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무대에서 두 개의 작품을 차례로 만나는 공연이 열린다. 두 연출가가 동일한 무대 위에서 다른 시각으로 그려내는 인물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다. 경기도극단의 레퍼토리 시즌 두 번째 공연인 ‘원 스테이지(One Stage)’가 이 달 29일부터 7월9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 무대에 오르는 두 개의 작품은 ‘죽음의 배’와 ‘갈매기’다. 연극계 거장과 젊은 연출가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하며 한층 더 깊고 감각적인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죽음의 배’는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버림받은 무국적 선원의 삶을 그린 고전 영화 ‘Das Totenschiff(1959)’를 각색한 작품이다. 비 트라벤의 원작을 무대로 옮긴 극은 1차 세계 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무국적 상태로 떠돌며 일자리를 구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힘들고 지친 일정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마주한 이들은 어떤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갈까. 인간의 실존과 온기, 지향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연출은 서울연극제 대상(2019) 및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연출상(2021)을 수상한 연출가 임지민이 맡는다. 2014년 ‘타이니슈퍼맨션’으로 데뷔한 그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연출, 뛰어난 공간 연출을 선보이며 주목 받고 있다. 창작극 ‘갈매기’는 평생을 무대 위에서 살아온 한 배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40여 년간 인간을 집요하게 파헤친 묵직한 연극을 통해 섬세하고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현해 온 한태숙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이 작·연출을 맡았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작음 생명체에게도 인간과 같은 삶이 있음을, 한태숙 연출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정서로 작은 생명체의 그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천의 얼굴로 불리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배우 김성녀가 주인공 역으로 출연해 깊은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 그 스스로의 모습, 배우로서의 내면 등을 들여다 본다. 과거 한태숙 예술감독과 ‘유리동물원’으로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평택시 오성면 신리의 푸른 들녘을 걷다보면 ‘공간미학(米學)’에 다다른다. 경기도와 평택시, 경기문화재단이 방치된 창고건물을 문화시설로 전환해 지난 3월 개관한 복합농업체험공간이다. 오는 18일까지 이 곳에선 조금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지난 5일 개막한 ‘이건용, 그와 나의 이야기’展이다. 경기문화재단과 평택 공간미학이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전시는 이건용 작가와 그의 작품을 소장한 22명의 팬들이 애장품 50점을 전시에 내걸었다.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애정하는 소장가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만큼, 작가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지녔다. 국내에서 살아있는 작가를 위한 헌정 전시가 열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전시에는 이건용 작가가 크게 알려지기 전인 30여년 전 소장한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작가의 세월과 흔적이 나열됐다. 올해 나이 여든하나의 이건용 작가는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다.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 조각, 설치, 영상을 넘나들며 작업해 왔으며, 자신의 몸을 움직여 만들어 낸 작품은 ‘달팽이 걸음’ 등 둘도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꾸준한 ‘신체 드로잉’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시장을 휘어잡았다. 그에게 몸은 단순히 신체를 넘어서 예술의 변주곡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전시는 단순히 이건용의 예술세계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헌정’ 전시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관람객들은 소장가들이 직접 전시에 걸어 놓은 작품을 통해 왜 이건용 작가와 그의 작품을 애정하게 됐는지, 이를 통해 이건용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확대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예술가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를 애정하는 소장가, 또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할 때 예술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또 예술가는 어느 먼 곳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우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결국 전시는 예술가와 나, 너,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최기영 경기문화재단 수석학예연구사는 "이건용 작가도 자신의 일대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은 물론 작품을 통해 작가 스스로 예술작업의 변곡점을 보게 되어 매우 뜻깊고 의미있다고 평가를 했다"며 "작가가 성장하는 것을 오랜 시간 팬들이 지켜보고 작품을 소장하며 서로 끈끈하게 함께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린 공간에 대한 특별한 바람도 담겼다. 