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리

“들판에 서면 들린다/산기슭의 나무들 수런거리는 소리/보리밭에서 푸른 생명들이 피어나는/그 눈부신 소리 보인다.//가슴 넓혀놓고 살으라고 한다/겨울 보통리에 가면/눈쌓이 듯 아늑히 쌓여가는/그리움이 봄을 부르고/사랑해야 한다/모두 사랑하라고/바람이 따라오며/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보통리 그 들길을 걸으면/인근 山들이 어깨를 두드리며/맑게 흐르는 물처럼/산처럼 살으라고 한다.//눈 내리던 보통리에/오늘은 비가 내려/꿈 꾸는 초목을 적시고/비에 젖은 나도/꿈 꾸는 겨울나무가 된다.//나무처럼 보통리에 뿌리 내리면/분홍 손수건 흔들며 흔들며/진달래 피어난다/진달래꽃 천지에 가득하다.” 화성군 정남면의 보통리는 마을 이름도 사람들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보통리 저수지가 있어 앞에 소개한 ‘겨울 보통리’라는 시작품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마을 입구에 사도세자와 그의 아들 정조대왕이 잠든 융릉과 건릉, 그리고 용주사도 있다. 그런데 보통리를 중심으로 모텔과 카페, 음식점들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예전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전 풍경은 그렇다치고 인근의 축사와 공장 등에서 발생한 오·폐수가 그대로 저수지 안으로 흘러들고 있어 수상스키장이 있는 보통리저수지의 이미지는 말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한해 평균 1만5천섬의 쌀이 생산됐지만 보통리저수지가 오염되면서 쌀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보통리저수지에 낚시꾼들과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이다. 보통리저수지뿐만 아니다. 낚시터에 쓰레기를 버리는 낚시꾼은 낚시를 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환경은 변해도 오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의 행위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淸河

동교동계의 간계

굼벵이나 고슴도치는 건드리면 움츠러들고 가만 놔두면 제멋대로 꿈틀거린다. 민주당 동교동계가 정동영 최고위원의 퇴진요구 일격에 일단은 움츠러 들었다. 이른바 동교동계 11인의 정치쇼는 국면 모면용이다. 권노갑, 한화갑등 평소 껄끄러운 사이의 양갑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DJ의 노벨 평화상 수상장면 텔레비전 중계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가며 단합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가운데 11명이 무려 양주 8병을 마셔댔다니 어지간한 취중다짐이었던 것 같다. 동교동계가 2선퇴진을 말하면서 권노갑 최고위원의 불퇴진 천명은 취중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동교동계 퇴진은 한마디로 권노갑씨 퇴진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전당대회인준을 빌미삼는 것은 말이 아니다. 그의 인준은 형식요건일뿐 총재가 임명한 것이 실질요건이다. 임명은 임명권자가 철회하면 그만이다. 선출직인 한화갑 최고위원의 퇴진은 그의 양식에 맡길수 밖에 없지만…. 그건 그렇고, 눈감고 아웅하는 식의 취중다짐은 비동교동계로 당직을 맡겨 나무위에 올려놓은뒤 적당한 시기에 나무를 흔들어보겠다는 심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물러날테니까 어디 한번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는 다분한 심술로 보이는 것이다.(물러나는 마음은 순수해야 한다) 권씨를 비롯한 동교동계가 진정 DJ에게 충성어린 마음으로 물러날 마음이 있다면 모든 미련을 버리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DJ가 과거의 인맥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재가 귀국할 즈음에 맞추어 언론플레이를 시도하는 연출은 결코 순수하다고 볼수 없으며, 그들의 주군에게 진실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굼벵이나 고슴도치처럼 마냥 움츠렸다 꿈틀거렸다하는 능소능대의 동교동계 무한변신이 실로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생각을 해본다. /白山

