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만드는 과정 살피며…더 폭넓은 감상 ‘만끽’

“연습실에만 있다가 공연장에 올라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 하하하.” 2012년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한 지휘자 지중배는 지난 13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오픈리허설에서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4월 정기공연으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I –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13일 저녁 수원 경기아트센터,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이기 전 리허설 무대에 관객을 초대해 연습장면을 공개한 자리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공연 전 또는 당일에 관객들에게 연습 장면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는 경기필이 창단 이후 최초로 마련된 정기공연 오픈리허설이다. 관객에게 클래식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마련돼 더욱 뜻 깊었다.  오픈리허설에선 지휘자로 나선 지중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자로 나서는 에스메 콰르텟 그리고 관객이 함께 공연을 만드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공연장엔 사전신청을 통해 모집된 관객 50명이 마치 본 공연을 감상하듯 진지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지휘자가 손을 올렸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의 선율이 울려 퍼지며 연습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죽인 채 연주에 집중했다. 무대 위의 지중배 지휘자는 곡이 끝나고 난 뒤 악장별로 완성도를 점검하면서 현악과 금관 등 각 파트에 지시사항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이어 지중배 지휘자는 객석으로 내려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관객들은 프로그램 구성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각 파트의 운용법,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협업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사항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지 지휘자 역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소탈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이날 연습을 마친 지중배 지휘자는 “매 공연 때마다 저만의 스토리라인을 구현한 뒤 그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무대 전반을 이끌어가면서 한 편의 영화를 연출하듯 연주자들, 또 관객들 사이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케스트라마다 지닌 강점과 색채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경기필과는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인데, 한번 경험해본 단원들이라 이번엔 손발이 맞아 들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오픈리허설에 참여한 김주향씨(47)는 “예전에 공연을 볼 땐 사전 지식 없이 그냥 갔다 오니까 공연장을 벗어나는 순간 감정과 생각들이 쉽게 잊혀졌다”며 “하지만 이번엔 연주곡을 미리 찾아서 들어보고, 베를리오즈에 대해 검색도 하고, 오픈리허설도 신청해서 듣고 나니까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휘자가 설명해준 것처럼, 나만의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 공연이 될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공연 출연진과 관객들이 소통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3人3色 시선으로 바라본 '시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MIMESIS AP6: SIGN’ 13일 개막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투영한 젊은 작가들의 회화 작업이 전시된다.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조명해온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 MIMESIS ARTIST PROJECT’의 여섯 번째 기획전 ‘MIMESIS AP6: SIGN’을 13일 개막한다. 전시의 특징은 신진작가가 아닌 10여년 간 작업을 이어온 작가들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선보여 작가 한 명 한 명의 작업 양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백요섭, 윤석원, 서원미 작가의 생성과 소멸이 교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 내걸린다.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시간이 쌓여가는 흔적을 찾게 되고, 이 흔적들은 그림 속 사건들을 이해하는 단서가 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Part 1. ‘SIGN of the Times’에서는 백요섭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백 작가의 작업 키워드는 중첩된 시간이다. 우리가 쌓아가는 일상의 시간일 수도, 켜켜이 쌓아가는 그림 위 레이어(층)일 수도 있다. 작가는 기억의 층위와 그림의 레이어를 같은 연장선상에 놓는다. 재개발 지역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기록하기도 했던 작가는 같은 맥락에서 그림 위의 물감으로 가상의 무리를 만들고 이것이 흩어지는 모양새를 연구했다.시간-기억-이미지로 이어지는 개념은 최종적으로 캔버스 위 중첩된 색과 견고한 물성으로 나타난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바르며 층을 생성하고, 또 여러 번 긁어내어 소멸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작가의 지난 시간을 발견할 수 있다.  Part 2. ‘SIGN of the Society’에선 윤석원, 서원미 작가가 시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사건과 인물, 사물을 만나며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삶과 죽음이다. 윤석원 작가는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 마른 식물과 살아있는 식물, 장소의 안과 밖을 그린다.   ‘사람과 사람들’ 연작 시리즈는 근현대 미술사에서 유명한 화가들과 현재 한국 미술계 이끌어가는 30~40대 작가 102명을 그렸다. 마흔에 접어든 본인의 나이를 반영해 근현대 역사 속의 화가들도 현재 작가와 비슷한 나잇대의 젊은 모습을 담았다. 동시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비슷한 또래의 작가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작가 본인이 작업을 지속해가는 이유를 고민한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수평과 수직의 블러링 효과는 삶과 죽음과 같은 상반되는 의미들을 내포한다. 작가는 이 대조를 통해 우리가 속한 사회의 성질을 은유하고, 현재의 것이 시간이 흐르며 과거의 것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사건이 반복됨을 암시한다.  서원미 작가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뤘다.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표현 기법으로 고전 회화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캔버스 위에 섬세한 성을 짓는 것처럼 물성을 구축하고 이를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작품과 대면하면서 캔버스 위의 사고와 사회 속 사건을 함께 인식하고 현재의 흔적들을 뒤따라 갈 수 있다.  전시 중 관람객과 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전시 7주차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관람객을 대상으로 윤석원 작가가 직접 초상을 제작하고, 이를 전시에 함께 소개한다. 정희라 큐레이터는 “회화나 전통의 예술 범위에서 10여년 간 작업을 이어오면서 예술가로서 고민이 많았을텐데, 본인들이 왜 작업을 하는지, 사회에서 예술가의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 수많은 고민을 해온 작가들을 선정했다”며 “시간과 역사적인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시간의 흐름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관람객들이 자신의 경험과 시선에 빗대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유·행복·열정을 캔버스 위 입체로’…서혜령 개인전 ‘숨.길.’ 23일까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남긴 “지치지 않는 열정, 따뜻한 가슴,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손길을 가져라.”를 모토 삼아 작업을 이어오는 이가 있다. 엄마이자 주부였던 서혜령 작가(47)는 어느덧 자신의 내면을 꺼내들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매 순간 창조하고 있다. 서 작가의 개인전 ‘숨.길.’이 예술공간 아름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서 작가는 원래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미술과 전혀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치열한 육아가 주는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삶의 무게는 점점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어느 날 집의 한구석 벽이 허전해보여 그림을 채워넣는 게 어떠냐는 남편의 제안에 서 작가는 붓을 들었다. 마침 언니가 건네준 화구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그는 흰 캔버스에 형형색색 물감을 입히기 시작했다. 서 작가는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내가 마음대로 뭔가를 펼쳐낼 수 있다’는 행복과 확신에 사로잡혔다. 그 길로 그는 2020년 여름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초창기 그의 작품엔 ‘입술’이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감정이 말로 발화될 때 꼭 입술을 거친다는 점에서, 서 작가에게 입술은 곧 마음과 같다. 스스로를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에게 입술은 내면의 감정을 세계와 소통하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초기작들에선 물결, 산등성이 등 자연 요소가 입술처럼 표현돼 있는데,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슬며시 연상시키는 화풍이 계속해서 변주를 거듭한다. 그러던 그의 작품은 어느 시점부터 감정을 풀어내는 데 있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진다. 아크릴 물감을 굳힌 뒤 캔버스에 붙히기 시작하면서 캔버스 위 입체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서 작가는 “정말 별 거 아닌 단순한 계기였다. 그림에 말라있던 물감이 뜯어진 걸 보고 그때부터 흥미를 느껴 물감을 말려서 이리저리 연구해보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한 겹 한 겹 쌓아가며 굳힌 조각을 쪼개서 펼쳐 놓은 우주인 ‘Space Rabbits’를 보고 있으면, 캔버스를 수놓는 오브제가 물감 조각인지 철판인지 헷갈릴 수 있다. 재료의 물성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불러오는 서 작가의 우주 속을 유영하는 경험을 통해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내면을 표출하는 작가의 상상력을 느끼게 된다. 이어지는 작품들 역시 눈길을 끈다. ‘숲’은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티코스터나 공예품을 늘어놓은 듯 추상적인 원형 요소들이 가득해 보이지만, 캔버스의 옆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비로소 진면목이 드러난다. 서 작가는 “캔버스에서 솟아오른 물감 조각은 잘려나간 나무의 밑동을 형상화했다. 인간이 자연을 망가뜨린 데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물감 조각을 구부려서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장면으로 그려낸 ‘희망의 물결’이나 형형색색의 물감 조각을 촘촘히 캔버스에 배치한 ‘해빙(물, 하늘, 땅, 숨)’ 역시 캔버스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유도해 감상의 폭을 넓혀주는 작품이다.  서 작가는 “오히려 미술의 길을 걷지 않다가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간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도 만나고, 배신도 당해봤고 상처도 얻었고, 듬뿍 사랑도 받아봤으니 그걸 한데 모아 풀어내려고 한다”며 “복합적인 감정을 내 그림으로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3일까지 이어진다.

