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 전당포?

항간에 “은행이 물건을 잡고 고리(高利)로 돈을 빌려 주는 ‘전당포’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온다. 올 들어 전세값 폭등으로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판국에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자들만 우대하고 담보없이 신용으로 돈을 빌리는 서민들에게는 고금리를 물려 이중고를 겪게 하기 때문에 떠다니는 말들이다. 무주택자들은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보증인은 물론 신용카드 가입, ‘꺾기(구속성예금)’등을 강요하는 은행들의 횡포(?)를 거절할 수가 도저히 없다. 연체기록이 없고 신용도가 높은 고객이라도 아파트 등 그럴 듯한 담보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고금리의 올가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요즘 시중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적용하는 신용대출금리는 일반 회사원을 기준으로 연11∼12%에 달한다. 대출금 한도내에서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는 최고 연11.5∼13%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신용대출자들에게 적용하는 금리는 1년전에 비해 거의 변동이 없다. 집 없는 서민들은 최근의 초저금리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택을 소유한 가계에 빌려주는 담보대출금리는 3월 들어 사실상 연6.7∼7.2%까지 인하됐다. 거기다가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는 고객확보 차원에서 담보설정비와 인지대 등 각종 수수료까지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의 위험가중치가 50%에 불과하지만 신용대출은 100%에 달해 금리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은행측의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은행들이 신용대출에 대한 위험관리 부담을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이어서 집 없는 서민들은 이래 저래 더욱 서럽다. 그렇다고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다. 신용대출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오죽하면 패가망신 당할줄 알면서도 사채를 쓰겠는가. 물론 은행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곳이다. 대출 안받으면 될 거 아니냐는 고약한 은행도 있다고 하니 실은 따질 일도 못된다. 하지만 적어도 돈 놓고 돈 먹는다는 식의 비난은 듣지 말아야 한다. 은행은 ‘ 일반인의 예금을 맡고 그것을 기업 등에 대부하거나 어음 할인 등을 해주는 금융기관임 ’을 잊었는지 돈 급한 사람들의 시계나 금반지를 잡는 옛날의 전당포처럼 돼 가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淸河

고마운 물

지난 1999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100여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물부족 대책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아브제이드 의장은 “아프리카·중동 등지에서 3억명이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다”며 “2050년에는 10억∼24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20세기 국가 분쟁의 원인이 ‘석유’라면 21세기는 ‘물’이 될것이라고 지적했다.이 ‘물부족 우려’는 아프리카·중동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한국을 ‘물부족 국가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04년부터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 2011년에는 연간 20억t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5년 후인 2006년에는 연간 4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물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물절약과 함께 해수의 담수화,인공강우, 중수도(中水道) 등 대체 수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중이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해수의 담수화’는 국내에서도 전남 홍도, 경남 진해 등 40여곳에 시설이 있다. 인위적으로 구름씨(cloud seed)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했는데 국내에서는 1963년 양인기박사 이후 30여년간 중단됐다가 1995년부터 수자원공사가 주축이 돼 다시 착수했다. 한번 쓰고 난 물을 깨끗하게 해서 허드렛물로 다시 쓰는 ‘중수도’는 일종의 ‘자원재활용’이다. 중수도는 수원 삼성전자, 서울 롯데월드 등 대형건물들을 중심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선진국의 40% 수준인 수자원 기술수준을 2010년까지 80% 이상으로 개선하는 한편 기술격차를 5년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수자원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기본은 물을 아끼는 생활습관이다. 물 절약이야말로 댐 건설보다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리고 수질보호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더러운 물로 죽어가는 어린이의 수가 5천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죽어가는 하천을 살리는 일은 사람의 피를 맑게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마실 물이 없는 상황은 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다. 물 문제는 우리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3월22일,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이 사람은 물론 모든 생물의 생명임을 재삼 인식하는 날이다.고마운 물을 주는 자연에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淸河

집권 프리미엄

대학은 여권 실세를 좋아한다. 명예박사 수여는 실세들 환심사기에 가장 좋은 선물. 지난 1998년 이 정부들어 국내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정치권 인사는 52건(42명), 그중 여권이 41건(33명)이며 야권은 11건(9명)에 불과하다. 여권은 김대중대통령이 고려대와 경희대, 부인 이희호여사가 이화여대 덕성여대 동아대, 김홍일의원이 배제대, 권노갑씨가 동국대 경기대, 김중권민주당 대표는 영남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명지대 공주대 동의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야권보다 4배가까운 다수의 박사가 나왔다. 이 정부는 훈장주기도 좋아한다. 집권후 무려 4만6천여개의 각종 훈장을 수여했다. 노태우정권 2만5천175개, 김영삼정권 3만3천309개로 이들이 5년 재임동안 각각 준 훈장보다 훨씬 더많은 훈장을 벌써 주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많은 훈장이 사태날지 모르겠다. 상은 많이 줄수록 좋다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래가지고 훈장의 권위가 제대로 설것인지 의문이다. 명예박사 남발 역시 권위를 의심케 한다. 이 정부의 여당은 돈도 잘 받는다. 민주당의 지난해 후원금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천억대를 넘어선 1천7억원으로 중앙선관위는 공표했다. 이에비해 한나라당 후원금은 277억원에 머물었다. 민주당은 전년에 비해 363억원이 증가하고 한나라당은 63억원이 느는데 그쳤다. 정치자금 후원이란 것이 원래 염량세태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여부야빈’(與富野貧)현상을 굳이 탓할것 까지는 없지만 1천억대 기록은 정말 대단하다. 이때문에 대권을 잡고보자며 그토록 염치, 체면불구하고 설치는지 모르겠다. 권력을 잡으면 명예박사도 풍년들고 훈장도 마음대로 주고 정치자금도 풍성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런 것들이 기준에 과연 합당한지는 객관적 판단에 맡겨야 할것 같다.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자’에게 수여토록한 명예박사 규정(고등교육법시행령)과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자’에게 주도록 한 훈장규정(상훈법)에 얼마나 합치되며 또 진실로 순수한 의미의 정치자금 헌금 인가를…. /白山

