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장애인 인권위원회

어제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불우장애노인 100쌍을 초청한 가운데 가진 합동회갑연은 시종 인정의 훈기가 감돌았다. 부대행사 역시 풍성했다. 김광자 수원대교수의 고전무용에 이어 칸텔레나 싱어즈 등이 출연한 연예인 초청공연이 있었다. 선물 또한 푸짐했다. 경기농협, 수원시교육청과 행사임원 등이 각종 옷가지 1천여점을 기증했다. 이무광 수원시부시장, 김용서 수원시의회의장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행사는 경기도장애인 인권위원회(회장 연창흠)가 베풀었다. 장애인 인권신장을 위해 지난 3월 13일자로 경기도에 등록, 출범한지 얼마 안되는 이색 민간 사회단체다. 첫 행사로 가장 소외되고 있는 불우장애노인들의 합동회갑연을 가진것도 특이하다. 연창흠회장은 인사말에서 “장애인 상당수가 생활고 때문에 일생에 단 한번뿐인 회갑연을 갖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불우 장애인들에게 다소나마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에 충분하다. 장애인복지는 순간의 관심보다 더불어 사는 평생의 직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본질이긴 하다. 그러나 이미 자활의 능력을 갖기 어려운 불우장애 노인들에게는 순간의 관심이나마 마음의 보약이다. 선진사회는 궁극적으로 사회복지가 잘된 사회를 말하며, 복지사회 척도는 장애인, 특히 불우장애 노인들에 대한 관심도가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회복지 정책은 이 수준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한 이유는 이때문이다. 살기가 점점 힘들다 보니 더욱 삭막해진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으면 친구도 소원해지는 세태가 돼간다. 이런가운데 아무도 돌보지 않은 소외계층을 보듬는 독지가들이 있다는 것은 한줄기 빛이다. 연이나 메마른 세태에도 신선한 인정의 샘은 있다. 경기도장애인인권위원회는 불우장애노인 합동회갑연을 해마다 지속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앞장서 맡는 뜻깊은 마음이 무척 돋보인다. /白山

학도호국단

한국전쟁시 학도병이 최초로 참전한 곳은 1950년 6월28일 한강방어선이다. 이틀뒤인 6월30일엔 수원에서 5백여명이 지원, 비상학도대가 결성됐다. 서울 및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 일원의 재학생들이었다. 이후 전국의 중학생(그땐 고등학교가 없는 5년제) 상급학년 가운데 많은 수가 학도병으로 출전했다. 미처 군복으로 갈아 입지못한 채 교복을 입고 참전, 장렬히 산화한 학생이 부지기수였다. 육탄 돌격으로 인민군의 탱크를 폭파하고 함께 전사한 학생도 많았다. 가장 많이 희생된 작전은 포항전투로 시산혈해를 이루었다. 학도병은 북한의 원산등지까지 북진했다가 1951년 3월 이승만대통령의 복교령으로 해산돼 학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사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은 군번이 없는 이유로 유족들은 지금껏 연금 혜택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포항등 격전지에 위령탑을 세우거나 학교에 따라 명예졸업장을 추서하는 것으로 그쳤다. 학도호국단이란게 있다. 1951년8월24일 중학교 이상의 학생으로 발족, 1960년5월에 폐지됐다가 1975년 고등학교에 한해 부활됐다. 학생의 자치능력 배양과 사회봉사 및 애국정신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학도호국단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다만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계획위원회가 전시에 대비해 서류상으로 편성, 도상 훈련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교원단체 일각에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비록 서류상이라 해도 본인 모르게 동원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 세월이다. 50여년이 지나는 동안 학도호국단의 도상훈련에 ‘인권침해’를 말할 만큼 전쟁의 참화가 망각됐으니.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방은 전방대로 후방은 후방대로 생사의 갈림길뿐 인권따윈 한가한 잡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토록 무서운 전쟁을 막음으로써 인권을 지키는 길은 힘을 기르는 길밖에 없다.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평화는 스스로 지켜야지 누가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불행히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51년 전처럼 학도병 지원이 밀물처럼 일 것인지, 가상조차 하기싫은 전쟁이지만. /白山

교통 파파라치

淸河교통법규 위반현장을 촬영, 1건당 3천원의 보상금을 받는 신고포상금제도가 지난 3월 10일 실시된 이후 경기도의 경우 18만9천여건, 전국적으로는 72만3천300여건에 21억7천여만원이 지급됐다고 한다. 대구에 사는 S씨의 경우는 1만105건을 신고, 두달새 3천만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받아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신고포상금제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보상금을 노리는 교통법규 위반차량 사진촬영 전문꾼인 일명 ‘교통 파파라치 ’가 양산되는 등 매우 고약한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이른바 ‘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해졌는가 하면, 일부지역에서는 조직폭력배들이 개입, 전문 신고꾼들을 위협해 ‘자릿세’를 받거나 배타적으로 자리를 독차지한 채 ‘독점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된 대학생들이 전문 신고꾼으로 나서는가 하면 위반차량을 촬영한 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운전자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신종 공갈범죄까지 등장했다. 특히 2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가 많고 교통정체가 심한 지역이나 중앙선 침범이 비교적 잦은 아파트단지 입구 등은 한 장소에서만 2∼3팀이 경합을 벌이는 등 목 좋은 곳의 ‘영역다툼’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시간당 1천500원 정도의 커피숍 등의 아르바이트에 비해 1건에 3천원씩하는 신고포상금제가 훨씬 좋다는 예찬론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이러한 전문촬영꾼, 자릿세, 공갈 행위의 원인제공자는 교통환경 등 이유야 어떠하든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포상금제 실시 초기의 이같은 과도기적 현상은 차차 사라질 것이라는 식의 경찰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교통위반 현장 적발 신고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한다면 교통 파파라치는 자연히 사라질 것 같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의 이의제기와 집단민원이 늘어나자 도내의 상습위반구역에 사진촬영 전문꾼에 걸리지 말고 운전 잘 하라는 뜻의 ‘중앙선침범사진촬영신고장소 ’라는 플래카드를 설치한 경기경찰청의 아이디어가 어쨌든 미소를 짓게 한다.