그림속의 떡

이솝의 우화에 잘 알려진 이런 얘기가 있다. 늑대가 자기집에 두루미를 음식초대하면서 접시에 음식을 담아놔 두루미가 먹을 수 없게 되자, 이번엔 두루미가 늑대를 초대하여 음식을 호리병에 넣어두어 늑대가 먹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옛말엔 ‘화중지병, 견이불식’이란 말이 있다. 그림속의 떡은 먹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간 정부발표의 각종 기업지원자금이 그림속의 떡과 같은 사례가 많았다. 창업자금이나 운전자금의 배정소식을 들고 막상 관련 은행을 찾아 상담하면 으례이 ‘우리는 모른다’는 말을 듣기가 일쑤라는게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이었다. 대우자동차 협력사 지원대책도 역시 그림속의 떡처럼 무용지물인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진성어음의 새어음 교환은 금융기관의 난색으로 말뿐이고, 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한도 또한 어음할인업체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경영안정자금 역시 담보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업체는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다가오는 연말이면 또 한차례 연쇄부도사태가 날 것으로 보여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수천억·수조원을 탁상지원만 하면 뭐하나, 막상 돈이 목마른 기업체의 해갈에 아무 실효가 없는 지원대책은 생생내기 말에 불과하다. 자꾸 이러다보니 무슨 말인들 곧이 들리지 않게 된다. 이솝의 우화같은 먹지못할 음식대접은 차라리 조삼모사보다 못하다. 연말은 하루하루 바짝 다가오고 정말 큰 걱정이다. /白山

SOFA협상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에 임하는 미국측 자세는 마치 점령군을 방불케 한다. 우리측이 요구하는 미군피의자 신병인도에 미국측은 재판관할권 축소(재판권 포기), 환경조항신설요구에 구속력있는 조항신설반대(선언적 의미삽입), 한미합동 농산물검역요구에 미군단독 검역유지(한국검역 불신)로 맞서고 있다. 이같은 3대 쟁점사항 말고도 미군 카지노 등의 한국인 출입금지 요청에 현실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특히 미국측의 재판권 축소요구는 현저한 주권침해에 해당된다. 미국측 말대로라면 가령 미군이 한국인에 행패를 부리고, 마구잡이 폐유유출로 환경을 망치고, 잘못 들여온 농산물로 몹쓸 병이 번져도 한국은 아무 주권행사를 못한채 방관만 하라는 것으로 이는 점령군이나 할짓이지 주둔군의 입장이 아니다. SOFA개정은 미군피의자의 신병확보를 위한 것이었는데 미국측은 한술 더 떠서 재판권 축소의 개악을 들고 나왔다. 한강에 독극물을 흘려 보내고도 사과하기를 그토록 인색했던 사람들이다. 미군 주둔지역은 이밖에도 많은 환경피해를 일으켜 심각한 지경이다. 자기나라에서 같으면 상상도 못할 환경파괴를 서슴치 않으면서 어떤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은 유감이다. 주한 미군은 우리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와있는 것이다. SOFA협상에서 나타난 미국 우월주의는 강대국의 야만적 행패다. 우리 정부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진정으로 우방일 것 같으면 마땅히 야만적 오만을 버려야 한다. 정부 또한 불평등 외교를 지양, 대등한 외교력을 관철시킬줄 알아야 한다. /白山

쓴소리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고사는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구(人口)에 회자된다.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우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까닭은 무엇보다 성격탓이었다. 항우가 자신의 주장만 일삼고 고집을 꺾지 않는데 비해 유방은 언로(言路)를 열어 부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진시황(秦始皇)에 이은 二世의 폭정에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서 민란이 일어나던 진나라 말기 때의 일이다. 진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았다. 초왕(楚王)은 누구든지 먼저 진의 도읍 함양(咸陽·현 西安)에 진격하는 자를 그곳의 왕으로 봉하겠다고 공언했다. 함양에 먼저 입성한 사람은 유방이었다. 아방궁(阿房宮)에 들어간 유방은 말로만 듣던 진시황의 영화를 직접 목도하고 일말의 욕구를 느꼈다. 이런 낌새를 재빨리 눈치챈 강직하기로 이름난 부하 번쾌가 “아직 천하는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한시 바삐 밖에 나가 진을 치고 군사를 가다듬어야 합니다”라고 진언했다. 그러나 워낙 넋을 잃고 있던 유방은 듣지 않았다. 모사(謀士) 장량(張良)이 다시 나섰다. “지금 당신같은 일개 서민이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천도를 무시한 진시황이 학정을 펴서 뭇 백성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먼저 원성으로 들끓고 있는 천하의 백성을 위해 상복으로 갈아입고 그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하온데 금은보화에 눈이 팔리고 미녀에 넋을 잃는다면 진시황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옛말에도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 이이어병(而利於病)이며 충언역어이(忠言逆於耳), 이이어행(而利於行)’이라고 했습니다. 제발 번쾌의 충언에 따르십시요.” 장량의 신언(愼言)을 듣고 유방은 지체없이 아방궁을 나와 언덕에 진을 치고 진의 백성들에게 약법삼장(約法三章)만을 발표함으로써 일거에 민심을 거둘 수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고사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요즘 정국은 번쾌나 장량처럼 충언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淸河

