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온 나라안 백성의 심성이 신경질적이 됐다. 걸핏하면 싸움이 잦았으므로 민초의 일상생활이 편할 날이 없었다. 왕은 생각끝에 금언령을 내렸다. 말을 하는 사람은 극형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노래를 불러 의사소통을 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나라안이 온통 노래로 가득했다. 싸움도 뜸해졌다. 가령 성깔섞인 말로 “야! 이놈의 ××야”할 것 같으면 상대의 성질을 돋울 것인데도 말은 같을 지라도 노래말로 곡조를 부쳐 느릿느릿 하게 의사를 전달하다 보면 노래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성질이 풀려 결국 웃고 말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어느 옛날 얘기로 물론 가공담이다. 하지만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베토벤의 월광곡은 앞 못보는 어느 소녀를 위해 작곡된 것이었고 우리 전래의 판소리 수중가는 용왕에게 잡혀간 토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을 노래한 것이다. 그런데도 월광곡은 서정적이고 수중가는 해학적이다. 앞 못보는 소녀를 위한 월광곡이 서정적이고 토끼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서 노래로 쏟아내는 해학은 다분히 반의어적 기법인 것이다. 흔히 쓰는 말로 “좋아 죽겠다”는 말이 있다. “우스워 죽겠다”고도 한다. 인간의 정서는 이처럼 반의적 표출로 자신의 감정을 달래려는 잠재본능이 있다. 그래서 슬플 때 오히려 기쁜 노래를 하고 기쁠 때 오히려 슬픈 노래를 하는 것이다. 대개는 슬프거나 기쁘거나 감정의 충격적 변화를 노래로 달래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영적 사고력의 산물이란 게 통설이다. 노래는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도 부르고 혼자 흥얼거리며 부르기도 한다. 혼자 흥얼거려도 남이 듣기 마련이어서 기왕 부르는 노래라면 잘 부르는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 역시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함으로 잘 부르고 싶다고 해서 잘 부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하나 아무리 음치의 노래라도 악다구니 보다는 노래 소리가 더 듣기에 좋다. 화도 나고 속썩히는 일이 많은 사회다. 그런 가운데나마 기쁜 노래든 슬픈 노래든 노래로 마음을 달래며 인내할 줄 아는 것 또한 생활의 지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白山

대진운

1954년 64시간의 장거리 여행으로 천근만근이 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그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와 맛붙어 9대0으로 대패했다. 헝가리는 푸스카스가 이끄는 무적의 팀으로 ‘마법의 팀’으로 불리며 1950년대 초반 3년동안 32전무패 행진을 벌이던 팀이다. 첫 월드컵 참가 기록을 세운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는 너무나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그후 2차전도 터키에 7대0으로 무릎을 꿇은 한국은 이미 탈락이 확정돼 같은 조였던 서독과는 경기도 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서독과 헝가리는 결국 결승에 진출했으니 얼마나 불운한 대진이었는지 알고도 남는다. 1986년, 32년 만에 월드컵 축구장을 다시 밟은 한국은 1954년보다 더 불운한 조 편성에 한숨을 쉬었다. 불가리아는 차치하고라도 전 대회인 1982년 우승팀 이탈리아, 전전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은 지금까지도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은 그 당시 한국대표팀에겐 불운을 탓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세 경기 모두 득점하면서 세계 최고의 팀들과 선전을 펼친 것을 보면 ‘만일 다른 조에 편성됐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준다. 결국 같은 조에 있던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1986년 월드컵은 가장 아쉬웠던 월드컵 도전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스페인, 벨기에, 우루과이와 맞붙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드리블 연습부터 다시하고 오라’는 현지 언론의 비웃음을 살 정도로 졸전을 벌였고 1994년 미국 월드컵 역시 독일과 스페인과 같은 조편성에서부터 한국의 16강 진출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조 추첨에서의 불운은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이어졌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라는 두개의 유럽팀을 맞은 한국은 멕시코라는 북미의 강적까지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월드컵에 가장 많이 출전한 나라지만 한번도 승리하지 못한 채 2002년 여섯번째 출전을 한다. 그동안 실력이 모자랐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특히 조 추첨의 불운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02년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이 12월1일, 내일 부산에서 열린다. 개최국으로서 1번 시드를 받고 안방에서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대표팀에 조 추첨에서 만이라도 제발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한국은 FIFA 랭킹 40위대에 속한다. /淸河