야스쿠니神社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는 1869년 메이지(明治)왕이 전몰자를 위해 만든 쇼콘샤(招魂社)가 전신이다. 1879년 야스쿠니신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2차세계대전 등에서 숨진 2백46만6천여명의 군인 군속 위패가 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등 2차대전 A급전범 14명의 위패도 이곳에 있다. 일본사람들은 히로히토(裕仁) 전 왕이 1945년8월15일 정오에 무조건 항복발표 한 날을 패전이라 않고 ‘종전기념일’이라고 부른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신사경내 참배단 주변은 물론이고 1백여m의 진입로까지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참배객들로 붐빈다. 신사밖엔 군가를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가 하루종일 요란하고 가미가제(神風), 인간어뢰 등 특공대를 찬양하는 각종 행사가 잇따른다. 옛 군복차림에 일장기를 앞세운 2차대전 노병들은 “댄노해이카 반사이”(천황폐하 만세)를 외쳐대기도 한다. 일본 각료와 의원들의 참배가 있었지만 개인자격이었다. 이때문에 “총리가 이웃나라 때문에 공식참배를 안한다니 그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비난이 참배객들의 입에서 쏟아지곤 했다. 고이즈미(小泉) 일본 총리가 오는 8월15일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를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을 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이를 외교문제로 삼지말라”고 지난 30일 참의원에서 말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당국은 이에 매우 우려하고 있으나 고이즈미가 전후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의 첫 총리가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후 56년을 지나면서 이토록 달라졌다. 과거의 군국주의 문화에 향수를 갖는 풍조가 젊은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한국전쟁의 참상을 잊어가는 사람들이 적잖은 우리들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저들은 이웃 나라와 선린관계를 말하면서도 일본 주도의 대동아 공영권(大東亞 共榮圈)을 부르짖던 과거로 철저히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노일전쟁, 1931년 만주사변, 1941년 12월8일의 2차세계대전 등 발단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미국 하와이 해군기지 기습으로 2차세계대전이 시작했던 것처럼 청일전쟁, 노일전쟁, 만주사변 등도 일본군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야스쿠니정신은 곧 허를 찌르는 ‘기습’이란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白山

군인 범죄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군인들의 범죄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범법자 당사자를 용서할 수 없다. 굳건한 국토방위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신성한 의무와 책임이 있는 현역 군장교들이 연약한 부녀자들을 상대로 살인· 강도· 납치·강간·폭력 행위를 자행하였으니 입이 열개라도 말 못할 것이다. 손모라는 육군 중위는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탈영해 여대생의 하숙방에 침입, 성폭행하고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목까지 졸라 숨지게 하였다. 더구나 손 중위는 10여차례에 걸친 강간 등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15년을 선고받고 군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허리 치료차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한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한 파렴치범으로 밝혀져 더욱 놀라웁다. 군 환자 관리 상태가 허술함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모 공군 대위와 그의 친구 박모씨 등은 채팅으로 알게된 20대 여자 두명을 훔친 차량으로 납치, 김포공항 인근 공터로 끌고가 강간한 뒤 현금을 빼앗았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 두달동안 10명의 부녀자를 강간하거나 폭행하고 2천여만원의 현금을 갈취한 혐의도 있다고 하니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병영생활을 했는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신고하지 못하도록 범행 후 알몸 촬영을 하고 “신고하면 알몸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가증스러운 협박까지 했다. 지난해 사단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국방부가 군기강 확립 특별대책을 마련, 예하부대에 시달했는데도 이같은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기강이 생명인 군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모두가 이렇게 참담해 하고 있는 것은 작전을 지휘하고 휘하 사병들을 이끌어 나가야할 장교들이 부녀자를 살해, 강간하고서도 뉘우치는 기색을 전혀 안보인다는 점이다.비록 소수라고 하여도 이러한 사고가 걱정스러운 것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대다수 국군 장병의 명예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군은 기강을 하루 빨리 다듬어 민간인들이 국군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수립,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군인들은 모름지기 ‘군인의 길 ’을 잠시도 잊지 말고 내 가족을 위해, 국민을 위하여 국토방위에 전념해야 된다. /청하