모사꾼들

KBS1-TV의 인기사극드라마 ‘태조 왕건’에는 이른바 후삼국시대의 영웅 호걸들의 책사(策士)들이 등장한다. 마진국의 궁예에게는 종간과 아지태라는 책사가 있고 후백제의 견훤에게는 최승우와 능환이라는 책사가 있다. 사료에는 이들 책사의 기록이 거의 없다. 아지태만 ‘궁예에 붙어 정치를 혼란시켜 갈등을 촉발한 인물’이란 언급이 있을 뿐 최승우와 능환은 이름만 나온다. 자칭 미륵불의 현신이라는 궁예도 책사 아지태에 의해 탐욕과 야욕을 부리기 시작한다. 간악한 책사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왕(궁예)의 약점과 욕망을 자극하며 백성의 신음소리를 막는다. 궁예의 원래 책사이자 심복인 종간은 송악에서 철원으로 무리하게 도읍을 옮기는데 앞장선 아지태를 제거하려고 노심초사하면서 송악의 맹주 왕건을 지지하는 호족들을 멸문지화시키려고 계책을 꾸민다. 아지태와 종간의 생사를 건 갈등으로 천하의 구세주라는 궁예는 폭군으로 떨어지고 왕국마저 무너진다. 후백제의 견훤도 능환과 최승우란 두 책사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세력다툼과 판단력이 뛰어난 최승우에 비해 충동적이고 과시적인 능환이 견훤의 장남 신검과 함께 반역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왕건은 처음에는 궁예가 가장 신뢰하는 대장군이었으나 궁예의 책사 종간에 의해 위기에 처했다가 나중에 책사 최응 등의 뛰어난 지략과 역량을 받아들여 고려의 태조가 된다. TV 드라마는 책사들을 상상력으로 살려내 스릴과 재미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능환이 견훤부자의 갈등을 촉발시킨다는 것도 가설이다. 예로부터 최측근으로서의 간악한 책사는 충신을 가로막고 왕의 혜안을 흐리게 한다. 책사들의 갈등과 왕의 잘못된 선택은 파멸을 자초한다. 영웅(왕)의 파멸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인의 장막’도 큰 원인이다. 책사가 무엇인가. 모사(謀士)이다. 모사가 누구인가. 바로 참모다. 오늘날 우리 정치판에 올바른 참모들이 몇명이나 있는가. 매사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淸河

농민

물론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만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먹고 사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어찌 사람뿐인가. 목숨이 있는 동물들은 먹이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중대사다. 그래서 옛날부터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어겼으며 국가는 양식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대의 민란이 거의 민생고, 즉 먹는 문제때문에 일어났다. 제왕들은 어떻게 하면 백성을 잘 먹일 수 있느냐를 국정의 가장 큰 일로 여겨 제왕이 처리해야 할 여덟가지 중요한 나랏일을 두었고 먹이는 문제, 곧 식(食)을 으뜸으로 꼽았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최초로 벼 농사를 짓게 된 것은 백제 2대왕 다루왕(多婁王) 6년(33년)이다. 이때부터 줄곧 중농정책을 실시해 왔다. 수로를 내는가하면 제방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었으며 백성을 부리되 농사철은 피했다. 수시로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왕이 직접 모범을 보이기 위해 쟁기를 잡았다. 추수때에는 친히 임하기도 했다. 풍년을 기원하였고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심지어 씨앗을 바치고 보관하는 데에도 장중한 의식을 행하였다. 농사에 대한 경건한 마음은 종교를 능가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중농(重農)은 커녕 경농(輕農)이 되었다. 아니 천농(賤農)으로 바뀌었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며 폐농을 선언할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농정(農政)이 농업을 얼마나 천시하는가를 알 수 있다. 실례로 경기도가 내년도 농촌지원 및 관련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516억3천여만원이나 대폭 삭감한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심’을 외면한 행정의 본보기라고 하겠다. “나라는 백성으로 근본을 삼고,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 법이다. 농사라는 것은 옷과 먹는 것의 근원으로서 제왕의 정치에서 먼저 힘써야 할 부분이다.” 세종대왕이 남긴 말씀을 오늘날의 정치가나 장관들이 몇명이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淸河

