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교대로 통증을 호소하며 외부병원 진료를 요구해 근무자들이 잠을 설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이 통증 호소는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꾸민 꾀병이었다. 이러한 사례쯤은 이제는 그야말로 아무 일도 아닌게 되었다. 준강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수감중인 어떤 재소자는 만기출소를 하루 앞두고 수감실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문을 걷어 차면서 “나가면 죽여버리겠다”고 교도관을 협박했다. 마약복용 혐의로 수감중인 다른 재소자는 수감실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관의 멱살을 잡고 쓰러뜨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물론 이러한 재소자는 추가 처벌을 받았지만 교도관을 폭행한 혐의로 징벌을 받은 재소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교도관은 재소자가 부르는데 빨리 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재소자에 의해 직무유기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교도소 안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수용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처우기준이 개선된 반면 이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교정인력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줘야 할 일은 몇 배로 늘어났는데 사람은 옛날 그대로이다보니 충돌이 되풀이되고 급기야는 재소자들에 의해 집단 ‘이지매’를 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식선을 넘는 무리한 권리행사를 요구하는 일부 재소자들도 문제가 있지만 교도관 충원이 절실한 증거이다.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언제 그들에게 고소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면 누가 믿겠느냐. 재소자 인권만 있고 교도관 인권은 없느냐”는 교도관들의 불만을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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