보고서 배포금지

듣기 싫은 소릴 듣기 좋아하는 사람 없고 듣기 좋은 소릴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능을 거부해야할 때가 있는게 세상사다. 범부의 인간사에도 이러하다. 사람을 거느리는 입장에 있는 이는 더욱 그러하다. 하물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일부 언론 보도로 정부의 공적자금 운용을 비판한 조세연구원 보고서 책자가 재정경제부 등에 의해 5개월간 배포금지된 사실이 밝혀졌다. 조세연구원은 국책기관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두명의 연구원은 이에 반발, 결국 사표를 내고 연구원을 떠났다고 한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공적자금 회수율이 20%를 밑돌면 2003년에서 2008년까지 소득세를 29% 높여야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 요지다. 국민세부담이 그만큼 가중되는 것이다. 정부는 불리한 여론을 조성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의 배포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천문학적 수치의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을 불안케 한지 오래다. 예컨대 은행구조조정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정상화 궤도 진입은 아직도 요원하다. 왜 보고서 배포를 금지 했을까. 불리한 여론 조성이라니, 그토록 시책에 자신이 없다는 것인지. 땜질식 미봉책이 아닌 신념있는 시책이었다면 자신이 없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그같은 발표를 듣기 거북해 한다면 검은 것도 희다는 식으로 듣기 좋은 소리만 발표해 주길 바라는 것 밖에 안된다.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된다. 명색이 나라를 다스리는 이들이 범부의 아량보다 못한 협량한 위인들로 꽉 찼으니 무슨 일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 저나 공적자금 관련 보고서 배포를 금지했다면 공적자금 운용에 무슨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양약이 구어고(良藥而 口於苦)나 이어병(利於病)이고 충언이 이어역(忠言而 耳於逆 )이나 이어행(利於行)이란 옛말을 돼새겨야 할 것이다. /白山

기여입학제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기여입학제다. 시험에 붙을 실력은 없고, 해서 거액의 돈을 내는 것이다. 생각하면 두드러기가 솟을 정도로 거부감이 생긴다. 하지만 한번 바꿔 생각해 볼만도 하다. 돈많은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수만 있다면 검토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기여입학으로 입학해서 수학능력이 따라가고 못따라가고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에 속하는 별개의 문제다. 단 입학정원에서 제외하는 기여입학 대상수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또 기여입학은 대학발전에 결정적 도움이 될만한 거액이어야 한다. 연세대가 20억원선으로 정한 기여입학제 허용을 요구한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한적 기여입학제를 들고 나와 주목을 끈다. ‘과거 교육개혁의 문제점과 향후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하여’라는 이 보고서는 수능성적 상위 10%이내 등 납득할만한 기준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긴 했으나 정부의 연구기관이 기부금 입학허용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전체 교육예산의 10%도 안되는데다 대학재정은 78%나 등록금에 의존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기여입학제 요인으로 지적했다. 미국같은 나라의 대학도 재정난을 겪기는 비슷하지만 저명한 독지가들의 지원에 힘 입은바가 크다. 이때문에 연구실 도서관 기숙사 등에 우리보다 훌륭한 시설과 장학제도를 운영하면서 잘 유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비해 우리는 재벌이나 저명인사가 대학발전을 위해 돈내는 독지가는 일찍이 한번도 보지 못했다. 삯바느질로 평생 모은 돈, 음식장사를 해가며 저축한 돈을 1억원 또는 수억원씩 대학에 기부하는 서민 독지가는 가끔 있었어도 저명 독지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여입학제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돈을 주체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사람의 돈은 기부금을 20억원이 아니고 50억원, 1백억원으로 정해서라도 사회에 환원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白山

변호사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면서 으레 들려주는 말이다. 미국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피의자의 권리를 고지하는 미란다 법칙은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다. 국내에서도 미란다 법칙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고지하는 예는 지극히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한 실정이다.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수사단계의 형사사건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변호사가 수임사건이 줄어 애를 먹는다고 한다. 서울지방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1인당 평군 41.5건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53%는 20건도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방변호사회도 이보다 나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변호사 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민·형사사건 수는 제자리 걸음인데다 선임률마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긴 예전이라고 사건이 꼭 많았던 것은 아니다. 탄광 사고가 잦을땐 수임사건이 적은 변호사사무실에서 피해자 가족을 찾아가 성공보수를 조건으로 착수금 없이 민사사건을 맡곤 한적이 있다. 그러긴 했으나 서울만 해도 변호사가 3천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아지다 보니 전보다 더욱 어려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큰 민사사건을 잘 처리해 성공보수로 수억원대를 받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변호사 좋던 시절은 끝났다’는 말이 공인되고 있다. 변호사도 이젠 귀족화에서 벗어나 대중화 되어야 한다. 지금은 변호사 간판 하나로 능히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진정한 법률서비스가 구현돼야 인정을 받는다. 선임료도 낮춰야 한다. 국내 선임료는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약 10배가량 높다. 법원·검찰청사 주변에만 변호사 사무실이 몰려 있는 것도 기형이다. 시·군청이나 면사무소 소재지에도 변호사 사무실이 있을만큼 더 많아져야 한다. 변호사는 더 이상 판·검사들 몫만의 것이 아니다. 어렵게 공부해가지고 합당한 생활이 안된다고 말하는 이가 더러 있다. 뭘 모르는 소리다. 우리 역시 경찰관이 미란다 법칙의 고지필요성이 보편화 할만큼 변호사 선임이 대중화 돼야 한다. 그래야 활성화가 트인다. 과연 고객의 신뢰를 받을만큼 사명감에 성실한가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白山