道 와 術

두 노비의 다툼에 “네말이 옳다” “네말도 옳다”고 하자 “하나가 옳으면 하나는 그른 법인데 어찌 둘다 옳을수가 있습니까”하는 말에 “네말 또한 옳다”고 한 것은 유명한 황희다. 조선조 태종때부터 관직에 60여년 있으면서 세종땐 영의정을 18년이나 지냈다. 마침내 관직을 물러나 병석에 누워 세종이 문병갔다. 허름한 집안에 청백리의 방바닥이 멍석인 것을 보고 왕이 놀라자 “늙은사람 등 긁는데는 멍석이 제격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네말도 네말도 옳다’고 한것은 사소한 시비에만 관대했을뿐 주관이 없는 무골호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요 국사엔 시비를 분명히 가려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앙녕대군 폐세자땐 극력 반대하다가 태종의 노여움을 사 유배됐다. 다섯번 좌천되거나 파직되고 귀양살이를 세번에 걸쳐 4년동안 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의정부 논의에 배석한 병조판서 김종서를 혼낸 일화가 있다. 그의 앉은 자세가 바르지 못함에 “병판대감 의자가 잘못됐나보다…여봐라 빨리 고쳐 드려라!” 하고 큰소리치자 김종서가 급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나중에 맹사성이 “왜 그에게 그토록 엄히 대하느냐”고 묻자 “우린 다 늙어 퇴물이고 그가 뒤를 이어야 할 것이니 바르게 인도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아랫사람의 시비는 곧잘 따져 강직한듯 하면서도 윗사람의 시비엔 이눈치 저눈치를 살펴 꽁무니를 빼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출세한 사람들은 마치 곡예사 같은 처세술의 달인으로 대개 행세한다. 원칙논리 보다는 상황논리를 앞세운다. 세상살이 방법엔 술(術)과 도(道)가 있다. 술은 재주고 도는 근본이며, 술은 가변인데 비해 도는 불변이다. 황희는 술보다 도를 앞세우며 살았던 분이다. 이에비해 역사에 나타난 간신배들은 하나같이 술에 치우친 위인들이다. 현세에 그 누구도 도를 지키며 산다고 말하긴 무척 어렵다. 그러나 조물주는 인간에게 반성할줄 아는 영혼을 주었다. 술의 해악에 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을 지배하는 권력을 지닌 이들일 수록이 더욱 그러하다. 술의 권력자는 권력을 놓을땐 허전하고 두렵다. 도의 권력자는 권력을 놓을때 빚을 갚은 것처럼 후련해 한다. 황희는 권력에서 물러나면서 노구를 편하게 해주는 세종의 성은에 진실로 감읍했다. /白山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29일 개항을 앞두고 구설이 무성하다. 활주로 간격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동시 이착륙간격 1200m에 비해 3분의1밖에 안되는 414m간격에 불과하다. 보잉사등이 개발하고 있는 ‘하늘의 호텔’이라고 불리우는 600인승 초대형 항공기는 활주로등의 폭이나 길이가 작아 이착륙을 할수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예산도 없고 전문인력도 미흡하여 2단계 시설공사는 엄두 내지 못한다. 잘못하면 지난 1998년 개항한 홍콩 첵랍콕공항과의 경쟁력이 떨어져 세계속 공항이 아닌 지역공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첵랍콕공항은 각종 안전망이 이중 삼중으로 되어 안전도가 높을뿐만 아니라 공항과 시내가 철도로 연결돼 교통이 편리하다. 이에비해 인천국제공항은 교통이나 안전도면이 떨어진다. 오늘자 본지엔 인천국제공항과 관련해 두가지 주목할 만한 기사가 보도됐다. 개항연기론 속에 외국컨설팅 용역사의 부분개항 권고와 인천공항공사의 인적 구조결함이다. 이 두기사는 시설 결함에 겹쳐 인적결함까지 드러내어 많은것을 생객케 한다. 정부는 무성한 개항연기 권유에도 불구하고 오는 29일로 예정된 개항을 강행키로 확정했다. 시험가동에 아무 흠이 없어도 몇달을 두고 검증해야 할판에 시험가동때마다 여기저기 흠이 드러나는 실정에서 개항이 뭐가 그리 급한지, 개항일까지 흠을 고쳐 완비토록 한다지만 글쎄, 그것이 제대로 될는지는 의심스럽다. 첵랍콕공항은 관제탑까지 마비될 만일의 사태를 배려하여 여유관제탑을 세워 쌍둥이 관제탑을 두고 있다. 하자투성인 시스템 오류의 개선없이 무턱대고 개항을 강행하는 배짱이 무척 불안하기만 하다. 축복속에 문을 열어야할 인천국제공항이 출생부터 구설이 심해 안타깝다. 이도 ‘빨리빨리병’때문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도 한다. 그저 아무 탈이없는 개항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만일 예상됐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면 개항을 강행한 책임자들은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져야 할 것이다. /白山

