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임용 관련 회의록 허위작성, 선발 지연작전(내정자를 뽑기위해), 무자격자를 정년보장 교수로 채용, 수학교수가 현대문학교수 임용을 심사하는 등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적발한 교수임용 실태감사 보도내용의 일부다. 감사는 국립 2개대, 사립 8개대 등 10개 대학에 대해 실시했다. 이같은 실태는 작금의 일은 아니다. 조금도 시정되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박사학위 소지자를 겸임교수로 채용한다고 공고해 놓고 고졸자를 채용한 사례도 있다. 하긴 특정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라면 고졸자라고 강의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럴바엔 자격조건으로 학위제시를 말았어야 한다. 겸임교수는 시간강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대학이 가장 애용하는 품목이다. 월급이 기껏 50만원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정식교수 한 사람의 인건비로 여러 과목의 인건비로 쓸 수 있는 것이 겸임교수다. 대학에 따라서는 대학원이 운영하는 비정규 학력의 일반인 단기강좌 수강생 모집도 할당한다. 그래도 겸임교수를 하겠다고 기를 쓰고 덤벼들어 모집때면 경쟁이 치열하다. 교수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시간강사 또한 대우가 겸임교수 수준이지만 전임강사를 바라보고 열심히 뛴다. 국내 대학에 대체로 시간강사와 겸임교수가 넘쳐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대학측은 이를 재정의 열악성 탓이라고 말한다. 지성의 전당, 학문연구의 보고라는 국내 대학이 이래서는 외국의 대학과 경쟁능력이 있을 수 없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오는 가을부터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 런던정경대에서 강의를 맡는다고 한다. 그에게 영국은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유학했던 곳이기도 하다. 객원교수로 국제정치학을 강의할 클린턴의 연봉은 우리 돈으로 약2억1천600만원에 해당하는 12만파운드며 출강때면 묵을 숙소를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외의 교수로 초빙하는 것이 객원교수다. 국내 대학에서는 정원에 드는 겸임교수, 시간강사의 인건비마저 무척 인색한 마당에 객원교수에 거액을 투자하는 외국의 대학이 무척 부럽다. 국내 대학이 장차 세계수준에 접근하려면 경쟁력 회생이 불가능한 대학답지 않은 대학은 차라리 일찌감치 도태돼야 한다. /白山

악수

‘정치인의 손에는 지문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많이 한다는 얘기다. 정치인에게 하루 100∼200회의 악수는 보통이다. 선거 때는 매일 1천명 이상과 악수한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악수로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 고교 재학시절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험프리 전 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늘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흔들도록 허용하면 선거에서 진다. 먼저 상대방의 손을 잡고 흔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악수를 싫어하는 정치인도 있다. 2000년 미국 대선출마를 검토했던 부동산 왕 도널드 트럼프는 악수를 “야만적이고 불결하며 감기를 옮길 수도 있는 접촉”이라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엘리자베스 돌 적십자사 총재도 악수를 하는 즉시 손을 씻는 습관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악수를 청하기보다 받는 쪽이다.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가면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몰려와 집단적으로 악수공세를 펼치곤 한다. 박 부총재 역시 악수를 즐기며 잘 하는 의원으로 꼽힌다. 반드시 두손으로 악수를 하고 상대보다 허리를 많이 굽힌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따스한 느낌이 가는 악수를 한다고 전한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오른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 오른손 등을 조용히 감싼다. 다정한 눈길로 상대방의 근황을 묻는 등 정감있는 말을 건넨다고 한다.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은 늘 당당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상대방 손을 굳게 잡는다. 악수하는 폼 때문데 ‘역시 이인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악수는 민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악수 예찬론자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총리 시절 정부청사 여직원과 수위들에게도 정중하게 악수를 해 화제가 됐다. 총리를 그만두고 청사를 떠날 때는 화장실 뒷정리하는 여직원을 밖에서 기다렸다가 악수할 정도였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악수는 단순한 인사 수단이 아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악수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악수한 수만큼 표를 얻는다고는 하지만 악수는 두 사람의 손을 통해 혈맥이 만나야 한다.진정한 악수를 건네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를 몰라 섭섭하다. /청하

전통음료

청량 음료는 말 그대로 마셔서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음료다. 하지만 섬유 음료나 스포츠 음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량 음료에는 설탕이 10%나 들어있다. 이렇게 당분이 많은 든 음료를 마시면 오히려 갈증을 부채질하고 비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산도가 높아 치아를 쉽게 부식시키고 충치를 생기게 하므로 청량 음료를 마신 후에는 양치질을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이 소다수와 같이 거품이 있는 청량 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호로몬 이상 분비로 여자는 유방암, 남자는 전립선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적당히 양을 조절해서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런데‘우리 몸은 전통 음료를 원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금수강산의 좋은 물로 음료를 만들었다. 특히 계절적인 감각을 음료에 담았다. 이른 봄에는 진달래꽃을 따다가 오미자국물에 띄워 진달래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했으며, 원소병(元宵餠)·유자장(柚子漿) 등 건강에 좋고 맛도 뛰어난 전통 음료를 즐겼다. 우리의 전통 음료엔 자연의 멋과 선조들의 풍류가 깃들어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유자장은 유자의 껍질을 저며서 꿀이나 설탕에 재워 우러나온 맑은 유자즙, 즉 유자청을 물에 타서 마시는 저장 음료의 하나다. 유자장은 건더기를 걸러서 버리고 맑은 액인 유자청만을 병에 담아 두고 한여름에 차게 해서 마신다는 점에서 유자차와 다르다. 유자는 예로부터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널리 이용돼 왔으며 신경통이나 풍(風)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자가 함유한 ‘헤스페리딘’이라는 성분이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신맛 덕분에 한 여름에 마시면 갈증을 해소하고, 체하거나 토하고 설사가 심할 때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쫓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마시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직접 만든 전통 음료로 여름을 건강하고 시원하게 나는 것도 생활의 지혜라고 하겠다. 도심이나 시골의 전통찻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전통 음료를 원한다’는 말은 거듭 새겨 들을만 하다. / 淸河

