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루스를 떠올려 보세요” 순수한 낭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장형순 작가

손에 쉽게 잡히는 종이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구현하고, 세상과 세상을 잇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진심을 다하는 이가 있다. 건축학도로 출발해 종이를 통한 디자인에 몰두해온 장형순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일부러 종이라는 소재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다만 그의 관심사가 면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각과 면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소재인 종이는 그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다보탑과 팔달문 등 각종 문화재뿐 아니라 동물이나 캐릭터, 건축물 등을 종이모형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해오면서 어린이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2005년부터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작품 세계를 알리는 데도 열중하는 그는 여러 지역의 학교에서 종이모형을 알려주는 장형순종이모형교실로 소통의 장도 마련해왔다. 또 그는 2013년부터 종이모형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간 ‘이드의 선택’, ‘언덕 위의 아루스’, ‘스피사틀란의 젠더시스’ 등을 통해 작가만의 상상력과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장 작가가 만든 작품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단순한 작품들의 나열로 다가오지 않는다. 작업실을 비롯한 전시 공간 등 그의 궤적이 묻어나는 곳곳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종이모형들은 그의 머릿속을 본떠 만든 하나의 거대한 세계다. 장 작가는 평소 상상 속의 어딘가에서 만날 법한 그의 작품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친밀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염원을 담은 전시 ‘언덕 위의 아루스’가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지난 2일 개막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장 작가의 종이모형 작품, 그가 만들어낸 창작 캐릭터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 책과 스케치 등 그의 애정이 듬뿍 담긴 61점을 전시장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그는 전시 기간 가운데 지난 9일에 이어 오는 23일 작품 세계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구성한 예술교육프로그램도 시민들을 위해 선보인다. 사실 건축학도였던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건축을 그만두게 됐다고 회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애니메이션계로 눈을 돌렸다. 펜 스케치을 비롯해 각종 디자인에 꾸준한 관심을 이어오던 그에게 현실과 멀게만 느껴지던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일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숙명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그래서인지 장 작가의 내면엔 순수한 낭만이 꿈틀댄다. 판타지 세계 속 비인간과 인간 존재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장 작가는 세밀한 부분들까지 자신이 생각한 구상을 적용하면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몰두한다. 그가 만든 온기가 스며든 로봇인 ‘언덕 위 아루스’는 철공소가 늘어서 있던 서울 문래동에서 탄생했다. 이 마을에 마지막으로 남게 된 아이가 누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던 작가는 한 아이 만을 위한 공간을 마음속에 품은 로봇을 떠올렸다. 그렇게 집필하게 된 책 속의 아루스는 펜 스케치를 거쳐 종이모형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지면서 생명력을 획득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마침내 구현돼 현실에 자리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장 작가는 “사실 캐릭터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채 애틋하게 바라보게 된다”면서 “아루스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렇게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다시금 생명력을 얻지 않나. 결국 캐릭터들이 오랫동안 회자되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 예술인과의 만남 '한국의 명인 명무전' 국립국악원서 18일까지