표준어 실종

서울역 건너편의 효자동행 전차 기점, 전차 꼭대기의 전선 도르레가 불꽃을 반짝거리며 막 떠나가는 야경. 마포나루에서 바라보는 여의도 비행장이 잠자듯 불빛만 가물거려 조용하기만했던 한강 수중 섬, 지금은 아파트도시가 된 강남의 말죽거리며 영동이 허허벌판이었던 그 시대의 서울이 진짜 정감넘친 서울이었다. 공룡처럼 거대해진 지금의 서울은 괴물도시이지 정감어린 서울이 아니다. 이처럼 서울의 본색이 퇴색되면서 그 순수성을 상실한지 벌써 오래다. 연대로 치면 1950년대까지의 서울이 진짜 서울이다. 팔도사람이 모인 짬뽕서울이 되면서 사방팔방으로 비대해진 지금의 서울은 언어의 혼돈을 가져왔다. ‘현대 중류사회에서 쓰는 말을 표준어’로 보는 설정기준이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현대사회의 서울 중류층 말은 한두가지가 아니고 가지각색이다. 각 지방 사투리가 저마다 판을 치는 가운데 다방같은데선 정권따라 특정지역 사투리가 위세를 떨치고 행세하는 이상한 서울이 됐다. 원래의 서울말은 찾아볼래야 찾아보기가 어렵게 돼버렸다. 그 옛날, 시골에서 출발한 서울행 기차가 노량진이 가까워지면 시골사람들이 서울말을 따라 흉내내던게 유치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서울말이란 것이 있었다. 물론 다원화, 다양화, 다중화 사회구조의 추세에서 서울 고유의 말을 지키기란 어렵다. 그러나 지방사투리에 표준어가 잠식당해 실종돼가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가뜩이나 사회가 거칠어진 탓인지 말조차 거칠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어에 대한 학문적, 사회적 개념의 재정립이 있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白山

불신받는 국제상

초기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은 대부분 지금은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작가들이 많다. 그러나 레프 톨스토이, 베르톨트 브레히트,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프란츠 카프카같은 대가들은 모두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 노벨상 선정의 행정적인 문제가 그 원인이었다. 노벨문학상 선정은 1786년 ‘스웨덴어의 순수성과 활력, 위엄’을 지키기 위하여 설립한 스웨덴 학술원의 18인 선정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종신직인 스웨덴 학술원화원은 원로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989년부터 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커스틴 에크맨, 라르스 길렌스텐, 크누트 안룬트 등 3인의 위원은 스튜르 알렌 사무총장의 직권 남용에 항의, 선정위원회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알렌 사무총장은 스웨덴 문단에서 ‘책이라고는 읽지 않는 지적인 경리사원’으로 묘사되는 인물인데도 노벨상 선정의 모든 위원회에 관여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는 선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선정위원이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식이다. 은퇴한 중국문학 전공 교수인 고람 맘키비스트 위원이 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高行健)의 번역자이며 또 노벨상 수상발표전에 출판사를 옮긴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요즘 영·미문학권에서는 노벨문학상을 과거처럼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너무나 정치적으로 선택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노벨문학상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 미국의 전국도서상, 퓰리처상, 전국도서비평가상도 선정경위를 둘러싼 스캔들에 계속 휘발려 국제문학상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위안하는 소리같지만 한국문인들이 노벨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은 그러한 실정에서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淸河

불신받는 국제상

초기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은 대부분 지금은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작가들이 많다. 그러나 레프 톨스토이, 베르톨트 브레히트,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프란츠 카프카같은 대가들은 모두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 노벨상 선정의 행정적인 문제가 그 원인이었다. 노벨문학상 선정은 1786년 ‘스웨덴어의 순수성과 활력, 위엄’을 지키기 위하여 설립한 스웨덴 학술원의 18인 선정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종신직인 스웨덴 학술원화원은 원로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989년부터 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커스틴 에크맨, 라르스 길렌스텐, 크누트 안룬트 등 3인의 위원은 스튜르 알렌 사무총장의 직권 남용에 항의, 선정위원회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알렌 사무총장은 스웨덴 문단에서 ‘책이라고는 읽지 않는 지적인 경리사원’으로 묘사되는 인물인데도 노벨상 선정의 모든 위원회에 관여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는 선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선정위원이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식이다. 은퇴한 중국문학 전공 교수인 고람 맘키비스트 위원이 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高行健)의 번역자이며 또 노벨상 수상발표전에 출판사를 옮긴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요즘 영·미문학권에서는 노벨문학상을 과거처럼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너무나 정치적으로 선택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노벨문학상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 미국의 전국도서상, 퓰리처상, 전국도서비평가상도 선정경위를 둘러싼 스캔들에 계속 휘발려 국제문학상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위안하는 소리같지만 한국문인들이 노벨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은 그러한 실정에서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淸河