북한 아동문학

북한에서는 ‘유년기’를 “대여섯살이나 예닐곱살 정도의 어린 나이 또는 그런 어린 아이”로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교육제도로 보면 이 나이는 유치원생이나 인민(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그런데 북한 문단에서는 어릴 때부터 김정일 총비서나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아동문학의 한 형태로 ‘유년기문학’을 두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북한의 아동문학 최근호(2월호)는 유년기문학이라는 이름아래 ‘막내손가락’ ‘울다가 웃어요’‘눈사람과 나무인형’ 등 3편의 동요와 동시를 게재, 북한에서의 ‘유년기문학’을 보여 주었다. 북한에서 유년기문학이 언제부터 아동문학의 한 갈래로 자리잡아 왔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근래 몇년사이로 추정된다. 1994년판 문예상식이나 1992년판 조선말대사전 등에도 유년기문학에 대한 설명이나 개념을 정리한 글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아동문학의 한 형태로 유년기문학이 등장한 것은 북한의 문예정책이 문학성이나 예술성보다는 기능성을 더 강조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체제와 환경을 문학의 최대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판문점 넘어서/흰머리 날리며/이기고 돌아오신/우리 할아버지/흙 한줌 움켜쥐고/흐느껴 우시더니/나를 안고 볼 비비며/이젠 또 웃으시네/호호호 할아버지두/유치원생 나처럼/울다가 웃으셔요/웃다가 또 우셔요/장군님의 품에 안긴/이 감격 꿈만 같아/울다가 웃으신대/웃다가 또 우신대” 북송 미전향 장기수가 평양에 들어서는 모습을 그린 동요 ‘울다가 웃어요’를 보면 이 점은 명확하게 나타난다. 북한의 소년, 청년들은 유년기부터 이렇게 체제 우월감과 사회주의에 젖어 성장하는 것이다. 아동문학면에서 남과 북의 ‘문학정신 ’은 이렇게 다르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이상과 희망을 심어주는 예술이다. 문학을 통한 심성교육이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생각은 하얀 창호지와 같아서 최초의 영향으로 선연하게 채색된다. 유년기 때부터 사회주위 체제에 젖은 북쪽 어린이들과 우리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어울리는 경우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동문학의 남북교류는 그래서 시급하다. /淸河

세상사

우리 주위에는 남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것 같다. ‘남의 불행은 나의행복’이라는 ‘해괴’한 말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해괴한 것도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나에게는 좋은‘기회’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상의 경우이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횡사했다면 ‘ 남의 불행’은 나의 도약이 될 수도 있다. 고인이 된 국회의원과의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사람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고인이 전국구의원이라면 더욱 좋다. 대기자가 국회의원직을 자연적으로 승계하게 된다. 어디 국회의원뿐이겠는가. 모든 조직이 다 그러하다.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도 타인의 불행을 나의 발판으로 삼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승진서열이 치열한 직장에서 경쟁자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자기 차례가 빨라질 것이다. 비정한 가상이지만 사실이 그러한 세상이다. 타인의 과거지사를 이해상관도 별로 없이 술자리에서 안주로 삼는 입 가벼운 사람들도 많다. 자신은 전지전능하신지 자리에 없는 타인에 대한 인물평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얼마 전 수원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갑자기 인물 평론가들이 늘어났다. 수원시민들은 “ 그렇게 될 줄 았았다 ”고 비난하는 사람과 “ 절대 그럴 리 없다 ”고 옹호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졌다. 인터넷 수원시청 홈페이지에는 연일 시장 관련 글이 봇물이 이룬다. “ 시장월급도 안받는 걸로 아는데 뭐가 아쉬워 돈을 받겠느냐 ”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 왜 뇌물은 드셔가지구 수원 망신 시키느냐 ”는 글도 있다. 앞으로 재판결과에서 나타나겠지만 수원시장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남기고 수감됐다고 한다. 박종진 광주군수, 이성환 과천시장, 송진섭 전 안산시장, 이석용 전 안양시장 등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대법원의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고 14일에도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김일수 전 화성군수가 서울고법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았다. 무죄판결은 받았지만 그동안 받은 수모와 비난과 짓밟힌 인격은 누가 대변하며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가.이들 시장·군수들도 구속전후에는 수원시장처럼 주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무죄 판결은 받았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상처뿐인 결백이다.아마 무죄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게다. 뇌물수수가 사실이라면 ‘가면 쓴 두 얼굴’이지만 수원시장의 경우도 그의 말처럼 ‘사필귀정’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사란 것이 원래 잔혹한 면이 더 많은 모양이다. /淸河

이상한 교육열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대개 취학 전 4세무렵부터 시작된다. 영아교육을 주장하며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는 극성스런 젊은 어머니들도 있지만 보통은 학습지로 한글공부를 시킨다. 글자와 숫자 공부를 같이하는데 한달에 10∼20만원 정도 든다. 6세가 되면 거의 유치원에 가는데 시설과 교육내용에 따라 20만원∼100만원선이다.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4세 때부터 한글외에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도 많다. 거기다가 피아노 바이올린 수영 태권도 등 예체능을 추가로 가르치면 아이의 한달 과외교육비는 웬만한 월급쟁이 월급을 훌쩍 뛰어 넘는다. 오전엔 동네 유치원을, 오후엔 1주일에 3회씩 영어와 피아노학원 등에 다니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젊은 어머니들은 임신을 하면 태교에 정성을 기울이고 아기가 태어날 때쯤 되면 정상아이기만을 기원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자식을 얻은 기쁨에 건강하게만 자라도록 바란다. 그러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의 욕심은 한없이 부풀어진다. 옹알이만 해도 아이가 말을 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아기 엄마들을 그래서 귀여운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이웃집 아이보다 숫자와 글을 조금이라도 일찍 깨친다 싶으면 대개가 “ 우리 아이는 천재인가 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소위 ‘ 영재학원 ’이라는 곳은 학원응시료만 해도 10만원을 웃도는데도 신청자가 쇄도한다. 학원비가 월 수십만원인데도 수백명이 대기중이라니 우리의 아이들은 모두 영재인 모양이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을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확대한 유아대상 과외공부는 음악, 스포츠 종목과 같은 특수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른 시기에 과도하게 문자 교육에 노출된 아이일수록 학습 스트레스로 초등학교 진학 이후 학습 능력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한다. 기능과 학습 위주의 인지교육은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학대라고도 할 수 있다. 어린 묘목에 비료를 너무 주면 고사하는 것 같은 이치와 마찬가지다. 한글과 숫자 터득 정도는 요즘 아이들은 하도 영리해서 어머니가 집에서 잠간씩만 가르쳐도 금방 깨친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공부를 가르치는 정다운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는 세태도 아쉽지만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소팔고 논 팔아 교육시키고 가장의 월급과 맞먹는 과외비도 아깝지 않게 여기는 한국의 교육열은 알아줘야 한다. /淸河