훌리건

지난 11일 아프리카 가나의 한 축구장에서 극성팬들과 경찰의 충돌로 120여명이 숨졌다는 외신이 있었다.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과 남미에서만 극성인줄 알았던 축구장 난동꾼 ‘훌리건’이 이제는 제3세계에도 확산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1890년 ‘거리의 부랑아’라는 뜻으로 처음 등장한‘훌리건(hooligan)’이란 용어는 원래 폭력단, 깡패, 패거리 등을 뜻하지만 축구와 관련해서는 폭력을 일삼는 광적인 축구팬을 말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극성축구팬’‘난동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술을 먹고 흥분한 관중 몇명이 난투극을 벌이는 정도에 불과했으나 1980년대에 들면서 그 피해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됐다. 무려 300여명이 사망한 1982년의 유럽축구연맹(UEFA) 컵 러시아 스파르타크와 네덜란드 할렘 간의 결승전은 현대 축구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앞서 1964년 페루 리마에서는 관중의 난동으로 318명이 죽고 500여명이 다치는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축구재앙이 있었다. 1988년 서독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한주일 내내 훌리건이 경기장과 거리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을 휘둘렀고 1989년 영국 힐스브러에서는 훌리건 난동으로 경기장 방벽이 무너져 95명이 숨졌다. 또 지난 1996년 남미 과테말라의 마테오 플로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 간의 월드컵 예선에서는 82명이 사망했다. 훌리건은 이렇게 난동을 부려 축구장의 무법자가 됐는데 이 훌리건이 이제는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에서도 걱정거리가 됐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야 설마 안그러겠지만, ’ 만일을 대비해 서울경찰청이 960여 대원으로 구성된 8개 중대의 ‘훌리건 전담부대 ’를 24일 창설, 특수수훈련을 거듭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 수원, 인천 등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지방도시에도 경찰청별로 발족될 훌리건 전담부대는 살수차, 방송차 등 각종 시위진압 장비는 물론 경찰청 항공대의 헬리콥터를 지원받게 되는데 특히 훌리건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경찰견을 다량으로 확보해 올해 안으로 ‘경찰견 부대’도 창설한다고 한다. 정부 당국도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 함께 영국, 유럽 각국의 훌리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된다. ‘자기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은 적 ’이라는 외국의 상습 훌리건들이 몰려올지도 모르니 한국판 훌리건들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제발 틀리기를 바란다. /淸河

TV사극

역사소설을 읽고 실록(實錄)을 알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록도 승자의 편에서 남겨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또 TV드라마의 사극을 시청하고 모두 실록처럼 알고 있으면 안된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TV의 월·화 사극 ‘여인천하’만 해도 그렇다. 드라마와 원작소설(월탄 박종화 作 ‘여인천하’)에서 윤원형(이덕화 분)이 문정왕후(전인화 분)의 오빠로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 역사에서 윤원형은 문정왕후의 동생이다. 따라서 윤원형의 첩인 난정(강수연 분)과 문정왕후의 나이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윤 작가와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이런 모순을 눈치채지 못하게 ‘몇살’이라고 밝히는 대신‘문정왕후는 신유년 생이다’ ‘난정은 병인년에 태어났다’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갔다. 극 중반부에 들어서면 가장 막강한 후궁이었던 경빈은 아들인 복성군과 함께 쫓겨나 결국 사약을 받고 죽는다. 경빈이 문정왕후의 아들인 세자를 저주하기 위해 죽은 쥐를 나무에 매단 ‘작서(炸犀)의 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 ‘작서의 변’이 일어난 뒤 5년 후 김안로의 아들이 진범인 것이 밝혀졌다 ”고 전한다. 난정은 극 후반부에 이르러 을사사화 중에 비로소 친아버지인 파릉군(중종의 숙부)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파릉군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난정에게 궁안의 고급정보를 흘려주는 기생 옥매향은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극 중반이후 본격적으로 비중이 커지는 길상(박상민 분)과 능금은 실제 역사에서는 물론 원작소설에도 전혀없는 드라마상의 인물이다. ‘여인천하’뿐만 아니라 다른 사극들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일부에서는 TV사극이 역사를 왜곡시킨다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지만 작가와 제작자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극(劇)의 재미를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사극 ‘ 여인천하 ’가 방영되면서 최근 원작소설인 박종화의 ‘여인천하’가 출간된 지 16년만에 2판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극작가들이 원작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음은 좋은 현상이다. /淸河