불신받는 노벨문학상

초기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은 대부분 지금은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작가들이 많다. 그러나 레프 톨스토이, 베르톨트 브레히트,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프란츠 카프카같은 대가들은 모두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 노벨상 선정의 행정적인 문제가 그 원인이었다. 노벨문학상 선정은 1786년 ‘스웨덴어의 순수성과 활력, 위엄’을 지키기 위하여 설립한 스웨덴 학술원의 18인 선정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종신직인 스웨덴 학술원화원을 원로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989년부터 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커스틴 에크맨, 라르스 길렌스텐, 크누트 안룬트 등 3인의 위원은 스튜르 알렌 사무총장의 직권 남용에 항의, 선정위원회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알렌 사무총장은 스웨덴 문단에서 ‘책이라고는 읽지 않는 지적인 경리사원’으로 묘사되는 인물로 노벨상 선정의 모든 위원회에 관여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해는 ㅅ너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선정위원이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식이다. 은퇴한 중국문학 전공 교수인 고람 맘키비스트 위원이 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高荇健)의 번역자이며 도 노벨상 수상발표전에 출판사를 옮긴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요즘 영·미문학권에서는 노벨문학상을 과거처럼 그렇게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너무나 정치적으로 선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위안하는 소리같지만 한국문인들이 노벨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은 그러한 실정에서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淸河

국가 유공자

황해도 송화군 출신인 72세의 Y씨는 1953년 전북 군산에서 미군부대 노무자로 일하다가 육군 첩보부대 제1교육대 2기생으로 북파공작원 길에 들어섰다. 6·25전쟁이 일어난 직후 피란길에서 가족과 헤어졌다.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Y씨에게 “돈 많이 주고 미래도 보장해 준다”는 조건은 꿈만 같았다. 3개월간 훈련 끝에 강원도 속초의 36지구대에 발령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계급이나 군번은 없었다. 정전을 목전에 두고 ‘숨겨진 전쟁’에 투입된 Y씨는 1959년 7월 ‘해고’될 때 까지 10여차례 북방 한계선을 넘나 들었다. Y씨는 마지막 공작이었던 1958년 3월 고성지역 작전에 투입됐다. 새벽녘 동료 4명과 함께 인민군과 총격을 벌였고, 왼쪽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 성남시에서 살고 있는 Y씨는 이때 왼쪽 무릎에 박힌 파편을 빼지 못해 지금도 주사제와 약을 복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참으로 비정했다. 공사장 인부와 경비원 자리도 다리를 절룩거리는 Y씨에게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파출부, 식당일 같은 허드렛일로 아내가 생계를 꾸려가고 세 남매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다. 사회적응에 실패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동료들의 소식이 간간이 전해져 왔다. 6·25 전쟁중이던 1952년부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때까지 활동한 ‘북파공작원’은 1만여명에 달한다. 이 중 실종자 7천726명을 제외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사회적 냉대 등으로 대부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가족에게조차 과거를 털어놓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한계를 넘는 훈련을 받고 생명을 바쳐 국가에 헌신한 북파공작원 출신들을 홀대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59년 이전 활동자에 한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그래서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 /淸河

사람값

통칭 ‘한국개’인 진돗개·풍산개·동경(東京·경주의 옛 이름)이·제주개·삽살개·오수개 가운데 일반국민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개를 뽑으라면 거의 진돗개를 뽑는다.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는 전남 진도가 주산지로 특유의 귀소본능과 훈련에 따른 충성심, 민첩성 등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진돗개로 알려진 노랑이(여섯살)는 장바구니 심부름을 하고 한글을 해독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한다. 북한의 ‘나라 개’인 풍산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청와대에 2마리를 기증한 뒤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최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댕견’ 혹은 ‘땡견’으로 불리는 동경이는 용인시 수지읍에 사는 강진웅씨가 번식시킨 개로 유전적 형질에 의해 꼬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냥능력과 훈련 성취도, 적응력 등이 뛰어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제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개값’이 보통이 넘어 웬만한 재력의 애견가가 아니면 소유하기도 어렵다. 애견가 배모씨 소유의 노랑이는 7천만원이고 북한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풍산개는 3천만원선이라고 한다. 현재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개체수도 50여마리에 불과한 동경이는 500만원선이고, 삽살개는 200만∼500만원, 의견(義犬)으로 잘 알려진 오수개(전북 임실군 오수면)와 제주개는 1천만원 내외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일상생활에서 인간 이하나 싼 물건등을 표현할 때 ‘개만도 못하다’ ‘개값 물어주지’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개값이 그야말로 ‘금값’이 되었다. 나라살림꼴이 말이 아니어서 실업자는 점점 늘어나고 겨울에 노숙을 할 만큼 사람값은 떨어지는데 개값이 금값이라니 서글프다. /淸河