주경야독

‘열린학습사회’와 ‘평생학습사회’를 교육목표로 1972년 개교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이제는 인재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방송대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국내 유일의 개방대학(Open University)으로 지식정보화시대에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안성맞춤인 학부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다른 대학에서 첨단 방식이라고 말하는 사이버 강의가 방송대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국내 대학 최초로 1996년 자체 위성TV방송국을 설립, 무궁화위성을 이용해 강의를 하기 때문이다. 30년동안 배출한 26만명의 졸업생 가운데서 지금까지 행정고시 36명을 비롯, 사법고시 13명, 공인회계사 9명, 군법무관 2명, 입법고시 1명이 배출됐다고 한다. 16대 국회에 진출한 송영길·정인봉·심재철·이용삼·배기선·강숙자 국회의원이 방송통신대를 졸업했거나 재학중이다.그런데 방송대는 소위 출세했다는 동문들을 소개할 때 교육자나 예술인들도 상당수에 이를텐데 주로 고시합격자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를 주로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속의 첨단 원격대학임을 자부하면서 그래서는 안된다. 방송대에 최근에는 현역 정치인 정동영·최용규 국회의원 등과 명문대 졸업자들의 편·입학이 급증했다는 소식이다.그렇다면 방송대 학생들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쌓는다는 말이 어쩐지 무색해지는 것 같다. 물론 재학생중에는 남녀 직장인들과 자녀를 몇명씩 둔 가정주부들도 꽤 많다. 공부하는 가정주부, 직장인의 모습은 보기에 참 좋다. 여성의 세 가지 아름다운 모습은 어린 자식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바느질하는 모습, 그리고 독서하는 모습이라고 하지 않던가. 출석수업 기간이 아닌데도 방송대 경기지역 학습관의 창문이 불빛으로 환히 밝혀진 정경을 보면, 입학하기는 쉬어도 졸업하기가 매우 힘든 방송대가 주경야독의 현장임이 분명하다. 방송대는 2002학년도 신입생 및 편입생을 각각 6만6천400명과 8만7천명을 모집한다고 한다. 방송대는 아주 특별한 대학이다. /淸河

개고기와 말고기

프랑스 국영방송 2TV에선 지난 22일 저녁 시사코미디 토크쇼를 통해 한국 학생이 간식을 먹기 위해 개를 가방에서 꺼내는 장면등 악의에 찬 방송이 있었다. 프랑스인들이 한국요리라고 해 먹은 고기를 개고기라고 하자 구토하는 모습도 방송해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방송사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 19일 공중파 방송인 ‘워너 브러더스 WB11’에서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이 개고기를 취급한 것처럼 왜곡 보도하여 교민들의 거샌 반발을 샀다. 이 방송은 식당을 하는 교포가 사냥 및 판매허가까지 받은 코요테를 사가면서 몰카로 함정취재한 테이프를 마치 개고기를 판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WB측은 일부 정정보도를 하긴 했으나 교포사회의 지탄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건 서울시장은 얼마전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FIFA(국제축구연맹)의 월드컵 기간중 개고기 판매금지 요청에 언급, “개고기와 관련해 특별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일부 외국 언론이 국내의 개고기 음식문화에 이러쿵 저러쿵 해가며 꽤나 입방아를 찧는 모양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를 때도 그랬던 것이 2002년 한·일월드컵이 임박하면서 또 한차례 개고기가 입방아 도마에 오른 것 같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이해하려 드는 외국 언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지난 15일자 신문 ‘한국인들은 월드컵 때문에 진미를 포기해야 하는가’란 제목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FIFA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프랑스인들에게 말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면서 ‘고유의 음식문화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서구의 문화제국주의’라고 했다. 말은 개와 마찬가지로 인류와 친근하게 지낸지 무척 오래 되는 가축이다.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으며 현대사회의 스포츠에선 말을 애마로 꼽는다. 그러나 우리가 먹지 않는 말고기를 프랑스인 등 서구인들은 즐겨 먹는 것처럼 프랑스인 등이 먹지 않는 개고기를 우리가 먹는다 하여 다를 바가 없다. 고유의 식생활문화 차이인 것이다. 말고기를 먹는다고 말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고기를 먹는다고 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느 국민 못지않게 개를 사랑한다. 애완견을 식용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똥개’로 불리운 황구가 제격이다. 차제에 개를 합법적으로 도살하는 식품위생법의 개정이 있으면 좋겠다. /白山

首鼠兩端

쥐구멍에서 쥐가 머리만 내밀고 나갈까 말까, 또 나가면 좌우 어느쪽으로 갈까 하고 망서리는 모양을 수서양단(首鼠兩端) 이라고 한다. 양다리를 걸친채 눈치를 살피는 기회주의 처신을 일걷는 말로 쓰인다. 사기(史記) ‘위기무안전’(魏其武安傳)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한나라 무제 때 위기후 두영과 무안후 전분의 권력다툼이 극심했다. 한번은 두영의 친구로 용장이었던 관부가 잘못을 저질러 두영과 전분 두 숙적이 어전회의에서 논쟁을 벌였다. 두영은 친구였으므로 관용을 베풀자는 주장인 반면에 전분은 정적의 친구이므로 강력한 처벌을 주청하고 나섰다. 황제가 듣다못해 어느쪽이 정당한가를 신하들에게 묻던중 어느 내사(內史)차례가 되어 처음은 두영쪽을 지지하는 듯하다 형세가 불리해지자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마침내 어전에서 물러나자 전분은 내사에게 “하위(何爲), 어찌하여 수서양단 하였소!”하고 자신을 끝까지 지지하지 않은데 대해 크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수서양단의 비열함은 일상생활에서도 흔이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물의 판단에 신중을 기하는 것과 형세의 잇속이 어느쪽에 더 많은 가를 살피는 수서양단은 양자가 서로 다르다. 그렇긴 해도 이를 객관적으로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더러는 다변이 과묵으로 위장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설치기도 한다. 요즘 중앙·지방의 정치권에 수서양단이 꽤나 성행하는 것으로 들린다. 다변형, 과묵형 할 것없이 내심 어느쪽으로 줄을 서야할지 몰라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눈치놀음이 대학입시 눈치작전 만큼이나 심한 모양이다. 소신이 처신을 형성하지 못하고 처신이 소신을 왜곡해야 하는 수서양단은 국가사회의 혼돈을 가져온다. 분명, 그렇긴 해도 정신적 지주를 삼을만한 구심적 인물의 빈곤함이 수서양단의 악폐를 더하는 연유 또한 없지 않은 것 같다. 어떻든 줄세우길 좋아하고 줄서길 좋아하면 그 역시 줄로 인하여 망치는 것이 세상 이치의 섭리다. 줄의 이해관계는 한 때여서 오늘은 친구같아도 내일은 적이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리에 따라 경우대로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편한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수서양단의 모양새 사나운 쥐같이 산다하여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白山

예술혼?