克日

1931년 9월18일 심양 북쪽에 있는 간선철도가 일본군에 의해 폭파되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군은 이를 중국군 소행이라고 날조, 전쟁을 일으켜 중국 동북부 일원을 장악했다. 이듬해 3월에 만주라는 국호의 일본의 괴뢰정부를 세워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이것이 만주사변이다. 1937년 7월7일 북경 근교 영정강 다리 노구교에서 일본군은 훈련중인 중국군을 향해 일부러 총을 쏘아 무력충돌을 도발했다. 그러나 중국군이 먼저 일본군을 향해 총을 쏘아댄 것처럼 사건을 조작했다. 이른바 노구교사건이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중일전쟁이 일어났고 마침내는 태평양전쟁으로 확전했다. 1941년 8월8일 새벽에 일본군 해상항공대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의 태평양함대를 기습하고 나서 일본은 주미대사를 시켜 선전포고 문서를 미국무성에 접수시켰다. 당시 국무성은 “유례없는 몰염치한 외교 문서”라고 혹평했다. 태평양전쟁 발발의 비사다. 60년이 지났다. 미국의 주력 전함 애리조나호가 침몰된 수중 잔해를 지금도 볼 수 있도록 만든 ‘애리조나기념관’은 진주만의 성역으로 돼있다. 당시의 생생한 공습 기록영화로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고 1천177명의 사망자 명단을 동판으로 새겨놓고 있다. 방문객들이 관람하는 동안 추모곡이 울려퍼진다. 미국은 진주만의 치욕을 이렇게 해가며 아직도 잊지않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지난번 방미때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패전국 일본에 승전국 미국이 관대하게 대해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와 중국에는 여전히 오만하다. 심양철도 폭파사건, 노구교사건을 날조한 일본은 지금도 역사교과서를 날조하고 있다. 한국 침략사에 대한 날조 또한 열거할 수 없을만큼 많다. 이는 미국은 자기들보다 힘이 있고 한국과 중국은 자기들보다 힘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들 주도의 소위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즉 아시아의 맹주를 자칭하던 침략근성을 아직껏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가 지난 13일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전격 강행, 태평양전쟁 전범자들을 경배해 규탄의 소리가 드높다. 규탄도 물론 해야 하지만 크게 다짐할 것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진실로써 우리를 두렵게 알도록 하는 깊은 국력배양이다. 나라의 힘을 빨리 키워 저들못지 않게 힘이 있는 나라로 인식시키는 노력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白山

온달장군 묘

바보 온달의 얘기는 삼국사기에 전해 그가 평강공주와 결혼, 고구려 평원왕의 부마가 된 것은 잘 아는 일이다. 공주가 시키는대로 무술을 연마하여 임금이 친림한 사냥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마침내 장군이 된 것도 다 아는 이야기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 온달산성(사적 264호)은 일명 아단성으로 온달이 전사(AD 590년)한 곳이다. 산성밑 남한강변에 장군이 수련했다는 석회암 동굴(사적 261호)이 있고 상리나루는 장군을 장사지낸 곳이다. 상리마을엔 그가 윷놀이 윷판을 그린 쉰돌이 있고 인근의 군간교가 있는 옛 군간나루는 장군이 군사를 주둔시켰다 해서 군간(軍看)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군간교 건너의 선돌은 장군을 도우려고 달려가던 누이동생이 패전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굳어 돌이 됐다는 전설이 전한다. 온달이 여기에 온 것은 후주(後周)의 무제가 고구려에 쳐들어온 것을 선봉에 서서 물리치고 난 뒤였다. 왕에게 아뢰기를 “신라에 빼앗긴 계립현(鷄立峴·죽령 서쪽의 땅)을 되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출정했었다. 그러나 신라군의 유시에 맞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전사한 장군의 관이 들리지 않아 평강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며 “죽고 사는 길이 이미 갈라졌으니 이제 떠나세요”하니까 움직였다는 애틋한 설화가 전한다. 한양대 박물관팀이 이곳에 있는 온달장군의 묘를 곧 발굴할 것이라고 한다. ‘태장이 묘’라고도 하는 온달 묘는 고구려 계통의 방단형 적석총, 즉 돌무덤이다. 발굴 동기는 북측이 온달과 평강공주 부부의 묘가 평양근교 동명성왕릉 부근에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측은 단군의 유해를 발견했다면서 단군릉을 조성한 바가 있다. 온달의 묘를 확인하기 위해 파헤치는게 글쎄, 진위를 가리는게 문화재 보호보다 더 소중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매장문화재는 발굴로 드러나면서부터 훼손되기 때문이다. 온달장군이 전사한지 1천411년째다. 천년이 훨씬 넘는 천고의 비밀을 다투는 인간들이 극성이다. 기왕 발굴할 요량이면 유구, 유물에 손상이 덜 가도록 하는 최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白山