최은희 여기자상

근대 격동기의 여기자로 눈부신 활약을 보인 추계(秋溪) 최은희(崔恩喜)여사, 그가 조선일보에 입사한 것은 1924년 일본여자대학 사회사업학부 3학년 때였다. 학예부, 사회부, 정치부기자를 거쳐 학예부장까지 지내면서 필명을 떨쳤다. 민족계몽의 기자정신이 투철했던 최은희기자는 어려운 동포들 돕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경기여자고등보통학교(경기여고)시절 일어난 3·1만세 독립운동땐 열여섯의 나이에 참가, 일경에 체포돼 두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일제때인 1927년 신간회 자매단체 근우회를 시작으로 광복후 1960년대말까지 여성운동을 주도한 선각자였다. 한국여성운동의 사료를 집대성한 ‘조국을 찾기까지’(상·중·하권), ‘근역의 방향’, ‘씨뿌리는 여성’, 여성전진 70년’등 지칠줄 모른 저서활동으로 역작을 남겼다. ‘최은희여기자상’이 제정된 것은 1984년 8월 17일 81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기 1년전 병상의 유언에 의해서다. “후배 여기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평생모은 당시로써는 거액인 5천만원을 자신이 몸담았던 조선일보사에 기탁했다. ‘최은희 여기자상’의 기금이된 이돈은 이불자락을 씻을때 뽑은 실밥을 다시 썼을만큼 근검절약으로 모은 원고료 였다고 한다. 외면보다는 내실을 기해 평생 사치를 몰랐던 분이다. 조선일보사내에 있는 ‘최은희여기자상 관리위원회’가 지난 1984년 첫시상이래 열여덟번째가 되는 올 수상자 후보를 오는 31일까지 공모한다. 명실공히 국내 여기자상의 최고 권위를 지닌 이 상은 일간신문, 방송, 통신사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는 여기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는 약420만원의 상금과 순금메달외에 도자기, 자전거, 램프세트, 상해보험증권 등 푸짐한 부상이 주어진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는 지방언론사 여기자도 두명이 있다. 여기자가 늘어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좀더 아쉬운 것은 평생직업의 프로의식이 요구되는 점이다. 앞으로 지방사 수상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후배 여기자들의 왕성한 성장을 기대하고 싶다. 수원대학교 금융공과대학원장으로 있는 이달순박사가 최은희여사의 맏아들이다. /白山

김정일과 부시

영화를 좋아하는 김정일위원장이 만약 다른 길을 택했다면 영화감독이 됐을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건배를 단숨에 쭉 들이키고 사인을 크게 갈겨쓰는 성격에서 그런 기질을 발견할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도 꽤나 호탕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난봉꾼 노릇도 하고 석유사업을 한답시고 돈도 많이 버렸다. 텍사스주지사가 되기전까지는 아버지 부시의 속을 적잖게 썩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김위원장과 부시대통령의 두사람 성격은 좀 비슷한데가 있다. 성격이 비슷한 두사람 사이의 이해를 돕기위해 김대중대통령은 미국방문에서 무던히도 애썼다. 김대통령에 대한 부시의 ‘디스 맨’(this man) 호칭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어느 중앙지의 워싱턴발 보도내용이다. 지난 8일 한미정상회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가 김대통령을 그렇게 호칭했다는 것이다. ‘국가원수를 비하 했다’는 것과 ‘친근감을 나타낸것’이라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친근감으로 보는 관점은 ‘부시가 대화도중 몇차례 김대통령의 팔을 붙잡는 등 친근감 있게 얘기를 이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워싱턴발 보도는 ‘디스 맨’을 ‘이 양반’이라고 의역했지만 직역하면 ‘이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양반이란 어휘가 있을수 없으니 전자보단 후자가 더 맞지 않은가 생각된다. 우리가 강대국 같으면 감히 그럴수 있겠는가를 생각케 한다. 고깝게 생각하자면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격식을 파탈하는 친근감의 표시로 보고싶다. 남북정상회담과 신문사사장단 방북 보도의 텔레비전 화면에서 김정일위원장의 말이나 제스처에 종잡기가 어려울 만큼 심한 파탈을 볼수가 있었다. 이는 어떤 속셈이 의도된 작위일수 있지만 성격이 걸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보일수 없기는 김위원장이나 부시대통령이나 다 마찬가지다. 북·미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격이 비슷한 두사람간에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길이 빨리 트이면 좋겠다. /白山