맞벌이 부부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가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갈메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작사 한인현, 작곡 이홍렬의 ‘섬집아기’ 노랫말이다. 네살바기 남자아이는 날마다 할머니등에 업혀 이 노래를 부른다. 유치원에서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저녁노을 할머니와의 산책길에서 “다이(다리)가 아프다”며 “쪼금만(조금만) 업어주세요”하고 졸라 업히곤 한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손주의 청을 기꺼이 들어주곤 하는 것이다. 할머니등에 젖는 포근한 안도감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일나간 엄마가 보고싶은 그리움을 아이는 혼자말처럼 나직이 흥얼거리듯 부르는 노래가 ‘섬집아기’다. 글이나 악보로 배운것이 아니다. 유치원서 낮에 잠재우는 시간에 어쩌다 잠을 못드는 아이에겐 선생님들이 등을 다독거리며 노래를 들려주다보니 아이들 저마다 익히게 된 것이다. 4분의 3박자에 발라드풍의 ‘섬집아기’ 곡조는 가사만큼 애틋한 청정의 정감을 준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간다. 부부가 함께 벌지 않으면 살기가 점점 더 어려운 세태이기도 하다. 많은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떼어놓고 직장에 나간다. 물론 퇴근하는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하는 노랫말처럼 마음바삐 서둘겠지만 현대사회의 많은 서민생활 이면에는 엄마와 함께 살아야 할 아이들이 온종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가슴저미는 애처로움이 고여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여!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해서 잘 살아야 한다. 세상이 그대들을 실망시키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부모가 희망을 개척해야 한다. /白山

진승현게이트

거액을 부정대출받은 혐의로 수배된 처지에 검찰총장, 고검장출신의 거물 변호사를 선임해 또한번 세간의 화제를 모은 얼굴없는 피의자 진승현씨(MCI코리아 부회장). 스물일곱이란 새파란 젊은 나이가 근래 잇단 금융비리사건 가운데 특이한 신기록이다. 한스종금, 리젠트그룹 등 종횡으로 연관된 관련 개요만으로도 부정대출액이 자그마치 1천588억원규모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2차적발이후인 올 5∼8월사이 불법대출을 2차례 확인하고도 묵과하는 등 사건을 증폭시켰다. 금융개혁차원에서 푼 각종 규제조치의 완화가 금고사태를 촉발한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이다. 한빛은행부정대출사건, 동방금고불법대출사건에 이어 또 터진 이번 사건으로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준다. 앞으로 또 터질 어떤 괴이한 금융사고가 은닉돼 있는지 알수 없다. 도대체가 어떻게 이런 금융비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서민들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봉이 김선달같은 일이지만 김선달은 기발한 착상에 의한 축재를 했지 법망을 어긴 적은 없다. 금융비리를 따지고 보면 법망을 어긴 것이지 기발한 착상은 아니다. 협잡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보니 그같은 금융비리가 통한다. 마치 요지경속을 보는 것 같다. 상식보다는 상식파괴가 우월시되는 세태가 됐다. 봉이 김선달은 축재한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지만 금융비리사건은 돈을 권세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고위 검찰출신의 변호사들을 샀다. 검찰수사에서 나타난 진승현게이트의 3대미스터리 가운데는 예의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더 기대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이역시 부도덕한 한 벤처기업인의 단순협잡으로 종결될테니. /白山

‘미국의 비극’