일본의 여권신장

일본 사람들은 성(姓)이 많다. 15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 산이나 냇가, 밭, 마을을 딴 성이 유별나게 많다. 야마무라(山村), 이시가와(石川), 다나카(田中), 야마타(山田), 야마시타(山下) 등 이밖에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일본의 상민들은 원래 성이 없었다. 성씨제가 제대로 실시된 것은 19세기 후반 서양문물을 도입한 메이지(明治)유신 때다. 갑자기 성을 만들려다 보니 산마을에 사는 어떤 사람은 山村, 냇가에 사는 또 어떤 사람은 石川, 밭가운데 사는 어떤 농부는 田中, 산에서 밭갈이 하는 어느 화전민은 山田, 산밑에 사는 어느 목부는 山下 등 이런 식으로 짓기 편한대로 지었던 것이다. 동양 삼국중 일본만이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은 성씨제를 하면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부동성제로 인해 결혼 후에는 친정 아버지의 성, 구성(舊姓)을 괄호안에 쓰기도 한다. 여권신장을 위해 전부터 부부별성제가 주장돼 왔던게 요즘 더욱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같다. 일본정부의 한 조사에 의하면 찬성 42.1%, 반대 29.9% (잘 모르겠다 28%)로 찬성이 처음으로 반대를 추월했다는 것이다. 일본 여성들이 부부별성제에 부담을 갖는 것은 부부의 성이 다르면 마치 결손가정 처럼 보여 자녀들에게 잘못된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지지대子가 18년전 일본 배구월드컵대회에 취재갔을 때다. 당시 남녀 대표팀에 안·권씨 커플이 있어 일본 기자들에게 기사감으로 얘기해 주었더니 한참뒤에 남편 선수는 안씬데 아내 선수는 왜 권씨냐며, 결혼 부부가 아니고 동거부부가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과 달라서 부부별성제를 쓰고 있다는 설명에 수긍은 하면서도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다. 남편 성을 따르는 일본의 민속과 법률은 메이지유신 이후 100년이 훨씬 넘었으니 그들로써는 이해가 선뜻 안됐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서는 보편화된 부부별성제를 여권신장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본 여성계에서는 가히 여권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이를 위한 일본 민법의 개정이 언젠가는 있을지 두고 볼만하다. /白山

무서운 모기

사람에게 말라리아·상피병·일본뇌염·황열병 등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모기는 파리목 긴뿔파리 아목(亞目)모기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모기과는 학질모기 아과(亞科)·보통모기아과·왕모기아과의 세 아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는 9속 47종이 기록돼 있다. 4∼11월에 걸쳐 출현하는 모기는 암놈만이 동물의 피를 빨며, 흡혈을 하여야만 알을 만들 수 있는 종류와 흡혈을 하지 않아도 첫배의 알을 만들 수 있는 종류가 있다. 알·유충·번데기·성충의 네 단계를 거치는 완전변태를 하는데 도랑·늪·논·웅덩이·연못 등에서 알을 낳는다. 모기는 봄·여름·가을에만 살아 있는 것으로 알지만, 동굴·볏짚단·돌담·하수구·지하실·헛간 등에서 성체로 월동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날을 전후하여 1년 내내 모기를 쫓아내려고 주술적인 행위인 ‘모깃불’을 피웠다. 전라남도에서는 정월 열나흗 날 저녁에 모깃불을 피우고 “모기야, 깔따구야, 다 물러가라 ”고 외친다고 한다. 깔따구는 하지 때부터 해안지방에 나타나는데 곳에 따라서는 눈앞을 가릴 정도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람의 피를 뜯는다고 한다. 경상남도에서는 대보름 날 새벽에 일어나서 마당에 짚불을 놓는데 이것을 ‘목개불(모깃불)’이라 한다. 여름 내내 모기를 쫓기 위해서인데 아이들이 그 위를 세번 뛰어 넘으면 몸에도 좋다고 한다. 이러한 관습들은 도서지방에 특히 더 많다. 열나흗 날 저녁 보름밥을 해놓고는 방의 먼지를 쓸어 담아 갯가에 가서 날려보내며 “모기·깔따구·벼룩 등아, 경치좋은 데로 날아가라 ”고 외친다. 이를 ‘모기 날리기’라고 한다. 이렇게 옛날에도 모기로 인한 피해는 극심했다. 국립보건원이 지난 6일부로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모기에 물려 발병되는 일본뇌염은 두통,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혼수, 마비 등으로 이어진다. 치사율이 5∼10%나 되는데 환자의 20∼30%에 언어장애와 판단 능력 및 사지운동 저하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일본뇌염에 걸리기 쉬운 노약자와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상의 예방책이다. 설마 하다간 큰일 당한다. 모기는 아주 고약하고도 무섭다. /淸河