미완성 교향곡으로 유명한 슈베르트의 제8교향곡은 2악장에 이어 3악장은 초고뿐이다. 영감적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작곡하곤 하다가 31살에 요절했다. 사후 37년만인 1865년에 발견돼 처음 연주됐다. 아름답고 정연한 선율은 지금도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다. 몸이 허약한데다가 가난하여 독신으로 마쳤다. 그래도 사랑하는 여인은 있었다. 죽음을 예감했던 것일까. 제8교향곡 3악장 원고 말미엔 ‘나의 연애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이곡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오늘날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는 1876년 러시아 황실극장에서 처음 공연할 당시에는 안무와 무희의 실책이 잦아 호평을 받지 못했다. 공연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그의 사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재상연됐을 때다. 차이코프스키는 법무성 관리로 있다가 그만두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학교에 입학한 음악의 만학도였다. ‘태양의 화가’ 고호가 즐겨 그린 해바라기는 정열적 색상, 강렬한 색채, 불꽃 같은 화풍으로 광기를 연상케 한다는 평을 듣는다. 1890년 정신분열증 끝에 37세로 요절했으나 현대 회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상파를 대표하는 모네의 대 연작 ‘수련’은 1926년 86세로 타계할 때까지 10년동안 그린 것으로 약시의 장애를 딛고 화폭에 끈질기게 도전한 필생의 걸작품이다. 생애는 불우한 가운데 작품은 훌륭했던 예술가는 이밖에도 많다. 다복한 생애에 작품 또한 우수했던 예술가도 적지않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는 안익태 윤이상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 이중섭 같은 천재화가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런 뛰어난 예술가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예술혼을 지닌 작곡가나 미술가의 얘길 듣지 못한다. 예술가라고 하여 윤택한 생활추구를 타박받을 이유는 조금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잘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예술혼을 팔아 뛰어난 예술가가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입시를 위한 예능계 과외가 성행하는 모양이다. 과외비가 수백만원씩이고 보면 가히 기업형이다. 입시도 그렇고 과외도 그렇고 모두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 물론 예능 과외지도는 예술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이긴 하지만 풍토가 이래서는 거장이 나오기는 커녕 국내발전도 어려울 것 같다. /白山

대통령의 어머니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어머니 사라 델러노 루스벨트는 부잣집 딸에, 극성스러웠다. 병든 아들의 면회를 기숙사에서 거절하자 사다리를 담벼락에 걸고 아들방까지 올라가 창문에서 동화를 읽어 주었다. 아들의 하버드대학 생활을 돕기 위해 아예 학교옆으로 이사를 했다. 미국판 ‘맹모(孟母)’였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어머니 넬 윌슨 레이건은 가난했다. 아들에게 줄 것이 없었지만 미혼시절 성(姓)인 ‘로널드’를 이름으로 붙여 주었다. 자녀들에게 예명을 지어주고, 본명 대신 부르기를 좋아했다. 어린 아들 레이건이 ‘뚱뚱한 네덜란드인(Dutch)’을 연상시킨다며 ‘더치(Dutch)라고 불렀다. 잦은 이사로 아들이 외톨이가 돼 갔으나 공개적으로 아들을 자주 격려했다. “저 애 보세요. 쟤가 바로 내 아들 더치예요!” 마사 영 트루먼(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어머니)은 미주리주 두메산골 출신의 농부와 결혼했으며 시집살이를 했다. 아들에게 다섯살 때부터 굵은 활자로 된 성경 읽는 법과 피아노 치는 법을 가르쳤다. 남북전쟁의 폐해를 몸으로 겪었으며 어린 아들에게 실상을 세세하게 전해 주었다. 아들이 대통령이 된 후 “핵폭탄 제조는 잘못”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밝혀 백악관 출입금지 처분을 당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어머니 레베카 제인스 존슨은 가난한 정치인의 아내였다. 아들이 열여섯 살 때 성공해 돌아오겠다며 가출을 선언하자 눈물 속에 떠나 보냈다. 아들이 2년동안 막일을 거친 뒤 실패해 돌아오자 아무런 질책없이 대학에 입학시켰다. 빌 클린턴 대통령 어머니 버지니아 클린턴 켈리는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들과 자주 사귀었고 5번 결혼했다. 아들을 클럽에 데려가 재즈를 들려 주었으며 이후 아들은 색소폰을 배웠다. 낙천주의자로 의붓아버지가 아들을 때리면 맞서 싸웠다. 아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자주 하며 진지하게 토론하는 측면도 있었다. 아들에게 3가지 불가(不可)를 가르쳤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항복하지도 마라. 웃는걸 두려워하지 마라.” 한국에는 지금 대통령꿈에 도취해 있는 인사들이 많다. 용꿈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어머니의 생애를 소개하였으면 좋겠다. 투표에 참고가 될 것 같다. /淸河