소설 ‘미국의 비극’은 1925년 미국작가 데오도어 드라이저가 출판했다. 당시의 사회 병소를 예리하게 지적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1920년대 미국의 자본주의가 낳은 입신출세주의, 황금만능주의의 폐해를 묘사한 내용이다.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깨비같은 청년 글리피스가 부호의 딸과 결혼할 욕심으로 임신중인 약혼녀 보버타를 살해한다. 여기까지는 요즘의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흔히 나오는 출세에 눈먼 배신과 비슷하다. 마침내 법정에 선 글리피스는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큰소리친다. ‘나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미국사회에 있다’고 강변한다. 글리피스는 결국 사형에 처해 전기의자에 앉게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자연주의적 수법의 이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당시의 미국사회 비극을 부각시킨데 그치지 않고 장래의 비극을 전망했다고 보는데 있다. 미국은 이밖에도 흑백문제, 마약문제 등이 심각하다. 언젠가는 흑인 대통령이 나온다. 그때 가면 수면밑에 잠재해 있는 인종분쟁이 표면화할 것이다. 마약문제는 연방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오래 됐는데도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걸핏하면 터지는 총기난동사태도 미국사회의 큰 고민이다. 1914년∼1918년의 1차세계대전, 1939년∼1945년의 2차세계대전에 참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끌면서 세계를 주도해왔다. 이같은 주도력이 21세기 들어 만약 상실된다면 외부의 도전이 아닌 미국사회의 내부붕괴에 기인할 것으로 보는 관칙이 있다. 이번 미국대통령선거의 유레없는 혼미가 ‘미국의 비극’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白山

육필(肉筆)

육필(肉筆) 우리나라의 옛 기녀들은 술을 팔아야 하는 ‘서얼적(庶孼的) 인생이었지만 사대부(士大夫) 문화의 어엿한 한 축을 형성하며 풍류와 예술을 교환했다. 고려시대의 동인홍(動人紅), 조선시대의 소춘풍(笑春風), 황진이(黃眞伊), 홍랑(洪娘), 매창(梅窓), 운초(雲楚), 매화(梅花), 명옥(明玉), 송이(松伊) 등은 신분은 비록 기녀이었지만 문학적으로 더 유명한 사람들이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추풍 낙엽에 져도 나를 생각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매라” - 매창 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 황진이 作. “꿈에 뵈는 임이 신의 없다 하건마는/탐탐히 그리울 제 꿈 아니면 어이 보리/저 임아, 꿈이라 말고 자주자주 뵈시소” - 명옥 作. “매화 옛 등걸에 봄절이 돌아오니/옛 피던 가지에 피염직도 하다마는/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 매화 作. 이러한 시조들은 거의 정인(情人)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연시(戀詩)들로 문학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다. 얼마전 육필 원본이 처음 공개된 조선중엽 명기 홍랑의 한글 시조 ‘멧버들 가려 꺾어’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던 작품으로 400여년 전 실제로 있었던 ‘러브스토리’를 증명했다. “멧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밤비에 새잎나거든 이 몸으로 여기소서” 당대의 문장가였던 최경창(崔慶昌·1539∼1583)에게 보낸 이 연시(戀詩)는 컴퓨터 시대에 육필의 소중함과 영원성을 더욱 일깨워준다. /靑河

여군 장성

6·25전쟁중이던 1950년 9월6일 ‘여자 의용군 교육대’로 출발한 우리나라 여군은 포병·기갑·군종을 제외한 모든 병과에 진출해 있다. 1953년 육군 여군 사관후보생 1기를 배출, 현재 45기까지 임관됐다. 공군과 해군은 올해부터 여군 사관후보생을 모집했는데 공군 후보생은 20명 모집에 13대1 이었으며 해군은 현재 모집중이다. 사관학교는 1997년 공군이 처음으로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공군과 육군은 각 75명, 해군은 41명의 사관생도가 엘리트 장교를 꿈 꾸고 있다. 국방부는 지속적으로 여군을 양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2천100여명인 여군을 2003년까지 3천300여명, 2020년까지 7천여명으로 늘려 전체 군 간부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여군은 군 전체의 30%, 미국 14.6%, 캐나다 10.1%, 일본 3.9%, 북한 2%인데 비해 우리 여군은 0.3%에 그치고 있다. 이스라엘 등 나라들은 장교와 하사관은 물론 일반사병까지 여군이 활약하는데 비해 우리는 장교와 하사관만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우리 여군은 장교 501명, 간호장교 796명, 하사관 837명으로 모두 2천134명이며 가장 높은 계급인 대령은 전투병과 2명, 간호병과 6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1호 여성장군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장군은 여군의 숙원일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기진작과 여성인력 확대를 위해서도 빠를수록 좋다. 장성진급인사는 매년 10월 한 차례 실시되는게 관례인데 연내에 별도 진급위원회를 연다고 해도 정식 계급장은 내년이나 달게 된다. 계급장에 별을 단 여군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있고 훌륭하다. 준장뿐 아니라 소장, 중장, 대장 계급장을 단 한국의 여성장군은 언제쯤 배출될 것인가. 여군장성 탄생은 남성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淸河