'황톳빛 제주' 변시지 서거 10주년, ‘바람의 귀환, 歸還’ 갤러리 끼 용산에서

바다에 에워싸인 섬 제주. 돌과 바다, 바람과 말, 소와 초가를 아우르는 그곳의 풍경은 노란 황톳빛으로 일렁인다. 눈으로 보이는 색을 버리고 자연이 가진 궁극의 색을 담았다. 아름다움과 또렷함은 오히려 더 살아났다. 제주의 황톳빛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일궈낸 빛의 화가 변시지(邊時志, 1926-2013)는 색을 버리고 제주의 빛과 바람에 뜻을 새겨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선보인 작가다.  거센 바람이 부는 제주의 빛을 담은 작가의 작품 중 ‘난무’(1997)와 ‘이대로 가는 길’(2006)은 2006년부터 10년간 미국 국립 스미소니언 한국관에 당시 생존 동양인 작가로는 최초로 상설전시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미술작가 변시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바람의 귀환, 歸還’이 갤러리 끼(대표 이광기) 용산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갤러리 끼가 시지 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변시지의 서거 10년을 맞아, 그의 작품 세계를 회고하고 조망하는 약 30여 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전시는 변시지가 제주도에서 1975년부터 2013년까지 작업에 몰두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작가의 화풍에서 확연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1978년 작품부터 영면하기 전까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여섯 살 때 제주를 떠났던 변시지는 많은 화가들이 유럽으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시기에 반대로 고향 제주로 역행했다. 44년 만의 귀향. 그는 제주에서 제주의 본질을 표현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에 온 변시지는 더욱 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마주했다. “제주를 표현하려면 새로운 기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새로운 예술세계의 모색과정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작품이 안되니까 허전한 마음을 술로 달랬다. 일주일에 밥을 한 끼도 먹지 않고 술로 배를 채웠는데, 하루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못살 것 같은 폭음의 세월이었다…그러나 무서운 열병에도 불구하고 나는 캔버스와 맞서 싸웠다. 붓을 꺾는다는 것은 예술적 패배를 의미했기에 비수처럼 박혀 드는 고통을 물리치고 붓을 들었다”.(변시지 회고록 中) 제주 풍경은 1977년에 이르러서는 완연한 변화를 보이게 된다.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황토빛 제주가 등장한다. 바탕색은 황갈색의 단색으로 변하고 검은 필선으로 제주의 풍토와 정서를 특유의 시선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변시지는 “아열대 태양 빛의 신선한 농도가 극한에 이르면 흰 빛도 하얗다 못해 누릿한 황토빛으로 승화된다. 나이 오십에 고향 제주의 품에 안기면서 섬의 척박한 역사와 수난으로 점철된 섬사람들의 삶에 개안했을 때 나는 제주를 에워싼 바다가 전위적인 황토빛으로 물들어 감을 체험했다”며 바탕색을 제주도의 자연광에게 얻었다고 밝혔다. 전시에선 변시지 풍정화의 변화와 초가, 돌담, 소나무, 말, 까마귀, 태양 등 제주의 소재를 작가만의 기법으로 구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예술가로서 자신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기 위해 보낸 통렬한 시간이 나열됐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지도. 전시는 오는 5월 20일까지.