복지부의 태만

신생아 사망·질병이 잇따르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관리·감독방안 마련을 경기도가 3년 전인 지난 1998년 9월과 12월, 1999년 7월 등 3차례나 정부에 요구했으나 이를 보건 복지부가 묵살했었던 사실은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중대사안이다. 경기도는 복지부에 “ 가사서비스업으로 분류된 산후조리원을 의료업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 산후조리원이 도내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나 마땅한 관리·감독 근거나 기준이 없어 감염 사고 등이 우려됨에 따라 조리원의 시설 및 자격기준 등을 개선해 준의료기관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고 건의했었다 경기도가 “ 만약 어떤 법을 만들어 산후조리원을 관리하기 곤란하다면 산부인과 의원이 조리원을 연계 운영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 정부 대책을 촉구한 것은 산후조리원 운영의 절박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 복지부가 “ 산후조리원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곤란하며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때마다) 적절한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애매한 답변을 보내왔다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경기도의 건의를 받은 당시 복지부는 산후조리원 관리 방안을 놓고 식품·의료·여성복지 분야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했을뿐 아니라 산후조리원을 의료기관 기준에 적용하기 보다는 단순한 서비스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었다고 한다.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이 문제를 간단히 처리할 일이 아니다. 장관·차관이 경기도의 건의 내용을 과연 알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렇게 중대한 건의안이 만일 복지부의 담당 과장이나 국장급의 전결사항으로 처리되고 차관이나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과실을 범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지난 11월 2일 이 건의안을 재차 보냈다고 하니 복지부는 이 건의안을 토대로 관련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어린 신생아들이 어른들의 부주의로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악마의 덫

순간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일생을 망치는 것이 마약이다. ‘마약을 먹거나 피우면 도대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된다는 거야?’식의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단 ‘0·1초’라도 가져서는 안된다. 생후 5개월 된 딸을 인형으로 착각하고 방바닥에 내팽개쳐 죽게 하는 게 마약중독자의 행태다. 흔히 스트레스나 강박관념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은 궤변이다. 스트레스 안받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한 명도 없다. 얼마 전에 얼굴 좀 예쁘다 하여 잘 나가던 황수정이라는 여자탤런트가 히로뽕을 최음제(催淫劑)인줄 알고 먹었다고 했다. 최음제는 성욕을 일으키게 한다는 약제로 ‘미약(媚藥)’이라고도 한다.그러니까 정사를 더욱 즐기기 위해 히로뽕을 먹었다는 이야기다. 그 탤런트는 연예인으로서 인기가 순식간에 추락, 회생불능이 됐다. 광고모델에서도 쫓겨나는 막대한 경제적 수모도 당했다. 이렇게 마약은 사람을 잡아 먹는다. 사람들이 보통 이야기하는 마약은 사실 마약류의 한 종류다. 지난해 마약법, 대마관리법,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등을 통합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마약류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쓰였다.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향정신성의약품 중 대표적인 것은 메스암페타민이라는 의약명을 갖고 있는 히로뽕이다. 염산에페드린이 주원료인 히로뽕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마약류의 70%를 차지하는데, 식욕 억제 및 환시, 환청, 피해망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최근 젊은층에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신종 마약류인 야바(속칭 향기나는 약), 엑스터시(MDMA·속칭 도리도리) 역시 히로뽕을 화학처리해 강도를 높인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소위 살빼는 약으로 불리는 펜플루라민과 산부인과에서 분만 진통제로 쓰이는 염산날부핀(누바인), 코카인에 화학약품을 투입한 크랙이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한다. 마약을 투여하고 환각상태에 빠져들면 ‘손목을 칼로 그어라’‘더 살아서 무엇하느냐’고 누군가 악마처럼 유혹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 사람의 마약중독은 본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가 함께 공멸하는 무서운‘덫’이다. /淸河

奇貨可居

진시황은 성이 영씨로 돼있으나 사실은 여씨다. 전국시대말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간 거상 여불위는 진나라 태자 안국군의 서자 자초가 볼모로 와 있으면서 냉대받고 있음을 알았다. 자초를 찾아가 장차 본국의 대권을 쥘 수 있노라며 용기를 북돋고 많은 돈까지 주었다. 이어 진나라로 들어간 여불위는 공작끝에 안국군의 정실 화양부인에게 접근, 대담판의 로비를 벌여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서자 자초를 태자로 삼는다는 밀약을 받아냈다. 여불위는 다시 한단으로 가 자초에게 융숭한 연회를 베풀고 조희라는 절세의 무희를 바쳤다. 이윽고 조희에게 태어난 아이 이름이 정(政)으로 후일의 시황제다. 그러나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조희가 처음 자초를 만났을 때 이미 여불위의 씨를 갖고 있었다고 기록해 놓고 있다. BC 257년 진·조 두 나라가 마침내 싸움을 벌여 인질인 자초가 위기에 처하자 여불위는 황금 600근을 조나라 실세들에게 풀어 자초를 무사히 본국으로 탈출시키는데 성공했다. 얼마후 진나라 소왕이 병사하여 안국군이 53세로 왕위에 올랐으나 평소 주색으로 몸이 허약하여 병중이었던 터라 왕이 된지 사흘만에 죽었다. 드디어 자초가 왕위를 계승, 장리왕이 되자 여불위를 일약 승상으로 제수하고 10만호의 식읍을 내려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했다. 여불위는 장리왕 자초가 3년만에 죽어 태자 정이 왕이 된 뒤에도 숙부로 예우받으며 계속 실권을 쥔 것이 과해져 나중엔 음독자살해야 하는 화근을 불렀다. 사기- ‘여불위전’은 자초에게 투자의 눈을 돌린 것을 가리켜 당장은 큰 가치가 없더라도 챙겨둠으로써 나중에 큰 이문을 남긴다는 뜻으로 ‘기화가거’(奇貨可居)라고 했다. 자초를 주군삼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여불위가 그 공덕으로 영화를 누렸던 것처럼 그와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지금 또한 대권 예비주자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권력의 영화는 무상하다. 여불위와 마찬가지로 음독자살 하는 권력자의 말년은 허다하다. 텔레비전 드라마 ‘여인천하’의 윤원형과 난정 또한 나중에 무소불위의 권력과 영화를 누리다가 실각하게 되자 다같이 음독자살하고만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지금은 자결까지 해야하는 일은 없을지 몰라도 자신이 잘못 누린 권력과 영화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는 능히 될 수 있다. 권력의 단맛에 도취되는 인간속성의 어리석음 일는지.