제110회 ‘한국의 명인 명무전’이 17일과 18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국악당에서 열린다. ‘한국의 명인명무전’은 지난 1990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늘날 110회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에게 전통 예술의 정수를 제공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은 동국예술기획의 대표 브랜드다. 전통 예술인들의 기량을 한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기획 공연은 전통예술을 통한 온고지신을 기치 삼아 다양한 문화 향유의 장을 선보이는 자리다.  공연 첫째 날인 17일 ‘명무전’에서는 최은정의 쌍수건춤, 김평호의 김평호류남도소고춤, 강혜숙의 김계화류교방굿거리춤, 박광자의 춘앵전, 박소정의 진쇠춤, 조용주의 호남산조춤, 김지원의 살풀이춤, 박야림의 초립동, 김숙희의 축시낭송 등 총 8개의 프로그램이 무대에 올라 흥을 돋운다.  특히 김평호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김평호류남도소고춤은 무대 위에서 남도의 흥과 멋을 발산하며 호적 시나위에 신명을 녹여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둘째 날 공연 ‘전무후무’에서는 고선아의 강선영류태평무, 김광숙의 예기무, 이길주의 호남산조춤, 정대석의 정대석제거문고산조, 최창주의 최창주류쌍사자춤, 김묘선의 이매방류승무, 정명숙의 이매방류살풀이춤, 김진옥의 박병천류진도북춤 등이 연이어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최창주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석좌교수는 최창주류쌍사자춤의 역동적인 몸짓으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며, 정명숙 인간문화재의 이매방류살풀이춤을 통해서는 멋과 한의 정서가 혼재된 우아한 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진옥 무용가도 박병천류진도북춤으로 무대를 수놓는다. 진도를 대표하는 예술인 고(故) 박병천 선생에 의해 전승된 춤으로, 이번 공연에선 강렬한 북가락과 섬세한 손동작이 조화를 이루는 춤사위를 선사하는 김 무용가의 자태를 만끽할 수 있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박동국 동국예술기획 대표이사는 “전통예술을 향유하는 매니아층뿐 아니라 대중친화적인 공연의 기획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고궁과 화랑, 박물관, 공원 등 다양한 공연 장소에서 시민들과 가까워지는 실험과 시도를 통해 전통예술 대중화와 보급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별샘 김도임 서예가 '자기순화'展 19일 일백헌 갤러리서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알리는 별샘 김도임 서예가의 ‘자기순화’ 전시가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 일백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서예가이자 캘리그래퍼인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 미술과 접목해 재해석한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전시의 주제는 ‘자기 순화’다. 무엇을 쓰거나 지우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작가는 작업을 하고, 스스로 순화해 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매일 서예를 하며 자기 순화를 거쳐온 시간과 과정을 오롯이 드러내 보이는 장이기도 하다. 전시는 두 가지로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로 김 작가는 자기 순화의 과정인 서예가 아트워크로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시리즈로 5점을 만들었다. 기존에 써온 글씨를 콜라주하면서 매일 입체적으로 작업을 해나갔다.  또 다른 주제는 지우고 번지는 과정이다. 작가가 써내려 간 글씨를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며 번지는 과정을 통해 캔버스에 먹이 스미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가 자기순화의 작업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다.  김 작가는 “나에게 쓰기란 일종의 수행과도 같아서 내 삶에서 완전히 지워낼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일”이라며 “나를 표현하는 문자에서 벗어나 쓰기를 행위로 바라보고자 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언어로 누군가에게는 그림으로 보여지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획 한 획 써내려 간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글을 쓰고 지우고를 매일 꾸준히 반복하고, 그러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예술세계가 보이는 듯 하다. 지속적으로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나가고, 그의 모든 작업은 완성이 아니라 단편의 완료란 뜻이다.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제9회 문학콘서트’ 20일 노작홍사용문학관서

문학으로 다양한 예술의 즐거움을 느릴 수 있는 콘서트가 열린다. (사)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위원장 우대식 시인)는 20일 오후 2시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 산유화극장에서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제9회 문학콘서트-슬픔이 싹 틔운 자리에는’을 개최한다.  경기도 후원을 받아 경기민예총이 주최하고,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기후·생태 위기, 생명, 평화를 주제로 다룬다.  정수자 시인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본행사 1부에선 이대흠 시인이 ‘지역방언의 시적 가능성과 한계’란 제목으로 강연을 펼친다. 2부에서는 정영미(과천민예총 지부장) 외 1인의 춤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이종구·연명지·김영주·이장곤·임서원·신종호 시인 등 문학위 회원들의 시를 지인들이 대신 낭독하고 시인에게 시의 창작 배경에 대해 듣는 시간이 이어진다.  