성희롱 조사

성희롱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가령 봄철 새옷으로 화사하게 차려입은 동료여성보고 “오늘 예뻐보이네요!”하는것도 성희롱일수가 있다. 반대로 여성이 동료남성보고 “오늘 멋지네요!”하는것은 성희롱이 아니다. 이래선지 직장의 남녀동료간이 많이 삭막해졌다고 한다. 좀 삭막해져도 좋으니 성희롱은 추방돼야 하는것은 맞다. 남성들도 여성가족이 있어 성희롱은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간접피해가 될수 있으므로 남성들 또한 성희롱은 삼가야 하는것이다. 성희롱실태조사가 다른곳도 아닌 관가에서 실시되고 있어 그렇게도 할일이 없는가 생각된다. 행자부가 16개 시·도 본청 전체와 24개 시·군·구를 표본으로 전 여성공무원을 소집, 20개사례 항목에 걸친 설문조사로 벌이고 있는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공무원들이 근무중에 성희롱이나 일삼는것처럼 보일것 같아 걱정된다. 성희롱 금지는 마땅히 강조돼야하지만 실태조사라는것 자체가 되레 성희롱같은 생각이 든다. 여성공무원들중에도 적잖게 불쾌하게 여기는 것으로 들린다. 성희롱은 보편적 상식과 도덕속에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나면 사안에 따로 구체적으로 응징하는것이 순리다. 여성미 과시속에 남성이 성적 농담 한마디쯤 못하는것이 힘들지 몰라도 그런 농담은 자제돼야 하는것이 정상적인 사회다. 싱가포르를 다녀온 여행객들 말을 들으면 그곳은 더 철저하다. 심지어는 술집 여종업원들에게조차 성희롱이 금지된 모양이다. 남성외국인 관광객이 어쩌다 취흥에 겨워 가슴을 접촉하면 곤장감이라는 것이다. 여종업원이 경찰에 신고해서 붙들려가면 조선시대의 곤장과 비슷한 곤장으로 볼기를 맞는다고 한다. 우리는 곤장을 때리지 않아 싱가포르 정도로는 아직 엄격하지 않은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공무원 사회의 성희롱 실태조사는 아무래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白山

은폐된 일본만행

1945년 8월 24일 발생한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이라는 참변이 있다. 일본 북방경비의 중추역할을 맡았던 혼슈(本州)섬 최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시모키타(下北)반도에 강제징용당한 조선인 7천여명을 태우고 인근 오미나토(大湊)항을 출발해 한국 부산으로 향하던 4천730t급 일본 해군함 우키시마호가 일본 교토(京都)시 근방 마이즈루(舞鶴)항 근해에서 폭발, 침몰하면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해난사고다.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군측 기뢰에 의한 촉뢰사고로 한국인 524명과 일본 해군승무원 2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은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을 짐승처럼 혹사시키며 죽음으로 내몬 전력을 은폐하기 위해 패전직후 징용자들을 반강제로 배에 태운 채 갑판에 폭발물을 설치, 수천명을 한꺼번에 일본 바다에 수장시킨 만행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었다. 일본 해군이 계획적으로 갑판에 폭탄을 설치한 폭침음모가 확실한 근거로는 폭발소리가 나기 10분전에 일본 해군 300여명이 소지품을 모두 바다에 버린채 구명보트로 탈출한 점이다. 촉뢰사고일 경우 나타나는 50∼60m의 물기둥이 없었으며 1954년 10월 오사카(大阪) 국제신문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에 철판이 바깥쪽에 부풀려 있는 것도 배안에서 폭발한 증거이다. 우키시마호 침몰 지점이 해안에서 겨우 300m로 육지까지 헤엄쳐 10분정도 걸리는 곳에 미군이 기뢰를 부설한 까닭이 없다는 등 고의적 폭침의혹을 제기하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변명 잘 하는 일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수상하다. 일본은 지난 6일 개회된 제58차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제네바)에 제출한 보고서에까지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중이다.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배경에서 강제징용 등의 사실(史實)을 생략하고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 거주하게 됐다고 얼버무렸는가 하면, 한반도 식민지배도 ‘이른바 통치’쯤으로 호도한 것이다. 이러한 때에 ‘ 우키시마호 폭침사건 ’은 ‘ 미시스카 학살사건 ·1945년 8월18일 경찰서 유치장 방화로 징용자들을 불태워 죽인 사건 ’및 ‘ 미지호 학살사건· 1945년 8월19일 징용자들을 냉장고에 넣어 얼어죽여 바다에 던진 사건 ’과 병행하여 남북한이 정부차원으로 힘을 합쳐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일본의 만행이다. /淸河

화병

울화병의 준말인 화병(火病)은 우리나라에서만 볼수 있는 독특한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분노를 억제하는 것은 한국적 정서인 한(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화병은 1995년미국정신의학회에서 ‘한국민속증후군’이란 학술용어로 정식 규정된 바 있다. 화병의 근본원인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이다. 예부터 ‘화병으로 죽었다’는 말이 전해 오듯 치료하지 않은 만성적 화병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절대 예사로 넘기면 안되는 병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분노·불면·심한 피로감, 우을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인데 특히 가슴 속에 화(火)를 담아두고 사는 사람이 화병에 걸린다고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KBS TV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에 등장하는 궁예의 질환도 화병이라고 한다. 갑자기 가슴에 통징을 느끼며 독주로 견뎌 궁예의 병을 내는 정신분열증 같기도 하며 또 협심증이나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을 연상케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밀접한 질병인 ‘화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제국의 꿈을 이루려는 궁예의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그로인한 좌절과 불안은 폭음과 함께 소위 ‘관심법’을 써서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화병은 현대인들에게도 많이 발병하는 질환중 하나이다. 퇴출 등 은행대출빚에 경제위기로 인해 늘 불안에 떨고 있는 직장인, 신용카드나 밤낮없이 시달리는 서민들,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에 부대끼는 여성들,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 직장상사와의 마찰에 고민하는 사원 등 복잡한 사회구조와 생존경쟁 속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모두다 화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 화(禍)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등이 화병예방수칙 이라고 하지만 화병 환자들은 점점 늘어난다. 이나라 정치가 그렇고 실직자가 늘어나는 사회가 모두 화병의 근원이다. 나만 잘났다고 큰소리 치는 경거망언도 남에게 화병을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대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억제하는 성향이 강하고 체면이나 가문, 전통, 규범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참는 것도 병이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淸河