聖恩論

영국의 국호는 ‘영연방제국’이다 ‘공·후·백·자·남’의 작위를 가진 귀족이 있다. 상원 의원의 일부는 아직도 귀족으로 세습되고 있다. 민주주의 이념으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영국을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영국은 민주주의의 발상지다. 왕이나 귀족제는 그들의 전통일뿐이다. 일본의 국호는 ‘대일본제국’이다. 국가수반의 상징으로 왕은 있으나 귀족제는 폐지됐다. 그러나 내각의 각료는 전통적으로 대신 (大臣)인 것이 공식 호칭이다. 흔히 고이즈미총리, 다나카외상이라고 하지만 이는 편의상의 호칭이다. 그들의 정식명칭은 고이즈미총리대신, 다나카외무대신이다. 대신은 왕의 신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을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은 역시 없다. 우리도 제국의 시대가 있었다. 조선왕조 26대임금인 고종30년(1897년)8월16일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왕을 황제라고 했다. 직제를 고쳐 판서를 대신이라고 불렀다. 구 한국은 이 시대부터 1910년8월29일의 한일합방까지를 말한다. 임오군란때 난을 피한 민비와의 연락에 속보(速步)로 고종의 신임을 얻은 북청 물장수 출신이 친로파의 거두가돼 대신을 지내기도 했다. 1948년8월15일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대한민국의 장관은 대신과 같아 왕조시대에는 정2품의 판서반열에 해당한다. 대감이라고 불렀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나 장관이 되는것은 일신의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관도 장관나름인것 같다. ‘(전략)대통령님의 태산같은 성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꿈만같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중략)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중략) 정권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후략)’ 진위가 논란이 된 신임 안동수법무장관의 취임식전 배포자료의 몇 대목이다. 누가 쓴것인지 몰라도 정말 유치하다.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의 대한민국 장관부임 과정에서 일어난 배포자료 파문이 제국을 표방하는 영국이나 일본의 민주주의 보다 더 못한 것을 실감한다. 임금이 베푼 은혜를 성은이라고 한다. 성은이라니, 이나라가 왕국인가, 이젠 왕국에서도 쓰지않는 ‘성은’이란 말을 쓰는 이 나라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白山

한국형 사고

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형 화재사고가 났다하면 으레 되풀이 되는 똑같은 말이 있다. 건축 및 소방관계가 문제된다. 화성씨랜드, 인천호프집 참사가 그랬다. 이번 성남 예지학원 참사 역시 같다. 건물구조나 용도를 제멋대로 바꾸고 소방안전을 소홀히 한것이 거론되곤 한다. 그리하여 감독관청의 책임이 추궁된다. 그러나 이같은 법규위반이 사실은 사고가 난 업소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위반은 다른 곳에도 천지투성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법을 다 지키며 장사하는 데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불이나면 탈출구란 비좁은 계단통로밖에 없어 꼼짝달싹 못할 지하업소가 길에 나서면 수두룩 하다. 그중엔 주차장 시설을 바꾼곳도 있다. 창문이란 창문은 꽉꽉 막아 불이 나도 탈출구는 역시 비좁은 계단밖에 없어 속수무책인 고층업소 역시 길에 나서면 수두룩하다. 그중에는 내부구조를 멋대로 변경한 곳이 많다. 독가스를 뿜는 가연성 자재의 장식 또한 요란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손님들은 목숨을 운에 맡기고 출입한다 할수 있다. 한국형 사고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형 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들도 운수 소관이다. 물론 뇌물을 받고 불법을 눈감았다면 벌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몇 안되는 특수업소는 감독이 불가능 한게 아니나 그많은 일반업소는 일일이 감독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또 법대로 하면 장사할 업소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생업에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형 화재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실현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가령 업소의 의식촉구와 함께 단계적으로 일정기간을 정해 법규대로 시설개수를 추진하는 것은 그같은 대책의 하나로 고려해 볼만 하다. 국내 안전관련 법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법이 미비해서 사고가 많은 것이 아니고 법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많은 것이다. 왜 법이 지켜지지 않은가 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白山

청바지

소련이 붕괴된 것은 80년대초 유행되기 시작했던 청바지 때문이었다는 말이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방개혁 정책이 먹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자유화 바람에 기인했으며 청바지는 이같은 정신세계의 변화에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은 청바지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랄 수 있다. 청바지가 처음 나온 것은 미국의 서부에서다. 1848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어느 노동자가 사금을 발견,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삽시간에 골드러시가 이루어 졌다. 보잘것 없던 황야 캘리포니아가 축복받는 땅으로 변했다. 이때 일확천금을 노려 노다지를 찾아 헤맨 많은 사람들은 들판에서 천막생활을 하며 금맥을 캤다. 그러자니 입성이 말이 아니었다. 잘 빨지 않아도 되고 잘 떨어지지 않는 옷이 필요했다. 아예 푸른 천막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입은것이 청바지 원조다. 그러나 튼튼한 천막천의 청바지도 오랜 채금생활을 하다보면 결국 헤어지곤 했지만 그래도 입기마련 이었다. 헤어진 청바지를 입은 사람일수록이 금을 많이 캔 부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일부러 해어뜨려 입는것을 멋으로 아는 풍조는 청바지 원조에 잠재된 그런 연유의 작용인지도 모른다. 며칠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바지가 발견됐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1998년 미국 네바다 광산촌에서 발견된 이 청바지는 1885년 아모스키그 공장에서 제조된 것으로 116년전 것이다 리바이스 박물관에서 진품인증을 받았으므로 곧 경매에 붙일 것이라고 한다. 예상 낙찰가격이 자그만치 3만달러(약3천900만원)라 하니 누가 입었던 것인지 몰라도 정말 대단하다. 청바지, 즉 블루진은 원래 이탈리아의 제노바(Genova)란 도시에서 이같은 천을 짜 도시의 이름을 따붙였던 것이 구전되면서 진(Jean)으로 변했다는 말이 있다. 청바지의 유행은 역시 아직도 사라질줄 모른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白山