특히 올해 노작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 100주년을 맞아 남기선 낭송가 외 3인의 창작 시극 ‘다시 백조는 흐르는데’가 무대에 오른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대금장 보유자인 이정대의 대금 연주도 뒤를 잇는다,  가수 김현성(시인)은 창작 시노래로 김두안 시인의 ‘빗방울 전주곡’, 박설희 시인의 ‘있어요’를, 피날레로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통영’을 노래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당일 노작문학관 야외마당에서 문학위 회원들의 디카시를 광목천에 옮긴 ‘디카시로 만나는 시화전’이 열린다.  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 관계자는 “평화로운 일상 회복을 꿈꾸며 실천하고 있는 도민들께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 행사가 희망의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되고, 출연자와 관객 서로가 위안과 삶의 활력, 창작 의욕을 동시에 불어넣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백남준의 세계와 직관적으로 친해지는 기회…‘사과 씨앗 같은 것’展 [전시리뷰]

‘난해하지 않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백남준의 예술 세계’.  백남준아트센터의 ‘사과 씨앗 같은 것’이 지난달 27일 개막했다. 동시대와 소통하면서도 항상 시대를 앞서 갔던 백남준의 삶을 만날 수 있다. 백남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만프레드 레베, 만프레드 몬트베, 알도 탐벨리니, 앨런 캐프로, 오토 피네, 저드 얄커트, 제임스 시라이트, 토마스 태들록의 작품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을 비롯해 그의 곁에 머물거나 그를 스쳐갔던 작가들을 통해 백남준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이는 데 집중했다. 총 29점의 작품과 인터뷰 프로젝트 비디오 14점이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는 198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임의 접속 정보’ 강연 도중 백남준이 당시 새롭게 태동한 매체인 비디오에 대해 예술과 소통이 교차하는 지점에 ‘사과 씨앗 같은 것’이 있다고 언급한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이 씨앗은 무엇일까. 교차점에서 생겨날 어떤 가능성 내지는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녹아 있는 비유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선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 사과 씨앗을 어떻게 하면 싹틔울 수 있을지 백남준의 삶과 생각을 따라 고민에 빠져볼 수 있다. 백남준의 삶에서 뽑아낸 주요한 순간들이 전시장 곳곳에 스며들었다. 공연과 실험 작곡에 몰두하던 그가 독일에서 품었던 생각들, 텔레비전과 비디오 아트를 통한 프로젝트 작업으로 전 세계를 누볐던 시기의 작품들을 만난다. 이 가운데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에게 영향을 줬던 주변 동료 작가들, 그가 작업 때 작성했던 글을 함께 배치하고, 작품의 내부 구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관람객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기획했다. 본격적으로 전시공간에 들어가면 처음 맞닥뜨리는 벽면에 연보가 보인다. 백남준이 196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등 당시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사진들과 함께 아주 간결한 사건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글자와 숫자로 도배된 과다한 정보량을 들이미는 전시들과 다르게, 관람객과 백남준 세계 사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구성이다. 지난해 센터가 수집한 신소장품인 ‘랜덤 액세스 오디오테이프’는 백남준의 초기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1963년 부퍼탈 갤러리 파르나스에서 선보인 첫 개인전에서 마그네틱 테이프를 풀어 제각기 조각으로 잘라낸 뒤 벽면에 붙여 놓았다. 이 테이프 조각에 관람객이 금속 헤드를 갖다대 녹음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든 ‘랜덤 액세스’를 그가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다시 만든 작품은 나무판에 붙은 테이프를 통해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청취가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소통을 강조한 전시의 기조 때문인지 전시장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나는 이 곡을 1954년 도쿄에서 썼다’는 벽면의 흑경과 함께 배치돼 있다. 텔레비전의 후면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내부 구조를 흑경에 반사된 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성은 전시장 초입에 있던 ‘퐁텐블로’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기존의 작품을 이루던 CRT 모니터는 수명의 제약이 있어 사용시간이 한정돼 있으므로, 일부 뒷부분을 LED와 디빅스플레이어로 교체한 상태다. 내부 구조를 육안으로 볼 수 있기에, 이처럼 작품에 깃든 역사도 함께 음미하는 기회도 열린다. 전시를 기획한 조권진 학예사는 이번 전시에 대해 “백남준의 작품을 따라가는 데 있어 그가 활용한 기술과 아이디어, 함께 했던 작가들로부터 받은 영감과 그들의 피드백 등 단계적인 소통을 체험할 수 있게 전시를 기획했다”면서 “작품의 구성 원리와 기술의 구조적인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훨씬 깊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의 작품은 태생적으로 기술을 매개로 예술의 확장성을 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12일까지 열린다.