임진강 사업

경의선 복원공사와 개성공단 추진에 비해 뚜렷한 합의를 보지 못한 ‘ 임진강 수해 방지사업 ’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전후하여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 사업은 임진강 유역에 살고 있는 주민과 생활터전을 수마로부터 구출하는 남북모두의 숙원사업이다.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하는 임진강은 총길이 254㎞로 북한에서 173㎞, 남한에서는 81㎞ 구간을 흐른다. 강원도 고미탄천과 경기 평안천, 한탄강 등과 합류하고 고랑포를 지나 다시 문산천과 합쳐서 황해로 흘러 나가는데 하구에서는 한강과도 합친다. 전체 유역면적 8천117㎢ 중 북한에 3분의2인 5천109㎢가 걸쳐있고 남한에 3천8㎢가 위치했는데 군사분계선 주변지역을 유역으로 끼고 있어 홍수피해가 적지 않았다. 임진강 유역의 평균 강우량은 연1천200mm지만 지난 1996년과 1998년, 1999년 이틀 사이에 800∼900mm가 쏟아진 집중호우로 남한에만 232명의 인명피해와 1조6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북한도 마찬가지여서 남북 모두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임진강 사업은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시 정보교환과 경보체계 설치 등 시급하고 초기적인 협력과 전기생산을 위한 다목적 댐 등 장기적인 대책으로 나눠 구상되고 있지만 최대 쟁점은 댐 건설 문제다. 댐 건설에는 어느 지점에 얼마 규모로 지을 것이며 관리주체, 수몰대책과 환경파괴 등 많은 문제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최근 몇년간 인공위성 사진분석 등을 통한 임진강 유역조사 작업을 실시, 북측지역인 강원도 이천군과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일대 등 2곳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그런데 댐이 북측지역에 위치할 경우 관리주체 문제가 생긴다. 저수량 10억t 이상의 댐은 어마어마한 공격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수몰에 따른 군사분계선 지역의 지형변화와 이에 따른 군대 재배치, 수몰지역 피해보상 등 문제도 뒤따른다. 임진강 사업이 갖는 의의는 댐건설 과정에서 남북간의 경제적 협력은 물론 이처럼 미묘한 정치적 군사적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분단의 한을 씻어줄 임진강 사업에 걸고 있는 국민의 기대는 그래서 더욱 크다. /淸河

여성과 남성

하이힐이 여성미를 살려주는 것일까. 영국의 여성들이 성적매력등을 과시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다는 어느 신문보도는 흥미롭다. 옥스퍼드셔 시립병원 연구팀이 실시한 이 조사는 하이힐이 불편한 점은 있어도 바꾸지 않겠다는 여성이 놀랍게도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우리는 근세 개화기에 하이힐을 ‘뾰죽구두’라고 했다. ‘뾰죽구두’는 멋쟁이 신여성의 상징이었다. 알고보면 ‘뾰죽구두’는 서양의 전족(纏足)이다. 중국에서 당나라 말기부터 시작돼 청말에 금지된 전족은 여성의 성장기에 발을 피륙으로 감아 크지 못하도록 했다. 성인이되면서 뒤뚱거리며 걷는 걸음 걸이로 섹스의 매력을 키우고자 하는 남성취향의 잔혹한 풍속이었다. 하이힐은 비록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외형의 매력포인트는 전족의 원리와 거의 비슷하다. 일본인들 여성은 八자 걸음을 여성의 부도로 강조해 지금도 그렇게 걷는것을 미덕으로 알고있다. 이 역시 전족이나 하이힐의 매력포인트와 일치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좀 다른 각도에서 강조하였다. 여자가 앉을땐 발뒤꿈치로 포인트를 강조하는 것이 규방문화의 교습이었다. 행세깨나 하는 양반집안의 규방교습에서 발뒤꿈치 좌세를 가르친 것은 시집가서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한 딸의 장래를 배려한 것이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에게 성적 매력이 강조된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이를 추하게 보거나 여성비하로 여기는 것은 절대적 위선이며 가식이다. 때마침 섹스심벌의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가 하버드大 성교육센터 설립을 위해 1천250만달러(16억원)을 기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폰다는 “우리는 여전히 여성과 남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에대한 연구기금으로 사재를 쾌척했다. 여성운동가로 활약해온 그녀가 거액을 희사한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우리의 여성운동은 내용이 너무 빈곤하다. 심지어 남녀의 원초적 자태마저 남녀차별로 왜곡하곤 한다. 여권을 위해 거액을 기증하는 것만이 여성운동의 능사는 아니지만 우리의 여성운동도 좀더 남성동등의 실체에 접근하는 고차원으로 승화되면 좋겠다. /白山