지미 카터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5명이다. 닉슨(37대), 포드(38대), 카터(39대), 레이건(40∼41대), 클린턴(42∼43대) 등이다. 포드는 노쇄했고 레이건은 병상의 몸이다. 닉슨은 워터게이터의 불명예 속에서도 왕성한 저술활동을 통해 손상된 이미지를 상당히 회복했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로 인한 막대한 소송 비용의 빚을 갚기위해 한차례에 10만달러씩 하는 강의행각에 바쁘다. 엊그제는 1천만 달러를 받는 회고록 집필이 계약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카터는 지금 국내에 와있다. 국제 해배타트의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 수석 자원봉사자의 긍지를 안고 직접 노동의 땀을 천안 현장에서 흘리고 있다. 카터는 벌써 77세의 나이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함께 건축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다. 흔히 국내 유명인사들처럼 사진만 찍고마는 쇼가 아니고 진실로 도움이 되는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카터는 대통령 당선 직후, 선거공약대로 주한미군 감축을 선언해 한반도 안전보장에 위협적인 사람이었다. 결국은 주한미군 감축은 크게 없었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에 부정적 이미지를 주었던 그가 한반도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1995년엔 대동강 유람선에서 고인이된 김일성 북측 주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했던 사람이다. 만일 김주석의 돌연한 유고가 없었던들 DJ가 굳이 펴양에 갈 필요조차 없었을 만큼 YS정권에서 이미 남북문제에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카터가 이국 땅에와서 흘리는 비지땀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전에도 아프리카의 대민 구혈에 참여한 그가 ‘사랑의 집 짓기’에 나선것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이 인류사회의 복지구현을 위해 몸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정말 보기에 너무 좋다. 카터는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평양에 또 갈 용의가 있다고 한다. 우리도 전직대통령이 다섯 분은 못되지만 네분은 있다. 미국의 전직대통령들에 비해 국내 전직 대통령들 몇분이 정치적인 것은 나라를 위해 유감이다. 지미 카터처럼 정치를 초월한 여생의 봉사에 힘쓰는 전직 대통령을 우리도 갖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白山

팔달산 지킴이

수원 팔달산은 서울의 남산과 같다. 시가지 복판에 있으면서 명산의 정기를 뿜어주는 고마운 시민공원인 것이다. 이러한 팔달산이 쓰레기로 더럽혀지는게 안타까워 날마다 줍고 다니는 환경지킴이가 있다. 벌써 10년째다. 더우나 추우나 한결같이 쓰레기 줍기를 거르는 일이 없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고 나서는 이웃간에도 골목길을 쓰는 미풍양속이 사라졌다. 봉지값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지킴이는 대형봉지를 사들고 다니며 팔달산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다. 누가 알아주는 이도 없으나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팔달산을 오른김에 여기저기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몰염치는 정말 양심이 쓰레기 같다 할 것이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사람 따로 있어 줍고 주워도 한량없이 쏟아지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힘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해 줍는 것을 마치 소명처럼 알고 군말 한마디 없이 쓰레기를 줍는다. 잘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그만한 가게 하나를 내어 그럭저럭 집안을 꾸려가는 형편이다. 이런데도 날마다 대형 쓰레기봉투 값으로 들이는 돈을 조금도 아깝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누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허허…”하고 웃어넘기곤 한다. 별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또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다. 적어도 쓰레기에 관한한 그는 팔달산의 의인이다. 지난 10년동안 주운 쓰레기를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아마 수십트럭 분은 될 것이다. 사비도 꽤나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어제처럼 쓰레기를 줍고 내일도 주울 것이다. 그것도 일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마음으로 줍는다. 그는 굳이 이름을 알아 무엇하느냐며 손사래를 저었다. 이래저래 알아본 이름이 이정규씨(李正揆)다. 환갑을 넘긴지가 한 두해쯤 돼보이는 나이다. 팔달구 남창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졌을뿐 확실한 주소도 전화 번호도 알 수 없다. 팔달산운동회 모임이란 뜻을 가진 ‘팔운회’친목단체 회원인 것만은 분명하다. /白山

흙으로 빚는 미래

1996년 세계도자의 경연장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기도 광주분원 제작의 17세기 백자항아리(철화백자용문호) 한 점이 841만달러에 경락되면서 세계도자기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도자기의 우월성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유구한 흙의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 고려청자, 분청사기, 조선백자를 만들어 낸 우리 선조들이 자랑스럽다. 이러한 한국도자기 예술세계를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세계도자기엑스포’가 마침내 2년여의 준비 끝에 8월 10일 개막식을 갖고 이천, 여주, 광주에서 80일간의 행사에 들어가게 된다. ‘흙으로 빚는 미래’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500만명이 참관하게 된다고 하니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로서는 가히 세계적인 행사인 셈이다. 모쪼록 동행사가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되어 한국도자의 전통과 명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나아가 우리의 도자상품이 세계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유명상ㅍ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현대 도자기 산업은 빛나는 역사와 전통에 비해 세계시장에서는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독일, 영국 등 도자기 선진국 상품과의 경쟁이 힘에 겨운 것이 사실이다. 1988년에 1억7,163만달러 수출을 기록한 도자제품은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5,947만달러에 그쳐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엑스포는 단순한 문화행사에 그쳐서는 안되고 도자제품의 수출산업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첨단 도자 신소재가 개발되어 자동차엔진 제작 등 첨단과학분야에까지도 그 용도가 확대된다고 한다. 신기술 및 디자인 개발과 해외마켓팅 활동에 모든 역량을 모아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다. 가장 한국저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고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이번 엑스포 행사가 국민적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성공리에 개최되어 선조의 혼과 기술이 살아 숨쉬는 경기동부지역이 명실공히 흙으로 빚는 미래산업, 도자산업의 메카로 세계속에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무역협회 경기지부장 윤재혁