아트스페이스J, ‘사진집 밖으로 걸어 나온 사진’展 [전시리뷰]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지그시 바라본다. 사진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진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왜 이 사람이 이 피사체에 카메라를 갖다 댔는지, 그렇게 찍힌 사진이 현상과 인화, 인쇄, 출력에 이르기까지 어떤 여정에 몸담았는지 상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성남 아트스페이스J에서 진행 중인 ‘사진집 밖으로 걸어 나온 사진’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유명한 사진집의 표지에 실리거나 책 속에 수록된 사진들을 사진집과 나란히 배치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사진이 독립된 개체가 아닌, 책 속의 표지 사진으로 바뀌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본 사진과 표지로 재편집된 사진 사이에는 어떤 관계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을까. 10주년을 맞는 아트스페이스J는 오랜 기간 갤러리 차원에서 모아 왔던 소장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사진전이나 사진집 출간기념회가 아닌, 사진과 사진집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메라로 찍어낸 사진을 액자 속의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어 선택한 용지나 기법에 따라 색감과 결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매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사진의 특성 차이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 번째 홀에서는 필름 현상에서 인화에 걸쳐 프린트까지 인위적인 개입을 없앤 스트레이트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들을 주로 접하게 된다. 처음 맞닥뜨리는 사진은 1985년 6월 ‘내셔널 지오그래픽’지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다. 미국의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가 찍은 이 사진 속 소녀가 책 표지를 벗어나 액자 속에서 우리를 응시한다. 책이 발간될 당시 출판사의 편집 부서가 왜 이 사진을 골랐는지, 원본 사진이 책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홀에서는 동시대 한국 작가들이 찍어낸 사진의 매력을 찾아보는 시간을 만끽한다. 양성철 작가의 ‘좋은 깃발 별이 되어’가 동명의 사진집 속 표지로 안착한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표지로 쓰인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집에 실려 있는 사진들 중 전시실 벽에 소환된 사진들도 있다. 오상조 작가의 ‘당산나무_전북 장수’가 그 예시다. 학예팀 측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들과 협의를 통해 사진에 더 잘 어울리는 프레임을 고르는 데에도 신중하게 접근한 만큼, 사진이 소속된 장소와 사진을 머금은 매체들에 따라 어떻게 감상이 달라지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또 전시를 보다가 마음에 들거나 흥미를 끄는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이 실려 있는 사진집을 들고 홀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사진집을 감상해볼 수도 있다. 전시를 기획한 한혜원 큐레이터는 “사진 매체가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사진집을 펼쳐보는 등 접촉과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번 기획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실 지 걱정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27일까지.

"맥간공예의 아름다움 유럽에 전파" 맥간공예연구원 ‘프랑스 투르(Tours)시 박람회 2023’ 참여

수원 맥간공예연구원이 수원시국제교류센터가 공모한 ‘프랑스 투르(Tours)시 박람회 2023’에 참여한다.  맥간공예연구원은 수공예 작업이 가진 ‘느림의 미학’을 담은 맥간공예의 아름다움을 유럽에 전파하고 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투르시는 수원시와 5월에 진행할 국제자매결연을 기념해 ‘투르시 박람회 2023’(Folre De Toers 2023)에서 수원을 소개하는 한국테마관을 운영한다.  이에 수원시국제교류센터는 5월 5일부터 14일까지 한국테마관의 한국전통 수공예 전시부스에 참여해 수원시와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지역 수공예 단체를 공모했다.  맥간공예연구원에서는 이상수 원장과 우윤숙 예맥회장, 이은지 맥간공예 안양지회장이 전시에 참여해 벽걸이 작품 20여점, 소품 20여점 등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전시와 함께 방문객을 위한 손거울 만들기 체험행사도 마련한다. 10일 간 하루 30명씩 총 300회의 체험행사가 이어진다.  맥간공예연구원은 2014년부터 맥간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해외 홍보를 위해 루마니아, 중국, 유럽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어왔다. 특히 연구원이 맥간공예를 루마니아에 전수하려던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진출이 막혔던 만큼 이번 전시는 의미가 더욱 크다. 연구원은 이번 전시가 해외 진출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유럽에 맥간 공예를 알리기 위한 출발선에 섰다.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공예는 ‘장인 문화’가 살아있는 유럽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해외 관람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오겠다. 맥간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면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유럽에 진출할 여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투르시 전시회장(PARC EXPO TOURS)에서 열리는 ‘투르시 박람회 2023’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박람회다. 연간 방문객은 35만 명에 이른다.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차정숙 작가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 13일부터