두 화재의 참사

우리는 생전의 그들 노고에 얼마나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는가 생각해 본다. 사선을 넘나드는 위험수당이란게 고작 월 2만원이다. 지난 4일 서울 홍제동 화재에 인명을 구하려다가 집이 무너져 순직한 박동규소방장(46) 등 6명에 대한 영결식이 서울소방방재본부葬으로 오늘 치러진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돌보지 않은 분들이다. 아들 이름을 부르다가 실신한 늙은 아버지, 병든 어머니를 돌보느라고 노총각이 된 아들, 박봉에 어렵게 살면서도 직무에 묵묵히 충실했던 고인들의 눈시울 붉히는 사연 또한 가지가지다. 1계급 특진과 훈장이 추서되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그것으로 고인의 넋을 달랠수 있을는지, 유족들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걱정이다. 하루보통 14시간 근무에 10회 출동하는 고된 일과속에 작년 한해만도 100여명이 순직하거나 부상했다. 지난 5년동안 38명이 숨지고 735명이 다쳤다. 소방사상 초유의 최대순직을 낸 이번 화재사건을 계기로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좀더 강화되면 좋겠다. 정부가 당장 처우는 개선해주진 못할지언정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해줄 의무는 있다. 무전기가 달린 헬멧, 방열복, 방수복같은 개인장비 보강이 시급하다. 지난 4일 또 발생한 서울 세곡동 화훼단지 이일행씨(59) 비닐하우스 화재로 3대 일가족 10명이 숨진 참사역시 심히 안타깝다. IMF사태로 사업을 실패해 화훼재배로 마지막 재기를 노리며 집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살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가족중엔 백일을 갓지난 아기까지 희생됐으니 정말 참담한 일이다. 지난 일요일에 일어난 두 화재 사건의 집단희생은 인명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케 해준다. 삭막한 생활을 허겁지겁 살다보니 어디서 사람이 다쳤다고 해도 신경이 많이 무디어 지긴 했지만 사람사는 사회는 인명을 존중할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인간사회다. 서로 인명을 소중히 아는 인간사회가 사람다운 삶이라 할 것이다. /白山

요미우리신문 妄言

고려때 원나라, 조선땐 청나라에 공녀를 바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딸가진 백성은 공녀를 피하기 위해 조혼을 서둘렀다. 이와 비슷한 조혼풍습이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일제말에 있었다. 그들말로 ‘대이신다이’라고 했던 정신대로 뽑혀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일본경찰에 잘못보이거나 밉보인 힘없는 집 딸을 끌어가기도 하고 한창 심할땐 산나물캐는 댕기머리 처녀들을 싹슬이 해가기도 했다. 강제로 끌어가면서 하는 말이 ‘큰돈벌어 집안을 돕도록 한다’고 했으나 돈벌기는 커녕 목숨 부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무렵에 또 징병 학병으로 끌려간 우리 젊은이들이 많았다. 일본군으로 끌려가는 징병이나 학병들이 떠날땐 역에 군중동원을 하여 거창한 환송식을 하곤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지지대子도 일장기를 흔들며 ‘댄노해이까 반사이’(천황폐하만세)와 일본군가를 부르는 환송식에 자주 나갔다. (어른들도 많이 강제 동원됐다. 일제때 산 사람의 친일행각 한계를 폭넓게 보고자 하는 전후 지식인의 시각이 이점에서 항상 의문이다.) 이에비해 징병이나 학병과는 달리 정신대와 이밖에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징용(전쟁터나 전쟁을 위한 강제노역)을 나가는 사람들은 환송식은 고사하고 되도록이면 남의 눈에 덜띠게 조용히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도(강변으로라도) 명분을 내세우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2일자 사설에서 ‘정신대는 전시 근로동원’이란 제하로 ‘우리의 역사교과서 정정촉구를 내정간섭’ 이라고 우긴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과 지식인의 지성을 의심케 한다. 도대체 연약한 어린 처녀들이 전쟁터에서 무슨 근로동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죽음으로 내몬 일본군의 알량한 사기란 것을 위해 집단윤간의 성 놀이개로 삼은것이 전시근로란 것인지. 그들말대로 위대한 성전의 근로라면 ‘댄노’(천황)의 적자임을 자임한 일본인 여성은 왜 단 한명도 ‘대이신다이’에 안보냈는지 설명해야 한다. 같은 2차대전 패전국이면서도 일본과 독일은 너무 다르다. 독일은 나치의 만행을 다 인정하고 충분한 보상에 앞장섰다. 일본은 저들의 군벌이 저진 만행에 사과는커녕 오히려 복고적 향수에 젖어있다. 믿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白山

畵仙 장승업

畵仙 장승업 안견(安堅·생몰년 미상)· 김홍도(金弘道·1760∼?)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히는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943∼1897)은 술과 여자를 몹시 좋아하여 미인이 옆에서 술을 따라야 좋은 그림이 나왔고 아무 것에도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방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전해진다. 오원의 호방한 기질은 강렬한 필법과 묵법(墨法), 그리고 과장된 형태와 특이한 설채법(設彩法)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오원은 산수·인물·영모(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기명절지(器皿折枝·여러가지 그릇 붙이와 화초의 가지를 섞어서 그린 그림)·사군자 등 여러 분야의 소재를 폭넓게 다루었다. 일찍 부모를 여읜 오원은 매우 가난하여 의탁할 곳이 없다가 수표교(水標橋) 부근에 살고 있던 이응헌(李應憲)의 집에 기숙하면서 어깨너머로 글공부와 중국 원(元)·명(明)이래의 명적(名蹟)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신(神)이 통한 듯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게 되어 화명을 날렸다고 한다. 40세를 전후하여 명성이 더욱 높아져 왕실의 초빙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감찰’이란 관직을 제수받기도 했다.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산수도’ ‘귀거래도’ ‘기명절지도’ ‘호취도·豪鷲圖 ’ ‘ 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등 우리나라 근대회화의 토대를 이룬 수 많은 걸작을 남긴 오원은 조선시대 당시 암울한 정치적 배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수예술만을 고집해 숱한 오해와 비판을 받았다. 술을 예술처럼 사랑한 오원은 구한말에서 일제초기 산수화를 거쳐 현대 한국화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러한 오원의 예술인생을 임권택 감독이 스크린에 담는다고 한다. 판소리 영화 ‘서편제’ ‘춘향뎐’을 만든 ‘예술영화의 거장’임감독이 화가의 삶을 스크린에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지만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천재 화가의 삶을 담아낼 이 영화의 영상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영화로 부활하는 화선(畵仙)의 예술혼과 인생이 기다려진다. /淸 河