구절초 꽃

“순백의 사랑을 위하여 피었다./가을 언덕에/구절초 꽃.//그리운 사람 얼굴처럼/산에, 들에/가슴 속에도 피어났다./구절초 꽃.//다시 사랑을 위하여,/순홍의 추억을 위하여/초설이 내려도 향기롭다./구절초 꽃” 어느 시인의 작품 ‘구절초 꽃’이 이 나라 산야에 피었다. 구절초는 시골길 옆이나 밭둑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란다. 키가 30∼50㎝나 되고 꽃이 필때 쯤이면 너무 웃자라 쓰러지기도 한다. 흰색 꽃이 보통이지만 가끔 연한 보라색 또는 분홍색 꽃이 피는 것도 있다. 구절초는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난 등산로 주변에서 자라는 것은 산구절초이다. 한라구절초는 잎이 가늘고 땅에 바짝 붙어 자라며 10∼20㎝정도로 키가 작다. 그러나 꽃은 보통 구절초보다 오히려 큰 것도 많다. 강원도 오대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겹꽃의 산구절초가 자란다. 황해도 서흥 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서흥구절초는 잎이 얕게 갈라졌고, 백두산 해발 2천m 이상 높은 자갈밭에서 자라는 바위구절초는 고산식물의 특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도시 조경에도 구절초를 심어 그 향기가 그윽하다. 늦은 가을 찬서리를 맞으면서 꽃을 피우는 구절초는 초라한 듯 보이지만 고결한 향기를 품고 있다. 온갖 시름과 한(恨)을 가슴에 간직했으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 한국의 여인상 같다. 구절초는 예로부터 향기로운 차와 약초 술의 재료로 쓰였다. 뜨거울 때 조금씩 마시면 향기가 입안에서 오래 남는다. 국화와 함께 불로 장수약으로 써 왔으나 약효 면에서는 구절초를 한 수 위로 쳤다고 한다. 명의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구절초는 건위·보익, 신경통, 정혈, 식욕부진에 좋다”고 했다. 만추에 구절초 꽃 향기 은은한 차(茶)가 그리워진다. /淸河

민주당의 오만

미국의 법률은 쌍방폭행시비에 원인을 중시한다. 예컨대 서로간의 주먹다짐에서 먼저 폭력을 행사한데 맞대응한 폭력은 위법성이 저각된다. 이런 경항은 대체로 동부보단 서부지역이 더하는 등 주별 차이는 약간씩 있으나 대체로 연방법률도 원인을 중시하긴 마찬가지다. 영미법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개척시대의 사회정의 인식이 이렇게 체질화 됐다. 우리는 다르다. 한대 맞은 끝에 한대 때려도 똑같이 처벌된다. 어쩌다 맞대응해 때린 쪽의 상해가 더 나면 먼저 때렸던 사람이 상해진단서를 끊는다는 등 더 기고만장한다. 폭력을 먼저 행사한 책임은 간곳 없고 결과만 따지기 때문이다. 수년전 쌍방폭행 수사에 원인을 참작하라는 대검의 지침이 있었으나 흐지부지 된 것 같다. 이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폭력의 위세가 있으면 피하는게 상수여서 위세가 더 판치는 사회가 돼 간다. 양시론이나 양비론은 시비의 책임소재를 흐리게 하는 수가 많다. 둘다 잘했고, 둘다 잘못했다는 논리는 무사안일이다. 최소한 누가 더 잘했고 누구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쯤은 분명히 가릴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검찰총장 탄핵안 표결을 국회법 절차를 어겨가며 무산시켜놓고 이에 의사일정협의를 거부하는 한나라당에게 공적자금 처리지연의 경제회복을 책임지라는 투로 윽박 지른다. ‘방귀 뀐 ×이 성낸다’는 속담과 같다. 민주당의 말대로라면 김영삼정권때 기아사태처리에 야당(국민회의=민주당)이 발목잡아 환란을 불러들였다는 주장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YS의 말을 믿지 않은 것처럼 민주당의 말도 믿지 않는다. 권력에 도취한듯한 민주당의 오만이 나라를 그르칠까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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