재해관리청

미국의 경우 국가차원의 재해와 재난은 대통령직속 전담기구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관리한다. 미국 각 주에 10곳의 지부를 두고 있는 연방재난관리청은 재해·재난을 포함한 민방위 활동을 총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도 재해 발생시 담당분야별로 업무를 관장하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해·재난대책 수립시 상부에 일일이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 우리와는 달리 담당부서가 전결권을 행사한다. 일본의 방재 관련 최고기구는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중앙방재회의로 한국과 비슷한데 1960년대부터 꾸준히 예방위주의 정책을 집행하여 왔다. 최근 들어서야 사후복구에서 사전예방 차원의 방재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다. 그런데 재해·재난관리 체계가 전시사태·자연재해·인위재난으로 구분된 우리나라는 자연재해와 인위재난의 법적 체제 내용이 중복되고 업무가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일관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어렵다. 수해방지 대책의 경우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근간으로 기타 개별법에 의해 규정돼 있으나 자연재해대책법에는 행정자치부가, 농어업재해대책법에는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업무를 총괄토록 돼 있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인위재난 관리도 마찬가지다. 재난완화 기능은 각 소관부처가, 재난준비 및 대응 기능은 행정자치부, 재난 후 복구 기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지는 등 3원화 돼 있어 일괄된 재난관리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연재해는 홍수가 95% 이상을 차지했으나 재해유형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 특히 올해는 1·2월에 2회에 걸쳐 30여년만의 폭설이 내렸고 5·6월에는 90여년만의 가뭄으로 또 최근에는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재해는 날로 대형화·다양화 돼 가는데 예방·복구는 ‘중구난방’이라 눈·비가 조금만 와도 그야말로 난리가 일어나는 것이다. 거기다가 모호한 관련법 때문에 업무가 분산돼 있고‘영(令)’이 제대로 안서 허둥지둥대다 보면 재해민만 통곡을 하게 된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재해·재난의 종합적 관리를 위한 가칭 ‘국가재해·재난관리법’제정과 재해·재난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독립기구로 ‘국가재해관리청’신설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淸河

풍뎅이같은 사람들

프랑스의 사상가 장자크 루소(1712∼1778)는 “민주주의에선 법을 준수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롭다” 말했다. 민주주의에서 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근거가 있다. 약속은 물론 지켜져야 한다. 조조(曹操)가 형주의 남양(南陽)에 근거지를 뒀던 장수(張繡)를 공격할 때였다. 군사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보리밭을 밟지 말라고 명했다. 물론 전장의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조 자신이 타고 있던 말(馬)이 갑자기 무언가에 놀라 보리밭을 밟았다. 이에 조조는 군법을 어겼다 하여 스스로를 목베려 하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만류해 상투를 베는 것으로 벌을 대신했다. 군법을 지키기 위해 솔선한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법치국가의 목적은 법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때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며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총선연대 지도부 7명에게 법원이 선거법 위반협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악법도 법’임을 입증한 셈이다. 자신의 말이 보리밭을 밟았다하여 목 대신 상투를 벤 조조는 그래도 준법주의자다. 우리 주위엔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지탄을 받아야 할 인사를 들라치면 아마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서로 잘났다고 멱살잡이하는 국회의원들일 것이다. 체코 속담에 ‘법은 거미줄이다. 파리는 걸리고 풍뎅이는 빠져 나간다 ’는 말이 있다. 파리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다. 배경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풍뎅이는 돈이 많고 권력이 있고 앞 뒤를 봐주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법망이 아무리 거미줄처럼 짜여 있어도 그 힘으로 뚫고 나간다. 풍뎅이같은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고 행복지수가 낮아진다. 풍뎅이같은 사람들이 활개치는 이 세상에서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한 손을 높이 들고 건너가는 서너살쯤된 어린이들을 보면 눈물겹도록 고맙다. /청하

늑대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동물인 늑대는 말승냥이라고 하며, 한자어로는 이리·승냥이와 함께 시랑(豺狼)으로 통칭된다. 우리나라의 늑대는 몸의 크기에 비하여 매우 강하다. 염소와 같은 동물을 물고 달아나도 사람이 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식욕도 왕성하여 송아지·산양 같은 것은 앉은자리에서 한 마리를 전부 먹을 수 있다. 이는 짐승의 뼈를 부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며 5,6일간 굶어도 살 수 있다. 늑대는 휴식하는 시간이 거의 없고 먹이를 구할 자신이 있을 때에는 어디든지 질주하는 습성이 있다. 낮에는 산림이 무성한 숲 또는 산림지대에 가까운 관목숲에서 가수면(假睡眠)상태로 휴식한다. 시각·청각·후각이 발달되어 있는데 특히 후각은 죽은 동물체의 냄새를 2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죽은 동물의 고기도 잘 먹지만 들쭉과 같은 과실도 즐겨 먹으며, 들꿩·멧닭과 같은 야생조류도 잘 잡아 먹는다. 겨울이 되어 먹이가 부족해지면 인가 근처까지 내려와서 양·돼지·개 등을 잡아 먹는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늑대를 흉포하고 잔인한 맹수이면서도 어리석은 면을 가지고 있는 짐승으로 인식하였다. 그래서 늑대가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이 혼자 넘지 못한다는 ‘ 늑대고개 ’가 있었던 반면에, 토끼·거북·늑대가 먹을 것을 놓고 높은 곳에 오르기와 나이 등을 견주었는데 거북에게 번번이 졌다는 민담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또 음흉하면서도 어리숙한 남성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는 여우가 약삭빠르고 꾀많은 여자에 비유되는 것과 대비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02학년도 고등학교 2종 교과서 중 한 사회과목 교과서 Ⅶ단원 ‘ 정치생활과 국가 ’1장 ‘ 현대정치의 과제 ’에서 정치를 늑대의 영역 다툼에 비유, 정치인들을 지나치게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록 이전투구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영역다툼을 벌이는 늑대로 비유할만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정치 혐오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서라고 한다. 교과서에서 정치인을 늑대로 비유하다니, 기분이야 몹씨 나쁘겠지만 한국 정치인들로 하여금 크게 각성케 하는 대목임에는 분명하다. /淸河