무제

한고조 유방의 손자 가운데 회남왕을 지낸 유안(劉安)이란 사람이 있다. 고명한 학자들을 초빙, 토론을 즐긴 학구파로 이름나 회남자라고도 부른다. 두부 만드는 법을 처음 개발한 것도 그였다는 설이 있다. ‘회남자’란 책자 세림편에 ‘일엽지추 일엽천하추(一葉知秋 一葉天下秋)라는 시편이 나온다. 가을을 알리는 나뭇잎 하나가 천하의 가을을 낙엽 하나로 알리는구나로 직역된다. 그러나 세월의 무상함이나 시세의 변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의역되기도 한다. 또 가을부채를 일컫는 추풍선(秋風扇)이란 말이 들어간 시구가 있다. 한나라 성제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 반첩여가 참소당해 억울한 원죄임이 밝혀졌으나 이미 황제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아 원가행(怨歌行)이란 시를 썼던 것이다. 그 가운데 자신을 여름이 지나 쓸모가 없어 채롱속에 간수된 부채에 비유하여 추풍선이라고 했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말도 있다. 후한시대 왕충이 ‘재능을 잘못 발휘하여 무익한 것은 마치 여름에 화로를 내놓고 겨울에 부채를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허사다’라고 말한 논형(論衡)에서 유래됐다. 입동이 지나긴 했으나 지금이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는 말하는 이가 보기에 따라 다른 그런 계절이다. 늦가을이든 초겨울이든 분명한 것은 찬바람 속에 낙엽이 지고 있는 변함없는 자연현상이다. 지겹도록 삶아댄 폭염엔 그토록 좋았던 에어컨을 지금은 보기만해도 한기를 느낄만큼 온기가 좋아졌다. 에어컨에 커버를 씌우거나 아니면 선풍기를 ‘추풍선’처럼 다락에 넣어두고는 생각해본다. 올 한해를 여름에 난로, 겨울에 부채를 내놓는 ‘하로동선’의 어리석음과 마찬가지로 쓸모없이 보내지 않았는가를 돌아본다.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지난 세월이 아까워서인지 모르겠다. 비단 개인뿐만이 아니고 가정과 직장, 나아가서는 모든 공인들이 다같이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는다. 이 달도 이젠 하순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이 해를 보내는 12월이 닥치면 이내 연말연시를 맞는다. 얼마남지 않았지만 마무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역시 자신을 돌아보며 허물을 반성할 줄 아는데 인간다움이 있는 것이다. /白山

국회

지난 9월20일 소집된 올 정기국회 회기 90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 국정감사만 마친 가운데 54일을 넘겨 불과 36여일 남겨놓고 있다. 그동안 여야의 사정 때문에 상임위 활동도 별로 활성화하지 못했다. 프랑스의 정치가 페리고르(1754∼1838)가 “아무 것도 깨닫지 않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고 개탄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1789년7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대부분의 귀족들은 해외로 망명했다. 나폴레옹의 몰락에 이은 루이 18세의 집권으로 갖은 고초를 겪던 망명 귀족들이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땐 봉건제도의 모순이 극에 달해 시민사회의 이상이 확산하는 시대였다. 그런데도 귀족들은 봉건시대의 영화를 추구할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망명길에서 기아에 허덕였을 만큼 모진 고초를 겪고도 무능한 귀족들은 여전히 예전의 집단이익 근성을 버리지 못한채 싸우기만 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깨닫지 않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는 페리고르의 유명한 말은 그 무렵의 왕정복고를 저주하며 귀족들을 갈파했던 말이다. 국내 정치권이 당쟁으로 영일이 없고,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심지어는 이듬해 정부예산안 확정도 법정시일을 놓치기가 일쑤였다. 그러다가 회기 막판에 가서 예산심의를 제대로 하는둥 마는둥 해가며 얼렁뚱땅 해치우곤 하였다. 건국이후 반세기가 훨씬 넘었다. 그동안 유일하게 한치의 발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정치권이다. 50년전이나 세상이 달라져도 몇번이나 달라진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개혁의 대상은 누구보다 정치권이라는 지탄속에서도 개혁의 면모는 커녕 예전의 타성 그대로다. 각 상임위 소관별로 쌓인 법안과 의안등이 산적해 있다. 민생과 관련한 많은 안건이 먼지가 쌓이도록 낮잠자고 있다. 이러고도 비서를 더 늘리거나 세비 인상 등에는 여야가 군말없이 의기투합하곤 한다. 일찍이 ‘하늘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혹평을 들은 적이 있다. “명색이 선량이라는 그들은 말뿐 아무것도 깨닫지 않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白山