지난 3월 새롭게 탄생한 공간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주변이 활성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장태영 화가는 “소장가들은 이건용 작가에게 매료돼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예술가의 든든한 지원자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며 “이건용이라는 작가의 예술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뜻을 모아 전시를 마련했다. 그의 예술세계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가 현재로 소환되고 대중에게 각인되는 것은 어쩌면 그 진실을 알리려는 예술가들의 끝없는 열의와 본분을 지키려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이수진 보리아트 작가와 박진우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역위원장은 제주 4.3을 화두로 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2주간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제주 4.3 항쟁 75주년 기획전 ‘틀낭에 진실꽃 피어수다’에선 역사에 갇힌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한 이들의 고민과 작업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제주 4.3 항쟁의 당시와 현재를 보리아트로 펼쳐 놨다. 예술보리아트 이수진 작가의 작품에 박진우 활동가의 7점을 더해 79개의 작품이 내걸렸다. 사진과 기록물 등을 더하면 100여점에 달한다. 2021년 같은 장소인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제주 4.3 특별전 ‘봄이 왐수다’ 전시를 선보인지 꼬박 2년 만이다. 이번 전시가 가진 의미는 박 위원장의 ‘여전히’란 단어에 응축된 듯 했다. “올해는 제주 4.3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지 20주년을 맞이한 해이자 4.3 항쟁 75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여전히 묻힌 진실도, 현재도 논쟁이 많은 제주 4.3을 관람객이 작품만 보고도 이해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었습니다.” 작품 옆에 작은 해설판을 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은은한 보리줄기가 작품으로 내걸린 전시는 국가가 숨기고 억눌러온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고발한다. 당시 희생된 이들의 혼을 위로하고 여전히 우리가 살펴야 할 문제도 꼬집는다. 작품에 사용된 주재료는 모두 제주에서 공수했다. 특히 당시 사라진 사람들의 혼이 보리줄기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제주에서 난 보리줄기를 사용했다. 흙과 귤, 동백꽃도 마찬가지. 이 작가가 4.3 관련 작품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아크릴에 유화를 주로 사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천연 염색을 사용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전시엔 보리아트 뿐만 아니라 1950년 7월 미군이 촬영하고 작성한 보고서와 미군이 문서를 가지고 현장을 찾아나서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 등도 상영된다. 현재와 과거를 중첩시켜 진실을 밝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관련 사진을 디지털로 전환한 점은 제주 4.3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작가는 2018년 오사카 전시부터 올해까지 줄곧 4.3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왔다. 쉽지 않은 주제에 집중하며 1년에 20~30점씩 작업을 해 온 셈이다. 지난 5년을 “마치 감옥살이를 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그는 “아픈 역사이지만 편하고 쉽게 대중에게 다가가길 원했는데, 그렇다보니 이렇게 오랜 기간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잠시 놓아도 될 그 ‘때’가 된 것 같다고도 밝혔다. “제주 4.3의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밝히려는 박진우 위원장의 열정과 왠지 예술가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느낀 나름의 확신으로 작업을 해 온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후련하게 제주 4.3은 잠시 놔두고 저만의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아요. 다만 많은 분들이 제주 4.3을 작품으로 함께 느끼고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엔딩 주제가의 주인공인 일본 록밴드 10-FEET(텐피트)가 7월 15일 KBS 아레나에서 내한 공연을 선보이는 가운데 8일 오후 4시 티켓 판매가 시작된다.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는 ‘10-FEET “COLLINS” TOUR 2023 in Korea’ 단독 내한공연의 공식 포스터와 티켓 오픈 정보를 SNS 채널과 각 예매처를 통해 공개했다. 