밭도둑

가마니 곡식은 훔쳐가도 늘어놓은 곡식은 안훔쳤다. 늦가을 논바닥 곁에 타작한 벼를 말리기 위해 멍석에 늘어놓곤 했다. 며칠동안 말려야할 벼를 날마다 퍼담기가 번잡하므로 밤엔 멍석 한쪽으로 뒤덮어 놓곤 했다. 그시절 이라고 밤도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멍석의 벼를 훔쳐가는 일이란 없었다. 만일에 가마니에 담아 두었다면 그때도 손을 타기가 십상이었다. 가마니에 담은 곡식은 수확이 완전히 끝난 것을 의미한다. 도둑인심이라 하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수확이전의 곡식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그 무렵의 도둑 인심이었다. 무슨 소리냐며 요즘 시절이 한창인 참외 수박밭의 도둑을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참외 수박 도둑이 아니고 ‘참외서리’라고 하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했다. 지금보다 못먹고 못살던 때도 그런 인심의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의 ‘참외서리’는 어김없이 절도로 몰린다. 어쨌든 늘어놓은 곡식은 손을 대지않던 도둑인심이 사나워져 이젠 영락없이 손 타는 것으로도 모자라 밭도둑까지 생겼다. 밭에서 한참 자라는 고추나 깨같은 곡식을 차량까지 대놓고 송두리채 뽑아 실어가는 천하에 몹쓸 도둑이 생긴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점점 더해가는게 사회 병리현상의 심각성이 있다. 요즘은 인삼밭 도둑이 설치는 모양이다. 이런 도둑은 남이 애써 가꿔놓은 농사를 일시에 폐농시켜 살림을 거덜나게 만든다. 죄질이 나빠도 아주 나쁜 악질사범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밭도둑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할 판이라는 말이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을 것같다. 주인이 지킨다지만 지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속담에 ‘도둑 하나를 열이 지키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회병리현상이 어쩌다가 이토록 타락했는지 위정자들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경찰의 방범활동 강화다. 밭도둑을 방범활동의 정식 항목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제한된 경찰 인력에 광활한 밭도둑 우범지대를 차량순찰 하기란 물론 어려울 것이다. 애로가 많겠지만 그래도 농민이 의지할 곳이란 경찰밖에 없다. /白山

보신탕

일본이나 몽골 사람들은 말 고기를 먹는다. 지구촌은 저마다 이처럼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다. 인도는 암소를 신성시 한다. 숫소만 먹는다. 근래엔 암소를 밀도살한다는 것으로 보아 금기가 조금씩 깨지는듯 싶다. 인간이 육식을 포기하지 않는한 모든 동물은 결국 인간의 먹이다. 다만 선별하고 있을 뿐이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른 선별의 차이가 이질감을 낳을 때가 있다. 개고기도 마찬가지다. 작고한 지학순 대주교가 어느 외국의 모임에서 “한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다지요?”하는 힐난조 물음에 “식용 개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자신도 개고기를 무척 좋아했던 그분은 “외국인 들은 우리가 애완용 개를 먹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뭏든 보신탕이 외국인, 특히 서구인들에게 입방아 감이 되곤 한다. 프랑스의 육체파 여배우 B·B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개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라’는 편지를 보낸적이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때 보신탕집을 한동안 억제했던 것은 이런 영향도 없지 않았다. 얼마전에는 영국의 어느 텔레비젼 방송이 우리의 개고기 식품문화를 방영했던 모양이다. 그러자 한국 대사관 앞에서 ‘보신문화 척결하라’는 등의 피킷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시위를 벌인 이들은 동물보호주의자들 이라는 것이다. 육식을 주식삼아 서구인들이 즐기는 쇠고기도 동물이긴 매한가지다. 멸종돼가는 희귀 동물이 아니고는 특별히 보호받을 동물이 따로 구분되기가 어렵다. 개나 소같은 일상적 동물을 보호하기는 동물보호주의자들이라 해서 일반인과 다를게 없다. 잘은 몰라도 내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올림픽때처럼 또 한차례 보신탕 시비가 외국인들 사이에 일것 같다. 하긴 국내에서도 보신탕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따지면 식성의 차별이다. 안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먹는 사람이 있기는 어느 음식이든 다 있는 현상이다. 외국사람 눈치 보느라고 개고기 처리가 법의 사각지대가 돼있다. 지난해인가 국회에서 식품위생법을 고쳐 명화화 하려했으나 좀더 두고 보자는 식으로 유보됐다. 하다못해 닭같은 것도 처리하는 도계장이 있는데 개고기 처리장은 없는 것이다. /白山