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는 ‘이건희컬렉션’ 사계, 16일부터 사전예약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했던 한국근현대미술의 수작을 경기도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대가의 작품,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작가의 ‘유물급’ 작품 전시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경기도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를 6월 8일부터 8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사계’ 사전 예약은 16일 오후 2시부터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삼성그룹 유가족의 기증으로 마련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과 한국근현대미술의 수작을 망라해 구성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업무협약에 따라 엄선된 명작과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작가 41명의 작품 90점을 선보인다.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 미술 수작들을 연계해 선보이는 전시도 선보인다. 경기도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한국근현대미술 조망의 기회로 삼고자 자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물론,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 여러 기관이 소장한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한데 모았다. 이건희 컬렉션 안에서 또 다른 특별 전시가 이어지는 전시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경기도 대표 공립미술관으로서 경기도미술관이 도민들에게 더 가까운 곳에서 역사적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뜻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이건희컬렉션을 선보여 온 타 지역 미술관에서도 지역미술관이 가진 특성과 맥락,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만큼 경기도미술관만의 전시 맥락, 이야기도 기대된다.  전시는 무료이며 전시 관람 예약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7회차로 개인과 단체별로 가능하며 불참에 대한 현장 발권 입장도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쓰레기 소각장… 문화예술의 ‘빛’으로 가득찬 '아트벙커B389'

15년간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장이 문화예술의 ‘빛’으로 가득찼다. ‘부천 아트벙커B39(아트벙커)’는 지난 1995년 부천 도심 한가운데 세워진 삼정동 소각장이 변화를 거듭한 끝에 2010년 운영을 중지,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전환된 곳이다. 쓰레기를 태우던 곳에서 문화예술의 혼이 불타게 됐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아트벙커에서는 다음달 18일까지 ‘리:부트 로컬센터話’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소각장을 밝히는 ‘빛’이다. 변지훈 등 9명의 작가는 각각 빛을 주제로 미디어아트, 페인팅 작품 등을 선보인다. 아트벙커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압도적인 규모의 멀티미디어홀엔 변지훈 작가의 ‘Particles’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Particles는 중앙의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 수 백만개의 입자로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인터랙티브 아트다. 입자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파도처럼 흐름을 형성했다가 흩어지는 형태를 반복한다. 어둠 속에서 빛이 본연의 색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39m 깊이의 벙커에는 최찬숙 작가의 ‘Grousnd-Signal-Code-Notation’이 상영된다. 쓰레기를 쌓아놓던 벙커의 검은 벽이 빛의 무대가 됐다. 작가는 미디어 파사드 작업으로 빛의 수직적·수평적 움직임을 그려냈다. 소각장 2층에 있던 크레인조정실엔 백남준 작가의 ‘촛불 TV’가 전시됐다. 작가는 빛의 근원인 촛불을 근대 문명의 산물인 TV 안에 넣었다. 인류가 처음 만난 빛과 디지털 시대의 빛이 주는 의미를 동시에 표현했다. 아트벙커는 관람객이 TV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품 주변에 아우라가 생기도록 조명을 세밀하게 설계했다. 문준용 작가의 ‘Augmented Shadow-Inside’은 관람객이 증강현실을 체험하는 작품으로, 조명장치를 벽에 비추면 비현실적인 공간이 나타난다. 관람객이 빛을 비추는 곳에서 그림자 사람이 눈을 마주치거나 다가오는 등 현실·비현실 공간을 드나들며 그림자 세계를 탐색할 수 있다. 이 밖에 이소 작가의 ‘^_^, ^_^, ^_^’, 박명래 작가의 ‘Dust’, 허수빈 작가의 ‘방범창살창문과 햇살’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훈희 전시디렉터는 “과거 어두웠던 소각장을 새로운 빛으로 밝히겠다는 의도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환경 운동의 맥을 이어온 역사적 공간인 아트벙커가 지역 문화예술의 탄탄한 기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기필, ‘자연의 음향’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으로 5월 수놓는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27일과 2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II –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선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최수열 지휘자가 경기필과 만나 지휘봉을 잡는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최수열 지휘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기준 삼아 나머지 두 작품의 선곡을 완성했다. 알프스 교향곡은 쉼없이 연주되는 교향시라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이 돋보인다. 이 점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과 연결된다. 자연의 음향을 드러내는 알프스 교향곡이 후반에 나오고, 우주의 음향을 느낄 수 있는 리게티의 ‘아트모스페르’가 전반부에 배치돼 있다는 점 역시 관람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모호하고도 소란스러운 음향 덩어리 이후에 등장하는 간결하면서도 단호한 광시곡의 시작이 관객에게 대조되는 음악적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먼저 1부에선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 죄르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곡 ‘아트모스페르’가 관객과 만난다. 롯데콘서트홀 공연이 진행되는 28일이 작곡가 리게티의 탄생일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를 더한다. 리게티는 자신만의 음악 지향점을 확고하게 주장하면서도 대중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음악가로, 항상 실험 정신이 묻어나는 새로운 음향 탐구에 몰두하곤 했다. 