공연은 단 1회만 열리는 만큼 치열한 티켓팅 전쟁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4월 10-FEET가 이벤트 형식의 짧은 내한을 한 이후 곧바로 성사된 단독 공연인 만큼 국내 슬램덩크 팬과 락 팬층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실제 지난 5월 19일 내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팬들은 SNS 등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10-FEET 멤버들은 일본 현지에서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채로운 공연을 예고하면서 기대감을 더했다. 단독 공연으로 마련되는 만큼 많은 곡을 국내 팬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멤버 미타무라 타쿠마(三田村 卓真, Takuma Mitamura)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난번 무대인사와 비슷한 형식으로 3곡 정도 보여드렸는데 이번엔 무려 단독공연”이라며 “환영해주신 만큼 또 가고 싶었다. 이번엔 노래를 많이 들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7년 교토에서 결성된 10-FEET는 2022년 데뷔 25주년을 맞은 일본의 인기 3인조 밴드다. 현재 10-FEET의 음악성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10-FEET “COLLINS” TOUR 2023 in Korea’는 약 55개 일본 투어 일정 중 한국에서 열리는 단독 공연이다. 10-FEET의 앨범명이면서 투어명이기도 한 ‘COLLINS’는 덜 알려져 잊힌 우주비행사로 불린 아폴로 11호 조종사 중 한 명인 ‘마이클 콜린스’를 의미한다. 또한 원어 발음을 일본어 발음으로 확장해 40대 중반이 넘어서도 여전히 질리지 않고 계속 락을 울리겠다는 10-FEET의 의지를 담았다. 티켓은 8일 오후 4시부터 인터파크티켓, 티켓링크, YES24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려 계절의 감각을 잊은 듯한 요즘, 전시장에 걸린 풍경 속엔 사계절이 또렷이 그 존재감을 알린다. 안양의 대표 화가이자 ‘21세기판 겸재’, ‘실경산수화의 거장’으로 불리며 한국화의 발전을 이끌어온 오용길 화백(77)의 ‘오용길 : 마음을 담은 풍경, 안양’이 지난달 23일 안양평촌아트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안양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이 나고 자란 도시이자 삶의 터전인 안양의 풍경을 전통적 수묵산수화인 지필묵채로 표현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오 화백은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맞이한 특별한 해에 선보이는, 작가 생활하며 제일 호강해보는 전시”라며 우스갯소리를 먼저 전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3년간 화폭으로 옮긴 안양의 이곳저곳을 내걸었다. 오 화백이 담아낸 46점의 풍경엔 명산이나 절경이 없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봄이 오길 기다리는 대춘(待春)의 안양예술공원부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안양예술공원, 청록을 머금은 여름의 학의천과 개발로 이제는 정취를 감춘 냉천동의 아파트 전경 등 안양의 평범한 공원과 천변, 마을의 풍경을 담았다. 같은 공간이지만 봄과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혹은 해마다 작가가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고 풍경을 담아 냈는지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품은 듯 안양의 역사와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장소는 안양예술공원이다. “안양의 여러 장소 중 안양예술공원이 사실 제일 마음에 든다.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라 작가로서도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처럼 ‘대춘’, ‘봄의 기운’, ‘신록’, ‘가을서정’ 등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은 안양예술공원의 정취가 느껴진다. 담벼락과 우거진 나무를 통해 동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우진네 가는 길’은 오 화백이 아들의 이름을 따 제목을 지었다. 오 화백의 위트와 아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듯하다. 그의 작품에선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고 스스로 말하는 작가의 맑고 포근한 품성이 배어 있다. 작품에선 기본기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화가가 추구한 색감의 조화와 표현법으로 따스함과 정겨움이 전해진다. 그 바탕에는 전통회화가 지닌 지, 필, 묵의 도구를 이용하면서도 오 화백만의 화풍이 묻어난 ‘품격’이 자리해 있다. “제가 선택한 길은 수묵화를 현대에 맞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표현법으로 세계관을 짙게 드러내기보단 쉬운 표현으로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예술의 본류와 기본적인 선, 품격 등 아카데믹한 태도를 지키면서 수묵화의 테크닉을 잘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가가 고뇌나 그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사랑, 아름다움도 작가가 다뤄야 할 부분이지요.” 전시엔 주제별로 안양의 문인들이 창작한 시가 함께 걸려 시적 정취를 느낄 수도 있다. 형식과 주제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통해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지역미술 활성화를 위해 애써 온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대표 화가로 이제 조금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 화백은 답했다. “이제 영감을 줄 만한 장소를 또 다시 찾아다녀야 할 듯합니다. 짧고 굵게 에너지를 불태우기보단,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오래 버티고 싶거든요.” 전시는 이달 18일까지.