침수소동

어제 자정부터 오전 11시까지 내린 비로 또한번 침수 소동을 빚었다. 광명, 시흥, 안산, 부천등지서 363가구가 물에 잠겼다. 이가운데 170가구가 침수한 광명에는 112mm, 110가구가 침수한 시흥은 148mm로 도내 평균 강우량 76.7mm에 비해서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러나 11시간동안에 내린 112∼148mm의 비로 그많은 집이 침수재난을 겪은 것은 배수시설의 결함 때문이다. 어느 도시라 할것 없이 하수구 등 배수시설이 일제때 수준에서 탈피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심히 우려한다. 국토의 도시화 심화로 도시면적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광대해졌다. 이 광대한 도시는 또 95%이상이 포장화돼 비가 쏟아져도 스며들 땅이 별로 없다. 도시에 내린 비가 빠질 곳이라고는 하수구 뿐이다. 이런데도 배수시설 규모는 예전 수준인 것이다. 이나마 준설도 잘 안돼 빗물이 빠지기에 무척 벅차다. 미처 빠지지 못한 물이 낮은 지대로 흘러 비가 올 때마다 으례 겪는 것이 침수 소동이다. 이를테면 한국형 관재인 것이다. 그것도 1시간에 장대비로 100∼200mm쯤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면 또 모를 일이다. 보통비에도 비만 왔다하면 주택가가 침수되는 판이니 주민이 마음편히 살수가 없다. 서울시는 앞으로 반지하주택을 짓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한동안 검토했던 모양이다. 침수피해의 대부분이 반지하 주택이고 보면 오죽 했으면 그렇겠나 하는 딱한 심정은 짐작 하지만 될 일도 아니고 또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응급대책으로는 취약지마다 기동력 있는 양수기팀 가동으로 비가 많이 올때면 가옥이 침수되기 전에 물을 빼돌리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하수구의 철저한 준설이다. 준설을 몇해째 안한 지역이 수두룩 하다. 장기대책으로는 하수구시설의 확대다. 현재뿐만이 아니고 장차 도시규모가 커질 것을 예상, 일정수준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단계적 추진이 요구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이런 일엔 신경을 안쓴다. 당장은 눈에 띄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수구 설계 및 지도나 제대로 갖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白山

伏음식

남한 사람들이 특히 여름철에 즐겨 먹는 개고기를 북한에서는 ‘단고기’라고 말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개기름이 발 뒤축에 떨어져도 몸이 좋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 건강관리에 좋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1993년 2월에 발간한 ‘조선요리’에 ‘단고기는 말 그대로 그 맛이 달고 영양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소화흡수가 잘 돼 건강에 대단히 좋다’고 표현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개 한마리값이 5백∼6백원이나 될 뿐만아니라 식당에서 파는 1인분 개고기 가격이 2원50전이어서 노동자들은 월급(한달 평균 봉급 1백원)에 비해 비싼 편이라 먹기가 쉽지 않다. 여름철에 북한 주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대중음식으로는 냉면이다. 북한 냉면이 크게 평양·함흥냉면으로 나눠지는 것는 남한 주민들도 거의 알고 있지만 북한에서 냉면집으로는 평양의 옥류관·청류관, 함흥의 신흥관이 유명하다. 이들 냉면집은 요즘같은 삼복중에는 냉면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옥류관의 냉면가격이 한그릇에 5원50전이어서 일반 주민들이 자주 먹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렇게 건강관리에 좋다는 단고기보다 배가 비싼 셈이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여름철 별식으로 ‘토끼곰’‘닭곰’‘단고기’등을 찾는다는데 ‘곰’은 남한의 ‘탕(湯)에 해당하는 말이다. 토끼곰이 애용되는 것는 평양시내를 제외한 북한 전 지역의 기업소·학교·가정에서 주민들이 길러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계탕과 비슷하게 밤·인삼·찹쌀 등을 토끼고기와 넣어 만드는 것으로 여름철뿐 아니라 1년 내내 집에서 먹을 수 있다. 삼계탕에 해당하는 ‘닭곰’은 남한과 달리 인삼을 넣지 않고 어린 닭 대신 주로 다 자란 큰 닭을 고아 만든다. 사위가 오면 장모가 닭곰을 해주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똑 같다. 같은 민족이라 하여도 음식을 내는 맛은 남한에서도 경상도·전라도·제주도·충청도·강원도·경기도가 조금씩 다르고 또 그에 따라 맛도 특색이 있다. 북한이라고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삼복중이어서 그런지 평양의 옥류관·청류관이나 함흥의 신흥관에 가서 맛있는 냉면을, 토끼곰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淸河