未堂이 웃고 있다

68세의 시인 고은씨는 1958년 「현대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데뷔했다. 데뷔작품은 ‘봄밤의 말씀 ’ ‘눈 ’ ‘천은사운 ’이었다. 지난해 12월 24일 타계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고은씨를 신인으로 추천했다. 미당과 고은시인은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었고 고은씨는 한때 미당을 일컬어 ‘시의 정부(政府) ’라고까지 추앙했다. 그러한 고은씨가 최근 계간문예지 ‘창작과 비평 ’을 통해 고인이 된 스승이자 선배인 미당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문단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창작과 비평 ’의 ‘ 미당 담론 ’을 통해 미당의 작품, 인생, 철학, 정치 행로 등을 총체적으로 비판, 부인하는 글을 게재한 것이다. 고은씨는“ 상대가 일제든 해방 이후의 집권세력이든 권력의 편에 존재함으로써 시인의 특장인 음풍농월의 가락속에 일신의 안보를 유지했다”고 비판했는가 하면 미당의 대표시 ‘자화상 ’을 놓고 “ 세계에는 오직 나만 있다는 이기주의나 무례한 자아군림주의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1946년에 나온 두번째 시집 ‘귀촉도 ’에 대해서는 “표제시 ‘귀촉도 ’는 내가 보기에 황당무계한 작품이며, 그 시집 안에 적지 않은 시들이 점액질의 언어기교밖에는 볼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당에 대한 지리멸렬한 예찬들이나 대중적 추앙속에서 그에 대한 비판도 변증법으로 요청되는 시점”이라는 등 말을 많이 하였다. 고은씨의 ‘미당 담론’이 알려지자 역시 제자인 문정희 시인이 “ 비록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진 정권이라 해도 대통령의 전용기에 앉아 대통령과 함께 공항을 나서고, 한때는 원수라고까지 불렀던 인민복을 입은 최고 권력의 사람과 와인잔을 부딪는 장면을 보면서도 그의 시집을 정독했다 ”고 말하고 “죽은 후에 시인 고은을 향해 누군가 돌멩이를 던진다한들 보석처럼 좋은 시가 그 돌에 깨지겠는가”라고 물었다. “미당이 누구보다 고은을 편애한다 ”는 말이 문단에서 공공연했었는데 지금 미당 서정주 시인은 저승에서 이 희한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여길까. 아니다. 선운사 근처 주막집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며 육자배기를 들으며 껄껄껄 웃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 조금도, 한번도 안할 수가 과연 있는가. 평생 좋은 詩만을 쓴 그런 시인이 있다면 저승에 가서라도 만나 보고 싶다. /淸河

병영의 천사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는 간호장교를 양성하는 4년제 대학이다. 1967년 설립된 이래 매년 80여명의 간호장교를 배출하여 국군통합병원이나 각 부대 등에 배치해 왔다. 그런데 국방부가 1998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간호사관학교를 유지할 명분이 없을뿐만 아니라 국간사를 폐교할 경우 250억원의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폐교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폐교 결정을 내린 후 장관명에 따라 이 학교 신입생을 2년째 뽑지 않아 현재 3·4학년 생도들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올 9월에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면 이 학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군간호사관학교 폐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국간사 생도 전원에게 드는 1년간 교육훈련비는 3억5천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측의 250억원 절감 이야기는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대학 출신 간호사들의 초임 수준은 연2천500만원이상이라고 한다.하지만 간호장교의 초임은 연 1천200만원에 지나지 않으며 2년마다 전·후방 교대근무를 하는 등 민간 병원에 비해 매우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그래도 간호장교들은 국토방위 개념의 사명감으로 성실하게 근무한다. 다행히 여성단체연합, 6·25참전용사회, 해병전우회 등이 지난해부터 대책위의 활동에 적극 동조해 국간사 폐교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냈고, 이미경 국회의원 외 33인이‘ 매년 의무적으로 신입생을 선발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설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았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출신 간호장교들은 간호사이기 이전에 1인당 80∼90명의 군인환자들을 돌봐 이들이 원대복귀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중대장이며 병영의 천사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반대학 출신 간호사들과는 다른 특수성도 있다. 연 3억5천만원을 아끼려다 대한민국 군인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아서는 안된다. 국방부는 간호사관학교가 세계 어느 곳에도 없어 폐교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그건 인식의 차이다. ‘한국에는 전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국군간호사관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는다면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폐교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적인 시설로 대대적인 확장을 해야 한다. 국토가 분단된 휴전국가에서 간호사관학교는 절대 필요하다. /淸河