자연에 화려한 색의 옷을 입혀 풍성함을 더하는 차정숙 작가의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가 13일부터 19일까지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홍익대 도안과를 졸업한 차 작가는 32회의 개인전과 300여회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전업 미술가협회 자문위원을 비롯해 한국미술협회, 구상전 등에서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차정숙 작가의 작품 50여점이 내걸린다. 특히 대형작품이 주를 이뤄 가로 6m 길이의 작품부터 500호, 300호, 100호 등의 작품이 전시관을 가득 채운다.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차정숙 작가는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던 기억으로 자연과의 친숙함과 자연에서 얻었던 느낌을 작품에 그대로 옮겨 담았다. 차 작가는 숲을 표현하는 데에 자신만의 ‘점화’ 방식으로 작업한다. 나이프로 구석에서부터 시작해 중앙으로 공간을 채운다. 그러면서 물감의 크기와 방향, 세기를 달리해 찍어낸 점들을 펴는 순간 분홍색, 빨강색 등의 다채로운 색이 맞물리고 덧칠되면서 화려한 작품으로 탄생한다. 작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점을 찍는 과정은 마치 수양하듯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무수한 점을 찍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과거의 회상에 젖기도,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차 작가는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느낌이 오기 때문에 관람하시는 분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또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을 초대해 사랑도 나눌 예정”이라며 “전시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행복, 아름다움을 같이 느끼고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연극 즐겨요…광주시문화재단 ‘너른고을 연극축제’ 7일부터

광주시문화재단이 연극 페스티벌 ‘너른고을 연극축제’를 7일부터 내달 2일까지 개최한다. ‘발돋움’을 주제로 추진되는 이번 연극 축제는 다채로운 기획 연극뿐 아니라 각종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 등이 어우러지는 자리로 기획됐다. 지난해 첫선을 보였던 ‘제1회 연극 페스티벌’에 이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새로운 축제명과 슬로건이 채택됐다. 먼저 축제 기간 동안 풍성한 연극을 골라 보는 기회가 마련돼 있다. 초청작을 살펴보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해 심리와 감정을 구현하는 연극 ‘템플’을 선보인다. 광주시 대표 극단인 ‘파발극회’는 국내에 상연된 적이 거의 없는 신선한 작품인 ‘허물’로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젊은이의 사연을 무대에 올린다. 극단 ‘태양의 바다’는 파독 광부 60주년을 기념해 치열하고 역동적인 생존기인 ‘글뤽 아우프’를 관객과 나눌 예정이며 극단 ‘로기나래’의 인형극 ‘해를 낚은 할아버지’도 준비돼 있어 총 네 편의 작품이 시민들과 만난다. 이와 함께 시민들도 축제를 이끄는 주체가 돼 무대에 오른다. 11일 광주시 청소년극단의 ‘웰컴 투 동막골’, 12일 광주시민극단의 ‘그류? 그류!’가 남한산성아트홀 소극장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의 경계를 허무는 화합의 무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동안 워크숍, 원데이 특강 등으로 연극과 가까워질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된다. 연극놀이 워크숍 ‘상상 On!’이 참여형 강의로 4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이와 청소년과 교감한다. 연극과 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성인들을 위해선 매주 화요일 원데이 연극특강 ‘씨어터플러스’가 기획, 연출, 무대, 배우, 연극비평 등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패밀리 데이는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남기기에 좋은 기회다. 8일 남한산성아트홀 야외 광장에서는 연극 ‘템플’ 상연 전후 30분간 극단 나무의 인형극 퍼포먼스 ‘벨로시랩터의 탄생’을 만날 수 있다. 29일 공연되는 ‘해를 낚은 할아버지’가 끝난 이후엔 작가 팬사인회, 미니 낚시터, 한줄감상평 등의 순서를 체험할 수 있다. 오세영 광주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연극을 통해 즐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이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이번 연극 축제를 기획했다”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와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