가로등 감전사

관용 승용차만 타고 다니는 벼슬아치들은 아마 서민들 사정을 모를 것이다. 가로등에 언제 또 감전사할 줄 모르는 우중 행보의 불안을. 지난번 호우때 수도권 일원에서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감전사 사고투성이 이후 “이젠 길 걷기도 겁이 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가로등 없는 길이 없으니 그렇다고 가로등을 피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 즉 전기가 도체사이의 절연이 잘못 됐거나 손상돼 전류가 새어 흐르는 현상이 누전이다. 살다보니 어쩌다가 이젠 가로등 누전으로 생목숨을 잃는 험한 지경이 다 됐다. 더욱 한심한 것은 책임회피다. ‘익사했다’느니, ‘누전이 아니다’느니, 심지어는 ‘불가피했다’느니 하는 별 희한한 소리가 다 나온다. 백주 대낮에 무고한 시민들이 대로상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비명횡사 했다. 그런데도 책임지겠다는 데가 단 한군데도 없다. 재수없는 팔자 소관으로 돌리란 말인지, 도대체가 뻔뻔스러워도 너무 뻔뻔하다. 전기안전공사 자료에 의하면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전국의 가로등 8천755개소를 점검. 38.8%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호등의 부적합 판정률은 이보다 많아 4천510개소중 57.6%나 된다. 가로등이나 신호등 관리는 기초자치단체의 소관이다. ‘설마’하고 그대로 놔두었다가 참변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앞으로 또 사고가 안난다는 보장이 없다. 지역주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치단체가 주민 생명의 위협요인을 묵과하였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볼만 하다. 대저 가로등이나 신호등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변명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서민들이 여전히 불안해 하는 것은 사고이후 안전대책을 강구 했다는 후속조치를 아직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지도 않은 책임회피에 급급하기 보단 다시는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성실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白山

가로등 감전사

관용 승용차만 타고 다니는 벼슬아치들은 아마 서민들 사정을 모를 것이다. 가로등에 언제 또 감전사할 줄 모르는 우중 행보의 불안을. 지난번 호우때 수도권 일원에서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감전사 사고투성이 이후 “이젠 길 걷기도 겁이 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가로등 없는 길이 없으니 그렇다고 가로등을 피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 즉 전기가 도체사이의 절연이 잘못 됐거나 손상돼 전류가 새어 흐르는 현상이 누전이다. 살다보니 어쩌다가 이젠 가로등 누전으로 생목숨을 잃는 험한 지경이 다 됐다. 더욱 한심한 것은 책임회피다. ‘익사했다’느니, ‘누전이 아니다’느니, 심지어는 ‘불가피했다’느니 하는 별 희한한 소리가 다 나온다. 백주 대낮에 무고한 시민들이 대로상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비명횡사 했다. 그런데도 책임지겠다는 데가 단 한군데도 없다. 재수없는 팔자 소관으로 돌리란 말인지, 도대체가 뻔뻔스러워도 너무 뻔뻔하다. 전기안전공사 자료에 의하면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전국의 가로등 8천755개소를 점검. 38.8%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호등의 부적합 판정률은 이보다 많아 4천510개소중 57.6%나 된다. 가로등이나 신호등 관리는 기초자치단체의 소관이다. ‘설마’하고 그대로 놔두었다가 참변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앞으로 또 사고가 안난다는 보장이 없다. 지역주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치단체가 주민 생명의 위협요인을 묵과하였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볼만 하다. 대저 가로등이나 신호등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변명이 될 수 없는 일이다. 서민들이 여전히 불안해 하는 것은 사고이후 안전대책을 강구 했다는 후속조치를 아직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지도 않은 책임회피에 급급하기 보단 다시는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성실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白山

시전에서 홈쇼핑까지

서울 종로거리의 시전은 독점판매권을 지닌 일종의 이권이었다. 예를들면 입전은 비단, 싸전은 쌀을 독과점해 도·산매 했다. 어떤 상품이든 서울에 들어오면 일단 시전을 거쳐서 나갔다. 물론 많은 세금을 냈다. 시전에 속하는 상인이 낸 개별 점포를 방이라고 했다. 상점을 가리키는 전방이란 말은 시전의 전과 시전에 속한 방의 합성어다. 이러한 시전은 물론 제대로 된 건물에서 장사를 했으나 조선조말 서울 인구가 늘고 유통량이 많아지면서 가가(假家), 즉 임시건물을 지어 장사하는 곳이 많아졌다. 가게란 말은 가가에서 유래됐다. 구멍가게란 것이 있었다. 집에서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화 가게다. 영세자본이므로 기초 일용품에 아이들 과자 부스러기를 파는게 고작이었다. 주인은 가게 안방에 있으면서 창호지 문에 붙인 손바닥만한 유리조각을 통해 가게를 살피곤 했다. 한때 명예퇴직 바람이 불때 “그만두면 구멍가게나 하지!”하고 자조섞인 푸념을 더러 했지만 1970년대말 무렵에 구멍가게는 사라졌다. 물론 예전같은 구멍가게가 아니고 무슨 전방이든 장사를 해보겠다는 뜻이지만 잘되는 장사가 별로 있는 것같지 않다. 현대판 구멍가게라 할 동네 슈퍼마켓도 왠만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마구 들어서 이들의 자본공세에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대형 유통업체끼리의 경쟁이 불꽃튀는 실정이다. 백화점의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후 매상에 지장이 있다지만 대형 유통업체는 그래도 아직은 호황을 누린다. 그러나 조만간 홈쇼핑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백화점 판매전략도 달라져야할 판이다. 컴퓨터를 통한 재택거래가 머지않아 이루어질 전망인 것이다. 문명의 발달은 이처럼 시류의 변천을 병행해 간다. 이바람에 밑천이 적은 사람은 뭘 해먹고 살기가 점점 어려워져 간다. 사람살기가 편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살기가 삭막해지는 것인지 도시 종잡기가 어렵다. 시전이 자취를 감춘지는 100년이 채 안된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궁금하다. /白山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