경종

‘혼인을 빙자,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제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가 세간에 알려진 계기는 이른바 ‘박인수 사건’이다. 1955년 1심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을 보호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혼인빙자간음죄는 당시 상당한 논란이 됐지만 최근에는 사기죄로 처벌하면 될 것을 굳이 성관계와 연관짓는 것은 남녀관계를 불평등한 관계로 보는 지난 시절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폐지를 주장한다. 형법 제297조에서 ‘부녀를 강간한 자’로 한정돼 처벌하고 있는 ‘강간죄’도 시대에 뒤떨어진 전통적인 구분이라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동성(同性)피해자에 대해 ‘강간’이라는 단어 대신 ‘추행’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일단락 됐지만 쌍방간 합의하에 이뤄졌음에도‘간통죄’가 계속 폐지 찬반 논쟁 중에 있고, ‘청소년 성매매’역시 ‘쌍벌주의’도입을 놓고 논란이 많다. 지난 6월 서울지검 소년부에서 성인 남성의 매매춘을 유도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성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검찰은 적극적인 법률개정 검토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보다는 ‘미성년자’가 타당하겠지만 미성년자와 ‘도움’을 미끼로 ‘돈을 주고’성관계를 갖는 것은 지탄을 받아야 된다. 부도덕한 짓이다. 청소년 성매매는 일반적인 매춘과는 다르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남성명단 445명을 추가로 공개하려는 것은 경종이다. 인격을 무시하거나 박탈하는 게 아니다. 간통죄, 혼인빙자간음죄, 강간죄 존치는 경종이다. 경종을 울리지 않아 보라. 인류 파멸직전의 극악사태가 순식간에 도래할 게 분명하다. /淸河

탐지견

우리나라는 탐지견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처음 도입했다. 탐지견은 후각이 사람보다 최고 100만배까지 예민하다고 한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불법 반입물량의 70∼80%를 탐지견이 적발한다. 미국에서는 숨겨오는 달러만 공항에서 전문적으로 찾아내는 탐지견이 맹활약한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이 운용중인 탐지견은 모두 51마리로 대부분 마약, 폭발물 탐지견이지만 사향, 호랑이뼈, 웅담가루 전문 탐지견도 활동중이다. 이 탐지견은 여행객이 몰래 들여오던 원숭이도 적발한다. 구제역과 광우병 유입 때문에 골치를 앓던 수의과학검역원도 가축 생고기의 불법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탐지견을 활용키로 했다. 뼈를 제거한 생고기는 X레이 투시기에도 잘 식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 육류반입 적발건수는 1999년 4천200여건에서 지난해 5천500여건으로 매년 증가한다. 미국 테러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9월12일 서울의 미국대사관 주변은 추가테러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고 무장한 경찰특공대 사이로 폭발물 탐지견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주변을 탐색했다. 미국 테러여파로 바빠진 것은 사람들뿐 아니다. 세계적인 테러위협과 월드컵을 앞둔 한국의 탐지견들도 ‘맹활약’중이다. 테러 이전에는 주 2∼3회 정도 출동했던 특공대 소속 20마리의 탐지견들이 요즘은 하루에 2회 출동한다.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대우도 대단하다. 분기별로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는다. 철마다 각종 예방접종은 물론이다. 최근 기온이 떨어져 견공들의 집에는 온풍기가 가동중이다. 탐지견들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기밀’이라는데 아마어마한 모양이다. 탐지견들은 리트리버가 대부분이고 세퍼트와 마리노이즈 등이다. 가격은 500만원선인데 주로 미국에서 수입한다. 탐지견들의 공통점은 충성스럽고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는 것이다. 탐지견을 부리는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겠지만 탐지견들의 감시와 조사를 받은 사람들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기야 견공들은 “이런 사람같은 놈!”아니면 ‘사람보다 못한 놈’이라고 호통칠지 모른다. /淸河

상수도사업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집은 거의 없다. 수돗물 불신은 이미 생활상식이 된지 오래다. 집집마다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끓여서 먹는다. 수도요금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 손대면 손댈수록 화를 부른다. 예민한 민원사항이다. 수도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물가상승 요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수질을 탓한다. 현행 수도요금은 평균 t당 442원이다. 생산원가가 t당 569원인데 비해 77.8%에 그친다. 그간 수차 올린게 이러하다. 이때문에 각 시·군마다 상수도 특별회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도내만 해도 상수도사업 부채가 8천억원대로 추정된다. 연간 금리만도 70억원 가량이다. 이 원리금은 지역주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당장은 수돗물 값을 덜 올려 주민부담을 줄이는 것 같아도 결국은 주민이 갚아야 할 빚이다. 현상유지가 급급한 판이니 수질개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군에 따라서는 수질 전문가마저 두기가 벅찬 실정이다. 말은 단위 생산비를 줄여 인상요인을 흡수하라고 하지만 지금의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단위생산비를 줄이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상수도사업의 광역화는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지역연계 운용으로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는 등 생산비 절감요인이 많다. 그러나 환경부가 이와 함께 검토하는 민영화방안은 어려울 것 같다. 시·군이 운영하는 상수도 사업은 비공권력 분야다.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계약성격을 갖는 민사관계이지 행정사항은 아니므로 민영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민영화하면 수탁업체가 이문을 남겨야 한다. 영리를 추구해야 생산이 가능하므로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 해진다. 수질개선을 이루면 이룰수록 생산비가 더 들기 때문에 요금 또한 더 오를 것이다. 광역화로 절감되는 생산비 폭보다 민영화 업체의 수익성 폭이 더 높으면 광역화와 더불어 민영화해도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광역화든 민영화든 시·군이 짊어지고 있는 기존의 부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환경부의 계획은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상수도사업은 이래저래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白山