금연교육

예전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다 선생님에게 들키면 체벌은 물론 심하면 정학도 당했다. 선생님이 흡연학생을 잡으려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과 학교 뒷동산을 돌아다녔고 책가방속을 뒤지기도 했다. 주머니에서 담배가루가 나오거나 손끝에서 니코틴 냄새가 나면 영락없이 치도곤을 맞았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중학생이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다. 차내에서의 흡연을 나무라는 어른도 없고, 만일 나무랐다가는 거의가 욕설을 퍼부으며 차에서 내려 버리기 때문에 봉변만 당한다. 공공장소에서도 이러한데 다른 곳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남자 흡연율은 68.2%로 세계 1위이며, 청소년 흡연도 지난 10여년동안 급속히 증가하여 고등학교 남학생의 경우 27.6%가 담배를 피운다. 여고생의 흡연율도 급격히 증가해 10.7%, 여중생 흡연율 3.2%, 남학생은 7.4%에 이른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중 최고라는 것이다. 어른도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데 청소년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담배연기 속에는 40여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4천여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으며, 이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등이다. 흡연을 청소년 시기에 시작하면 더욱 해롭다. 청소년기는 세포, 조직, 장기 등이 아직 완전하게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담배와 같은 독성물질과 접촉하는 경우, 그 손상 정도가 성숙한 세포나 조직에 비해 더욱 커진다. 대개의 경우 청소년 비행의 첫걸음은 흡연으로부터 시작된다. 흡연은 술이나 다른 약물까지 탐닉하게 하는 동기가 되어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각종 비행을 저지를수 있게 된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실을 막으려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금연교육을 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중·고등 교육과정에서도 담배의 해독을 알려주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교실, 운동장 등 교정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정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금연을 결의토록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해 50만명 가량의 중고생들이 피워댄 담배가 6천700만갑이었다고 한다. 청소년이 흡연으로 인해 병드는 것은 가정과 학교에 책임이 있다. 청소년 흡연은 국력소모로 직결된다. 패기에 넘친 청소년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담배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淸河

비, 비를…

‘칠년대한에 비안오는 날 없다’는 옛말이 있다. 칠년이나 가물면 얼마나 큰 가뭄이겠는가. 이런가운데 감질만 난 비답지 않은 비는 날마다 뿌리며 가뭄은 계속되는 안타까움을 일컫는다. 요즘 날씨가 옛말을 생각케 한다. 가끔은 빗방울을 뿌리면서 벌써 넉달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며칠전엔 불과 10mm도 못내린 비를 두고 ‘건조주의보’해제를 발표했다. 성급한 발표다. 해갈이란 보도는 더욱 성급했다. 예전 같으면 상감이 부덕을 탓하면서 기우제를 올려도 몇번을 올렸을 만큼 가뭄이 심각하다. 밭작물뿐만이 아니고 못자리 물조차 귀한판이다. 모내기를 앞두고 이토록 가물기는 근래 드문 일이다. 저수지 물도 한도가 있다. 저수지도 비가 와서 물을 채워가면서 써야지 있는 물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동두천은 단수다 제한급수다 하여 식수소동을 빚고 있다. 농사뿐만이 아니고 생활용수 마저 달려 아우성이다. 수돗물이 끊기면 식수난도 식수난이지만 화장실이 엉망이 된다. 열심히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왜 가뭄의 재앙을 내리는지 원망스럽다. 원망스럽긴 하지만 역시 자연의 섭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곧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없다. 예보가 빗나가는 자연의 변화를 기대하고 싶다. 아니 빌고싶다. 하늘이 인간의 오만을 응징하는 것은 좋지만 죄있는 사람보다 죄없는 사람들이 더 심한 고통을 받는다. 그들에게 내릴 벌은 따로 내리고 제발 허벅진 비를 주십사하고 빌고싶다. 죄많은 사람은 그래도 잘사는 판에 왜 죄없는 민초만 어렵게 만드느냐고 빌고싶다. 봄비를 맛보지 못한채 봄을 넘기는 대지를 지금이라도 흥건하게 적셔주십사 하고 빌고싶다. 가뭄이 심할땐 구름이 가리기만 해도 한결 낫다고는 한다. 구름이 가리는 것보단 감질난 빗방울이 그래도 더 나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비 안오는 날 없는 칠년대한 처럼 가뭄이 더 오래갈 조짐이 아닌가 하여 걱정된다. 제발 비좀 내리게 해주옵소서. 민초들만이라도 마음속의 기우제를 올리자. /白山

공교육

유엔은 한국에 대한 13개항목의 평가에서 공교육 강화로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방안을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권고했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공교육 부실이 유엔의 시정권고를 받기에 이르도록 악명높게 됐는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교육개혁이란 것이 무색하다. 김대중대통령은 엊그제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연내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늘 ‘스승의 날’을 앞둔 어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당직자들이 ‘일일교사’로 교육현장을 직접 찾았다. ‘일일교사’는 파격적인 일이긴하다. 그러나 형식적 방문이 체험이랄 수는 없다. 교총은 내년의 지방선거 및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참여를 선언했다. 물론 실정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총이 왜 정치참여를 들고 나왔는가 하는 선언적 의미는 새겨볼만 하다. 정부를 더이상 믿을 수 없으므로 자신들 책임하에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연내 공교육강화를 다짐했지만 말그대로 실현될 것으로 보는 교원이나 학부모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게 한다며 대입수능시험을 지나치게 쉽게 출제해 변별력을 잃게하는 우를 범하는류의 어리석음을 또 저지르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공교육 강화는 먼데 있는 것이 아니다. 기발한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다. 일선 교원의 교권을 강화하는데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교육감, 교육장이 교육의 주체는 아니다. 교육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교장과 교사들이다. 그중에서도 일선 교사가 으뜸이다. 교육개혁 또한 재검토돼야 한다. 교육은 전통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참교육이다. 섯부른 개혁은 교육을 망친다. 지금의 교육개혁은 교육을 망치고 있다. 잡다한 행정규제,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 교장의 눈치놀음에서 독립되는 교권의 확립이 공교육 강화의 첫 걸음임을 명심해야 한다. /白山