그의 작품 ‘아트모스페르’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의 무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곡으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나씩 겹쳐가는 개별 선율이 거대한 음향의 층과 음향 덩어리를 형성해내는 곡의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경기필과 함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선보인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의 주제를 사용해 라흐마니노프가 새로 편곡한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두드러진다.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현란한 색채와 악마적 기교,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관현악만의 복잡한 테크닉과 풍부한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청중을 사로잡는 곡이지만, 연주자들에겐 악명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이번 무대에서 손민수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어떤 존재감을 드러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마지막으로 최수열 지휘자가 해석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청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알프스 가르미슈에서 보낸 슈트라우스의 어린 시절이 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새벽녘부터 해질 때까지의 알프스 산맥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낸 곡이다. 호른 20대, 트럼펫 6대, 트롬본 6대, 글로켄슈필, 첼레스타, 오르간 등을 비롯한 100여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 편성의 연주곡이며 카우벨, 선더 시트, 윈드머신 등의 특수 악기가 동원돼 대자연에서 피어나는 소리를 구현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최수열 지휘자는 “슈트라우스는 이미 제가 선별한 ‘평생 탐구하고 연주해야 하는 작곡가들’의 리스트 안에 들어 있는 작곡가”라며 “지난 세 차례의 협연을 통해 경기필이 슈트라우스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악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종류의 악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지만, 경기필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악단”이라고 밝혔다.

성남시립교향악단 196회 정기연주회, ‘전람회의 그림’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제196회 정기연주회 ‘전람회의 그림’이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성남시향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연주회에선 금난새 성남시 예술총감독 겸 성남시향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다. 러시아 국민악파 5인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감각을 지녔다고 알려진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을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 편성 버전으로 각각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크스키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을 전시한 추모 전시회에 있던 그림 열 점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 감상을 음악으로 빚어낸 곡이다. 1부에선 ‘전람회의 그림’이 박선아 피아니스트의 독주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부조니 콩쿠르, 센다이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피아니스트 박선아는 미국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협연과 독주 무대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피아노 외에도 포르테피아노,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선 모리스 라벨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전람회의 그림’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원곡은 피아노가 연주할 수 있게 작곡됐지만, 라벨의 관현악 편곡 버전이 현재 널리 알려져 있다.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곡답게 다양한 악기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로부터 피어나는 색채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성남시향 관계자는 “성남시의 시 승격 50주년, 성남시향의 창단 20주년과 맞물려 새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어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금난새의 지휘, 박선아의 품격 있는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성남시향 연주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 물들인 수묵채색 자연풍광... 이한정 개인전 '유영하는 마음'

안양을 터전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정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유영하는 마음’이란 제목으로 오는 12일까지 서울의 갤러리다온에서 그만의 독특한 기법의 풍경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업은 늘상 마주치는 자연 풍경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지난 시절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풍경에 현재의 감정을 더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장소를 소재로 했던 그동안의 작업을 모았다. 이화여대 한국화과와 중국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산수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미국·중국·한국 등에서 다채로운 자연 풍경을 접했다. 2017~ 2019년 미국에 거주하며 요세미티, 세도나, 캘리포니아의 풍경에 반했고, 제주 여행을 하며 부드러운 곡선의 오름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어린 시절 자주 갔던 외할머니가 사는 이천, 그곳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광주·여주의 정겨운 풍경 등이 작품의 모티브다. 그렇게 만난 자연 풍광들을 그만의 수묵채색 기법으로 한지를 물들였다. 묵묵히, 담담하게 수행하듯 하나하나 쌓아 올린 먹점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들판이 되고, 산이 돼 또 다른 생명체로 발현됐다. 그 위에 더한 색감은 자연의 표정이 살아나게 했다. 그의 작품은 ‘유영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혹은 여행에서 마주친 풍경과 그 표정을 따라 흘러가는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이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산에서 바다로, 숲에서 호수로, 길 한가운데서 마을 어귀로, 끊임없이 유영하는 시선에 색감이 입혀진 작품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내면을 바라보기에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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