경기아트센터는 8일 ‘토크콘서트: 6월의 랑데북’을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토크콘서트 : 랑데북’ 시리즈는 책, 영화, 음악이 함께하는 공연을 콘셉트로 하는 경기아트센터의 대표 공연 시리즈다. 올해는 총 2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랑데북 시리즈의 진행을 꾸준히 맡아 온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무대에 오른다. 또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저자인 박상영 작가와 아마도이자람밴드도 함께한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난다는 것이 더욱 소중해진 이때, ‘만남’을 주제로 각자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눌 예정이다. 토크 후엔 이자람밴드의 공연이 이어져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올해 랑데북 무대는 만남을 주제로 한 만큼 관객과 출연진의 소통을 확대하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경기아트센터는 공연 도중 관객들이 참여하는 ‘실시간 오픈 채팅방’을 운영한다. 무대 위의 출연진과 관객들이 공연 중 오픈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채팅방에 올라온 흥미로운 질문의 경우 즉석에서 출연진의 답변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최은아 경기도무용단 수석단원이 오프닝 공연을 장식해 짧지만 강렬한 몸짓으로 우리 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할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는 “경기아트센터의 스테디셀러 공연 ‘랑데북’이 올해 경기도예술단과 함께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만남을 주제로 하는 시간인 만큼 관객들이 다채로운 이야기와 장르를 만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연 예매는 경기아트센터 누리집과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다.
그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그림 속을 수놓는 ‘비어 있는 얼굴’ 덕분이다. 그림 속 사람들을 보면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얼굴이 없다. 얼굴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마주해야 할까? 하정희 작가 초대전 ‘소소한 발견’이 팔달문화센터 전시장에서 오는 20일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모호함’을 추구하는 작가의 지향점 때문인지, 하 작가의 작품은 직관과 선명함의 대척점에 서 있다. 그는 왜 얼굴을 비워 놓았을까. 하 작가는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직접 자기 자신을 그림 속 사람에 투영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의 그림들 속 사람들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획일화된 군중의 일부다. 얼굴을 비워 놓은 탓에 얼굴 외의 신체가 더 눈에 잘 들어온다. 하지만 시선을 옮기다 보면 꺾이고 뒤틀려 있거나 온전하지 못한 신체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zero’와 ‘응답4’는 기이한 사람의 형상에 과연 관람자 본인의 어떤 면모를 투영할 수 있을지 가늠해볼 기회를 만든다. 하 작가는 ‘portrait’의 배경을 공들여 작업했지만, 그 위에 덧바른 검은 형상은 충동과 즉흥으로 둘러싸인 결과물이다. 검은 선이 만들어내는 원 속엔 여전히 얼굴 없는 군중만이 보인다. 이 그림은 과연 누구의 초상일까? 거기서 하 작가는 관객과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는 “거울을 보며 자아를 마주할 때보다 빈 얼굴을 바라볼 때 자아를 탐색하기에 더 좋다고 느낀다”면서 “쉽사리 하나의 키워드로 환원될 수 없이 모호한 상태를 끊임없이 진동하는 빈 얼굴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원래 그의 그림 속 경직된 군중들은 신체의 일부만이 표현된 채로 하나같이 똑같은 군상으로 표현됐지만, 올해 완성한 작품인 ‘작은거인1’ 속 사람들은 감상자와 조금 더 가까워진 그림이 됐다. 하 작가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서로를 치유하고 위로하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다. 졸려서 잠에 들어버린 이들도, 힘들어서 옆 사람에게 몸을 기댄 이들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면서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이 각자 누구에게 마음을 줄 수 있을지, 어떤 모습을 나와 가장 가깝다고 여길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을까? 하 작가는 “요즘 사람들은 과도하게 거리를 두고 경계를 나눈다. 하지만 예전엔 우리 많이 엉겨 살지 않았나. 