촛불환담

1917년11월7일은 볼셰비키가 케렌스키 과도정부를 마침내 타도, 러시아 혁명을 완성한 날이다. 당시 군사평의회 의장이었던 페테르스 부르그는 ‘나의 생애’라는 자서전에서 그 날의 레닌을 이렇게 말했다. ‘국가 권력은 탈취됐다! 레닌은 아직 와이샤츠를 갈아입을 틈도 없었다. 그는 동지들간의 친근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수줍은듯한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상냥스럽게 처다 보았다. “여보게”하고 주저하듯이 말을 꺼냈다. “이렇게 빨리 박해와 지하생활로부터 권력에로 이행한다는 것은…”하고는 목이메어 말문을 닫았다. 그리고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면서 자기 머리를 손으로 둥들둥글 쓸어 만졌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처다보면서 한참동안 미소지었다 ’볼셰비키가 러시아 공산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이듬해 3월에 가진 당대회에서 였으며,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 연방공산당으로 바뀐 것은 1925년이다. 소련이 붕괴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러시아 혁명기념일 또한 ‘화해일치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어느 중앙지 모스크바 특파원이 전한 지난 7일의 현지 소식이 흥미롭다. 공산주의 지지자들은 푸틴반대의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했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청소의 날 행사를 갖는 등 다양한 집단이 여러 목소리를 내는 자유를 구가했다는 것이다. 쿠바도 관광사업 개방으로 자유의 바람이 일고 중국, 베트남 역시 시장경제로 한해가 다르게 현대사회화 하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만 유독 잠궈둔 빗장문을 좀처럼 잘 열지 않는다. 지난 8일 제6차 남북장관(상)급 회담이 열린 금강산여관에서는 남북의 두 대표가 저녁에 환담을 나누면서 촛불을 켜야만 했다. 정전이 됐기 때문이다. 참 이상하다. 정전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듯한 북측 사람들을 의연하게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로 보아야 할 것인지 헷갈린다. 개방과 개혁을 고집스럽도록 거부하는 저들에게 변화가 언제쯤이나 있을 것인지 생각할 수록 머리가 무겁다. /白山

수능시험

‘어려워진 수능 충격의 고3교실’ ‘과외공부 필요 없다더니’ ‘가채점 포기속출 점수파악도 안돼’ ‘교육부 홈페이지 비난 쇄도’ ‘진학담당교사 한숨만 푹푹’ ‘380점이상 작년 36명 올해는 0명…수능 가채점 모교교’ ‘널뛰는 난이도 수험생들만 골탕’ ‘상위 50% 77.5점 목표 빗나가 교육부의견 반영안돼’ ‘이해찬세대 학력도 원인’‘출제진 일선 현장과 괴리’ ‘사교육의존 더 심해질듯’ 올 수능 시험을 둔 신문기사의 크고작은 제목들이다. 작년 수능은 변별력이 의심될 만큼 너무 쉬어 만점이 수두룩하게 쏟아졌다. 이 때문에 고득점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지경이었다. 반대로 올 수능은 변별력을 높인 것만큼 출제가 난해하여 시험을 잘 치루지 못해 야단들이다. 성적이 뚝 떨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작년에는 너무 쉬어서 탈이고 올해는 너무 어려워서 탈이다. 따지자면 난이도 조절이란 것도 기준이 모호하다. 이집트 우화에 ‘악어의 논법’이란 게 있다. 나일강변에 살던 한 어머니가 악어에게 붙잡힌 아이를 돌려달라고 간청하자 악어는 내 마음을 정확히 알아 맞추면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아이를 돌려주려 하는 것인지 아닌지 맞춰보라고 했다. 그 어머니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돌려주려고 한다든지 안돌려 주려고 한다든지 어떻게 말하든 악어는 틀렸다고 말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이 종잡을 수 없는 것은 분명 문제점이긴 하다. 그러나 점수만으로 얘기하자면 어려우면 다같이 어렵고 쉬우면 다같이 쉽다. 쉬우면 다같이 점수가 올라가고 어려우면 다같이 점수가 내려간다. 수능시험 출제는 난이도보다 학교교육의 본질에 접근해 생각해보는 것이 순리다. 교육부의 조령모개식 정책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도대체가 백년지계라는 교육이 2∼3년도 못가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는 판이니 학교는 뭘 믿고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것인지 앞으로도 걱정이다. 학교 공부만 착실히 해도 되는 입시위주의 탈피를 언제 면할지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근원적대책 접근없이 단순히 시험이 너무쉽다, 너무 어렵다고만 말하는 것은 상대적이어서 ‘악어의 논법’과 비슷하다. /白山