여자박사

박사학위를 따는 데 걸리는 기간은 남자가 62개월, 여자 65.7개월로 여자가 더 길다고 한다. 박사취득에 든 등록금, 책값, 논문심사비 등 직접 경비는 평균 2천422만원, 생활비는 4천439만원, 여기에 공부하느라 취업을 유보한 기회비용과 생활비 등을 합치면 1억4천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박사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조사한 ‘여성고급 인적자원의 활용실태 및 개선 방안’보고서를 보면 ‘박사님들 세계’에서도 성차별이 나타난다. 1980년 한해 동안 배출된 여자박사는 50명이었는데 2000년에는 1천503명으로 30배 늘었다. 또 2000년 국내파 여자박사는 20년 전에 비해 52배로 증가했다. 여자박사의 연평균 증가율은 22%로 11%인 남자박사의 2배에 이르고 있다. 남자박사는 1980년 780명에서 2000년 5천661명으로 7.3배 늘었고 국내박사는 8배 증가했다. 1945년 8·15 이후에 배출된 박사는 모두 9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여자박사는 1만2천500여명으로 13.7%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들의 ‘고급두뇌’가 탄생하는 현상은 좋지만 문제는 ‘취업’이다. 여자박사의 취업현황은 대학교수(42.5%), 개업 등 자영업(11.5%), 연구소(3%) 등의 순이며 40%인 5천여명이 시간강사 등으로 불완전 취업했거나 취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최근 고사위기에 처한 인문 사회분야 전공자가 37.7%나 되지만 수요는 계속 줄어 취업난이 가증되고 있다. 여자교수는 한해 340명 정도 채용되는데 매년 640명의 박사가 배출돼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흡수되지 못한 박사들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박사의 연평균 소득도 너무 적다. 남자 2천668만원, 여자 1천620만원이며 시간강사의 소득은 남자 956만원, 여자 866만원으로 월수입이 70만∼8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안이라는 것도 난감하다 대학의 전임교원 수를 늘리고 대학 재정지원 평가 때 ‘성평등 교수고용 우수 대학’에 가산점을 줘 여자박사의 과도한 실업난을 완화토록 요청하는 정도다. 강사료 현실화와 함께 기초연구소 증설, 민간업체 취업확대 등도 필요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박사라는 최고 석학들이 이렇게 푸대접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한국의 박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淸河

숫자와 생활

옛 동양인들은 숫자관념이 희박했던 것 같다. ‘백발삼천척’(白髮 三千尺)이란 과장된 시구가 있다. 다과, 대소를 정확한 수치보다 는 모양새를 들어 즐겨 표현했다. 고전에 나오는 ‘백만대군’이 니 ‘십만대군’이니 하는 말도 규모가 컸다는 것뿐 당시의 인구로 는 당치않는 병력이다. (참고:조선의 경우,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 선 것은 16세기 중반이다) 조선조 호구조사도 수령방백들이 조정 의 부세량을 줄이기 위해 인구를 줄여 보고 하기가 일쑤였다. 그런 가하면 흉년이나 돌림병으로 인구가 실제로 크게 줄어도 조정의 질 책이 두려워 과거의 호구를 그대로 보고하곤 했다. 해방후 한동안 사회에 성행했던 ‘코리언타임’이라는 것도 숫자관 념의 희박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쯤 늦는 것 은 으레 있는 일이고 1시간이나 늦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개인간 사생활도 그랬고 심지어 무슨 공식행사의 개회시간 같은 것도 그랬 다. 이때문에 그 무렵 국내에 와 있던 외국인들이 붙여준 불명예 가 ‘코리언타임’이다. 현대사회는 수치속에 영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나면 주민 등록번호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남자는 군번을 갖게 된다. 이밖 에 또 있다. 전화, 핸드폰, 승용차, 예금계좌, 카드계좌 번호는 기 본처럼 돼 있다. 이도 한가지에 하나뿐이 아니고 몇개씩 갖기도 한 다. 아마 자기주변의 자기번호를 일일이 다 외우고 있기가 어려울 만큼 우리는 자신도 모른사이 번호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단독주 택같으면 지번, 공동주택같으면 동·호수의 주거번호가 또 있다. 자 기집뿐만이 아니고 친·인척이나 친지가 아파트에 살면 그집 동·호 수도 알고 있어야 할만큼 우리는 숫자와 가깝게 지낸다. 인천시의 각 구청이 추진하는 새주소사업이 들쭉날쭉하고 규격 등 이 통일되지 않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새주 소사업이 주민생활에 편익을 주지 못하고 되레 숫자의 혼란만 주어 서는 아예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할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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