그런 엉김이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거기서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시작되고, 마음을 나누는 치유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작품을 보는 이들이 각자 자신을 투영시켜 자신만의 서사를 꾸려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경기도미술관이 오는 8일부터 선보이는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의 예매 열기가 뜨겁다. ‘유물급’ 작품들이 전시에 내걸리는 만큼 사전 예약이 가능한 일정의 주말 관람권은 모두 매진된 상태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달 16일 오후 2시부터 ‘사계’의 온라인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경기도미술관 개관 이래 가장 큰 전시’로 꼽히는 특별전 ‘사계’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가족이 기증한 ‘이건희컬렉션’과 한국근현대미술의 수작을 망라해 구성됐다. 4일 경기도미술관 예약서비스를 보면, 이달 8일부터 오는 8월20일까지 열리는 ‘사계’의 관람 티켓은 이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11일까지 모든 회차가 매진됐다. 경기문화재단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단위로 관람시간을 7회로 나눠 시간당 100명의 관람객 예약을 받고 있다. 현재 다음 달 14일까지만 예약이 가능한 상태다. 이에 이달 13일부터는 관람권의 여분이 소량 남아있지만, 주말은 모두 매진됐다. 전시에서는 장욱진의 ‘까치’, 이중섭의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 등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 40점을 포함해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 여러 기관이 소장한 한국근현대미술 작품 90점을 선보인다. 경기도미술관에서도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하는 등 최적의 전시환경 구축에 힘을 쏟으며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경기도 대표 공립미술관으로서 모두에게 열린 미술관, 문턱이 낮은 미술관을 표방하며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도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역사적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의미가 깊다. 좋은 환경에서 특별전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문인들이 시를 계절의 여운을 담아 부채 위에 옮겼다. ㈔한국경기시인협회와 계간 ‘한국시학’은 부채시 전시회 ‘詩, 바람이 되다’를 오는 8일까지 수원 갤러리 가빈에서 선보인다. 지난달 25일 개막한 이번 전시에는 진순분 시인의 ‘꽃무릇’, 임병호 시인의 ‘봄비’, 정성수 시인의 ‘내 이름은 몽상가’, 전찬식 시인의 ‘詩, 바람이 되다’를 비롯한 63명의 시인들이 부채에 새겨 놓은 내면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부채만이 간직한 주름진 접선의 결을 따라 새하얀 선면에 내려앉은 시구의 멋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는 각 부채마다 시들의 특색을 살려주는 그림들도 살피는 재미가 있다. 부채시 작품뿐 아니라 강희동, 김애자, 이경화 시인의 서예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임병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은 “예로부터 초하지절인 단오가 되면 시나 그림을 직접 부채에다 쓰고 그려서 선물하곤 했다. 단오를 앞둔 초하의 계절을 맞아 옛 풍습을 되살려 시인과 독자들이 교감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며 “수원 시민들과 문학인들에게 시원하고 운치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시음악협회(회장 송창준)가 주최하는 제15회 수원 향토음악제인 수원뮤직페스티벌(SUWON MUSIC FESTIVAL)이 14~15일 이틀 간 초여름 밤을 달군다. 수원SK아트리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첫째 날엔 ‘우리가곡, 수원의 소리를 담다’를, 둘째 날엔 ‘실내악, 수원음악인들의 선율을 담다’를 부제로 수원의 이야기를 품은 가곡과 세계 정상급 예술인들의 연주 등 황홀한 음악의 세계로 초대한다. 수원향토음악제는 수원 음악계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풀뿌리 음악제다. 수원시음악협회가 수원 음악의 위상을 높이고자 ‘청소년음악회’, ‘신인음악회-전문음악인 등용문’, ‘향토음악제-수원시를 빛낸 음악인과 단체’로 연계해 1998년 난파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베르디 레퀴엠’ 연주로 시작됐다. 수원음악의 정체성을 높인 상징적인 음악제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공연 첫째 날은 수원시문인협회 회원들의 작시를 바탕으로 탄생한 창작 가곡이 관객과 만난다. 김현탁 작시·손정훈 작곡의 ‘세월의 강,’ 정명희 작시·이경우 작곡의 ‘나무와 바람’, 강심원 작시·주용수 작곡의 ‘그대를 사랑하여’, 진순분 작시·박영란 작곡의 ‘봄 아지랑이 ’, 수원의 정기를 담은 광교산을 마음에 품고 노래한 수원예총 오현규 회장의 작시·곡 ‘아! 광교산이여’ 등의 창작 가곡이 울려퍼진다. 또 한국인이 애창하는 가곡을 선별해 수원 출신의 정상급 성악가들과 경기소년소녀합창단이 무대를 꾸며 ‘한국 가곡의 밤’을 공연한다. 둘째 날은 아시아 최초 ‘카잘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수원 출신 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실내악의 향연’ 무대가 열린다. 문태국과 함께하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 Op.114’와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Op.110’ 등 주옥같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송창준 수원시음악협회장은 “이번 공연은 1964년 창립해 올해 60년을 맞이한 수원시음악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한국 가곡과 실내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마련했다”며 “수원특례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