꽁치

최근 언론에 이름이 부쩍 오르내리는 꽁치는 맛있고 값이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국민생선’이다. 그런데 꽁치는 ‘서리가 내려야 제맛이 난다’는 말이 있다. 계절에 따라 지방질 함유량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꽁치는 지방질 함유량이 10% 정도이나 10월, 11월쯤 잡히는 꽁치는 지방질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산란을 마친 12월쯤에는 다시 지방질이 5%로 줄어든다고 한다. 꽁치는 단백질 함량도 20% 정도로 다른 생선에 비해 월등하다. 질 또한 우수하여 가을철 스태미나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일반적으로 필수아미노산이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들어있는 식품으로 달걀을 꼽지만, 꽁치는 필수아미노산이 달걀의 95%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가히 영양의 보고라 할만하다. 특히 꽁치의 붉은 살에는 빈혈치료에 효과적인 성분인 비타민 B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더욱이 꽁치에 포함된 지방질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그것과는 달리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소화와 흡수가 잘 된다. 따라서 동물성 지방을 경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권장할 만한 생선이다. 불포화 지방산은 노화와 성인병을 예방하고 평소 허리와 무릎이 부실한 사람에게 좋은 성분이다. 이렇게 꽁치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가을에 영양식을 맘껏 먹어두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혹한에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을 길러주는 좋은 음식이다. 얼굴이 창백하고 기운이 없거나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꽁치의 배 부분과 신선한 내장을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고 한다.그러나 꽁치는 산성이 강하기 때문에 영양의 균형을 위해 채소 등 알칼리성 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장을 함께 먹어도 안전한 생선으로는 보통 꽁치와 은어 정도를 꼽는다. 다만 산삼도 몸에 안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듯 꽁치를 먹고 설사나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1월 2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한·러 어업위원회 회의가 잘 끝나 ‘한·일‘ 꽁치분쟁 ’이 타결될 전망이 보인다고 한다. 우리 어부들이 예전처럼 남쿠릴수역에서 꽁치를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淸河

경로당

민선자치 이후 경로당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지만 난방비 지원액은 5년째 제자리 걸음이어서 노인들의 겨울나기가 걱정스럽다. 현재 정부가 국비(50%) 도비(25%)와 시·군비(25%)로 경로당 난방비를 1곳당 매월 25만원씩 지원토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매월 50만∼60만원씩 소요돼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지원금은 1998년 연탄 500장(장당 500원)을 기준으로 마련된 후 동결된 액수로 대부분의 경로당이 최근 보일러용 등유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현실화해야 한다. 더구나 지원대상도 3∼4년 전에 신고된 경로당 기준이어서 도내 경로당 6천9개소 중 6%인 389곳은 아예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는 경로당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원금액뿐 아니라 지원대상 숫자도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지자체가 지방비를 보조해주거나 경로당 노인들에게 도로변 청소, 노는 땅 경작, 폐자원 수집 등을 통해 자체 수익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고 있으나 부족분을 채우기에는 너무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부족한 난방비를 기업체나 지역인사 등의 지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일부 경로당은 경기침체 등으로 성금이 크게 감소돼 올 겨울나기에는 상당한 고초를 겪을 게 분명하다. 노인들이 월 2천∼3천원씩의 회비를 자체적으로 걷거나 청년회·부녀회 등의 지원으로 난방비를 충당하는 곳도 상당수 있으나 곤란하기는 모두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경로당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물론 당국의 예산증액이 우선책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에만 의존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늙으신 내 부모님을 자식들이 모셔야지, 국가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좀 뭣하지 않은가. 정부차원의 완벽한 노인복지시책이 마련된다면야 더 할 나위 없지만 지역사회, 특히 경노당을 이용하는 노인 가족들의 깊은 관심도 필요하다.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인 가족들의 깊은 관심이 힘을 합쳐 경로당 노인들이 올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청하

가정

테레사 수녀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날, 한 기자가 “세계 평화를 위하여 가장 긴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테레사 수녀는 웃으면서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 선생께서 빨리 집에 돌아가셔서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유명한 일화이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학 스티네트 교수는 현대 미국가정의 건강한 공통점을 ‘감사·헌신·교통·함께 갖는 시간·정신적 건강·극복의 능력’등 여섯가지로 분류한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가족 서로가 고마움을 말이나 행동으로 자주 표시하는 것은 ‘감사’다. 개인보다 나의 가족 전체의 유익과 명예를 위하여 사는 것은 ‘헌신’이다. 어떤 일이 있을 때 묵과하거나 혼자 해결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의논하며 살아가는 것은 ‘교통(Communication)’이다. 식사 피크닉 교회 등 가족들이 행동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 때 가족의 유대가 강해지는 것은 ‘함께 갖는 시간’이다. 낙관주의, 윤리적 가치관, 박애정신 등 가족의 ‘정신적 건강’은 강한 가족을 만들고, 가족적인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고통과 슬픔으로 넘기지 않고 변화와 발전의 기회로 극복하는 것은 ‘극복의 능력(Coping Ability)’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가정은 사회와 국가의 기본단위다. 따라서 가정이 흔들리면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야기되며 사회도, 국가도 흔들리게 된다. 은퇴 후 봉사활동으로 더욱 바쁘게 지내고 있는 지미 카터는 대통령 재직시설 백악관 직원들에게 “백악관 직원은 가정생활에 충실해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 안정되고 건강한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사람이며 나라일도 맡길 수 있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집에 며칠씩 못 들어 갈 정도로 바쁜’ 사람을 유능하다고 판단한다. 많은 주부들이 ‘땡 남편’을 싫어한다고 한다. 퇴근 후 곧바로 귀가하는 남편이 싫다?. ‘집에 일찍 가봐야 답답’하기만 하다는 남편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아내가 기다리는 가정이 싫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하여 가장 긴급한 일이라는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은 명언 중 명언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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