패티 김

박수를 많이 치면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다. 손바닥에 집약된 오장육부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서양사람들과는 달리 동양사람들은 비교적 박수가 인색하다. 우리도 대개는 마찬가지다. 박수를 치고싶어도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점잖치 못한 것으로 잘못 여겨 여간해서는 잘 치지 않는다. 이토록 귀한 박수잔치가 지난 12일 저녁 수원 신매탄 원두에 물결쳤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수원경기장 개장축하 및 성공기원 패티김 콘서트에서다. 수원 야외음악당의 초여름 저녁을 뜨겁게 달군 콘서트는 무대와 관중이 완전히 호흡을 같이한 열광의 도가니였다. 앵콜요청이 민물 일기도 했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새들이 노래 웃는 그얼굴/그리워라 내사랑아 내곁을 떠나지 마오/처음 만나서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아름다운 수원에서 수원에서 살으렵니다’‘봄이 또오고 여름이 가고/낙엽은 지고 눈보라 쳐도/변함없는 내사랑아 내곁을 떠나지 마오/헤어져 멀리 있다 하여도/내품에 돌아오라 그대여/아름다운 수원에서 수원에서 살으렵니다’ 길옥윤 작사·곡 ‘서울의 찬가’를 ‘수원의 찬가’로 가사를 바꿔 부를땐 박자를 따라 맞추는 수천 청중의 박수 물결이 더한층 높아 절정을 이루었다. 타이트하면서 풍부한 음량, 역동적인 무대 제스처, 관객을 사로잡는 매너 등 한마디로 그녀다운 다이나믹한 공연을 볼수 있었다. 올해로 가수생활 40년을 맞아 이제 어느덧 육십고개 이면서도 무대에 올라섰다 하면 나이와는 달리 의욕 넘치는 변함없는 정열의 가희(歌姬). ‘국민가수’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더러는 부부끼리, 더러는 연인 친구끼리 공연장을 찾아 주말 한때를 추억으로 만든 관객들의 매너 또한 매우 수준 높았다. 수원은 역시 문화의 도시란 긍지를 가질만 하다. /白山

싫으면 보지말라?

“ 건강한 TV프로보다 그렇지 않은 프로가 너무 많다. ” 지난달 27일 밤 방영된 KBS 1TV의 ‘ 도올의 논어 이야기 ’에 출연한 김수환 추기경의 지적이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민영방송인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오락프로의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자율정화선언은 했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처럼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러한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도를 넘은 선정성 등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일부 오락프로가 폐지됐거나 수정한 것은 있지만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한 문화관련 프로는 오히려 폐지 또는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정성, 폭력성만이 아니다. 언어의 오염도 극심하다. TV드라마에 나오는 대화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거의가 반말 투성이다. 부모에게는 반말을 하면서 갓난 아이와 유치원생에게는 존댓말을 하는 이상한 경우도 있다. 여자가 남자 선배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마 당연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음식점 같은 데서 남자손님이 여종업원에게 ‘언니’ 라고 부르는 것 처럼 듣기에 좋지 않다.남자형제가 언니, 동생으로 호칭하는 것 같다. 드라마 내용의 불륜관계는 보통이 삼각, 심하면 오각이다.‘ 드라마 ’라는 특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그렇다고 해도 가족이 함께 보기에 민망한 연속극이 많다. 드라마 속의 여자들 옷벗기와 잦은 성애장면, 그리고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비상식적인 불륜은 알게 모르게 건전한 가정을 파괴시킨다.이슬비에 옷 젖는 격이다. TV드라마를 보면서 흥분하거나 격분하는 사람들은 의부증이나 의처증에 서서히 물들어 간다. 드라마를 실제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 남편도? 아내도? 이렇게 고민하는 경우가 은연중 생겨난다고 한다. 흉기로 무자비하게 찌르고 찔리는 폭력배가 의리있는 사나이로 잘못 보이는가 하면 청소년의 탈선이 ‘ 이유있는 반항 ’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요즘 사극이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 소위 토크 쇼를 비롯한 이런 저런 오락프로 출연자들이 저질 말장난으로 하나도 우습지 않은 ‘ 웃기는 얘기 ’들을 늘어 놓는다. 동원된 방청객의 괴성과 억지 웃음소리는 시끄럽다 못해 짜증이 난다. 그렇게 싫으면 ‘ 안보면 될 것 아니냐 ’는 반론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 참 이상한 사회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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